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과 오른쪽은 교통 시설 분야에서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이라는 개념 차이를 만들어냈다. 그럼 앞과 뒤의 차이는 어떨까?
굳이 물리적인 앞과 뒤를 의미하는 게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음과 같은 예들이 떠오른다.
1. 글에서: 두괄식과 미괄식
이건 뭐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시간에 배우는 개념이다.
핵심 결론을 먼저 말하는 두괄식은 구조가 명확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업무적인 글에 적합하다. 직장에서 상사, 또는 군대에서 상관에게 뭘 보고를 하는 중인데 "응응 나머지는 됐고.. 그래서 결론이 뭔데? 지금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이런 반응을 자꾸 받아서는 곤란할 테니 말이다.
미괄식은 저런 두괄식과 달리, 글의 배경이나 논거를 먼저 제시하고 나서.. 쉽게 말해 떡밥부터 던지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나중에 결론을 말하는 방식이다. 논설문이나 문학 작품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그럼 논문은 어떤 범주에 속할까?
글 자체는 서론 본론 다음에 결론이니까 미괄식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초록'이라는 게 있어서 필요에 따라 두괄식의 장점도 땄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에 예고편, 유튜브 영상에 썸네일이 있다면 논문에는 초록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초록은 영화로 치면 스포일러까지 그대로 들어있는 '더 정직한 요약문'이고, 예고편은 광고에 가까운 요약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논문 초록은 스포일러가 있어야만 하고 그게 정상인 반면.. 영화 예고편은 스포일러가 대놓고 너무 많이 있으면 역효과가 날 테니 말이다.
2. 신학에서: 전천년주의-후천년주의
성경을 믿는다면서 계시록 20장을 도대체 어떻게 생까야 '전천년주의'가 아닌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
분명히 예수님이 '먼저' 와서 성도들과 함께 1000년을 통치한다고 쓰여 있는데, 그걸 어떻게 정반대로 뒤집지..??
계시록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난해한 내용이 많은 책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쓰여 있는 내용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중간에 흰 말 붉은 말이 어떻고 나팔이나 호리병이니 괴물 메뚜기, 짐승 위의 음녀 그딴 것들 디테일은 기억 안 나는데.. 끝에 결말부를 보니 예수님이 백마 타고 오셔서 악의 무리들을 다 끝장내고 성도들과 함께 천 년간 통치한다더라."
이런 결론이 나야 계시록을 그나마 제대로 읽은 거다! 마치 욥기를 중간의 길고 장황한 논쟁 디테일은 까먹더라도 시작과 결말부만이라도 정확히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맨 처음에 왜 무슨 의도와 목적으로 무/후천년주의라는 걸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는 예전부터 거듭 말했지만, 창조과학회에서 창세기 1장 문자적인 24시간 6일을 주장하는 그 노력의 절반, 아니 10%만이라도 써서 계시록 20장의 1천 년도 문자적으로 주장해 줬으면 좋겠다.;;
3. 승용차에서: 구동축의 위치 전륜-후륜
일정 배기량 이하의 작은 승용차라면 전륜구동이 더 효율적이고 좋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전륜이 후륜보다 만들기 더 어려웠다.
그러니 1970년대 초창기 국산 승용차인 현대 포니, 기아 브리사는 1500cc도 안 되는 작은 크기 주제에 후륜구동이었다.
그런데 프랑스는 1770년대 퀴뇨의 증기차부터가 전륜구동 삼륜차였고, 1930년대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도 최초의 전륜구동 승용차였다. (벤츠 모터바겐과는 달리..!) 프랑스가 예로부터 전륜구동 자동차에 뭔가 진심이었던 것 같다.
전륜구동은 타이어의 조향 공간 확보나 접지력 확보 같은 이유로 인해, 앞바퀴가 전방의 엔진룸에서는 최대한 뒤쪽에 배치되는 편이다. 즉, 앞바퀴 펜더가 앞좌석 도어와 바짝 가까이 붙어 있다. 그 반면, 후륜구동은 그런 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앞바퀴는 말 그대로 최대한 앞쪽에 붙는다.
전륜구동인데도 앞바퀴가 앞쪽에 붙어 있는 차량, 혹은 심지어 전륜구동이면서 V형도 아닌 직렬 6기통을 구현했다는 차량은 엔진이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건 전륜구동 중에서는 약간 변칙(?)에 속한다.
4. 버스에서 엔진의 위치: 프론트 엔진-리어 엔진
먼 옛날에는 버스와 트럭의 구조적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트럭 짐받이나 트레일러를 개조해서 그대로 버스처럼 운용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버스는 트럭과는 다른 고유한 방식으로 변모하고 발전했다.
대형 트럭은 운전석이 엄청 높다. 그래서 주변에 사각지대가 많으며, 운전사가 타고 내리는 것도 거의 등산 수준이다. 그 반면, 대형 버스는 그 자체에 비해 운전대가 아주 낮은 게 특징인데..
이건 크고 무거운 엔진을 뒤로 보낸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탑승 공간이 낮아진 덕분에 승객도 계단을 덜 오르면서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게 됐다. 또한, 짐칸 공간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리어 엔진 차량을 개발하는 건 동급의 트럭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것과 같았다.
버스의 입장에서 리어 엔진이 얼마나 좋았으면 심지어 중간에 한번 꺾이는 굴절버스조차도 통짜 리어 엔진으로 만든다.
맨 뒤에서 잭나이프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자세를 잘 잡으면서 앞의 두 바퀴를 굴리는 건 보통일이 아닐 텐데.. 우주왕복선이 자세를 잡는 것만큼이나 신기한 첨단 기술의 산물이다.
5. 총기에서 탄환을 넣는 위치: 전장식-후장식
그리고, 총기에서도 말이다.
총알을 넣는 위치와, 총알이 발사돼 나오는 위치가 다른 후장식 총기는 총기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 놓은 혁신적인 발명이었다.
총기의 자료구조를 스택에서 큐로 바꾸는 건데.. 결국 구멍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는 것이고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더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걸 실현함으로써 총신을 더 길게 만들 수 있고, 사수는 조준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안정적으로 사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탄피까지 발명되면서 드르르륵~ 연사가 가능해지고 기관총 같은 넘사벽 화기가 등장하게 됐다. 탄환의 궤적을 안정화시킨 '강선' 다음으로 위대한 발명이 탄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날은 거의 박격포 정도나 전장식을 고수하고 있다. 운용하는 방식이 여느 총포와는 다르기 때문에..
중기관총과 박격포는 보병의 개인화기 영역은 벗어나지만 그렇다고 포병은 아닌 그 사이의 무언가인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