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럭의 축/캡 사양
트럭 중에서 작은 축에 드는 포터/봉고 급의 1톤 트럭에는 나름 바리에이션이 있다.
- 초장축: 엔진의 성능과 적재중량 한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짐받이의 길이를 약간 더 길게 한다. 고급 승용차에 단순 세단 말고 리무진이 있듯이 말이다. 초장축은 짐받이에 화물 고정용 끈을 묶는 갈고리가 하나 더 달려 있다. (더 길기 때문)
- 슈퍼캡: 운전석이 있는 좌석 뒤에 2~30cm남짓한 여유 공간을 추가한다. 그래서 좌석을 뒤로 젖히거나 좌석 뒤로 사람 한 명 정도 누울 수 있게 한다. 슈퍼캡 사양을 선택하면 이 공간만치 짐받이의 길이가 약간 짧아진다. 초장축+슈퍼캡과 장축+일반캡의 짐받이 길이가 서로 비슷할 정도이다.
그러니 장축/초장축, 그리고 일반캡/슈퍼캡/더블캡(아예 뒷좌석까지 있는) 이렇게 2*3 = 6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좌석 뒤에 있는 보조 공간이 선택사양 옵션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트럭은 좌석의 바로 아래에 엔진이 있는 것, 운전석과 조수석의 사이 중앙에도 좌석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안 그래도 생계형 소형 트럭인데 운전석 뒤에 그 정도 보조 공간도 없으면 너무 비좁고 불편할 것 같다. 거기에다 짐 실을 공간이 조금이라도 더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슈퍼캡+초장축 옵션이 모두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경차인 라보에는 슈퍼캡이나 초장축 같은 사양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2. 엔진 오일
엔진 오일은 자동차에다 주입하거나 장착하는 여러 물건· 물질 중에.. 연료처럼 직접 소모되어 줄어들고 없어지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자주 교환해 줘야 하는 소모품이다.
튀김용 기름을 생각하면 된다. 닭을 수십 번 튀겨도 기름이 양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단지 시꺼멓게 탁해지고 변질될 뿐이지.
엔진 오일이라는 게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려면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가 무엇인지, 엔진 실린더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는 1초에도 수십 번씩 뜨거운 폭발과 피스톤 왕복 운동이 일어난다. 힘이 새어 나가지 않으려면 피스톤과 실린더 벽 사이가 밀폐가 잘 돼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마찰 없이 매끄럽게 운동이 돼야 한다.
이런 곳에서 엔진 오일은 단순히 자전거 체인에다 치는 구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엔진 오일이 없으면 엔진은 얼마 못 가 탈 나고 망가진다. 변질된 오일은 오일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윤활, 밀폐, 정화 같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엔진의 출력과 연비를 깎아 먹는다.
모든 내연 기관 왕복 엔진에는 엔진 오일이 필요하다. 적절한 교환 주기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조사나 정비사, 실제 운전자들 간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주행 조건이 어떤지에 따라 5000~15000km, 또는 1년을 전후한 주기로는 교환하는 게 좋을 듯하다. 오랜만에 교환하고 나면 엔진의 상태가 달라진 게 곧장 티가 날 정도이다.
전기차에는 엔진 오일 같은 건 없어도 된다.
3. 변속기 오일
엔진 오일에 비해 변속기 오일은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훨씬 덜하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수동과 자동은 변속기 오일의 용도가 서로 매우 다르다.
내 차만 해도 취급설명서를 보면, 변속기 오일은 그냥 씨크하게 무점검 무교환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현업 정비사들의 얘기는 다른 듯하다. 출발 직후의 가속 중에 변속 충격이 예전에 비해 커진 게 느껴지는데, 변속기 오일을 교체하면 변속 충격이 완화되려나 궁금하다.
변속기 오일은 다른 부류의 오일과 외관상으로 구분되라고 제조사에서 빨간 염료를 섞는 편이라고 한다.
지난 2015년 여름에 현대차에서는 내수용과 수출용의 품질 차이 논란을 불식시켜 주겠다며 민간의 자동차 전문가가 임의로 고른 자기네 내수차와 수출차를 대상으로 시속 56km 정면 충돌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해 보였다. (☞ 관련 링크) 차종은 LF쏘나타이고.. 양 차가 제각각 56km/h로 달렸기 때문에 실제 충돌 속도는 그 두 배인 112km/h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충돌 잔해에서는 시뻘건 액체가 줄줄 새어 나와서 무슨 핏자국처럼 보였는데..
그게 바로 변속기 오일이다. 바닥 주변이 다 붉게 물들 정도이니 주입량도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차가 저것 이상으로 박살 난 다른 교통사고 현장 모습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내부의 액체가 유출되었다고 해서 저렇게 시뻘건 액체가 줄줄 흘러나온 것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것도 있겠지만, 그 붉은 염료가 변속기 오일의 품질 자체와는 별개로 오래 지속되지 않고 변색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 자동차 설명서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말이다.
현대차의 충돌 테스트의 경우, 공장에서 갓 생산된 따끈한 새 차를 동원했기 때문에 붉은색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논리가 아귀가 맞는다.
4. 타이어 펑크
자전거만 해도 타이어가 터지면 타이어가 완전히 다른 물질로 바뀌기라도 한 듯이 질질 끌리며, 페달을 밟아도 도무지 나아가질 않는다. 자동차는 주행 성능을 넘어 핸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등 조향· 제동과 관련된 더 위험한 문제가 이어진다. 그러니 타이어가 터진 상태로는 제대로 주행할 수 없다. 타이어 펑크는 배터리 방전, 문 잠김과 더불어 긴급출동 최다 호출 사유에 들지 싶다.
그런데 요즘 운전자들 중에 짹 같은 전통적인 공구를 꺼내서 차를 들어올리고 휠 너트를 풀고 조여서 타이어를 직접 교환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비소에서 타이어를 교환하고도 정비 불량 때문에 주행 중에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가 나는 판에 말이다. 다들 그냥 긴급출동을 부르고 만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자동차 운전을 참 어떻게 했을까 싶다.
20세기 초중반의 엄청 옛날 자동차들은 옆면이나 뒷면에 스페어 타이어를 노출하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던 것 같으나 요즘 차들은 그렇지 않다. 승용차들은 트렁크에, 버스나 트럭은 하부에 스페어 타이어를 장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요즘은 원가 절감과 경량화를 이유로 승용차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달리지 않는 게 추세이다. 어차피 다 긴급출동을 부르니까.. 그리고 타이어를 통째로 교환하기보다는 어지간해서는 그냥 지렁이 땜빵만 하고 말기 때문이다.
땅과 접촉하는 정면 부위에 압정이나 못이 좁게 박힌 것 정도는 땜빵으로 대처가 가능하지만, 누가 악질적으로 타이어 측면을 칼로 확 긋고 찢는 테러라도 벌인 것은 그런 식으로 대처할 수 없다. 이건 차 표면을 동전으로 긁어서 흠집을 내는 것만큼이나 적은 노력으로 차를 굉장히 크게 망가뜨리는 짓이다.
5. 속도계
타코미터가 엔진 회전수를 측정한다면 속도계는 바퀴 구동축의 회전수를 토대로 자동차의 주행 속도의 근사값을 표시해 준다. 정확한 값이 아니라 근사값인 이유는, 구동축이 동일한 속도로 회전했다 하더라도 차가 실제로 굴러간 거리는 타이어의 지름(= 공기압 상태)이 얼마냐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자동차가 지구상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절대적으로 따지는 GPS 내비 정도는 돼야 정확한 속도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속도계 바늘보다는 반응이 더딘 게 흠이다.
사실은 GPS까지 갈 것도 없이 스피드건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며, 속도를 어떻게 생각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도 개인적으로 무척 신기하다. 길거리에서 "지금 당신의 주행 속도는 xx km/h입니다" 이런 거 표시해 주는 전광판을 본 적도 있을 것이다.
속도계는 안전을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오차가 난다면 차의 실제 속도보다 약간 더 높은 값이 나오도록 만드는 게 관행이다. 이 속도계만 믿고 주행했다가 낚여서 과속 딱지라도 먹는다면 일이 꽤 골치 아파질 테니 말이다.
또한, 차에 따라서는 30km 지점에 빨간 눈금이 그어져 있는 속도계도 있는데, 그 이유와 의미는 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6. 액티브 에코 기능
요즘 자동차에는 '에코 드라이브'라고 지금 운전 스타일이 경제 운전 친환경 운전 스타일인지, 아니면 차에 무리를 주고 돈을 길바닥에 흘리는 힘든 상태인지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다.
- 백색: (1) 시동을 갓 켜서 냉각수나 엔진 오일이 제대로 초기화되지 않은 상태일 때(그러니 아직 너무 무리하지 마셈..), (2) 변속기 상태가 D가 아니거나 극도의 저속 주행 중일 때 (3) 급가속(킥다운, 높은 토크) 내지 고속 주행을 위해 좀 세게, 깊게 밟고 있을 때
- 녹색: 백색에 해당되지 않는 나머지 대부분의 상황. 슬금슬금 적절히 밟고 있거나 타력 주행 중일 때
- 적색: 백색보다도 더 과격한 기동 중일 때
내 차의 경우, 시속 110~120km쯤 이상부터는 가속을 하려니 녹색을 보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 이상 속도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지금 엔진의 출력으로는 좀 무리라는 뜻이다. 더 큰 배기량의 엔진에 비해 연비가 더 크게 떨어지고 힘이 안 나고..
그리고 에코 드라이브 표시등이 백색을 넘어 아예 적색으로 바뀌는 것은 작년 여름에 딱 한 번 겪었다. 에어컨+오르막 상태로 옆 차 추월하려고 세게 밟았더니.. 저게 녹색과 백색 말고 적색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처음 봤다.
에코 드라이브에 이어서 '액티브 에코' 기능까지 탑재된 차도 있는데, 이건 엔진 성능을 일부 너프시키고 속도 리미트까지 걸어 가면서 더 적극적으로 '녹색' 상황으로만 동작하게 하는 옵션이다. 사용자가 켜거나 끌 수 있다. 본인 차에는 이런 옵션까지는 없더라.
먼 옛날 카뷰레터 시절, 퓨얼 컷 기능도 없고 공기 공급조차 엔진이 자동으로 조절을 못 해서 초크 밸브 당기고 시동 직후 몇 분간 예열을 해야 하던 때에 비해... 요즘 자동차들은 전자 제어 방식이 도입된 이후 정말 많이 똑똑해졌다. 최적의 동력비(자동 변속기)뿐만 아니라 최적의 연비까지 저렇게 계산해서 운전자에게 안내해 주니 말이다.
그러니 강제 공회전 예열은 마치 옛날에 니켈-카드뮴 배터리의 메모리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조건 완충-완방을 해야 하던 시절 같은 흘러간 얘기가 됐다.
7. 선루프
선루프는 자동차의 엔진이나 주행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그냥 액세서리이다. 선루프가 달린 스포츠카는 간지 하나는 정말 제대로 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길거리의 승용차들을 보면 선루프가 있는 차보다 없는 차가 훨씬 더 많으며, 선루프를 장착한 것을 후회하는 운전자도 많다. 선루프는 흔히 '빛 좋은 개살구, 계륵, 가성비 최악의 액세서리'에 비유되곤 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간지에 비해 치르는 대가와 단점도 만만찮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선, 평범한 일반인이 선루프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 맑은 대낮에 운전을 할 일은.. 의외로 몹시 드물다! 더구나 맑은 대낮이라 해도 한겨울에 선루프를 개방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에 반해 선루프는 차값을 더 올리며, 수리비, 보험료 같은 유지비 제반도 덩달아 끌어올린다.
안전성 면에서도.. 전복처럼 지붕이 대미지를 입는 교통사고에 더 취약해지는 것 정도는 누구나 예상 가능할 것이다.
또한, 선루프를 단다는 것은 결국 차의 지붕에 어떤 형태로든 무겁고 복잡한 설비가 추가됨을 의미한다.
지붕이 재질은 약해지는 주제에 10~30kg에 달하는 중량이 차에 상시 추가된다. 연비에 마이너스.. 그것도 하부가 아닌 상부가 더 무거워지니, 차량의 주행 안정성에 악재면 악재이지 호재는 절대 아니다.
차의 외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선루프 부품이 위에 들어가려면.. 객실 내부의 천장이 수 cm 남짓 더 낮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구조적인 핸디캡은 차량의 기술과 성능 발달만으로 극복 가능한 게 아니다.
더구나 운전 편의(자동 변속기)나 탑승자의 안전(ABS, 에어백)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물건도 아니니..
선루프는 고급 차량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이 달려 나오지 않는다. 오늘날까지도 고객이 별도로 주문했을 때에만 달아 주는 option 선택사양으로만 머무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