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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9/16 큰 교회와 작은 교회 by 사무엘

큰 교회와 작은 교회

1. 작은 교회: 회중 찬송

본인은 하루는 창립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서울 교외의 자그마한 교회에 초대받아 가서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여기는 인원이 30~40명 될까말까한 정도였는데.. 우와~ 본인이 2000년대부터 거쳤던 교회들 중에서 인원수 대비 찬송 부르는 소리가 제일 크고 우렁찼었다.
그러니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여긴 너무 작아서 성가대가 따로 있지도 않은 곳인데..!!

분위기가 좋으니 나는 오랫동안 봉인됐던 옛날 버릇이 저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1절만 익숙한 멜로디 파트로 부른 뒤, 2절부터 n절까지는 테너 파트로 선로를 갈아타서 화음을 넣었다. 멜로디는 남들이 충분히 크게 잘 부르고 있으니까..
즉석 화음을 도대체 얼마 만에 넣어 보는지? ^^

이전에 다녔던 교회에서는 내가 직접 강단에 서서 찬양 인도를 했다. 내 마음대로 화음을 넣을 수 없고 언제나 주선율 파트만 불러야 했다.
그 반면, 대형 교회는.. 찬송가 책 따위 없고 가사만 대형 스크린에다 띄워 준다. 게다가 찬양팀의 악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니, 개인의 화음 따위는 반대편 극단의 이유로 인해 아오안이고 묻혀 버린다.

내가 화음을 넣자 뒷자리의 어떤 자매님도 테너 파트를 부르기 시작해서 저절로 2성부가 형성됐다.
이런 분위기가 참 정겹고 좋았다. 여기 목사님도 아주 흡족한 표정이셨다.
심지어 내가 강단에서 직접 찬양 인도를 했던 이전 교회도 내 경험상 이 정도로 훈훈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회중 찬송이 일상적으로 박력이 있는 곳이야말로 작지만 강하고 본질에 충실한 교회이지 싶다. 제식 군기가 확 잡혀 있는 사기 충만한 군대와 같은 느낌이랄까..

요즘은 옛날 같은 무지막지한 거리 두기나 백신 패스 따위가 없어지고 실내 마스크 외에는 일상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교회는 한번 무너졌던 주일학교와 성가대 인프라가 다시 회복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2. 큰 교회: 찬양

물론, 대형 교회는 교회 음악/찬양 인프라가 아무래도 작은 교회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 목사 1명이 아는 찬양의 범위와, 전문 음악 사역자가 아는 찬양의 범위가 어찌 쨉이 되겠는가..;;
청년부 예배 때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한 신세대 곡들을 불러 댄다. 요즘은 CCM이라는 바닥을 누가 주도하고 있고 누가 신곡을 만들고 번역하는지..?? 본인은 HTML 지식과 CCM 배경 지식이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서 멈춰 있어서 그게 궁금하다. -_-;;

대형 교회는 예배를 연령대별로 다양한 시간대에 나눠서 시행하는 게 가능하다. =_=;; 이게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전 9~11시 사이엔 여기도 의외로 클래식한 찬송가와 1980~90년대 비교적 오래된 CCM을 부르는 편이더라.

한번은 여친 교회의 오전 예배에서 최 덕신의 "세상의 유혹 시험이 내게 몰려 올 때에.."(주를 찬양)와 "마음이 어둡고 괴로울 때"(기도)가 흘러나와서 굉장히 반가웠었다. 이런 곡을 내가 공예배 때 소리 내어 부른 건 아마 평생 처음이거나 최소한 21세기 이래로는 처음이지 싶다.

본인은 이걸 중3이나 고1 사이에 다녔던 교회의 중고등부 선생님에게서 맨 처음으로 소개받았고, 그 뒤에 최 덕신/주찬양 음반을 통해서 음원도 접했다. 그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들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반주와 전체 가사가 자동 완성된다.
다행히 교회에서도 3절에서 조가 올라가는 것까지 음반과 똑같이 부르더라. 나도 신바람 나서 힘차게 같이 불렀다.

다만, 일반 기성교회에서는 반대로 내가 전에 다녔던 교회에서 즐겨 부르는 곡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가령, 론 해밀턴 아저씨 곡들 대부분이라든가(“전능하신 우리 주 하나님 Rejoice in the Lord” 정도만이 고작?)
Wonderful grace of Jesus(놀라운 주의 은혜)라든가 And can it be that I should gain 같은 곡은 모르는 건지..? 이런 건 침례교에서만 알려져 있는 건가 싶다.

그리고 회중 찬양 대신 성가대만 지나치게 현란 화려하고, 심지어 불신자 음악인을 섭외해서 성가대를 운영하는 건 아무래도 본질을 벗어난 처사이고 잘못된 것 같다. 예배가 겉만 번드르한 공연, 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3. 큰 교회: 주차 요원

자기 땅과 건물이 있는 큰 교회는 필연적으로 방문하는 성도들의 주차 문제를 자체적으로 신경 쓰게 된다.
그런데.. 교회 입구에서 주차 안내 및 차량 통제 봉사를 하는 분은 정말 엄청난 인내와 섬김과 헌신을 실천하는 것 같다. 이건 예배당 청소와 대등한 레벨이지 싶다.
혼자 교회에 남들보다 훨씬 일찍 와서 밖에서 재미없고 골치아픈 궂은일을 해야 하고 예배 시간도 앞부분을 일부 깨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거 무슨 백화점이나 마트 주차장에서 최저 시급 받으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회를 섬긴 것을 주님께서 기억해서 남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보상해 주신다~~ 라는 관념이 없이는 이런 일을 오래 지속적으로 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는 여친이 다니는 모 대형 교회의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중이었는데.. 주차 안내 요원이 각 차들을 “여기서 방향 바꿔서 후진으로 들어오셔서 저 XXXX 차 앞에 세워 주세요” 이런 식으로 일일이 통제하고 있었다.
본인은 후딱 차를 돌려서 그 말대로 잽싸게 주차를 한 뒤, 안내 요원에게도 수고 많고 고맙다고 축복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안내 요원은 뜻밖에도 내게도 운전 잘한다고.. 말귀를 바로 알아듣고 그 공간에서 바로 차를 쏙 신속하게 잘 집어넣어 주시니, 통제하기 편해서 좋았다고 칭찬을 했다. ㅠㅠㅠ
여성 운전자는 그렇게 말하면 제대로 못 알아듣고, 좁은 공간에서 여러 차들이 엉켜서 애먹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이다. 아~ 이런 것도 주차 안내 요원의 고충이겠구나 싶었다.

주차 요원 말고도, 큰 교회는 예배 마치고 나서 사람들이 예배당을 빠져나갈 때, 장로급 어르신들이 출입문이나 계단 한켠에 미리 줄지어 서서 사람들에게 매번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게 있다. 이것도 깨알같은 수고가 필요한 섬김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9/16 08:35 2022/09/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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