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소리들

1. 자동차의 후진 소리

자동차로 후진을 하는데 막 악셀을 밟으면서 사람이 달리는 속도라도 낼 일은 매우 드물 것이다. 공회전 크리핑 속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악셀을 밟는다면 속력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르막을 후진으로 오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후진으로 가속을 해 보면.. 차의 엔진음이 일반적인 전진 출발 때와는 약간 다른 걸 알 수 있다. 평범한 부우웅에다가 뭔가 '웨에엥~~' 같은 음향이 섞여 있다. 요놈의 정체는 뭘까..?
바퀴에다 동력을 전하는 방향을 반전시키기 위해 덧붙여지는 기어 장치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걸까..? 이 부분은 심지어 자동 변속기도 수동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자동차와 달리, 철도 차량은 이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얘는 오로지 선로의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인 대신, 기관차형이건 동차형이건 전진과 후진 자체는 기술적으로 아무 구분이 없다. 아무 방향으로나 자유자재로 동일한 성능과 속력으로 주행 가능하다.

그 대신 철도 차량도 전· 후진을 막 아무 때나 부담없이 금방 쉽게 전환할 수 있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리고 자동차도 완전히 정지하지 않았을 때 전· 후진을 함부로 전환하는 게 변속기에 좋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2. 버스의 공기 압축기 소리

버스가 신호에 걸려서 몇 분간 엔진 공회전을 하는 걸 들어 보면.. 소리가 단일 균일하지가 않은 걸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까타까타까타까타..' 뭔가 간질이는 듯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다가 기사가 에어 브레이크를 조작해서 '취익~~!' 하고 나면 까타까타 소리가 없어지고 일반적인 웅웅웅웅~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버스건 트럭이건 대형 차량은 소형차와 달리 축축 췩췩 소리를 달고 지내는데, 이건 브레이크가 액이 아닌 압축 공기 기반이기 때문이다. 왜 저렇게 간질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건 공기 압축기의 동작과 관계가 있긴 해 보인다.

버스나 열차 같은 대형 여객 교통수단들은 문도 자동문인데, 걔들도 압축 공기 기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거나 닫힐 때 우리에게 익숙한 취익~ 소리가 난다. 뭐,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옛날에 비해서는 그런 시끄러운 소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평소에 문이 열리지 않도록 문을 꽉 잡고 있는 게 압축 공기인데.. 그 동일한 매체와 동일한 원리가 차량 자체를 서게 하고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는 용도로도 쓰인다는 게 핵심이다.

그나저나 저 까타까타 소리는 시내버스에서만 유난히 자주 들은 것 같다. 똑같이 멈춰 서 있어도 격이 더 높은 광역/고속버스 같은 데서는 별로 못 들어 봤다.

3.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

전쟁터에서 포탄이나 항공 폭탄이 떨어질 때 '피유우우우웅' 휘파람 소리는.. 그 탄두가 바람을 가르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그건 영화나 게임에서만 일부러 과장 연출을 위해 넣은 100% 허구의 존재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옛날에, 대략 2차 대전 정도의 시절에는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겁을 주기 위해서 쏘는 쪽에서 일부러 그런 음향 장치를 장착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한다. "으악 또 공포의 피유유웅 소리!!! 어서 피해!!" 이런 식의 트라우마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미사일도 요격하는 시대인데 저렇게 친절하게 "나 날아간다" 티를 내는 장치를 포탄에다가 장착하는 일은 없다. 적군은 그냥 어디서 언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포탄을 맞고 비명횡사할 뿐이다.
무기 기술이 발달할수록 옛날처럼 자신을 적에게 가까이 드러내고 노출시키면서 싸우는 건 없어지는 법이다. 군인과 무인의 차이는 갈수록 커진다.

4. 비행기 소리

비행기의 터빈 내지 제트 엔진은 자동차의 왕복 엔진(붕붕붕 털털털)과는 소리가 많이 다르다.
1950년대에 제트기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는 이것도 굉장히 신기하고 인상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에 제트기가 쌕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을 정도였다.

육상 교통수단 중에도 탱크는 왕복 엔진이 아닌 가스 터빈의 일종인 터보샤프트 엔진 기반인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탱크의 엔진 소리도 여느 중장비나 건설 기계의 소리와는 달라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음으로.. 초음속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면서 내는 충격파 소리인 소닉붐은 말 그대로 폭음이다. 화약 같은 걸 터뜨리지 않고 물체가 유체 안에서 고속으로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쾅 소리가 난다는 게 신기하다.

육지의 적을 비살상 제압을 할 필요가 있을 때 전투기를 비교적 저공에서 초음속 비행시켜서 이 소리를 들려주는 전술이 쓰인다. 이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군인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기 때문이다. 이건 대포 소리로도 오인하기에 손색이 없는 엄청난 폭음이다.

5. 나머지

그 밖에 내가 직접 들어 본 적이 없고 정체가 궁금한 소리로는 이런 게 있다.

  • 강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먼저 발생한다는 굉음: "우르르릉~ 쾅" 천둥 소리가 하늘이 아니라 지하에서 지층이 깨지면서 난댄다.
  • 고압 송전선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이상한 소리: 따다다다닥, 혹은 웅웅~윙윙윙?? 교류 전기는 혼자 곱게 흘러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면서 주변에 온갖 영향을 끼치는가 보다. 다만, 과격 환경 운동꾼들이 현상을 왜곡· 과장하는 것도 있다.

영화나 게임에서 전기 지지미 무기를 사용할 때, 혹은 누구를 전기 고문할 때 흘러나오는 '지지지직' 소리는 아무래도 왜곡 과장이 좀 있을 것이다. 영화· 게임에서의 총포 소리는 실제 총포 소리보다 반대로 훨씬 더 부드럽게 축소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24 08:35 2021/08/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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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S1TPT 2021/08/25 23:21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정말 이것저것 신기한 소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몇몇 소음은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더군요 ^^
    직접 들어본 소리는 아니지만, 폭탄의 경우 어느 현직 군인이 말하기로는 공기를 찢는 듯한(??이익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하더군요. 폭격을 할 때 쓰는 폭탄이 그렇다고 하던데, 실제로 들으면 정말 소름이 쫙 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소음은 잘 모르겠지만, 자동차 부분과 전기 부분은 어느 정도는 알아서 몇 줄 적어봅니다.

    자동차의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후진은 원리가 조금 다른데, 수동변속기를 설명드리면 전진 기어는 모두 헬리컬 기어를 쓰지만, 후진에는 평기어를 씁니다. 헬리컬 기어는 톱니가 평기어와 다르게 비스듬하게 있어 톱니끼리 맞물리는 동작이 단계적으로 일어나고 부드럽습니다. 대신 가격이 비싸고 기어를 넣었다 뺐다 하기가 어렵습니다. 전진 기어는 계속 맞물려 돌아가도록 되어있어 기어를 직접 뺐다 넣었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후진 기어는 입력 축 기어와 출력 축 기어 사이에 아이들 기어를 직접 넣었다 뺐다 하기 때문에 기어를 빼고 끼우기 쉬운 평기어를 씁니다. 앞으로 가고 있는데 후진에 넣으려고 하면 기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죠. 평기어는 톱니가 맞물릴 때 소음이 크고 동작이 좀 덜 부드러운데, 후진할 때 나는 위이이잉 웨에엥 하는 소리는 이 평기어의 톱니들이 돌아가면서 맞물리거나 할 때 서로 부딪힐 때 나는 소리입니다.
    자동변속기(토크 컨버터를 쓰는)는 유성 기어를 쓰기 때문에 클러치가 여러개 있는데, 특정한 조합으로 클러치들을 물리면 출력축의 회전 방향이 입력축의 회전 방향과 반대가 되어 후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변속기 차량은 원래 후진할 때 소음이 안나는게 정상이긴 합니다(예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자동차는 후진할 때 소음이 안납니다).
    경주차들에 들어가는 시퀀셜 변속기에는 보통 전진 기어에도 평기어가 들어가는데, 보통 자동차의 후진 소음과 다르게 아주 강렬한 소음을 자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gEa8rFvEzg ← BMW Z4 GT3 차량의 영상인데, 시퀀셜 변속기의 소리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특고압 송전선은 피복이 없는 전선을 쓰는 것도 있고, 송전을 할 때 쓰는 가장 높은 전압이 765,000V일 정도로 전압이 높다보니 저압 전기보다 훨씬 절연 파괴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절연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코로나 방전(심하면 아크 방전)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지지직, 부우우웅 하는 소음이 들리게 됩니다. 치지지지직 하는 소리를 계속 내기도 하니 소음 공해도 꽤 있겠죠. 또 교류 전기는 자기력에 의한 진동 소음, 전자력으로 인한 진동 소음 따위를 낼 수 있는데, 그래서 가정에서 쓰는 변압기를 비롯한 여러 전기기기에서도 부우우웅...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나 미국은 120Hz(전원 주파수의 2배)를 기저 주파수로 하는 고조파 성분의 소음을 들을 수 있는데, 50Hz 전원을 쓰는 나라들은 고조파의 주파수가 낮아져서 더 낮은 부우웅 거리는 소음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렌지에서 나는 부우웅... 하는 소리가 전력계통에서 나는 것인데, 50Hz 전원을 쓰는 나라에서 전자렌지를 돌려보면 우리나라에서 쓰는 전자렌지보다 소리가 더 낮습니다.

    사족으로, 고압 변압기 중에 테슬라 코일이라는 물건이 있는데, 테슬라 코일에 변조 회로를 넣는다거나, 일정 주파수만큼 방전을 하게 하면 고압 방전으로 음악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소음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셈이네요. 관심 있으시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fstnVzw7Vbw 이 영상도 한 번 보세요. 예전에 비슷한 물건을 하나 만들어서 가지고 있었는데, 전력 계통이 완전히 맛이 가버려서 버려버리고 말았었죠 ^^;;

    1. 사무엘 2021/08/26 11:47 # M/D Permalink

      오오~~ 여러 부연 설명과 추가 정보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글자판뿐만 아니라 관심분야가 다양하시군요. ^^
      저도 링크들 다 살펴보고 관련 정보를 더 검색해 보고는 답글을 드립니다.

      - 요즘은 승용차에 자동 변속기가 아닌 차가 없지요. 그런데 제 차는.. 후진 상태에서 악셀을 좀 밟으면 전진과는 완전히 같지 않은 웨에엥 소리가 여전히 곁들어져 들렸던 것 같습니다. ^^
      물론 아무 페달도 밟지 않은 최소 회전수 크리핑일 때는 후진도 전진과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 경주용 차의 기어 소리는 아주 인상적이네요. 움직이는 자동차에서는 엔진 폭발음, 바퀴 구르는 소리, 바람 가르는 소리만 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전기가 흐르면서 나는 소음도요.. 아 전자레인지에서 나는 소음조차 전압이 같아도 60hz와 50hz에서는 서로 차이가 나겠군요.. 교류/직류는 거의 휘발유와 디젤의 차이이겠지만 같은 전압에서 주파수의 차이는 무슨 일반/고급이나 유연/무연 휘발유의 차이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재미있네요~!
      아무쪼록 비슷한 소재의 글이 올라오면 앞으로도 더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2. DS1TPT 2021/08/26 19:01 # M/D Reply Permalink

    ㅎㅎ 전기도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전기가 전공이라서... 60Hz에서만 쓸 수 있는 기기를 50Hz 전기에 물리면 단순한 기기라면 힘이 딸린다거나 하고, 정밀 기기라면 좀 문제가 될 수 있죠. 반대로 하면 과부하로 불꽃놀이를 할 수 있고요 ^^;; 이걸 모르고 대충 꽂았다가 화재를 일으킨 사람들도 있으니, 전기 제품을 직구하거나 해외 여행가서 우리나라 전기제품을 쓰고자 할 때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다행히 요즘 휴대폰 충전기같은 작은 물건은 프리볼트로 나와서 110/220V, 50/60Hz 가리지 않게 만들고 있기는 하네요. 나중에도 전기에 관련해서는 아는 선에서 여러가지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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