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조직에 대해서

1.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학교나 기업이 아니고 종교도 아닌 무슨무슨 협회, 사회 단체 시민 단체들 말이다. 이런 걸 법에서는 법인이라고 부른다. 성경에서 말하는 '자연인'은 구원받지 못하고 본성에만 속한 사람을 말하는 반면, 법에서 말하는 '자연인'은 저런 법인의 반의어로서 단체· 조직이 아니라 생물학적 사람 개인을 뜻한다.

그런데 법인들이 다 같은 게 아니어서 어떤 건 사단법인이고 어떤 건 재단법인이다.
수십 년 전 철도청 시절에 열차 안에서 간식 카트를 굴리던 ‘홍익회’야 아무래도 퇴직· 상이 철도 종사자들의 재취업 알선과 복지가 목적이니 재단인 듯하고.. 지금은 존재는 하는지 모르겠다. ㅡ,.ㅡ;;

도산 안 창호 선생이 설립했고 지금도 살아 있다고는 하는 흥사단은.. ‘사단’으로 끝나서 그런지 사단법인이다. ㅋㅋㅋ
내가 학창 시절에 관심을 가졌던 한글 한국어 관련 단체 중에서는.. 세종대왕 기념 사업회는 사단법인이라고 일찌감치 대놓고 적혀 있었다.

그 반면, 한글학회는 의외로 재단법인이다. 한글재단이라는 단체가 따로 있었기 때문에 학회는 사단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니군. 둘 다 재단법인이고 인터넷 사이트만 hangeul.or.kr과 hangul.or.kr로 미묘하게 달랐다.
그러고 보니 2004년 초에 한글 학회 회장이던 허 웅 선생이, 그 해 말엔 한글 재단 이사장이었던 한 갑수 선생이 나란히 별세했다. 그때 그쪽 업계는 굉장히 슬픈 분위기였었다.

컴퓨터 쪽이야 곧바로 떠오르는 자유 소프트웨어 foundation... 머시기는 재단법인이다.
법과 제도를 검색해 보면 사단법인은 사람이 중심이고 영리와 비영리가 모두 존재 가능한 반면, 재단법인은 재산이 중심이고 비영리로만 존재 가능하댄다. 그 밖에 이사회가 있느냐, 설립자에 의해 임의 해산이 가능하냐 그런 차이가 있는데..
그 단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돌아가는 차이를 모르겠다. 운영하고 직원들 월급 주는 방식이라든가 세금 매기는 방식이나 다른 거겠지?

진짜 뜬금없는 개드립 갖다붙이기인 거 알지만.. 이거 뭐 옛날 컴퓨터에 있었던 직렬 포트와 병렬 포트, 네트워크 TCP 패킷과 UDP 패킷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ㅡ,.ㅡ;;

2. 조직의 운영

어지간한 조직들은 그 조직을 대표하고 조직의 실제 임무를 총괄하고 지휘하는 우두머리가 있는가 하면, 그 안에서 구성원들을 조율하고 여러 행정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우두머리가 있다.
그 개념이 병원에서는 원장 의사와 수간호사, 군대에서는 중대장과 행보관(궁극적으로는 장교와 부사관), 학교에서는 교장과 교감, 교회에서는 목사와 집사, 선박에서는 선장과 기관장(또는 객실 승무원 사무장)으로 실현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조직의 크기가 작거나 사람이 짬과 계급이 낮고 전문성이 덜할 때는 한 대표가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 그러나 조직 규모가 커지고 세분화· 전문화되면 한쪽 대표가 다른 쪽 대표의 역할을 대체하기가 난감해지고 분업이 필요해진다.

항공법에 따르면 대형 여객기는 승객 50인마다 1명꼴로 객실 승무원을 둬야 한다고 어디선가 봤다.
그런데 교회에서도 집사는 대예배 최대 출석 인원 기준으로 50명마다 1명꼴로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3. 조직의 과거

(1) 현재 일본 항공(JAL)의 CI는 빨간 학인데.. 얘는 1958년에 제정했던 옛날 CI이다. 2000년대 초에 잠시 CI를 바꿨다가 2011년에 옛날 것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글쎄, 우리나라 대한 항공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유난히 사고가 잦아서 2000년대 초부터 경영 혁신을 감행했던 적이 있다. 이웃 JAL은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2000년대 중후반에 경영 실적이 많이 악화됐던 것 같다. 심지어 승무원들이 자사 유니폼을 헐값에 처분한 게 굴러다닐 정도였다고 하니..

그래서 쟤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자, 허리띠 졸라매자, 우리 리즈 시절을 기억하자" 차원에서 옛날 CI로 복고한 것 같다.
대한 항공이야 1983년 007 피격의 트라우마 때문에 옛날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폐기했다. 지금의 하늘색 도색도 그 일 이후에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로고타입만은 옛날 안티크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는 듯하다.

(2) 한편, 우리나라 국정원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원훈을 수 년 주기로 자주 바꾸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정권의 입김을 많이 타는 부서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랬는데 2022년에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 옛날 1960년대 중앙정보부의 원훈을 다시 채택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유명한 문구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말이다. 일본항공의 사례와 국정원의 사례가 서로 뭔가 비슷한 것 같다.

여담이지만, 지난 2008년부터 2010년대 초까지는 국정원 원훈이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었던 적이 있다.
글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수정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국정원이 무슨 대학교나 종교 단체도 아니고 '진리'보다는 '진실'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야 병식아, 진실의 방으로"처럼 말이다. ㄲㄲㄲㄲ
성경적으로는 진리는 자유뿐만 아니라 사랑과도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4. 조직의 흑역사

(1) 현대 일본은 '자위대'라고 군대나 다름없는 조직을 버젓이 보유하고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의 원죄 흑역사 때문에 '일본군'이라는 말은 차마 못 붙이고 있다. 헌법 차원에서 정규군의 보유가 금지되었다.

얘들은 무슨 위장조차 안 하고 파란 전투복에 흰 탱크 몰고 다니는 UN 평화유지군 같은 처지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뭔가 다른 방식으로 여느 정규군에 비해 큰 제약을 받는다.
오로지 선빵 맞고 침략을 당한 뒤에야 반격할 수 있고 오로지 자국 내에서의 방어만 가능하다. 침략 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무기 수출도 안 되기 때문에 자국에서 생산한 무기는 내수로만 다 소모해야 한다. 외국에 파병도 못 보낸다.

(2) 우리나라 '삼성 물산 건설 부문'도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_-;; 엄연한 건축 건설 회사이지만 30여 년 전에 너무 크게 사고 쳤던 흑역사 때문인지 국민 정서상 '삼성 건설'이라는 이름을 아직까지도 못 붙이고 있다. (경부선 철길 노반을 제멋대로 파헤치다가 열차를 통째로 전복시켰던.. -_-)

씨 프린스 호, 서해 훼리 호, 세월호, 남영호, 무슨무슨 호 등.. 어지간한 해양 사건 사고들의 명칭에는 사고를 낸 배 이름이 꼭꼭 붙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만 지역명만 붙고 선박이나 사고 주체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당시에 배후에서 언론 통제가 빡세게 되긴 했던 모양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5 08:35 2023/10/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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