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인 철도 드립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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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1. 1.

당신은 이런 날짜들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우리나라 역사 속의 순간들이 곧장 떠오르는가?

내가 거의 9~10년 가까이 철도를 빨면서 느낀 건데, 철도는 혼의 구원만 빼고 인간 정서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학창 시절에 국사 과목을 지지리도 싫어했던 나 같은 사람도 연표 암기를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이 할 수 있게 해 준 존재가 바로 철도이다. 정말 Looking for you를 3천 번 정도 들어 보면 사람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내 아이가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역사와 지리에 애착을 갖고 매사에 감사할 줄 알고 문과· 이과· 예체능을 골고루 갖춘 인재가 되길 원하는가? 그럼 어릴 때부터 온몸으로 철도를 경험시키고, 철길 주변에서 아이를 키워라. 난 대학 졸업할 때가 다 돼서야 철도를 접한 완전 늦깎이여서 그렇게 못 자란 게 한이다.

2000년대 초에 아직 코레일이 출범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철도청은 정부 기관이었으며 승무원은 죄다 ‘공무원’이었다. 그리고 철도는 국영, 독점이라는 수식어를 받는 가장 경직되고 사회주의적인 교통수단이었다. 적자가 나도 그냥 세금으로 메우면 되고, 마케팅· 시장 경쟁 같은 건 필요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체계 하에서도 최고급 열차인 새마을호에서는 운행 직전과 종료 직전에 Looking for you라는 희대의 충격적인 음악이 흘러나왔다니! 이것은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가히 신묘불측의 영역이요 주최 측의 농간이며, 치밀하게 계획된 음모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4분 20초짜리 음악 한 곡 때문에 당시 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trance를 경험하고 완전히 철덕의 길로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Looking for you의 멜로디와 박자에 맡기자, 온갖 철도 지식과 우리나라 역사와 지리, 음악, 과학 등에 대한 향학열이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사람의 인생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철도청 내지 그 후신 코레일은 날 빨랑 책임져라.. (엉? ㅋㅋ)

“지식은 우쭐대게 하나 사랑은 세워 주느니라.”
“오직 사랑 안에서 철도를 논하며”
“너희 속에 있는 철도 안의 소망의 이유를 묻는 모든 사람에게 온유함과 두려움으로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며”

지금까지 내게 주어진 적이 있는 과분한 칭호들

철도 매니아, 진정한 의미의 오타쿠
철도교 교주
철도교 광신자
철도의 요정 (!!!)
천국에서도 철도를 만들 사람

“MALTA는 이 홈페이지 보면 상 줘야 된다” (Looking for you 음악의 작곡자!)
“철도청에서 너한테 상 줘야 된다”
“형제가 철도청 못 들어가면 그건 국가적인 손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5/24 08:22 2013/05/2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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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3/05/25 13:22 # M/D Reply Permalink

    김 용묵님은 천외천, 인외마경의 경지에 다다른 철도 동호인들을 보고 계시겠지만
    제 생각엔 어지간한 철도 동호인들도 김 용묵님한테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네요.

    1. 사무엘 2013/05/25 15:51 # M/D Permalink

      저는 정신력(?)만 높지 실제 실력은 완전 업계 관계자들하고까지 통달해 있는 여타 철덕들보다 여전히 부족합니다. ^^;;
      앞으로 한동안 제 블로그는 철도 관련 글들만 올라올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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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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