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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가 음향의 재송신/녹음 문제

전화기에는 수화기 쪽의 소리를 키워서 굳이 귀를 기기에다 갖다대지 않아도 소리가 충분히 크게 들리게 하는 '스피커폰' 모드라는 게 있다. 이건 여러 사람이 통화 내용을 동시에 들어야 하는 모임이나 원격 회의 같은 데서 유용한 기능이며, 중공 폐렴으로 인해 비대면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기능도 더욱 즐겨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그럼 전화기는 자기 스피커폰에서 난 소리를 또 송화기를 통해 상대편으로 보내고, 상대편에서도 자기가 받았던 소리를 크게 틀어 놓느라 또 우리에게 보내다 보면.. 마치 거울을 앞뒤로 평행하게 배치한 것처럼 동일한 소리가 무한히 송수신을 반복하며 울리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전화기는 무전기가 아니니, 송신과 수신이 둘 다 동시에 행해지기 때문이다.

이거 무슨 전화기의 역설처럼 들리는데.. 직접 해 보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한 컴퓨터에서 A라는 프로그램에서 사운드를 크게 틀어 놨는데 B라는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이용해 그걸 자가 녹음하는 건.. 다들 해 보시면 알겠지만 이 역시 잘 되지 않는다. 사람 귀에는 똑같이 크게 들리는데 바깥 소리만 녹음되고 자기가 내는 소리는 녹음되지 않는다. 뭔가 순환 논리를 일부러 막는 로직이 있는 것 같다.

2. 자석

대형 마트의 에스컬레이터는 지하철역이나 백화점에 있는 여느 에스컬레이터와는 형태가 많이 다르다.
쇼핑 카트를 동반한 채로 층을 오르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 경사가 굉장히 완만하며, 계단이 아니라 경사만 진 무빙워크 형태이다. 게다가 이용 중에 카트가 미끄러져 내려가지는 않게 바퀴를 자석 같은 걸로 착 고정도 해 준다. 어떤 원리로 그 무거운 카트를 고정해 주는지 '사물궁이 잡학지식' 같은 데서 다룰 법도 해 보이는데 아직 딱히 못 본 것 같다.

3. 키보드에 들어가는 건전지

직장에서 사용하는 무선 키보드가 건전지가 다 소모돼서 AAA 사이즈 건전지 2개를 안에다 집어넣었는데..
키보드 배틀을 앞두고 총에다가 총알을 장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AAA 건전지의 길이가 44mm인데,
NATO 표준 소총 총알 길이가 구경 5.56에 길이 45mm..
게다가 건전지 색깔도 황동 탄피를 연상케 하는 금색.. ㅋㅋㅋㅋ

자동차건 비행기건 총알이건..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무작정 동그란 구형으로만 만드는 게 장땡이 아니다. 단면적 대비 유체역학적으로 공기 저항을 덜 받는 디자인은 따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 상관없이 극한의 수압을 견뎌야 하는 심해 잠수정이나 동그랗게 만들곤 한다.

반대로 우주 탐사선은 전혀 유체역학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냥 건물 구조물에 더 가까운 모양인 거고..
BB탄 같은 동그란 납덩이 총알, 또는 볼링공 같은 동그란 대포 탄환은 중세나 길어야 근대까지만 현역으로 쓰이다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지금으로부터 몇백 년 전엔 화약이란 게 얼마나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는데.. 게다가 그 화약도 총 한 발 쏘고 나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전투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짙고 뿌연 연기를 내는 놈밖에 없었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은 총알이 얼마나 싸고 흔해 빠진 존재가 됐으며 1초에도 총알을 드르르륵 갈기는 기관총 기관포까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 역시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음 뭔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 오늘도 키보드 배틀 파이팅이다~ ^^

4. 소음

손톱깎이는 가위나 병따개 같은 지레 기반의 다른 물건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어서 손톱을 자르는 순간에 생각보다 큰 짤깍 소리가 나고, 손톱이 꽤 멀리까지 튀는 걸까?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까..? 아주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그 이유를 물리학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손톱깎이하고 완전히 다른 영역이겠지만 진공 청소기도 여느 평범한 선풍기나 헤어 드라이어와 달리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바람을 내뿜는 것하고 빨아들이는 건 방향만 다른 게 아닌지..?? =_=;; 잘은 모르지만 소음은 기술적으로 더 줄이기는 힘들다고 한다.

5. 구기 종목

세상에 존재하는 공놀이들은 경기 형태 내지 득점 조건이 크게

  • A형: 자기 자리에서 상대방과 공을 주고받다가 확 세게 던져서 상대방이 못 받게 만들기
  • B형: 아니면 여러 명이 우루루 상대방 진영까지 직접 쳐들어가서 공을 상대편 골대에다 집어넣기

이렇게 둘 중 하나로 나뉘는 것 같다.

종목 득점조건 공 크기 수단 이동반경 인원 비고
배드민턴 A형 제일 작고 가벼움 라켓 내 자리만, 좁음 1~2인  
탁구 A형 작음 라켓 아주 좁음 1~2인 탁자
테니스 A형 중간 라켓 내 자리만, 좁음 1~2인 장비만 바뀐 배드민턴 같음
하키 B형 작음 라켓 전체, 넓음 11인  
야구 ?????? 중간 배트, 글러브 전체, 넓음 9인 룰이 제일 기괴하고 세팅할 것도 많음
배구 A형 맨손 내 자리만, 보통 6인  
농구 B형 맨손 전체, 넓음 5인  
축구 B형 전체, 아주 넓음 11인 골키퍼

A는 작은 공을 도구를 써서 조종하는 편이고 B는 비교적 큰 공을 다룬다.
하지만 하키는 공은 A과 비슷하게 다루면서 득점은 B와 비슷하게 하는 일종의 짬뽕에 속한다.
그 반면, 배구는 반대로 공의 형태는 B에 가깝고 득점 조건은 A에 가깝다.
이런 구기종목들은 여자 선수단도 존재하긴 하는데, 남자는 아무래도 축구가, 여자는 배구 쪽이 유명한 것 같다. 작은 공을 다루는 종목은 큰 공 종목에 '비해서'는 피지컬을 덜 타는 듯..

끝으로.. 난 2021년 현재까지도 야구는 룰과 득점 조건을 전혀 모른다. 빠따로 공 치고 나서 선수들이 무슨 역할로 나뉘어서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가는지 여전히 모름. 그러니 관중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도 알 리가 있나.. 평생 죽을 때까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ㄲㄲㄲ

6. 무덤

이민 간 교포는 2세대 3세대 n세대로 갈수록 부모의 모국어를 잊어버리고 현지인과 결혼하고 현지 문화와 동화되면서 어지간해서는 결국 현지인이 된다.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같은 곳은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계속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지 싶다.
친척은 혈연의 근거인 부모/조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서로 촌수가 증가하면 볼 일이 없어지며, 연락과 교류가 차츰 끊기고 서로 남남이 된다.

그것처럼 조상 산소도 몇십 년이 지나고 직계 후손이 죽고 나면 관리하는 사람이 없게 되고, 베고 또 베어도 계속 솟아나는 잡초들에 뒤덮혀서 결국 자연과 하나-_-가 된다. 유해뿐만 아니라 관과 무덤 봉분까지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잡초가 생명력이 끈질겨서 별로 티가 안 나는 거지, 인간의 무덤도 골프장만큼이나 나름 산림을 많이 파괴함으로써 유지되는 것 같다.

죽은 사람이 언제까지나 땅을 그렇게 점유하면서 후손들의 수고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니 유해도 무슨 태풍 이름이나 야구 선수 번호처럼 영구 결번시킬 만치 충분히 유명한 사람, 좋은 업적을 남긴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에 대해서만 묘지를 만들고, 나머지는 화장+봉안당 안치로 일괄 변경하는 게 합리적이어 보인다. 아무리 자기 부모님이라 해도 돌아가셨다고 삼년상...;; 어휴~ 옛날 유교 문화--변질됐건 아니건--는 너무 갑갑하고 비생산적이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설· 추석 같은 명절의 풍속이 확 바뀌었듯, 매장 대신 화장, 미리 유서 써 놓기처럼 사망과 장례 관련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으며 실제로 바뀌고 있기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1/05/30 08:35 2021/05/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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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으로 쇠붙이를 만진 뒤에 손에서 느껴지는 쇠비린내는 평소에 손에서 분비되는 자잘한(...) 액체 물질이 철과 마주쳐서 변질되면서 나는 냄새일 뿐이다. 금속 쇠붙이 자체는 원래 그 어떤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인체의 땀도 분비된 직후에는 별 냄새가 안 나다가 나중에 세균에 의해 분해되고 부패되면서 지린내가 난다. 이와 비슷한 이치이다.

2.
하품은 통념과 달리, 꼭 산소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이벤트는 아니라고 한다. 인체 자체가 이산화탄소 과다에 반응하지, 산소 부족에 반응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3.
어라..? 햇빛을 맨눈으로 보고 있으면 재채기가 나는 건.. 난 하품 할 때 눈물 나는 것만큼이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전체 인구의 2~30%가량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라니! 게다가 유전 형질 때문인지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지 아직 의학적으로 제대로 규명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긴, 먼 옛날 초딩 시절에 본인은 난 밝은 낮 하늘에 뭔가 알갱이, 입자 같은 게 비쳐 보이는 게 공기의 분자-_-;;;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비문증'이라는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4.
무산소 운동을 많이 했을 때 근육이 저리고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젖산이 분비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지난 수십 년간 과학 시간에 가르쳐져 왔으나.. 더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주변의 칼륨 이온의 농도 때문이라고..
사실, 이런 통증은 인체가 느끼는 다른 많은 고통들과 마찬가지로 몸을 망가뜨리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발동되는 경고 신호이다.

몸을 망가뜨리기 위해 굳이 근육을 무리하게 혹사시키며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이 꼼짝도 안 하고 시체처럼 부동 자세로 오래 있으면.. 체중에 너무 오래 짓눌린 부위가 피가 잘 안 통해서 그것만으도 저림,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팔이나 무릎을 굽힌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아니라 최대한 편하게 누워 있더라도 이런 현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저절로, 심지어 자는 중에도 본능적으로 몸을 수시로 뒤척이게 된다. 그런데 척수 손상 등으로 인해 하반신/전신이 마비된 사람은 이런 통증을 못 느낀다.
몸을 그대로 잘못 방치했다간 등이나 엉덩이 일부 부위에 그 이름도 무서운 욕창이란 게 생겨서 조직이 괴사해서 썩게 된다. 이런 참사를 예방하려면 간병인이 환자의 체위를 수 시간 주기로 바꿔 줘야 한다.

뭐, 단순히 신체 부위가 피가 안 통해서 저리는 것은, 처음에 얘기했던 근육통하고는 근본이 좀 다른 얘기이지만, 어쨌든 몸을 보호하려는 의도의 통증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영화 <항거>에서 형무소에 갇힌 죄수들이 일부러 방을 빙글빙글 왜 돌았는지, 그리고 사람을 벽장에다 선 채로 집어넣고 며칠 방치하는 게 그것만으로도 왜 잔인한 고문인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뭔가 굉장히 희소한 병에 걸린 어떤 사람 중에는 선천적으로 통증을 전혀 못 느낀다거나, 땀을 전혀 못 흘린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좋은 게 절대 아니다. 위험한 줄 모르고 뜨거운 물에다 손을 담그고 있다가 손을 완전히 망가뜨린다거나, 더운 곳에서 땀을 안 흘리고 있다가 그냥 픽 쓰러지고 훅 가기 때문이다.

글쎄, 무중력 상태에서는 중력이 없고 짓눌림이란 게 없으니 욕창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보인다만.. 그건 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인체의 생리에 좋은 상태가 아니다.

5.
살이 찌고 체중이 늘어난 것은 비록 현대의 바쁜 사무직 직장인에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식탐 자제하고 운동을 많이 함으로써 고칠 수 있다. 살을 빼고 체중을 줄이고, 지방 대신 근육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관절 같은 것은 운동으로 단련 가능하지 않다. 성장이 끝난 뒤부터는 일방적으로 약해지고 퇴화만 하며 부상을 입어서 다칠 위험이 커진다. 어린 시절에는 내리막을 아무렇지도 않게 빨리 내려갔는데 나이가 들면 그런 것도 함부로 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탈모는 현대 의학으로도 불치병으로 여겨지고 있고.. 얼굴이 자외선 맞아서 검어지고 타는 것도(한자어로 한 단어가 없을까?) 마치 노화나 단백질의 열변형만큼이나 뒤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 현상이다.;; 에구~ 이런 걸 생각하면 섬뜩하고 좀 후회도 된다. 있을 때 관리를 잘 했어야지..

6.
병 중에는 환자 혼자만 앓고 마는 게 아니라, 남까지 원인균이나 바이러스를 옮기기 쉬운 무서운 전염병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그 전파 매개라는 게 생각보다 다양하다.

  • 공기: 결핵, 홍역, 천연두/수두
  • 비말: 감기, 폐렴, 코로나19!!
  • 물/음식물: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 접촉/체액: 에이즈, 각종 성병, 에볼라, 파상풍

도대체 병원체가 분자 수준으로 얼마나 가벼우면 공기를 타고 날아다니며 퍼질 수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공기와 비말 감염을 막으려고 마스크라는 물건이 발명되어서 현재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이 많이 소비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의약학과 보건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분에 요즘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크게 늘었고, 노인도 옛날처럼 이빨 빠진 꼬부랑이가 되는 게 아니라 예전보다 많이 쟁쟁하고 건강하다. 다른 전염병으로 일찍 죽지 않으니, 암이라는 더 미세하고 고차원적인 병에 걸려 죽는 빈도가 더 늘었다.
암은 최소한 전염병은 아니다.;; 그리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냥 암 '세포'라고 부른다.

Posted by 사무엘

2021/05/17 08:37 2021/05/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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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축 유틸

요즘은 Adobe Reader 같은 거 설치할 필요 없이 크롬이나 Edge 같은 브라우저만으로도 자체적으로 pdf 문서를 바로 열어 볼 수 있다.
압축 유틸리티에서 광학 디스크 이미지 파일의 내용을 바로 볼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한 분야의 프로그램이 비슷한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의 역할을 일부 흡수해 버렸다.

물론 이미지 파일을 새로운 드라이브로 mount 시키는 것까지 압축 유틸이 지원하지는 않는다. 그것까지 지원하면 압축 유틸의 기능이 옛날 도스 시절의 Double Space 같은 디스크 압축 유틸 급으로 커지는데.. 요즘은 그런 기능이 필요할 정도로 디스크의 용량이 부족한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유행이 지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라이브 mount는 이제 운영체제(Windows 10)가 자체적으로 제공해 주는 기능으로 흡수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20여 년 전, 이 바닥이 WinZip, WinRAR 같은 외국산 압축 유틸리티 일색이던 시절에 이스트소프트의 '알집'이 처음에 적절한 마케팅 덕분에 시장 선점을 잘 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버그· 안정성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서 2000년대 말쯤에 컴덕들 사이에 욕을 엄청 먹었으며, 그 와중에 기업 대상 유료화까지 선언하는 바람에 입지를 더욱 잃게 됐다.

그 와중에 개인 개발자 1인의 작품인 '빵집'이 알집의 대체제로 각광 받아서 2000년대 후반에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빵집은 개발자의 개인 취미 생활이다 보니 유지보수에 한계가 있었고, 결국 개발이 중단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날이야.. 그 틈새를 저격한 반디소프트의 '반디집'이 탁월한 완성도로 천하를 평정했다.

압축 유틸의 역사를 읽어 보노라면, 소프트웨어는 모름지기 수요와 타이밍, 시장 공략을 잘 해야겠다는 걸 느낀다.
zip은 압축 해제뿐만 아니라 생성까지 소스가 완전히 공개돼 있고 그 다음부터 7z, ace, rar 등 압축 알고리즘들의 압축률은 이론적인 정보량 한계에 근접해서 거기서 거기이다 보니.. 알고리즘은 zip 하나만 있으면 되고 그 뒤 멀티코어, 64비트, 유니코드, 기본적인 보안, 운영체제 셸과 잘 연계하는 UI...

이것만 제공되면 그 다음부터 굳이 유료 유틸을 쓸 필요가 크게 줄어드는 것 같다. 실제로 본인도 '-집' 계열 유틸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Windows에서 zip 말고 rar 등 다른 압축 파일을 '생성'해 본 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 같다.

2. 유튜브

(1) 유튜브 동영상에 광고가 5~10여 년 전에 비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게 느껴진다.
뭐, 쟤들도 흙 파서 먹고 사는 건 아닐 테니, 오랫동안 무료로 잔뜩 뿌리고 투자했던 것을 회수할 때가 됐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수의 동영상들을 저장하고 전송 트래픽을 감당할.. 서버 유지비가 장난 아니게 깨질 것이며.. 몸값 비싼 엔지니어들을 고용하는 인건비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서버 관리자, 웹 UI 디자이너 및 개발자, 동영상 코덱 전문가, 동영상 컨텐츠들의 검색과 분류 알고리즘 전문가 등..

그러니 동영상 포털이 사용자에게 거부감을 제일 덜 주면서 수익을 내는 건 광고 또는 사용자에게 "광고 안 뜨는 기간제 유료 계정" 판매로 자연스럽게 귀착될 것이다. 나도 광고가 너무 잦아지니 잠시 동안만이라도 광고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 유료 계정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유튜브도 사용자를 이렇게 적당히만 귀찮게 하는 걸 목표로 하지 싶다.

요즘 친구들끼리 생일 선물로 카카오톡으로 이모티콘이라든가 커피 상품권을 주고 받는 게 있다. 그런 것처럼 몇천 내지 1~2만원대의 유튜브 프리미엄 n개월 이용권이 온라인/모바일 생일 선물로 오가는 건 어떨까 싶다.

여담이지만, 유튜브뿐만 아니라 평소에 위키백과를 지식 습득용으로 유용하게 사용해 온 사람이라면 거기에도 후원금을 소액이나마 내는 게 좋을 것이다. 특정 기업의 입맛에 휘둘리지 않고 상업 광고도 없는 개방된 지식 저장소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지금 같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투명하게 개방된 정보의 바다로 만드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2) 다음으로, 돈이나 광고와 별개로 본인이 요 근래에 유튜브에 대해서 느끼는 굉장히 큰 불만이 하나 있다.
HD급 이상의 무거운 고화질 동영상일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슬라이더에서 좌우 화살표를 눌러서 앞뒤 5초 남짓 단위로 seek를 한번 하는 데 걸리는 딜레이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동일 화질 기준으로 그냥 하드에 저장된 동영상을 데스크톱용 플레이어 앱에서 seek하는 것만치 빨리 즉시는 절대 못 한다. 답답하지 않으신가?

옛날 저화질 동영상은 이렇지 않다. 이건 다운로드 자체는 이미 다 된 구간을 돌아다니는 것만 말한다. 그러니 네트워크 상태하고도 무관하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느린 건지 아니면 이것도 설마 현질 유도를 위해 고의로 들어간 핸디캡인지는 잘 모르겠다.

(3) 끝으로, 유튜브 유료 계정에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광고 제거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아예 로컬에다 다운로드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별도의 서비스가 없더라도 뒷구멍을 통한 다운로드 서비스가 넘쳐나다 보니 유튜브에서도 단속을 포기한 것 같다. 별도의 앱이던 게 더 간편한 웹으로 바뀌기까지 하고 말이다. 사실 이건 기술적으로,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3. 이메일: 대용량 파일 첨부, 발송 확인 및 취소 기능

15년쯤 전에 구글 gmail이 최초로 1GB짜리 웹 기반 무료 이메일을 개설한 이래로 요즘은 어디건 이메일 서비스는 기본이고 용량이 기가바이트급이다. 하지만 이메일은 편지함 용량과 컴퓨터의 하드 용량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무슨 영화 파일 급의 대용량 첨부 파일을 주고 받기에는 여전히 좀 버거운 수단이다. 기껏해야 수~수십 MB 정도가 한계?

초대용량 파일은 메일에다가 직접 붙이는 게 아니라 다른 클라우드/웹하드에다 올리고 나서 그거 링크만 메일에다 넣는 형태로 대체되는 게 요즘 추세이다.
수신 확인 및 오발신 취소 같은 것도 이메일의 정식 프로토콜/스펙에 규정된 기능이 아니라 각 웹메일 서비스 사이트에서 자기 계정간 이메일에 한해서만 제공되는 비표준 편의 기능인데.. 이것도 좀 표준으로 승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4. 크롬 브라우저로 네이버 블로그 첨부 파일 다운로드

크롬 브라우저로는 네이버 블로그 기반의 사이트에서 첨부 파일 다운로드가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나만 겪는 현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검색을 해 보니, 네이버 블로그는 https 기반인데 다운로드 링크는 보안이 취약한 http 기반이어서 크롬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다운로드를 차단한 것이었다.
즉, 네트워크 구조에 문제가 있어서이지, 첨부 파일의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렇게 웹페이지의 구성요소에 https와 http가 뒤섞여 있으면 브라우저가 의심스럽고 불안하다고, 그래도 내용을 다 보고 싶냐고 온갖 귀찮은 확인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띄운다. 다들 한 번쯤은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크롬의 경우, 그 어떤 에러 메시지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네이버 블로그로부터의 다운로드를 씹어 버리니 당혹스러웠다. 은행 ActiveX도 아니고 파일 다운로드를 위해서 구닥다리 IE를 끄집어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뭐, 궁극적으로는 천하의 네이버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네트워크 구조를 불안 요소가 없게 어서 고쳤으면 좋겠다.

크롬은 이제 올해부터 플래시조차 지원을 완전히 끊었다. 아직도 메뉴가 플래시 기반인 웹사이트는 한 몇 년은 관리를 안 한 완전 구닥다리.. "1024*768 해상도에서 IE 6 브라우저에서 가장 잘 보입니다" 이러면서 제로보드 게시판까지 같이 붙어 있는 사이트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플래시, 제로보드, Visual Basic 6, 재래식 hlp.. 이런 것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 마이너한 검색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능은 아닐 테니 유료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더라도..

(1) 많고 많은 웹툰들은 그림 파일뿐만 아니라 말풍선 안의 대사들도 색인화돼서 대사로 해당 컷의 검색이 됐으면 좋겠다.
짤방으로 써먹고 싶은데 그 그림이 긴 웹툰 시리즈의 어느 화에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할 때가 많다.
물론 "이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인 나예요."(사립정글고), "네놈을 살려 두긴 쌀이 아까워!"(이말년), "선 넘네"(엉덩국 애기공룡 둘리) 같은 거야 너무 강렬하고 유명하니 일반 검색 엔진으로도 대사와 컷 이미지가 개념적으로 연결돼 버렸지만.. 그렇지 않은 컷도 많다.

(2) 주선율 음표 표기로 음악 검색. 밖에서 재생되는 음원을 들려줘서 비슷한 음반의 노래를 찾는 건 이미 서비스 되는 게 있지만.. 그건 음원이 없고 사람의 오랜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음악을 찾아 주지는 못한다. 내가 말하는 건 음악들의 주선율 악보를 색인화해서 검색하는 것이다. 다만, 이걸로 검색하려면 사용자도 최소한의 채보· 기보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검색 엔진이란 게 처음에는 같은 웹에서 텍스트 위주로만 검색을 지원했다. 그러나 요즘은 웹뿐만 아니라 종이책, 잡지, 옛 신문들과 방송 자료, 논문 같은 오프라인 매체로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정보의 형태도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그림과 동영상까지 취급한다.

그러니 이게 앞으로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람이 마우스로 얼추 끄적인 스케치와 비슷하게 생긴 그림이나 실제 로고타입을 찾아 주고, 콩나물 배열만으로 음악을 찾아 주는 경지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사람의 기억을 보조해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 웹툰뿐만 아니라 과거의 뉴스 보도, 특히 대한뉴스들도 다 색인화되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16 08:33 2021/04/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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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동물 이야기

1. 동물 분류

내가 생물 분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이 가축화된 에디션과 그렇지 않은 야생 에디션으로 나뉜다는 것이 꽤 흥미롭게 느껴진다.

  • 집토끼 / 산토끼
  • 소 / 들소, 물소
  • 개 / 들개
  • 말 / 야생마, 얼룩말
  • 돼지 / 멧돼지
  • 생쥐 / 들쥐

동물이건 식물이건,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할 목적으로 사육/재배된 놈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 용도로만 엄청나게 품종 개량이 진행됐다고 한다. 그래서 살코기나 열매는 크고 많이 산출하지만, 얘들은 거친 야생에서는 스스로 거의 생존하지 못한다고 한다.

후천적 획득 형질이 후세로 유전까지 되지는 않을 텐데 품종 개량이라는 게 동식물별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사실은 사람조차도 흑백황 인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하다.

2. 익충과 해충

지렁이는 비록 생긴 건 좀 뱀처럼 혐오스럽지만 땅의 흙을 부드럽게 하고 지력을 회복시켜주기까지 해서 농사에 큰 도움을 준다. 쇠똥구리는 말 그대로 더러운 골칫거리인 소똥을 처리해 주면서 인간에게는 위생적으로 큰 문제를 끼치지는 않아서 이롭다.

그런데 자연 전체를 통틀어 인간에게 가장 큰 유익을 주고 있는 '곤충'은 꿀벌이다. 겨우 꿀 생산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고, 얘는 꽃가루를 받아 줘서 충매화 식물들의 번식이 가능하게 한다.
이 역시 꼭 장미나 튤립 같은 꽃만 꽃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야생에서 꿀벌의 이 역할과 효율 가성비는 인간의 과학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 꿀벌이 싹 멸종하면 좀 과장 보태면 인간의 농업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니 꿀벌은 비슷하게 집단 생활을 하고 근면의 상징으로 통용되는 개미보다 대접이 훨씬 더 좋다. 오죽했으면 꿀벌은 법적으로 가축으로 분류된 유일한 곤충이기도 하다.
이런 꿀벌과 달리, 인간을 지금까지 제일 많이 죽인 악랄한 해충은 모기이다. 이 역시 흡혈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말라리아 같은 다른 질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빈대나 거머리도 흡혈을 하고 모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악랄한 구석이 있지만, 이것들은 그래도 모기 정도의 치명적인 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인간이 주변에서 접하는 수많은 해충들은 민폐를 끼치는 방식에 따라 대략 이런 식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

  • 비행 불가능하고 인간 거주지에 서식: 개미, 바퀴벌레
  • 비행 가능하고 신체에 접촉: 파리, 모기
  • 신체 표면에 기생: 벼룩, 빈대, 이, 진드기, 사면발이
  • 신체 내부에까지 기생: 회충, 흡충, 촌충 따위

그나마 개미와 바퀴벌레는 한 개체를 잡아 죽이는 것 자체는 상대적으로 쉬운 축에 든다. 날아다니는 놈들은 때려잡기가 상당히 어려우며, 인체에 기생하는 너무 작은 놈들은 역시 그것대로 잡기가 어렵다. 신체의 털을 다 민다거나, 약을 먹고 바르는 식으로 제각기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떼거지로 날아다니면서 사람을 성가시게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을 쏘거나 무는 식의 해를 끼치지는 않는 벌레들도 별도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깔따구, 하루살이, 그리고 어쩌면 날파리도?
얘들은 대체로 수명이 아주 짧으며 어인 일인지 입이 없거나 퇴화했다. 파리· 모기보다 잡기도 쉽다. 하지만 얘들은 여름철에 더러운 물웅덩이로부터 떼거지로 나타나서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존재만으로도 큰 불쾌감을 선사한다. 주변 가게들은 영업을 못 할 지경이 된다.

요 몇 년 사이에 전국 각지에서 이런 벌레들이 너무 많이 창궐해서 난리라는 뉴스 보도를 종종 접한다. 저런 놈들뿐만 아니라 더러운 음식이나 시체에 붙는 날파리와 구더기, 여름에 모기 같은 것도.. 이놈들은 평소에 잠도 안 자고 어디에 숨어 있다가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걸까? 옛날 사람들이 생명 자연 발생설을 믿었던 게 일면 이해가 된다.
게다가 구더기가 파리의 유충이라는 것, 지렁이가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은 거의 19세기는 돼서야 발견된 사실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보다도 훨씬 더 늦게 알려졌다.

3. 동물이 만드는 보석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탄소의 동소체인 것만큼이나 조개 껍질과 진주도 완전히 같은 탄산칼슘 물질일 뿐이라니.. 꽤 흥미롭다.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경수와 중수 같은 동위원소 차이도 아니고 그냥 분자 배열이 다를 뿐이다. 하물며 조개 껍질 vs 진주는 차이가 그 만치 미시적인 것도 아니고 훨씬 더 더 가깝다고 한다.

그럼 다음으로 역시 보석을 만들어 내는 특이한 생물인 산호는 정체가 뭘까?
조개는 그래도 껍데기 안에 살이 있고 동물 같은 구석이 1만치는 느껴지지만 산호는..? 영 그래 보이지 않는다. 육지로 치면 버섯처럼 생긴 구석이 좀 있는데, 버섯은 균류이고 균류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고유한 계(kingdom; 균계)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산호는 버섯과 달리 여전히 동물로 분류되어 있다. 체내의 세포 구조가 세포벽이 없는 형태에서 식물은 아니며 그렇다고 균류도 아니라 동물이라는 것이다. 단지 같이 공생하는 다른 식물 조류가 있을 뿐이라고..
산호도 진주처럼 주 성분은 탄산칼슘이다. 다이아몬드, 진주, 산호는 분명 보석이며 다이아몬드는 무기물 광물이기도 하지만, 금· 은 같은 귀금속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4. 외눈박이 동물?

사람을 비롯해 주변의 곤충, 동물들은 모두 눈이 두 개 달려 있다. 사고나 장애로 애꾸눈이 되더라도 그건 그 개체만의 문제이지, 안면에 눈알 2개의 자리 자체는 있다.
그런데, 아예 유전자 차원에서 눈이 하나만 달린 동물이 과연 있을까?

외눈박이는 굉장히 기괴하게 느껴지다 보니 도깨비라든가 게임 몬스터 따위의 특성으로 종종 묘사되었다. Doom 게임에서도 둥둥 떠다니는 카코데몬과 페인 엘리멘탈은 외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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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m의 후속작인 Quake에서는 몬스터들이 눈이 아예 없고 입만 달린 형태인 것 같더라만.. 이것들은 다 인간의 창작물이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현실에서는 최소한 척추동물 이상의 고등한 동물 중에 외눈박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 동물들에게 눈알은 두 짝씩 달아 주는 것을 디자인 원칙으로 삼으신 듯하다.

그 대신, 요각류, copepod라고 불리며 물에 살고 길이가 1~2mm급에 불과한 듣보잡 동물 중에는 외눈박이가 있다고 한다. 이런 것도 SF의 우주선과 현실의 우주선의 차이와 비슷한 걸까? 입이 없는 벌레만큼이나 무척 기괴한 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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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제역

작년이야 전세계가 중공 염병 우한 폐렴 때문에 난리를 겪었고 그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2010년 말부터 11년 초 사이엔 사람이 아니라 돼지 때문에 전국이 발칵 뒤집혀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구제역 때문에 말이다.

구제역 자체는 그 전에도 있었고 지금까지도 감기 유행처럼 찔끔찔끔 발생하고 있지만, 저 때만은 그야말로 0이 몇 개 더 붙은 전국구 수준의 궤멸적인 피해가 났었다. 살처분 보상금 기준으로 피해액이 다른 구제역은 수십~수백억 원이었지만 저 때는 조 단위였다.

이것도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제주·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 구제역이 확 퍼져 버렸고.. 그 자체가 감염자를 무조건 죽이는 에이즈 급의 병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치료법도 없다 보니 여러 정황상 그냥 닥치고 매몰 살처분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 많은 가축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킬 수는 없으니..

지금이야 가축들에게 구제역 백신을 꼬박꼬박 시키고 있지 싶은데 저 때는 아직 그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접종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백신은 미래의 예방제일 뿐 현재의 치료제가 아니므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 주는 물건이 아니고.. 또 한동안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반납하고 무역 같은 데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치사율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치료법이 없고, 그냥 무식하게 모든 개체들을 몽땅 떼어 놓거나 죽일 수밖에 없으며, 전국에 궤멸적인 피해를 냈고 백신 접종이 뒤늦게 시작됐다는 점에서 10년 전의 가축 구제역과 지금의 우한 폐렴은 살짝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타겟이 가축이다가 지금은 어째 인간으로 바뀌었을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은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의 1인분 가격이 저 때 1만원 이상으로 오르고 나서 다시 내리지 않고 있다. 원래 8000원 정도 하다가 말이다.

6. 미스터리 괴물??

198~90년대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세기말 분위기가 합쳐져서 UFO, 초능력 같은 불가사의 신비주의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쏠려 있었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에서는 물론 크게 경계하며 반발했다.
그 당시에 과학의 불가사의라는 건 여러 카테고리로 나뉘었는데, 그 중엔 예티라든가 빅풋 사스콰치(sasquatch) 같은 정체불명 이족보행 괴물 부류도 있었다.

사스콰치에게 납치됐다가 탈출했다는 어떤 사람의 회고에 따르면.. "산에서 캠핑 중이었는데 한밤중에 누군가가 저를 슬리핑 백째로 번쩍 들고 어디론가 가더랍니다" 영락없이 보쌈(...;;)을 당했다는 묘사도 있었다. 이게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침낭이라는 물건을 접한 곳이었다.

허나, 서기 2000년을 넘어서 무려 2021년에 도달한 지금은..?? 불가사의니 신비주의니 하는 건 굳이 기독교계에서 반발하지 않아도 볼짱 다 봤고 거품이 알아서 사그라들었다. 상당수가 그냥 근거 없는 낚시나 사이비 유사과학이었기 때문이다.
버뮤다 삼각지대, 이집트 피라미드 무엇의 저주, 네스 호의 괴물, 히말라야 예티, 북아메리카 사스콰치 따위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불가사의 미스터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들었다. 마치 UFO처럼 말이다.

일례로, 요즘은 개인이 초고성능 스마트폰 카메라로 밤에 천체 사진까지 찍는 시대인데도 1980년대에 비해 UFO 사진이 올라오는 건 없다시피하다.
예티는 증거랍시고 전해지던 윗머리 가죽이라는 게.. 멀쩡한 기존 동물(야크)의 것으로 밝혀져서 신뢰도가 수직 추락했다. 이런 식이다.

저런 괴물이 존재한다면 이놈은 저그와 프로토스 중에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인간으로 진화 중인 유인원인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연장선인지 등 다양한 관찰과 연구가 가능했을 텐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옛날에는 지금처럼 지식과 정보, 개나 소나 인증샷 동영상들이 넘쳐나고 투명하게 공유된다거나.. 외국의 각종 괴담이나 미스터리들이 신속하게 검증되는 때가 아니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엔 우리나라는 아직 외국 여행도 전면 자유화되지 못했었고, 무려 '유리 겔러' 아재가 염력(!!)으로 숟가락 구부리면서 마술사가 아닌 초능력자 행세를 하는 게 가능했다. 아기공룡 둘리가 "호이~ 호이" 거리면서 마법이 아니라 굳이 초능력을 구사한다고 주제가 가사에까지 묘사된 건 명백하게 그 당시의 사회적인 관심사가 반영됐던 설정이었다~! =_=;;

하지만 어린 시절에 예티에 대해서 읽었던 게 잠재의식 속에 남은 덕분에.. 훗날 퀘이크라는 게임에 나오는 제일 강한 몬스터인 섐블러(Shambler)는 뭔가 예티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 킬 빌 1에서 '오렌 이시이'가 윗머리 가죽이 뎅겅 잘리면서 죽는 장면에서도 예티의 윗머리 가죽이 떠오르고 말이다..;; 예티의 존재감이 강렬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13 08:35 2021/04/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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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관행들

군대라는 곳은 규율, 질서, ‘절도 있음’을 강조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무엇이든 구부리지 않고 ‘각 잡는 걸’ 아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부 관행은 비록 폼 나고 멋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전투력과는 별 관계 없으면서 쓸데없이 삽질스러운 똥군기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1. 직각 식사와 거위걸음

위의 둘은 그야말로 군대· 군인의 상징이다만.. 실제로 해 보면 엄청나게 힘들고 부자연스럽고 불편한다. 현직 군인이라도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건 무리이다.
한국군의 경우 쌍팔년도 급의 먼 옛날에는 심지어 병들에게도 싸제물 빼기의 일환으로 훈련소에서 직각 식사를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부사관들조차 그냥 패스이고, 저건 최정예 사관학교 생도만의 한 달 남짓한 통과의례로 존재감이 많이 축소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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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거위걸음은 걷거나 달릴 때 무릎을 굽히지 않으면서 걷는 동작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매 걸음마다 다리를 반쯤 발차기 하듯이 고각으로 드는 게 포인트다. 팔은 반대로 자연스럽게 흔들지 말고 차렷 자세이거나 소총을 파지하거나, 아니면 거수경례 자세를 유지한다. 시선은 정면이 아니면 측면에서 이 행군을 관전하는 최고존엄-_-이나 지휘관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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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수백· 수천 명의 병사들이 동시에 똑같이 수행하면 굉장히 웅장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각 식사로도 모자라서 거위걸음 행군은.. 자유 진영 민주주의 국가보다는 과거에 전체주의 군국주의가 강한 나라 내지.. 오늘날의 북괴· 중국 같은 공산권 국가의 관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치 카드섹션 매스게임처럼 말이다.
라이온 킹 Be prepared 노래에서 하이에나 떼거지들의 행군 장면도 생각해 보시길..

총검술이야 냉병기 쓰던 옛날 군대 전술에서 유래되었지만, 저런 직각 식사나 거위걸음은 의외로 머스킷+전열보병 급의 옛날 군대하고도, 격투기 무술하고도 아무 관계가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국 무술이나 일본 닌자 어쌔신 같은 것도 사실 19세기 말에야 정립됐듯이, 저 둘도 그에 준하는 비슷한 시기에 서양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흑백 카메라 내지 후장식 총기의 등장 시기와 비슷하다.

2. 거수경례

군인은 각 잡는 차원에서 평상시에 고개조차 함부로 숙이지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인사 대신 거수경례가 관행이 돼 있다. 뭐, 나치식 경례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제는 영구봉인 돼 버렸고..
여느 격투기 스포츠라면 대련 전에 상대방에게 인사 정도는 아무 제약 없이 고개를 선뜻 숙이며 한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런 데서 거수경례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군대라고 해도 해군은 좁은 배의 복도에서 그 정도 팔 뻗을 공간도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경례를 더 약식으로 한다고는 한다.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경례 자세는 뭐 똥군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성경에는 야전에서 얕은 개울물을 마실 때 경계하는 자세로 손으로 떠서 마신 사람 vs 그렇지 않고 팍 엎드려서 입을 수면에다 대고 벌컥벌컥 마신 사람을 갖고 군인 자질을 평가한 대목이 있다(삿 7:5-6). 그 유명한 기드온의 300 용사가 이 기준으로 선발되었다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할 점이다.

한편, 단재 신 채호 선생은 세수할 때도 고개를 안 숙여서 옷을 다 적셨다고 한다. 그건 개인적인 다른 신념 때문에 그리한 것이지, 군사적인 각진 멋을 추구했기 때문은.. 아니다. -_-;;

3. 불침번

인간이 만든 거의 모든 건물이나 시설에는 24시간 상주하는 경비원이 있다. 이는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사람은 잠을 자야 하니 24시간 경비를 서려면 2명 이상이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또한 건물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이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오지로(폭우, 들짐승 등..) 야영이라도 갔다면 아무래도 교대로 불침번을 서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군대에는 위병소나 GOP 같은 곳의 외부 경계 근무와 별도로, 병사들이 지내는 생활관(내무반) 내부에서도 일정 주기로 불침번을 운용하고 있다. 이건 직각 식사나 거위걸음처럼 멋이나 간지는 전혀 없으면서 군생활의 스트레스와 난이도를 크게 올리는 주범이다.

군인들은 군대 일과표 상으로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8시간 수면이 보장돼 있지만.. 며칠이 멀다 하고 돌아오는 불침번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수시로 중간에 잠을 깨야 해서 거의 절반 남짓밖에 못 자기 때문이다.
이건 뭐 완전한 근무도 아니면서 휴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식 같은 것도 아닌 이상한 관행이다. 안 그래도 군인 병은 마치 시내버스의 안전벨트 열외만큼이나 근로기준법에서 열외되어(최저임금..) 착취 당하고 있는데 불침번은 열정페이 착취의 최고 정점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군 병원에서 병사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형식적인 불침번을 세웠다고 한다. 이건 불침번이 가능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가르는 기준부터가 명확하지 않고 그냥 부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별 이유 없이 쫄병은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풀어진 채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는 탁상행정에서 유래된 부조리이다. 질병이야말로 푹 자고 푹 쉬어야 빨리 낫는다는 게 기본 상식 아닌가?

내가 알기로 해군과 공군은 불침번 같은 거 없다. 마치 직각 식사라든가 심지어 수류탄(!!)처럼.. 훈련소 시절에만 잠깐 체험하고 그걸로 끝이다. 국군도 더 근대화 현대화되면 무식한 의지드립 강요 똥군기에서 벗어나서 내부 관행들이 더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생활관 내부를 24시간 제대로 지키고 싶으면 밤에 정식으로 당직병을 두고, 이튿날 아침에 온전한 근무 취침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불침번 교대자를 보면 컴퓨터의 연결 리스트 자료구조를 보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06 08:34 2021/04/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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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에 도스용으로 만들어졌던 프로그래밍 툴 중에는 자기 언어로 만들어진 예제 프로그램으로 그럴싸한 게임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QBasic의 경우, 포트리스 내지 Scorched Earth와 비슷한 형태의 턴 기반 슈팅인 '고릴라'가 유명했으며.. 길다란 뱀을 사방으로 적절히 조종하면서 아이템(?)을 먹는 퍼즐인 nibbles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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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을 먹을수록 뱀은 길이가 더 길어지며, 머리가 벽은 물론이고 자기 몸통과도 부딪치지 않도록 조종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뱀의 이동 속도가 더 올라가고 장애물도 더 많아져서 게임 진행이 더 어려워진다.
영문판 원판은 80*25 텍스트 화면에서도 아스키 그래픽 문자를 적절히 이용해서 글자 한 칸을 상하로 쪼개어 세로 공간을 두 배로 늘리는 편법을 구현했다. 하지만 한글판에서 제공된 nibbles는 문자 코드의 한계로 인해 그런 게 다 삭제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소 말고 볼랜드 개발툴에서 제공한 예제 프로그램 중에는 가히 이 분야의 끝판왕이 있었다. 번듯한 체스 게임이 컴퓨터 AI까지 포함해서 소스가 통째로 제공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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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기억하는 분 계신가..?
그런데 이게 bgidemo보다 훨씬 덜 유명하고, 본인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얘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아무 버전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예제는 아니었기 때문이지 싶다.
즉, 보급형인 Turbo가 아니라 기함급인 Borland라는 브랜드가 붙은 C++ 내지 Pascal을 설치하고, Windows 개발 환경에다 자체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까지 다 선택해야 얘를 구경하고 돌려볼 수 있다.

이 예제 프로그램의 이름은 볼랜드에서 개발한 C++용 Windows API 프레임워크의 이름을 딴 OWL Chess였다.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Turbo Vision 기반의 도스용 체스 예제도 있었다. 체스판과 말을 그래픽 모드가 아니라 텍스트 모드에서 꽤 기괴한 색과 특수문자를 동원해서 표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내역은 너무 오래돼서 잘 모르겠다.

Windows용 OWL Chess는 이런 식으로 동작했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 16비트 전용이다. 32비트 에디션에도 포함됐다거나, Delphi 및 C++ Builder 같은 후대의 컴포넌트 기반 RAD툴로 리메이크 됐다는 소식은 내가 아는 한 없다. 그러니 얘는 Windows XP에서 실행됐을 때도, 저 스크린샷에서 보다시피 프로그램의 제목 표시줄에 테마가 적용돼 있지 않다.
  • 역시 저 스크린샷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창 크기는 고정 불변이다. 요즘처럼 모니터가 크고 화면 해상도가 높은 시대엔 크기 조절이 안 되는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 키보드 포커스가 딴데로 넘어가서 프로그램이 비활성화 되면 즉시 게임판이 가려지고 pause 모드로 바뀐다.
  • 컴퓨터 AI는 1990년대의 바둑 같은 보드 게임 AI들이 그랬던 것처럼 규칙 기반으로 move를 평가하고, 재귀적으로 수읽기를 하면서 알파-베타 가지치기로 복잡도를 제어하는 식으로 구현됐다. 생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멀티스레드라는 것도 없던 시절에 이 동작이 찔끔찔끔 idle time processing만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컴퓨터의 생각이 현재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가 수시로 현란하게 시각적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지겹지 않다.

하긴, 1990년대 초중반에는 프로그래밍깨나 공부 좀 한 사람들이 도스의 그래픽 모드에서 아기자기한 오목· 장기 게임을 구현해서 PC 통신 자료실에 무료로 공개한 게 많았다. 아, 심지어 화투 치는 고도리...도 그 시절부터 있었다.
또한 그 시절에 유명한 프로그래밍 기술 간행물이던 '비트 프로젝트' 시리즈에도 초창기엔 Borland C++로 개발한 Windows용 장기 게임이 있었다.

지금이야 국내에서 유료 판매까지 되고 있는 장기 게임 프로그램으로는 '장기도사'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는 '바다장기'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얘가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원조 OWL Chess의 소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프로그램의 외형과 동작이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또한 바다장기도 검색을 해 보면 16비트스러운 스크린샷밖에 안 나오는 게 더욱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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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양의 체스와 동양의 장기가 완전히 동일한 게임은 아닐 텐데, 체스 AI를 장기 AI로 룰을 개조하는 건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판 AI 코드도 move를 기술하고 평가하는 룰 계층만 바꿔 주면 어지간한 보드 게임의 AI에 모두 대응 가능하도록 상당히 추상적이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바다장기는 AI를 '추론 엔진'이라는 용어를 써서 표현했다.

일개 예제 프로그램의 체스 AI가 전문 상업용 AI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디인가? 지금 저 프로그램의 소스를 다시 볼 수 있으면 보드 게임 AI의 구현과 관련해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얘의 소스만 어디 github에 따로 올라와도 될 텐데 말이다.
본인은 체스는 룰조차도 모르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오목과 스크래블이라는 보드 게임 AI를 연구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이어서 이런 쪽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21/03/17 19:35 2021/03/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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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년부터 1767년 사이에 프랑스의 Gevaudan이라고 불리던 지역에서는 정체 모를 시커먼 괴물 맹수가 출현하여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어서 주민들이 극심한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총 희생자 수는 피격 210명에 사망자가 무려 113명에 달했다. 단시간에 여러 지역에서 한꺼번에 피해가 보고된 적이 있는 걸 보면, 한 마리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18세기이면 막 황당무계할 정도의 옛날이 아니다. 더구나 유럽에서 나름 수학과 과학이 발달하고 선진국 축에 들던 프랑스에서 저런 괴수가 나타났다는 것은 비록 사진이나 박제 현물이 없어서 아쉽지만, 문헌과 그림이 있고 외국의 동시대 기록을 통해 교차 검증까지 되는 100% 팩트이다. 단순 괴담 도시전설이 절대 아니다.

그럼 그 맹수의 정체는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지금으로서는 그냥 커다란 늑대, 아니면 그냥 하이에나 같은 평범한 개과 부류가 아니었을까 추정되지만.. 당대 사람들은 단순 늑대가 아니라 beast라고 적었다.
덩치가 꽤 컸으며(특히 머리와 입과 이빨) 시커먼(검붉은?) 털에 온몸이 악취로 가득했다고 한다. 박제가 보존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지독한 악취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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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맹수라면 사냥감을 목을 물어 죽였을 텐데, 이놈은 강력한 턱과 이빨로 목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가리를 물어서 깨뜨리는 식으로 공격했으며.. 가축보다도 사람을 일부러 더 공격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정말 평범하지는 않아 보인다.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몬스터에 근접한 건지도..??
그나마 인간이 아닌 짐승인 덕분에, 도구를 쓰거나 뭘 던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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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와서 놈의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 군대까지 동원하여 의심 개체를 모조리 사살하고 토벌한 뒤부터는 다행히 이런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건 마치 15세기에 스코틀랜드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잡아먹다가 결국은 발각되어 처형된 식인귀 소이 빈 패밀리..;;
19세기 말에 미국에서 수많은 양과 소들을 지능적으로 학살하면서 농장주들을 치를 떨게 만들었던 시튼 동물기 이리 왕 로보..
이런 얘기처럼 들린다.

인간이 기관총을 발명해서 자연 먹이 사슬의 최강자로 군림하기 전까지는 동양 서양 할 것 없이 산에서 호랑이나 늑대에게 물려 죽거나 심지어 잡아먹히는 사람도 매년  장난 아니게 많았다. 옛날 어린이들의 3대 재앙 중에 "호환"이 괜히 포함된 게 아니었다. 이를 생각하면 '제보당의 괴수'가 창궐하던 시절과 지금 사이에 참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괴짐승에 대한 온갖 묘사가 적혀 있고 독자가 그걸 읽으면서 짐승의 정체를 추론하는 게.. 무슨 성경에 묘사된 짐승의 묘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프랑스는 안 그래도 "미녀와 야수" 스토리의 원산지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데, 그 동네에서 정체불명의 야수 괴수에 의한 끔찍한 인명 피해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도 매우 놀랍다.
이 스토리는 이미 2001년에 <늑대의 후예들>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영화화도 됐다. 영화로 만들기 좋은 소재인 것 같다. 한국 영화 <대호>의 프랑스 버전과 비슷하게 대응될까? ㄲㄲ 공포에 질린 주민들, 괴수 잡으러 파견된 사냥꾼, 그리고 괴수를 잡았다고 거짓 보고를 올리면서 비리를 저지르는 부패 정치인 등.. 뭔가 프랑스 식으로 정의를 추구한다는 냄새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옛날에 아동용 반공물 내지 각종 반공 포스터에서 북괴 공산당을 딱 저런 괴물로 묘사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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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보당의 괴수의 이미지와 좀 오버랩 되는 것 같다.;; 물론 저 괴수보다는 작고 귀엽게(?) 그려졌지만.. (1950년대 어느 고딩들의 멸공 북진통일 퍼레이드 모습)

Posted by 사무엘

2021/03/15 19:33 2021/03/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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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식

(1) 간장이 용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듯이 기름도 마찬가지이다. 기름은 액체이지만 마신다고(...)는 안 하고 그냥 먹는다고 표현한다.

  • 생으로: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여기에 속한다. 음식이 다 완성된 뒤 제일 나중에 소량 넣는다. 생산 단가가 높은 비싼 기름이 쓰인다.
  • 열을 가해서 굽거나 부치기: 계란 프라이, 스팸 구이, 전, 부침개처럼 납작한 냄비에다가 기름을 살짝 두르고 열을 가하는 요리들이다.
  • 열을 가해서 튀기기: 동그랗고 깊은 냄비에다가 기름을 물 붓듯이 쏟아붓는다. 감자 튀김, 통닭, 돈가스 등...

생으로 먹는 기름은 참기름, 들기름 등 각각의 재료가 명칭으로 쓰이지만, 열을 가하는 요리에 다량으로 쓰이는 기름은 그냥 '식용유'라고 퉁쳐져서 불리는 경향이 있다.

(2) 비슷한 음식들

  • 빵 vs 과자: 케이크는 법적으로 빵이 아니라 과자이다. 제빵이 아니라 제과에서 다룬다.
  • 곰탕 vs 설렁탕: 곰탕은 요리법에 따라서 덜 허옇고 맑은 형태인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차이점을 정말 잘 모르겠다.
  • 과일 vs 채소(야채): 구분이 의외로 불분명한 구석이 있다. 원래는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만이 과일이기 때문에 수박, 토마토 같은 건 과일이 아니다.
  • 국? 찌개? 전골? 스튜?: 수분과 건더기의 밀도로 구분하는 것 같던데.. 럭비와 미식 축구의 차이만큼이나 잘 모르겠다..;;

2. 명칭

(1) 나도 지금까지 생각을 진지하게 안 하고 있었는데.. GMT와 UTC는 마치 서울말 vs 표준어, 유니코드 vs ISO 10646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후자는 표준으로서의 명칭이고, 전자는 그 자체의 고유한 명칭이라는 차이가 있다.

(2) 어떤 물체가 회전하는 방향을 말할 때 '시계 반향 또는 반시계 방향'이라고 말하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
그런데 원탁에서 차례가 돌아가는 방향을 말할 때는 '고스톱 방향'-_-이라는 것도 좀 웃기긴 하지만 준 관례인 것 같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반시계 방향인 것이다. 수건돌리기, 육상 경기 등에서 사람이 뭔가 자연스럽다고 인지하고 도는 방향도 다 고스톱 방향이다.

(3) 우리나라의 헌정 체제는 1988년 이래로 지금까지 제6공화국이 30년이 훌쩍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 6공화국은 최초의 민주화 정권인 노 태우 시절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Windows NT라는 명칭도 이와 비슷한 사례인 것 같다. XP, Vista, 7, 8, 그리고 10까지 전부 다 NT 커널 기반이지만.. 좁은 의미만 볼 때는 얘는 초창기 버전인 NT 3 내지 4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4) 엑셀: 자동차 이름이다가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 이름으로..
드론: 저그 일꾼 이름이다가 경량 무인 항공기의 명칭으로..
신천지: PC 통신 기반의 유명 사설BBS의 이름으로 유명하다가 이제는 유명 이단 종파 이름으로..

신천지는 대외적으로 자기 정체를 밝히지 않고 활동을 비밀스럽게 하며, 다른 교회에 침투도 몰래 교묘하게 해 온 편이다. 하지만 한때 코로나 대처를 병신같이 해서 나라를 뒤집어엎어 놓으니 이제는 자기들의 동선과 행적과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스타로 치면 다크 템플러나 클록킹 고스트가 플레이그를 맞아서 드러나 보이는 것과 비슷한 신세가 된 것 같다.

3. 수학 용어

(1) 평균 다음에 기하평균, 조화평균, 코시 슈바르츠 부등식이 나오는 건 일반적인(?) 대수학이고..
평균 다음에 분산과 표준편차 따위가 나오는 건 통계학이다.;;

(2) 유리수와 무리수는 rational에 대한 번역이 좀 이상하게 된 용어이니 ‘리’ 대신 ‘비’를 쓰는 게 더 낫다는 제안이 있다. 부동소수점보다 차라리 유동소수점이 더 나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양함수와 음함수는 처음에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유리수/무리수보다 더 이상한 번역인 것 같다. explicit/implicit가 아니라 positive/negative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명함수/암함수가 더 낫다는 제안이 있을 정도로.. 수학 용어에도 이런 식의 우여곡절이 있다.

4. 대중교통 탑승 시의 휴대품

요즘 버스와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에서는 다음과 같이 반드시 소지해야 하는 물건, 휴대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 몇 가지 존재한다.

  • 음식(X): (1) 이대로 당장 먹는 목적이 아닌 단순 식재료 또는, (2) 충분히 포장· 밀봉된 상태가 아닌 음식은 버스에 갖고 탈 수 없다. 전철에서도 일일이 단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묵인하는 것이고 심지어 일부 역은 승강장에도 음식을 파는 가게까지 있긴 하다만.. 음식을 갖고 열차 안에 들어가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런 코로나 시국에는 더욱 말이다.
  • 마스크(O): 안 쓰면 이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 접지 않은 자전거(△): 이건 버스에서는 무조건 불가능이니 전철에만 해당되는데, 차내에 반입 가능한 시기와 시간대가 노선별로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어서 상황이 약간 복잡하다.

5. 사물, 기계

(1) 망원경과 현미경은 뭔가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물건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확대하는 대상과 방식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작게 보이는 놈 vs 크기 자체가 절대적으로 너무 작은 놈의 차이이다.
전자 현미경이 있듯이 전파 망원경도 있다. 그리고 망원경에 쌍안경 형태인 것도 있듯이 현미경도 광축이 하나인 놈과 둘인 놈이 모두 존재한다.

(2) 담배를 피우는 형태 내지 매체가 긴 파이프였다가 20세기 후반부터 간단한 종이 궐련으로 바뀐 것을 보면 총의 격발 형태가 후장식에 탄피로 간편하게 바뀐 내력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3) 텐트와 넥타이는 원래 형태도 있고, 더 쉽게 매거나 설치할 수 있는 원터치/자동 버전도 나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4) 처음 가 보려는 식당이 지금 영업 중인지 확인하러 전화를 거는 게.. 서버에다 ping 날리는 것과 무척 비슷하게 느껴진다.

(5) 자동차에 유턴 버튼이 있다면, 컴퓨터에는 컵 받침대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컵 받침대는 2010년대 이후부터는 차차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말이다.

6. 교통수단

(1) 풍매화와 충매화, 산란(난생)과 배란(태생) 같은 생물 원리를 보면 기계로 치면 외연기관과 내연기관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회와 구이는 전기 vs 열기관 정도? 민물과 바다는 직류와 교류에 대응하고 말이다.
동력기관이란 게 "왕복엔진 - 터빈 - 제트 엔진 - 로켓 엔진"의 순으로 스케일이 커져 있고, 전기 모터는 왕복엔진에서 가지를 뻗어 나가는 다른 계보 정도 되겠다.

(2) 가스 레인지와 전기 레인지의 관계는 마치 디젤 기관차와 전기 기관차의 관계를 보는 것 같다. 다만, 전기차가 배터리 문제 때문에 실용화가 어렵고 철도 차량에만 머물러 있는 것처럼.. 전기 레인지를 휴대용으로 만드는 건 좀 어려울 듯하다. 전기 전자 공학의 다른 모든 분야가 미친 듯이 발전해 왔지만 유독 전원· 전지 분야가 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3) 우주의 항성과 행성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기관차와 객차가 같이 떠오르는 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궤도만 해도 orbit과 railway가 모두 대응하는 게 굉장히 절묘하다.

(4) 스포츠계에서 돔구장과, 교통에서 해저 터널(제주도 같은..)은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위상의 떡밥인 것 같다. 날씨로 인한 단절--우천 취소, 결항-- 없이 안정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건설과 유지 비용이 살인적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5) 해수욕장 바다에는 이안류, 겨울철 도로에는 블랙아이스, 공중에는 윈드시어(난기류)가 각각 거기 있는 사람이나 교통수단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6) 고정익 비행기가 엔진이 갑자기 꺼져서 활강과 함께 서서히 추락하는 것, 배가 물이 새면서 서서히 침몰하는 것, 전화기가 충전이 안 되는 채로 시한부 인생이 돼 있는 것.. 다들 참 비슷한 심상이 느껴진다.

(7) 난 지금까지 연애는 휴스 H-4 허큘리스가 하늘을 날았던 것만치,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나는 것만치, 한국인 노벨 상 수상자의 존재감만치 해 봤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26 19:34 2021/01/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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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경주

‘달리기’라는 동작으로 대표되는 육상 경주는 공이나 다른 도구 같은 게 일체 필요하지 않고 그냥 몸으로 달리기만 하면 되는 매우 단순하고 원초적인 스포츠이다.
성경에 등장하며(전 9:11) 심지어 신앙 생활에 직접 비유되기도 한 유일한 스포츠이다(고전 9:24, 히 12:1).

이 바닥은 축구처럼 태생적인 피지컬에 의존하는 면모가 강하다. 특히 순발력이 생명인 단거리로 갈수록 말이다.
그만큼 선수의 은퇴 연령도 낮은 편이다. 그리고 농구와 더불어 왠지 흑형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100 내지 200m짜리 단거리에서는 크라우칭(엎드린) 자세로 출발을 하며, 뒷바람이 2m/s 이상으로 불 때 수립된 기록은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 여객기가 제트 기류를 탄 덕분에 잠시 음속을 넘은 것 갖고 초음속 비행이라고 인정되는 게 아니듯이..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은 굉장한 고지대에서 열렸는데, 이것조차도 육상의 기록에 영향을 끼쳤다. 공기 저항이 작아져서 단거리에서는 호재였지만 장거리에서는 산소 부족 때문에 악재였다고 한다.

400m 이상 장거리 내지 마라톤으로 가면 지구력이 중요하지 스타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선수들이 그냥 선 채로 떼거지로(?) 설렁설렁 출발한다. 특히 마라톤은 길이가 너무 길고 개최지마다 코스의 지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대회의 기록을 비교하는 게 원래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교하자면 마라톤 세계 기록은 2시간 1분~2분대로 좁혀졌고 2시간대가 간당간당하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공식 기록이 2018년 2시간 1분 39초였는데(독일 베를린 마라톤),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2019년 1시간 59분 40초를 수립했다고 한다.
참고로 마라톤 코스는 높이 변화가 1km당 1m를 넘지 않는 평지여야 한다는 조건이 국제 육상 연맹에 의해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생 동갑내기 마라토너인 황 영조와 이 봉주 이후로 21세기부터는 토종 육상의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그런데 어째 공교롭게도 옛날 손 기정과 남 승룡도 1912년생 동갑이다.

얼마나 재능이 뛰어나고 거기에다 살인적인 노력이 더해졌으면.. 일제조차도 내키지는 않지만 자국민 대신 조선인을 국대로 선발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이들이 어째 그 어렵고 힘든 마라톤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나란히 따 버렸을까? 너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손 기정은 나름 히틀러를 가까이에서 대면하고 악수도 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 참고: 단거리 세계 기록

마라톤의 반대편 극단이라 할 수 있는 100미터와 200미터 달리기의 세계 최고 기록은.. 201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육상의 천재.. 자메이카 출신의 ‘우사인 볼트’(1986-)가 수립한 9.58초(2009)와 19.19초(2009)이다.

그럼 남자가 아닌 여자는..?
역시 흑인이지만 국적은 미국 토박이인 ‘플로렌스 조이너’(1959-1998)가 수립한 10.49초(1988)와 21.34초(1988)이다.
이 사람의 100m 신기록은 미국 내부의 올림픽 국대 선발전에서 나왔으며, 200m 신기록은 서울 올림픽에서 나왔다.

먼저 남자 얘기부터 하자면, 우사인 볼트는 뭐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세나 식사나 의상을 별로 튜닝 하지도 않고 설렁설렁 대충 뛰어도 금메달에 신기록이 그냥 제조되어 나왔다. 이건 다른 선수들이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격차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거 약의 힘이 아닌지 수상하다고 심판진이 눈에 불을 켜고 소변 검사 피 검사 별별 검사를 다 했지만.. 우사인 볼트에게서는 그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남자쪽과 달리.. 여자 쪽은 비록 공식적으로 약물이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약의 힘이 아니었나 의심을 받고 있다.
일단 기록이 30년이 넘게 깨지지 못했으며, 시간이 무려 서울 올림픽 시절에서 멈춰 있다.

저 선수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정도까지 활동할 법도 했지만 88년을 끝으로 석연찮게 은퇴했으며, 40을 못 넘긴 젊은 나이에 석연찮은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것도 약물 후유증 때문이 아니었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때 짙은 화장과 치장을 하고 나온 건 약물로 인한 신체 변화를 감추려는 게 아니었나 싶고.. 그 당시 같이 뛰었던 외국의 경쟁자 선수들은 이 정도면 쟤는 약을 빤 게 틀림없다고 증언했다. 얼굴을 자세히 보면 호르몬의 왜곡으로 인해 수염이 나려는 것까지 감지됐다는데..;;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울 올림픽 당시, 남자 육상에서 벤 존슨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을 적발해서 크게 한 건 터뜨렸던 반면, 여자 육상 쪽은 별 말 없이 넘어갔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6 08:33 2020/12/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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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 년쯤 전엔 당시 우리나라 국방부 장관이었던 분이 간담회를 하던 중에 “(...) 지금 아프리카를 보세요. 거기는 그냥 밀림 자연뿐이고 무식한 흑인들이나 뛰어다니는 곳입니다”라는 말을 내뱉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아 물론, 저 사람은 군인과 공직자로서는 아주 유능하고 훌륭하고 청렴하기까지 한 분이었다. 그리고 저게 솔직히 말하면 우리 같은 사람이 흔히 갖기 쉬운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심지어 소싯절에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해서 1950년대에 노벨 상까지 받았던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도.. 2007년경엔 “흑인은 유전자 차원에서 백인보다 지능이 떨어짐” 이런 말을 버젓이 해서 세계적으로 물의를 빚었으며, 늘그막의 이미지를 다 구긴 바 있다.

지능까지는 모르겠지만 아프리카 흑인들이 예나 지금이나 처지가 대체로 기구한 건 사실이어 보인다. 노예로 유난히 많이 팔려간 내력이 있으며, 2차 대전 이후에 그나마 유럽 강대국들로부터 해방되고 독립한 뒤에도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내전 벌이면서 여전히 못 사는 경우가 많다.

저 동네는 딱히 이슬람· 공산주의· 파시즘 따위가 적극 유입되지 않았는데도 과거에 이디 아민 같은 미친 독재자가 떡하니 나왔다. 쟤가 무슨 폴 포트나 히틀러나 김 일성, 마오처럼 무슨 이념에 사로잡혀서 맛이 가서 똘끼 학살극을 벌인 것 같지는 않다.

소말리아니 르완다니 하는 곳이야 오늘날까지도 상황이 어떤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모잠비크와 짐바브웨는 완전히 경제 파탄 상태이며, 지금 우간다는 대통령이 동성애 반대하는 기독교인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다른 방면으로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토속 신앙을 제외하면 이슬람이나 가톨릭이 아니라 의외로 기독교가 강세이다. 정확히 무슨 교파인지는 모르겠지만..)

19~20세기에는 유럽인들이 제국주의 기류에 편승해서 흑인을 미개하고 열등한 인종으로 취급하고 식민지 착취를 자행하긴 했다. 유럽에서 한편으로는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고 학교와 병원을 세웠으면서, 한편으로는 정치인· 기업인과 군인들이 저런 짓을 한 게 참 아이러니이다. 인간이 하는 일이 100% 다 선하거나 100% 다 악한 건 아니었을 테니..
그 중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는 고무 채취 할당량을 못 채우면 콩고 원주민들의 손목을 자르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다. 손목 다음엔 당연히 목을 쳤으며, 급기야는 마을 주민을 몽땅 몰살했다.

영국 같은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조차 그건 너무하다고 국제적으로 규탄하고 뜯어말렸을 정도였다. 도둑질 하다가 잡힌 죄인의 손목을 자르는 것쯤은 아주 양반으로 보일 지경이니... 벨기에나 일본처럼 제국주의 대열에 뒤늦게 뛰어든 나라들이 식민 통치 노하우가 없기도 하고 의욕만 넘쳐서 피지배 주민들을 더 잔혹하게 다스린 편이었다.

다만, 유럽 백인들이 처음부터 아프리카에서 저런 깽판을 쳤던 것은 아니다. 저건 항생제와 기관총이 발명된 뒤부터 가능해진 일이다.
그 전 18~19세기의 흑인 노예는 나름 거래를 해서 ‘사 온’ 것이었다. 그때는 총칼을 앞세워서 아프리카 땅 자체를 식민지화한 게 아니라, 노예를 사서 아프리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노예들은 아프리카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무슨 테이큰 찍듯이 악마 백인들에게 납치 인신매매 당해서 노예로 팔린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본토에서도 이미 노예 신세이다가 유럽인에게 팔렸을 뿐이다. 마치 스페인의 코르테스가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켰지만.. 쟤들도 주변의 이웃 부족들을 식민지로 부려먹고 심지어 인신공양까지 시켜 온 것처럼 말이다. 오로지 유럽 백인 한 놈만 절대악인 게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 내부의 흑인 부족들끼리도 아웅다웅 싸움이 있었으며, 진 부족은 이긴 부족의 노예로 전락했다. 이긴 부족은 그 노예를 유럽의 무역상들에게 팔고 백인들로부터 총이나 다른 물건을 샀다. 노예들은 유럽으로도 팔려가고 미국으로도 끌려갔다.

물론 처음부터 신분이 그랬다고 해서 유럽 백인이 노예들에게 저지른 가혹한 인권 유린이 정당화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 노예들을 배에다가 싣고 수송한 방식부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끔찍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Amazing Grace)의 작사자 존 뉴턴이 바로 이런 노예 무역선의 선장으로 재직하다가 본업을 때려치우고 노예 제도 반대  소신을 지닌 성공회 성직자로 전향했다. 저 찬송시가 써진 게 1770년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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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나치 유대인 수용소 vs 노예선)

한편, 조선은 흑인이 아니라 자국민 노비가 말기로 갈수록 좀 많아졌던 것 같다.;; 도대체 그냥 쌍놈 천민이랑 노비의 경계와 차이는 무엇인지, 단순 종이나 머슴은 무엇인지 이 시점에서 용어를 좀 정리하고 싶어진다.
뭐, 이웃 일본도 근대화 이전에 영주나 무사 같은 높으신 분들 말고 쌍것들의 생활이 참혹한 것은 변함없었다. 세금 부담이 너무 심해서 오죽했으면 낳았던 아이를 도로 죽여 버릴 정도였다(마비키).

훗날 일제가 조선의 주권을 빼앗은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물론 나쁜짓이었지만, 최소한 일제가 고종 휘하에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잘 살던 조선인들의 평안과 안녕을 파괴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더 빼앗을 평안과 안녕 자체가 별로 없던 지경이었다는 것도 생각할 점이다.;;

그리고 현대로 와서 일본군 위안부의 경우.. 일본놈들이 알바니아 트로포야 출신의 마르코라도 된 듯이 여자들을 마구잡이로 일방적으로 강제 납치한 게 아니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당장 조선인들끼리도 여자 인권은 가히 헬이었으며, 같은 동족 포주가 그 소녀들에게 일자리니 학업이니 알선해 주겠다고 꼬드기면서 사람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 놓곤 했다. 서양의 흑인 노예 무역이 돌아간 것과 비슷하게 돌아갔다는 뜻이다.

이 쯤에서 본질적인 의문을 하나 던져 본다. 인류 역사상 노예라는 건 어쩌다가 왜 존재하게 된 것일까?
단순히 사회 조직에서 하는 일의 지위가 갑이 아니라 을인 것만으로 노예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노예는 거주지 이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가 현저히 침해받고 사생활과 사유 재산이 심각하게 제약받으며, 인생의 대부분을 남이 시키는 일만(그것도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위주로) 해야 하면서 시세 대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보수를 받는 비참한 사람을 일컫는다.

게다가 자기 신분이 자녀에게 세습까지 된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노예로 팔아 버릴 수도 있었다. 이런...

그 반면, 오늘날은 세상에 그 어떤 막장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 일을 언제라도 때려치우고 나갈 수는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금지돼 있고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할 정도라면 노예 지수는 수직 상승한다. 북한 주민들이 비참한 노예 상태에 있으며 해방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기본적인 자유마저 박탈당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목숨 부지하기 위해 다른 인간에게 무조건적으로 굴종하게 된 것은 먼 옛날부터 있었던 일이다. 학교 안에 불량 학생 양아치와 호구 뺭셔틀이 있는 것만큼이나..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또한, 지금처럼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물자가 풍부해지고 선조들의 많은 시행착오 역사 자료가 쌓이기 전.. 옛날엔 집안을 다 말아먹는 사고를 쳐서 나가 죽는 것 외에는 도무지 답이 없을 때.. "목숨만은 살려 준다. 하지만 너는 이제 평생 내 밑에서 일하며 죄값을 갚아라" 이것만으로도 주종 관계는 아주 간단하게 형성됐다. 전쟁에서 졌다거나, 실수로 불을 내서 마을 전체를 태워먹었거나..

예수님이 사시던 로마 제국 시절에야 당연히 노예가 있었다. 일부 용감한 노예가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다 붙잡히고 주동자는 예수님처럼 십자가형을 당해 죽었다. 먼 옛날에 한국사에서도 '만적의 난'이라는 미수 사건이 있었고 말이다.
중세 봉건 시절에는 '농노'라고 전통적인 노예보다는 약간 권한이 생겼지만, 여전히 지주에게 속박된 반쯤 노예이면서 국가에 대한 의무도 져야 하는 이상한 중간 신분도 있었다.

물론 세상일이 무작정 노예만 총칼로 위협하면서 억지로 갈아넣는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다. 벤허 시절의 갤리선 노 젓기는 일자무식 노예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문적인 자유민 노꾼이 담당했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도 노예가 아니라 자유 평민이 고대치고는 꽤 후한 보수와 권한을 약속받고서 참여한 거라고 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집트에 노예 운용이 아예 없었다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피라미드가 다 지어졌으니 피라미드의 내부 구조를 아는 너희 일꾼들은 이제 죽어 줘야겠다" 괴담도 내가 알기로 괴담이 아니라 사실이었다고 함)

노예· 죄수를 무작정 선원이나 군인이나 공작원으로 양성하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인해 영화적 과장이 아주 많이 들어가며 현실성이 별로 없다. 우리야 조선의 청년들을 강제 징용한 일제를 나쁜놈이라고 욕하겠지만, 놈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상황이 다급해도 조선인들에게 안심하고 믿고 총을 쥐어 주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이 신대륙 식민지를 개척하고 거기 원주민들을 죽이거나 노예로 만든 것은 앞서 언급했던 아프리카 개척보다 훨씬 전의 일이다. 그때는 기관총이 아닌 대포와 화승총만으로 원주민들의 냉병기를 꺾었던 때였다.
아프리카는 뭐랄까 유라시아 같은 구대륙도 아니고, 아메리카나 오세아니아 같은 신대륙도 아니면서 딱히 세계사에 등장하는 일도 별로 없고 존재감이 참 거시기하다.

어디까지가 단순한 종이다가 어디부터가 노비, 노예의 범주에 드는지는 판단 기준이 다소 주관적인 구석이 있다.
다만, 성경은 고대 사회에 존재하는 종(servant)이라는 신분 자체는 인정한다. slave 노예가 아니라 servant이다. 넓게 보면 현대 사회에서 월급 받는 피고용자 직원도 종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신약에서 말하는 "너희 주인에게 순종하라" 하는 문맥에서 말이다. 노예는 계 18:13 같은 데서나 극히 드물게 등장한다.

아프리카부터 시작해서 노예라는 주제로 여러 시대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다루게 됐다.
사람의 신분과 계층의 차이는 결국 죄 때문에(일진 양아치), 혹은 반대로 죄를 방지하고 막기 위해(공권력), 또 죄값을 갚기 위해 같은 여러 이유 때문에 존재하게 됐다. 물론 그 지위를 이용해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유린하는 경우도 당연히 왕창 많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렇게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인 현상을 근거로 인종의 우열을 논한다거나, 한쪽만 절대적인 선 내지 절대적인 악이라고 몰아세우는 건 부질없는 짓이라 하겠다. 현대 사회는 과거의 선조들이 겪은 시행착오들을 많이 개선해서 사회 구조와 삶의 양상을 많이 바꿔 놓긴 했지만, 양상만 바뀌었지 또 다른 형태의 노예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 갈다.
그리고 글을 맺으면서 생각해 봐도 아프리카는 그 잠재성에 비해 상황이 너무 안습한 지경인 건 틀림없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12/16 08:35 2020/12/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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