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학에서 원주율 pi와 자연상수 e는 가장 유명하고 친근한 상수임이 틀림없다. 이들은 유리수를 계수로 가지는 대수방정식의 근이 되지 않는 초월수임이 증명되어 있고, 이들의 정의나 다른 특성에 따라 값을 구하는 식이 여럿 존재한다.

pi = 4(1/1 - 1/3 + 1/5 - 1/7 + 1/9 ... )
e = lim (1 + 1/n )^n (n → 무한대)

pi의 저 공식은 정말 이보다 더 쉬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깔끔하고, 저게 도대체 파이와 어떻게 관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저것은 arctan(tan의 역함수) 함수의 테일러 급수에다가 1을 대입하여 얻은 식이다. 45도일 때 기울기(=탄젠트)가 딱 1이 되니, 저 값은 pi/4가 나오고, 따라서 pi를 구하기 위해 4를 곱한 것이다.

e의 경우, 숫자를 무한대로 띄우는 n승과, 그 지수 연산의 발산 효과를 무효로 만드는 1/n (1에다가는 아무리 큰 지수 연산을 해도 그대로 1..)의 극한이 저렇게 가까워지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위의 두 공식은 둘 모두 n 값이나 항의 개수가 100000이 넘어가도 소숫점 겨우 네댓 자리까지밖에 일치하지 않을 정도로 수렴이 대단히 느린 게 흠이다. 이 방식으로는 소숫점 n째 자리까지 일치하려면 계산량이 n의 지수함수 형태로 증가해야 한다. 알고리즘으로 치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알고리즘이다.
그래서 실제로 pi나 e의 값을 계산할 때는, 매 회에 좀 더 복잡한 계산이 수행되더라도 적은 횟수로도 더 빠르게 수렴하는 다른 식을 찾아 쓴다.

자연상수 e는 exp(x), 즉, 미분해도 자신과 동일한 함수의 테일러 급수로부터 얻은 식을 이용해 값을 구할 수 있다. 바로 n팩토리얼의 역수의 무한합인데, 직관적일 뿐만 아니라 수렴 속도도 아주 빠르다. 물론 팩토리얼이 숫자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연산이긴 하지만, 그만큼 정확도도 커져서 14!까지만 계산해도 소숫점 8~9자리까지 정확한 값이 나온다. 그래서 이걸로 끝이고 다른 계산법을 찾을 필요가 사실상 없다.

자연상수라는 이름엔  '자연'이라는 단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얘는 수학의 입장에서는 특성이 매우 자연스럽고 직관적이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수이기 때문에, 초월수라는 증명도 상당히 초창기에 이뤄졌다. 리우빌 상수--10진법 기준 n!에 속하는 소숫점 자리만 1이고 나머지는 0인 좀 괴랄한 0.110001000… --처럼 초월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설정된 수가 아닌 수 중에서는 초월수라는 게 증명된 최초의 수가 바로 자연상수이다.

pi는 e보다 더 오묘한 수여서 초월수 증명도 10년 남짓 더 늦게 나왔으며,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유도식들이 존재한다. 특히 컴퓨터가 발명되고 원주율 계산이 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하는 잣대로 통용되기 시작한 뒤부터는 컴퓨터의 입장에서 더욱 계산하기 쉬운 형태의 식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느 것이든 e만치 형태가 간단하면서도 빨리 수렴하는 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비록 컴퓨터 시대에 발견된 식은 아니지만,
sqrt(2) / 2 라는 분수에서 시작하여
sqrt( 2+ sqrt(2) ) / 2와 같은 식으로 분자에다가만 x → sqrt(2 + x)로 변환을 하면서 생성된 수들을 계속 곱하면 2/파이 (파이의 역수의  두 배)에 수렴하는데,
이것도 e만치는 아니지만 계속되는 곱셈과 제곱근 버프 덕분인지 수렴 속도가 빠른 편이다.

2.

1부터 n까지 자연수가 있고 이들의 역수를 나열하면 조화수열이 된다. 조화수열의 무한합은 비록 무지막지하게 느리지만 무한대로 발산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한편 n!의 역수의 무한합은 아까 말했듯이 e가 되는데,
그럼 n^2의 역수의 무한합은 무엇이 될까?

거듭제곱의 지수가 1보다 커지는 순간부터 역수의 무한합은 유한한 값으로 수렴하긴 한다. 그러나, 그 수렴값의 특성을 알아내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어서 지금까지도 알려진 게 그리 많지 않다.
n^x의 역수의 무한합을 일반적으로 x에 대한 리만 제타 함수값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x가 짝수일 때는 놀랍게도 pi와 관련이 있는 값으로 수렴한다는 것이 천재 수학자 오일러에 의해 밝혀졌다. 가령, 2일 때는 이렇다.

1 + 1/4 + 1/9 + 1/16 + 1/25 ... = pi^2 / 6

그러니 이것도 응당 파이를 구하는 데 쓸 수 있는 공식이다.
비록 이것 역시 아까의 1/3 1/5 1/7 공식 만만찮게 수렴 속도가 몹시 느리기 때문에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말이다.

여기서 갑자기 pi가 튀어나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 수의 진짜 놀라운 면모는 또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이 수는 자연수에 존재하는 소수의 분포와 관계가 있다.

1부터 N 사이에 있는 임의의 두 자연수를 뽑았을 때 이것이 서로 소일 확률은 N이 커질수록 바로 저 수, 다시 말해 (pi^2)/6의 역수로 수렴한다! 그 확률은 대략 60.8%이다.

아니, 리만 제타 함수에서 파이가 왜 조건부로 튀어나오며, 게다가 미적분· 해석학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정수론과 관련된 의미가 왜 이런 데서 발견되는 걸까? 이걸 알아 낸 사람도 오일러이다.

2를 포함해서 리만 제타 함수의 짝수승의 값은 그래도 pi가 얽혀 있으니 초월수라는 건 확실히 인증이다만 홀수승의 값들은 무리수인 것만 알려져 있지 다른 특성은 알려진 바가 없다. 초월수일 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긴 하나, 그조차도 정식으로 증명되지는 못했다.

3일 때의 값은 '아페리 상수'라 하여 일부 공학 분야에서도 쓰인다. 이 수가 무리수라는 증명을 1978년에 한 프랑스의 수학자 아페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정의대로 각 자연수들을 3승한 뒤 역수를 구해서 더하면 값을 구할 수 있지만, FM 방식은 역시 수렴이 더디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지만 더 빨리 수렴하는 별도의 급수 전개를 써서 값을 구한다.

그런데 이 값의 역수는 임의의 세 자연수가 서로 소일 확률이라고 한다. 마치 가위바위보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무승부가 나올 확률이 치솟듯, 세 자연수는 두 자연수일 때보다 서로 소일 확률이 올라가서 그 값은 약 83.1%에 달한다.

작은 범위에서라도 정말 얼추 그렇게 되는지는 프로그램을 짜서 간단히 확인해 볼 수 있다.
1부터 N까지 3중 for 문을 작성해서 모든 숫자 조합에 대해서 최대공약수를 구해서 1이 나오는 경우를 세면 되는데, N이 몇천 정도만 돼도 3중 for 문은 오늘날의 최신 컴퓨터에서도 버벅대는 작업량이다.

3.

그래서 본인, 이 기회에 멀티코어 프로그래밍을 실습해 봤다.
i5 쿼드코어답게 CreateThread 함수로 스레드를 4개 만들어서 뺑뺑이를 돌리는 분량을 인위로 분할한 뒤, 계산 결과를 취합했다. 그랬더니...

809615629/973620600 0.831551 (7753)
809615629/973620600 0.831551 (3448)

코어 하나밖에 못 쓰고 고로 CPU를 최대 25%만 쓰던 싱글스레드 오리지널 코드는 7.8초가 걸린 반면,
스레드를 여러 개 만드는 코드는 CPU를 95% 가까이 점유하면서 제 속도를 내더니, 싱글스레드의 절반이 채 안 되는 3.5초 남짓한 시간 만에 처리를 다 끝내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서로 소인 조합이 전체의 83.1%가량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요즘 세상에 CPU를 70% 이상 한꺼번에 점유하는 프로그램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일은 없었는데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요즘은 단일 프로그램이 CPU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런 식의 테크닉을 동원해야 한다는 걸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됐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07 08:21 2012/06/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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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함수와 회전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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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그림이 고등학교 수학 II에서 배우는 진정한 묘미 중 하나입니다.

(0, 0), (x, 0), (0, y)의 직각삼각형을 원점을 축으로 θ만큼 돌리니까 원점은 그대로고 밑변은 (x cosθ, x sinθ)가 됩니다.
그런데 밑변보다 y만치 위로 떠 있던 점은, 회전 과정에서 가로로는 높이 y의 sin값만치 “감소”(왼쪽으로)하고, 세로로는 cos값만치 증가합니다.

그러니 (x cosθ - y sinθ, x sinθ + y cosθ)의 형태가 되는데, 이는 원래 점인 x, y에 대한 일차변환으로 일반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cosθ, -sinθ)
(sinθ,  cosθ)


가 됩니다. “꼬마신 신꼬”라고 외우는 그 유명한 회전변환 행렬입니다.
이걸 모르면 특히 컴퓨터그래픽에서 현란한 벡터 조작이나 3차원 그래픽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이 행렬식의 값은 1 (임의의 각도의 cos 제곱과 sin 제곱의 합은?), 따라서 이렇게 도형을 일차변환 시키더라도 원래 도형의 넓이를 바꾸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역행렬은 sin 쪽 부호만 맞바꾸면 됩니다. 기하학적으로, 상식적으로, 역행렬 공식에 맞춰 생각해도 전부 명확합니다.

공통수학에서는 삼각함수란 게 있다는 것, 그리고 한 삼각형의 세 변과 세 각이 주어졌을 때 삼각함수가 이런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배웁니다. 기하학인지 대수학인지 감을 못 잡는 이 괴상한 함수는 흥미보다는 학생들에게 어마어마한 암기를 강요하면서 악몽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수학 II로 오면서 단순히 삼각형과 관련된 것이 아닌 삼각함수 자체의 특성을 더 깊게 공부하게 됩니다. 이 회전행렬은 삼각함수의 덧셈 정리를 유도시킵니다.
특히, 저 행렬에다가 회전 행렬과 같은 각인 (cosθ, sinθ) 열벡터를 뒤에 곱해 주면 cosθ와 sinθ 값으로부터 cos 2θ, sin 2θ의 값을 얻을 수 있게 되고, 그 값으로는 아예 cos²θ, sin²θ의 값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cos 2θ = cos²θ - sin²θ,  cos²θ = (cos 2θ + 1)/2
  sin 2θ = 2 cosθ sinθ

공을 공중을 향해 몇 도로 던져야 가장 멀리 날아가는지를 삼각함수를 계수로 하는 이차방정식으로 풀어 보면, 결국 cosθ sinθ 값(곱)을 최대로 하는 θ 값을 구하는 문제로 귀착됩니다. 이는 sin 2θ의 값을 최대화하는 것과 같으므로 θ는 45도임이 명확해집니다.

sin과는 달리 cos은 양 함수의 제곱의 합으로 바뀐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2θ보다 더 일반적인 α와 β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는데요, 덧셈 대신 두 각의 차이를 나타내는 뺄셈만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cos(α-β) = cosα cosβ + sinα sinβ
  sin(α-β) = sinα cosβ - cosα sinβ

cos을 보면 이는 정확하게 벡터 내적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x, y 성분인 벡터를 거리와 각도로 바꿔서 표현해 보면, Ax·Bx + Ay·By가 왜 |A||B| cosθ인지가 명확해집니다. 공통수학 때 배운 코사인 제 2법칙과도 이미 관련이 있고요.
cos은 90도일 때 0이 되기 때문에 두 벡터가 기하학적으로 직각인지 판단할 때 유용히 쓰일 수 있습니다. 부호가 갈리는 기점이 직각이죠. 시계에서 3시를 향하고 있는 벡터가 있다면, 5시나 1시를 향하는 벡터와는 양수이고, 7시나 11시 벡터와는 음수가 되는 셈입니다.

그럼 sin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sin은 90도가 아닌 0도를 기점으로 부호가 바뀝니다. 3시를 향하는 벡터 기준으로 5시나 7시를 향하는 벡터의 부호가 서로 같고, 1시, 11시 벡터와는 서로 다릅니다.
정보 올림피아드 대비하여 기하 알고리즘 공부할 때, 특히 convex hull 같은 거 구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게 세 점이 시계 방향인지 반시계 방향인지 판단하는 공식인데요, 그게 바로 sin과 관련이 있습니다. Bx·Ay - By·Ax입니다. 이 식은 두 벡터가 일직선상에 있을 때 값이 0이 됩니다.

그러나 cos 계열인 벡터의 내적은 sin과는 달리 3차원 이상에서도 일관되게 구하는 공식이 있고 임의의 차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 방향 여부는 2차원 평면에서만 의미를 가지며, sin과 관련이 있는 벡터의 외적 역시 3차원 공간에서만 정의됩니다.

이렇게 한바탕 수학 II 초· 중반에서 홍역을 치른 삼각함수는 나중에 아예 sin(x)/x의 0 극한을 구하고 삼각함수를 미· 적분함으로써 더욱 해석학적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수학 교육 테크트리에서 맨 마지막으로 지어지는 최고급 건물 내지 유닛은 단연 미적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02 19:31 2011/11/0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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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다뤄졌을 법한 전형적인 확률· 조합 문제이다.

N명의 사람이 각자 모자를 쓰고 왔는데 이 모자를 다 벗어서 모아놓았다. 잠시 뒤 이 모자를 무작위로 사람들이 찾아 쓸 때, 모든 사람이 한 명도 예외 없이 남의 모자를 쓰게 될 확률은?


수가 커질수록 소수를 발견하기 어려워지는 것만큼이나 저 확률은 0으로 수렴이라도 하는 걸까? 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N이 커질수록 그 확률은 1/e 에 수렴한다.
즉, 대략 37% 정도 된다는 뜻이고 이는 3지선다 문제를 깬또-_-로 맞힐 확률과 고만고만함을 의미한다. (깬또는 도대체 어느 나라 어원의 말일까? 순우리말이라면 흠좀무) 하필 자연대수와 관계가 있는 확률로 수렴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

신기하지 않은가? 이 정도면 여러분이 감으로 예상한 확률보다 높은 걸까 낮은 걸까? 수학이 좋은 점은, 인간의 감만으로는 아리까리한 문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영적인 안목만 없을 뿐이지 추상적인 세계에서는 성경만큼이나 100% 절대무오한 진리를 담고 있는 학문이 바로 수학이다.

N개의 모자를 늘어놓을 수 있는 모든 가짓수는 잘 알다시피 N! (팩토리얼)이다.
N=2인 경우라면 1 2가 2 1로 뒤바뀌는 경우밖에 없으므로 1/2 = 50%
N=3이면 6가지 조합 중에 2 3 1, 3 1 2가 존재하므로 2/6 ≒ 33.3%
N=4는 잘 세어 보면 9가지 경우가 존재하여 9/24 = 37.5%
N=5일 때는 44가지 경우가 있다. 44/120 ≒ 36.7%
그리고 쭉쭉쭉...;;

그런데 이 가짓수에서 재미있는 패턴이 발견된다.
가짓수를 나타내는 함수를 f(x)라고 정의하면, 일단 f(x)의 값은 x-1의 배수임이 반드시 보장된다.
f(5)는 4의 배수인 11, f(4)는 3의 배수인 9인 식이다.
실제로 가짓수를 세어 보면, 왜 그렇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이 f(x)를 구하는 방법은 점화식으로 의외로 간단하게 유도된다.
패턴을 잘 관찰해 보면 f(1)=0, f(2)=1 이후로 f(x) = (x-1)*(f(x-1)+f(x-2))가 된다.

f(4) = 3*(1+2) = 9
f(5) = 4*(2+9) = 44
f(6) = 5*(9+44) = 265

숫자의 증가의 폭이 팩토리얼과 동급으로 폭발적인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비율의 극한이 0이나 무한대가 아니라 상수로 나온다.
f(x) = f(x-1)+f(x-2)인 피보나치 수열 점화식에다가 (x-1)을 곱한 것밖에 없으나, 점화식의 특성상 그 여파는 쌓이고 쌓이면서 훨씬 더 커진다. 피보나치 수열의 일반항은 2^n 같은 지수함수급인 반면 저건 팩토리얼급..;; 팩토리얼 자체가 f(x) = x*f(x-1)로, 점화식에 덧셈도 모자라서 곱셈이 등장하니까 말이다.

본인은 1/e라고 하면 x^x 함수를 최소로 만드는 값이기도 하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x^x는 a^x 같은 지수함수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팩토리얼보다도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괴랄한 함수이다.
이 함수는 양변에 로그를 씌워서 미분하는데, 도함수는 x^x * (ln x + 1)이 된다.

양수 x에 대해서 x^x 자체는 0이 결코 될 수가 없다(x가 0에 가까워져도 함수값은 1에 수렴). 하지만 x에다 1/e를 집어넣으면 ln x + 1이  ln 1 - ln e + 1 = 0-1+1 = 0이 된다. 고로 도함수의 값은 0. 이때가 최소이며, 그 최소값은 e^(-1/e)에 해당하는 약 0.69 정도.
e 자체뿐만이 아니라 e의 역수도 이런 의미를 지닌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표적인 공돌이 유머인 미분 귀신 적분 귀신에 잘 묘사되어 있듯, 다항함수는 유한 번 미분하면 0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초월함수들은 미분을 거듭해도 전혀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쓸데없는 계수들이 덧붙거나(지수함수), 형태만 바꾸면서 뱅글뱅글 순환한다(삼각함수).

그런데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e^x이다. 미분해도 적분해도 형태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 ^^;;;
이 녀석은 테일러 급수로 다항식 전개를 해 보면.. 진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테일러 급수 자체가, 특정 지점에서 주어진 함수와 함수값과 n차까지 도함수가 일치하는 다항함수를 구하는 것이니 원..

1 + x + x^2/2 + x^3/6 + x^4/4! + x^5/5! ....

이게 끝없이 반복되니까 미분하면 왼쪽으로 shift, 적분하면 오른쪽으로 shift.. -_-;;
x에다가 1을 집어넣으면 결국 자연대수 e는 1부터 시작해 팩토리얼들의 역수의 합으로 2.71828...로 시작하는 그 값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수학에서 원주율 다음으로 유명하고 중요한 상수이다.
2.718281828 ..1828이 잠시 반복되는 덕분에 파이보다 외우기 쉽다.

우리는 학교 수학 시간에 자연상수에 대해서 (1+ 1/n)^n의 n 무한대 극한값이라고 처음으로 배운다. 이게 e로 수렴한다는 것도 무척 재미있는 사실이긴 하나, 저 식은 수렴 속도가 매우 느려서 비실용적이다. n=1000이 돼도 아직 2.716이고 2.718에도 도달 안 해 있다.
그 반면 팩토리얼 역수의 합은 직관적이고 수렴 속도도 꽤 빠른 편이어서 좋다. 6!까지 갈 때 이미 2.718에 도달하고 9!에서 벌써 소숫점 여섯째 자리까지 일치하기 시작한다. 굿..;;

범위가 0부터 1까지인 n차원 공간상의 점 P(a1, a2, a3, ... a_n)이 있을 때, 0<a1<a2<a3<...<a_n을 만족하는 영역이 차지하는 부피(?) 내지 product는 어떻게 될까? 1/n!이다. 2차원일 때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삼각형의 넓이가 되므로 1/2, 3차원일 때는 삼각뿔의 부피가 되므로 거기에다가 1/3을 또 곱하면 1/6이 되고, 차원이 그보다 올라가도 적분을 거듭하면 그런 식으로 값이 더욱 작아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미분이나 적분을 하면 항의 차수가 1 늘거나 감소하는 대신에 원래 갖고 있던 계수가 곱해지거나 나눠지는 만큼, 이 과정을 일반화하면 팩토리얼 연산도 태생적으로 연관이 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팩토리얼은 확률· 조합 같은 이산수학 영역뿐만이 아니라 해석학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연산인 셈이다.
아울러, -1승이라 할 수 있는 1/x만 적분하면 ln x라는 완전히 다른 함수가 된다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점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6 12:23 2011/01/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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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그리고 수학의 정석

최 불암이 학교에서 <수학의 정석> 책을 주워 왔다.
그는 책을 주인에게 찾아 주려고 교내에서 방송을 했다. "수학의 정석 책을 어디어디에서 습득하였으니 잃어버리신 분은 와서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설정상 최 불암은 교사였던 듯)
그런데 하루를 기다렸는데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다시 방송을 했다. "책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주인이 누군지 아니 빨리 찾아가세요."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어서 최 불암은 그 이튿날, 마이크를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홍 성대! 너 책 빨리 안 찾아갈 거야?"

.
.

본인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수학의 정석> 실물을 접하기 전에, 초딩 시절 이 개그를 통해서 그 이름도 유명한 홍 성대 씨에 대해서 존함을 듣게 됐다. 삼류만화 패밀리에서는 그가 정석교 교주로 묘사된 바 있다. "싸인과 코싸인과 탄젠트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로~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인수분해..!!
대충 저런 만화 되시겠다. ㄲㄲ 출처는 작도닷넷의 삼류만화 아카이브.

홍 씨는 서울대 수학과 재학 시절이던 무려 1960년대 중반에 <수학의 정석>을 집필하여, 본인의 지금 나이 때 이미 백만장자가 되었다. 수학 과외를 뛰다가 자기가 직접 책을 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서울대 수학과라는 것만으로도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인 데다, 그 나이에 벌써 떼돈까지 벌었으니 공부 더 계속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ㅜ.ㅜ 30도 안 된 나이에 수학 교재를 집필할 생각을 했던 것에 대해, 그때 자기는 정말 여간 똘끼가 충만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그는 그 당시를 회상한다고 한다.

<수학의 정석>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돼 있다.
워낙 크게 성공한지라 이분은 1981년에 전주에 상산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나중엔 모교인 서울대에다가도 건물까지 한 채 지어 기증했다. 정석의 힘.. ㄷㄷㄷ;;

슬하에 딸이 있다. 따님은 서울대 수학과 박사를 마친 후 고등 과학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수학과 교수가 되었다. =_=;; 물론 부친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채용된 거라는 게 서울대 측의 설명이다.
서울대 수학과 박사 -> 고등 과학원 -> 교수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건 퍼즐 관련 저술과 온라인 활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경남대 박 부성 교수도 동일하게 거친 진로이다. 가히 브레인들..;;

아울러, 따님의 사위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 출신이니, 이 정도면 그야말로 뼛속까지 수학 덕후 가문. 저런 분들에 비하면, 코레일 기관사 철덕 커플은 아주 평범한 정상인이고 양반일 것이다..
수학자라고 해서 설마 진짜로 "탄젠트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로그"라고 기도를 할-_- 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어떤 점에서 덕후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의 유명한 조크에 단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가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양 한 마리를 보았다. 그러자 천문학자가 말했다.
"그것 참 신기하군.  스코틀랜드 양들은 죄다 검은색이잖아?"
물리학자가 천문학자의 말을 반박했다.
"그게 아니야.  스코틀랜드산 양들 중에서 일부만이 검은색이라 해야지."
이들의 말이 한심하다는 듯, 수학자는 하늘을 잠시 쳐다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린 거야. 스코틀랜드에는 적어도 몸의 한쪽 면 이상의 면적에 검은 털이 나 있는 양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 방목되고 있는 들판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고 해야 말이 되는 거라구!"


그만큼 수학을 하는 사람들은 뭐든지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만 표현하는 엄밀한 용어를 쓰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사고 체계가 그런 쪽으로 철저히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진술을 명제라는 형태로 받아들이고 for all, given, such that, at least 같은 표현과, lemma, definition, theorem 같은 용어를 좋아한다. 저건 굳이 수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이공계 출신이기만 해도 충분히 수긍이 갈 것이다. 미분 귀신, 적분 귀신 개그류와 더불어..;; ㄲㄲㄲ
설마 홍 성대 씨가 자녀 가정 교육도 저런 식으로 시켰을까?? ^^;;

영어는 교육 과정이 유행을 많이 탄다. 단적인 예로 성문 종합 영어는 오늘날에 옛날 정도의 인지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학은 정말 왕도가 없고 절대불변 보편적인 진리를 다룬다. 성경과 비교했을 때, 수학은 선악이라든가 영적인 가치가 없는 진리라는 게 다를 뿐이다. 그래서 정석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게 아닐까 한다. 수학에는 다른 과목들이 넘볼 수 없는 '포스'가 있다.

그래서일까? 각종 매체에서 학교의 수학 선생은 인간미가 없고 뭔가 정상이 아닌 무지막지한 이미지-_-로 묘사되어 있다.
한 10년 전 PC통신 시절에 히트 쳤던 박 상욱 씨의 <구타교실>1)이라는 소설을 보면, 인간 백정 구타 기계인 똥행패 선생은 체육 선생이 아니며 하다못해 과학 선생도 아니다. 수학 선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래의 그림은 이 소설을 만화화한 <구타닷컴>2)의 표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똥행패가 어떤 인간인가? 빠따를 때리며 손에 전해져 오는 감촉만으로도 바지 원단의 재질은 물론 엉덩이의 두께까지 파악해 내는 구타 컴퓨터가 아닌가. ㄲㄲㄲㄲ (소설 중에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주인공의 담임 선생이 왜 수학 선생으로 설정되었겠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수학과는 달리, 삐딱 나간 제자를 교화하고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내가 아는 한 언제나 음악 선생이다. 도덕 선생도 아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코러스>, <홀랜드 오퍼스>가 좋은 예이며, <구타교실>에서도 그나마 정상인인 여선생은 음악 선생으로 나온다. ^^;; 이렇듯 각 과목에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색깔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요즘 교사 임용 시험 경쟁률이 살인적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영어는 워낙 잘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으며, 암기 위주인 과목들도 다들 달달 외우면서 피튀기게 경쟁하다 보니.. 특히  TO가 적은 마이너 과목들은 실수로 한두 개 틀리면 바로 떨어지고, 실력이 아니라 국가 유공자 가산점 빨로 당락이 결정될 정도라고 한다. 직업으로 치면 마치 식당이나 택시 기사처럼, 진입 장벽도 낮고 망하기도 쉬운 그런 직종 같다.

그러나 수학은? TO가 많으나 과목 자체가 워낙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까놓고 말하자면 100점 만점에 6, 70점만 넘어도 안정된 합격권이라고 들었다. 정말로 실력으로 진검 승부가 가능한 순수 머리 싸움 과목이다. 그런데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입상자라고 해도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미적분을 술술 풀어내는 건 아니니, 이것도 흥미로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둘은 서로 다루는 분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올 경시와 공모가 다른 것만큼이나 서로 다를 것이다.

지금 정석 책 다시 꺼내서 공부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홍 성대 같은 분 완전 부럽.. ㅜㅜ 하지만 매체에서 수학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묘사되어 있는 음악도, 근간을 이루는 이론을 파고들어 보면 수학적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게 역설이라 하겠다. Looking for you 분석하면서 이런 거 많이 생각해 봤는데... 먼 미래에 기회가 되면 글로 또 다루도록 하겠다. ㅋㅋㅋ

Notes:
1)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재미를 북돋웠던 PC 통신 소설이 둘 있는데 하나는 앞서 언급한 <구타교실>이고 또 하나는 <환상의 테란>. 후자의 경우는 스타 1.08 패치가 나오면서 일종의 현실화까지 되었다. 그런데, 프로게이머 중에 변 형태라는 선수가 등장할 줄이야! (똥행패의 본명)

2) 교실이 닷컴으로 바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 당시가 한창 닷컴 기업 vs 굴뚝 기업 운운하면서 개나 소나 닷컴 붙이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어서...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12/03 08:52 2010/12/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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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곡선(원뿔 곡선) 이야기

수학에서 함수라는 것은 y=f(x)와 같은 형태로, x에다가 임의의 수를 대입하면 그에 대응하는 y 값이 계산을 통해 딱 하나로 산출되어 나오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f(x, y)=0라고 함수를 정의할 수도 있다.
이 식을 만족하는 x, y가 곧 정의역과 치역임이 규정된다.
이런 형태의 함수를 수학 용어로는 음함수(implicit function)라고 일컫는다.
딱 명시적인 함수 형태는 아니지만 함수를 암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뜻인데, ‘음’이라고 하면 negative가 먼저 떠올라서 한국어로는 뜻이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음함수가 표현력이 더욱 풍부하다. 그도 그럴 것이 y=sqrt(1-x^2)라고만 하면 사분원반원 하나밖에 표현을 못 하지만, x^2+y^2=1이라고 하면 원 전체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컴퓨터 상으로 음함수를 처리하는 것도 더욱 까다롭다. x뿐만 아니라 x와 y를 2차원적으로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차원만으로 모자라서 z축도 동원하여 3차원까지 가면 흠..;;;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런 음함수 중에서 x, y의 계수가 최대 2차까지 갈 수 있는 녀석을 배운다. 일반화하면 아래와 같은 꼴.

a*x^2+ b*x*y+ c*y^2+ d*x+ e*y+ f = 0

2차식인 a, b, c중 적어도 하나가 0이 아니라면 이 음함수는 아래의 형태 중 하나가 된다.

1. x, y가 실수 범위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빈 그래프. (x^2+y^2=-1 같은 경우)
2. 두 직선 (x^2-y^2=0 같은 경우. 또한, xy=0 이라고 하면 x축과 y축^^)
3. 타원 (x^2+y^2=1)
4. 쌍곡선 (x^2-y^2=1)

원이나 포물선은 굉장한 레어 케이스에서나 존재 가능하다.
또한, a, b, c 계수의 관계에 따라 곡선의 모양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판별식도 있다.

2차 곡선인 이들 원, 타원, 포물선, 그리고 쌍곡선은 모습도 인간 세계에서 수학적인 의미를 두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래시계처럼 ▶◀ 형태로 놓인 원뿔의 단면을 잘랐을 때 나오는 곡선이라고 해서 원뿔곡선(conic section)이라고도 불린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짤방은.. 초점이 동일한 어느 타원과 쌍곡선의 모습을 자작 프로그램으로 그린 것. 나름 안티 앨리어싱까지 되어 보기에 더욱 아름답다. ㅋ

타원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두 초점에다가 실을 묶고 팽팽하게 연필을 그으면 비교적 쉽게 그릴 수 있다.
원은 두 초점의 위치가 일치하는 특수한 경우라 하겠다. 타원 모양으로 된 당구대 안에서 그 타원의 한 초점에서 공을 굴리면, 그 공은 다른 초점을 반드시 지나게 될 것이다.

쌍곡선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의 절대값(=차이)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절대값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곡선이 둘 존재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y=1/x 반비례 그래프가 알고 보니 이 쌍곡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포물선이야 중학교 시절에 제곱근과 2차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으로 접할 때 배운다. 그런데 포물선은 단순한 2차식을 넘어서 “한 초점과 한 기준선이 주어졌을 때 초점에서의 거리와 준선까지의 수직 최단 거리가 일치하는 점들의 집합”으로 다른 관점에서 정의가 이루어진다. 사실, 타원과 쌍곡선도 한쪽 초점이 한없이 멀어지면 포물선 모양으로 수렴하게 된다.

포물선은 중력이 존재하는 지구상에서 물건을 던지기만 해도 매우 쉽게 볼 수 있다(단, 공기 저항이 없어야). 포물면은 반사하는 모든 빛을 초점으로 한데 모을 수 있다. 다만, 만들기가 구면보다는 어렵다.

2차 곡선은 이렇듯 세상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실용적이다. 거리와의 제곱에 비례해서 감소하는 만유인력과도 관계가 있다. 제곱의 의미는 2차원, 즉 면적이다.
인공위성은 흔히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물체라고들 한다. 공중에서 충분한 추진력으로 위성을 가속하지 못하면 그 발사체는 지구로 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속력이 어느 정도 빨라진 순간부터는 이제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원 궤도를 그리게 된다.

더 빨라지면 위태위태 타원 궤도를 그리게 되고, 어느 정도 도를 넘어서면 포물선, 그 이후부터는 쌍곡선 궤도를 그리면서 그 발사체는 지구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된다. 옛날에 이런 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장난감 삼아 짜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

그 반면에 음함수의 식이 3차까지 가면, 모양만 변태적으로 복잡하지 쓸모가 없다. 변수의 값이 어떻냐에 따라서 쌍곡선 같은 그런 곡선이 3쌍둥이가 생기기도 하고, -⌒- 이런 모양이나 아니면, 그런 모양에 U자 모양 곡선이 합쳐진 놈 등... 자연에서 볼 일도 없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음함수를 처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윤곽선 폰트를 래스터라이즈하는 일과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식하게 x*y개의 함수값을 일일이 다 구해 보지 않고도 함수값을 구성하는 영역만 매끄러운 경계선을 추출하고 거기에다 안티 앨리어싱까지 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래아한글이나 포스트스크립트 같은 다른 폰트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윈도우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는 매 도트에 대해서 윤곽선 안에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서 글자를 찍어 낸다. 그래서 힌팅 정보가 없으면 작은 글씨에서 가는 획이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은 옛날에 너무나 깔끔하게 잘 출력되는 영문 폰트들을 보고서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가 굉장히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아주 정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힌팅 정보 덕분이었다. 힌팅은 획의 굵기를 일관성 있게 보정할 뿐만 아니라 윤곽점을 래스터라이저가 글립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위치로 강제로 옮겨서 획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흠, 글 주제가 수학에서 폰트 얘기로 급반전.. 어쨌든 음함수의 렌더링도 그만치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0/01 20:23 2010/10/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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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두르고 있는 띠 문제

아는 분들은 이미 다 알 만도 한 문제이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가 편의상 반지름이 대략 6400km 정도 되는 완전한 구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지구의 적도 부분을 띠로 둘러서 꽉 조인 매듭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러면 이 띠의 길이는 원의 둘레에 해당하므로, 반지름에다 2π를 곱한 약 4만 km 정도의 길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원둘레에 딱 맞던 이 띠의 길이를, 사람 키보다 약간 큰 정도인 2m만치 더 늘렸다. 다시 말하자면 4만 km에 달하는 띠의 길이를 겨우 2m 더 늘린 것이다. 띠는 이제 원둘레보다 눈꼽만치 더 길어졌고 헐렁해졌다. 그래서 띠를 지표면으로부터 모든 구간을 균일하게 띄워서 다시 빳빳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띠는 지표면으로부터 얼마나 떠 있을까? 띠가 더 길어진 게 티가 나긴 할까?

이 문제의 답을 감으로 당장 떠올린 것과,
연필을 들고 수학 공식을 세워서 푼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
.
.

잘 알다시피, 띠를 겨우 2m 확장했을 뿐이지만 그 넓은 지구의 지표면으로부터 띠는 무려(?) 30cm가량은 지표면으로부터 균일하게 떠 있게 된다.
그리고 이 30cm라는 수치는 행성의 반지름과는 전혀 관계없다. 지구가 아니라 목성의 적도를 두르고 있는 띠라 하더라도, 띠를 2m 확장했다면 띠의 반지름은 지표면으로부터 무조건 30cm씩 더 올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고 띠의 길이가 4만 km라는 사실에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훼이크요 낚시 교란 작전일 뿐이었다.

지표면에서 30cm 뜬 것 자체도 반지름이 이미 수천 km에 달하는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새 발의 피, 손톱의 때도 안 되는 보잘것없는 변화량이다. 그러나 우주의 관점에서 본 변화와 지표면에서 본 상대적인 변화의 폭은 서로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직관은 그런 것을 혼동하기 쉽다. 이 문제는, 마치 인간의 눈이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생각 역시 편견과 실수에 빠지기 쉬움을 보이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인간 두뇌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수학이라는 사고 체계가 발달한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17 17:13 2010/07/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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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에 대한 적분 외

원이란 2차원 공간상의 한 점에서 거리가 같은 점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공간이 3차원으로 확장되면 구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정의 가능하다.
이 정의에 따라, 먼저, 0..r 범위에서 반지름이 r인 사분원을 나타내는 방정식

  f(x) = sqrt(r^2 - x^2)

를 정의하자.
이 사분원의 호의 길이는 거리의 적분에 따라

  int(  sqrt( f'(x)^2 + 1 ) , x=0..r)

(f'(x)는 f(x)의 도함수. int는 짐작하듯이 0부터 r까지 x에 대한 정적분을 나타냄)
을 풀면 PI*r/2 가 된다. 사분원의 길이이므로 여기에다 4를 곱하면
반지름이 r인 원의 길이는 2*PI*r이 나온다.
위의 적분식에서 1은 당연한 말이지만 적분변수가 약분되어 1이 된 것이며, 그걸 역시 제곱한 값이기도 하다. 괜히 더해진 게 아니다. ^^;;

넓이는 그냥 f(x)를 적분하면 바로 구해진다.

  int( f(x), x=0..r)

의 값은 PI*r^2 /4 가 되고, 역시 4를 곱하면 반지름이 r인 원의 넓이는 PI*r^2이 된다. 적분을 실제로 풀기 위해서는 치환 적분 기법이 필요하다.

이제 3차원 세계로 가서 구의 부피를 구하면 어떨까?
반구의 단면은 역시 0부터 r까지 반지름 자체가 원의 방정식과 같은 무수한 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들을 적분하면 부피를 구할 수 있다. 어렵지 않다. 즉, 원의 넓이 PI*r^2에서 r 대신에 f(x)를 넣으면 된다는 소리.

  int( f(x)*f(x)*PI, x=0..r)

의 값은 2/3 * PI * r^3이 된다. 반구의 부피이므로 이것에다 2를 곱하면 4/3 * PI * r^3이 바로 반지름이 r인 구의 부피이다.

마지막으로 구의 겉넓이를 구해 보자.
여기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틀리는 게 뭐냐 하면, 넓이를 그대로 적분하면 부피가 되었듯이 원호 길이를 그대로 적분하면 겉넓이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적분을 해석적으로 풀든, 심지어 100개 1000개로 구간을 아무리 많이 나눠서 컴퓨터로 계산을 해 봐도 정확한 값이 나오지 않는다! 실제값보다 더 작은 값이 나온다.

원의 넓이나 구의 부피처럼 각 구간에서의 함수값만이 중요하다면 구간 수를 무수히 늘림으로써 정확한 값으로 수렴이 가능하겠지만, 구의 겉넓이는 앞서 다뤘던 '길이'를 구하는 것과 일면 비슷한 개념이다. 내 자신의 값뿐만 아니라 인접한 구간과의 기울기라는 개념이 감안되어야만 정확한 적분값이 나온다.
그래서 2*PI*r뿐만 아니라 원호를 구할 때 쓰던 식이 첨가되어야 한다.

  int( 2*PI * f(x)* sqrt( f'(x)^2 + 1 ), x=0..r)

이 적분식의 값은 2*PI*r^2이 나오며, 역시 2를 곱하면 반지름이 r인 구의 겉넓이는 4*PI*r^2임을 알 수 있다.

덧붙이는 말

1. 1부터 100까지 일일이 덧셈을 할 필요가 없이 등차수열의 합을 구하는 식에 대입만 하면 100이 아니라 1000, 10000까지의 합도 손쉽게 구할 수 있듯.. 우리가 알고 있는 리만 적분도 굉장히 대단한 지식이다. 수천, 수만 개의 구간을 나눠서 일일이 함수값을 구하며 뺑이를 칠 필요 없이, 함수식의 부정적분을 구한 후 하한값과 상한값의 차이만 구하면 된다니, 놀랍지 않은가? 게다가 여기에다 부분 적분과 치환 적분의 위력까지 더해지면 초월 함수를 다루기도 더욱 수월해진다.

2. 사실 미분과 적분은 서로 다른 별개의 분야에서 출발했다. 접선 기울기하고 면적/부피는 언뜻 보기에 분야가 다른 것 같은데, 함수의 부정적분이 도함수의 역함수와 같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미적분학이라는 한 학문이 태동한 것이다. 옛날엔 '극한이라는 걸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하는 게 가능하나?' '이건 너무 사악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이런 걸 갖고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저 기계적인 계산 테크닉(로피탈의 정리 같은. -_-)만 달달 외워서 점수 따기에는 이 분야는 너무나 깊이 생각하고 느껴야 할 게 많다. 본인 역시 학창 시절엔 그런 걸 별로 경험하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어냈을지를 곱씹어 보자.

3. 리만 제타 함수라는 게 있다. ζ(n)은 1/1^n + 1/2^n + 1/3^n ..... 의 극한이다. n=1인 경우에 속하는 조화 수열은 0에 수렴하지만, 그 합은 로그 스케일로 매우 느리게 발산-_-하긴 한다. (일반적으로 미분과 적분을 거치면 x의 지수가 1 늘어나거나 줄게 마련인데, 지수가 -1에 속하는 1/x은 부정적분이 예외적으로 생뚱맞은 ln x로.. =_=) 하긴, 숫자가 커질수록 소수의 개수도 로그 스케일급으로 발견되며 매우 드물어진다. 소수의 개수 역시 무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숫자가 커질수록 졸라 찾기 힘들어지겠지만 말이다. -_-;;

이런 함수가 왜 근사한 이름까지 붙어 있는가 하면, n이 2 이상의 짝수일 때 ζ(n)의 값은 PI의 n승의 유리수배의 형태로 산출되기 때문이며, 더구나 이 함수는 소수의 분포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발견을 해 낸 사람은 불세출의 천재 수학자인 오일러이다. 특히 삼각함수의 테일러 전개와 방정식의 근의 관계를 이용하여, ζ(2) = PI^2 / 6 임을 최초로 알아내기도 했다. 따라서 그 수는 초월수라는 것 역시 덩달아 증명된 셈.

나는 증명을 뻔히 보고도 뭔 말인지 못 따라가겠던데, 사실 저것도 수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이라는 e^(PI*I) + 1 = 0만큼이나 그의 위대한 업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파이, 삼각 함수, 루트, 해석학, 기하학, 복소수 등등등... 다 위로 올라가면 서로 구분이 없이 여기저기서 다 만난다는 뜻이다. 심하게 경이로운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15 20:07 2010/04/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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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

수학에서 방정식이란, 미지의 변수가 존재하여 이 변수의 값이 무엇이냐에 따라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등식을 말한다.

사실 일차방정식.. 즉, 미지수에 대해서 잘 해 봤자 상수배의 곱만 존재하는 간단한 방정식만 해도 인간의 지적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가령, "아날로그 시계에서 5시와 6시 사이에 긴 바늘과 짧은 바늘이 겹치거나 직각이 되는 시각은?" 같은 것도 일차방정식으로 풀어 낼 수 있으며,
마음속으로 어떤 수를 생각해서 뭘 곱하고 뭘 했는데 언제나 무슨 수가 딱 떨어지게 나오는 것은 마술이나 독심술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차수는 일차인데 변수가 여러 개인 경우가 있다. 미지수도 n개이고 식도 n개. 이런 형태의 문제를 푸는 것은 실용적인 가치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행렬이라는 추상적인 모델로 간단히 표현하여 선형 대수학이라는 별도의 분야까지 수학에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행렬도 굉장한 발견이라고 생각함. 이런 개념을 만듦으로써 어마어마한 양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식에 미지수 자체의 제곱이 들어있으면 이차방정식으로 방정식의 격이 올라간다. 여기서부터는 제곱근, 인수분해 같은 개념이 등장하고 예전보다 살짝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2차 정도는 인수분해 뿐만 아니라 일반해를 구하는 근의 공식조차 유도가 가능하다. 이미 수백 년 전에 발견되기도 했고,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공계를 나온 친구라면, 비록 입시 코스를 통과했더라도, 수학 감각 자가유지 테스트 차원에서라도 근의 공식 유도 정도는 이따금씩 해 볼 만하다.

참고로 이차방정식의 양변을 x로 나누면 분수 방정식이 된다. 그래프 모양은 2차 방정식과 완전히 다르지만, 반대로 양변에 x를 곱해서 이차방정식 풀듯 풀면 된다. 단, 풀고 나서는 분모를 0으로 만드는 무연근만 버리면 된다. (수학에서 0으로 나누는 게 용납된다면 "모든 수는 0이다" 같은 궤변도 증명할 수 있고 별별 게 다 가능해진다.) 분수 방정식은 비록 정석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조화평균처럼 나눗셈이 수반되는 곳에 미지수가 있을 때 쓰인다.

2차 방정식보다도 차수가 올라간 3차 이상부터는 일반해를 구하는 공식은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살인적으로 복잡해진다. 대학교 수학과 교수라도 안(못) 외운다. ^^ 학교에서 3차 이상의 고차 방정식은 인수분해가 안 되는 이상한 식이 다뤄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3차 방정식은 2차항을 소거하여 x^3 + p*x + q = 0 형태로 바꾼 후 푼다. 즉, 임의의 3차 방정식은 저 꼴로 본질적인 정보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본인의 지인 중엔 손으로 3차 방정식의 일반해 공식을 스스로 유도해 냈다고 자랑하던 녀석이 있었다. 뼛속까지 수학과 물리를 진심으로 벗삼아 즐기는 놈인데, 흠좀무.

4차 방정식 역시 일단 3차항을 소거한 뒤 풀이하는데, 임의의 케이스에 대한 일반해 공식은 3차보다도 더욱 길고 아스트랄하다. 과연 대수학(algebra)의 무서움이다. 그냥 저런 게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면 된다. 실용적인 가치는 별로 없으며, 실생활에서 그 정도 방정식을 풀 일이 있으면 그냥 numerical하게 근사해를 사용해도 아무 지장 없다.

그런데..
문제는 5차 이상부터이다.
수학 쪽으로 조금만 상식이 있는 분이라면 잘 알 것이다.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대수적인 방법으로 해를 구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P=NP 같은 것처럼 아직 해답을 못 찾은 게 아니라, 원천적으로 절대 존재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이 되어 있다.

인수분해가 안 되는 놈이라면 얄짤없이 포기하고 일찌감치 numerical 근사해로 만족하라는 뜻.
왜... 왜 없는 것일까? 그것도 왜 하필 5차부터?

2차부터 4차까지 일반해를 대수적으로 구하는 근의 공식을 살펴보면
비록 말도 못 하게 복잡하더라도 그 연산 자체는 평이하며 우리의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다. 식의 계수에 대해서 적당하게 사칙 연산 씌우고, 거듭 제곱하거나 (거듭) 제곱근을 구하는 작업을 유한 번 적용해 주면 답이 나온다. 즉, 이들 방정식의 해는 대수적 연산이라는 언어로 기술이 가능하다. (좀 전산학적인 개념이 들어가는군..)

그런데 5차 이상의 방정식은 해 자체가 그런 대수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없는 수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냄으로써,
일반해 공식이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아니, 사실은 저것도 직접적인 증명이 아니라, 5차 방정식의 일반해를 대수적인 방법으로 기술했을 때 모순이 생긴다고.. 귀류법을 이용해 증명했다.

헐, 그런 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수이며 어떤 특성을 가질까? 루트라든가 기존 대수적 조작을 통해서 특성을 기술할 수 없는 수?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초월수도 아니고?? 아마 이런 수는 별 특성이 없고 의미가 없다 보니 그렇게 연구가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왜 하필 5차부터 그런 경우가 생기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런 걸 알면 내가 이 자리에 안 있지.. ㅋㅋㅋ

※ 외전: 방정식 연구자들의 말로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최초로 찾아낸 사람은 타르탈리아라는 수학자이다(16세기 사람). 그는 이 사실을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고 카르다노라는 의사 겸 수학자에게 해법을 전수해 줬는데... 제자인지 라이벌이지 뭐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카르다노라는 양반, 아예 책을 써서 해법을 공개적으로 발설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걸 자기 이름으로 떠벌리면서 3차 방정식의 해법의 발견자로 '카르다노'라는 이름을 학계에 당당히 올려 버렸다.

타르탈리아로서는 "저런 쌍노무 새퀴, 인간말종 호로자식을 봤나!" 정말 이성을 잃을 정도로 노발대발하고 카르다노를 향해 매일 축시의 저주를 거행했을 것이다. -_-;; 그것 때문이었을까? 카르다노는 아들이 어머니(=카르다노의 아내)를 살해하고 그 죄에 대한 벌로 아들도 덩달아 처형 당하는 가정 팀킬-_-을 겪었다. 그 역시 도박에 빠져 가난하게 지냈으며, 나중엔 죽는 날짜를 예고한 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하긴, 타르탈리아도 그 천재성에 비해 가난하고 어린 시절이 불우했으며 후천성 장애를 얻어 말더듬이였으니 더욱 안습.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카르다노의 제자이고 사실상 그의 양자였을 거라고 추정되는 로도비코 페라리가 최초로 발견했다. 이쪽은 다 16세기 이탈리아 라인이구나. 그런데 그 역시 술과 도박에 빠져 지내다 손가락 장애를 얻고 나중엔 무려 애인 또는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여인에게 독살 당했다. -_-;;

그리고 끝으로, 5차 이상의 방정식에 대한 연구는 19세기에 와서야 잘 알다시피 갈루아와 아벨이라는 두 천재 덕후 수학자가 확실하게 종지부를 찍었다. 수학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얼마나 불운한 천재였는지 알 것이다.
닐스 헨릭 아벨(노르웨이)은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대수적으로 풀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하고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 탁월한 논문을 남겼다. 그 분야 중 하나는 타원 함수는 아마 20세기 말에 와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데도 쓰인 이론인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는... 너무 천재여서 능력을 인정을 못 받은 채, 가난에 찌들고 살다가 26세의 나이로 결핵과 영양실조로 인해 사실상 굶어 죽었다... ㅎㄷㄷㄷㄷㄷ 그가 죽고 나서 이틀 뒤에, 드디어 베를린 대학 교수로 임용됐다는 편지가 도착했으니, 지못미 아벨. ㅠ.ㅠ

갈루아(프랑스)는?? 아벨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은 덕후였다. 불세출의 논문을 하나 쓴 게 프랑스 과학원의 병신 같은 실수로 인해 분실되어 심사도 제대로 못 받았고, 겨우 21세의 나이로 치정 문제에 연루되어 권총 결투 중에 목숨을 잃었다...;;;
죽기 전날 유언장처럼 쓴 노트가 후대의 수학자들을 놀라게 한 논문이 되었다. 그는 아벨과는 다른 방법으로 5차 방정식의 대수적 풀이 불가능성을 증명하고 더 나아가 n차 방정식의 대수적 풀이 가능 조건을 논하면서 군론(group)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군 이론에 기초한 방정식의 갈루아 이론은 완전히 이해되는 데만 7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17 21:38 2010/03/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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