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여러 분야에는 그 분야가 존재 가능한 이론적인 근간을 제공하는 '기본 정리'(fundamental theorem)라는 게 있다. 그 중 매우 대표적인 것은 다음 네 가지이다.

1. 산술의 기본정리(arithmetic)

모든 자연수는 유일한 소인수분해를 갖는다. 가령, 91이라는 수가 7*13이라는 수로 소인수분해가 된다면, 7과 13이 아닌 다른 소수의 곱으로 91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가령, 근처의 비슷한 31*3으로는 93을 만들 수 있을 뿐..)
정리라고 할 것도 없는 너무 당연한 소리 같지만 RSA 암호화도 이런 기본정리가 성립하기 때문에 존재 가능하다는 걸 생각해 보자.

2. 선형대수의 기본정리

쉽게 말하면 선형 변환(linear transform)과 행렬은 표현 능력이 서로 동치라는 뜻이다. 전산학에서 "람다 대수와 튜링 기계는 계산 능력이 서로 동치이다" 이러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도 그냥 당연한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온갖 평행이동· 회전· 확대를 수반하는 복잡한 다단계 선형 변환을 몽땅 행렬의 곱으로 합성해서 한꺼번에 간편하게 짠~ 할 수 있는 이론적 근간이 바로 이 기본정리이다.
여기 하위 범주로 가역행렬의 기본정리라는 것도 있다.

3. 대수학의 기본정리(algebra)

일변수 n차 방정식은 복소수 범위에서 적어도 1개 이상, 최대 n개의 근이 존재하는 것이 언제나 보장된다. 즉, 복소수라는 '체'(field)는 대수적으로 닫힌 체이다.
2차 방정식의 근을 허근까지 일관되게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서, 허수와 복소수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그 이상 100차 방정식의 근을 구해서 표현하기 위해서, 혹은 제곱해서 i가 되는 수를 표현하기 위해서 수 체계를 그런 식으로 매번 또 확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 기본정리의 핵심이다. 복소수만으로 족하다~!! 이건 굉장히 위대한 업적이다.

4. 미적분의 기본정리(calculus)

(1) 적분은 미분의 역연산 관계이다~!! 이건 서로 다른 기원에서 출발한 지수와 로그가 한데 만나고, 물리에서 전기와 자기가 한데 만나서 전자기학이 된 것과 같은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 됐다.
그리고 (2) 구간 정적분 값은 부정적분의 끝점값과 시작점의 차이를 통해 아주 '간편하게' 구할 수 있다.
배배 꼬아 놓은 복잡한 미적분 문제 끌어안고 끙끙대기 전에 한번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 엄청난 일이 가능한지 생각을 좀 하고 곱씹을 기회가 있어야 학교 수학 시간이 덜 괴로울 것이다.

교회에서 배운 '일곱 침례, 일곱 심판, 다섯 왕관' 이런 게 떠오르더라.
요한의 침례, 회개의 침례, 물 침례, 불 침례 등등..
그리고 생명의 왕관, 썩지 않을 왕관, 환희의 왕관, 의의 왕관 등등..처럼.
수학에 기본정리가 분야별로 몇 가지가 좀 존재하듯 가끔은 성경도 좀 이꽈 마인드로 엄밀하게 접근하고 분류· 분석하고 파고들 필요가 있다. 온갖 무질서와 혼돈을 예방하려면 말이다.

  • i로도 모자라서 j, k 까지 갖다붙인 사원수라는 것도 있다. (서로 모두 다른 세 수 i,j,k가 존재하여 i^2 = j^2 = k^2 = ijk = -1인 체계. 마치 행렬처럼 곱셈의 교환 법칙이 성립하지 않음) 하지만.. 이건 대수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수 체계는 아니다.
  • 수학에서는 유한 번이냐 무한이냐를 따지지만, 전산학에서는 컴퓨터의 계산 성능을 현실적으로 감안하여 다항함수(polinomial) 시간이냐 지수함수 시간이냐를 따지는 편이다.

* 수와 함수

정수/유리수 계수 방정식의 근이 될 수 있는 수를 '대수적인 수'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수를 초월수라고 부른다. 그런데 5차 이상의 방정식의 일반해는 분명 복소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대수적인 수이기까지 함에도 불구하고 유한 번의 사칙· 거듭제곱· 제곱근 조합으로 표현할 수 없다.
이는 정말 기괴하고 독특한 성질이다. 단순히 지수함수 수준으로 미치도록 복잡해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답이 아예 없음. 절대 불가능"이 되는 것이다.

함수도 다항함수나 유리· 무리함수를 넘어서 지수· 로그· 삼각함수 같은 것들은 유리수(특히 정수가 아닌..)를 집어넣었을 때 어지간하면 다 초월수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초월함수'라고 불린다. 그런데 고등학교 수준의 저런 함수들은 비록 초월함수이지만 해석학의 관점에서는 e^x 어쩌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친근(?)한 놈들인 관계로.. '초등함수'라고 해서 별도로 분류된다.

부정적분은 미분과 달리 '초등함수'에 대해 닫혀 있지 않다. x^x나 e^(x^2) 같은 함수만 해도.. 미분과 달리 부정적분은 기존 초등함수들의 조합이나 사칙연산 합성으로 표현할 수 없는 형태가 나온다.
이건 대수적인 수가 기존 산술 연산에 대해 닫혀 있지 않은 것처럼 아주 신기한 면모이다.

* 방정식

방정식은 미지수의 성격 내지 풀이 방법론에 따라 다음과 같이 범주가 나뉜다.

  • 일변수 n차 대수: 앞서 대수학의 기본정리에서 언급한 바로 그놈이다. 변수는 하나인데 그 변수가 스스로 곱해질 수 있다.
    다항식 형태가 아닌 유리· 무리방정식은 양변을 적절히 곱하고 나눠서 다항식 형태로 변형한 뒤에 푸는데, 이것들은 애초에 다항식이 아니기 때문에 다항식 변형 버전에만 존재하는 무연근을 걸러 줘야 된다.
  • 다변수 연립: 차수는 높지 않은 대신, 변수와 식이 많은 동네이다. 변수와 식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식을 분석하는 원론적인 시간 복잡도는(행렬식의 일반항) 팩토리얼 급으로 복잡해지고, 실용적으로 문제를 푸는 복잡도는 행렬의 곱셈에 준하는 3제곱으로 증가한다.
  • 점화식: 재귀적으로 정의되는 식의 일반항을 구하는 문제인데.. 이것도 항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특성방정식의 차수가 하나씩 올라가고 복잡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 미분방정식: 연속적인 물리량의 변화를 중요하게 따지는 공대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도구이다. 어떤 함수의 부정적분, 즉, 역도함수를 구하는 문제부터가 아주 기초적인 미분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것도 해석적으로 정확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별로 없고 극도로 어렵다.

방정식의 바리에이션으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1) 부등식: 방정식 풀듯이 풀면 되는데, 여기서는 부등호의 방향을 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부등식은 그 특성상 복소수는 생각하지 않고 도메인이 다시 실수로 좁아진다.
방정식 동네에 상호 동치를 나타내는 항등식이라는 게 있다면, 부등식 동네에는 어떤 수를 넣어도 성립하는 절대부등식이라는 게 있다. 중등 수학 수준에서는 코시-슈바르츠 부등식이라든가 산술-기하-조화평균 부등식이 유명하다.
다변수 연립으로 있는 부등식을 푸는 건 최적화와 관련하여 실용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2) 합동식: 여기는 범위를 실수보다도 더 좁혀서 자연수만 상대하는 동네이다. 어떤 수로 나눈 나머지가 같은 수들을 합동이라고 간주하면서 여기만의 굉장히 복잡한 조건을 만족하는 수를 찾는다. 이건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고 공대에서도 딱히 다루지 않기 때문에 수학 올림피아드 하는 애들의 전유물이다.

다음 둘은 영역이 서로 별개이지만, 둘 다 끔찍하게 어려우며 대수적으로 정확한 일반해를 구할 수 없는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 공기가 있는 곳에서 비행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 공기가 없는 곳에서 천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3체/다체 문제..

전자의 경우 수치해석이나 시뮬레이션, 심지어 풍동 실험실이 여전히 유효한 지경이다.
후자는.. 우주에서 일부 듣보잡 소행성들이 깔끔 단순한 원뿔곡선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하고 꼬불꼬불하고 무질서한 궤도를 그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5/15 08:35 2022/05/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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