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호박 농사 근황

올해도 벌써 5월이 끝나 간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7이 나온 지도 거의 한 달이 돼 간다.
해마다 봄이면 언론에서 맨날 봄 가뭄이 심하다고 떠들곤 했다. 그러나 올해 봄은 초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오긴 했지만 비도 꼬박꼬박 많이 내린 것 같다. 봄 가뭄이니 산불이니 하는 말이 없었다.

지난 3월 이래로 이 블로그에 호박 얘기가 전혀 없었다니.. 오랜만에 그거 근황을 전하도록 하겠다.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실내에서 호박씨를 뿌려 봤는데.. 안타깝게도 결과가 별로 좋지 못했다.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실내에서 암꽃을 수분시켜서 사과· 배보다 큰 호박을 따기도 했는데.. 그런 일이 그 뒤로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설마 동일한 화분에다 계속 연작을 해서 그런지?

호박이 조금 자라려 하면 어김없이 잎에 흰가루병이 생기고.. 나중에는 온통 진딧물이 꼬이곤 했다.
한때는 호박이 하루 이틀 간격으로 꽃을 피우곤 했는데 나중엔 기력이 다했는지 꽃이 더 피지 않고, 잎이 시들고 빠졌다.
특히 전에도 얘기했었지만.. 작년 겨울 동안 실내에서는 암꽃이 단 한 송이도 피지 못했다. 씨방이 맺히던 것이 기력이 부족한지 암꽃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다 떨어졌다.

흐~~ 이 정도면 저 화분의 흙이 지력이 다한 건지? 비료만 보충해 주는 걸로는 안 되는지? 다 엎어버리고 화분을 다시 세팅해야 할지..???
그래도 이제 3월 말부터는 날이 따뜻하니 화분을 실외로 옮기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호박씨를 흙에 파묻었다. 이때가 4월 1일인가 2일이었다. 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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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경에 이랬던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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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싹이 돋기 시작하더니 사흘 뒤에는 이렇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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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에는 진도가 빠른 아이들은 벌써 본잎도 이만치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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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26일, 화분이 터져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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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난 5월 2일과 5월 5일.. 잎이 엄청나게 커졌다.
이때 파릇파릇한 호박잎을 수십 장이나 따서 먹었다.
이 많은 호박들을 저 비좁은 화분에서 모두 끝까지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을 솎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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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 큼고 넓적하고 허연 힘줄(줄무늬)이 가득한 잎 좀 보소. 장기복무에 탈락한 호박들이 남긴 유산이다.
찌거나 데쳐서 쌈장 찍어서 고기와 함께 먹기도 했고, 라면에다 넣어서 먹기도 했다. 별미였다.
지금은 잎만 수십 장 얻었지만, 몇 달 뒤엔 작은 거라도 열매를 10여 개라도 좀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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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너무 조밀하던 아이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니 화분들이 다시 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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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주일쯤 뒤인 5월 19일, 그래도 살아남은 아이들이 몸집이 예전에 비해 길어졌다. 화분이 휑하다는 느낌이 거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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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몸집이 눈에 띄게 길어진 게 느껴졌다. 바닥에 치렁치렁 늘어진 덩굴 줄기를 추스르고, 막대기를 타고 오르도록 가이드를 하기 시작했다. 우주 발사체에다 비유하자면, 이제야 얘들이 수직 상승이 아니라 수평 이동을 시작하고 지구 공전 궤도에 진입한 것 같았다. 생후 40~50일쯤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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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이런 덩굴손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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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로부터 사흘이 또 지난 5월 25일의 모습이다.
아아~호박이여~!! 어서 꽃 피고 열매도 맺히기를. 다음 호박 근황글에서는 꽃과 열매 이야기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 여담

1.
화분에서 다 키울 수 없어서 퇴출된 호박 중 일부는 집 근처의 공원 모처에 몰래 옮겨 심어 보기도 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살면 다행이고, 죽어도 그냥 본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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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뿌리째 뽑힌 채 방치되면 마치 물 밖으로 꺼내어진 물고기처럼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시들고 죽는다.
그런데.. 최대한 조심해서 주변의 흙까지 다 같이 파더라도, '옮겨 심기'는 식물에게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다. 흠 그러고 보니 금붕어 어항 물갈이와도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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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져서 심긴 식물은 분명히 죽은 건 아니지만, 성장도 못?안? 하는 채로 한참을 저렇게 있으면서 발육이 뒤쳐졌다. 이거 효율을 좀 개선할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화분에서 붙박이로 있었던 아이들은 저렇게 굵어지고 길어지고 난리를 치는 중인 반면, 쟤는 그냥 난쟁이가 돼 버렸다. 그 상태로 이제 잎 몇 장 더 나고 흰 줄무늬가 생긴 게 생존 인증의 전부이다.

이것 말고도 옮겨 심은 애들이 여럿 있지만, 그나마 제일 잘 자라고 있는 아이가 저런 상태이다.
그래도 이제 뿌리를 다시 잘 내렸는지, 살짝 잡아당기는 정도로는 꼼짝도 안 한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잘 보살펴 줘야겠다.
뉴스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울나라도 올여름에 재앙 급의 물폭탄이나 폭염이 예상된다고 벌써부터 난리를 치고 있다. 그러면 얘는 또 물에 잠기려나? 자연재해나 도난 걱정, 공간 걱정 없이 호박을 마음껏 키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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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내에서 키우고 있는 이 생후 한 달짜리 호박도 제법 많이 컸다. ㅎㅎ 얘는 힘줄이 전혀 없네.. 단호박인가 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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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살아 있는 호박은 아니지만.. 보기가 참 좋아서 힐링용으로 잠시 소개한다. 침실에 온통 이런 방석, 베개로 가득하면 참 훈훈할 것 같다.

나는 이걸 호박 쿠션이라고 부르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베개라고도 하고 심지어 인형이라고도 부르더라. 사람의 평소 개념 인지 알고리즘이 어떻느냐에 따라서 어휘 선택이 달라지는 듯하다.
아무렴, 동물이나 만화 캐릭터 얼굴이 아니라 식물.. 그것도 채소 열매가 쿠션이나 베개 모양으로 쓰이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호박이 이래서 매력만점 채소인 것이다. 열매뿐만 아니라 덩굴과 잎까지도 말이다.

우리 예쁜 여친님이 호박 쿠션을 선물해 줬을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쿠션을 세탁까지ㅠㅠㅠ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쿠션의 안에 들어가는 솜이 반영구적인 재질이 아닌지, 세탁을 여러 번 하면 비가역적으로 뭉개지고 망가지는 것 같다. 그러면 예전처럼 푹신하고 탱탱하지를 않아서 쿠션· 베개 용도로는 못 쓰고 그냥 관상· 전시용이 된다.

3.
이렇게 호박들이 잘 자라고 있는 와중에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앞서 얘기했듯이 백해무익 불청객인 진딧물이다.
저 화분과 저 흙의 문제인지..??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호박이 어느 정도 자란 뒤부터는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멀쩡히 시퍼렇게 잘 자라던 잎이 갑자기 쭈글쭈글해지고 시들고 말라 죽는다. 그런 잎은 뒷면을 들여다보면 진딧물 떼거지가 새까맣게 뒤덮힌 끔찍한 몰골이다.
이건 뭐 그냥 시꺼먼 점들이니까 난 벌레일 거라고 생각도 안 했고 그냥 얼룩이나 세균 차원의 병이라고 생각했었다.

진딧물은 단순히 식물의 진액만 빨아먹는 게 아니라 자기가 소화시키지 못한 똥까지 주변에 싸지르면서 식물을 완전히 작살을 내 죽인다고 한다. 정말 보이는 족족 무조건 박멸해야 된다. 오히려 완전 야생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

인터넷을 보니 물에다가 퐁퐁 같은 주방 세제를 타서는 분무기로 잎과 줄기, 주변의 흙까지 뿌려 주라고 했는데.. 당장 눈에 띄는 진딧물을 퇴치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진딧물을 손으로 일일이 터뜨리고 뭉개고 거기다가 세제 탄 물을 뿌렸더니 그 부위가 깨끗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겨우 그렇게만 해 준다고 딴 데 있는 진딧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거. 그런데 이것 말고 딱히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본인의 호박 농사가 꽤 큰 고비에 부딪힌 것 같다. =_=;;

Posted by 사무엘

2024/05/28 08:35 2024/05/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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