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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신선놀음 중

오랜만에 근황 겸 내 사진이나 좀 투척하겠다. 이제 날짜상으로는 여름이 다 갔다지만 난 여전히 낮과 밤에 반팔 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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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북한산 맑은 공기를 주입해 주면 코딩이 잘 되는 거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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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원 주택 2층 다락방에서의 신선놀음. 참고로 우리집 아님.

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학교· 교회 등의 지인 한정으로나 의미가 있겠지만..
도대체 저 인간은 왜 어딜 가나 맨날 노트북 PC를 들고 다니고 게다가 인터넷조차 없이도 혼자 뭘 끄적거리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내 연구실을 오프라인 방문하는 걸 언제든지 환영한다. 장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컴퓨터 펼쳐 놓고 작업하고 있는 곳이 어디든지 연구실.
내가 지금 한글 입력에서 관심사가 무엇이고 뭐가 고민인지를 코드와 함께 친절하게 알려 드리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4/10/01 08:39 2014/10/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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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거리 20000km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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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마의 총 주행 거리가 지난달(8월) 하순에 드디어 2만 km를 돌파했다.
계기판에 ODO라고만 적혀 있어서 무슨 이니셜인가 궁금했는데 이건 합성어 이니셜은 아니고, odometer라는 단어를 줄인 글자이다. 우리말로는 적산거리계.

사실, 차 자체는 부모님에게서 인계받은 이래로 종합 검사까지 한 번 받았을 정도로 차령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이제야 2만 km를 겨우 넘었을 정도이니 이 얘기를 들은 분들은 다 허탈해하면서 “이거 뭐 완전 새 차군. / 차를 지금까지 안 굴린 거나 마찬가지군” 등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

운전을 대부분 주말에만 하니 주행 거리는 매달 400~500km, 1년에 5~6천 km대에 불과하다. 평일에 회사나 학교에 몰고 가는 빈도는 한 달에 한두 번이 될까 말까이지만, 그래도 무더위나 우천 등 날씨가 안 좋을 때, 부득이 지각을 면해야 할 때, 짐이 많을 때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차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해 왔다.
그리고 그렇게만 몰아도 차량 유지비는 기름값만 8~10만원 정도 꼬박꼬박 나온다. 자동차라는 게 참 비싼 물건이긴 하다.

하지만 차는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금이나 보험료 등이 적지 않게 깨지며, 차령이 올라갈수록 세금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중고 감가상각도 커진다. 그러니 무작정 안 몰고 세워만 둔다고 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차를 장만한 이상, 어느 정도는 꾸준히 타야만 오히려 이득이다. 경제 속도만 있는 게 아니라 경제 주행 거리라는 개념도 있는 셈이다.

물론 본인 역시 세월이 흐를수록 주행 거리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는 동안은 연간 1만 km 정도까지는 주행 거리를 늘릴 생각이다. 특히 박사 과정부터는 학교에 월 단위 정기 주차 등록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지금도 학교 근처의 동문 회관에다가 잠시 주차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많다. 그건 명목상 연 10회 제한이 있으며, 또 한 번에 최대 3시간까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수업 하나만 듣고 허겁지겁 돌아오기에도 빠듯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평일 일과 시간에는 서울 시내의 도로 정체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차의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다.
새벽에 일찍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연구실에 있다가 밤 늦게 돌아오는 용도로 활용해야 도로 정체도 피하면서 차를 능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그럴려면 역시나 정기 주차 등록이 필수인 것이다.

집은 먹을 게 많고 내 마음대로 쉬기도 편해서 좋지만, 너무 덥고 또 아무래도 공부나 코딩의 집중이 잘 안 되어 나태해지기 쉽다.
학교는 반대로 뭔가 집중하고 작업하기는 좋다. 집보다 훨씬 더 시원하며 무선 인터넷도 빵빵하다. 학부생이라면 그저 공공장소인 도서관 독서실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나 같은 대학원생은 아늑한 연구실이 있으니 더욱 좋다.
그러나 일단 움직여서 밖에 나가는 이상 당장 돈이 깨지며, 이동하는 게 매우 번거롭고 불편하다. 그 불편을 자동차가 크게 줄여 줄 것이다.

끝으로, 또 엔진 이야기.
본인은 내 차가 디젤이 아니다 보니, 힘 좋고 연비도 더 좋은 디젤 차량에 대한 환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디젤은 소음· 진동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배기량이어도 더 무겁고 가격도 생각보다 더 비싸다. 단순히 차값뿐만 아니라 오일 같은 엔진 관련 소모품/부품 가격도 말이다.

차를 장만했으니 이제 내 사전에 대중교통이란 없다는 심보로 연 2만 km 이상씩 마구 굴릴 게 아니라면, 디젤 차는 의외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나처럼 이제 겨우 연 5~6000km 수준인 주말 운전족 정도로는 휘발유 차가 백 배 낫다고?
아예 충분히 출력이 큰 SUV 정도라면 모를까, 그냥 어정쩡한 1000cc대 후반 배기량의 디젤 승용차를 장만하신 분 중에는 다음에는 그냥 휘발유 차를 살 거라고 오히려 후회하는 경우도 있어서 의외였다.

Posted by 사무엘

2014/09/02 08:15 2014/09/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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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기 전에, 심지어 철도를 빨기 전에.. 정말 까마득한 먼 옛날엔
자동차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마나 심취해서 진심으로 쪽쪽 빨고 지냈는지...;;

1991년, 지금으로부터 거의 23년 전에 혼자 다른 책을 베끼고 온갖 사견을 덧붙여서 만들었던 자동차 화보-_-;;가 고향집에서 뒤늦게 발견되었다. 나의 초딩 3학년 시절의 작품이다.
물론 사진 찍는 건 어머니께서 도와 주셨다. 디카가 없던 시절이니 당연히 필카로 찍고 현상해서 찾아 와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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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눈에는 자동차별로 타코미터의 존재 여부, 파워윈도우의 존재 여부, 그리고 뒷좌석 중앙에 팔걸이의 존재 여부가 특별하게 다가왔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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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각그랜저, 그리고 콩코드, 로얄 시리즈 등.. 정말 추억의 올드카들이다. 지금은 저 차 번호들은 존재할 가능성이 0에 한없이 수렴하므로 번호판을 굳이 가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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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우리집 자가용이었던 엑셀의 카탈로그 내지 취급 설명서를 베껴서 그린 거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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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액정 디지털 계기판, 그리고 헤드라이트에까지 와이퍼가 달려 있던 임페리얼을 무척 신기하게 여기고 인상깊게 관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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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내용.
걍 이 취미를 그대로 유지해서 현대 자동차에라도 입사했으면 돈은 더 많이 벌었겠다는 생각이 폭풍처럼 든다. ㅠ.ㅠ

Posted by 사무엘

2014/07/19 08:22 2014/07/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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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근황

1. 소감

작년에 면접 때 만났던 학교 사람들, 그리고 면접을 같이 봤던 사람들을 대부분 다시 보니 굉장히 반가웠다. 2010년 이래로 추세를 보아하니, 석사 때와 박사 때 모두 하필이면 꼭 내가 입학하는 학기에만 우리 과에 신입생이 지금까지 이례적으로 많곤 했다.

또한 석사 입학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내가 입학하는 타이밍에 학부 학번이 같은 동갑내기 입학 동기 단짝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석사 동기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박사 진학에도 뜻이 있는 듯했으나, 결혼 후 육아 때문에 아직까지 학교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없다.

물론, 난 이제 회사 근무 시간은 반토막이 났다. 편한 마음으로 학교에 가기 위해, 개강 바로 전날까지도 회사에서는 잔업을 넘어 야근, 철야를 했다. =_=;;; 학교 가는 날엔 수업과 개인 연구에 전념할지라도, 앞으로도 회사 가는 날 그 며칠만은 그야말로 밤을 새겠다는 각오로 출근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2. 교통

학교 한복판은 온통 공사판이고, 정문 앞의 도로는 버스만 다닐 수 있게 바뀌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모 고가 차도는 철거 중이라고. 시설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오후에 지하철역에서 학교 안까지 직통으로 들어가는 셔틀버스가 없어진 관계로, 오후에 하교하는 교통은 다소 불편해졌다. 공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없앤 건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정문에서 좌회전이 아예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완전히 없앤 듯하다.

난 이제 돈 몇만 원만 주면 교내에 정기 주차 등록도 할 수 있으며, 동문 회관 주차장도 연간 최대 10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가용 접근성은 석사 때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하지만 동문 회관은 주차 가능 시간대와 시간, 횟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여전히 강의동까지는 너무 멀고 많이 걸어야 해서 불편하다. 그리고 서울 시내는 경험상 평일 낮 시간대에도 길이 끔찍하게 막히는 관계로 자동차가 무작정 해결책은 아니다.

자동차의 가성비가 올라가려면 결국 도로 정체를 피해서 일찍 들어갔다가 늦게 나올 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동문 회관 주차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거면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있을 생각을 하고 정기 주차를 이용하는 게 해답이다. 입학 후의 교통편은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3. 노땅 복학생 -_-

석사 시절에만 해도 나는 과 재학생들 중에 나이 서열이 거의 막내 축에 들었으며, 재학 중에 이렇다 할 석사 신입생이 들어오지도 않아서 학교에서 내가 말을 놓을 일이 없었다.
그랬는데 이제 난 질질 끌면서 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나이 30이 넘은 노땅이 돼 버렸다. 재학생 중에도 내 밑으로 어린 학생들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있다. 내 위에 있던 분들은 이제 졸업, 휴학, 논문 학기 등의 개인 플레이 모드로 다들 잠적하셨고.

그러니 난 14학번 신입생이긴 하되 실질적으로는 신입생이 전혀 아닌 처지다. 오히려 기존 재학생보다 더 과거에 같은 곳에서 석사 생활을 한 경력이 있으니, 신입은커녕 복학생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휴~~
학교에서 '형' 소리도 듣고, 학부 학번이 나와는 10자리와 1자리가 뒤바뀐 까마득한-_- 후배도 보게 됐다. 학부를 휴학 없이 졸업 후 칼같이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다. 여자니까 군대 걱정도 없고.

남자 후배들에게는 당일 말 놨는데, 여자 후배와 동기하고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전히 고민된다. 이 나이 돼서 이성에게 반말 모드로 바꾸기가 차암~난감함을 느낀다. 4년 전에 석사 동기하고는 아직 20대여서 그런지 금방 말 놨던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 보는 사람들하고도 언젠가는 말 놓을 거다.. ㅎㅎ

4. 연구 분야

나는 주 관심사가 한글과 컴퓨터 기술 융합이고, Ken Lunde의 한국 버전 같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이다. 이것은 분명 '언어정보학'이라는 범주에는 속하지만, 과에서 전통적으로 육성하는 말뭉치나 사전 같은 것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게 진학과 관련된 고민거리라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이공계 배경이 있는 사람이 언어에 대해서 흔히 생각하기 쉬운 자연어 처리나 텍스트 마이닝 같은 쪽도 아니다. 관심은 있지만 내가 그 분야로 박사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깊은 연구와 기여를 할 의향은 없다.

그래도 과 주임교수님과 얘기를 나눠 보니 학생들의 관심사와 연구 주제를 생각보다 굉장히 더 넓게 존중하고 독려하셔서 나 역시 큰 위안을 느꼈다. “니가 뭘 연구하려고 하는지 난 잘은 모르겠다만, 그래도 대학원은 원래 자기 공부 자기가 찾아서 하는 데가 아니냐. 니 지도교수하고 잘 얘기해서 길을 스스로 개척해 봐라” 정도. 그래, 내쫓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여기저기서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이제 앞으로 한두 번만 버전업 더 하면 거의 14~15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실질적인 기능 개발은 7.x대에서 다 끝나지 않을까 싶고, 내가 한글에 대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기초 실험과 연구는 30대 나이 때 결과물이 잘 나올 것 같다. 평생 할 공부를 20대 때 짧고 굵게 다 마친 주변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무의미한 비교다. 난 애당초 완전 내 하고 싶은 대로만 살면서 전혀 다른 길을 가 왔는데, 자기 하고 싶은 걸 억제하고 꾹 참고 전문직을 간 다른 친구들을 이제 와서 견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5. 컴퓨터 음악 입문

안 지홍 박사 같은 교수가 이 학교에도 한 분 계셨구나.
뭔가 CT(문화 기술)스러운 융합 과목이 컴공과에 개설되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덥석 수강 신청했다.
역시나 다른 컴공과 대학원 수업과는 달리 수강생이 15~20명에 달할 정도로 매우 많고 여학생도 있고, 타 과(전자공학, 산업공학~! 나 포함), 타 연구실 학생들도 보일 정도로 이들의 배경도 다양했다.

학기 초에는 간단한 기보법부터 시작해서 초· 중급 음악 이론을 다루는데, 조표, 조옮김, 음정 같은 건 난 다 아는 내용이니 그냥 제껴도 된다.
그러나 강의 노트를 보니, 뒷부분으로 내용이 갈수록 challenging하게 바뀐다.

일단 말로만 듣던 미디 파일 포맷은 마스터해야 할 듯하다. 관련 라이브러리를 갖다 붙여서 컴퓨터로 곡을 생성해서 미디 파일로 저장하는 것까지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작곡 알고리즘 분야의 논문 발제· 발표도 있다.
음악도 자가반복적인 구조가 있고 일종의 언어와 비슷하다고 그러고, 강의 노트 중엔 촘스키 계층, 마르코프 체인, 셀룰러 오토마타 같은 이상한 물건도 막 나온다.

교수님도, 다룰 줄 모르는 악기가 없고 악보 하나도 읽을 줄 몰라도 괜찮은데, 이 과는 엄연히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음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몰라서는 안 된다고 첫 시간에 못을 박으셨다. 그럼 난 더 좋고.
내가 이미 다 아는 내용과, 관심은 가지만 전혀 몰라서 새로 공부하고 싶은 내용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더욱 유익한 수업이 될 것 같다. 물론 이번 학기에 이 수업 하나만 듣는 건 아니다. ^^

Posted by 사무엘

2014/03/10 08:29 2014/03/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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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고향 방문 후기

지난 설 명절 땐 고향을 방문하여 주변에서 여러 의미 있는 일들을 치렀다.

1. 변 정용 교수님 만남

고향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교에 이런 교수님이 계신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작년 가을쯤에 드디어 개인적으로 연락이 됐고, 개인적인 만남까지 성사되었다. 오오~~!

그분도 자기와 관심분야가 가까운 젊은이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니 굉장히 반가워하셨고.
짤막하게나마 그분의 한글과 훈민정음 견해, 북한의 학자들과 교류하느라 평양 시내와 금강산 실물을 진작부터 몇 번이나 구경했던 이야기, 각종 학계와 업계 사정 이야기 등등을 들었다. 국가보안법을 어기면서 몰래 갔다 온 게 아니요, 달러 엄청 뜯기면서 단순 관광객으로 갔다 온 것도 아니니 부럽다.

난 내가 14년째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 하나로 이 바닥에서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의 업적을 남겼고, 확실히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석사도 아니고 박사 정도 되면, 뭘로 학위논문을 썼는지가 학계· 업계에서 어딜 가나... 너의 얼굴이자 자존심이자 프로필과 스펙으로서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니 그게 평생 밥줄 수준인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어야 된다”라고 충고를 하시더라. 난 물론 그걸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아무튼, 이쪽으로 기를 충전(?)하고 돌아오니.. 난 코레일 공채 준비하지 않아도 원래 본업으로 먹고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쉬운 걸 굳이 하나 짚자면.. 남들처럼 20대가 가기 전에 박사 학위를 후딱 받지 못하고, 인제 입문해서 뒤늦게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 대신 그 전에 저런 걸 이뤄 놨다.
그리고, 남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억제하고 노력해서 목표를 성취한 것이며, 특히 이공계는 비록 인문계보다야 졸업이 이르고 취업도 더 잘 되겠지만 그 대신 군기 센 폐쇄적인 집단 안에 틀어박혀서 고생도 훨씬 더 한다.

그 반면 나는 덕업일치 형태로 전혀 힘든 것 없이 완전 널널하게 목표를 성취한 거다. 그런데도 성취 시기가 서로 똑같기를 바라는 거야말로 도둑놈 심보가 아닐까 한다.

2. 시내 간이역 답사

차 끌고 나가서 국도 7호선을 따라 동해남부선 동방, 불국사, 죽동 역을, 그리고 국도 4호선 따라 중앙선 모량, 건천 역을, 끝으로 국도 20호선과 지방도 68호선 따라 동해남부선 나원 역을 답사하여 사진을 찍고 무사히 귀환했다.
늘 이용하는 경주, 서경주, 신경주 말고 경주에 있는 다른 마이너 역들을 거의 다 답사했다. 자동차는 이런 훈훈한 일을 하는 데 쓰라고 있는 거다.

이 중 영업을 하고 여객열차가 정차까지 하는 역은 불국사와 건천뿐이고
직원은 있지만 여객 취급을 안 하는 역은 나원.
건물만 있고 주변이 폐쇄된 역은 동방, 모량.
죽동은 그냥 임시승강장만 있고 사실상 폐역 상태다. 주변에 울산-포항 고속도로(고속국도 65호선)가 건설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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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에 도착할 때마다 뭔가.. 경건해지고 내 마음의 고향, 종교적인 성지를 방문하는 듯한 느낌이다.
일부 간이역은 이미 코레일이 매각하여 민간 상업용 건물로 전환된 경우가 있다. 동해남부선 모화 역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건 유럽에 크리스천들이 갈수록 감소해서 교회 예배당 건물이 나이트클럽이나 무슬림 예배당으로 바뀌는 것과 같은 차원의 비극이다.

아아 철도여!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교통수단이다.

3. 1992년 세계 자동차 연감

초딩 시절 나의 자동차 수련의 잔재를 고향집에서 모처럼 발견했다.
1992년도 세계 자동차 연감. 어머니께서 20년 전 물가로 무려 39000원이나 하는 비싼 물건을 나를 위해 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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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수백 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자동차 화보가 올컬러로 고급 코팅지에 인쇄돼 있어서.. 비싼 게 수긍이 간다.

견출명조 + 헤드라인 서체는 정말 1990년대 광고 전단지의 클리셰다. 응4, 응7 같은 레트로 영상 매체를 만드는 분이라면 고증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저 때는 신명 시스템 서체의 리즈 시절이기도 했다. 저 책도 페이지 번호는 SM중고딕, 본문은 SM신명조더라.
당장 저 표지의 '1992'는 악보의 번호에 즐겨 쓰이던 Bodoni라는 외국 서체이고.

쏘나타 2, 뉴 엑셀, 엘란트라, 에스페로 같은 추억의 자동차를 다시 만나 볼 수 있다. 대우는 물론이고 아시아 자동차(RV 록스타)까지 나와 있다.
어렸을 때 나는 일본 미쓰비시의 데보네어 V가 우리나라 그랜저를 베낀 거라고 아주 애국심 충만하게 생각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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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에 우리나라 자동차 연표가 나와 있어서 이건 매 페이지를 폰 카메라로 찍었다. 철도사가 일부 실려 있기도 해서 더욱 귀중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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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 문수 목사님 만남

이분은 PC 통신 프로그래밍 동호회를 통해 거의 1990년대 중반(나의 중고딩 시절)부터 알긴 했는데, 그 뒤 소식이 끊어졌다가 먼 훗날 킹 제임스 성경 진영에서 극적으로 다시 만난 분이다.
목사가 된 뒤엔 사랑 침례 교회에 잠시 계시다가 포항을 거쳐 부산 제일 성서 침례 교회에서 자리를 잡으셨다. 내 고향에서야 1시간 남짓한 거리이니 한번 찾아뵙고 왔다. 목사님 부부도 날 아주 좋아하면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교회가 역사가 길고 자체적인 부지와 예배당--좀 낡긴 했지만--을 갖추고 있다 보니, 건물 임대료 지출이 없는 것은 재정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한국 교회가 괜히 '성전 건축'을 강조한 게 아닌 듯. ㅎㅎ)
영남의 대도시에 흠정역을 쓰는 지역 교회가 생긴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부산 대학교를 포함해 금정산 기슭의 각종 학교들하고도 가까이 있는데 학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사랑 침례 교회와의 관계는 어찌 된 건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니 짤막하게만 언급하자면, 역시 좁은 바닥에 태양이 둘일 수는 없고 목회 철학과 사역 방식,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서로 독립한 것에 가깝다. 이분 역시 사랑 침례 교회에서도 담임목사직을 즉시 완전히 승계하는 게 아닌 이상, 애초에 거기서 오래 계실 걸 생각하지도 않으셨다고 하고.

큰 교회에서 재직하는 부목사들은 어김없이 가능한 한 독립과 개척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다른 업종이 아니고 교육자이니 어지간히 열악해도 자기만의 살림을 차리고 싶어하는구나. 의사가 개인 병원 차리냐 그냥 페이닥터로 지내느냐, 변호사가 개인 사무실을 차리냐 아니면 대형 로펌에 취직해서 월급만 받고 사느냐를 고민하는 그런 차원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동 시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4시간 가까이 얘기를 나눴지만 그래도 시간이 부족했다. 위치가 부산 북부이니 갈 때는 응당 노포동 버스 터미널을 이용했지만, 돌아올 때는 동래 역에서 동해남부선 열차를 이용했다.
서울은 시내에 있던 단선 철도가 전부 복선 전철로 바뀌거나 아니면 폐선되는 등 확실하게 정리가 되었지만, 부산은 시내를 깊숙히 파고드는 단선 비전철과 간이역이 있으니 아주 인상적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4/02/12 08:23 2014/02/1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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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과정 합격

여차여차 우여곡절 끝에, 석사 졸업했던 학교에 내년 봄부터 복귀는 하게 됐다.
수업 수는 석사 때와 동일하지만, 이젠 훨씬 더 까다로워진 졸업 이수요건과 논문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졸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석사 때의 거의 두 배에 달할 걸로 예상된다.
군대에서 신병 놀리기를 할 때 “앞에 뭐가 보이냐?”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게 니 군생활이다.” 하는 것 같은 까마득한 심정이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난 석사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진학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한참 나중에 다시 지원을 했을 때에도 '이 자식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때문에 여러 교수님들이 골치아파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난 태생적으로 어느 집단을 들어가도 혼자 안 튀고는 못 배기는 습성인 건 확실한 듯. ㅠㅠㅠㅠ

내 연구 주제를 남에게 설득· 납득시키느라 앞으로 또 얼마나 스트레스 받아야 할지는 아직 감이 잘 안 온다. 앞으로 수 년간 회사와 학교, 거기에다 개인 일과까지 넘나들며 고생길 하나는 제대로 트였다고 보면 된다.
남 안하는 짓을 무리해서 밀어붙이는 대가는 이렇게 크다. 그러니 학계와 업계를 어정쩡하게 드나들다가 나이 30이 넘어서야 인제 이쪽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석사에서 절대로 그치지 말라고, 특히 돈 걱정 따윈 절대 말고 꼭 공부 계속하라고 날 믿고 독려하시는 부모님과 지인들을 생각하면 고맙고 황송하기 그지없다.
예산 문제 때문에 전구간 개통을 못 하고 중간에 끊어졌던 철길에 드디어 연장 공사가 시작된 듯한 느낌이다.

난 개인적으로는, 박사 과정에 들어가서 더 심도 있는 연구를 하면서 “ '한글'이라고 쓰고 '한국어'라고 읽는다”가 횡행하는 이 바닥 학계 분위기를 바꿔 놓고 싶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인 것하고 바른말 고운말, 외래어 순화를 장려하는 건 솔직히 별 관계가 없잖아..;;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교육에 애쓴 사람은 국어 사랑 쪽으로 상을 받든가 해야지, 그건 아주 엄밀히 말하면 한글 사랑이라고는 볼 수 없는 거 아닌가..? (뭐,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문자인 한글 교육도 하긴 했겠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만, 상황이 딱히 달라지지는 않고 있다.
옛날에 공 병우 박사 같은 라인을 이어 가는 영향력 있는 한글 덕후가 극히 드물고, 그나마 있는 몇몇 덕후는 기본적인 언어학 배경도 없이 비현실적인 한글 세계화 운운하면서 좀 핀트가 어긋나 보이는 일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밀어붙여서 정말 한글 세계화가 된다면야 참 좋겠다. 하지만, 뭐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에는 별 현실성이..)

한글 그 자체만의 입출력 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해서 한자나 로마자와는 달리 한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발명을 하는 게 목표이다. 그리고 한글로 세계 정복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한글로 당장 우리 한국어 화자가 활용할 수 있는 것부터 만들련다.
글꼴을 예로 들면, 아무 문자에나 똑같이 적용 가능한 기술만 다루는 기존 컴퓨터그래픽이나 시각 디자인 계열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것을 언어학 이론과 결부지어서 연구하겠다는 뜻이다.
도대체 그 domain만 한정으로 연구할 거리가 있냐고? 일단 내가 생각하기로는 있으니까...

입학해서 더 바빠지기 전에 당장 올겨울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 다음 버전부터 빨랑 마무리 지어야겠다.
제아무리 공무원 선호, 사짜 직업 선호, 그리고 이공계 기피라 해도,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어느 조직에도 얽매이지 않고, 거대한 자본이나 실험 장비 없이,
컴퓨터 달랑 한 대만으로 나만의 로직, 나만의 알고리즘,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여 남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다는 매우 큰 매력이 있다. “자유”라는 게 이래서 소중한 거다~!.

이런 매력이 없다면, 특히 나 같은 경우 컴퓨터에서 한글 입출력 기술을 발전시키는 일을 할 수 없다면.. 난 굳이 프로그래머로 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냥 안정적인 코레일, 지하철 회사 공채 뚫고 들어가서 매뉴얼대로, 혹은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서 살아도 되지.

음, 그나저나 결혼은 박사 입학해서 코스웍 마치고 연구 학기로 진입할 무렵쯤에 하는 게 좋겠다.
그냥 나의 원론적인 희망 사항일 뿐이니, “그 전에 여친부터 있어야 하지 않냐” 같은 딴지는 사양한다. -_-;;

Posted by 사무엘

2013/12/10 08:23 2013/12/1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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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상엔 여름에 우리나라보다 더 더운 나라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나라들은 여기만치 습하지는 않다. 그래서 낮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더라도 그늘에 들어가거나 조금만 바람이 불어 주면 또 금세 시원해지기도 한다.
자동차의 성능을 잴 때 마력뿐만 아니라 토크도 봐야 하고, 전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측정할 때 전압보다도 전류를 더 봐야 하듯(엥?), 사람의 불쾌지수에는 온도 이상으로 습도가 참 크게 작용하는 게 틀림없다.

요즘 날씨가 날씨이다 보니, 이놈의 습기를 증오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반대로 습도가 너무 낮을 때 발생하는 현상도 절대로 유쾌한 게 아니다. 겨울철의 끔찍한 정전기와 거칠어지는 피부, 따가워지는 코와 까지는 입술을 생각하면 말이다. 지금은 최소한 그런 현상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어 본다.

2.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도로의 인도에 대대적인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시작되었다. 인도가 전부 흙밭으로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차도로 다니게 됐다. 지금까지 보도블록의 교체에 대해 “쓸데없는 전시행정, 세금 낭비” 같은 부정적인 얘기만 언론으로부터 잔뜩 들어 왔던지라 나도 불평을 하면서 길을 지나갔는데..

생각해 보니 저 도로의 인도는 원래부터 상태가 진짜로 안 좋았다. 손상된 블록, 불쑥 튀어나오고 움푹 패인 곳 때문에 어차피 자전거가 인도로 다니기엔 위험했으며, 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여기 도대체 보도블록을 교체 안 하고 뭐 하냐?”라고 불평을 하면서 다니곤 했었다! 그런데도 상황이 조금만 바뀌니까 생각과 관점도 덩달아 달라지니.. 사람은 사고방식을 논리적으로 단련하지 않으면 참 간사해지기 쉬운 동물이란 걸 내 경험을 통해 느꼈다.

3.
사실은 알게 모르게 세상이 좋아진 게 많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장마철만 끝나면 어김없이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이 연중관례였는데 요즘은 그런 거 없다. 독자들 중에 2MB나 4대강 싫어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니, 저게 강 정비를 잘 해 놓은 덕분에 필요 없어진 거라고 굳이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 -_-;;

20여 년 전만 해도 추석· 설 때 서울-부산을 가는 덴 10몇 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고속도로와 우회도로가 워낙 많이 생기고 실시간 도로 안내 시스템도 하도 발달한 덕분에, 명절에도 국토를 종단하더라도 10시간은 정말 안 넘긴다.

또한, 정부에서 시내버스를 경유 대신 천연가스 차량으로 교체하고 자동차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를 꾸준히 강화한 덕분에(특히 디젤 차량을 상대로) 서울 시내는 그렇게 많은 자동차들이 지나다님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중반 같은 끔찍한 스모그나 환경오염 사상자는 더 발생하지 않고 공기가 그나마 지금만큼이라도 유지되고 있다.

난 자연이 언제나 인간에게 선한 것만 주지는 않는다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맹목적인 문명의 이기 부정(특히 원자력 발전 반대 같은 거 ㄱ-), 친환경, 채식 같은 구호에 동조하지 않는다. 백신과 수돗물 약품 소독만으로도 그야말로 넘사벽급으로 인간 주거 환경의 위생이 개선되었으며, 무수히 많은 전염병이 예방되고 영아 생존률이 올라가서 숱한 생명을 구했다. 이게 없으면 인구가 이렇게 밀집한 대도시는 위험해서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런 디테일은 간과한 채 오늘날과 같은 현대 문명을 이뤄 낸 과학 기술이나 사회 체제에 어설프게 이상한 음모론 제기하고 체제를 부정하는 낭설을 난 믿지 않는다. 그래, 가끔은 진실이 정말로 과격· 극단적인 곳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센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말로 팩트에 대한 철저한 교차검증과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하다.
내가 처한 상황으로 인해 위의 권위나 세상에다 불평을 하기 전에 정말로 그게 합당한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오히려 세상이 좋게 바뀐 건 없는지 살펴보는 안목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08 08:38 2013/08/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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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지능 검사

다중 지능 검사 (링크 클릭).

얼마전에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서 URL이 나돌고 있더라.
누가 만든 검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해 보니 재미있는 테스트 같았다.
나의 결과는 주변의 페친들의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

1위 음악 지능: 음악가, 음향 기술자, 음악 평론가, 피아노 조율사, 영상 음악 작곡가 등... =_=;;;;;;;
2위 자기 성찰 지능: 심리학자, 작가, 발명가, 기업가, 신학자
3위 언어 지능: 작가, 언어학자, 연설가, 방송인, 정치가, 설교자, 번역·통역사

이고

4위가 논리· 수학 지능
꼴찌는 신체 운동 지능

...;;;
여느 공대 출신 프로그래머답지 않은 이상한 결과이다.
다른 지인들은 대체로 논리· 수학 지능이 3순위 안으로 들던데 난 그렇지 않았다.
나의 경우 1위는 아예 예체능이고 2위와 3위는 전형적인 문과 적성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게 꽤 정확한 결과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ㅎㄷㄷㄷㄷㄷ

저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면, 내가 음악 지능이 저렇게 높게 나온 이유는 빼도 박도 못하고 철도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Looking for you를 완전히 뼛속까지 분해하고 씹어 먹어서 소화했기 때문에..;;; ㅎㅎ
그렇지 않고서야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밴드 하나 한 경험이 없는 왜곬수가 어째 저런 적성이 나오겠는가? 가끔 이공계 엄친아 중에서는 스스로 작곡까지 하고 음악에도 프로급의 재능을 보이는 괴물이 종종 있긴 하나(안 지홍 씨라든가..), 난 그 정도 타입까지는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확실히 융합형 적성이긴 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3/06/14 08:27 2013/06/1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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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타이포그라피 학교 수강

1. 한글 운동꾼

평생을 '한글 운동'에만 몸바친 어르신이 한 분 계신다.
한글 운동이 뭐냐고? 일상생활이나 대외적으로(도로 표지판, 간판, 출판물 등) 최대한 한글을 많이 쓰게 하고 드러나게 하고, 세종대왕을 밀고, 덤으로 바른 한글 맞춤법과 순우리말을 가능한 한 미는 일체의 활동을 일컫는다. 한국어와 한글은 서로 다르지만, 그렇다고 완전 무관한 별개도 아니니...

일부 운동은 국문과 전공자가 보기에도 좀 과격하고 융통성 없어 보이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국수주의· 전투종족스러운 인상이 느껴지기도 할 정도이다. 허나 이런 분들의 헌신 덕분에 CJK 중 한국만이 한자를 일상생활에서 사실상 완전히 떼어 낸 편리한 자국 문자 전용을 이뤄 냈고, 끈질긴 전투 기질 덕분에 한글날을 빨간날로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그 열정과 노력을 폄하하지 말지어다. 이거 그냥 된 게 아니다. 문자 습관이라는 건 인간 문화에서 굉장히 보수적이고 안 변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내가 그분에 대해서 놀라는 면모는 인맥 네트워크이다. 한글 운동계에서 연륜과 짬밥에 관한 한,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렙이다 보니, 언어학, 공학, 역사학 등 갖가지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가 뭔가 깨달은 게 있어 한글 덕후가 된 후학들은 알아서 이분을 제 발로 찾아가서 무릎 꿇고 “선생님, 한 수 가르쳐 주십쇼”를 한다. 자기 전공에서는 자신이 그 선생님과 비교가 안 되는 더 전문가인데도, 자기가 쓴 책이나 논문을 그분께 알아서 “드.. 드리겠습니다!”도 한다. 나 자신도 그분께 그랬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 역시 내가 종종 봤다.

이쯤 되면 그분이 누구신지 눈치 채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본인의 아버지보다도 연세가 더 많으신 그 운동꾼 선생님께서 쓰시는 글이나 주장은 내용이 거의 한글교 교리 수준이다. 내가 내 스스로 철도교 신자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비하나 비꼬는 의미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그분은 늘 강조하셨다. “한글에 희망이 있다. 한글을 잘 활용하여 이 나라를 일으키고 잘 살아 보자. 한글 속에 (심지어) 돈벌이 아이템도 있다.”
과연 그럴까?

한글은 어린 시절부터 나의 오덕질 장난감이었다.
내가 비록 언어학이나 세계 문자학의 권위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의 메이저 문자들을 살펴봐도 세상에 조형적으로 이렇게 오묘한 문자는 없다. 단군의 후손들이 세계에 가장 강렬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자기 정체성이자 고유 아이템은 아무리 봐도 한글밖에는 없는 게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이런 문자가 그 정도의 수난사를 겪고 변모해 왔다니 피끓는 젊은 청춘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지 않은가?

2. 나의 적성과 진로 고민

그 원동력으로 본인은 지난 13년간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만들었다.
이 분야와 관련된 완전 독자적인 노하우와 기술만 빼면 나는 그렇게까지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아니며, 어쩌면 IT쪽 체질 자체가 아닌지도 모른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0년쯤 뒤에 난 철도로 업종을 바꿔 있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남들은 다 대기업, 공무원, 의사 등등을 노리는데 난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서, 사용자가 1억도 안 되는 자국 문자를 위해 이런 일을 한 걸까?
난 지인들로부터 내 능력에 비해 내가 다닌 대학원이나 지금 다니는 회사의 수준은 아깝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사람들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예전에도 이미 내 심경에 대해 토로한 바 있듯, 내가 지금과 같은 처지에 있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그것보다 더 수준 높은 대학원이나 연봉 캡숑 많이 주는 회사에서 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런 게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평양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다. 내가 박사 진학에 괜히 실패했겠나?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만드는 것 말고 다른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더 빠른 컴퓨터를 만들거나, 대박 내는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일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건 나보다 더 똑똑한 공돌이들이 알아서 실컷 발전시켜 줄 분야들이다.
그렇다고 초창기 몇 년만 좀 허세 부리며 편하게 살자고 나의 피와 땀이 담긴 날개셋 핵심 기술을 대기업에다 홀랑 다 넘긴 뒤, 나중에 토사구팽 당하는 건 더욱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현실과 이상을 나름 가장 잘 절충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있게 된 것이다.

덕업일치를 바라지 않을 거면 차라리 나도 애초에 IT와 무관하면서 적당히 편하게 칼퇴근이 보장되는 공무원 사무직 같은 거나 구한 뒤, 퇴근 후의 개인 시간에 오덕질을 실컷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공무원 사무직이 무슨 동네 개 이름처럼 쉽게 구해지는 직업도 아닐 뿐더러, 그랬으면 또 그거 준비하느라 잃었을 기회비용도 만만찮고, <날개셋> 버전 자체가 애초에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세상에 거저 되는 쉬운 일은 없다.

3. 글꼴 공부 시작

그래서.. 나도 나이가 있고 사회적인 책임이 있으며, 언제까지나 돈 안 되는 오덕질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내가 하는 일로 부와 명성을 쌓고 싶다. 나도 결혼도 하고 가정도 좀 꾸려야지 이제? -_-;;;

한글을 변형해서 무슨 외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를 만들고 보급..? 그런 건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하도 많이 봐 왔고 이젠 바라지도 않는다.
무슨 맹목적인 한글 쇼비니즘 따위도 허상과 오류를 지금까지 이골이 날 정도로 경험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scope을 한국/한국어로 한정한다 해도 정말 뛰어나고 멋진 문자이다. 그냥 관습상 쓰던 것처럼만 활용하는 건 너무 아깝다.
한글로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선보일 만한 아이템이 '아직까지는' 있으며, 남이 먼저 발견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걸 발굴하면 아까 그 운동가 선생님께서 부르짖으신 메시지가 실현될 가능성이 단 몇 퍼센트라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한글 입력기로 시작한 연구를 출력에 해당하는 한글 글꼴로 끝낼 계획이다. 그래서 한글 공학의 종지부를 찍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박사 과정에 진학을 못 한 대신 자그마한 학원을 다니면서 수업을 듣고, 멘토 교수님과 종종 만나면서 연구를 할 생각이다.
2013년은 본인에게 한글 글꼴 연구의 원년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21 08:28 2013/01/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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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소식, 내 계획 짬뽕

1.

2012년이 다 저물어 가고 있다.
일단, 올해 하반기에는 문화· 정치적으로 모처럼 아주 기쁜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부터 먼저 회고하고 넘어가야겠다.
바로 한글날이 22년 만에 다시 빨간날로 회복된 것! 그것도 미우나 고우나 이 명박 정권 때 이뤄졌다.
결정이 하도 지지부진하니 내년 달력을 만드는 업자들이 “이거 한글날은 빨간날로 해야 됩니까, 말아야 됩니까? 빨리 결정해 주세요!” 라고 독촉을 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결국은 통과됐다.

알다시피 한글날은 원래 과거의 식목일처럼 공휴일인 기념일이었다. 그랬는데 노 태우 정권 때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근처의 '철도의 날', '학생의 날'처럼 안 쉬는 여러 기념일 중 하나로 전락했다.
노 무현 정권 때는 국경일로 승격됐으나, 제헌절처럼 “안 쉬는 국경일”이라는 희대의 이상한 어정쩡한 날이 되었다.

그래서 한글 학회, 한글 문화 연대 같은 순수주의 어문 운동 단체에서는 수 년째 정부를 상대로 청원을 넣고 시민 계몽을 하고, 올해는 특히 온갖 기자 회견과 퍼포먼스를 연 끝에 드디어 승리를 쟁취해 냈다.
너무 무리하게 말을 순화하자는 식으로 약간 극단적인 주장에 모두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단체들이 정말 훌륭한 일을 해 냈다. 잘한 건 잘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열정을 칭송해 주자.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가로막아 온 최종 보스는 역시나 경제 단체였다.
경제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산업 기능 요원 제도도 병무청이 단호하게 못 없앴다는 점을 감안하면, 얘들이 하는 짓이 다 병크는 아니다. 허나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논리로 한글날 공휴일화를 반대하는 건 이미 안 통하는 논리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이 이미 세계 최상위를 다툴 정도로 길며, 우리나라는 대체 공휴일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날짜수만 평균 이상이지 실질적인 노는 날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설령 공휴일이 정말 너무 많다면, 성탄절과 석가탄신일부터 칼질을 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종교 공휴일 때 노는 나라는 주변의 CJK 중에서도 K밖에 없다. 이것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인데 왜 국민들 뜻대로 선뜻 안 되는 걸까?

“국경일 중에 삼일절 같은 날은 중요한 날이긴 하지만, 딱히 기쁜 날은 아니다. 그러나 한글날은 해당 국가의 정치나 종교와 관련이 없으면서 오로지 문화적으로 레알, 진정으로 경축할 가치가 있는 기쁜 날이다.” 이 점을 기억하자.
한글날도 공휴일이 됐는데 이제 사형 집행만 좀 부활하면 정말 잃어버려진 과거 회복이고 기쁜 일이 될 텐데...

2.

자, 그리고 비주얼 스튜디오 2012를 드디어 회사에서 깔아서 써 봤다.

외형이 또 심하게 달라졌다. 아무리 버전업이 돼도 3.x나 6.x나 아이콘 하나 안 바뀌고 외형이 심하게 변화가 없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 비하면 MS의 변화를 위한 변화 저력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2012는 우중충한 군청+보라 배색이던 2010과는 달리, 은색· 회색· 흰색 배색으로 확 바뀌었으며, 2010과는 달리 non-client 영역에 일반적인 thick frame조차도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옛날의 아래아한글 97급으로 외형이 독자적인 형태가 됐다는 뜻이다.

16컬러풍으로 회귀한 아이콘 디자인, 그러데이션에서 단색(solid color)으로, 동그란 모서리에서 각진 사각형으로 회귀한 건 영락없이 10여 년 전의 VS .NET 첫 버전을 떠올리게 하는 외형이다. 아니, 윈도우 8 자체가 전반적으로 복고풍이다.
물론, 배색만 단순해졌을 뿐, 안티앨리어싱이 적용되어 아이콘의 색상 수 자체는 여전히 트루컬러급이다. 16컬러 “풍”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진짜 16컬러로 후퇴한 건 아님. ㅎㅎ

외형뿐만 아니라 2012는 기능도 무척 강화되어, IDE 에디터에서는 사용자가 선언한 명칭이 청록색으로 따로 표시되고, 굳이 Ctrl+Space를 누르지 않아도 첫 타부터 인텔리센스 자동 완성이 슝슝 튀어나온다. 오오~~

그리고 성능 분석과 프로파일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었으며, 소스 코드 정적 분석 기능이 드디어 추가되어 고품질 코드를 만드는 데 더욱 기여하게 되었다. 정적 분석 기능은 이전 버전의 VS에서도 있긴 했으나, 제일 비싼 엔터프라이즈급 버전에만 있었기 때문에 개인 인디 개발자가 접하기는 어려웠다.

<날개셋> 당장 다음 버전은 여전히 VS 2010으로 빌드할 예정이나, 이 버전의 사용 기간은 의외로 짧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적 분석을 돌려서 소수나마 코드에 존재하는 몇몇 논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3.

지난 12년간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통해 얻은 것은

  • 수능, 내신 다 씹어먹고 대학 진학 성공
  • 한글 연구 진영에서는 절대부동의 인지도 확보. 병역특례 TO도 사실상 그것 덕분에 얻은 거나 마찬가지
  • 인디 소프트웨어 개발자(개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의 인지도 확보
  •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 국내외에 몇천 명 정도로 추정되는 사용자와 잠재적 지지자. 국내는 물론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나라의 현지인이나 교포에게서 한글 로마자 입력 방식, 신세벌식, 세벌식 무한 낱자 수정 등등을 고맙게 잘 쓰고 있다는 연락 받았을 때 굉장한 보람 느꼈음.
  • 몇 차례의 대회/소프트웨어 공모전 입상을 통한 통산 몇백만 원 정도의 상금 수입
  • 거기 들어간 기술의 일부를 떼어 주는 개인 개발 용역으로 통산 1천몇백 만원 정도의 수입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덕업일치를 이루면서 번 돈이라는 게 중요)
  • 학부 시절, 졸업/개별연구 명목으로 5학점 정도의 전공 학점 기여. 학술지 논문 1회 게재
  • 석사 논문 주제와 학위

그리고 무엇보다, 한글을 내가 원하는 어떤 방식으로도 입력하고 다룰 수 있으면서도 마치 기계식 타자기를 컴퓨터로 옮겨 놓은 듯한 한글 오덕질용 작고 가벼운 에디터. 그리고 Windows 운영체제에서는 거의 만렙을 찍은 한글 IME가 내 컴퓨터에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정신적 만족감. 그걸 내가 혼자 다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 이로부터 파생되는 한글에 대한 자부심, 애국심 등등이다.

다음으로 잃었거나 어쨌든 줄어든 것은..

  • 적절한 대학 GPA (ㅋㅋㅋㅋㅋ)
  • 의대,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 등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 쌓을 기회 (정말 하나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여타 분야나 IT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익힐 여유
  • 연애와 결혼 기회 (...)

이 정도면 수지 맞는 장사이려나..? ㅋ

4.

내가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한국어 공학'에 비해서 '한글 공학'의 위상이 굳건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어 공학과 한글 공학은 목표는 비슷하지만 다루는 대상과 방법은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내 관심분야는 '한국어 공학'이 아니라 '한글 공학' 쪽이다.

한글 자체만으로 오덕질을 할 거리가 전혀 없고, 더 발전할 거리가 보이지 않았다면 나도 그냥 사전학, 코퍼스 언어학, 자연 언어 처리 같은 데 관심을 뒀을 수도 있다.
아니, 언어학 쪽에 관심을 둘 필요조차 없이 그냥 자동차나 컴퓨터, 심지어 철도만 연구하는 평범한 공돌이의 길을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자가 저렇게 있는 걸 보니, 그걸 연구하지 않고서는 다른 분야는 도저히 못 파겠다..

물론, 지금 분위기를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지금이 옛날 같은 타자기나 XT/286 컴 시대도 아니고 문자 기계화 자체만으로 뭘 더 연구할 게 있는지 의아해할 만도 하다.

그래서 '한글 공학'은 문과 계열보다 오히려 언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여타 분야 이공계(특히 입력기 쪽)나 디자인 분야(당연히.. 글꼴 쪽) 종사자들이 더 연구하는데.. 그쪽에서는 반대로 언어학 기반이 없으니 연구의 깊이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글은 주변의 한자나 라틴 알파벳이나 일본 가나와는 구조가 확연히 다른 문자이고, 그 조합 원리 자체만을 이용해 얼마든지 오덕질을 하고 입출력 기능을 더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 내가 늘 말하지만 한글은 두벌식으로만 입력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천편일률적인 정사각형 네모꼴로만 쓰기에도 너무 아까운 문자이다. 그래서 그런 학문 경계들을 허물고, 한글 입력과 출력 모두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만드는 게 꿈이긴 하나...

대학원의 박사 진학은 일단 좌절되었다.
나는 정말 이 분야를 가고 싶고 특정 교수의 학풍을 계승하고 싶은데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라면, 몇 번이고 입시에 재도전을 했겠지만, 나는 그런 경우가 아니니 내 연구 주제를 감당이나 지도를 못 하겠다고 교수님들이 날 받아 주지 않았다.

내 연구 주제는 특정 단과에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딱 석사를 마쳤던 대학원에서 박사를 안 받아 주면 나는 딱히 다른 대학원을 갈 데도 없다. 그러니 난 최종 학력은 그냥 석사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논문 쓰는 게 힘든 한편으로 재미있었고 이런 걸 또 쓰라면 쓰겠는데, 그걸 하지 말라니 어쩔 수 없지. 이해를 하며, 원망은 안 한다.

한편으로는 이게 밥벌이가 돼야 할 텐데 하는 우려도 좀 든다. 당장 내가 몇 달 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 날개셋 마이너 업데이트 (6.7x. 다음 달 초-중순쯤 나올 예정)
  •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놓은 것들에 대한 문서를 재정비. 홈페이지와 프로그램 도움말 주요 내용을 영작
  • 날개셋 메이저 업데이트 (6.9? 7.0? 윈도우 8용 IME 온전히 완성)

정도. 이미 내가 벌여 놓았고 관성 때문에 계속 진행해야 하는 일들은 이 정도에서 몇 개월 안으로 슬슬 끝을 볼 생각이다.
그 다음으로는 공부가 너무 소홀했던 IT 여타 분야 기술과 지식도 좀 독학하고, 무엇보다도 글꼴로 체제 변환을 하여 비밀 프로젝트를 몇 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그 결과물을 학계와 업계에 발표했는데도 이와 관련된 다른 일자리나 추가 수입이나 반향이 없다면..
2015년쯤 이후부터는 본인도 한글 관련 연구는 다 접고,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철도 업종으로 전업을 하거나, 공무원/고시 준비생-_-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뭐, 그 정도의 최악의 상황까지도 각오는 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20대와 30대 초반을 정말 건전하고 뜻있는 일을 하는 데 정열을 바쳤다는 사실에는 어떤 경우든 후회가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29 08:29 2012/11/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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