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특별한 직업들

의사

  • 다른 여느 가게들은 사장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직원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의원에서는 의사인 대표 원장 당사자가 없으면 영업을 전혀 할 수 없고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 (따로 봉직의를 고용하지 않은 한)
  • 이 의약분업 체계에서 자기가 먹을 약을 자가처방 할 수 있다. 의사끼리는 반드시 다른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아야 된다거나 하지 않는다.

교사

  • 학교에서 애들과 내내 부대껴야 한다는 특성상, 점심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이다. (그 대신 점심 시간에도 학교 밖을 나갈 수 없음) 안 그래도 일찍 출근하는데 이 덕분에 더욱 일찍 퇴근 가능하다.
  • 형사상의 죄를 지었을 때 대통령, 외교관, 국회의원 급의 불체포 특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애들 가르치는 중에 교내에서 체포되지는 않는다. (맛이 완전히 가서 애를 칼로 찔러 죽이기라도 하는 등의 위급 현행범이 아닌 한) 제자들 앞에서 교사의 최소한의 위신이 법으로 보장된다.

의사는 안과, 치과, 내과, 외과 등 무슨 세부 전공을 선택하든 인체의 모든 부위에 대해 일단 공부는 한다. 그러니 국시에 합격해서 의사 면허를 받았다면, 인체의 모든 부위에 대해 진찰을 하고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으며, 의료 시술을 하고 약을 처방해도 된다. 사람의 사망 판정을 내릴 수도 있다.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요즘 의사가 한둘이 아니고, 의대에서 다 배울 수 없는 미묘한 의술 노하우도 한둘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자기 전문 주전공만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임용 시험은 어떤 형태인가 모르겠다. 과학교육과는 무엇이고 물리/화학/생물교육과는 무엇인지? 과학교육을 전공한 중등 교사는 법적으로는 물리, 화학, 생물, 지학을 다 가르칠 수 있지만 고등학교 이상부터는 자기 담당 과목만 가르치는 건지? 의사의 진료 과목과 비슷한 관계일 듯하다.

의사와 교사 말고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한 직업들은(군인, 경찰, 소방관)..

  • 아무리 탈권위 시대니 뭐니 해도 계급장 달린 제복을 입는다.
  • 전쟁 중에도 자기 보직이 그대로 유지된다(예비군 소집이나 군수업체 근무 따위 없음).
  • 근무 중에 긴급피난이 허용되지 않는다. '순직'을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음.
  • 대형 교통수단의 대표도 이와 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특히 선장..

2. 장관급과 차관급

  • 전국 각지의 시장, 군수들은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심지어 그 위의 도지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서울 시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 전국 각지에 있는 교육대학교들의 총장은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 교원대학교의 총장은 지방 거점 국립 종합대의 총장과 동일한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이와 비슷하게.. 타 공항들은 한국 공항 공사 관할이지만 인천 공항은 단독으로 전용 공항 공사가 있다.
그리고 서울대는 다른 지거국과는 다른 예우를 받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애초에 별도 법인으로 독립해 버렸으니 상황이 좀 달라졌다.

3. 교도소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미결수/기결수, 사형수가 법적 의미와 지위가 모두 다르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것처럼 유치장, 구치소, 교도소도 모두 용도가 다른 시설이다.
그런데 최종 테크인 교도소도 다 같은 교도소가 아니며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 것이 전국 각지에 하나씩 있다.

  • 김천에 유일하게 소년 교도소 (소년원이 아님)
  • 청주에 유일하게 여성 교도소
  • 천안에 유일하게 외국인 교도소
  • 이천에 유일하게 군 교도소
  • 여주에 유일하게 사립 민영 교도소(소망)
  • 청송에.. 제일 엄격한 흉악범 장기수 특화인 경북북부 교도소

아울러, 현재 인서울인 유일한 교도소는 서울 남부(구로구 소재)이다. 송파구에는 유일한 인서울 ‘구치소’가 있으며, 이것들 다음으로는 의왕에 서울 구치소, 안양에 안양 교도소가 있다.

그리고 교도소를 학교에 가깝게 약간 열화시킨 소년원이라는 시설이 있는 것처럼.. 교도소의 '정신병원' 열화 버전도 있다.
얘의 공식 명칭은 '치료감호소'이다. 학생이 아닌 성인이 심각한 죄를 짓긴 했는데 이 사람이 정신이나 지능이 죄값을 온전히 치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저기로 가게 된다.
국내에는 공주시에 전국 유일의 치료감호소인 '국립 법무 병원'이 있다.

4. 도박과 보험

도박은 할 거면 생돈을 날린 게 아니라 희망 고문 비용과 게임비, 서비스료, 딜러 인건비를 지불한 거라고 봐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보험도.. 보험금을 탈 만한 사고를 당하지 않은 채 보장 기간이 만료됐다 하더라도 생돈을 날린 게 아니다. 그 동안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예측 가능한 비용'으로 전환하여 마음 편하게 지낸 것 자체가 제 값을 한 것이었다.

이게 무의미한 생돈 낭비라면 경찰, 군대, 소방서를 유지하는 데 드는 세금도 아까우며, 대문의 자물쇠, 자동차의 안전벨트나 에어백도 장착할 필요가 없는 낭비일 것이다.

5. 이발

그러고 보니 이발소는..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자영업 서비스업인 것치고는 그래도 마스크 벗을 일, 입 벌릴 일은 전혀 없다. 온라인 비대면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며, 시종일관 동일한 주기로 이용해야 한다.

물론 이발은 안 하면 생명에 지장이 가는 의료 급의 무조건 필수는 아니다. 정 불가피하면 집에서 가족 도움으로 바리깡 자가이발..로 때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무슨 로빈슨 크루소나 필리핀 밀림의 일본군 패잔병처럼 사는 상황이 아닌 한, 이발소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문명 사회에서 대놓고 생깔 정도의 선택 옵션 잉여도 절대 아니다.

그러니 이발소는 우한 폐렴과 거리 두기로 인한 타격이 타 업종--식당, 카페, 학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거라는 게 내 뇌피셜이다. 이발과 비슷한 유형의 업종인 목욕탕보다도 상황이 훨씬 더 낫다.

또한, 이발은 산업 곳곳에 뻗쳐 있는 무인화의 손길에서도 열외돼 있다.
형태가 뻔히 정해져 있는 남성 군인 머리 스포츠 컷은 뭔가 마음만 먹으면 자동 이발 머신이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하다만.. 딱히 그럴 기미는 안 보인다.

글쎄, 기술적으로야 가능하지만, 인건비가 지금보다 훨씬 더 폭등해서 남자 스포츠 컷 유인 이발비가 5~10만원 정도 하는데 기계로는 1~2만원대로 가능..!!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무인 이발 기계는 그닥 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다.
여성은 미용실을 한번 이용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겠지만, 그래도 긴 머리의 특성상 남자만치 1~2달에 한 번꼴로 자주 가는 건 아니라고 들었다. 그럴 필요도 없을 테고..

그러니.. 이발· 미용업은 막 창의적이고 떼돈을 버는 업종은 아니겠지만, 그 특성상 시대의 변화를 크게 타지 않고 기본적인 안정성은 보장된다는 게 특징이라 하겠다. 다만, 개업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레드오션화는 감내해야 할 것이다.
만약 기본 컷이 기계화· 자동화된다면 인간 이발사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커스텀 헤어 디자인 쪽으로 역할이 더욱 전문화· 특화되는 쪽으로 생존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안 그래도 이발소는 남자의 기본 커트만 담당하지만, 미용실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성의 다양한 머리 손질까지 다 담당해서 이발소의 상위 호환처럼 된 듯하다. 그냥 목욕탕과 찜질방의 관계처럼 말이다.;;
다만, 미용실은 이발소 같은 면도는 안 해 주는 것 같다.

6. 손으로 글씨를 쓰는 직업

지금 같은 고성능 컴퓨터와 미려한 글꼴이 없던 시절에는 손글씨를 예쁘게 쓰는 것에 대한 수요가 사회적으로 아주 많았다. 종이 인쇄물이 대부분이겠지만 간판, 표지판 내지 영상 자막 쪽의 수요도 있었다.

타자기나 복사기, 등사기가 없었던 먼 옛날에는 책이나 문서를 베껴 써 주는 필경사라는 직업도 있었다. 이건 방대한 텍스트를 오류 없이 신속 정확하고 보기 좋은 글씨로 베껴야 하기 때문에 나름 전문직이었다.
한편으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디지털 서체는 굉장히 투박하고 못생겼었기 때문에 영상에서 배우 이름이나 프로 이름 같은 것은 그냥 손글씨 내지 붓글씨 캘리그래피로 표시하곤 했다. 이런 건 예술의 영역이니 필경사와는 성격이 다를 것이다.

지금이야 붓글씨 손글씨를 닮은 미려한 글꼴들이 워낙 많으니 인쇄물이나 영상에서 순수 손글씨는 전혀에 가깝게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우리나라 정부에만 해도 인사혁신처에 상장과 임명장을 손글씨로 써 주는 부서가 있으며 full time으로 고용된 전담 필경사가 소수나마 있다고 한다.

옛날에 초등 교육 수준에서는 교과서에서 “글씨는 자신의 얼굴/인격입니다. 글씨를 바르게 써 봅시다” 이렇게 지시했던 것 같다. 이게 더 전문화된 게 서예일 것이다.
동양은 한자 때문에 문자 자체가 큼직하고 획이 많아서 필기구는 좀 가느다란 걸 썼어야 했는데.. 여전히 붓을 쓴다. 필기구나 글자의 형태로나 둘 다 그림과 문자의 구분이 모호했던 셈이다. 진작부터 펜을 썼던 서양과 대조된다.

아, 그나저나 도로의 바닥에다가 차선 도료를 이용해서 글자나 숫자를 그리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손글씨의 범주에 들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7/13 08:34 2021/07/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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