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안보 관광 (2013/5/4) -- 下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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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준 선생 묘소의 비석은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표면이 닳아 있었는데 이곳이 허 준의 묘지라는 것은 꽤 어려운 계기를 통해서 알려졌다고 한다.
동의보감이 출간된 게 1611년이라고 하니 KJV 신자에게는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영국에서 흠정역 성경이 나온 동안 조선에서는 의학 서적이 만들어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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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소 주변의 언덕은 전원적이고 경치가 좋았다. 물론 주변에는 여전히 철조망(+지뢰밭?)이 둘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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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파주 적성면에 있는 영국군 전적비였다. 주변엔 공원도 있어서 산책하고 쉬기에 좋았다.
미국의 인지도에 밀려서 그렇지 영국은 6·25 때 미국 다음으로 많은 5만 6천여 명에 달하는 병력을 보내서 우리나라를 도왔던 국가이다.

특별히 이 전적비는 1951년 4월 22~25일 동안 이 일대에서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가 중공군에 맞서 임진강을 사수하고 아군이 후퇴할 시간을 번 것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그러나 글로스터 대대 자신은 중공군에게 포위당한 채, 652명 가운데 겨우 67명만 살아남는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영국의 '높으신 분'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말이 필요 없다.
닥치고 제일 먼저 여기 가서 참배부터 한 뒤 다른 볼일을 본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육해공 참모총장과 김 관진 국방부 장관의 이름으로 보내어진 화환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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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로를 정리하면 이렇다.
글자가 좀 작긴 하지만, 임진강 역과 일대의 임진각 관광지는 지도에서 4번이다.
그리고 도라 전망대가 3번, 제3 땅굴은 2번이다. 땅굴을 견학함으로써 우리는 비록 지하로나마 DMZ 구간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동그란 점선은 민통선이고, 더 이북으로 길쭉한 점선이 바로 남방 한계선이다.
허 준 선생 묘지는 24번이요, 영국군 전적비는 22번 근처에 있다. 이 지도 자체가 영국군 전적비 입구에 있는 것을 촬영한 것이다.
이런 귀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초청자분께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기왕 적성면까지 자차로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적군 묘지도 좀 들를까 했다.
국도 37호선을 타면서 근처를 분명 지나긴 했을 터이나 발견은 못 했다.

하긴, 이건 우리나라를 파괴하려 한 북한군과 중공군의 시신을 진짜 최소한의 예우만 해서 매장해 놓은 묘지이니,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필요도 없고 그 어떤 안내 표지판도 보이지 않았다. 묘비에 이름 같은 것도 당연히 없다.

결정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그 어떤 종북 간첩 불순분자 정치인도 여기 가서 참배를 했다거나, 이곳을 성역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자기 정체를 드러내는 병신짓을 한 적도 없다. (뭐, 적군 묘지를 띄워 줄 수는 없으니, 반대로 국립 현충원 참배가 부당한 강요라고 희대의 개드립을 날린 빨갱이 정치인은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의 소중함과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더욱 일깨우게 되었다.
또한 성경대로 믿는 크리스천과 종북 좌빨의 spirit은 역시 절대로 상호 공존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우리가 민통선 안에 들어가서 제한적으로나마 사진 찍고 실시간으로 SNS와 카톡으로 자기 근황까지 알리는 극한의 자유를 누리는 게 무엇 덕분이고 누구 덕분일까?
또한 공무원· 관료가 아니라 엔지니어· 발명가가 대접받고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과연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그런 사회 구조 덕분에 컴퓨터가 발명되고 인터넷이 뚫리고 페이스북, 스마트폰 같은 것들도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레알 넘사벽급 선진국이 맞다.)

그에 반해 북한은 어떤가?
북한은 전국을 드나드는 게 우리가 지금 민통선을 드나드는 것과 비슷한 절차이다. 평양 시민이 아니면 일반 평민들은 출입증 없이는 시· 도도 못 빠져나간다.

우리나라는 군대 현역 복무가 2년가량이고 예비군까지 합쳐야 10년 남짓이지만, 북한은 남자들의 현역 복무가 10년이어서 20대 중· 후반까지를 전부 군대에서 날린다. 예비군 소속은 사실상 직장에서 은퇴할 때까지(60대) 평생 가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전국민을 공권력으로 억압하고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군인(경찰도?)을 무진장 많이 뽑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대는 생산을 하는 게 아니라 세금을 소비만 하는 집단이다. 그러니 그런 대규모 군대를 돌아가게 하려면 주민들의 노동력을 무진장 착취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뼈빠지게 일하고도 근본적으로 굶주릴 수밖에 없다.

이렇듯, 북한의 비효율은 단순히 사유 재산을 부정하는 공산주의에서만 야기되는 게 아니다. 겨우 이념만이 문제였다면 북한도 중국이나 소련처럼 경제 시스템을 개방하고 주민들을 살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냥 무력 군사 도발에 분노하고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에 안타까워하기만 할 게 아니라, 이 모든 사건들의 배후에 있는 북한 수뇌부의 시스템과 대처 매뉴얼, 알고리즘이 본질적으로 정말 사악하기 그지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 노선이 지금까지 변한 게 없다는 점도 말이다. 이걸 놔 두고 무슨 미국이 경제 봉쇄를 해서 북한이 굶주리고 있다니, 개성 공단 폐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얼마니 하는 건 개가 웃고 소가 웃을 일이다.

이런 악한 국가가 6·25 시절처럼 정상적인 무력 기습으로는 우리나라를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으니 우리나라의 자유를 악용하여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고, 민족 자주 통일 드립을 치면서 안보관을 무너뜨리고, 북한을 띄울 건 없으니 반대로 남한을 비하하고 정체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민통선 패스를 갖고 계신 어르신은 역시 안보관과 사상에 관한 한은 말이 필요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보다 더하시더라. 정말 울분을 터뜨리면서 지난 종북 정권이 저지른 반역 행위를 비판하셨다. 개성 공단은 10년 공들인 탑이 아니라 10년간 앓던 충치에 더 가깝다는 말에 정말 공감이 갔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도 잘한 것만 있는 게 아니며 역사적으로 자신의 병크를 북풍으로 합리화한 것도 있다. 그러나 안보라는 건 대단히 위험하고 심각한 이슈로, 무슨 국내 치안처럼 “아홉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처럼 신사적으로만 진행해서는 곤란한 면모도 있다. 간첩 한 명만 칼같이 가려내고 단 한 명도 억울하지 않게 공권력을 집행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전에 아라크넹 님은 “원전을 없애자고 할 게 아니라 원전에 대한 필요를 없앨 생각을 해야 한다”라고 정곡을 찌른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지금보다 몇 배로 오른 기름값과 전기료를 감수하면서 무턱대고 원전을 없앨 참인가? 현실적인 변수를 고려하지는 않고 무작정 원전을 없애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말이다. 그런 것처럼 지금 우리는 정부 수사 기관이 종북 수사를 병신같이 한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종북 자체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더 시급한 때임이 틀림없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전툴루, 전땅크 각하는 잘 알다시피 퇴임 후에도 25년이 넘게 장수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최강의 호강을 누리는 중이다. 돈방석 위에 앉아 있으면서 세금 추징금도 안 내고, 훈장도 반납 안 하고, 전직 대통령 예우는 다 받고 있다. 내가 알기로 건강도 아직 좋고 팔팔하다.

리즈 시절에 제3 땅굴을 발견한 것 좋으며, 그리고 대통령 재임 기간에 사형 집행을 시원스럽게 잘 해 준 것도 분명 잘한 일이다. 그러나 퇴임 후의 모습은 좀 좋은 간증(?)이 못 되고 있고, 우리나라 정체성을 부정하는 나쁜놈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전땅크 각하에게 공개적으로 제안 드린다.
아예 대놓고 국가를 위해 악역을 자처해 줬으면 좋겠다. 십자가를 지고서 이왕 구겨진 이미지를 확실히 완전히 구기란 얘기다. -_-;;
저 사람이 그 배짱으로 광주 5.18 피해자들한테 사죄(?)를 할 리는 없으니, 사죄를 안 할 거면 차라리 우익 쪽에 힘을 실어 주는 소신 발언이나 계속 했으면 좋겠다.

“나한테 당해 보지도 않고서”라고 말할 배짱이 있으면, 차라리 그때 명령을 따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은 나라를 구한 사람들이라고, 팀킬 오발 사고 때문에 몇몇 광주 시민들이 불가피하게 희생된 건 애석한 일이라고... 심지어 5.18 때 북한 특수군이 쳐들어온 게 사실이기라도 하면 그것도 언급하라.
그게 사실이고 그 시절 자기 행동에 한 치의 후회도 없다면 그 소신이라도 정정당당하게 공개적으로 밝히란 말이다. 지 만원 박사 같은 사람이 기를 쓰고 주장하는 내용을 당사자가 직접 입증해 보아라.

전직 대통령이니 얼마나 철통같은 경호를 받고 있겠는가? 그런 말 아무리 해도 신변에 위협을 받을 일도 절대 없을 테고!
그것이 전땅크 각하가 그나마 마지막에 세금값 하는 인물로 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난 광주 5.18 사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어느 성향으로든 남을 설득해서 생각을 바꿔 놓을 정도의 단호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

뭐 그건 그렇고,
언제 또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경의선 쪽을 갔으니 다음 안보 관광은 철원 경원선 라인으로 갈 예정이다. 제2 땅굴, 노동당 청사, 백마고지/월정리 역, 금강산선 옛 철교 흔적 등 말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3/06/11 08:39 2013/06/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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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3/06/13 17:03 # M/D Reply Permalink

    전두환이라는 인간에게 그럴 만한 배짱이 있을 리 없죠. 게다가 없는 얘기를 만들어내서 악역을 자처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고 황장엽씨가 북한이 5.18을 파악한 시점에 이미 상황이 종료되어서 김일성이 아뿔싸 천기를 놓쳤구나 한탄했다고 말했는걸요. 따라서 북괴의 개입은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정간첩 한두명이나 뭐 사상적으로 경도된 대학생 몇몇 정도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거는 부마항쟁 같은 때에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리고 '정부에 대고 무슨 헛소리, 매도를 해도' 용서받을 정도로 자유가 확립된건 그 10년의 이른바 종북정권 시절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마 노무현 정권 시절에 그만치 대통령을 조롱거리로 삼지 않았더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렇게까지 욕을 먹지 않았을 거에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뭐 신성불가침 무소불위의 권력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깨달아 버렸기 때문에 점점 선을 넘어서 극단으로 달려간 것이죠. 저도 이전 정권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정말 맘에 들지 않습니다만 종북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냥 이쪽에서 성의를 보이면 쟤들도 변하지 않겠느냐 생각할 정도로 순진했을 뿐이죠.

    1. 사무엘 2013/06/13 20:30 # M/D Permalink

      의견 잘 봤습니다.
      1. 그러니 그 사람은 그건 만년 까일 수밖에 없죠..;; 실드를 쳐 줄 수 없다는 것 인정합니다.. ㅡ,.ㅡ;;

      2. 옛 지도자에 평가할 때 잘잘못에 대한 객관적 사실 다음으로, 잘못한 것이 악의 없는 정말 선의의 시행착오였냐 아니면 진짜 죄질이 나쁜 악행이냐 하는 견해가 갈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차라리 건국 초기나 6·25 때 정부가 저지른 잘못은 정말 피아식별도 안 되고 너무 위급하던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적개심까지 더해지니 불가피하게 어쩔 수 없이 벌어진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소위 친/종북 정권의 행적은?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살 만치 살고 북한에 대한 경험치도 충분히 쌓인 상태에서.. 악의 없는 시행착오였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저와는 다른 견해를 지닌 분들도 있겠죠. 이걸로 논쟁할 생각은 없구요.

      3. 이·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마치 창조-진화 논쟁이라면, 전 대통령이라든가 광주 사건에 대한 평가는 천동설-지동설이나 원창조-재창조 논쟁인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려나? 한 진영 안에서도 세부적인 견해가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뜻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도 저 역시 확고한 Y/N 결정만 없을 뿐이지 저의 의견 자체가 없는 건 아니랍니다.
      하지만, 그런 말 해서 얻는 이익보다 싸움· 논쟁 나고 잃는 게 더 크니까 수지가 안 맞아서 안 하지요. 좀 더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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