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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역사 인물 관련 메모

1. 나이, 종교

옛날 역사 인물들은 중요한 활동을 하고 행적을 남긴 시기가 굉장히 어리고 젊은 경우가 많다.
일례로, 조선 연산군이 겨우 30 초반의 나이로 요절했다는 걸 알고는 굉장히 놀랐다. 정말 짧고 굵게 깽판 치면서 나라 말아먹다가 갔구나..

그리고 본인은 김 대건(안드레아) 신부가 한 4~50대 나이쯤에 순교한 거라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막연히 생각해 왔다.;;
위인전 삽화에 묘사된 노안 중년 인상으로부터 형성된 편견..;; 종교가 나하고 다르다 보니 그리 깊게 진지하게 살펴보지 않은 것, 그리고 20세기에 우리나라에서 일제나 공산당에게 순교한 목사들의 평균 연령 등을 감안하면 이게 자연스러운 추측이었다.
그랬는데 실제 연표를 보니.. 딱~ 윤 봉길 의사 같은 겨우 20대 중반 나이였다..;;

김 대건은 "가톨릭으로부터의" 개종을 거부하고 순교한 반면,
저 때로부터 300여 년 전, 잉글랜드에서 불운의 9일짜리 여왕이었던 레이디 제인 그레이는 "가톨릭으로의" 개종을 거부하고 성공회를 선택한 대가로 순교했다. 나이는 겨우 18세.. 고3~대1, 유 관순 나이였다.

물론 저 처자의 경우, 종교 때문만은 아니고 정치적으로도 피의 메리 여왕에게 위험한 입지였던 것이 고려됐다. 그래서 눈 딱 감고 종교만 개종하면 목숨을 살려 주겠다고 메리가 제안했는데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 대건, 제인 둘 다 목이 잘렸다. 전자는 칼로, 후자는 도끼로 잘렸다는 차이만 있을 뿐..;;

요즘은 최악질 흉악범한테도 사형 집행을 안 하고 너무 인도주의적으로 대해 주는데.. 옛날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생사람을 목을 치거나 심지어 불태우던 시절까지 있었다니.. 참 극과 극이 따로 없다. 반대로 그때는 사람들 사고방식이 지금 같은 황금 물질 만능주의가 아니라 뭔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게 더 강하기도 했다.

그리고 옛날에는 가난하고 불편하고 열악한 시절이다 보니 애들이 요즘 애들보다 훨씬 어려서부터 철 들고 어른스러웠을 것이고(그래야만 '생존'을 할 수 있..)
애들 교육도 툭하면 줘 패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잔혹 엄격하고 반인격 폭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자기 신앙을 위해 목숨을 선뜻 바칠 수 있었을까..? 그걸 생각하면 대단하기도 하다.

끝으로 가톨릭이 중세 유럽에서는 남을 박해 '하는' 편이었는데.. 조선이나 일본 같은 극동 아시아로 가면 쟤들도 박해를 '당하는' 쪽에 있기도 했다는 것 역시 생각할 점이다.

2. 지능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 이 방원은 역대 조선 왕들 중 과거 시험(문과) 합격 이력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건 물론 고려 시절에 응시했던 과거였다.

대한민국 대통령 중 초대인 할배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명예 박사가 아니라 논문을 써서 취득한 정식 박사학위를 소지한 유일한 사람이다. 그것도 자국이 아닌 천조국 일류대에서 취득한 박사이고, 심지어 지도교수조차도 저 제자를 졸업시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조국 대통령이 됐다.;;; (우드로 윌슨. 할배와 윌슨 모두 각각 자기 나라에서 유일한 레일 박사학위 소지 대통령임)

최 규하는 현재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하게 전임 대통령의 임기 중 사망으로 인한 승계를 경험했으며(권한대행), 정당 활동 없이 외교관과 국무위원/총리 커리어만으로 대통령이 된 유일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재임 기간은 윤 보선보다도 더 짧았고, 존재감 역시 제일 없다. 죽은 뒤에 개인적인 연고지나 서울 현충원이 아니라 제일 평범하게(?) 규정에 따라 대전 현충원에 묻힌 것으로도 현재까지 유일하다.

셋 다 당대엔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었다.

3. 경성제대 학생들

인터넷을 뒤지다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1920년대 말의 꽤 흥미로운 사진을 하나 발견하여 여기에 소개한다. 경성 제국 대학 문과의 어느 조선인 학급 학생들의 단체 사진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들은 한반도 최고의 똘똘이 엘리트들이었다.
일제 시대엔 법적으로 ‘대학교’라는 게 한반도에 경성 제국 대학 단 하나밖에 없었으며, 얘들은 바로 거기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조선인이 설립했던 연희, 보성, 명륜, 숭실 등의 전문 학교들은 교육 수준이 대학교에 준하긴 했어도 대학교와 동급이 아니었다. 거기를 졸업한 뒤엔 경성 제대 같은 곳으로 편입을 해서 보충 교육(?)을 이수해야만 완전히 대졸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때 경성 제대 교수와 학생들은 특권 의식이 장난이 아니었지 싶다.

이 사진에서 맨 앞줄 왼쪽.. 즉, 좌측 하단에 있는 사람이 ‘서 두수’였다니 굉장히 흥미롭다. 서 남표 전 카이스트 총장의 부친이고 하버드 대학교 한국어/한국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 사람 말이다.
서 두수 말고 내게 익숙한 이름은 이 희승밖에 없다. (사진에서 맨 앞줄 좌측에서 넷째, 우측에서 둘째인 사람) 서 두수(1907-1994)는 이 희승(1896-1989)보다 10살 이상 더 어렸다. 그러고 보니 서 교수는 공 병우 박사와 거의 동시대 동갑내기였구나.

4. 고려 시대

(1) 고려 시대엔 무신 정권 기간이란 게 있었고 몽골의 침입과 원나라 간섭기도 있었다. 조선 정부가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갔다면, 고려 정부는 강화도로 피난을 간 적이 있었다.

(2) 그리고 고려 말기의 거의 동시기에 문 익점은 목화를, 최 무선은 화약을 들여 왔다. 다만, 원나라의 입장에서 목화는 화약만치 수출 금지 품목이 아니었으며, 문 익점이 붓두껍에다가 목화씨를 숨겨서 기적적으로 밀반출한(!!)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3) 유능한 배우가 연기만 잘하지 작품을 보는 안목은 부족해서.. 맨날 엄한 망작 졸작 괴작에만 출연하는 바람에 커리어를 말아먹는 경우가 있다. 문 익점은 격변의 시기에 친원이냐 반원이냐, 정 몽주냐 이 성계냐 같은 정치적인 줄을 매번 잘못 서서 독박을 쓰곤 했다. (파괴왕..;;;)
하지만 반대파가 보기에도 문 익점은 그렇게 정치질을 하는 위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그냥 관직을 빼앗기는 선에서 그쳤지, 역적으로 몰려 목이 달아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4) 정 몽주는 우리의 흔한 통념과 달리, 밤이 아니라 벌건 백주대낮에 자객의 철퇴에 맞아서 죽었다;;; 선지교/선죽교의 돌바닥에는 정 몽주의 혈흔이 언제까지 남아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루미놀 시약 같은 걸로 검출 가능하려나?
조선은 건국 과정에서 정 몽주나 최 영 같은 사람이 죽었고, 초창기에 왕씨 일가도 조직적으로 학살 당했으며 심지어 왕자들끼리도 숙청이 벌어지는 등 피바람이 많이 불긴 했다.

5. 조선 시대

  • 사후에 '종-조' 같은 시호를 못 받은 왕: 연산군, 광해군
  • 대원군: 자신은 왕이 아니지만 아들이 왕이 되었고 아들 이전에 섭정까지 했던 사람이다. 조선의 역사상 덕흥(선조), 정원(인조), 전계(철종), 흥선(고종) 네 명이 있었는데, 그 중 마지막 흥선대원군이 가장 유명하다.
  • 생전에 퇴위한 상왕: 1~3대(태조, 정종, 태종), 그 다음은 단종(세조에게..), 고종(일제에 의해..)이다. 그나마 태종은 자발적인 퇴위에 가깝다.
  • 사화: 총 네 번 있었다. 무오(1498), 갑자(1504), 기묘(1519), 을사(1545). 다들 조선의 건국 이후 150년 안에 발생했던 이벤트이며, 임진왜란 이전의 일이다. 결투나 자객 암살이 아니라 다들 임금한테 "저놈은 죽이시옵소서" 이러는 형태였다는 게 참.. 지저분해 보인다.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역사로 치면 긴급조치가 취해진 때, 헌법이 고쳐진 때, 계엄이 선포된 때, 국민투표가 시행된 때 같은 아이템들이다. 흥미롭다.

Posted by 사무엘

2021/06/29 08:35 2021/06/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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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관행

1. 향교와 서원

조선 시대엔 '향교'와 '서원'이라는 뭔가 유교 냄새가 나는 공공 교육 시설이 있었다. 이게 뭘 하던 물건이며 둘의 차이점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난 잘 모르겠다. 종교 시설은 아니겠지만 일본의 신사 같은 느낌도 좀 드는데 말이다. 위키를 찾아보니 오늘날로 치면 각각 지방의 국· 공립대 vs 사립대 정도의 위상이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이런 게 지금보다 더 많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심지어 조선 정부에서도 많이 정리하고 없앴다. 특히 서원 말이다. 너무 많이 난립하니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나라가 못 돌아갈 지경이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원에 무슨 초법적인 권한이 있기라도 했는지...?

이런 이유로 인해 오늘날은 행정구역상 인서울엔 향교와 서원이 공교롭게도 각각 딱 하나씩만 남아 있다.
먼저 향교는 강서구에 있는 양천 향교가 유일하다. 원래는 인지도가 완전히 듣보잡이었는데 서울 지하철 9호선에 '양천향교'라는 역이 대문짝만 하게 생김으로써 크게 유명해졌다.

이 향교의 위로는 '궁산'이라는 높이 80m 남짓한 언덕이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고층 아파트를 계단으로 오르는 정도의 수고만 하면 금세 정상에 도달해서 넓은 풀밭과 함께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 아주 좋다.
다음으로 서원은 '도봉 서원과 각석군'이라는 이름으로 도봉산 기슭에 딱 하나 있다.

본인은 지난 2016년 말에 지하철 7호선의 종점인 장암 역 부근에서 수락산을 올랐을 때 '노강 서원'이라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얘는 근소한 차이로 인서울 서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봉 서원과 막 멀지는 않은 거리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2017년 여름에 관악산을 올랐다가 과천 시내 쪽으로 하산했을 때는 산기슭에서.. 그래, 과천 향교를 본 적이 있었다. 등산을 다니면서 이런 쪽 견문도 넓어지는구나.

본인은 예전에는 산 속에 벙커를 보고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가 수 년 뒤엔 거길 뒤늦게 다시 찾아가서 안에서 잠도 자고 온 것처럼..왔다.
그런 것처럼 향교와 서원도 처음엔 잘 모르고 사진만 찍어 놨다가 수 년 뒤에 이렇게 존재감을 다시 생각하고 의미를 재발견하게 됐다.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니.. 전국에 있는 교동· 교촌이라는 지명은 다 향교의 흔적이라고 한다.
음.. 그럼 교촌 치킨도 향교에서 유래된 것이었구나~! +_+ ㅋㅋㅋㅋ

2. 색깔

하양 -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 - 검정
이게 뭔가 사람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색깔 별 등급 내지 레벨 대응인 것 같다.
태권도 도복의 띠 색깔이라든가, 카트라이더의 레벨 별 면허증 색깔, 그리고 서울 버스의 등급 별 색깔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무지개 hue 스펙트럼과 얼추 비슷하지만 시작 지점이 빨강이 아니라 노랑인 셈이다.

그런데 옛날 조선 시대에 궁궐에서 관료와 왕이 입었던 한복은.. 하양 - 초록 - 검정 - 파랑 - 빨강 - 노랑의 순으로 격이 올라갔던가 보다. 흠 그것도 아무렇게나 배치한 건 아니었군.

빨강이 격이 높은 색인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임금님 곤룡포는 다 빨강이다.
그리고 성경에서 예수님이 "자칭 유대인의 왕 만세~!" 이렇게 왕 코스프레(?)를 당하실 때 걸쳐졌던 옷도 빨강이었다(마 27:28 등).

그 다음으로 노랑은.. 현대에서는 유치원 초딩, 초보, 조심· 주의의 상징이다. 병아리가 노란색이어서 그런지 스쿨버스나 어린이집 통학 차량도 전부 노랑이지 않은가?
하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노랑이 완전 고급스러운 색일 수도 있어서.. 중국을 포함한 동양에서는 노랑이야말로 황제의 색깔이었는가 보다.

대국을 받들어 모시던 조선에서는 노란색은 감히 입을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군에 '원수' 계급은 반영구적인 공석인 것처럼.. 노랑은 그렇게 무기한 봉인돼 있었던가 보다.
그래서 대한제국 때 탈중궈를 선언한 뒤, 끄트머리인 고종과 순종의 어진만이 노란 옷차림이다..;; 헐~

3. 종

우리나라 경주에는 신라 왕조에서 유래된 성덕대왕 신종, 일명 애밀레종이란 게 있다.
그리고 서울에는 조선 왕조에서 유래된 보신각 종(?)이 있다.
전자가 후자보다 시기적으로 600년이 넘게 더 앞섰다. 전자는 국보이고 후자는 보물이다. 하지만 둘은 용도와 심상이 굉장히 비슷하다.

요즘이야 새해가 됐을 때 보신각에서 타종 행사가 열리지만.. 먼 옛날(197, 80년대)에는 에밀레종도 타종했다. 텔레비전에서 서울과 경주의 타종 행사를 나란히 중계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두 종 모두 문화재 보존을 위해 실물을 건드리지는 않고 있다.

그러다가 보신각 종은 1985년부터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현재는 경주 에밀레종을 복제한 새 종을 거기에다가 달아서 매년 타종하게 됐다.
그럼 경주에 있는 진짜 에밀레종은..?? 공식적으로는 1992년 이후부터 제야 타종을 중단했고, 박물관에서는 녹음된 타종 음향만을 주기적으로 쏴 준다. 이런 관계가 됐다.;;

보신각 종 원판은 상태가 안 좋아서 진짜 박물관에 처박혀서 영구 봉인된 듯한 반면, 에밀레종은 그렇지 않았다. 2003년까지 비정기적으로 타종을 좀 하다가 그 뒤로는 타종이 진짜로 중단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 시국에도 오랜만에 타종한다는 보도 자료가 검색돼 나오지만, 그 뒤에 실제로 했는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1/06/23 19:34 2021/06/2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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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0년대 중반의 제품 데모: 3D Studio R3, Windows 95

인터넷이란 게 없던(= 가정용으로 널리 보급되지 않은) 시절에 컴퓨터로 바깥의 최신 문물을 접하는 방법은 기껏해야 PC 통신, 아니면 컴퓨터 잡지와 함께 배포되던 부록 CD였다.
그런데 모뎀으로 접속하던 PC 통신은 접속 시간에 비례해서 부과되는 전화비의 압박이 심했으며, 전송 속도도 지금의 인터넷 전용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다. 그렇기 때문에 수십~수백 MB 이상의 대용량 자료를 배포하는 수단으로는 CD 같은 물리적인 매체가 여전히 의미가 있었다.

PC 통신 자료실이건, 잡지 부록 CD건, 이런 매체에는 유명 소프트웨어의 무료 체험판과 데모가 많이 포함돼 있었다. 유료로 판매되는 제품에서 일부 기능만 사용할 수 있거나 사용 기간이 제한된 것 말이다. 아니면 애초에 사용자가 조작해 볼 수 있는 기능은 없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처럼 일방적인 기능 소개와 화면 시연만 들어있는 데모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 중 본인이 인상깊게 봤던 것은 3D Studio R3.. 3DS에 MAX라는 이름이 붙기도 전, 게다가 도스용이 존재하던 시절 버전의 데모이다. 이거 화면을 유튜브에서 다시 보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유튜브에 별별 것들이 다 올라온다..;; (☞ 링크)

요즘 같으면 파워포인트.. 하다못해 플래시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몇몇 화면 전환이나 프로그램 실제 화면 애니메이션 같은 건 난이도의 압박이 있을 것 같다.
1994년에는 아직 플래시도 없었기 때문에 도스에서 exe 형태로 저런 프레젠테이션 데모만 제작하는 전문 업체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국내에서 제작됐던 Windows 95의 데모 겸 기초 기능 튜토리얼이다. 95~96년 사이에 이거 보신 분 계신가..?? (☞ 링크)

"윈도우즈 구십오", "엠에스 더~스" 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여성 나레이터 목소리가 찰지게 느껴진다.;;
도스와 Windows 3.1의 타성에 젖어 있던 사람들한테 시작 메뉴와 바탕 화면, 탐색기, 단축 아이콘(현재 명칭은 '바로가기') 개념을 처음으로 가르치고 홍보하느라 마소에서 그 당시에 돈 엄청 많이 쓰긴 했다.

이 데모 프로그램은 Windows 95 한글판의 CD에 포함된 프로그램은 아니었는데 어느 경로로 유포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냥 PC 통신이나 잡지 부록 CD였는지..?

2. 게임 데모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 싶은데.. 과거에 스티브 잡스는 소수의 추종자 매니아를 양성하는 식으로 제품을 판매한 반면, 빌 게이츠는 정말 통 크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전세계에 컴퓨터를 보급해서 세계인들의 생활을 확 바꿔 놓고, 그 컴퓨터라는 기계에 우리 회사의 운영체제를 몽땅 뿌려 버리겠다는 심보로 장사를 했다.

그래서 Windows 95에서 드디어 32비트로 체제를 바꾸기도 했으니.. 얘를 본격적으로 게임용 홈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드는 일에 가히 사운을 걸었다. 그래서 거의 곧장 DirectX를 만들었으며, 특히 세계적인 히트를 치고 있던 Doom 2 게임 정말 0순위로 Windows용으로 포팅을 지원해 줬다.

PC에서, 그것도 DOS가 아닌 Windows에서 텍스처 매핑이 적용된 실시간 3D 게임이 돌아간다는 건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Windows는 그저 지뢰찾기나 카드 게임 같은 가벼운 게임만 하는 플랫폼이라는 고정관념이 드디어 깨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Windows 95 원본 CD에는 Hover!이라고.. 범퍼카를 몰고 맵을 돌아다니며 깃발을 상대방보다 먼저 뺏는 게임이 있었다. 마소가 게임 전문 개발 업체는 아니지만, 이건 외주가 아니라 마소에서 직접 개발했던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비록 세계적인 명작인 Doom만치 막 박진감 넘치는 요소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그래픽은 Doom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초보적이나마 1층 공간 위에 2층이 구현돼 있기도 했다는 점에서 Doom 엔진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Windows 95와 거의 동시에 Fury라고.. Hover의 공중 버전 내지 윙 커맨더의 축소판 같아 보이는 게임도 개발돼 나왔다. 얘는 외부 개발사와 합작 내지 외주 형태로 개발됐고 Windows 95에 포함돼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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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진행은.. 뭐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총 쏘고 부수는 것 정도만 기억에 남아 있다.
마소는 Fury니, Hover!이니 하는 아기자기한 게임들을 같이 내놓으면서 우리 Windows 95는 저런 화려한 3D 그래픽이 가능한 게임용 플랫폼이라는 걸 기를 쓰고 내세웠던 듯하다.

그러고 보니 Win95의 발매 직후에는 DirectX라는 것도 아직 완전 듣보잡이거나, 버전이 2~3 이러던 시절이었을 텐데.. 3D 그래픽 가속이라는 건 퀘이크도 나오고 최소한 96~97년, Voodoo니 뭐니 하던 게 나온 시절부터 주목 받았을 텐데 저런 게임들은 CPU빨만으로 3D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던 건지 궁금해진다.

끝으로, 비록 저렇게 1인칭 3D는 아니지만 3D 핀볼이라는 유명한 번들 게임도 있었다. 얘는 나름 Windows 3.1 + win32s에서도 돌아갔던 까마득한 옛날 프로그램이다.
마소에서 외부 업체로부터 소스 코드를 구입해서 자사 제품에다 포함시켰는데.. the old new thing 블로그에서의 회고에 따르면 코드가 주석 한 줄 없이 도저히 유지보수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한다.

훗날 Windows가 32비트에 이어 64비트로 갈아탈 때가 임박했는데, 얘는 내부적으로 오프셋 계산에 문제가 있었는지 64비트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디를 고쳐야 할지를 알 길이 없었고, 그렇다고 얘는 오픈소스화가 가능한 물건도 아니다 보니 64비트에서는 핀볼이 결국 짤리게 되었다.
그 외부 업체가 코드를 컴파일만 가능하고 유지 보수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형태로 일부러 변조해서 줬던 것 같다.

3. 왓콤 win386

1990년대에 왓콤(Watcom)이라는 컴파일러 제조사는 PC의 도스 환경에서 32비트 프로그램의 개발 환경을 시세 대비 매우 저렴하게 제공한 일등공신으로 칭송받았다.

그 시절에는 아직 386/486급 PC의 가격도 아주 비쌌고, 32비트 코드 생성을 지원하는 컴파일러도 비쌌고, 특히 도스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돌아가게 해 주는 DOS Extender도 아주 고가였다. 그런데 왓콤은 32비트 컴파일러와 무료 번들용 DOS extender까지 아주 파격적인 가격에 보급했던 것이다. 그러니 아주 전문적인 대형 고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분야에서 수요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볼랜드나 마소 같은 주류 컴파일러 제조사들은 그저 16비트에 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왓콤의 무서운 면모는 도스용 32비트 개발툴만 만든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 아직 Windows NT 3.1이 정식으로 나오기도 전에 멀쩡한 Windows 3.0/3.1를 마개조해서 32비트 코드를 구동해 주는 win386 Extender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32비트 코드를 생성하는 Windows 타겟용 컴파일러를 덤으로 보급했다. 기존의 16비트짜리 도스/Windows API를 호출할 때는 물론 입출력값을 변환할 테고 말이다. (☞ 더 자세한 소개)

이게 내부적으로 어떤 원리로 동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날의 Windows NT처럼 PE 포맷을 사용하지도 않았을 텐데..
하긴, 16비트 시절에는 Windows용 한글 바이오스(한메한글~!!)도 있었으니, 뭔가 시스템 내부를 마개조하기가 더 쉬웠던 것 같다.
당장 마소에서 옛날에 개발했던 FoxPro 2.5~2.6이 왓콤 win386을 기반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에 마소 본가에서 Windows NT를 출시해서 32비트 Windows API가 제대로 정립되고, 32비트용 Visual C++ 1.0과 win32s 같은 게 줄줄이 나오면서 왓콤 win386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Windows의 32비트화 내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real 모드: 1.0~3.0 (1985~1990) 사실상 640KB 기본 메모리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초 열악 모드.
  • 286 standard: 2.0~3.1 (1987~1993) real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정확하게 언제 처음으로 등장했고 차이점이 뭔지 존재감이 매우 없음.
  • 386 enhanced: 3.0~ (1990~??) 아직 32비트 코드를 시행하는 건 아니지만 도스창을 완전히 가상화할 수 있고 확장 메모리를 더 사용 가능함.
  • Win32s: 3.1 (1992~1996) 딱 32비트 코드 실행만 가능한 최소한의 모드
  • Windows 9x: 95~ME (1995~2000) 프로세스 별 주소 공간이 독립하고, 멀티스레드가 가능해짐
  • Windows NT: 3.1~10 (1993~현재) 유니코드 기반, 온전한 메모리 보호, 16비트 코드의 완전 가상화까지 실현

사실 386 enhanced mode라는 건 Windows 3.0 이전에 2.x의 386 에디션에서 최초로 도입되긴 했다. 하지만 이건 마치 Windows XP의 x64 에디션만큼이나 존재감이 없다.

4. 오 성식 생활 영어 SOS

우와~~ 이거 정말.. 추억의 멀티미디어 CD 타이틀이었다. (☞ 링크)
그 시절에 ToolBook이라고 CBT 멀티미디어 교육용 소프트웨어 저작도구가 있었는데..
쟤도 바로 툴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었다.
컴터에서 avi 허접 동영상이 재생된다는 것만으로도 왕창 신기하던 시절에 나왔던 물건이다.
저 타이틀에서는 도움말 나레이션만 낭독한 이 보영 씨 역시 현재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유명 영어 강사이다.

그 뒤 저런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은 플래시로 넘어갔다가..
요즘은 플래시를 쓸 필요도 없이 저런 건 그냥 웹에서 HTML5 자바스크립트만으로 다 처리 가능하게 된 지 오래다.

쟤는 프로그램을 바로 종료하려 하면.. "공부라는 건 최소한 50분은 넘게 집중해서 해야 효과가 납니다. 그래도 지금 바로 종료하시겠습니까..."라는 확인 질문이 떴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접했던 소프트웨어들 중 가장 훈계조로 종료를 저지하는 물건이었다.
반대로 Doom 2 게임은 온갖 농담 조크를 날리면서 종료를 저지했던 프로그램이고..

인트로 화면 보소..
딱 미리내 소프트웨어 "그 날이 오면 3" 게임의 인트로와 비슷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가..??

레 솔솔 라 레레 솔 라시 레 시라솔 라~~
2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나는 멜로디를 정~확하게 녹음기로 틀어 놓은 듯이 기억하고 있다. 초딩 나이로 워낙 환상적인 경험이어서...

Credits를 보니.. 요 아름다운 인트로 음악을 작곡한 사람이 이 영수 교수(1951-2018. 영남 대학교 음대 작곡과)였다고 나온다.
어머니의 마음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의 멜로디를 만든 작곡가 이 흥렬의 아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6/10 08:36 2021/06/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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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된 와중에 문득 생각을 해 보니.. Windows 8과 8.1은 정말 존재감 없이 소리소문 없이 싹 묻히고 사라진 것 같다.
XP, 7 다음에 바로 10이다. 8 계열은 20년 전의 ME만치 망한 건 아니지만 Vista보다는 더 흑역사이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는 옛날에 XP 다음의 Vista는 그 정도로 욕 먹을 퀄리티는 아니었으며, 일부는 오해와 누명을 쓴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5년 만에 출시됐다 보니 갑자기 시스템 요구 사항이 너무 높아지고 일부 하드웨어와 호환이 깨지고, 사용자 계정 컨트롤이 도입된 게 반발을 일으켰을 뿐..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고 사후 재평가의 여지가 있는 이질감이었다. 7이라도 XP 다음에 바로 갑툭튀였다면 맞았을 질타를 미리 맞아 준 것의 비중이 크다.

그럼 8 계열은 사정이 어땠을까? 잠시 10여 년 전 당시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자.
이때는 나름 격변기였다. 아이폰이니 안드로이드니 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컴퓨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었으며, 마소에서도 초대 원로 경영진(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이 대거 은퇴하고 세대가 교체되고 있었다. 사내 분위기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얼리어답터들은 “Windows가 7 이후로 2010년대엔 도대체 어디까지 변모할까? 마소는 이 시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며 PC와 모바일과의 접목은 어떻게 이룰까?”라고 기대와 주목을 잔뜩 하고 있었다. 그때는 다음 버전이 심지어 재래식 NT 커널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개발된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실제로는 그럴 리가.. NT 커널은 지금 Windows 10에서도 건재함! 없어질 수가 없다)

그랬는데.. Windows 7의 차기 버전인 8은 결과적으로 뭔가 구심점 없고 나사 빠진 듯한 망작이 되었다.
비주얼이 다시 심플해진 것은 그렇다 친다만, 갑자기 시작 메뉴가 없어지고 전체 화면으로 바뀐 것은.. PC와 스마트폰의 크기와 용도의 차이에 대한 고찰이 결여된 자충수였다. 게다가 8은 시작 메뉴 버튼 자체가 없었다~! 이런 제품이 어째 QA나 사용성 테스트를 통과하고 출시됐는지 모르겠다.

더 옛날인 2000년대엔 새 밀레니엄 컴퓨팅을 표방하면서 인텔 Itanium이라는 64비트 프로세서가 출시되었고 Windows는 2000뿐만 아니라 ME도 나왔었는데.. 아시다시피 Itanium과 ME는 대차게 망했다. 그런 것처럼 2010년대를 개막했던 Windows 8은 사용성 면에서 큰 혹평을 받으면서 XP와 7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은 스마트폰 OS의 쟁탈전도 매우 싱겁게 끝났다. 지금 다들 경험하시는 바와 같이 안드로이드 아니면 iOS로 양분되었고, 마소는 이 바닥에서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심지어 웹 브라우저마저 IE 독점은 진작에 물 건너갔고 Edge 브라우저도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크로뮴 엔진에 흡수되지 않았는가?
국내로 치면 모바일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기고 삼성 전자와는 정반대의 처지가 된 LG 전자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그러니 8 시절부터 Windows에 도입된 Metro 앱이니 하는 것 역시 폰에서는 볼 일이 없어졌다. Universal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고 지금은 그냥 스마트폰 같은 큼직한 글자의 UI 엔진이 제공되는 특이한 프로그래밍 플랫폼? 가상 머신?처럼 됐을 뿐이다. NT 커널 없이 새로 개발된다는 엔진이 이런 곳에 적용된 거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게 결판이 난 뒤 마소에서는 스마트폰용 OS가 아니라 그냥 기존의 데스크톱용 Windows 10을 스마트폰용 CPU인 ARM64에다가 포팅하는 식으로.. 즉,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모바일 환경에다 손을 내민 상태이다. 요즘 PC와 스마트폰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PC는 안 쓸 때도 24시간 내내 켜 놓는 물건은 아니며, 떨어뜨려도 될 정도로 튼튼한 물건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프린터나 재래식 하드디스크 같은 장치와는 여전히 친숙하지 않다.

그렇게 Windows 8 내지 8.1은 2010년대 초반 마소의 시행착오가 깃들어 있는 비운의 작품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Windows 제어판이 Metro 기반인 ‘설정’으로 야금야금 대체된 건 글쎄.. 그냥 reinvent the wheel 삽질 같고 멀쩡한 인도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듯한 느낌이다. 기존 제어판에 익숙한 사용자를 괜히 헷갈리게만 하고 말이다.
지금도 키보드의 반복 속도를 최대로 조절하는 것만 해도 설정에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재래식 제어판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제목 표시줄에 제목이 가운데 정렬로 표시되었던 Windows는 과거의 16비트 시절 1~3.x 아니면 후대의 8/8.1밖에 없다~!! 거기 말고는 MS Office가 뜬금없이 2007부터 현재까지 가운데 정렬을 하며 따로 노는 중이다.

나머지 Windows 95, NT4부터 7, 그리고 지금의 Windows 10은 다 왼쪽 정렬이다.
Windows의 역사상 32/64비트 시대에 프로그램 제목을 가운데에다 표시했던 버전, 그리고 시작 버튼이 없던 버전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한글 IME의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Windows 8 계열은 메트로 앱에 대해서는 키보드 포커스를 얻었을 때 가/A 한영 상태를 IME가 근처에다 팝업 창으로 수동으로 잠깐 띄워주고, 상태가 바뀌었을 때도 그걸 띄우는 수고를 해 줘야 하는.. 약간 원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던 유일한 운영체제였다.
메트로 앱은 전체 화면에서 실행되는 관계로, 운영체제의 기존 도구모음줄(language bar)의 보조를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뻘짓이었다. 도구모음줄을 IME가 제각각으로 구현해야 했던 1990년대도 아니고.. Windows 10부터는 메트로 앱도 창 모드로 실행 가능하고, 입력기의 상태를 작업 표시줄(task bar)에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저렇게 할 필요가 없어졌다. 즉, 저 관행 역시 일회적인 이벤트로 끝났다는 것이다.

이상. 이 글에서는 Windows 8 계열에 대해 주로 다뤘지만, 걔네 말고 Windows라는 운영체제 제품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의아하거나 궁금한 점을 더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비현실적인 권장 사양

마소에서는 Windows 7 64비트 정도의 시점을 마지막으로.. 자기 운영체제의 동작을 위한 최소 PC 사양과 권장 사양을 더 올려서 기재하지 않고 있다.
7이 램 최소 1GB 이상, 권장 2GB 이상인데.. 이게 Windows 8과 10까지 동일하다. 하지만 이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완벽한 허위· 과장 광고라고 여겨진다.

도대체 어느 정도 돌아가는 게 최소 사양이고 어느 정도로 여유가 남는 게 권장인지 정확한 정의는 잘 모르겠다만.. 요즘 Windows 10은 램 8GB에서 돌려도 부팅 직후에 크롬 브라우저 창 몇 개나 MS Office 프로그램, Visual Studio 같은 걸 열면 메모리가 거덜난다. 정말 못 해도 16GB는 돼야 넉넉하다는 느낌이 든다.

Windows 7에서야 최소 1GB, 권장 2GB는 수긍할 만하며 램 8GB는 펄펄 날아다니는 용량이다. 하지만 10은 절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못 해도 최소 2, 권장 4 이상으로는 수정돼야 하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요즘도 32비트 에디션이 나오고 있나 모르겠는데.. 걔는 이제 단종시켜도 될 것이다.

2. 서버 제품군의 존재감

Windows의 개인 사용자용 제품군은 아시다시피 2015년부터 10이라는 단일 브랜드 하에서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프로그램을 진화(?)시키는 형태로 바뀌었다. 하지만 서버 제품군은 여전히 2008, 2012, 2016 등의 연도 브랜드를 쓰고 있어서 다소 이질적이다. 이런 이원화된 버전 넘버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마치 Office 365와 기존 Office 20xx 패키지의 관계만큼이나 궁금해진다.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는 기업 같은 데서 서버 제품군을 쓰는 곳이 있긴 한지..?? 이건 마치 Itanium 컴퓨터만큼이나 본인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구경해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서버 제품군을 쓸 정도의 컴퓨터라면 차라리 유닉스 터미널이 내장돼 있는 리눅스나 맥OS를 쓰고 말지 Windows를 쓰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버 에디션은 원래 Windows NT나 2000까지는 동일 버전의 바리에이션 형태로만 존재해 왔다. 그랬는데 XP 때는 웬일인지 Server 2003이라고 제품명은 물론 내부 버전 번호까지 다르게 붙일 정도로(5.1 vs 5.2) 차별화를 했었다. 그 대신 XP는 개인용 에디션이 홈 vs 프로로 더 세분화됐다.
그 뒤로 서버 제품군은 버전 번호는 클라이언트와 동일하지만 제품명은 저렇게 Server 20xx 식으로 나가고 있다.

3. 자잘한 UI 버그

  • 가끔씩 재래식 TSF 입력 도구모음줄과, 작업 표시줄 쪽의 Windows 10 스타일 입력 상태 아이콘이 동시에 나타나는 버그는 꽤 유명했는데 19xx나 20xx 사이에서 드디어 고쳐진 것 같다. 요즘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caret (cursor)이 여섯 번 정도 깜빡이다가 깜빡임이 중단되는 버그는 여전히 건재한 듯하다. Windows 3.1 이래로 이런 특이한 현상은 처음이다.

  • 가~~~끔. 컴을 절전 모드에서 꺼냈을 때나 프로그램 창을 전환했을 때.. 이미 띄워져 있는 프로그램 창들이 부르르 다시 그려지면서 깜빡이고 떨리는 현상.
    내 개인용 컴과 회사 컴이 모두 그러는데 좀 보기 거슬린다.
    윈10 초창기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고, 특정 컴에서만 그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그러나 모르겠다. (2004대 버전 기준)

  • 컴퓨터에 따라서 케바케이긴 하지만.. 메뉴가 '파일, 편집' 같은 라벨의 우측 하단 ┗ 모양이 아니라 ┛ 왼쪽으로 펼쳐지는 기괴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아랍권도 아닌 멀쩡한 한국어/영어에서 말이다.
    로컬라이즈나 사용 접근성을 위해 필요한 옵션이라면 제어판에라도 옵션을 정식으로 갖다 놓든지..? 저런 동작이 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또 사용자의 동의 없이 불쑥 바꿔 놓고는 원상복구를 왜 레지스트리 수정을 통해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1/06/02 08:36 2021/06/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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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가 음향의 재송신/녹음 문제

전화기에는 수화기 쪽의 소리를 키워서 굳이 귀를 기기에다 갖다대지 않아도 소리가 충분히 크게 들리게 하는 '스피커폰' 모드라는 게 있다. 이건 여러 사람이 통화 내용을 동시에 들어야 하는 모임이나 원격 회의 같은 데서 유용한 기능이며, 중공 폐렴으로 인해 비대면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기능도 더욱 즐겨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그럼 전화기는 자기 스피커폰에서 난 소리를 또 송화기를 통해 상대편으로 보내고, 상대편에서도 자기가 받았던 소리를 크게 틀어 놓느라 또 우리에게 보내다 보면.. 마치 거울을 앞뒤로 평행하게 배치한 것처럼 동일한 소리가 무한히 송수신을 반복하며 울리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전화기는 무전기가 아니니, 송신과 수신이 둘 다 동시에 행해지기 때문이다.

이거 무슨 전화기의 역설처럼 들리는데.. 직접 해 보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한 컴퓨터에서 A라는 프로그램에서 사운드를 크게 틀어 놨는데 B라는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이용해 그걸 자가 녹음하는 건.. 다들 해 보시면 알겠지만 이 역시 잘 되지 않는다. 사람 귀에는 똑같이 크게 들리는데 바깥 소리만 녹음되고 자기가 내는 소리는 녹음되지 않는다. 뭔가 순환 논리를 일부러 막는 로직이 있는 것 같다.

2. 자석

대형 마트의 에스컬레이터는 지하철역이나 백화점에 있는 여느 에스컬레이터와는 형태가 많이 다르다.
쇼핑 카트를 동반한 채로 층을 오르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 경사가 굉장히 완만하며, 계단이 아니라 경사만 진 무빙워크 형태이다. 게다가 이용 중에 카트가 미끄러져 내려가지는 않게 바퀴를 자석 같은 걸로 착 고정도 해 준다. 어떤 원리로 그 무거운 카트를 고정해 주는지 '사물궁이 잡학지식' 같은 데서 다룰 법도 해 보이는데 아직 딱히 못 본 것 같다.

3. 키보드에 들어가는 건전지

직장에서 사용하는 무선 키보드가 건전지가 다 소모돼서 AAA 사이즈 건전지 2개를 안에다 집어넣었는데..
키보드 배틀을 앞두고 총에다가 총알을 장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AAA 건전지의 길이가 44mm인데,
NATO 표준 소총 총알 길이가 구경 5.56에 길이 45mm..
게다가 건전지 색깔도 황동 탄피를 연상케 하는 금색.. ㅋㅋㅋㅋ

자동차건 비행기건 총알이건..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무작정 동그란 구형으로만 만드는 게 장땡이 아니다. 단면적 대비 유체역학적으로 공기 저항을 덜 받는 디자인은 따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 상관없이 극한의 수압을 견뎌야 하는 심해 잠수정이나 동그랗게 만들곤 한다.

반대로 우주 탐사선은 전혀 유체역학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냥 건물 구조물에 더 가까운 모양인 거고..
BB탄 같은 동그란 납덩이 총알, 또는 볼링공 같은 동그란 대포 탄환은 중세나 길어야 근대까지만 현역으로 쓰이다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지금으로부터 몇백 년 전엔 화약이란 게 얼마나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는데.. 게다가 그 화약도 총 한 발 쏘고 나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전투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짙고 뿌연 연기를 내는 놈밖에 없었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은 총알이 얼마나 싸고 흔해 빠진 존재가 됐으며 1초에도 총알을 드르르륵 갈기는 기관총 기관포까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 역시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음 뭔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 오늘도 키보드 배틀 파이팅이다~ ^^

4. 소음

손톱깎이는 가위나 병따개 같은 지레 기반의 다른 물건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어서 손톱을 자르는 순간에 생각보다 큰 짤깍 소리가 나고, 손톱이 꽤 멀리까지 튀는 걸까?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까..? 아주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그 이유를 물리학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손톱깎이하고 완전히 다른 영역이겠지만 진공 청소기도 여느 평범한 선풍기나 헤어 드라이어와 달리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바람을 내뿜는 것하고 빨아들이는 건 방향만 다른 게 아닌지..?? =_=;; 잘은 모르지만 소음은 기술적으로 더 줄이기는 힘들다고 한다.

5. 구기 종목

세상에 존재하는 공놀이들은 경기 형태 내지 득점 조건이 크게

  • A형: 자기 자리에서 상대방과 공을 주고받다가 확 세게 던져서 상대방이 못 받게 만들기
  • B형: 아니면 여러 명이 우루루 상대방 진영까지 직접 쳐들어가서 공을 상대편 골대에다 집어넣기

이렇게 둘 중 하나로 나뉘는 것 같다.

종목 득점조건 공 크기 수단 이동반경 인원 비고
배드민턴 A형 제일 작고 가벼움 라켓 내 자리만, 좁음 1~2인  
탁구 A형 작음 라켓 아주 좁음 1~2인 탁자
테니스 A형 중간 라켓 내 자리만, 좁음 1~2인 장비만 바뀐 배드민턴 같음
하키 B형 작음 라켓 전체, 넓음 11인  
야구 ?????? 중간 배트, 글러브 전체, 넓음 9인 룰이 제일 기괴하고 세팅할 것도 많음
배구 A형 맨손 내 자리만, 보통 6인  
농구 B형 맨손 전체, 넓음 5인  
축구 B형 전체, 아주 넓음 11인 골키퍼

A는 작은 공을 도구를 써서 조종하는 편이고 B는 비교적 큰 공을 다룬다.
하지만 하키는 공은 A과 비슷하게 다루면서 득점은 B와 비슷하게 하는 일종의 짬뽕에 속한다.
그 반면, 배구는 반대로 공의 형태는 B에 가깝고 득점 조건은 A에 가깝다.
이런 구기종목들은 여자 선수단도 존재하긴 하는데, 남자는 아무래도 축구가, 여자는 배구 쪽이 유명한 것 같다. 작은 공을 다루는 종목은 큰 공 종목에 '비해서'는 피지컬을 덜 타는 듯..

끝으로.. 난 2021년 현재까지도 야구는 룰과 득점 조건을 전혀 모른다. 빠따로 공 치고 나서 선수들이 무슨 역할로 나뉘어서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가는지 여전히 모름. 그러니 관중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도 알 리가 있나.. 평생 죽을 때까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ㄲㄲㄲ

6. 무덤

이민 간 교포는 2세대 3세대 n세대로 갈수록 부모의 모국어를 잊어버리고 현지인과 결혼하고 현지 문화와 동화되면서 어지간해서는 결국 현지인이 된다.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같은 곳은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계속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지 싶다.
친척은 혈연의 근거인 부모/조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서로 촌수가 증가하면 볼 일이 없어지며, 연락과 교류가 차츰 끊기고 서로 남남이 된다.

그것처럼 조상 산소도 몇십 년이 지나고 직계 후손이 죽고 나면 관리하는 사람이 없게 되고, 베고 또 베어도 계속 솟아나는 잡초들에 뒤덮혀서 결국 자연과 하나-_-가 된다. 유해뿐만 아니라 관과 무덤 봉분까지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잡초가 생명력이 끈질겨서 별로 티가 안 나는 거지, 인간의 무덤도 골프장만큼이나 나름 산림을 많이 파괴함으로써 유지되는 것 같다.

죽은 사람이 언제까지나 땅을 그렇게 점유하면서 후손들의 수고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니 유해도 무슨 태풍 이름이나 야구 선수 번호처럼 영구 결번시킬 만치 충분히 유명한 사람, 좋은 업적을 남긴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에 대해서만 묘지를 만들고, 나머지는 화장+봉안당 안치로 일괄 변경하는 게 합리적이어 보인다. 아무리 자기 부모님이라 해도 돌아가셨다고 삼년상...;; 어휴~ 옛날 유교 문화--변질됐건 아니건--는 너무 갑갑하고 비생산적이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설· 추석 같은 명절의 풍속이 확 바뀌었듯, 매장 대신 화장, 미리 유서 써 놓기처럼 사망과 장례 관련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으며 실제로 바뀌고 있기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1/05/30 08:35 2021/05/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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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으로 쇠붙이를 만진 뒤에 손에서 느껴지는 쇠비린내는 평소에 손에서 분비되는 자잘한(...) 액체 물질이 철과 마주쳐서 변질되면서 나는 냄새일 뿐이다. 금속 쇠붙이 자체는 원래 그 어떤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인체의 땀도 분비된 직후에는 별 냄새가 안 나다가 나중에 세균에 의해 분해되고 부패되면서 지린내가 난다. 이와 비슷한 이치이다.

2.
하품은 통념과 달리, 꼭 산소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이벤트는 아니라고 한다. 인체 자체가 이산화탄소 과다에 반응하지, 산소 부족에 반응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3.
어라..? 햇빛을 맨눈으로 보고 있으면 재채기가 나는 건.. 난 하품 할 때 눈물 나는 것만큼이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전체 인구의 2~30%가량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라니! 게다가 유전 형질 때문인지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지 아직 의학적으로 제대로 규명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긴, 먼 옛날 초딩 시절에 본인은 난 밝은 낮 하늘에 뭔가 알갱이, 입자 같은 게 비쳐 보이는 게 공기의 분자-_-;;;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비문증'이라는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4.
무산소 운동을 많이 했을 때 근육이 저리고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젖산이 분비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지난 수십 년간 과학 시간에 가르쳐져 왔으나.. 더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주변의 칼륨 이온의 농도 때문이라고..
사실, 이런 통증은 인체가 느끼는 다른 많은 고통들과 마찬가지로 몸을 망가뜨리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발동되는 경고 신호이다.

몸을 망가뜨리기 위해 굳이 근육을 무리하게 혹사시키며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이 꼼짝도 안 하고 시체처럼 부동 자세로 오래 있으면.. 체중에 너무 오래 짓눌린 부위가 피가 잘 안 통해서 그것만으도 저림,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팔이나 무릎을 굽힌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아니라 최대한 편하게 누워 있더라도 이런 현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저절로, 심지어 자는 중에도 본능적으로 몸을 수시로 뒤척이게 된다. 그런데 척수 손상 등으로 인해 하반신/전신이 마비된 사람은 이런 통증을 못 느낀다.
몸을 그대로 잘못 방치했다간 등이나 엉덩이 일부 부위에 그 이름도 무서운 욕창이란 게 생겨서 조직이 괴사해서 썩게 된다. 이런 참사를 예방하려면 간병인이 환자의 체위를 수 시간 주기로 바꿔 줘야 한다.

뭐, 단순히 신체 부위가 피가 안 통해서 저리는 것은, 처음에 얘기했던 근육통하고는 근본이 좀 다른 얘기이지만, 어쨌든 몸을 보호하려는 의도의 통증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영화 <항거>에서 형무소에 갇힌 죄수들이 일부러 방을 빙글빙글 왜 돌았는지, 그리고 사람을 벽장에다 선 채로 집어넣고 며칠 방치하는 게 그것만으로도 왜 잔인한 고문인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뭔가 굉장히 희소한 병에 걸린 어떤 사람 중에는 선천적으로 통증을 전혀 못 느낀다거나, 땀을 전혀 못 흘린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좋은 게 절대 아니다. 위험한 줄 모르고 뜨거운 물에다 손을 담그고 있다가 손을 완전히 망가뜨린다거나, 더운 곳에서 땀을 안 흘리고 있다가 그냥 픽 쓰러지고 훅 가기 때문이다.

글쎄, 무중력 상태에서는 중력이 없고 짓눌림이란 게 없으니 욕창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보인다만.. 그건 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인체의 생리에 좋은 상태가 아니다.

5.
살이 찌고 체중이 늘어난 것은 비록 현대의 바쁜 사무직 직장인에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식탐 자제하고 운동을 많이 함으로써 고칠 수 있다. 살을 빼고 체중을 줄이고, 지방 대신 근육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관절 같은 것은 운동으로 단련 가능하지 않다. 성장이 끝난 뒤부터는 일방적으로 약해지고 퇴화만 하며 부상을 입어서 다칠 위험이 커진다. 어린 시절에는 내리막을 아무렇지도 않게 빨리 내려갔는데 나이가 들면 그런 것도 함부로 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탈모는 현대 의학으로도 불치병으로 여겨지고 있고.. 얼굴이 자외선 맞아서 검어지고 타는 것도(한자어로 한 단어가 없을까?) 마치 노화나 단백질의 열변형만큼이나 뒤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 현상이다.;; 에구~ 이런 걸 생각하면 섬뜩하고 좀 후회도 된다. 있을 때 관리를 잘 했어야지..

6.
병 중에는 환자 혼자만 앓고 마는 게 아니라, 남까지 원인균이나 바이러스를 옮기기 쉬운 무서운 전염병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그 전파 매개라는 게 생각보다 다양하다.

  • 공기: 결핵, 홍역, 천연두/수두
  • 비말: 감기, 폐렴, 코로나19!!
  • 물/음식물: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 접촉/체액: 에이즈, 각종 성병, 에볼라, 파상풍

도대체 병원체가 분자 수준으로 얼마나 가벼우면 공기를 타고 날아다니며 퍼질 수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공기와 비말 감염을 막으려고 마스크라는 물건이 발명되어서 현재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이 많이 소비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의약학과 보건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분에 요즘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크게 늘었고, 노인도 옛날처럼 이빨 빠진 꼬부랑이가 되는 게 아니라 예전보다 많이 쟁쟁하고 건강하다. 다른 전염병으로 일찍 죽지 않으니, 암이라는 더 미세하고 고차원적인 병에 걸려 죽는 빈도가 더 늘었다.
암은 최소한 전염병은 아니다.;; 그리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냥 암 '세포'라고 부른다.

Posted by 사무엘

2021/05/17 08:37 2021/05/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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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축 유틸

요즘은 Adobe Reader 같은 거 설치할 필요 없이 크롬이나 Edge 같은 브라우저만으로도 자체적으로 pdf 문서를 바로 열어 볼 수 있다.
압축 유틸리티에서 광학 디스크 이미지 파일의 내용을 바로 볼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한 분야의 프로그램이 비슷한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의 역할을 일부 흡수해 버렸다.

물론 이미지 파일을 새로운 드라이브로 mount 시키는 것까지 압축 유틸이 지원하지는 않는다. 그것까지 지원하면 압축 유틸의 기능이 옛날 도스 시절의 Double Space 같은 디스크 압축 유틸 급으로 커지는데.. 요즘은 그런 기능이 필요할 정도로 디스크의 용량이 부족한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유행이 지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라이브 mount는 이제 운영체제(Windows 10)가 자체적으로 제공해 주는 기능으로 흡수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20여 년 전, 이 바닥이 WinZip, WinRAR 같은 외국산 압축 유틸리티 일색이던 시절에 이스트소프트의 '알집'이 처음에 적절한 마케팅 덕분에 시장 선점을 잘 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버그· 안정성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서 2000년대 말쯤에 컴덕들 사이에 욕을 엄청 먹었으며, 그 와중에 기업 대상 유료화까지 선언하는 바람에 입지를 더욱 잃게 됐다.

그 와중에 개인 개발자 1인의 작품인 '빵집'이 알집의 대체제로 각광 받아서 2000년대 후반에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빵집은 개발자의 개인 취미 생활이다 보니 유지보수에 한계가 있었고, 결국 개발이 중단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날이야.. 그 틈새를 저격한 반디소프트의 '반디집'이 탁월한 완성도로 천하를 평정했다.

압축 유틸의 역사를 읽어 보노라면, 소프트웨어는 모름지기 수요와 타이밍, 시장 공략을 잘 해야겠다는 걸 느낀다.
zip은 압축 해제뿐만 아니라 생성까지 소스가 완전히 공개돼 있고 그 다음부터 7z, ace, rar 등 압축 알고리즘들의 압축률은 이론적인 정보량 한계에 근접해서 거기서 거기이다 보니.. 알고리즘은 zip 하나만 있으면 되고 그 뒤 멀티코어, 64비트, 유니코드, 기본적인 보안, 운영체제 셸과 잘 연계하는 UI...

이것만 제공되면 그 다음부터 굳이 유료 유틸을 쓸 필요가 크게 줄어드는 것 같다. 실제로 본인도 '-집' 계열 유틸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Windows에서 zip 말고 rar 등 다른 압축 파일을 '생성'해 본 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 같다.

2. 유튜브

(1) 유튜브 동영상에 광고가 5~10여 년 전에 비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게 느껴진다.
뭐, 쟤들도 흙 파서 먹고 사는 건 아닐 테니, 오랫동안 무료로 잔뜩 뿌리고 투자했던 것을 회수할 때가 됐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수의 동영상들을 저장하고 전송 트래픽을 감당할.. 서버 유지비가 장난 아니게 깨질 것이며.. 몸값 비싼 엔지니어들을 고용하는 인건비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서버 관리자, 웹 UI 디자이너 및 개발자, 동영상 코덱 전문가, 동영상 컨텐츠들의 검색과 분류 알고리즘 전문가 등..

그러니 동영상 포털이 사용자에게 거부감을 제일 덜 주면서 수익을 내는 건 광고 또는 사용자에게 "광고 안 뜨는 기간제 유료 계정" 판매로 자연스럽게 귀착될 것이다. 나도 광고가 너무 잦아지니 잠시 동안만이라도 광고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 유료 계정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유튜브도 사용자를 이렇게 적당히만 귀찮게 하는 걸 목표로 하지 싶다.

요즘 친구들끼리 생일 선물로 카카오톡으로 이모티콘이라든가 커피 상품권을 주고 받는 게 있다. 그런 것처럼 몇천 내지 1~2만원대의 유튜브 프리미엄 n개월 이용권이 온라인/모바일 생일 선물로 오가는 건 어떨까 싶다.

여담이지만, 유튜브뿐만 아니라 평소에 위키백과를 지식 습득용으로 유용하게 사용해 온 사람이라면 거기에도 후원금을 소액이나마 내는 게 좋을 것이다. 특정 기업의 입맛에 휘둘리지 않고 상업 광고도 없는 개방된 지식 저장소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지금 같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투명하게 개방된 정보의 바다로 만드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2) 다음으로, 돈이나 광고와 별개로 본인이 요 근래에 유튜브에 대해서 느끼는 굉장히 큰 불만이 하나 있다.
HD급 이상의 무거운 고화질 동영상일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슬라이더에서 좌우 화살표를 눌러서 앞뒤 5초 남짓 단위로 seek를 한번 하는 데 걸리는 딜레이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동일 화질 기준으로 그냥 하드에 저장된 동영상을 데스크톱용 플레이어 앱에서 seek하는 것만치 빨리 즉시는 절대 못 한다. 답답하지 않으신가?

옛날 저화질 동영상은 이렇지 않다. 이건 다운로드 자체는 이미 다 된 구간을 돌아다니는 것만 말한다. 그러니 네트워크 상태하고도 무관하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느린 건지 아니면 이것도 설마 현질 유도를 위해 고의로 들어간 핸디캡인지는 잘 모르겠다.

(3) 끝으로, 유튜브 유료 계정에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광고 제거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아예 로컬에다 다운로드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별도의 서비스가 없더라도 뒷구멍을 통한 다운로드 서비스가 넘쳐나다 보니 유튜브에서도 단속을 포기한 것 같다. 별도의 앱이던 게 더 간편한 웹으로 바뀌기까지 하고 말이다. 사실 이건 기술적으로,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3. 이메일: 대용량 파일 첨부, 발송 확인 및 취소 기능

15년쯤 전에 구글 gmail이 최초로 1GB짜리 웹 기반 무료 이메일을 개설한 이래로 요즘은 어디건 이메일 서비스는 기본이고 용량이 기가바이트급이다. 하지만 이메일은 편지함 용량과 컴퓨터의 하드 용량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무슨 영화 파일 급의 대용량 첨부 파일을 주고 받기에는 여전히 좀 버거운 수단이다. 기껏해야 수~수십 MB 정도가 한계?

초대용량 파일은 메일에다가 직접 붙이는 게 아니라 다른 클라우드/웹하드에다 올리고 나서 그거 링크만 메일에다 넣는 형태로 대체되는 게 요즘 추세이다.
수신 확인 및 오발신 취소 같은 것도 이메일의 정식 프로토콜/스펙에 규정된 기능이 아니라 각 웹메일 서비스 사이트에서 자기 계정간 이메일에 한해서만 제공되는 비표준 편의 기능인데.. 이것도 좀 표준으로 승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4. 크롬 브라우저로 네이버 블로그 첨부 파일 다운로드

크롬 브라우저로는 네이버 블로그 기반의 사이트에서 첨부 파일 다운로드가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나만 겪는 현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검색을 해 보니, 네이버 블로그는 https 기반인데 다운로드 링크는 보안이 취약한 http 기반이어서 크롬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다운로드를 차단한 것이었다.
즉, 네트워크 구조에 문제가 있어서이지, 첨부 파일의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렇게 웹페이지의 구성요소에 https와 http가 뒤섞여 있으면 브라우저가 의심스럽고 불안하다고, 그래도 내용을 다 보고 싶냐고 온갖 귀찮은 확인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띄운다. 다들 한 번쯤은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크롬의 경우, 그 어떤 에러 메시지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네이버 블로그로부터의 다운로드를 씹어 버리니 당혹스러웠다. 은행 ActiveX도 아니고 파일 다운로드를 위해서 구닥다리 IE를 끄집어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뭐, 궁극적으로는 천하의 네이버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네트워크 구조를 불안 요소가 없게 어서 고쳤으면 좋겠다.

크롬은 이제 올해부터 플래시조차 지원을 완전히 끊었다. 아직도 메뉴가 플래시 기반인 웹사이트는 한 몇 년은 관리를 안 한 완전 구닥다리.. "1024*768 해상도에서 IE 6 브라우저에서 가장 잘 보입니다" 이러면서 제로보드 게시판까지 같이 붙어 있는 사이트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플래시, 제로보드, Visual Basic 6, 재래식 hlp.. 이런 것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 마이너한 검색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능은 아닐 테니 유료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더라도..

(1) 많고 많은 웹툰들은 그림 파일뿐만 아니라 말풍선 안의 대사들도 색인화돼서 대사로 해당 컷의 검색이 됐으면 좋겠다.
짤방으로 써먹고 싶은데 그 그림이 긴 웹툰 시리즈의 어느 화에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할 때가 많다.
물론 "이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인 나예요."(사립정글고), "네놈을 살려 두긴 쌀이 아까워!"(이말년), "선 넘네"(엉덩국 애기공룡 둘리) 같은 거야 너무 강렬하고 유명하니 일반 검색 엔진으로도 대사와 컷 이미지가 개념적으로 연결돼 버렸지만.. 그렇지 않은 컷도 많다.

(2) 주선율 음표 표기로 음악 검색. 밖에서 재생되는 음원을 들려줘서 비슷한 음반의 노래를 찾는 건 이미 서비스 되는 게 있지만.. 그건 음원이 없고 사람의 오랜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음악을 찾아 주지는 못한다. 내가 말하는 건 음악들의 주선율 악보를 색인화해서 검색하는 것이다. 다만, 이걸로 검색하려면 사용자도 최소한의 채보· 기보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검색 엔진이란 게 처음에는 같은 웹에서 텍스트 위주로만 검색을 지원했다. 그러나 요즘은 웹뿐만 아니라 종이책, 잡지, 옛 신문들과 방송 자료, 논문 같은 오프라인 매체로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정보의 형태도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그림과 동영상까지 취급한다.

그러니 이게 앞으로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람이 마우스로 얼추 끄적인 스케치와 비슷하게 생긴 그림이나 실제 로고타입을 찾아 주고, 콩나물 배열만으로 음악을 찾아 주는 경지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사람의 기억을 보조해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 웹툰뿐만 아니라 과거의 뉴스 보도, 특히 대한뉴스들도 다 색인화되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16 08:33 2021/04/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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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동물 이야기

1. 동물 분류

내가 생물 분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이 가축화된 에디션과 그렇지 않은 야생 에디션으로 나뉜다는 것이 꽤 흥미롭게 느껴진다.

  • 집토끼 / 산토끼
  • 소 / 들소, 물소
  • 개 / 들개
  • 말 / 야생마, 얼룩말
  • 돼지 / 멧돼지
  • 생쥐 / 들쥐

동물이건 식물이건,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할 목적으로 사육/재배된 놈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 용도로만 엄청나게 품종 개량이 진행됐다고 한다. 그래서 살코기나 열매는 크고 많이 산출하지만, 얘들은 거친 야생에서는 스스로 거의 생존하지 못한다고 한다.

후천적 획득 형질이 후세로 유전까지 되지는 않을 텐데 품종 개량이라는 게 동식물별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사실은 사람조차도 흑백황 인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하다.

2. 익충과 해충

지렁이는 비록 생긴 건 좀 뱀처럼 혐오스럽지만 땅의 흙을 부드럽게 하고 지력을 회복시켜주기까지 해서 농사에 큰 도움을 준다. 쇠똥구리는 말 그대로 더러운 골칫거리인 소똥을 처리해 주면서 인간에게는 위생적으로 큰 문제를 끼치지는 않아서 이롭다.

그런데 자연 전체를 통틀어 인간에게 가장 큰 유익을 주고 있는 '곤충'은 꿀벌이다. 겨우 꿀 생산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고, 얘는 꽃가루를 받아 줘서 충매화 식물들의 번식이 가능하게 한다.
이 역시 꼭 장미나 튤립 같은 꽃만 꽃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야생에서 꿀벌의 이 역할과 효율 가성비는 인간의 과학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 꿀벌이 싹 멸종하면 좀 과장 보태면 인간의 농업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니 꿀벌은 비슷하게 집단 생활을 하고 근면의 상징으로 통용되는 개미보다 대접이 훨씬 더 좋다. 오죽했으면 꿀벌은 법적으로 가축으로 분류된 유일한 곤충이기도 하다.
이런 꿀벌과 달리, 인간을 지금까지 제일 많이 죽인 악랄한 해충은 모기이다. 이 역시 흡혈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말라리아 같은 다른 질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빈대나 거머리도 흡혈을 하고 모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악랄한 구석이 있지만, 이것들은 그래도 모기 정도의 치명적인 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인간이 주변에서 접하는 수많은 해충들은 민폐를 끼치는 방식에 따라 대략 이런 식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

  • 비행 불가능하고 인간 거주지에 서식: 개미, 바퀴벌레
  • 비행 가능하고 신체에 접촉: 파리, 모기
  • 신체 표면에 기생: 벼룩, 빈대, 이, 진드기, 사면발이
  • 신체 내부에까지 기생: 회충, 흡충, 촌충 따위

그나마 개미와 바퀴벌레는 한 개체를 잡아 죽이는 것 자체는 상대적으로 쉬운 축에 든다. 날아다니는 놈들은 때려잡기가 상당히 어려우며, 인체에 기생하는 너무 작은 놈들은 역시 그것대로 잡기가 어렵다. 신체의 털을 다 민다거나, 약을 먹고 바르는 식으로 제각기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떼거지로 날아다니면서 사람을 성가시게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을 쏘거나 무는 식의 해를 끼치지는 않는 벌레들도 별도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깔따구, 하루살이, 그리고 어쩌면 날파리도?
얘들은 대체로 수명이 아주 짧으며 어인 일인지 입이 없거나 퇴화했다. 파리· 모기보다 잡기도 쉽다. 하지만 얘들은 여름철에 더러운 물웅덩이로부터 떼거지로 나타나서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존재만으로도 큰 불쾌감을 선사한다. 주변 가게들은 영업을 못 할 지경이 된다.

요 몇 년 사이에 전국 각지에서 이런 벌레들이 너무 많이 창궐해서 난리라는 뉴스 보도를 종종 접한다. 저런 놈들뿐만 아니라 더러운 음식이나 시체에 붙는 날파리와 구더기, 여름에 모기 같은 것도.. 이놈들은 평소에 잠도 안 자고 어디에 숨어 있다가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걸까? 옛날 사람들이 생명 자연 발생설을 믿었던 게 일면 이해가 된다.
게다가 구더기가 파리의 유충이라는 것, 지렁이가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은 거의 19세기는 돼서야 발견된 사실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보다도 훨씬 더 늦게 알려졌다.

3. 동물이 만드는 보석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탄소의 동소체인 것만큼이나 조개 껍질과 진주도 완전히 같은 탄산칼슘 물질일 뿐이라니.. 꽤 흥미롭다.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경수와 중수 같은 동위원소 차이도 아니고 그냥 분자 배열이 다를 뿐이다. 하물며 조개 껍질 vs 진주는 차이가 그 만치 미시적인 것도 아니고 훨씬 더 더 가깝다고 한다.

그럼 다음으로 역시 보석을 만들어 내는 특이한 생물인 산호는 정체가 뭘까?
조개는 그래도 껍데기 안에 살이 있고 동물 같은 구석이 1만치는 느껴지지만 산호는..? 영 그래 보이지 않는다. 육지로 치면 버섯처럼 생긴 구석이 좀 있는데, 버섯은 균류이고 균류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고유한 계(kingdom; 균계)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산호는 버섯과 달리 여전히 동물로 분류되어 있다. 체내의 세포 구조가 세포벽이 없는 형태에서 식물은 아니며 그렇다고 균류도 아니라 동물이라는 것이다. 단지 같이 공생하는 다른 식물 조류가 있을 뿐이라고..
산호도 진주처럼 주 성분은 탄산칼슘이다. 다이아몬드, 진주, 산호는 분명 보석이며 다이아몬드는 무기물 광물이기도 하지만, 금· 은 같은 귀금속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4. 외눈박이 동물?

사람을 비롯해 주변의 곤충, 동물들은 모두 눈이 두 개 달려 있다. 사고나 장애로 애꾸눈이 되더라도 그건 그 개체만의 문제이지, 안면에 눈알 2개의 자리 자체는 있다.
그런데, 아예 유전자 차원에서 눈이 하나만 달린 동물이 과연 있을까?

외눈박이는 굉장히 기괴하게 느껴지다 보니 도깨비라든가 게임 몬스터 따위의 특성으로 종종 묘사되었다. Doom 게임에서도 둥둥 떠다니는 카코데몬과 페인 엘리멘탈은 외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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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m의 후속작인 Quake에서는 몬스터들이 눈이 아예 없고 입만 달린 형태인 것 같더라만.. 이것들은 다 인간의 창작물이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현실에서는 최소한 척추동물 이상의 고등한 동물 중에 외눈박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 동물들에게 눈알은 두 짝씩 달아 주는 것을 디자인 원칙으로 삼으신 듯하다.

그 대신, 요각류, copepod라고 불리며 물에 살고 길이가 1~2mm급에 불과한 듣보잡 동물 중에는 외눈박이가 있다고 한다. 이런 것도 SF의 우주선과 현실의 우주선의 차이와 비슷한 걸까? 입이 없는 벌레만큼이나 무척 기괴한 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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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제역

작년이야 전세계가 중공 염병 우한 폐렴 때문에 난리를 겪었고 그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2010년 말부터 11년 초 사이엔 사람이 아니라 돼지 때문에 전국이 발칵 뒤집혀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구제역 때문에 말이다.

구제역 자체는 그 전에도 있었고 지금까지도 감기 유행처럼 찔끔찔끔 발생하고 있지만, 저 때만은 그야말로 0이 몇 개 더 붙은 전국구 수준의 궤멸적인 피해가 났었다. 살처분 보상금 기준으로 피해액이 다른 구제역은 수십~수백억 원이었지만 저 때는 조 단위였다.

이것도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제주·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 구제역이 확 퍼져 버렸고.. 그 자체가 감염자를 무조건 죽이는 에이즈 급의 병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치료법도 없다 보니 여러 정황상 그냥 닥치고 매몰 살처분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 많은 가축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킬 수는 없으니..

지금이야 가축들에게 구제역 백신을 꼬박꼬박 시키고 있지 싶은데 저 때는 아직 그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접종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백신은 미래의 예방제일 뿐 현재의 치료제가 아니므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 주는 물건이 아니고.. 또 한동안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반납하고 무역 같은 데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치사율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치료법이 없고, 그냥 무식하게 모든 개체들을 몽땅 떼어 놓거나 죽일 수밖에 없으며, 전국에 궤멸적인 피해를 냈고 백신 접종이 뒤늦게 시작됐다는 점에서 10년 전의 가축 구제역과 지금의 우한 폐렴은 살짝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타겟이 가축이다가 지금은 어째 인간으로 바뀌었을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은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의 1인분 가격이 저 때 1만원 이상으로 오르고 나서 다시 내리지 않고 있다. 원래 8000원 정도 하다가 말이다.

6. 미스터리 괴물??

198~90년대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세기말 분위기가 합쳐져서 UFO, 초능력 같은 불가사의 신비주의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쏠려 있었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에서는 물론 크게 경계하며 반발했다.
그 당시에 과학의 불가사의라는 건 여러 카테고리로 나뉘었는데, 그 중엔 예티라든가 빅풋 사스콰치(sasquatch) 같은 정체불명 이족보행 괴물 부류도 있었다.

사스콰치에게 납치됐다가 탈출했다는 어떤 사람의 회고에 따르면.. "산에서 캠핑 중이었는데 한밤중에 누군가가 저를 슬리핑 백째로 번쩍 들고 어디론가 가더랍니다" 영락없이 보쌈(...;;)을 당했다는 묘사도 있었다. 이게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침낭이라는 물건을 접한 곳이었다.

허나, 서기 2000년을 넘어서 무려 2021년에 도달한 지금은..?? 불가사의니 신비주의니 하는 건 굳이 기독교계에서 반발하지 않아도 볼짱 다 봤고 거품이 알아서 사그라들었다. 상당수가 그냥 근거 없는 낚시나 사이비 유사과학이었기 때문이다.
버뮤다 삼각지대, 이집트 피라미드 무엇의 저주, 네스 호의 괴물, 히말라야 예티, 북아메리카 사스콰치 따위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불가사의 미스터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들었다. 마치 UFO처럼 말이다.

일례로, 요즘은 개인이 초고성능 스마트폰 카메라로 밤에 천체 사진까지 찍는 시대인데도 1980년대에 비해 UFO 사진이 올라오는 건 없다시피하다.
예티는 증거랍시고 전해지던 윗머리 가죽이라는 게.. 멀쩡한 기존 동물(야크)의 것으로 밝혀져서 신뢰도가 수직 추락했다. 이런 식이다.

저런 괴물이 존재한다면 이놈은 저그와 프로토스 중에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인간으로 진화 중인 유인원인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연장선인지 등 다양한 관찰과 연구가 가능했을 텐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옛날에는 지금처럼 지식과 정보, 개나 소나 인증샷 동영상들이 넘쳐나고 투명하게 공유된다거나.. 외국의 각종 괴담이나 미스터리들이 신속하게 검증되는 때가 아니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엔 우리나라는 아직 외국 여행도 전면 자유화되지 못했었고, 무려 '유리 겔러' 아재가 염력(!!)으로 숟가락 구부리면서 마술사가 아닌 초능력자 행세를 하는 게 가능했다. 아기공룡 둘리가 "호이~ 호이" 거리면서 마법이 아니라 굳이 초능력을 구사한다고 주제가 가사에까지 묘사된 건 명백하게 그 당시의 사회적인 관심사가 반영됐던 설정이었다~! =_=;;

하지만 어린 시절에 예티에 대해서 읽었던 게 잠재의식 속에 남은 덕분에.. 훗날 퀘이크라는 게임에 나오는 제일 강한 몬스터인 섐블러(Shambler)는 뭔가 예티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 킬 빌 1에서 '오렌 이시이'가 윗머리 가죽이 뎅겅 잘리면서 죽는 장면에서도 예티의 윗머리 가죽이 떠오르고 말이다..;; 예티의 존재감이 강렬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13 08:35 2021/04/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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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관행들

군대라는 곳은 규율, 질서, ‘절도 있음’을 강조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무엇이든 구부리지 않고 ‘각 잡는 걸’ 아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부 관행은 비록 폼 나고 멋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전투력과는 별 관계 없으면서 쓸데없이 삽질스러운 똥군기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1. 직각 식사와 거위걸음

위의 둘은 그야말로 군대· 군인의 상징이다만.. 실제로 해 보면 엄청나게 힘들고 부자연스럽고 불편한다. 현직 군인이라도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건 무리이다.
한국군의 경우 쌍팔년도 급의 먼 옛날에는 심지어 병들에게도 싸제물 빼기의 일환으로 훈련소에서 직각 식사를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부사관들조차 그냥 패스이고, 저건 최정예 사관학교 생도만의 한 달 남짓한 통과의례로 존재감이 많이 축소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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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거위걸음은 걷거나 달릴 때 무릎을 굽히지 않으면서 걷는 동작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매 걸음마다 다리를 반쯤 발차기 하듯이 고각으로 드는 게 포인트다. 팔은 반대로 자연스럽게 흔들지 말고 차렷 자세이거나 소총을 파지하거나, 아니면 거수경례 자세를 유지한다. 시선은 정면이 아니면 측면에서 이 행군을 관전하는 최고존엄-_-이나 지휘관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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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수백· 수천 명의 병사들이 동시에 똑같이 수행하면 굉장히 웅장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각 식사로도 모자라서 거위걸음 행군은.. 자유 진영 민주주의 국가보다는 과거에 전체주의 군국주의가 강한 나라 내지.. 오늘날의 북괴· 중국 같은 공산권 국가의 관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치 카드섹션 매스게임처럼 말이다.
라이온 킹 Be prepared 노래에서 하이에나 떼거지들의 행군 장면도 생각해 보시길..

총검술이야 냉병기 쓰던 옛날 군대 전술에서 유래되었지만, 저런 직각 식사나 거위걸음은 의외로 머스킷+전열보병 급의 옛날 군대하고도, 격투기 무술하고도 아무 관계가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국 무술이나 일본 닌자 어쌔신 같은 것도 사실 19세기 말에야 정립됐듯이, 저 둘도 그에 준하는 비슷한 시기에 서양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흑백 카메라 내지 후장식 총기의 등장 시기와 비슷하다.

2. 거수경례

군인은 각 잡는 차원에서 평상시에 고개조차 함부로 숙이지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인사 대신 거수경례가 관행이 돼 있다. 뭐, 나치식 경례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제는 영구봉인 돼 버렸고..
여느 격투기 스포츠라면 대련 전에 상대방에게 인사 정도는 아무 제약 없이 고개를 선뜻 숙이며 한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런 데서 거수경례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군대라고 해도 해군은 좁은 배의 복도에서 그 정도 팔 뻗을 공간도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경례를 더 약식으로 한다고는 한다.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경례 자세는 뭐 똥군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성경에는 야전에서 얕은 개울물을 마실 때 경계하는 자세로 손으로 떠서 마신 사람 vs 그렇지 않고 팍 엎드려서 입을 수면에다 대고 벌컥벌컥 마신 사람을 갖고 군인 자질을 평가한 대목이 있다(삿 7:5-6). 그 유명한 기드온의 300 용사가 이 기준으로 선발되었다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할 점이다.

한편, 단재 신 채호 선생은 세수할 때도 고개를 안 숙여서 옷을 다 적셨다고 한다. 그건 개인적인 다른 신념 때문에 그리한 것이지, 군사적인 각진 멋을 추구했기 때문은.. 아니다. -_-;;

3. 불침번

인간이 만든 거의 모든 건물이나 시설에는 24시간 상주하는 경비원이 있다. 이는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사람은 잠을 자야 하니 24시간 경비를 서려면 2명 이상이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또한 건물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이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오지로(폭우, 들짐승 등..) 야영이라도 갔다면 아무래도 교대로 불침번을 서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군대에는 위병소나 GOP 같은 곳의 외부 경계 근무와 별도로, 병사들이 지내는 생활관(내무반) 내부에서도 일정 주기로 불침번을 운용하고 있다. 이건 직각 식사나 거위걸음처럼 멋이나 간지는 전혀 없으면서 군생활의 스트레스와 난이도를 크게 올리는 주범이다.

군인들은 군대 일과표 상으로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8시간 수면이 보장돼 있지만.. 며칠이 멀다 하고 돌아오는 불침번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수시로 중간에 잠을 깨야 해서 거의 절반 남짓밖에 못 자기 때문이다.
이건 뭐 완전한 근무도 아니면서 휴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식 같은 것도 아닌 이상한 관행이다. 안 그래도 군인 병은 마치 시내버스의 안전벨트 열외만큼이나 근로기준법에서 열외되어(최저임금..) 착취 당하고 있는데 불침번은 열정페이 착취의 최고 정점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군 병원에서 병사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형식적인 불침번을 세웠다고 한다. 이건 불침번이 가능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가르는 기준부터가 명확하지 않고 그냥 부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별 이유 없이 쫄병은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풀어진 채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는 탁상행정에서 유래된 부조리이다. 질병이야말로 푹 자고 푹 쉬어야 빨리 낫는다는 게 기본 상식 아닌가?

내가 알기로 해군과 공군은 불침번 같은 거 없다. 마치 직각 식사라든가 심지어 수류탄(!!)처럼.. 훈련소 시절에만 잠깐 체험하고 그걸로 끝이다. 국군도 더 근대화 현대화되면 무식한 의지드립 강요 똥군기에서 벗어나서 내부 관행들이 더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생활관 내부를 24시간 제대로 지키고 싶으면 밤에 정식으로 당직병을 두고, 이튿날 아침에 온전한 근무 취침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불침번 교대자를 보면 컴퓨터의 연결 리스트 자료구조를 보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06 08:34 2021/04/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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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에 도스용으로 만들어졌던 프로그래밍 툴 중에는 자기 언어로 만들어진 예제 프로그램으로 그럴싸한 게임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QBasic의 경우, 포트리스 내지 Scorched Earth와 비슷한 형태의 턴 기반 슈팅인 '고릴라'가 유명했으며.. 길다란 뱀을 사방으로 적절히 조종하면서 아이템(?)을 먹는 퍼즐인 nibbles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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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을 먹을수록 뱀은 길이가 더 길어지며, 머리가 벽은 물론이고 자기 몸통과도 부딪치지 않도록 조종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뱀의 이동 속도가 더 올라가고 장애물도 더 많아져서 게임 진행이 더 어려워진다.
영문판 원판은 80*25 텍스트 화면에서도 아스키 그래픽 문자를 적절히 이용해서 글자 한 칸을 상하로 쪼개어 세로 공간을 두 배로 늘리는 편법을 구현했다. 하지만 한글판에서 제공된 nibbles는 문자 코드의 한계로 인해 그런 게 다 삭제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소 말고 볼랜드 개발툴에서 제공한 예제 프로그램 중에는 가히 이 분야의 끝판왕이 있었다. 번듯한 체스 게임이 컴퓨터 AI까지 포함해서 소스가 통째로 제공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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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기억하는 분 계신가..?
그런데 이게 bgidemo보다 훨씬 덜 유명하고, 본인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얘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아무 버전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예제는 아니었기 때문이지 싶다.
즉, 보급형인 Turbo가 아니라 기함급인 Borland라는 브랜드가 붙은 C++ 내지 Pascal을 설치하고, Windows 개발 환경에다 자체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까지 다 선택해야 얘를 구경하고 돌려볼 수 있다.

이 예제 프로그램의 이름은 볼랜드에서 개발한 C++용 Windows API 프레임워크의 이름을 딴 OWL Chess였다.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Turbo Vision 기반의 도스용 체스 예제도 있었다. 체스판과 말을 그래픽 모드가 아니라 텍스트 모드에서 꽤 기괴한 색과 특수문자를 동원해서 표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내역은 너무 오래돼서 잘 모르겠다.

Windows용 OWL Chess는 이런 식으로 동작했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 16비트 전용이다. 32비트 에디션에도 포함됐다거나, Delphi 및 C++ Builder 같은 후대의 컴포넌트 기반 RAD툴로 리메이크 됐다는 소식은 내가 아는 한 없다. 그러니 얘는 Windows XP에서 실행됐을 때도, 저 스크린샷에서 보다시피 프로그램의 제목 표시줄에 테마가 적용돼 있지 않다.
  • 역시 저 스크린샷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창 크기는 고정 불변이다. 요즘처럼 모니터가 크고 화면 해상도가 높은 시대엔 크기 조절이 안 되는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 키보드 포커스가 딴데로 넘어가서 프로그램이 비활성화 되면 즉시 게임판이 가려지고 pause 모드로 바뀐다.
  • 컴퓨터 AI는 1990년대의 바둑 같은 보드 게임 AI들이 그랬던 것처럼 규칙 기반으로 move를 평가하고, 재귀적으로 수읽기를 하면서 알파-베타 가지치기로 복잡도를 제어하는 식으로 구현됐다. 생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멀티스레드라는 것도 없던 시절에 이 동작이 찔끔찔끔 idle time processing만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컴퓨터의 생각이 현재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가 수시로 현란하게 시각적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지겹지 않다.

하긴, 1990년대 초중반에는 프로그래밍깨나 공부 좀 한 사람들이 도스의 그래픽 모드에서 아기자기한 오목· 장기 게임을 구현해서 PC 통신 자료실에 무료로 공개한 게 많았다. 아, 심지어 화투 치는 고도리...도 그 시절부터 있었다.
또한 그 시절에 유명한 프로그래밍 기술 간행물이던 '비트 프로젝트' 시리즈에도 초창기엔 Borland C++로 개발한 Windows용 장기 게임이 있었다.

지금이야 국내에서 유료 판매까지 되고 있는 장기 게임 프로그램으로는 '장기도사'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는 '바다장기'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얘가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원조 OWL Chess의 소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프로그램의 외형과 동작이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또한 바다장기도 검색을 해 보면 16비트스러운 스크린샷밖에 안 나오는 게 더욱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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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양의 체스와 동양의 장기가 완전히 동일한 게임은 아닐 텐데, 체스 AI를 장기 AI로 룰을 개조하는 건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판 AI 코드도 move를 기술하고 평가하는 룰 계층만 바꿔 주면 어지간한 보드 게임의 AI에 모두 대응 가능하도록 상당히 추상적이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바다장기는 AI를 '추론 엔진'이라는 용어를 써서 표현했다.

일개 예제 프로그램의 체스 AI가 전문 상업용 AI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디인가? 지금 저 프로그램의 소스를 다시 볼 수 있으면 보드 게임 AI의 구현과 관련해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얘의 소스만 어디 github에 따로 올라와도 될 텐데 말이다.
본인은 체스는 룰조차도 모르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오목과 스크래블이라는 보드 게임 AI를 연구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이어서 이런 쪽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21/03/17 19:35 2021/03/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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