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셋 한글 입력기 10.2 이후로 약 3개월 만에 다음 버전인 10.21을 공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타자연습도 오랜만에 버전업을 해서 3.93이 나왔다. 하지만 둘 다 0.01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글 입력기는 (1) 보조 입력 도구(화면 키보드, 문자표 등)들을 구동하는 엔진 개선, 그리고 (2) 세벌식 동시치기 기능 강화.. 이 둘을 10.x 중반에서 마무리 짓고 나서 내부적인 자체 기능 개발은 이제 진짜 끝을 내려 한다. 이것 말고 ARM64 지원이나 크롬 브라우저 이슈(미래에 또 발생한다면) 같은 건 외부 이슈들이다.

이번 버전은 지난번 개발 근황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크롬 브라우저 보정 내역 업데이트, 보정 UI의 보강, 여러 UI 개선과 버그 수정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추가로 발생한 변화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설치 UI에서 간략한 입력 설정 초기화 기능 제공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다음과 같은 선택 단계를 추가했다.

물론 이것들은 설치를 마친 뒤에 날개셋 제어판을 꺼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한다면 프로그램을 제거/재설치하면서 입력 설정도 같이 싹 리셋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한글 로마자 입력 방식은 사용자가 원한다면 특별히 이렇게 바로 지정 가능하다. 제어판을 꺼내서 로마자 입력기 빠른설정을 번거롭게 불러올 필요조차 없다. 안 그래도 내 프로그램은 아직 영문 도움말도 없는데(UI만..) 외국인이 Windows 환경에서 한글 로마자 입력 방식을 더 간편하게 쓸 수 있게 했다.

2. 한글 출력 치환 관련

한글 출력 치환은 문자 생성기를 ‘고급’으로 지정했을 때 사용 가능한 기능으로, 내부적으로는 한글 입력 상태이지만 겉으로 비한글 문자가 섞여서 표시되는 처리를 담당한다.
여기서 비한글 문자라는 건 한글 자모를 여러 자로 풀어서 표현하는 것도 포함된다. 간단하게는 히라가나/가타카나 같은 일본어 문자를 한글로 입력하는 것(글자 단위 치환)부터 시작해 한글 한 글자의 범위를 넘어서는 온갖 복잡한 한글 입력 동작을 이 기능으로 구현할 수 있다.

한글 한 글자라는 경계를 기본 입력과 고급 입력으로 구분한 것은 개인적으로 오랜 연구와 고민의 결과였다. 그렇잖아도 고급 입력기는 통상적인 한글 조합과 무관한 사용자 정의 조합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기도 하니, 한글을 조합하고 있을 때는 이런 customization을 제공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기도 하다.

아무튼.. 이 기능이 지금까지는 아무 낱자도 입력되지 않은 상태인 0낱자에 대해서는 치환이 지원되지 않았는데, 이번 버전에서는 이것도 가능하게 했다. 즉, 글쇠가 아직 눌러지지 않은 성분에 대해서 기본적인 치환 문자열이 미리 표시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출력 치환 기능은 ‘기본’ 입력기에서 이미 제공하고 있는 가상 낱자와 같이 맞물려서 동작한다. 출력 치환이 걸리고 있는 낱자는 대부분의 경우, 자기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는 0으로 치환되어서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제어판 UI에서 물리적인 낱자가 존재하지 않는 300, 500 같은 영역에서 문자열 치환을 지정했다면, 그 낱자 자신은 0으로 치환되도록 가상 낱자 규칙도 자동으로 추가되게 UI 동작을 개선했다.
이제 낱자 단위 출력 치환 설정을 한 뒤에, 가상 낱자에다가도 0치환을 추가하는 번거로운 두벌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타자연습은..

  • 기본 연습글에 UN 세계 인권 선언문을 추가했다. 수백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이라는 개념을 세계 각국의 법률에다 각인시킨 역사적인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말 번역이 심하게 길고 어색하고 장황한 번역투인 것은 좀 아쉽다.

  • 내 프로그램은 인터넷 유행어와 개드립이 연습글로 수록되어 있는=_=;;; 게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받고 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과 "독일의 과학력은 세계 제이이이일!!"을 추가했다. 김 성모 어록, 세스코 질답 모음, 부산 운전 후기, 클레멘타인 영화 감상평, 어둠에다크에서 따위는 한참 전부터 이미 있었던 것들이고..

  • 사소한 사항이지만.. 긴글 연습 입력란을 감싸는 두꺼운 테두리도 고전 기본 스타일이 아니라 다른 창들과 마찬가지로 테마가 적용된 새끈한 형태로 변경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 근래에 타자연습 프로그램이 바뀌어 온 건 멀티모니터 지원, 1픽셀 여백 반영, 그리고 테두리 모양.. 이렇게 정말 소소한 것들밖에 없는 듯하다.;; 그런데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영하고 버전업을 해야 한다.

이상이다.
2021년 현재까지도 공 병우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벌식 자판을 사용하고 10년 이상 날개셋 브랜드 프로그램들을 애용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정말 느리고 몇 번이나 양치기 소년 같은 불발탄 선언으로 그치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의 주된 기능 개발도 정말 끝이 보이고 있다.

한글처럼 알파벳이나 한자와는 완전히 다른 독특한 문자가 애초부터 아예 없었다면 모를까, 기왕 있다면 그 한글의 구조적인 장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세벌식 자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윤디자인에서도 한글 IME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오.. 2019년이면 한컴에서 IME를 만든 때와도 얼추 비슷해 보이는데?
내가 대학교 말년, 날개셋 버전 3.x 시절에 TSF라는 규격을 만지면서 낑낑거리고 나서 한 13~15년쯤 뒤에야 다른 싸제 TSF 기반의 한글 IME도 조금씩 만들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잘 알다시피 ‘나빌’이라는 입력기도 나왔고..

유튜브에다가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동영상을 올리던 시절에만 해도 이런 마이너한 곳에 한국어 댓글이 달릴 일이라고는 없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댓글 천지가 됐듯이..
중국?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TSF 쪽 API를 파는 사람은 전국에서 나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런 IME도 개발되어 나온다니 일면 반갑다.

IME들 간에 평범한 기능들은 결국 다 비슷비슷하게 제공되고 격차가 없어져서 상향평준화 수렴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타 IME들이 결국은 이미 있는 글자판이나 옵션들 몇 가지만 지원하는 반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세벌식에 특화돼 있고 입력 동작의 모든 면모를 프로그래머 수준으로 customize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제품들과는 근본적인 차별화 요소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6/13 08:35 2021/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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