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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지난 5월 이후로 오랜만에 본인의 반려식물 얘기를 좀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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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싹이 트면 처음에는 이렇게 동그란 떡잎 두 장부터 나온 뒤, 그 가운데에서 좀 더 예리한(?) 속잎이 나오고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다.

어린 아기한테 성인용의 음식을 갑자기 먹일 수 없듯..
이런 연약한 싹 내지 모종한테도 갑자기 강한 햇볕을 오래 쬐거나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못 버티고 죽는다고 한다.
옮겨 심는 것도 어류에게 어항 물갈이와 마찬가지로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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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잎에 허연 힘줄 같은 게 많이 그려져 있는 일반(?) 호박, 그렇지 않고 잎 표면이 반들반들한 단호박 두 종류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싹이 난 호박은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위로만 솟으며 잎을 낼 것 같지만..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미친 듯이, 감당을 못 할 정도로 덩굴을 길게 뻗으며 주변을 뒤덮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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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덩굴은 길게 꼬불꼬불 뻗는 게 마치 뱀 똬리 같다. 경이롭지 않은가? =_=;;
우주발사체에다 비유하면 이렇다. 이게 지표면에서는 저속으로 수직 상승을 하는 것만 보이지만, 시야에서 사라진 아득한 고고도에서부터는 옆으로 누워서 수평 이동을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초고속으로 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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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컨디션이 좋은 호박은 영양성장 최적화 모드가 돼서 줄기가 확 굵어지고 잎 크기가 왕창 커진다. 이 파릇파릇한 잎들을 보소.. 벽이나 줄을 타고 올라가지 않고 땅 위에 퍼지면 잎이 우산 같은 역할을 하면서 아래의 어지간한 잡초들을 다 가리면서(햇볕 차단..) 쳐발라 버린다.

호박들도 홀로 있는 것보다는 곁에 같은 패거리가 여럿 있으면 시너지를 일으켜서 더 잘 자라는 건가 모르겠다.
주변에 높고 큼직한 타 식물이나 잡초가 많아서 호박이 세력이 약하면.. 반대로 쟤들이 retard돼서 풀이 죽고 시름시름 못 자라기도 하더라. 성경의 씨 뿌리는 자 비유에서 못 자라고 죽는 식물의 예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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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호박은 잘 자라다가 때가 되면 덩굴에서 펜촉 같은 게 생기고 노~란 꽃이 한두 송이씩 피기 시작한다. 노란색 오각형이 꼭 별 같다.
꽃이 일찍 많이 피는 것과 자기 덩굴의 덩치가 크고 굵어지는 것은 별개의 현상이다. (영양성장, 생식성장) 그렇기 때문에 덩치가 비리비리하고 작은 놈, 척박한 환경에서 제대로 못 큰 놈이 번식이라도 하려고 꽃을 더 적극적으로 일찍 많이 피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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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박은 잎뿐만 아니라 꽃잎도 이렇게 더 둥글둥글한 놈, 오각이 뾰족뾰족한 놈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은데..
일반 호박과 단호박의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내 느낌상으로는 단호박이 더 둥글둥글, 일반 호박은 뾰족뾰족인 것 같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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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여러 송이가 한꺼번에 활짝 피어 있으면 보는 나까지 완전 황홀해진다.
덩굴이 영양이 풍부해서 큼직하게 잘 자랐으면 꽃도 아주 큼직하고 수술에 꽃가루가 흠뻑 넘치도록 묻어 있는 편이더라. 주변에 암꽃이 좀 있어서 이 꽃가루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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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봉오리가 제대로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꿀벌이 두 마리나 비집고 들어가서 꽃가루를 잔뜩 묻혀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당시 시각은 새벽 5시 반쯤이었고, 비가 내리다 그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꽃가루 냄새를 맡고 날아오는 걸까..?? 꿀벌도 개미 만만찮게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가뭄에다 꿀벌 전멸 같은 흉흉한 소식이 적지 않았는데.. 단비와 꿀벌 모두 반가운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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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덩굴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암꽃이 그것도 둘이나 폈다.
내가 많이 봐 온 씨방은 그냥 구슬처럼 동글동글한 형태였다. 단호박은 아무 무늬가 없는 초록색 단색이고, 일반 호박은 좀 얼룩덜룩 무늬가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런데 얘는 씨방 모양부터가 납작한 게, 진짜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그 늙은 호박으로 자랄 녀석처럼 보였다. 이런 씨방은 처음 봤다.
한 덩굴에서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면.. 수꽃이 먼저 활짝 피고 암꽃 봉오리는 더 늦게 펴지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암꽃이 수꽃보다 피우기 더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아울러.. 이렇게 암꽃이 가까이서 여럿 피면.. 서로 팀킬을 벌이기도 하는 것 같다.
한 덩굴/줄기에서 두세 개의 씨방이 생기고 암꽃이 폈는데, 하나가 수분이 되면 그거 하나만 살고 나머지 암꽃들은 급속히 시들고 쪼그라든다.
평범하게 꽃가루를 못 받은 암꽃은 좀 더 오래 있다가 씨방이 떨어지는데, 얘들은 더 빨리 떨어지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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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여곡절을 거쳐서 위의 암꽃도 둘 중 하나만 수분이 성공해서 딱 저 단계까지 잘 갔다.
꽃까지 얘기가 나왔는데 글이 이미 많이 길어졌다. 열매 얘기는 다음에 계속하도록 하겠다.

참고로.. 위의 사진들만 보면 본인이 올해 호박 농사가 이미 대풍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밝힌다.
실내와 실외 여기저기 자투리 땅에 호박씨를 많이 뿌려 봤는데, 올해는 수난=_=이 좀 많았다. 저 사진에 찍힌 호박들이 상당수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밖에서는 잘 자라고 있던 덩굴을 누군가가 그냥 뽑아 없애 버리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강둑 모처에다 잔뜩 심었던 아이들은 지난 6월 말에 엄청난 폭우 때문에 회복 불능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 ㅠㅠㅠ 몽땅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거나 진흙을 뒤집어쓴 채 쓰러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진흙이 말라붙은 건 물만 뿌려 준다고 해서 호락호락 씻겨 없어지지도 않았다.;;

작년에는 재작년이나 올해와 달리 둑이 한 번도 침수되지 않았다. 덕분에 그때는 올해 정도로 호박을 꼼꼼히 관찰하고 관리하지 않았고, 인공수분 따위도 전혀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물찾기 하듯이 수십 개에 달하는 호박 열매를 딸 수 있었다.
둑의 호박들이 잘 자라고 있으면 지금쯤 열매도 많이 맺히고 있을 텐데 안타까운 노릇이다. 올해가 운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작년이 이례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 여담

(1) 호박은 박과의 덩굴식물이어서 그런지 내 경험상 다른 식물에 비해 생체 반응이랄까 피드백이랄까 그게 더 활발하게 온다. 한 마디로 말해 '다이나믹'하다는 점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선인장 같은 여느 관상용 식물과는 다르다.

덩굴이 돋는 속도도 장난이 아니고, 금세 축 늘어졌다가 물 주면 금세 살아나고..
뿌리로부터 단절되거나 뿌리가 통째로 뽑히면 정말 순식간에 잎이고 뭐고 다 쪼그라들고 시들고 말라 비틀어져 죽는다. 물고기가 물에서 나오면 헐떡거리다가 죽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꽃 안 피고 가만히만 있는 것 같아도 현상유지만으로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뜻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또 새순이 뻗고 잎이 돋고 꽃도 피고.. 그러더라. 이놈의 식물 성장 알고리즘이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 물난리 후에 무려 7월이 돼서야 호박을 또 심은 것도 있다. 하지만 얘는 실질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간이 2~3개월밖에 안 되는 시한부 인생이니 큰 열매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다.;; 지금 착과가 돼야 그때쯤 늙은 호박을 구경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다시 집으로 들여다놓을 수 없을까?
난 더운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걸 생각하면 여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이다.

(3) 호박이 깔끔히 삭제 당하고 온갖 식물 잔해와 쓰레기로 뒤덮였던 강둑은 그로부터 두세 주가 채 지나기 전에 또 시퍼런 잡초들로 점령당했다.
얘들은 홍수 이후에 생겨난 것들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된 건지 그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같은 식물이어도 세심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 농작물과, 아무렇게나 잘 자라는 잡초는 생태 특성이 달라도 서로 너무 다르다. -_-;;

(4) 호박이나 수박뿐만 아니라 오이도 '박과'이다. 오이는 덩굴 모양은 호박을 닮았지만, 잎은 깻잎을 더 닮은 것 같다.
그리고 참외는 '참 오이'라는 뜻으로, 역시 오이의 친척뻘인 박과 채소이다.;;;

(5) 호박을 최대한 오랫동안 키우기 위해서 새싹과 모종은 아직 추운 3~4월에 실내에서 미리 키우다가 나중에 밖으로 내놓는 기법이 쓰인다.
이건 스타크의 저그 진영에서 익스트랙터 짓다가 취소하는 식으로 드론을 하나 더 늘리는 기법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3 08:35 2022/07/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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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호박 근황

1. 실내에서 얻은 마지막 1세대 호박

지난 2월 중순쯤에 인공수분 시켜서 착과됐던 호박 열매 중, 제일 크고 2개월 가까이 제일 오래 남겨 놨던 호박을 드디어 땄다. 언제부턴가 줄기가 부러진 게 보여서 그대로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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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딴 다른 호박들은 애호박 상태로 따서 껍질째로 국수 고명을 만들어 먹은 반면, 얘는 최대한 오래 남겨서 누렇게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실내는 일조량이 부족하니 야외에 비해서는 익는 속도가 훨씬 더 느리긴 했다. 봄이 되어서 실내가 더워지고 햇볕이 강해진 뒤에야 호박이 뭔가 익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꼭지가 초록색 기운이 싹 없어지고 말라 비틀어졌으며, 호박 껍질도 노랑을 넘어 꼭지 주변 한정으로 붉은색까지 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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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도 놔둔 뒤에도 호박을 따 보니 껍질은 말랑말랑하고, 과육은 늙은 호박보다는 여전히 애호박에 더 가까운 상태였다.
과육 부위는 국? 조림?을 만들어서 먹었다. 과육이 그래도 초록색보다 노란색에 더 가까워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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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지막 호박은 최대 길이 17cm, 무게 1.5kg 남짓이었다. 줄기의 굵기에 비해서 호박이 막 크고 무겁게 맺히지는 못했다. 야외에서 잘 키워서 호박의 컨디션이 더 좋았으면 열매도 저것보다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써 작년 11월 중순쯤에 심어서 올해 2월경에 착과한 1세대 호박들의 열매를 모두 자가소비 처분했다.

2. 최후의 새순

전에도 한번 얘기했지만.. 저렇게 올해 2월경에 착과해서 열매를 하나씩 배출했던 호박 덩굴들은 그 뒤에는 착과 이전 시절만치 왕성하게 자라지 못했다.
무성하던 큼직한 잎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슨 곰보처럼 누런 반점으로 뒤덮이면서 시들었다. 이건 평범하게 수명이 다해서 시드는 게 아니라 병에 걸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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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물 주고 거름 주고 돌보고 있으니 얘들은 완전히 죽지는 않고 여기저기 새순이 돋으면서 살려고 몸부림 발버둥은 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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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걸로도 모자라서 번식까지 또 하려고 잎뿐만 아니라 꽃대도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심지어 암꽃 씨방까지 생겼다.
그러나 이것들은 콩알 크기보다 더 커지지는 못하고 시들고 떨어져 버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물과 영양이 분산돼서 그런가? 순을 더 쳐 줘야 되는지? 좀 궁금하다.

3. 2세대 호박

한쪽에서 저렇게 1세대 호박을 놔두고 있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지난 3월쯤에 실내에 심은 2세대 호박도 재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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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호박을 보소~ 상태가 제일 좋은 이 녀석은 열매가 아닌 잎의 최대 길이가 거의 30cm까지 치솟았다. 표면이 동물로 치면 무슨 근육 핏줄이 울끈불끈 하는 것 같다.
하긴, 열매는 세제곱으로 커지지만 잎은 그냥 제곱으로 커지니 길이가 늘어나는 게 더 부담없을 것 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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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충분히 따뜻해지니 노외 재배도 시작했다. 실내에서 먼저 모종을 키워 놓은 것을 옮겨 심기도 했다. 하지만 4월 중순까지도 밤에는 10도 아래로 기온이 내려가서 호박이 견디기에는 추운 것 같았다. 호박이 밖에서 자연적으로 자랄 수 있는 기간은 거의 4~10월 사이의 반 년 남짓이라고 봐야 할 듯?

예전에는 호박이 냉해를 입어서 잎이 시커멓게 변하고 죽더니만.. 어린 잎은 허옇게 변하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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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식물을 잘 키우려면

(1) 지난 반 년 동안의 개인적인 호박 재배 경험에 따르면,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은 흙이나 물, 영양, 일조량뿐만 아니라 통풍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저렇게 잎이 큼직하고 상태가 아주 좋은 2세대 호박은 열린 창문에 제일 가까이 있는 녀석이었다.
바람 하나 안 부는 실내에서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는 식물은 광합성이 잘 안 되고 에너지 축적이 안 되어 약해지고 병충해에도 더 취약해진다고 한다. 영양이 부족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건 동물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굳이 물 반 고기 반의 양식이 아니라 어항에 금붕어 두세 마리를 달랑 키우더라도 수조 안에 펌프를 가동해서 공기를 퐁퐁퐁 계속 쏴 줘야 한다. 동물만 그런 게 필요한 게 아닌 듯하다.
비닐하우스 농사라면 대형 환풍기를 돌려서 공기를 강제 순환시키며, 심지어 이산화탄소를 일부러 쏴 주기도 한댄다.

이러니 기후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공장형 농업은 구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물과 비료와 광원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공기도 순환시켜 주고, 꽃가루받이도 곤충 없이 사람이나 기계가 해 줘야 하고, 실내 화분이라면 수조 물갈이를 하듯이 분갈이도 해 줘야 하고..
공짜로 공급되고 있는 자연 환경을 인공적으로 저렴하게 재현하고 대체하는 길은 멀고도 힘들다.

(2) 아마 호박에만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어 보인다만..
식물에게 주는 거름(퇴비? 두엄?)은 처음 심을 때 미리 넣어 주는 밑거름이 있고, 나중에 식물이 성장할 때 지면에서 또 보충해 주는 윗거름이 따로 있는가 보다.
전자는 식물 자신이 자라기 위한 영양성장에 필요한 질소 위주이고, 후자는 꽃과 열매를 맺는 생식성장을 위한 칼륨과 인 위주로 주면 좋다고 한다.

영양성장에 특화된 비료만 너무 많이 주면 호박이 좋은 물과 온도 여건을 이용해서 옳다구나 자기 덩굴과 잎만 잔뜩 무성하게 자랄 뿐.. 열매를 별로 맺지 않게 된댄다.
그런데, 이런 호박이라 해도 가을이 되고 밤 공기가 차가워지면.. 자기 명이 얼마 안 남은 걸 인지하고 성장 알고리즘을 바꾼댄다. 뒤늦게 번식하려고 무리해서라도 씨방을 만들고 암꽃을 피운다.

난 그래서 10월쯤에 호박들이.. 동그란 씨방 달린 암꽃을 뜬금없이 잔뜩 피운 것을 작년에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고, 인제 수분이 된다고 해도 어느 세월에 씨가 제대로 달린 열매를 맺으려고..?? 그 전에 서리가 내리고 다 얼어 죽을 텐데?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상태로도 작게나마 과육이 있고 통째로 먹을 수는 있기 때문에 방울토마토 먹는 기분으로 방울애호박을 요리해 먹긴 했었다.

하긴, 호박은 주변 성장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더위, 물 부족, 순이 자꾸 잘려 나감)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기 몸통을 키우는 건 포기하고, 무리해서 꽃을 더 피운다고 한다. 다만, 이러면 잎도 작고 꽃도 작고 꽃가루도 빈약하고.. 수분해 봤자 열매가 못 맺히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다들 어떻게든 생존하고 번식하려고 눈물겹게 투쟁한다..

말 못 하는 짐승을 넘어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이라 해도 생명체는 기계류와는 성질이 완전히 다르고 이런 섬세하고 이타적인 면모가 있다. 동식물을 하나 직접 키워 보는 건 게임에서 이상한 몬스터를 죽이고 부수기만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영향을 사람 정서에 끼치는 것 같다. ㅠㅠㅠ

5.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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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본인은 지난 3월 말에 봤던 길거리 호박을 다시 찾아가 봤다.
이제야 비닐은 벗겨졌으며, 호박이 담벼락에 많이 자라서 잎이 무성해져 있었다.
호박은 굳이 밭 만들 필요 없이 아무 시골 자투리 땅에서나 덩굴을 늘어뜨리는 식으로 재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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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을 찾아가서 지난 2월에 들렀던 같은 가게에서 늙은 호박 두 덩이를 또 장만했다. ^^ 두 주 남짓 동안 갖고 놀다가 죽을 쑤어 먹었다.
역시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그때보다는 늙은 호박 재고가 훨씬 더 줄어들었고 찾기 힘들어져 있었다.
작년 여름~가을에 딴 늙은 호박은 이론적으로 얼마나 오래, 언제까지 보관 가능할까? 정말 궁금하다.
이제 올여름만 지나고 8~9월쯤이면 새로 수확한 늙은 호박이 나오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2/05/12 08:35 2022/05/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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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심사, 어록

※ 내 관심사의 변화

1. 자동차(1990~)

그냥 별 이유나 생각 없이.. 꼬마들이 공룡이나 로봇 좋아하는 것처럼 자동차가 너무 신기해서 심취했다. 친구 집에서 이 시기의 월간 자동차생활 잡지를 독파하고 현대 자동차의 주요 연표를 암기했다. 자동차생활이 아니었으면 ‘쌍용 칼리스타’ 같은 차가 있었다는 걸 알 길이 없었겠지..
뉴 그랜저, 스쿠프 터보, 엘란트라 등등.. 이때는 수동 변속기 차량이 아직 많았으며, 변속기는 수동 5단 또는 자동 4단이 일반적이었다.

2. 컴퓨터(1992~)

‘디지털’이라는 것에 확 꽂혔다. 그냥 물리적으로 바늘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0과 1을 기계가 정확하게 분간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를 본능적으로 간파했다. 컴퓨터는 다른 기계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계이고, 오히려 다른 기계들을 제어하는 용도로 쓰이겠다는 걸 알게 됐다.

컴퓨터 모니터에다 형형색색으로 나만의 개성과 철학을 표현하는 게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에 C/C++과 Windows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긴 했는데.. 문제는 이때부터 평범하고 정상적인 학창 생활도 내 인생에서 끝났다는 거..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만으로 들어갔다.

3. 한국어, 한글(1990년대 중반)

아무리 요즘 조선이라는 나라가 이미지가 너무 안 좋다지만, 그래도 초기에 왕이 백성을 위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문자를 창제했다는 건 너무 위대하고 거룩하고 혁명적이고 칭송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한국어는.. 참 괴상망측하면서도 독특한 면모가 많은 언어이다. 하필 국제 공용어인 영어하고는 극과 극으로 너무 다른점이 많고 구조가 더 복잡하다.
x86이 ARM보다 전기 더 많이 잡아먹는 아키텍처이듯, 같은 의미를 전하더라도 한국어는 영어보다 두뇌 처리 요구량이 더 많은 언어라고 난 생각한다.

언어는 인간이 짐승이 아니라 신을 닮은 면모 중 하나이다! 사후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다른 모든 물질 문명은 없어질지 몰라도, 언어라는 시스템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 이에 대한 공부는 미리 많이 해 놔서 아까울 게 없을 것이다.

4. 세벌식 자판(1998~)

세상에 라틴 알파벳이나 그 아류작 말고 기계식 타자기를 만들 수 있는 문자가 또 있긴 하겠나?
글쇠 수가 너무 적고 빠르게 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모를까, 도깨비불 현상 없고 타자기와 컴퓨터에서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타자가 가능하고 고속 타자에도 적합한 입력 방식이 있는데 왜 이걸 안 쓰는 걸까?
기왕 한글 같은 문자가 있고 타자기나 컴퓨터 같은 기계가 있다면 이를 연결하는 글쇠배열은 세벌식이 되는 게 타당하다. 이 바닥이 괜히 내 평생의 연구 주제가 된 게 아니다.

5. 킹 제임스 성경(2002~)

인간이 저술한 세상의 다른 모든 고전들은 원래 의미가 소실돼서 학자들이 복원한다거나 귀걸이 코걸이식 해석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좀 예외적인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살아 있고 보존을 약속하셨다. 바벨 탑 사건으로 인해 언어가 혼잡해진 한편으로, 그래도 적절한 때에 접근성 좋은 한 언어로 성경 말씀의 절대 기준도 마련해 주셨다.

다양한 번역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영어 KJV의 번역 자체가 이미 중의적인 표현이 여럿 있다. God will provide himself a lamb 이런 게 풍성한 표현이지, ‘사탄의 왕좌’냐 ‘사탄의 자리’냐.. 루시퍼냐 계명성이냐 이런 것은 맞고 틀림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6. 철도(2004~)

새마을호 열차를 타면서 시종착역에서 운명적으로 들었던 BGM Looking for you!!!!
철도청 공무원 철밥통들이 어떻게 이런 미친 음악을 열차에다 집어넣은 걸까?
이걸 들으면서 난 최면에 걸린 듯이.. 철도를 내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영접했다. 이게 다 Looking for you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철덕으로서 서울 지하철 노선도 국내 철도 연표, 차량 계보, 철도 노선을 암기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주요 지리까지 다 눈에 번쩍 뜨였다.

철도뿐만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 로켓의 동력원에도 관심이 생겼다. Looking for you는 3천 번 이상 들으면서 진작에 악보로 박제됐다. 철도님은 지금도 내 안에서 살아 역사하고 계신다.

7. 호박(2021~)

2010년대 중반부터 내 생활 패턴이 등산, 캠핑 등 자연인 스타일로 많이 바뀌었는데 그러다가 부모님 따라 농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텃밭에서 자그마한 단호박이 아니라 시골에서나 보던 커다란 맷돌호박이 열리는 걸 보고부터 눈이 뒤집힌 것 같다.

여느 나무나 풀하고는 달리 길쭉한 덩굴이 생기고 노란 꽃이 피고.. 명색이 채소인 게 무슨 과일처럼 동글동글 굉장히 큼직하고 묵직한 열매가 맺히고..
다른 식물이라면 내가 이 정도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다 시들어서 죽은 덩굴 내지 낙과한 열매는 무덤을 만들어서 묻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8. 멧돼지(2021~)

난 애완동물 같은 것에 별 관심이 없으며, 개고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 길고양이한테도 전혀 눈길을 안 줬었다.
그랬는데.. 요즘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보이는 족족 못 잡아서 안달인 웬 멧돼지한테 귀여움과 연민을 느끼고 있다.

시골에서 호박 가꾸고 멧돼지 키우면서, 짬짬이 강가에서 텐트 치고 컴터 두들기며 한글 입력기 개발하고 있으면 .완전 신선놀음 그 자체일 것 같다~!

왜, 프로그래머의 최종 테크가 치킨집 사장이라고 자학개그가 한때 많이 나돌았다.
대학교 컴공과 다니는데, 코딩 과제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동네 치킨집 사장님한테 물어 보면 잘 가르쳐 준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딩 과제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근처의 호박밭 가꾸는 농부 아저씨, 멧돼지 키우는 농장 주인 아저씨한테 물어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옛날에 미국에서는 웬 시골 촌뜨기 아가씨조차 공구를 들고 와서 퍼진 자동차를 뚝딱 수리하는 걸 보고 일본인 사절단이 기겁했듯이.. (우린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을 절대 이길 수 없겠다)
한국에서는 이런 자연인 도인 아저씨도 C/C++ 코딩을 능숙하게 한다... 뭐 그런 느낌 말이다. ㄲㄲㄲㄲㄲ

※ 내 어록

운전

  • 과식과 과속은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 내가 동승자 없이 혼자 운전할 때도 천천히 가속하고 부드럽게 모는 것은 오로지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이다. 안전만 생각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급하고 과격하게 밟아도 된다.
  •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는 연구진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차는 운전대를 잡았으면 최대한 세게 밟아줘야 된다. 지상에서 KTX가 시속 300을 찍는 세상인데 자동차 운전자들도 분발해야 하지 않는가?
  • 탁 트인 고속도로에서는 200도 넘기지만, 시야가 불완전하고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골목에서는 20도 안 밟으며 조심스럽게 가는 게 안전운전이다.
  • 안전운전이란 사고가 안 나는 게 절대 보장되는 운전이 아니라, "사고가 나더라도 내 과실이 안 잡히는 운전"을 말한다.
  • 고객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총알 택시 기사가 존중받아야 한다.
  • 모든 운전자는 자기가 도로라는 공공재를 점유하는 중이며, "뒷차의 앞길을 막고 있는 잠재적 민폐 죄인"이라는 생각을 좀 하면서 운전을 했으면 좋겠다. 왜.. 자연 환경은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는 거다.. 이런 생각과 비슷하게 말이다.

캠핑

  • 집보다 더 좋은 건 텐트, 그냥 텐트보다 더 좋은 건 폭우 속 텐트,
    빗속 텐트보다 더 좋은 건 꽁꽁 얼어붙은 강물 위의 텐트이다.
  • 한겨울에 난방이란 건 물을 데우는 용도일 뿐, 공기를 데우는 용도가 절대 아니다.
  • 차의 기름은 오로지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 이런 날씨와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연 속에서 텐트 치고 자지 않는 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자연에 대한 죄악이다. 꼭 환경오염만 죄악인 게 아니다.
  •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캠핑을 한다"가 아니다. "이런 날씨이니까 더욱 캠핑을 한다"이다.
  • 집은 그저 주민 등록 주소와 우편물 수령 장소 제공, 그리고 전기· 수도· 와이파이의 보급 기지일 뿐이다. 사람이 자는 곳이 아니다.

철도

  • 철도를 명절 때나 생각나는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군자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
  • 난 '암웨이'가 아니라 '암트랙'이 좋다.
  • 철덕 내지 철도 업계 종사자라면 자기 팔이나 다리를 어느 정도 뻗어야 표준궤 궤간 1435mm인지, 그리고 레일바이크라도 굴려서 쇠바퀴로 쇠레일을 달리면 고무바퀴로 아스팔트보다 얼마나 더 잘 나아가는지 차이를 감으로 뼛속까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 내 인상의 4대 기념일

  • 1983년 2월 23일 생일
  • 2000년 9월 4일 정보 올림피아드에서 대상 받음
  • 2002년 8월 11일 침례 받음
  • 2004년 1월 31일 새마을호 열차에서 Looking for you 듣고 철령이 강림함. 철도를 내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영접함

Posted by 사무엘

2022/03/21 08:35 2022/03/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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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초 근황

지난달 말쯤부터는 캠핑, 호박, 코로나19 얘기와 함께 개인 근황을 전하는 게 패턴이 된 듯하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으로 최신 소식을 알리고자 한다.
그런데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다. 그래서 호박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다른 소식들부터 먼저 전하도록 하겠다.

1. 건강

바야흐로 2022년, 본인도 나이가 벌써 4학년이 임박했다.;;
4학년 진입을 앞두고 20년 전과 지금의 건강 상태를 비교해 보면 대략 이런 것 같다.

  • 구내염(입술), 편도선염(목), 몸살감기 같은 자잘한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환절기 감기?? 마지막으로 걸린 때가 몇 년 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실수로 입 안을 깨물어 버리면 옛날 같았으면 상처가 곧장 구내염으로 도져서 한두 주 고생했을 텐데.. 요즘은 그 정도 실수를 한 뒤에도 양치 하고 한숨 자고 나면 의외로 그대로 낫기도 한다.
  • 체열은 확실히 후끈후끈하다. 침낭과 담요 덮고 -10도인 밖에서 아주 따스하게 잘 자고 있다. 잠뿐만 아니라 식욕도 아직까지는 아주 왕성하다.

다만..

  • 예전에 비해 몸이 무겁다는 게 느껴지고 유연성이 더 떨어졌다. 절대적으로 체중이 더 늘기도 했지만, 뭔가 똑같이 엉덩방아 찧거나 삐끗 하더라도 대미지를 예전보다 더 크게 입겠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 특별히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어도 동일한 컨디션 때 소변 색깔이 더 진해져 있다.
  • 다쳤을 때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딱지 하나 뜯어서 피 약간 났다 하면 휴지 한 조각을 시뻘겋게 다 적실 정도로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출혈이 겨우 멎는다.
  • 머리를 감으면 빠지는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난 평생 내 사전에 불면과 탈모는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설마...?
  • 글쎄, 계단을 후다닥 뛰어 내려가거나 스틱 없이 산 내려가는 게 아직까지는 아무 불편 없고 가능하다. 근데 지금 이러면 늙어서 관절이 다 나간다는 말이 있어서 좀 자제하는 중. 사실인가염?
  • 이제 학창 시절처럼 밤새워 가며 무슨 공부나 작업은 절대 못 한다. 자는 시간을 줄일 수 없다.

이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속도도 느려진다. 시간과 체력은 부족한데 작업해야 하는 것도 점점 어려운 부분밖에 안 남으니까..;;
2년마다 버전이 1.0씩 올라가는 것도 이젠 나가리다~~ 건강 관리 해야겠다..

2. 캠핑

-10도짜리 새벽 한파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매우 고맙고 귀중한 선물이다. 이걸 헛되이 낭비하여 날려 버리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2월이면 이제 이런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본인은 어김없이 텐트 들고 바깥 아지트로 뛰쳐나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밖이 겨우 -5도밖에 안 되면 귀찮아서 안 나가고 그냥 집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10 부근까지 내려간대서 일부러 나갔다. ^^

텐트를 친 직후에는 주변이 너무 따뜻해서 정말로 -10도가 맞는지 의구심과 자괴감이 들 정도인데.. 누워서 가만히 있으니까 슬금슬금 추워진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 바닷물이 스며들듯이 냉기가 곳곳에서 새어 들어온다. 손은 완전 따뜻한 상태인데 전화기나 컴퓨터를 만져 보면 어째 이렇게 차가운지 놀란다.

결국은 준비해 간 담요 두 장, 여름 침낭과 겨울 침낭을 총동원해서 얼굴까지 덮고, 늙은 호박도 다 덮어 준다. 이제야 열평형이 이뤄져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채로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잠들 수 있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햐~ 요 맛에 밖에서 잔다니까.?? 이거 정말 중독성 있다.

그런데.. 이 겨울에 상도덕을 모르는 몰지각한 캠핑족이 여전히 있는가 보다. (☞ 뉴스 링크)
강변의 널찍한 공원에서 캠핑카도 아니고 텐트를 쳐서 아예 살림살이를 차렸다. -_-;; LPG 까스통에다 애완견 집까지..

이런 사람들 때문에 본인처럼 밤에만 잠깐 텐트 치고 자고 아침에 사라지는 텐트족도 같이 욕 먹는다.
공공장소에 장기간 무단 방치된 자동차나 텐트에 대해서는 더 강력하게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우한 폐렴 시국

코로나19가 퍼지는 속도가 참 가관이다. 매일 전국에서 수백~수천을 찍더니 기어이 만 단위가 돼 버렸고, 이제는 10만으로 넘어가네 마네 한다. 이제는 본인의 주변에도 SNS 지인, 직장 동료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지경이 됐다.
예전에 나랏님이 했던 우려대로라면.. 기존 방역 체계는 진작에 다 붕괴된 거다. 어설픈 방역이나 거리두기 따위로 예방하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여기서 미묘한 점은.. 저 수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들이 다 무슨 좀비 바이러스 에볼라 에이즈 같은 죽을병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미크론은 병세가 예전보다 '가늘고 길게' 가는 형태로 바뀐 변이이다. 거의 계절 인플루엔자처럼 되긴 했는데.. 그렇다고 단순 감기 수준의 만만한 병인 건 아니어 보인다. 직접 걸려 보거나-_- 걸린 사람을 곁에서 구경해 본 적도 없으면서 과소평가를 하지는 말아야겠지만.. 경증과 중증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본인은 도 넘는 수준의 백신 음모론자가 아니다. 이렇게 높은 접종률 덕분에 바이러스의 위력이 좀 너프되긴 했을 가능성은 일단 인정한다.
하지만 유의미한 확률· 빈도로 부작용도 발생한 것은 별개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간 이상, 이제는 말이다..

어디서 확진자 좀 나왔다고 해서 2년 전 버르장머리처럼 동선 추적하면서 역학조사네 뭐네, "교회 발, 학원 발, 어디어디 발 코로나" 이 X랄 마녀사냥하고,
백신 미접종/불완전 접종자를 무슨 잠재적 보균자, 페스트 보균자나 나병 환자 취급하는 짓거리는 제발 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건 이제 정말 아닌 것 같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제는..
"마스크만 잘 쓰고 다니십쇼~ 백신은 고령자 위중증자 위주로만 맞으시고 더 강요 안 합니다.
그러다 증상 있으면 걸리신 분만 그냥 혼자 집에서 푹 쉬십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과도한 차별과 불이익은 그만~~ (혐오범죄-_-)"
이런 홍보 캠페인이나 하는 게 순리이지 않을까?

사실은 이제 무슨 운동경기 스코어 중계하듯이 확진자 수 보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결핵이나 독감 감염자 수를 일일이 중계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4.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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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지난 2월 4일에 송 현 선생님(1947-2022)께서 별세하셨다는 것이 장례가 다 끝난 뒤에야 유족을 통해서 차츰 알려졌다.
본인은 공교롭게도 선생님을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1월 중순쯤에 인사차 뵈었다. 그러고 저녁도 같이 먹은 뒤에 헤어졌었는데.. 그게 선생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본인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이 쟁쟁해 보이셨고, 책을 쓸 것이 한 트럭인 상태이셨다.
자신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니 1분 1초가 아깝게 일생을 책과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아아 이렇게 가 버리시다니..

고인은 대한민국이 1960년대 말, 한글 기계식 타자기의 표준 글쇠배열이 네벌식으로 졸속으로 제정됐던 시절에 공 병우 박사와 함께 온몸으로 반대하고 투쟁했다.
더 나은 세벌식이 민간에 이미 보급돼 있는데, 글자 모양이 좀 덜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소탐대실인 방식을 굳이 또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벌식은 타자 행동이 매우 효율적이며 타자기와 컴퓨터가 동일한 방식으로 치는 것도 가능하다. 나머지 다른 방식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첫단추를 잘못 끼우니 5공 시절에는 컴퓨터용 두벌식 자판이 또 만들어져야 하게 됐다. 컴퓨터에서 굳이 복잡한 네벌식 배열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타자기는 컴퓨터용 두벌식의 변종으로, 받침은 매번 shift를 눌러 놓고 쳐야 하는 이상한 괴작으로 바뀌어 버렸다.
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삽질 때문에 세금이 낭비되고 후손들은 컴퓨터에서도 한글을 입력할 때 shift를 매번 누르지 않는 대신, 도깨비불 현상을 당연한 듯 일상적으로 보고 지내게 된 것이다.

물론 모바일에서는 세벌식이 컴퓨터/타자기에서만치 우위를 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기는 애초에 타자를 오래 길게 하지 않는 환경이며, 도깨비불 현상 존재 여부라는 본질적인 차이는 어느 기기에서나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
송 선생님은 공 병우 박사님을 제일 가까이에서 모셨던 역사 증인이고, 들어 볼 옛날 이야기와 회고들이 무궁무진한 분이셨는데.. 더 자주 뵙고 이것들을 전수받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고인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아마 올해 상반기 중? 버전 10.5 정도?)은..
도움말의 ‘감사의 글’란에 공 병우 박사에 이어 송 현 선생님에 대한 추모 문구도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본인의 신앙과 관련이 있다면 있는 인물..
말씀 보존 학회의 설립자인 이 송오 목사도 비슷한 시기인 1월 28일에 소천했다.
단, 본인은 KJV 유일주의나 세대적 진리 같은 신학 노선이 약간 비슷하지, 이분과 개인적인 인연은 전무하다. 진영도 한킹이 아닌 흠정역 쪽을 선택했었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KJV 진영의 수장들도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한 분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송오 목사는 이 바닥에서 공과 과가 명확하게 갈리는 분이었다. 성경 번역하고 교회 세우고 성경적인 교리를 세우는 등의 기여를 분명 했다. 그러나 초창기 1990년대에 기성 교계를 상대로 조금만 더 처신을 잘했으면.. 국내의 KJV 진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단합하고 커졌을 것이며, 타 교계로부터 이단 소리도 훨씬 덜 듣고 자기들 뜻을 더 널리 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못내 아쉽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21 08:35 2022/02/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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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캠핑 자랑

늘 느끼지만 겨울은 사계절 중에서 밖에서 자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본인은 평소에는 대부분 그냥 집 건물 옥상이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공원 으슥한 아지트를 캠핑 외박 장소로 이용한다.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는 평일엔.. 걷거나 자전거만 타도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묵었다가 신속히 복귀한다.

그러나 눈· 비가 많이 내린다거나 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등, 날씨가 아주 좋을 때는 특별히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명당에 차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1.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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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온이 이번 겨울 이래로 최초로 -10도 부근까지 내려갔던 때를 기념해서 갔던 곳이다.
매서운 칼바람도 씽씽 불고 있었기 때문에 텐트 안에 쏙 들어가서 바람을 차폐한 것만으로도 그 직후엔 아주 따뜻했다. 텐트 안에서도 입김을 후 불면 허연 김이 나오는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물론, 텐트 안에서 몇 시간째 드러누워서 정신줄을 놓기 시작하면 다시 추위가 느껴졌다. 두꺼운 무장 없이는 버틸 수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기계들을 살펴보니, 놋붉 컴터는 역시 못 버티고 배터리가 퍼져 버려서 야외에서 작동 불가.
차 스마트키도 얼어서 일시적으로 인식이 안 됐다. 손으로 좀 비벼 주니 다행히 다시 작동.
그래도 폰은 따뜻한 품속에서 온도 관리를 한 덕분에 밤새도록 전혀 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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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그렇게도 강추위와 칼바람이 몰아쳤건만, 아쉽게도 얼음이 이 정도밖에 안 생겼다.
돌로 둘러싸여 유속이 느리던 일부 구간은 밟아도 될 정도로 얼긴 했지만, 여기만으로 돗자리 텐트를 치고 등까지 대기에는 역부족..
그러니 강물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냥 코앞에다가 텐트를 치는 걸로 대신 만족하고 돌아왔다.

늙은 호박은 집 내지 차 안에만 고이 모셔 놨다. 날씨가 적당히 추우면 내가 얘들도 같이 가져가서 이불 덮고 같이 자곤 하는데.. 이 날씨에 그랬다가는 속이 얼어 버리고 큰일 났을 것이다.

2. 산기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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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이래로 최초로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을 때 갔던 곳이다.
이때는 하나도 춥지 않고 바람도 안 불어서 캠핑 난이도는 뭐.. 애들 장난 수준으로 시시해져 버렸다.
겹겹이 덮고 껴입지 않아도, 침낭 속 에어포켓 기동 따위 하나도 안 해도 춥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그 당시에 여기까지 올라오는 등산로엔 발자국은 단 하나도 찍혀 있지 않았다.

3.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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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남짓 전까지만 해도 옷 벗고 들어가서 물놀이를 했던 곳에서 이젠 텐트 치고 드러누웠다.
정자나 평범한 풀발, 바위가 아니라 꽁꽁 언 물 위에서 잔다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은가?
겨울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얼음 텐트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얼음 캠핑 1회가 일반 캠핑의 10배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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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인 채로 하룻밤을 지나고 나니 물이 많이 얼긴 했지만.. 아래에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두 발로 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쪽 발로 약간만 체중을 실어 봐도 뿌지직~~~
그랬는데, 하루 뒤.. 낮 기온이 -10이고 밤에 또 -16도로 떨어졌던 타이밍에 다시 와 보니, 아아~ 고맙게도 이제 물이 바닥까지 완전히 꽁꽁 잘 얼었다. 이제는 텐트 안에 이불 침낭까지 펴고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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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간 호박죽 간식은 얼어서 반쯤 샤베트? 슬러시처럼 바뀌었다.

얼음 위에서 잘 때는 덮는 것뿐만 아니라 바닥에 까는 것도 중요하다. 바닥이 차갑기 때문이 아니라.. 바닥으로 내 체온이 전해지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 이 상태로 컴퓨터와 핸드폰까지 있는 상태로 한숨 잘 잤다. 몸을 뒤척이니 밑에서 딱 한 번 뿌직~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별 문제 없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1년에 한두 번은 간접적으로라도 야생에서 얼음판에 등을 부비고 한숨 자야지 원기가 회복되고 피로가 가시고 얼굴 화색이 바뀐다는 걸 이번에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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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텐트를 쳤던 얼음 바닥의 모습이다.ㅋㅋㅋㅋㅋ

※ 여담

아아~ 본인은 텐트 안에 있을 때는 너무 따스하고 포근하고 아늑하고 행복하다.
잠깐의 번거로움을 참고 세벌식을 쓰면 기존 두벌식보다 한글 타자가 훨씬 더 빨라지고 편해지고 경쾌해지듯, 잠깐의 번거로움을 참고 밖에 뛰쳐나가면 갑갑한 콘크리트 구조물과는 차원이 다른 잠자리를 경험할 수 있다. 내게 맞는 잠자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자연 속에 있다.

무장을 잘 해 가서 모든 담요와 침낭이 부족하거나 지나치지도 않게 잘 쓰일 때.
아침에 아주 따뜻하게 잘 잤는데 침낭을 걷자마자 싸늘한 바깥 냉기가 느껴질 때가 제일 짜릿하고 보람 있다.
반대로 고생해서 가져간 무장이 무게만 차지한 채 새벽에 쓰이지 않았을 때.. 혹은 무장이 부족해서 새벽에 추워서 떨고 고생한다면 그건 실패한 캠핑이다.

뭐.. 잠을 잘 잔 것과는 별개로, 혼자서 텐트를 걷고 이 많은 장비들을 들고 철수할 때는 솔직히 춥고 힘들긴 하다. 그러니 한번 캠핑을 간 것의 뽕을 최대한 뽑으려면 아무래도 한번 텐트를 쳤을 때 텐트 안에서 오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부위는 몰라도 발가락이 시려운 건.. 내 경험상 답이 없더라. 외부 열원·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을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은.. 일어나서 걷고 활동하는 것밖에 없었다.

앞으로 계속 또 강추위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입이 돌아갈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다. ^^
"너 화성인이니 자연인이니, 세상에 이런 일이 부류의 프로에 출연해도 되겠다, 출연해 보라"라는 제의를 종종 받는다. 그에 대한 본인의 답변은 늘 동일하다. "겨우 이거 갖고 출연 아이템이 성립된다면 땡큐~ 환영"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2/02/01 08:35 2022/0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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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니 호박이니 하면서 한창 자연 얘기 시리즈를 진행하다가 프로그래밍 얘기가 중간에 부득이하게 끼어들었는데.. 마지막 아이템을 소개하면서 기존 시리즈를 완결하도록 하겠다.

올해 추석이 정말 좋았던 건.. 연휴의 시작 직전, 그리고 추석 당일에 비가 콸콸 내렸다는 것이다. 전자는 무슨 태풍이고 후자는 그냥 가을비인 듯.. 그래서 서울부터 경주까지 어딜 가든 계곡에 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서 물놀이를 원없이 할 수 있었다. 이게 정말 대박이었다.

(1) 먼저, 고향 경주에서는 무장산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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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갈밭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걸 보니 나까지 마음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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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는 별로 티가 안 나지만 물에 온몸을 담궜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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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물가 모습을 좀 더 카메라에 담았다.

(2) 다음으로, 귀경 중에는 의성 빙계 계곡을 들렀다.
이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고 여기서도 물놀이를 하면서 땀을 깨끗이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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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 계곡은 계곡 내지 개천을 따라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는 형태로 조성된 유원지이다. 주변의 자연 경치가 정말 아름다우며, 그에 걸맞게 국립이나 도립까지는 아니어도 보기 드물게 ‘군립 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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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놀아도 되고 풀밭과 정자, 언덕 산책로도 듬뿍 있다. 그리고 계곡의 내부에는 ‘빙계 서원’이라는 옛날 건물도 있다.

이런 멋진 곳이 입장료나 주차료 따위 없고 전면 무료 개방이라니.. 역시 시골 오지의 인심은 후한 것 같다. 하지만 여기도 소문을 타서 유명해져서 피서객이 몰리면 그런 인심이 언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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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 계곡이 특별히 유명한 이유는 신비로운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자연 동굴(빙혈, 풍혈)이 있기 때문이다. 계곡의 중간에 빙혈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다.
본인이 방문했던 당시에는 빙혈 내부의 온도계가 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음이 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신기한 현상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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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로 가는 길목에는 역시 넓은 풀밭과 함께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마침 비도 오는데 여기서 더 오래 머물면서 정자 안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싶은 생각이 몹시 들었다. 하지만 다음 스케줄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3) 끝으로, 서울에 돌아와서는 아차산 기슭의 긴고랑 계곡을 오랜만에 들러 봤다. 이때도 멀리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부터가 심상찮더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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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보기만 해도 속이 다 후련해질 지경이었다. 물이 끊겼던 시절의 모습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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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소에는 움푹 패인 일부 경로로만 물이 흐르지, 이렇게 넓은 면적이 몽땅 침수되고 물이 흐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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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셀프 물침례와 목욕재계를 실시했다. 웃통 벗고 코와 귀를 막은 뒤, 머리까지 싹 물에 쳐박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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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는 이런 신선놀음까지 했다.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이렇게 5분 정도 있으니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계곡물을 볼 때도 푸른 초장을 볼 때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 맑은 물을 하수 처리장으로 헛되이 흘러가 버리게 방치하는 건 자연에 대한 죄악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물을 뒤집어쓰러 들어갔다.

이상이다.
이번 시리즈는 시간 순이 아니라 호박, 풀밭 텐트, 멧돼지, 계곡 이렇게 4개의 키워드/테마 순.. 즉, 누가복음이나 마가복음이 아니라 마태복음, 요한계시록 같은 구성이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여가와 취미 생활은 딱 저렇게 정리되는 것 같다.

난 나중에 은퇴하면 산 좋고 물 맑고 밤하늘에 별이 보이는 곳에서 취미로 코딩 열심히 하고, 멧돼지 한 마리 키우면서 타고 다니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래머로 살고 싶다. ^__^

Posted by 사무엘

2021/10/09 08:34 2021/10/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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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라는 게 없어지고 새벽에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야 하는 요즘 같은 시기는 야영 캠핑을 위한 그야말로 최적의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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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래에 서울에서는 상암동과 청담동의 모처에서 주차와 보안이 완벽에 가까운 아지트를 하나씩 개척했다.
여기는 보안을 위해 구체적인 위치와 방문 소감을 블로그에다 공개하지 못하니, 이 점을 양해 구한다. =_=;;

(2) 그리고 서울보다 한적한 고향 경주야 뭐 텐트 칠 만한 넓은 풀밭이 곳곳에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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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그마한 텐트와 돗자리만 펼치면 숲속이든 물가든 어디서든 나를 무더위와 추위와 비와 벌레로부터 보호해 주는 차단막이 생기고 나만의 개인 공간이 생긴다는 거다. 참 아늑하고 좋다~!

개인적으로는 꼭 쓰레기 버리고 환경 오염시키는 것만 죄가 아니며, 이렇게 좋은 날 정당한 사유 없이 밖에서 캠핑을 하지 않는 것도 자연에 대한 일종의 죄라고 생각한다. 부작위에 의한 죄에 가깝다.
반드시 집에서 가족을 돌봐야 하는 등의 정당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말이다. ㄲㄲ

물론 바깥 텐트는 전기와 상하수도, 와이파이 공급이 실내보다 열악하고 모기 같은 벌레에 더 취약하다는 일부 단점이 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수는 없듯, 한낱 모기 따위 무서워서 이 좋은 텐트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요즘은 9월, 10월에도 모기가 기승이다. 그런데 내가 청각이 둔해진 건지 다른 변화가 생긴 건지 모르겠다만.. 모기에 물리기는 하는데 주변에서 모기가 날아다니는 특유의 불쾌한 웽~ 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을 흔히 디버그/디버깅이라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텐트와 돗자리 주변에 달라붙은 벌레들을 떼어내는 것도 debugging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겨울에 비행기의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는 걸 디아이싱(de-icing)이라고 부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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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연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사람은 자연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사람은 자연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뜨앗~~ㅋㅋㅋㅋㅋㅋㅋ
텐트의 광고 카피로서는 매우 적절하게 잘 뽑은 문구이군..;;;
근데 중국산 아니랄까 봐, '있을떄' 띄어쓰기는 그렇다 쳐도 ㄸ 입력하고 나서 ㅐ 누를 때 Shift를 안 뗐나 보구나.. 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저거 폰트는.. HY필기이다. 아래아한글에 내장돼 있는 그 필기체와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서체.
요즘은 저것보다 훨씬 더 실감나는 손글씨체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런데 딱 합성 조미료 같은 초보적인 스타일.. 응답하라 199x 쌍팔년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필기체를 쓴 것도 참 안습하다.
곁의 '맑은 고딕'과 어우러져.. 이 인쇄물은 맥이 절대 아니고 일반 Windows 컴터에서 디자인알못이 아래아한글이나 MS 오피스 한글판 번들 서체만으로 대충 만든 거라는 티가 난다.

HERC는 지금까지 아무리 찾아봐도 제조사 홈페이지라는 게 안 나오고 도대체 무슨 업체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본인은 지금까지 이 텐트 안에서 수백~수천 회에 달하는 밤을 보냈다.

(3) 끝으로.. 본인은 이번 추석 때는 귀경길에 오랜만에 중앙 고속도로를 타면서 단양팔경 휴게소 상행 방면을 밤이 아닌 낮에 들를 수 있었다.

여기는 중앙 고속도로에서 경부 고속도로의 추풍령/금강 휴게소와 얼추 비슷한 역할을 하는 휴게소이다. 건설 당시 기준으로 고속도로의 시종점에서 얼추 중간 지점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도 영동-옥천 만만찮은 험준한 산지이며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부 고속도로의 거기 부근에 금강이 지난다면, 여기 부근엔 남한강이 지난다~! 정말 비슷한 관계이지 않은가?

단, 단양팔경 휴게소는 언덕 위에 만들어진 관계로 진출입로의 압박이 좀 있으며, 상행과 하행이 서로 7km가 넘게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 그리고 하행이 아니라 상행 휴게소가 원조라 여겨진다.
하행도 휴게소 건물 뒤에 꽤 근사한 정원이 꾸며져 있긴 하지만, 상행이 볼거리가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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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준공탑도 여기에 있고, 남한강이 보이는 전망대도 근처에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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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휴게소 뒷산을 올라서 '단양 신라 적성비'에도 가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년 전에 가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깜깜한 밤이어서 경치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서울 부근 하남시에 있는 이성산성은 아마도 신라 것이 아닌가 추측만 하는 정도이지만, 단양적성은 아예 적성비까지 세워져 있고 확실하게 신라의 리즈 시절 흔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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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오르는 길은 이렇게 생겼다. 적성비는 이 언덕의 꼭대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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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목적지 도달..!! 길게 잡아도 15분 정도만 오르면 도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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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뒷산 등산 산책을 하면서 옛날 문화재 답사까지 할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전국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이 휴게소는 장거리 여행을 갈 일이 있을 때 일부러 들러 볼 가치가 충분하다. 하행 말고 상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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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단양적성 부근의 이 넓은 풀밭에서도 텐트 치고 밤을 보내 보고 싶다~!!! ^^;;

Posted by 사무엘

2021/09/30 19:34 2021/09/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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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개드립 등

1. 4딸라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동무, 지금 인민공화국에서는 이러쿵저러쿵 하고 있는데, 동무는 가기만 하면 인민영웅이 될 거요."
"중립국."


최 인훈의 유명한 소설인 <광장>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4딸라 드립이랑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같은 패턴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네, 세트 하시면 가격은.."
"4딸라."
"이러시면 안 돼요.. 여기 버거킹이에요."
"4딸라."
"더블패티인데..."
"4딸라."
"이거 세트 메뉴인데.."
"4딸라!"
(그럼 4900원으로 하시죠~! / 오케이 땡큐! 는... -_-)


원작 소설은.. 무려 1960년작이라는 게 굉장히 놀라운 점이다.
6· 25 사변이 끝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시절인데.. "난 남한도 북한도 싫고 제3 중립국으로 갈 거야!"는 자칫 잘못하면 코렁탕 먹기 딱 좋은 민감한 소재였다.

이 작품은 할배와 원조가카 사이의 과도기 때 절묘하게 발표됐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
작가는 20대 중반일 때.. 딱 존 카맥이 둠을 만들고 윤 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지고 손 기정이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나이 때 저 소설을 썼다.

2. 텐트와 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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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라고 제안을 했더니 울 어머니와 누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변에 텐트가 아니라 아파트였으면 거절하지 않았겠지 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사진에서 텐트의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쪽에도 작은 도랑이 있어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돗자리와 텐트가 젖을 수도 있었다.

내 경험상, 나의 텐트 운용 엔진은 전진 7단, 후진 3단 정도 된다.

더우면

  • -1 옷 최대한 벗기
  • -2 텐트 창문 덮개 개방
  • -3 물 적시기

0 중간: 텐트 창문 다 닫고 아무 준비물 없이 그대로 잠듦

추우면

  • 1 얇은 여름 이불(모시)
  • 2 여름 침낭
  • 3 담요
  • 4 담요는 밑에다 깔고 겨울 침낭
  • 5 침낭 두 겹 (여름 침낭까지 추가 동원)
  • 6 내복과 패딩 잠바
  • 7 보조 이불까지 추가

2018년의 폭염 속에서 해변에다 텐트 쳤을 때는 -3으로도 부족해서 더위에 허덕였으며..
올해 초, -15도의 혹한 속에서 꽁꽁 언 강물 얼음판 위에다 텐트 쳤을 때는 7까지 다 하고 잤다. (갈 때부터 해외여행 캐리어에다가 담요를 쑤셔 넣었..)

나의 목표는 인위적인 냉· 난방 전혀 없이 체온만으로 자연 속의 한 마리 멧돼지마냥 푹 잘 자고 컴퓨터 작업도 겸사겸사 하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그냥 에어컨이나 난로를 켜 버리는 건 맨손 무술이 아니라 총 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과 같으며, 마라톤 선수가 중간에 그냥 버스· 지하철을 슬쩍 타 버리는 것과 같다. 그냥 반칙 실격이다. ㄲㄲㄲㄲㄲㄲㄲ

요즘 날씨는 처음 텐트를 쳤을 때는 -1.5 정도에서 시작했다가 새벽과 아침엔 0.5에서 1까지 가는 듯.. 쉽게 말해 밖에서 자기에 정말 정말 좋은 날씨이다. 이런 때에 겨우 집에서 선풍기나 틀어 놓고 자는 건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뭐, 울 어머니나 누나 등 가족은 저 등급에다가 +1 ~ +1.5쯤 더해서 인식하는 편이더라만..

독자 여러분도 기회가 되는 대로 밤에 으슥한 산이나 강가에서 자연을 많이 즐겨 보셨으면 좋겠다. ^^ 특히 비 예보가 있는 날 밤에 계곡이나 강물 바로 옆에 텐트 치는 게 내 경험상 제일 좋다.
보안을 위해 구체적인 위치는 공개하지 않지만-_- 내가 텐트 치는 숙소는 한두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 이것들은 다

  • 접근성: 도보/자전거/차로 몇 분
  • 편의시설: 화장실, 식수대, 공공 와이파이
  • 방수 가능 여부: 비가 올 때..
  • 주변 소음: 자동차 도로에서 가까운 곳은 밤에도 시끄러운 편
  • 은폐/보안성: 사람 발길이 잦은 곳이면 해가 뜨자마자 철수해야 함

등으로 자체적으로 점수가 매겨져 있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돌아가며 이용한다. 온도별 대처 요령도 그렇고.. 이게 일상생활이 되니 분야와 상황별 매뉴얼이 다 구축된다. ㅋㅋㅋㅋ
아침엔 입을 옷을 고민하고 점심 때는 밥 먹을 식당을 고민하고, 밤에는 텐트 칠 곳을 고민하니 의식주가 골고루 갖춰진다.

3. 흑돼지

하루는 근처 식당 간판에서 "팔공산에서 방목한 흑돼지"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약간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팔공산이라고 하면 대구에 있는 산이지 않은가. 그 대도시에도 한켠에 돼지 농장이 있나..? 그리고 흑돼지는 제주도가 유명하지 않나..??

알고 보니 전라북도 장수군과 진안군 사이에도 팔공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있고, 거기서도 흑돼지를 키우고 심지어 한우도 키우는가 보더라.
산의 인지도로나 돼지의 인지도로나 다 콩라인...이어 보인다만, 그래도 기회가 되면 여기 돼지를 먹을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다. ^^

4. 성경 이야기 패러디

이런 게 요 근래에 떠올랐다. ㄲㄲㄲㄲㄲㄲ

(1)
이세벨: 어이 아합 (우리 자기~^^)
아합: 이세벨, 어서 오고.
이세벨: 아침부터 왜 이렇게 죽상이야.
아합: 나봇이 꼴받게 하잖아. 씨X 젓X색X가.
이세벨: ㅋㅋ 떨 한 대 할래? (왕상 21:4-6)

(2) 탕자의 비유
작은아들은 타지에서 아버지의 자산을 탕진하여 알거지가 됐다. 그는 돼지가 먹는 사료도 얻어먹지 못하던 와중에 불현듯 현타가 왔다. “우리집은 먹을 게 너무 많아 썩어날 지경인데 난 이렇게 굶어 죽는구나 ㅠㅠㅠ” (눅 15:16-17)

Posted by 사무엘

2021/08/26 19:34 2021/08/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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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한 괴질(폐렴)

2021년도 벌써 절반이 지난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이번 7월은 3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극악의 무더위에다, 급격히 무섭게 확산되기 시작한 우한 괴질 때문에 인해 전국적으로 몹시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급이 최고 단계(lev 4)로 올라서 저녁 모임이 사실상 봉쇄돼 버렸으며, 교회 예배도 10%나 20%도 아니고 대면 예배가 또 통째로 금지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 시국에 대해서 요즘 기독교계에는

  • 교회도 방역 시책 꼭꼭 잘 지켜서 괜히 교회에서 확진자 나와서 주변 불신자들한테 욕먹고 간증 상실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비대면 예배는 종교적으로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절대 아니다.
  • 우한 괴질은 선동하는 것만치 위험한 게 아니며, 이런 뻘짓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건 효과도 일관성도 없는 정치방역 방역독재일 뿐이며 더 나아가 예배를 못 드리게 하는 교묘한 기독교 박해이다.

대충 이런 두 시각이 공존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난 편의상 전자를 좌파, 후자를 우파라고 분류한다.

왼쪽으로 도가 지나치면 "우리 문프달님 짱, K방역 짱, 말 안 듣고 방역수칙 안 지키는 놈들만 나쁜놈. 비대면 예배는 제2의 종교개혁" 이런 쳐돌은 짓거리로 빠지며..
오른쪽으로 도가 지나치면 방역 정책의 무능 모순 정치질 비판을 넘어서 거의 백신 = 666, ㅇㅎ 폐렴 = 여느 독감이나 그에 준하는 이상한 음모론 짓거리로 빠진다.
이에 대해 한데 치우치지 않은 좀 정상적이고 건전한 분별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 주님께서 납세를 손수 실천해 보인 정도로.. 교회도 정부의 방역 시책에 따르는 것이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들을 실족시킬까 염려하노니..." (마 17:27) 마태복음 17장 끝부분 이야기를 방역 시책에다 대입해서 읽어 보시라.

방역 시책이 대놓고 노골적으로 "교회만 예배 금지. 엿먹어라~! 성당이나 절이나 다른 집회들은 몽땅 OK" 이딴 식으로 말하지 않는 한, 그리고 우리가 의대 간호대 약대를 나온 의료인이 아닌 한, 일단은 전문가와 행정가의 말에 순응해 봐라.
최소한의 본분은 다하고 나서 그 다음에,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으면 편파적인 정치 방역을 욕하고 비판하고 집회를 하고 SNS에다 글 올리고 시위를 하든지 말든지 하는 거다.

이게 가장 이성적이고 건전하고 성경적으로나 개인 양심에 거리낄 게 없는 대처가 아닐까 한다.
그냥 정부 시책에만 100% 따라서 비대면 예배를 드리건, 아니면 벌금 먹으면 내고 말지 생까고 끝까지 모이건.. 그건 각 교회들이 재량껏 결정할 사항이다.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는 아니어 보인다. 한쪽이 믿음이 좋은 게 아니고 다른 한쪽이 마냥 타협하고 믿음을 저버린 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엔 벌써 그 정도 지경까지 된 건 아니다.

옛날에는 거리설교 때문에 교인이 공권력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은 예배 자체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이게 담대함인지, 아니면 그냥 무례 객기 깽판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2. 옛날 프로그램 수정 내역

사회가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내 개인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 개발 근황은 오는 8월쯤에 한번 올라올 것이다. 날개셋뿐만 아니라, 옛날 자료실에 있는 '3차원 그래픽 시연 프로그램'과 '삼각형의 오심 그리기 프로그램'을 약간 고친 소식도 여기서 같이 전하고자 한다.
먼저 전자는.. Shift를 누르고 있는 동안 우버튼+드래그(시점 전환)가 되지 않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Shift는 위/아래 화살표나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러서 이동할 때 Z축은 움직이지 않게 한다. 그래서 얘를 누르면 위나 아래를 보는 채로 앞뒤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얘는 이동 말고 시점 전환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기능이니.. 누르든 말든 오른쪽 버튼 드래그는 잘 동작해야 한다.

내가 지난 2010년대 동안 우버튼 드래그가 가능하지 않은 맥북을 사용해서 그런지.. 이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오심 그리기 프로그램은 벌써 5년이나 전인 2016년 가을에 기능이 많이 추가되고 업데이트 된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또 자그마한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나폴레옹의 정삼각형을 그리는 기능이다.
얘는 그 특성상 삼각형의 무게중심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과 동일한 색깔로 그려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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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물

부모님께서 은퇴 후에 여기저기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것에 재미를 붙여 계시는데..
본인도 그걸 어깨 너머로 여러 번 보면서 조금씩 재미를 붙이고 있다.
정식으로 분양받은 텃밭 말고 옥상 화분, 강가, 산기슭 같은 곳에 몰래 씨를 뿌려 놓은 게 자라는 걸 보면.. 무슨 광주리에 담아서 강에다 띄워 보낸 모세(?) 생각도 나고.. 그래도 줄기가 길어지고 잎이 커지고 꽃도 피는 게 참 경이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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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나름 강가에서 자그맣게나마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땅의 소출이 나왔다. 지름 8cm 남짓이다.
인간이 만든 각종 복잡한 기계류의 전선· 케이블하고.. 식물의 줄기는 구조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래서 성경에서도 첫 열매, 첫 열매 거리는 것일 테고.. (출 23:16, 잠 3:9 등)
박 넝쿨이 죽어 없어진 것 + 더운 것 때문에 버럭 징징거렸던 요나의 심정이 정말 이해가 된다.

천재지변으로 하루아침에 농사를 망치게 됐다면 농부는 완전 멘붕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풍년이라 해도 전근대 시절 옛날 농민들은 수확한 거 대부분을 세금으로 빼앗기고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그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 준 건 누가 뭐래도 산업화 근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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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랬던 호박은 한 달 남짓한 시간 만에 1m가 넘는 넝쿨로 자랐다.
저 작은 상자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지금은 모처에다가 옮겨 심었는데.. 오랫동안 야생과 같은 급으로 햇볕을 못 받고 뿌리를 마음껏 아래로 내리지 못해서 그런지.. 지금도 발육이 좀 부진한 것 같다.

4. 강과 계곡

본인은 2010년대 중후반쯤에 등산에 처음으로 재미를 붙였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다가도 서울 근교의 산들을 오른 사진 기록을 수십 편씩 올렸다.
그 등산 취미가 나중에는 차박과 캠핑으로 미묘하게 바뀌었다. 산을 정상까지 오르는 것보다는 산기슭이나 중턱 적당한 곳이라도 텐트 치고 자는 것으로 목표가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한여름에는 등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덥다. 열대야가 심하면 등산뿐만 아니라 캠핑도 불가능해지고 그냥 집에서 에어컨 틀고 자는 게 더 낫게 된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자연에 대한 본인의 관심은 산과 평지를 거쳐서 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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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뚝섬 한강 공원에서 오리배를 탄 적이 있었는데 요 근래에는 양화 한강 공원에서도 오리배를 몰아 봤다. 이거 바람 때문에 생각보다 시원하고 좋았다. 평소에 수십 m 이상의 거대한 교량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하던 한강 물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일이 언제 있겠는가?

내가 알기로 서울에서 오리배가 있는 한강 공원은 뚝섬, 양화, 여의도 정도이다. 또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 양화는 내가 갔던 시절에는 전동은 없고 수동 페달만 있어서 주행이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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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 한강 공원과 가까이 있는 선유도를 나름 보트로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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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물 좀 보소~
요즘 같은 계절에 이런 계곡물이 있으면 난 온몸을 담궈서 자가침례를 행하고, 그걸로 모자라서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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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맑고 공기 좋은 자연 속에서 버그 하나 잡고 기능 하나 구현하고 갔다.
참고로, 이 사진을 찍어 주신 분은 저런 짓을 도대체 왜 하냐는 송충이 씹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1/07/22 08:34 2021/07/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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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좋다

1. 산, 차박, 텐트에 이어 멧돼지

이 블로그는 평소에 온통 긴 글, 진지한 글밖에 안 올라오는 편인데.. 오늘은 오랜만에 블로그 주인장의 개인 취향과 관련된 뜬금없는 소리를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본인은 5년쯤 전부터 등산을 시작하면서 자연인 야인의 생활이랄까.. 이런 것에 재미를 붙였다.

집 대신 차에서 자기 시작했고, 그 뒤엔 차에서 내려서 텐트에서 자기 시작했다.
이 넓고 적막한 공간을 그저 지나쳐 버리는 게 아니라 여기서 밤을 보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나야 예수 믿는 사람이니, 무작정 속세를 떠난 도인 도사 같은 걸 지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경에도 엘리야나 요한 같은 야인이 있다. 그건 충분히 동경할 만하다.
이렇게 캠핑을 즐기면서 취향이 바뀐 것이 바로.. 멧돼지에 대한 호감이다.;;

산에서 잔다고 하니까 주변으로부터 한결같이 돌아오는 반응은 멧돼지를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호랑이가 사라진 뒤부터 멧돼지가 생태계의 최대 포식자가 되긴 했다. 흠, 코뿔소도 아니고 멧돼지라니..
그런데 사진으로 자꾸 보니 언제부턴가 그냥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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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무 도야지가 살이 참 토실토실하다. ^^;;
멧돼지라고 하니까 6 25 노래 가사에 나오는 '멧도적 오랑캐'가 연상되기도 한다만, 그래도 멧돼지는 불의의 역도들은 아니지.

영화 대사 중에서 ‘멧돼지’가 나오는 걸 생각해 보면.. 별로 긍정적이지는 않다. ㅠㅠ

  •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주인공 일행이 고고장에 몰래 놀러 갔는데 어느 체대생 누님이 햄버거(!!)에게 빡쳐서 “이 멧돼지 같은 자식”이라고 욕을 한다.
  • 그리고 <범죄도시>에서도 위성락이 체포된 뒤에 마석도 형사에게 “야이 멧돼지 같은 xx야~”하면서 도발하다가 배빵을 당한다.;;

내가 기억하는 건 이 정도..?
난 저 캐릭터들처럼 뚱뚱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멧돼지가 좋다.;;
이건 내가 돼지고기를 음식으로서 아주 좋아하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감정이다. ^^

2. 돼지 관련 어린이용 매체

돼지와 관련해서 문득 30년도 더 전 옛날 추억을 끄집어내 본다.
본인은 초등학교(그 당시엔 국민학교)에 입학하고서 얼마 뒤에 시에서 개최한 동화 구연 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거기서 저학년부 금상을 탔다. (대상은 없고 금상이 1등) =_=;; 입상 비결은 특별한 거 없고 그냥 동화책 테이프에서 들은 대로 똑같이 연기와 감정 표현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때 구연했던 동화는 ‘아기 돼지 삼형제’였다.
아기돼지 삼형제를 읊었던 그 어린이는 커서 야생 멧돼지를 동경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기돼지 삼형제’ 동화의 작가는 그림이나 안데르센 같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영국의 ‘조셉 제이콥스’라는 19세기 민속학/인문학자였다. ‘제이콥스’라는 이름은 꽤 특이해서 내 기억에 각인돼 있었다.

작가의 이름부터가 ‘요셉 야곱’=_=;;이고.. 동화 내용이 뭔가 ‘모래 위에/반석 위에 지은 집’ 같은 인상이 강해서 꽤 성경적인 심상이 느껴지지 않는가?
물론 성경은 집을 지은 터가 차이가 나는 반면, 저 동화는 집에 들어간 건축 자재가 차이가 난다.;;;

저 동화에서 포식자 악역은 늑대인지 이리인지 아무튼 ‘개’과 동물이다. 동양의 전래 동화였으면 ‘고양이’과인 호랑이였을 텐데 이런 차이점이 있다.;; 그러고 보니 새끼 염소들이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동화도 있었는데 서양에서는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 이야기 이래로 늑대가 고정 악역인가 보다.

그런데 왜 저 동화에서는 어째 집까지 짓는 주인공이 다른 동물이 아니라 돼지로 지정됐을까? 집을 튼튼히 잘 지어서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뭔가 개미와 배짱이 우화에서 개미와 비슷한 설정인데.. 어쨌든 저 동화에서는 돼지가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흠, 그리고 “엄마 돼지 아기 돼지”라는 동요도 있다. “토실토실 아기 돼지 젖 달라고 꿀꿀꿀” 이러는 그 오글거리는 노래 말이다. 게다가 후렴은 온통 꿀꿀꿀꿀~만 있다!! ㅋㅋㅋ
현실에서는 엄마 돼지는 집채만 한 덩치에 옆으로 자빠져 있고, 그 옆으로 새끼들 예닐곱 마리가 달라붙어서 젖을 빠는데.. 그 모습은 얼추 이렇다. (어이쿠, 이 사진에는 새끼가 무려 10마리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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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동요는 김 규환(1926-2011)이 작곡했다. 이분은 가을길, 바둑이 방울(딸랑딸랑 딸랑~!)을 작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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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검색을 좀 해 보니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2015)이라는 제목의 창작 동화까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래동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패러디 한 거라고 한다.

끝으로.. 경기도 이천에는 “돼지 보러 오면 돼지”라는 기막힌 이름의 돼지 박물관도 있다. 나중에 저기 가 보고 싶다. (☞ 링크)

3. 멧돼지를 키우는 사람

집돼지도 아니고 야생 멧돼지를 어째어째 하다 보니 시골에서 개인적으로 키우는 사람이 국내에도 몇몇 있어서 매스컴을 탄 적이 있었다.
가장 먼저 무려 2005년, 내가 스펀지에 출연했던 그 시절에 부산 기장군에 이런 분이 있었는가 보다. (☞ 주요 정지 화면, ☞ 방송 내용)

저 할배의 경우, 멧돼지 새끼를 지인한테서 받았고, 키워서 잡아먹으려 했는데 그만 정이 들어서 이렇게 아들처럼 키우게 됐댄다 ㅋㅋㅋㅋ
워낙 엄청난 옛날이어서 영상의 화질은 물론이고 종횡비부터가 지금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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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를 타고 다니다니.. 바로 저거야~~!!!
우와~ 나도 산에서 멧돼지 하나 데려와서 이렇게 교감하고 싶다. 타고 다니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그리고 2016년경엔 영암에서 방송이 하나 더 나갔다. (☞ 방송)
이번 출연자는 영암에서 말을 키우는 분인데.. 어느 사냥꾼 지인으로부터 생후 열흘 남짓밖에 안 된 멧돼지 새끼를 받아서 말들과 같이 키우게 됐댄다.
어미는 안타깝지만 유해조수 수렵 기간에 사냥 당했다고 한다. 그러니 쟨 나름 불쌍한 고아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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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돼지는 역시 어쩔 수 없는 돼지다. 돼지코를 벌름거리면서 음식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아서 찾아간다.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프다고 보채고, 먹을 걸 발견해서 한번 먹기 시작하면 주인이 아무리 제지해도 막무가내..;;

그건 이전 2005년도 방송에서 출연했던 멧돼지하고 완전 똑같다.
저렇게 먹어대니 그 작던 새끼가 저런 엄청난 덩치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완전 귀여워~~~ ㅠㅠㅠ +_+

멧돼지와 집돼지의 외형 차이는 정확하게 무엇일까? 멧돼지는 시커먼 털이 났고 주둥이가 더 뾰족하게 쑥 튀어나온 것 같다.;; 뭐, 일반 집돼지 중에도 시커먼 흑돼지 자체는 있는데, 그렇다고 그게 멧돼지인 건 아니다.
근데 저 영상은 촬영 분량을 만드느라고 저렇게 자유롭게 풀어 준 것이지 싶다. 평소에 저런 멧돼지를 아무 통제 없이 놔 뒀다간 위험하긴 하겠다.. ㅋㅋㅋ

유해조수 명목으로 지정된 기간에 지정된 장소에서 합법적으로 사살된 멧돼지는 집돼지와 마찬가지로 사체가 식용되기도 한댄다.
농촌에서는 피해 신고를 한 농가에게 단백질 보상 차원에서 주고, 그리고 도시에서는 모처럼 회식이라도 하라고 양로원 노인정 복지관 등에다 기증한댄다.
그럴 여건이 안 되거나 사체의 상태가 심하게 안 좋으면, 여느 로드킬 동물이나 쓰레기를 처리하듯이 그냥 소각 폐기하게 된다.

4. 기타 옛날 회상

(1) 동화 구연 대회가 끝나고 상까지 받았던 날 저녁엔.. 본인은 부모님 및 학교 선생님과 함께 입상 기념으로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 수프 등 여러 요리가 차례로 나오는 '비프 커틀릿'(일명 비후까스)을 먹었다. 그거 1인분 가격이 딱 5천원이었다.
지금은 직장인의 평범한 식당 점심도 5천원으로는 택도 없고 편의점 도시락조차 4천원을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때의 5천원은 요즘 물가로 2~3만원 이상은 너끈히 될 것이다.

(2) 내가 최초로 입학해서 저학년 시절에 다녔던 초등학교는 월성 국민학교였다.
그런데 그.. 1966년 2월에 낙하산 강하 훈련 중에 동료의 기능 고장 낙하산을 펴 주다가 한강 얼음판에 추락사로 순직했던 이 원등 상사(1935-1966)도 경주 출신에 월성 국민학교 졸업생이더라..(1948년) 신기했다.

월성은 이미 1920년대 말부터 있었던 학교인데, 근처에 흥무 초등이 1981년에, 유림 초등이 1993년에 추가로 만들어졌다. 월성은 구시가지와 가까우면서 주변 부지 부족, 문화재 보호 개발 제한 때문에 증축이 안 되어서 결국 학교를 또 만든 것이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1/07/02 08:34 2021/07/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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