이전의 전쟁사 관련 글을 쓰면서 거기에 분류되지 않고 남은 여러 잡다한 아이템들이다. ㄲㄲㄲㄲㄲ
1. 군대가 돌아가는 방식
(1) 정식 군인이 아니지만 군인에 준하는 민간인으로는 사관생도, 군무원 정도가 있다. 이들은 무슨 일을 저지르거나 일이 터졌을 때 군법이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정식 장교가 아니지만 장교에 준하는 군인으로는 준위..가 있다.
(2) 대학교는 초중고와 달리, 전학이라는 개념이 없고 편입도 입시를 치러야 들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편입'이라는 건 멀쩡한 대학교가 없어지는 초 막장 상황 정도는 돼야 벌어진다. 이건 전국적으로 매스컴까지 탈 만한 이벤트이다.
군대의 특별임관은 공산군 탈북자가 자기 계급을 그대로 인정받는다거나, 6· 25 시즌 2 같은 상황에서 아주 특출난 병· 부사관이 현장에서 특례를 인정받아 곧바로 장교로 임관하는 정도의 상황을 말한다. 이 역시 흔한 경우가 아니다.
(3) '소위'는 장교 중에서 제일 쪼렙...이다 보니, 순직한 군인에게 '추서'될 만한 계급은 절대 아니다. 준위나 원사가 순직한다고 해서 소위 계급을 받지는 않는다.
그 반면, 우리나라 군대 역사상 유일하게 죽어서 소위 계급이 추서된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군견 '헌트'였다. 제4 땅굴을 탐사하던 중에 지뢰를 밟고 순직했기 때문이다.
(4)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사람, 외국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고 진짜로 군인이 투입되어야 마땅할 것 같은 곳에 군인이 아니라 경찰, 아니면 사실상 군인이지만 눈 가리고 아웅 수준으로라도 '경찰'이 투입되곤 한다.
- JSA 내지 GP: 여기는 DMZ 내부이다. 북한과 너무 가깝기 때문에 서로 좀 싸우지 말라고 국제법상 '비무장 지대'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남과 북 모두, 일반 소총수나 수색대까지는 아니어도 민정경찰이라는 일종의 경찰을 보내서 순찰시키고 있다. 쟤들은 일본 자위대가 군대인 것만큼 군인이다. ㄲㄲㄲㄲㄲㄲ
- 독도: 이건 무슨 일제 시대 독립 운동도 아니고..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국제 사회에 호소할 가치조차 없다. 당연히 자국 영토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평범한 해안경비대 내지 해경 수준에서 끝이다. 굳이 해군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처신은 일본이 무슨 북괴처럼 수시로 무식하게 도발하는 야만적인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2. 보스와 리더
흔히.. boss 같은 사람이 아니라 leader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이런 요지의 글을 나도 한 10년도 더 전부터 봐 왔다.
솔선수범하라~~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 뭔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큰 조직이 돌아가려면 결국은 보고만 받고 지시만 내리는 boss 같은 사람도 여전히 필요하고, 반대로 실무자들을 통솔하는 leader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
상급자도 시간과 체력의 한계가 있는 사람인데.. 최고위 상급자가 모든 걸 일일이 시범 보이고 다 지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슨 북괴 김 정은 현지지도도 아니고..
군대로 치면 boss 대신 commander이겠지.. 중대장 급 이상 지휘관과, 분대장/소대장 지휘자의 차이인 것이다.
엄청난 옛날에 활 쏘고 창검 갖고 싸우던 시절에야 최고위 장수나 무려 왕이 직접 앞장서고.. 심지어 장수들끼리 일대일 맞장만 뜨는 걸로 전투의 승패를 결정 짓기까지 했었다. 군인과 무인의 차이가 지금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다. 현대의 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각종 병기· 무기의 위력이 너무 강해지면서 제아무리 체력 체격 깡패인 사람도 총 한 방 맞으면 무조건 죽게 됐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리 용맹한 병사라도 총알 포탄이 날아오면 닥치고 수그리고 엄폐부터 하게 된다. 이건 그 어떤 격투 무술이나 스포츠에도 없는 기동일 것이다.
거기에다 통신 기술도 발달했으니 최고 사령관 참모진은 이제 벙커만 짱박히게 되었다. 예전의 장수가 하던 "나를 따르라"는 소위· 중위 같은 초급 장교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 흉기에만 특화된 직책은 특전사 같은 부사관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boss인지 commander인지가 되기 위해서 그래도 leader의 경험과 자질이 필요하다는 건 변함없기 때문이다.
3. 고전 영화 "빨간 마후라"
미국에서는 1986년에 "top gun"이라고, 대놓고 소련이라고 지목은 안 했지만 어쨌든 가상의 적국을 설정해서 전투기 공중전을 정말 실감나게 잘 묘사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옛날인 1964년에, 1964년작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명작 공군 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있다. 바로 "빨간 마후라"이다.
빨간 마후라에서는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최초로.. 공중전 장면이 아주 생생하게 촬영됐다.
그때는 따로 소품이니 세트니 CG니 넣을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군용기를 띄우고서 날개에다가 그 비싼 카메라를 ON 시킨 채로 달아서 촬영하고..
교전 장면도 공포탄이 아니라 진짜 실탄을 위험 무릅쓰고 갈기면서 찍었다. 군용 실탄이 대량생산 덕분에 차라리 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6 25 전쟁이라 하면 육군이 후퇴했다가 고지 점령하는 땅따먹기.. 아니면 인천 상륙작전 쪽의 인상만 너무 강한데.
빨간 마후라는 1952년에 '공군'이 세운 탁월한 무공인 평양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다뤘다.
전쟁 중엔 적의 보급로를 끊기 위해 교량을 폭파하는 게 중요한 임무로 등장하곤 했다.
2차 세계 대전 영화 중에서도 "콰이 강의 다리"처럼 증기 기관차가 달려오는데 철교를 폭파해서 일본군을 엿먹이는 데 성공한 일화를 다룬 작품이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크림대교가 소리소문 없이 폭파된 적이 있었다.
그것처럼.. 6· 25 사변 중에 육군은 이때 이미 휴전선 고지전만 엎치락뒷치락 중이었던 반면,
공군은.. 강릉 기지에서 전투기를 띄워서 평양 적진까지 쑥 날아가서 육지 교량 목표물을 폭격했던 것이다. (저 땐 아직 수원 세류 공군 기지가 아직 없었음. 그래서 더 먼 강릉에서..)
그것도 미군/UN군이 실패했던 임무를 우리 공군이 위험 무릅쓰고 저공 폭격해서 성공하고도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었다! 단, 영화에서는 신파를 넣으려고 주인공이 피격 당하고 전사하는 걸로 스토리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당시 여건상 어쩔 수 없었던 거..
6 25 당시 국군이 띄웠던 구닥다리 왕복 엔진 P-51 무스탕을 구할 수 없었던지라, 영화에서는 촬영 당시에 현역이던 제트 전투기 F-86이 대신 등장했다.
아~ 그래서 개인적으로 얘는 6 25를 다루고 있다면서 시대가 그 후의 나중을 다루는 것 같고 좀 헷갈렸었다.
"빨간 마후라" 노래는 원래 이 영화의 OST였지만.. 영화와 음악이 워낙 고퀄이었기 때문에 공군에서 얘를 군가로 정식 채택해 버렸다.
영화는 원본 마스터 필름까지 외국으로 수출해 버려서 없어졌다가 나중에 굉장히 어렵게 다시 구하고 복원해서 디지털화한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서 이렇게 유튜브로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 보기 )
참, 그러고 보니 초딩용 공군 전용 동요도 있었다.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 우리 공군 아저씨 ... 우리의 '희망의 꽃' 대한의 공군" 이렇던가..
'희망의'에서는 박자가 셋잇단음표라는 게 포인트임. 타군에 대해서 이런 노래는 딱히 없는 것 같다.
4. 천조국의 전사 통지 방식
그리고 끝으로.. 미국, 아니 미군은 물리적인 군사력 화력뿐만 아니라, 참전 용사들을 예우하는 수준도 가히 천조국 급인 걸로 유명하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가 몸에 배여 있다.
미국 국내선 정도이면 기장이 "현재 우리 비행기에는 명예 훈장의 수훈자께서 같이 탑승해 계십니다"라고 자랑을 할 정도이고, 전사자 유해를 같이 운구하고 있다면 도착 공항에 착륙한 뒤에 "참전 용사께서 먼저 하기하도록 승객 여러분께서 기다려 주십시오" 이렇게 안내를 한다.
이렇듯, 예우 대상자의 생사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사했다면 그야말로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유해를 수습하며, 유족에게 전사 소식을 전하는 방식도 정말 남다르다. 다음 영상을 보자. (☞ 보기 )
이런 소식은 정복 차림의 간부급 군인, 특히 고인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을 발품팔이 시켜서 반드시 대면으로 전한다. 자기 아들이나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뉴스 따위로 먼저 접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나름 최대한 예를 갖춰서 소식을 전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파병 군인을 둔 가정이라면 갑자기 정복 차림의 군인 두세 명이 자기 집을 찾아오는 게 사실상 저승사자의 왕림이나 마찬가지이다.
전사 소식을 들은 유족이 표정이 싹 변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문을 쾅 닫아 버리거나.. 심지어 물을 끼얹거나 멱살 잡고 쌍욕에 폭행까지 한댄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일체의 맞대응을 하지 않고 묵묵히 몇 시간 며칠이고 집 문앞에서 기다리고 유족들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 준다.
오히려 유족이 졸도라도 할 경우를 대비해서 집 근처의 가까운 의료시설의 연락처까지 미리 파악해 놓고 찾아간다.
유족이 제정신인 상태에서 전사 사실을 받아들이고 후속 절차에 동의까지 해야 이 사람들의 임무가 끝나기 때문이다.
어디 콜센터 직원이나 카페 알바하고는 차원이 다른 감정노동을 하는 셈이다.
2009년작 영화인 Taking Chance가 이 주제와 관련된 유명한 작품이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Chance라는 게 인명이어서 실제 의미는 "챈스 일병의 귀환"인데, "기회 잡기"라는 언어유희를 구사한 것이다.
이건 '영현 봉송'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식만 전하는 전사 통지하고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전사 통지관 분위기에다가 명예훈장 수훈자의 예우 같은 심상이 더해져서 더 드라마틱한 영화 소재가 만들어진 것 같다. 제일 하이라이트 장면은 전사자 유해를 호송하는 차량의 앞뒤로 다른 민간 차량들이 알아서 헤드라이트를 켜면서 경의를 표하고 에스코트를 하는 모습이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