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외형과 인상

1. 복장

사람은 말이나 글을 동원할 필요 없이, 자신의 복장만으로 주변에 무언의 메시지를 어느 정도 전할 수 있고 주변 분위기에 부응할 수도 있다. 이런 게 사회 관습이 되면 드레스 코드라는 일종의 매너로 발전한다.

장례식 때 온통 검은색 옷을 입는 거,
결혼식 때 신부가 물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지만 그렇다고 여느 파티처럼 한없이 현란하고 화려하고 컬러풀한 옷을 입지는 않는 거..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기는 하되, 한편으로 너는 이제 평생 한 남자하고만 즐겨야 한다!!)
이런 게 다 유래와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하다못해 옛날에 죄수의 목을 치던 사형 집행인 말이다.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판이 썩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망나니라고 해서 대놓고 개차반인 사람이 술 취한 상태로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형 집행인이 연미복? 턱시도?를 깔끔하게 잘~~ 차려 입고.. 목을 칠 때는 치더라도 사형수를 개인적으로 대면할 때는 아주 공손하고 댄디하고 따뜻 정중하게 대한 경우가 있었다. 특히 단두대가 발명된 뒤부터 말이다.

이런 점에서 옷차림은 음악과도 비슷한 면모가 있는 것 같다. 데모 투쟁 이러는 데서 샤방샤방 조용한 음악을 틀지는 않을 것이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는 와중에 찬송가를 틀면 틀지, 디스코 댄스곡이나 락 헤비메탈을 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옷차림과 음악 모두 mood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들이 mood를 결정하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 영화 안젤리크(2013)에서는..
여주인공이 페락 백작과 정략 결혼 당하는 게 싫어서 결혼식 당일에 까만 승마복을 입고 입장했다.;;;
신랑이 빨간 드레스를 챙겨 줬지만, 신부는 그걸 무시하고 결혼식 날 거의 남장에 가까운 복장을 하고 들어왔다. 이 남자와 결혼하기 싫다는 소극적인 저항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대로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어느 자매님은.. 과거에 침례식 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왔었다고 한다~!
한때 세상적으로 완전 잘 나가고 잘 놀던 분이었는데, 뒤늦게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서 그 기절로 열혈 크리스천이 됐다.
믿음 고백하고 침례받는 날은 그야말로 자기 인생 최고의 기념일이기 때문에 그 느낌을 저런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었다고.. ㅋㅋ 교회 사람들은 당연히 눈이 휘둥그레졌었다고 한다. ㅡ,.ㅡ;;

으음. 빨간 드레스가 참 강렬하게 와 닿는다. ^^
옛날에 탈옥수 신 창원이 체포됐을 땐 그 당시에 그가 입고 있었던 컬러풀한 옷이 같이 큰 주목을 받았다.
요 몇 달 전엔 어떤 갑부 아줌마가 걸출한 입담으로 대한민국 최대의 도파민 분비 기자회견을 했을 때 역시.. 당사자가 입고 있었던 캐주얼한 옷이 왕창 주목받고 옷도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보석이 12종이나 콕콕 박혀 있던 구약 이스라엘 제사장들의 복장도 정말 왕창 튀지 않았을까? 주변 이방 민족 이방 종교들 성직자하고는 완전히 다른 인상이었지 싶다.

2. 대머리

세상에 그 어떤 논쟁도 바로 셧다운 시키고 상대방을 입 다물게 만들고, 그 어떤 화기애애한 대화도 갑분싸 시킬 수 있는 치트키가 바로.. "하지만 넌 대머리잖아"..;; 라고 한다.
뭐 농반진반으로 하는 말이겠지. ㄲㄲㄲㄲㄲㄲ 저건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원천봉쇄의 오류 중 하나이다.

헤어 스타일은 사람의 얼굴 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의상 만만찮게 사람의 외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남자보다도 여자에게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 사람들은 자기 머리카락이 멀쩡히 있는데도 가발을 많이 썼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굳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말이다. 서양에서 법조인이나 고관대작 남자들이 쓴 가발은 유명하다.

허나, 그 반대급부로 탈모· 대머리는.. 그 사람의 생명 유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능, 인격, 팔다리 피지컬과도 추호도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막대한 스트레스와 멘탈 대미지를 야기하곤 했다.
현대 의학으로도 피를 100% 똑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그것처럼 빠진 털을 다시 돋아나게 하지는 못한다. 탈모는 기본적으로 불치병이다.

먹기만 하면 대머리 정수리에서 검은 머리털이 숭숭 돋아나는 탈모 치료약을 만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억만장자가 될 텐데.. 약이 아니면 치료 시술로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없는 생명을 새로 만드는 것과 동급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떤 질병이나 부상이 정말 불가피하고 심각한 건지를 따져보는 잣대가 둘 있는데, (1) 건강보험이 적용되냐, (2) 그걸로 군대를 빠질 수 있느냐 이다.
단순히 노화나 유전으로 인한 탈모는 보다시피 치료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건보 열외이다. 그러나 지루성 피부염이나 스트레스 같은 질병으로 인한 탈모의 치료는 건보 적용 대상이다.
(탈모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더 진행되고.. 악순환인 건가. ㅡ,.ㅡ)

그리고 머리털 정도를 넘어서 눈썹 포함 몸의 털들이 싸그리 다 빠지고 최근 1년 동안 치료를 해도 아무 차도가 없는 극단적인 범발성 탈모는... 군대에서도 5급으로 처분한다고 한다.
뛰고 구르고 방아쇠 당기는 데는 지장이 없을지라도, 동료 병사들한테 심각한 비주얼 테러를 야기하는 건 군 사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_-;;; 그게 아니라 20대에 벌써 정수리만 살짝 벗겨지는 정도로는 현역 처분이다.

성경의 레위기 13장은 부정 vs 정결 판별 요령으로 가득한데 40절은 이렇다. "머리털이 빠진 사람은 대머리이다. 허나 그는 정결하다"
주변 문맥을 같이 보면, 쉽게 말해서 "대머리인 것 자체만으로 부정한 건 아니다" 이런 뉘앙스이다. ㄲㄲㄲㄲㄲㄲ
이건 노화와 함께 뒤따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특별히 격리 처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왕하 2:23에 나오는 초글링 개떼들의 "대머리야 올라가라, 대머리야 올라가라 ㅋㅋㅋㅋㅋㅋ" 조롱은 정말 전설적인 일화이다.
대머리가 놀림감이었다는 게 무려 성경에 기록돼 있을 정도니까.
빡친 엘리사 당사자의 저주 한 마디에 저 애들 40여 명이 곰의 습격을 받아서 사망· 중상 떼죽음을 당했다.
물론 겨우 개인적인 대머리 조롱 때문은 아니고 신성모독적인 배경 때문에 피바다 징벌이 임했던 것일 거다.

3. 무력· 폭력

이건 사람이 몸에 걸치고 있는 것 말고, 손에 든 도구를 이용해서 외형과 인상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다. -_-;;

  • 말을 공손하게 댄디하게 하되, 손에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서 그리해라. 그러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 친절한 말보다는 친절한 말과 총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 알 카포네 (미국 마피아 두목)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가리를 한 대 쳐맞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권투 선수)
  •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 마오 쩌둥 (중국 초대 주석)

이래서 인간 사는 곳에는 폭력이 끊이질 않으며, 사회가 법과 공권력이란 게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가 보다.
저기서 말하는 친절하고 공손하고 댄디한 건 앞서 소개했던 서양의 사형 집행인이 예의 차리는 것하고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_-;;

4. 마네킹

우리 주변에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처럼 생긴 '물건'이 있다. 대표적으로 마네킹.. 백화점을 비롯해 옷 가게에서 옷을 착용한 모습을 preview 시켜 주는 몸빵 셔틀이다.

옛날에는 마네킹이 살색에다 가발도 씌워져 있어서 사람과 꽤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물건이 사람과 어설프게 많이 닮아 있으면.. 그건 사람에게 거부감과 공포심을 유발하기 쉽다. 시체 토막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네킹 공장이나 창고를 배경으로 괴담· 호러물이 한둘 만들어진 게 아니다. ㄲㄲㄲㄲ

그렇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의 마네킹은 말 그대로 몸빵 기능에만 충실해서 색깔은 하얗고 이목구비는 단순해지거나 아예 생략해 버리고, 머리카락도 없고.. 옛날 마네킹에 비해 기하학적으로 훨씬 더 단순한 모습이 됐다. 사람의 체형 체구만 흉내 낼 뿐, 그 이상 사람과 비슷한 면모는 깔끔하게 없앤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네.. 마네킹의 디자인 컨셉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자동차 충돌 실험용으로 쓰이는 '더미'는 마네킹의 탈을 쓴 기계에 가까운 비싼 물건이다.
글쎄, 미대생들을 위한 데생 실습용 인체 석고상은 여전히 실제 사람과 비슷한 모양이어야겠지만 색깔까지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색깔까지 재현해야 되면 아예 누드 모델을 쓰고 말지..)

그것 말고.. 리얼돌...??? 하아 이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대놓고 기계를 표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진짜로 인간을 닮은 물건이 개발될 일이 있을지, 그런 걸 만들 필요나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5. 그림자

끝으로.. 사람 그 자체 말고 사람의 그림자만으로 이런 기발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참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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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토 각하께서는 뼛속까지 호색한 색마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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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장애인 제조기입니다! (심지어 아예 뇌사 장기 기증자 제조기, 과부 제조기라는 극언까지..)
뾰족한 사람 발등 그림자만 편파적으로 촬영해서 폭행· 협박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놓은 그림도 있던데.. 뭐 그런 식이다.
아이고.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에서 시작해서 이야기가 좀 밖으로 샜나? 아무튼 오늘도 여러 생각을 늘어놓게 됐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7/22 08:35 2024/07/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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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세카이 2024/09/15 23:15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교과서적으로 흔히들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세상 돌아가는 건 전혀 그렇지 않죠
    그런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죠

    1st,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당장 겉으로 보이는 거 밖에 없죠
    오랜 시간을 같이 시간을 보낸 경우가 아니라면 "정보의 부족" 상황에서 어떻게든 빨리 판단해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할 경우도 많으니

    2nd, 각 개별적인 사건, 각 사람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하지만 그런 사건, 사람이 수십명, 수십가지 이상이 되어버리면 그걸 판단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보면 "판단해야 할 정보의 양이 너무 많고" 그 많은 걸 그런 요소들은 하나하나 다 세밀하게 판단하기에는 자원이 유한하다는 거에요 어느 정도 필터링하는 게 필요하겠죠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인맥이나 지방대생보다는 명문대생을 뽑죠 조건이 비슷하다면요
    사실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을 고를려면 그냥 다 직접 일을 시켜보면 되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사장 입장에서는 시간도 돈도 부족하기에
    통계적으로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쪽에 찍어야겠죠

    3rd, 진짜 성실하고 정직하고 좋은 사람이라면 겉모습도 그렇게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거죠
    링컨이 그랬잖아요 나이가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만약에 어떤 사업가가 투자자를 만나러 가는데
    슬리퍼를 신고 가고 "옷차림이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내 사업 아이템이지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이걸 몰라주는 다른 사람들이 잘못된 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제정신이 아닌 거겠죠

    근데 양아치들을 보면 항상 몸에 문신이 있드라고요
    문신이라는 게 피부를 바늘로 찔러서 잉크를 새기는 거잖아요
    피부에 잉크가 새겨져있다고 그게 어떤 화학반응을 해서 호르몬에 영향을 준다든지? 스테로이드 약물처럼 공격성을 증가시켜서 준법정신을 약하게 만든다든지? 그러지는 않을 텐데
    부산 돌려차기남이나 강서구 피씨방 살인사건이었나요?
    그런 범죄를 일으키는 양아치들은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꼭 몸에 문신이 있드라고요
    문신이랑 양아치력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모르겠네요

    반대로 사기꾼들은 사람들을 속여야 하기에
    깔끔한 양복과 고급차로 겉모습만 좋아보이게 하겠죠

    재판장에서 피고인이 순해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뿔테 안경을 쓴다든지 그런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독일의 나치 군복은 실용성만이 아니라 일부로 멋있어 보이게 제작했다고 해요 히틀러가 선전 선동의 대가였으니까요

    군대에서는 견장이나 계급표를 전투전에 다 때어낸다고 해요
    지휘관이면 저격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옷 입는 스타일에서도 사람 성격이 나오죠

    1. 사무엘 2024/09/19 19:32 # M/D Permalink

      네, 저도 말씀하신 모든 사항들에 지극히 공감합니다.
      외모(껍데기)와 실제 능력(내용)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을지라도 현실적으로 상관관계는 있거든요.
      외모가 부당한 편견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 만약에 어떤 사업가가 투자자를 만나러 가는데 슬리퍼를 신고 가고 "옷차림이 중요한 게 아니지"
      이 비유는.. 거 참 교회 예배 참석할 때의 복장에다가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교도소 같은 진짜 인외마경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문신이 필수라고 그러지요.
      쎄고 험악하게 보이도록 인상을 개조하지 않으면 남색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_-
      난징 대학살 당시에 여성들이 겁탈을 당하지 않으려고 무조건 머리카락을 싹 밀고 여자처럼 보이지 않게 한 것의 강화 버전 같습니다.

      똑같이 전범국이지만 독일군 SS 군복이 일본군 군복보다야 훨씬 더 멋있었다는 건 팩트이구요.
      옛날에 울나라 박 정희 대통령의 경호실장이었던 차 지철이 그 군복을 참고해서 경비대 군복을 만들기도 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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