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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 기초 이야기

a*x + b*y + M = 0
c*x + d*y + N = 0

이라는 두 개의 이원(x, y) 일차방정식이 있다고 치자. 흔히 연립방정식이라고도 불린다.
이 방정식을 풀려면 x, y 중 하나의 계수를 a나 c, 아니면 b나 d로 맞춰 줘서 한 변수를 소거해야 한다. 그래서 일원 일차방정식으로 바꿔서 반대편 변수의 근을 구한 뒤, 그 값을 대입하여 원래 변수의 근까지 구하면 된다.

이를 일반화하여 위의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뭔가 규칙성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잘 안 외워진다.

x = (N*b-M*d) / (a*d-b*c)
y = (N*a-M*c) / (a*d-b*c)

분모를 보니 생각나는 게 없는가?
그렇다. 이것은

[ a b ]
[ c d ]

라는 원소로 구성된 2*2 정방행렬의 행렬식을 구하는 공식이다.
이 행렬식의 값이 0이라는 건 a:b와 c:d의 비율이 동일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행렬을 구성하는 벡터들은 서로 일차(선형) 독립을 이루지 못하며, 상수항이 어떻냐에 따라서 이 방정식은 근이 무수히 많거나 근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런 행렬을 거친 일차변환은 2차원 평면을 1차원 선이나 점으로 찌그러뜨린다. 이런 행렬은 영벡터(모든 원소의 값이 0)가 아닌 벡터 중에서도 자신과의 곱을 영벡터로 만드는 물건이 무수히 존재하게 된다(Ax=O).
예를 들어 연립방정식 x+2*y = 0 과 3*x+5*y = 0의 근은 x와 y가 모두 0인 trivial solution 단 하나밖에 없으나, x+2*y = 0과 3*x+6*y = 0은 두 식이 동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x = -2*y이기만 하면(가령 2와 -1) 식이 성립한다. non-trivial solution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결국, 근이 무수히 많을 수 있다는 말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이들은 모두 필요충분조건 관계에 있으며, 이외에도 이런 행렬의 엄밀한 특성에 대해서는 선형대수학 시간에 많이 배우게 된다.

말이 길어졌는데, 그럼 변수가 세 개 이상이 되면 근을 구하는 양상이 어떻게 바뀔까?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복잡해진다.

변수가 2개일 때는 x, y 근에 최대 두 변수의 곱(최대 2차)으로 이뤄진 항이 분자와 분모에 2개씩 있었다.
그러나 3개일 때는 세 변수의 곱으로 이뤄진 항이 분자와 분모에 6개씩 들어간다.
그리고 이를 일반화하면, n원 1차 연립방정식의 근은 n개의 변수의 곱으로 이뤄진 항이 분자와 분모에 무려 n! (팩토리얼)개씩 들어간다!
이것이 '폭발적'이라는 단어의 의미이다. 예를 들어,

[ a b c ]
[ d e f ]
[ g h i ]

라는 3*3 정방행렬의 행렬식은 다음과 같다. 어떤 규칙성이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잘 외울 수 있겠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라.;;

a*e*i - a*f*h - b*d*i + b*f*g + c*d*h - c*e*g

a가 속한 행과 열을 제낀 2*2 행렬(e f / h i)의 행렬식에다가 a를 곱해서 더하고,
다음으로 b가 속한 행과 열을 제낀 2*2 행렬(d f / g i)의 행렬식에다가 b를 곱해서 빼고,
끝으로 c가 속한 행과 열을 제낀 2*2 행렬(d e / g h)의 행렬식에다가 c를 곱해서 더하면.. 이 행렬 전체의 행렬식이 나오긴 한다. 2*2 행렬식이 2개의 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런 식이 3개가 늘어나니 총 6개가 되는 게 맞다.

이런 방식으로 행렬을 쪼개면 그 어떤 크기의 행렬의 행렬식도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크기가 3을 넘어가는 행렬에 대해 행렬식 내지 방정식을 푸는 일반적인 공식을 구하려는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다. 머리 터진다..;;

참고로 1변수 n차 방정식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2차 방정식은 잘 알다시피 비교적 외우기 쉬운 근의 공식이 존재하는 반면 3차와 4차는 근의 공식이 있기는 하나 인간의 머리로 도저히 외울 수 없을 수 없을 정도로 미치도록 복잡한 형태이다. 게다가 서로 인접한 차수끼리 규칙성 같은 것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5차 이상부터는 대수적인 방법만으론 깔끔하게 풀 수조차 없다.
그에 반해 n변수 1차 연립방정식은 비록 그 정도로 카오틱하게 복잡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다른 양상으로 복잡해진다는 게 오묘한 점이다.

그리고, 이건 일반적인 공식을 구하려 할 때 딸려 나오는 식이 지수함수 급으로 복잡해진다는 소리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그때 그때 특정 숫자가 주어진 행렬의 행렬식을 구하는 알고리즘의 시간 복잡도가 지수함수라거나 NP 완전 문제 급이라는 뜻은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변수가 3개를 넘어가는 방정식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가령, 변수가 x, y, z라고 치면 일단 모든 방정식의 x의 계수를 1이든, 맨 위의 식의 계수로든 어쨌든 하나로 일치시켜야 한다. “등식에서 같은 수를 더하거나 빼도 등식은 성립한다.” / “등식에서 같은 수를 곱해도 등식은 성립한다” 라고.. 초등학교 산수 시간에 배우는 지극히 당연하고 기본적인 원리를 이용해서 방정식을 푸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x 변수를 없는 놈 취급할 수 있게 만든 뒤, 다음 방정식에 대해서 y 변수의 계수를 일치시킨다.
이런 절차를 반복하여 변수를 z만 남겨서 z 값을 구하고, 다음으로 y, x의 순으로 재귀적으로 근을 구하면 된다.
행렬이라는 물건 자체가 이런 연립방정식을 푸는 동작을 간략하게 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고안되었다.
앞서 말한 절차를 행렬 용어로 표현하자면, 가우스-조던 소거법으로 행렬을 대각화하는 것과 같다.

행렬이 대각화가 되고 나면 방정식을 다 푼 것이나 다름없을 뿐만 아니라, 행렬식의 값은 그 행렬의 대각선 원소들의 곱으로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
행렬을 대각화하는 데 드는 시간 복잡도는 일반적으로 O(n^3)으로, 행렬 곱셈의 비용과 같다.
이 작업을 숫자를 대상으로 곧장 곧장 업데이트하는 게 아니라, 기호를 이용해서 일반적인 경우를 다 고려하여 표현하려다 보면 항 개수가 아까 같은 팩토리얼 급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연립방정식 하니까 응용수학 내지 산업/경영공학 같은 데서 다루는 그 이름도 유명한 선형 계획법(LP)이 생각난다.
이런 데서 다루는 문제는 대체로 변수의 개수가 식의 개수보다 더 많고, 식도 등식이 아니라 부등식이다. 애초에 해 자체는 무한히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프의 능선을 따라다니면서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만족하는 영역을 찾는 게 목적이다. 이런 문제는 실용적인 가치도 무진장 높다.

이런 걸 푸는 제일 간단한 알고리즘으로는 simplex method가 있는데, 그 이상의 디테일은 본인도 비전공자인 관계로 잘 모른다. 변수의 차원이 최대 2차원 정도일 때나 그래프를 그려서 생각할 수 있지, 이 역시 3차원 이상으로 가면 머리에 쥐 난다. 고등학교에서 행렬을 2*2까지밖에 다루지 않는 것, 그리고 전산학에서 간단한 bool 대수 연산을 다룰 때 변수를 3개까지밖에 넣지 않는 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26 19:25 2013/10/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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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판문점과 관련하여 안보 지리 역사 이야기를 늘어놓겠다.
다음은 판문점 주변의 구글어스 사진이다. 이 글 전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므로 별도의 창에다 열어 놓으시기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세상은 참 대단하긴 하다. 이런 봉인된 장소도 항공 사진을 다 볼 수 있고, 사실 올해(2013) 초부터는 구글어스에 북한, 특히 평양의 세부 지리 정보까지 다 뜨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공동 경비 구역(JSA)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이다.
먼 옛날, 북한이 일으킨 6·25 전쟁으로 인해서 우리나라와 북한은 서로 치유가 거의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고, 분단은 완전히 굳어졌으며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은 극도로 커졌다.

그런데 이렇게 영토가 양분된 상태로는 서로 왕래가 전혀 불가능하다 보니 당장 휴전 협정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내부이긴 하나 정치적으로 남한 관할도 북한 관할도 아니고 UN이라는 제3자가 중립적으로 관할하는 지역이 필요해졌으며, 판문점이라는 주막이 있던 지역 일대가 그런 구역으로 설정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옛날에는 주변이 이렇게 허허벌판이었지만 훗날 건물 주변에 전부 풀과 나무가 조성된 듯하다. 지금의 구글어스 항공 사진과 몹시 비교된다.

자, 그럼 이제부터 구글어스 사진에서 우측 하단을 주목하시기 바란다.
가장 좁은 의미에서 판문점은 아무래도 흰색+파란색 지붕 형태로 도열해 있는 아담한 회의장 건물 7개이다. 얘들은 남한과 북한 영토에 반반씩 걸쳐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판문점의 주변 시설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로부터 남한 쪽에 있는 커다란 건물은 '자유의 집'이라고 불리고, 그로부터 남쪽에 있는 연보라색 지붕의 건물은 '평화의 집'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프레스센터이다.

더 남쪽에 있는 칙칙한 건물은 군용차 형상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병영이다. 판문점 주변엔 온통 병사가 경비하는 초소가 늘어서 있다.
그리고 이렇게 건물들이 있는 곳의 오른쪽을 보면 도로가 아니면서 수풀도 없는 공터가 있는데, 거기는 헬리콥터 이착륙장이다. (본인이 분홍색 글씨로 1번이라고 표시한 곳) 저 옛날 사진에서 헬리콥터가 있는 곳과 동일한 지점일 것이다.

다음으로, 판문점에서 북한 쪽을 살펴보겠다.
회의장 바로 이북에 자리잡은 회색 지붕의 직사각형 건물은 '판문각'이다. 남한의 '자유의 집'에 대응하는 건물이라 하겠다. 그리고 좀 더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밝은 옥색 건물은 '통일각'이다. 나머지 건물들은 역시 병영이나 기자 대기실이다.

공동 경비 구역은 군사 분계선 이남과 이북에 있는 남한과 북한의 비무장 지대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안에서는 말 그대로 남한 및 UN군 초소와 북한군 초소도 뒤섞여 있다.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는 판문점 세트가 있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거기 항공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재연해 놓은 시설은 회의장과 판문각 정도이다.

영화 <튜브>가 김포 공항 청사 하나를 빌려서 총격전을 촬영했다고 하지만, 판문점 주변은 영화 촬영용으로 도저히 점거할 수 없는 곳이다. 영화는 아무래도 세트장에서 찍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진짜 판문점과 세트 판문점은 판문각 주변의 경치가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 사진을 눈썰미있게 보고 나면 주변 사진을 보고 여기가 진짜인지 세트인지를 분간하는 게 가능하다.

여기는 민통선 수준이 아니라 군사 분계선에 바싹 근접한 몹시 중요하고 위험한 곳인 관계로, 국내에서는 VIP 급의 높으신 분이 아니면 개인 방문은 불가능하다. 오로지 30인 이상 45인 이하의 단체 견학만이 가능하며 방문 예정일보다 꽤 오래 전에 신청을 해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갔다 온 사람들의 블로그 후기를 보면, 내부 사진 촬영은 의외로 자유로은 듯.
엄연한 우리나라 영토인데 UN 사령부의 허락을 받으면서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서 드나들어야 하는 게 비극임은 틀림없다.

이제 판문점의 서쪽으로 가 보자.
두 길이 합류하는 광장이 있고 광장 중앙에는 자그마한 풀밭이 보일 것이다.
더 서쪽으로는 '사천'이라는 자그마한 개천 위에 놓인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북한이다. (분홍색 글씨 4번)
이 다리는 국토 분단 전부터 있었지만 훗날 남한과 북한 국경을 가르는 다리가 되고 말았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어로도 말 그대로 bridge of no return이다.

예전에는 이 다리가 북한 사람들이 판문점으로 오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 다리를 통해 6·25 전쟁 말에 포로 송환이 이뤄졌고, 마지막으로는 1968년 푸에블로 호 선원들이 석방될 때 이 다리를 건넜다. 당연히 남으로든 북으로든 한번 다리를 건넌 뒤부터는 반대편 국가로 돌아갈 수 없으니 다리의 이름은 정서적으로 적절하게 붙여졌다. 원래 이 다리의 이름은 <널문다리>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대형 사건이 터졌다.
이름하여 1976년 8월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지도를 보면, 판문점의 서쪽에 UN사령부 소속의 '제5 관측소'가 있다 (분홍색 글씨 2번). 항공 사진으로는 잘 안 드러나 보이지만 저기는 언덕 위이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의 남한 방면 말단에는 UN사령부 소속의 '제3 초소'가 있다 (분홍색 글씨 3번). 건너편에는 물론 북한 '제4 초소'가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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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UN사 제5 관측소와 UN사 제3 초소 사이의 표시 지점에, 커다란 미루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분홍색 글씨 5번). 그래서 언덕 위의 제5 관측소에서 제3 초소 내지 <돌아오지 않는 다리> 일대를 감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잖아도 북한은 제3 초소에서 근무하는 UN사 소속 병사들에 대해 납치 시도를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결국 UN사 소속의 미군 장교와 병사, 그리고 여기에 소속된 근로자들이 미루나무를 베어내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을 더 수월하게 감시하려는 이런 시도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 당시 공동 경비 구역에는 UN군이고 북한군이고 사람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기 때문에, 북한군은 각종 딴지와 협박을 걸면서 작업을 방해했다.

8월 6일에 이미 근로 부대 소속의 근로자와 경호원들이 한번 퇴짜를 맞고 쫓겨난 적이 있었기에, 8월 18일에는 나무의 줄기 대신 가지만 치기로 하고 작업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이 때 비극이 시작됐다.

북한군은 이번에도 작업을 방해하고 딴지를 걸더니, 나중에는 갑자기 수십 명의 병사들을 데려 와서는 작업 책임자이던 군인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JSA 내부엔 소총을 들고 들어오지는 못하니까). 특히 미군 보니파스 대위와 바레트 중위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말았다. 겁먹은 근로자들이 도망치면서 버린 도끼로 싸이코패스마냥 사람 얼굴을 마구 찍고 난도질했다. 이들은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피투성이가 된 채 끔살당했다.

사실, 이때 북한군은 “무고한 남조선 로동자들은 놔 두고, 미 제국주의 원쑤들에게 집중적으로 본때를 보여 주라”라고 상부로부터 지령도 받은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 부상자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고도 북한은 우리는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며 이게 다 판문점 일대에 긴장을 조장하려 한 너희들 잘못이라고, 안하무인과 적반하장의 극치의 개념 안드로메다 태도를 보였다.

이에 박 정희 대통령은 그 유명한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겼다. 아울러 “내 군화와 철모를 당장 가져오라!”라는 말까지도 전해진다.
더구나 선전포고 급의 도발로 인해 젊은 장교를 둘이나 어이없게 잃은 미국은 정말 제대로 빡쳤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휴전 이후 최초로 데프콘(경계 준비 태세) 3이 떨어졌다. 참고로 북한의 위협이 전혀 없는 완전 평시가 5,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레벨은 4이다. 3이 되면 한미 연합 사령부에 작전권이 넘어가고 전군의 휴가· 외출이 통제된다. 우리나라 역사상 데프콘 3이 떨어진 때는 저 때와 1983년의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때 단 두 번뿐이었다.

그리고 8월 21일.
미국의 전설적인 나무꾼의 이름을 따 '폴 번연 작전'이 시행되었다.
미국 본토에서 수십 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날아와서 한반도 상공을 배회했다. 그리고 바다에는 항공모함까지 와서 북한 해역을 기웃거리면서 무력 시위를 벌였다.

문제의 구역엔 특전사 소속의 수십 명의 무장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JSA 내부에서는 권총 이상의 무기를 휴대해서는 안 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M16 소총, 수류탄, 크레모아 등 살상 무기들이 즐비했다. 이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작업이 재개된 끝에, 문제의 미루나무는 가지치기 정도가 아니라 밑동만 남긴 채 완전히 베여 나가고 말았다. 아래의 before - after 사진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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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작전 수행 중에는 경비 레벨이 데프콘 3이던 게 아예 전군에 실탄이 지급되는 데프콘 2로 올라갔다!
아마 인류 역사상 제일 살벌한 나무 베기 작업?작전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싶다.

이런 무력 시위는 단순한 나무 베기 이상으로 북한을 낚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만약에 북한이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총을 한 발이라도 쏘면서 도발에 응할 경우, 이 미군 병력으로 JSA에서 얼쩡거리던 북한군들을 모조리 섬멸하고 아예 북한 본토를 폭격해서 군사 분계선을 북쪽으로 올려 버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미국의 초강수에 결국 북한은 깨갱 했다. 아무리 중국과 소련이 북한과 친하다지만 이 사건에서만큼은 그들도 북한을 편들 수 없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니가 병신 인증을 한 거니 빨랑 미국한테 사과나 해라”였다.
김 일성은 내부적으로 '북풍 1호'를 발령하여 전군을 무장시키고 대비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버로우 타고 무력 시위와 도발에 절대로 응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서 미국을 달랬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유감을 표명하고 아주 형식적으로나마 사과함으로써 사태를 겨우 수습시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JSA 내부에도 군사 분계선 경계가 확실하게 생겼다. 도끼 만행 사건 이전에는 판문점 회의장 안까지 칼같이 남북 금이 그어져 있는 수준은 아니었으며, 남한 쪽에 속한 JSA에 북한군 초소도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로 금이 그어졌고 그쪽의 북한군 초소는 모두 파괴· 철거되었다. 요컨대, 아래와 같은 사진은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의 결과물이라는 뜻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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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정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폐쇄되어 남북 사람들이 오가는 용도로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에 북한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거치지 않고 판문점으로 가는 길을 트기 위해 북쪽에 자기네만 쓰는 다리를 또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사흘 만에 뚝딱 건설되었다고 하여 <72시간 다리>라고 불린다. 구글 지도에서 북쪽으로 노란색 음영이 쳐진 길이 경유하는 다리이다.

판문점의 역사에 대해 얘기하면서 도끼 만행 사건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되고 말았다.
북한의 잔학· 흉악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건의 이름에다 '도끼'라는 이름이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영어로도 tree cutting incident뿐만 아니라 axe murder incident라고도 불린다.

참고로 밑동만 남았던 그 문제의 미루나무는 나중에 아예 뿌리째 완전히 뽑혀 없어졌다. 언제 그렇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자리에는 현재 간단한 위령비만이 세워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어스에도 가로수를 암시하는 흔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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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3/10/23 08:29 2013/10/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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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100%

중국어는 딱히 굴절이나 활용이 심하지 않은 고립형이고 1글자 1의미(형태소) 1음절이 성립하다 보니... 한자 같은 문자는 글자 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단점을 빼면 자기 나라 말을 적는 데 그리 나쁜 솔루션은 아니다. 중국이 한자 종주국인 것엔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물론, 그 단점이 꽤 큰 단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중국어는 성조를 빼면 언어적으로 동음이의어도 많다. 그래서 한자로 '팔다'와 '사다'가 모두 같은 음(매)이고, 밝을 명(明)만 있는 게 아니라 어두울 명(冥)도 있다. 그걸 글자에다 뜻을 밝혀 적어서 구분하려는 생각을 한 듯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중국은 한자 자체를 폐지하기보다는 획을 과감히 줄인 간체자를 만들어서 정착시켰는데, 이는 여타 한자 사용 국가들과의 단절과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금과 같이 문자를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으로 다룰 수 있는 성능 좋은 기계가 일찍 발달했으면 쟤들은 굳이 간체자를 만들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2. 일본: 90% 보조 문자만 도입

일본어는 구조적으로 중국어보다는 한국어에 훨씬 더 가까운 언어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한자만을 표기 수단으로 쓰는 것엔 불편함이 있었다. 일본어는 성조가 없고 음운 구조도 간단한 대신, 한자 하나를 여러 음절로 읽을 수 있고 훈독과 음독으로 모두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자기네 단순한 음운 구조에 맞춘 히라가나· 가타카나라는 표음문자를 보조적으로 덧붙여서 쓰고 있다.

한자를 없애고 고유 문자만으로 자기네 언어를 다 표기하는 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길어지고 보기 안 좋아지는 관계로 한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건 영 한계가 있다. 마치 한글 자모가 단독이 아닌 모아쓰기를 전제로 만들어져 있는 것만큼이나 일본의 고유 문자는 한자 같은 여타 문자를 보조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성격이 강하다.

중국어와 일본어 텍스트에 쓰이는 복잡한 한자들은 한 글자씩 짜 맞춰서 입력하기가 너무 느리고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이나 어절 단위로 더 긴 문자열을 입력함으로써 context를 만들고 후보 수를 줄인 뒤에 한꺼번에 변환을 한다. 즉, 이들 언어는 NLP 기술이 동원된 복잡한 입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3. 한국 (대한민국, 북한): legacy로서 극소수 1% 미만. 고유 문자로 사실상 대체

교착어인 한국어의 복잡 미묘한 용언 활용을 한자로 제대로 표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한국어는 음운 구조도 일본어보다 더 풍부하고 복잡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세종대왕은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똘끼를 발휘하여 세계가 놀라고 극찬하는 완전한 형태(full-featured, stand-alone)의 고유 문자를 만들어 버렸다.

한글은 단독으로 써도 시각성과 변별성이 충분히 우수하며, 한국어에서는 한자와 음의 대응이 일본어보다 훨씬 단순한 편이다. 의미상 모순되는 동음이의어만 피해 가면 한자 대신 고유 문자 전용이 어렵지 않게 가능하며, 그것이 이미 실제로 일어났다! 게다가 한글은 NLP 기술 없이 매우 빠르고 편리하게 입력도 되고 기계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20세기 중반 이후로 한반도에서는 한자가 빠른 속도로 도태되어 사라졌으며, 한자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희소하게 등장하는 물건이 되었다. 한국어가 중국어와 아예 완전히 다른 언어이고 한자 표기가 어울리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는 솔루션도 아예 극단적으로 새롭고 과격하게 출발 가능했던 것 같다.

4. 베트남, 몽골: 0% 완전히 폐지하여 흔적조차 없애고 여타 문자로 대체

베트남은 로마자로 공식 문자를 바꾸고 한자를 폐지했다. 단, 베트남어는 중국어보다도 성조가 더 다양해서 이런 걸 알파벳에다 덧붙이는 표기가 꽤 복잡한 편이다. 그래서 베트남 문자는 로마자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에서 마치 아랍어 같은 complex script로 분류되고 있다.

몽골은 먼 옛날에 한자를 잠시 쓰긴 했지만 이내 자기네 고유 문자 내지 러시아 키릴 문자로 문자를 갈아탔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은 베트남보다도 더 한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나라이다.

내가 한자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늘 느끼는 점인데,
한자는 말을 받아 적는 여러 문자 중의 하나이며, 그냥 legacy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각 나라마다 자기 언어 사정에 맞게 편한 대로 처분하면 그만이다. 간체자 개량을 하든, 보조 문자를 만들든, 아니면 다른 문자로 완전히 대체를 하든 말이다. 그리고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굳이 중국어 같은 언어를 쓰는 문화권이 아닌 이상, 저렇게까지 불편하고 무거운 문자를 굳이 고집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간의 한자 통합이 가능해서 사람들이 필담이 가능하다면, 그건 불가능한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정치· 언어· 문화의 장벽을 감안했을 때 호락호락 가능하지 않다.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높으신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봤자 돈과 시간 들인 것에 비해 영양가 있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거라는 데 한 표 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그건 같은 라틴 알파벳을 쓴다고 해서 유럽 국가들이 다 필담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발상이다.

한자는 원칙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없는 chaotic한 글자이다.
뭔가 제자 원리를 봤을 때 한자처럼 생기긴 했는데 인류 역사상 그 어떤 문헌에도 존재한 적이 없는 '유령 한자'가 있다는 건 문자 코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미 아실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문자 코드를 제정하면서 글자들을 수집할 때, 어느 작업 인부가 실수를 한 모양이다.

빽빽한 중국어 자연어 텍스트처럼 생겼는데 실제로는 언어적인 의미가 전혀 없고 실존한 적이 없는 한자처럼 생긴 글자들로만 구성된 텍스트 디자인을 만든 사람도 있다. 그래, 한자는 역시 그런 문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20 08:32 2013/10/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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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Looking for You!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이런 사이트를 발견했다.

"곤시오페아"라고 하는 J-Fusion(일본식 퓨전 재즈) 음악 동호인 커뮤니티이다. 원래는 이 분야의 매니아인 어느 개인의 홈페이지였는데 방문자가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로 발전한 듯하다.

이 사람의 개인적인 주 관심사는 CASIOPEA와 T-SQUARE라는 두 그룹이라고 하지만, 일단 J-Fusion에 속하는 뮤지션들을 다 소개는 하고 있으며, MALTA도 응당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MALTA의 음반 Obsession에 대한 코멘트가 딱 한 건 실려 있었다!

[★★★★★] MALTA의 앨범 중 최대의 집념이 담긴 앨범
개인적으로 MALTA의 최고의 앨범을 꼽으라면 두말없이 이걸 꼽을 것입니다.

Obsession 이후의 작품들이나 심지어 이 앨범과 마찬가지로 GRP세션들이 참여했던 이전작과 비교해 봐도,
두 번 다신 이 정도의 음반이 나오리라 기대가 안 될 정도의 높은 완성도와 감성을 지닌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적인 우수가 배어 있는 Sentimental Morning, Step Closer, Not Yet(하비 메이슨 작),

팝 넘버로서 좀 빠른 템포의 경쾌한 Obsession, 따스함이 묻어나는 Reflections과 Time And Tide,

펑키한 느낌의 101 Freeway(돈 그루신 작)와 Lucky 7,

발라드 Sweet Dreams와 피노키오 주제가이기도 한 커버곡 When You Wish Upon A Star,

돈 그루신의 재즈적 감성이 가득찬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가히 앨범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을 만한 Looking For You까지 버릴 곡이 없는 앨범입니다.

평소 MALTA의 가벼운 음악풍에 실망하신 분이라도 이것만큼은 적극 추천할 수 있습니다.
by 리스너(vintage1900), at 2012-08-27 오후 8:46:00


이 사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뭘 좀 아시는 분이다~~!!
거 봐, MALTA가 발표한 음반들 중 역대 최고가 1988년작의 Obsession이고,
그 앨범에서 최고봉 베스트 곡이 Looking for you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명불허전이다~!

철덕이 아니면 이런 마이너한 일본 재즈 음반을 아는 사람이 국내에 거의 없을 텐데.
철도가 아니라 진짜 음악 매니아여서 아는 거라면... 정말 만나서 인사 나누고 싶다.
글 쓰는 투를 봐서는 MALTA의 대부분의 음반을 이미 섭렵한 사람이다.
이런 음악을 알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Looking for You의 작곡자 MALTA는 일본 사람이지만 이 사람은 버클리 음대 출신이며
이 앨범 작업은 미국에서 서양 사람들과 함께 행해졌다.
색소폰과 함께 병행해서 흘러나오는 신시사이저는 Larry Williams이고
어쿠스틱 피아노 및 키보드는 Don Grusin. 다들 영문 위키백과에 등재가 돼 있을 정도로 유명한 뮤지션들이다. 대단하다.

이런 음악을 새마을호 열차의 출발-종착 때 틀어 줘서 나를 철덕으로 만들어 버린 건, 과거 철도청의 치밀하고 교묘한 음모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17 08:16 2013/10/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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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 7.1

1.

자,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은 개발할 거리가 있는 한 계속된다.
7.0 버전이 나온 지 약 100일 만에,
그리고 공휴일이 된 한글날을 전후하여 프로그램의 새 버전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 새 버전은 7.1이다. 이번에도 내 맘에 쏙 드는 새로운 버전이 잘 완성됐다.

7.1은 기본적으로는 역시 7.0의 버그를 고친 게 많다.
예전에 개발 근황글에서 먼저 언급했던 것처럼 Windows 8 Metro에서 옛한글이 입력되지 않는 문제, Visual Studio 2012의 일부 입력란에서 한글 연속 입력 시 한 타가 씹히던 문제를 해결했다.
7.0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사용자 정의 후보 기능 자체에도 버그가 좀 있던 걸 고쳤다.
그리고..

2.

운영체제의 리치 에디트 컨트롤에 TSF 지원 확장과 관련된 오동작이 있다는 걸 도움말에 '알려진 문제'라고 추가 수록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외부 모듈은 꽤 옛날 버전부터 “TSF 지원 확장” 옵션이 있으며, 이걸 알고 실제로 쓰는 분들이 많은 줄로 본인은 안다. 이것은 한글 IME가 운영체제에다 요청할 경우, 운영체제의 표준 에디트 컨트롤과 Internet Explorer 브라우저 내부의 입력 폼을 TSF A급으로 실험적으로 바꿔 준다. 물론 XP에는 이런 기능이 없고 Vista 이상부터만 지원된다.

이렇게 TSF A급으로 임시 승격되고 나면 잘 알다시피 표준 에디트 컨트롤(가령, 메모장)에서도 단어 단위로 한자 변환이 가능하며 이미 완성된 글자도 낱자 단위로 지우고 역도깨비불 현상 같은 것도 <날개셋> 편집기를 쓸 때처럼 자유자재로 가능해진다.

다만, 이것은 마소에서 100% 지원은 해 주지 않는 비공식 실험적인 기능에 가깝다. 한글 IME 중에서 이런 요청을 하는 물건 자체가 날개셋밖에 없고 MS 한글 IME조차도 이런 짓은 안 한다. 그러니 동작의 기준으로 삼을 여타 프로그램 자체가 없고 내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안 되면 다른 어디에도 해답이 없다. 그냥 사용자가 알아서 조심해서 쓰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은 이 옵션을 켤 경우, 표준 에디트 컨트롤과 IE뿐만 아니라, 리치 에디트 컨트롤도 영향을 받아서 TSF A급으로 바뀐다는 것을 모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표준 에디트 컨트롤이 메모장이라면 리치는 '워드패드'와 같다.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글자별로 서체와 속성(진하게, 밑줄, 이탤릭 등)을 다르게 지정할 수 있고 글자의 크기도 조정할 수 있으며 문단 정렬이 가능하고 표나 그림도 삽입할 수 있다.

리치 에디트 컨트롤도 TSF A급으로 승격된다니 이것은 일면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참 안타깝게도, 지원하려면 좀 제대로 지원하지 여기에는 버그가 좀 있다.
cursor의 위치가 0 또는 1일 때.. 다시 말해서 문자열의 맨 처음 아니면 바로 그 다음 위치에서 한글 조합을 시작하면 두 글자가 조합으로 잡히고 깨진 문자가 삽입되는 등 온갖 오동작이 발생한다. 위치가 2 이상일 때부터는 이상이 없다.

카카오톡 PC 버전이나 스카이프(Skype)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들의 대화창은 리치 에디트 컨트롤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공통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밝힌다. 따라서 이런 데서는 먼저 '..'(마침표 두 개) 같은 문자를 먼저 찍어서 cursor의 위치를 2 이상으로 만든 뒤 한글을 입력하고 나중에 ..를 지우고 보내든가 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TSF A급 확장을 사용하지 말고.

다만, 리치 에디트 컨트롤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본 프로그램인 워드패드는 이런 확장 옵션이 필요 없이 진작부터 자체적으로 TSF A급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저런 문제가 없다.

운영체제의 확장 지원을 통해서 TSF A급이 된 입력란은 한글을 조합할 때 종래의 검게 깜빡이는 사각형 cursor 대신, 조합 전체가 파란 블록으로 잡힌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워드패드나 MS Word처럼 원래부터 TSF A급인 환경은 한글 조합 중일 때 여전히 검게 깜빡이는 사각형 cursor가 나온다. 이런 외형으로 동작 방식을 구분할 수도 있다.

3.

그리고 덧붙여,
예전에는 어떤 에디트 컨트롤에다가 TSF 지원 확장 옵션을 켜거나 끈 걸 적용하려면, 제어판 대화상자를 닫은 뒤에 프로그램의 키보드 포커스를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겼다가 되돌아와야 했다. 그래야만 새 설정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이번 7.1은 창 포커스를 수동으로 바꾸지 않아도 제어판만 '확인'으로 닫으면 설정 변경이 바로 적용되게 개선했다.

4.

bksp 키의 동작 방식에 "연타 시 한번 정해진 동작을 계속 적용"이라는 옵션을 추가했다.
bksp 키의 동작 방식은 기본적으로 현재 한글을 조합 중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동작이 매번 달라지는데,
이 옵션이 켜지면, bksp든 Shift+bksp든 그 글쇠가 처음으로 누르던 순간에 결정된 동작 방식(조합 중이냐 아니냐)을 해당 글쇠를 연타하는 중에 계속 적용하게 한다. 즉, bksp로 인해서 한글 조합 여부가 달라지더라도 계속 낱자 단위 아니면 글자 단위로 지우게 한다는 뜻이다.

보통 한글을 조합 중일 때는 bksp는 낱자 단위로 지우고 Shift+bksp는 글자 단위로 한꺼번에 지운다.
그런데 반대로 한글을 조합 중이지 않을 때 평소에는 bksp는 언제나 글자 단위로 지우다가 Shift+bksp를 눌렀을 때만 예외적으로 낱자 단위로 지우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bksp든 Shift+bksp든 글쇠를 연타하면, 그 다음부터는 한글 조합 상태이든 아니든 한번 결정된 단위로 계속 지우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때 이 옵션을 사용하면 된다. 지금까지 제공되던 bksp 동작 옵션은.. 뭔가 2% 부족한 면모가 있었는데 이 옵션을 도입함으로써 드디어 완전체를 이뤘다.

5.

Windows 운영체제 내지 많은 응용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한글은 조합이 오로지 한 글자 단위로만 만들어진다고 가정하고 동작하는 부분이 많다. 이 가정이 오랜 시간 동안은 참이었다. 그러나 이제 글꼴 처리 기술이 발달하고 옛한글을 여러 글자를 모아서 하나로 표현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그 가정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옛한글 내지 호환용 자모로 표현되지 않은 한글 자모는 조합 과정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다가 조합이 끝나야 글자 전체가 표시된다. 최악의 경우는, 한글 조합을 호환용 한글 자모 한 글자로 시작하지 않으면, 조합이 되지 않고 그냥 튕기기도 한다. 이런 동작 때문에 <날개셋> 외부 모듈은 근본적으로 자체 구현체인 <날개셋> 편집기와 100% 동일하게 동작할 수가 없다.

이 점을 감안하여 이번 새 버전의 외부 모듈은, '한글 표현 방식' 옵션에서 '호환용 한글 자모 사용'을 체크하지 않을 경우 더 강한 경고 메시지가 아래에 표시되게 했다.

그리고 버그 신고 요령도 도움말에다 추가했다.
외부 모듈은 MS IME의 소스를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애시당초 100% 완벽하게 만드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동작이 의심될 경우, (1) 프로그램이 최신 버전인지, (2) 도움말의 FAQ는 미리 읽어 보셨는지, (3) TSF 확장 지원 옵션을 끄고 한글 표현 방식을 원상복귀해 봤는지, (4) MS IME는 문제 없는데 이 프로그램만 그러는 게 확실한지 등등을 먼저 확인하고..

버그 신고시 운영체제의 버전과 언어, 비트수, 그리고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를 연 직후부터 모든 재연 과정을 일일이 설명할 것을 당부했다.

에필로그:
이렇듯, 7.1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강화한 여러 아기자기한 개선 사항들이 많으니, 7.0 포함 구버전을 사용하고 계신 분은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시길 권한다.
앞으로 7.x 중반까지는, 내년 정도까지는 한글 입력 쪽으로 집중적인 기능 추가가 있을 예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14 08:35 2013/10/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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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ful Grace of Jesus에 이어 본인이 최근에 팍 꽂혔던 명찬양이 있어 내 블로그에다가도 소개를 좀 하겠다.
참고로 CCM이 전혀 아니다. 가사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300년 전에 찰스 웨슬리가 썼고, 곡은 거의 200년 전에 토머스 캠벨이 만든 완전 고전이다.
유튜브 링크: And Can It Be That I Should Gain

클래식답게 리듬도 아주 규칙적이고 쉬운 찬송가 스타일인데 딱히 국내에 많이 소개된 것 같지 않다.
멜로디가 Wonderful Grace of Jesus만치 그저 화사 발랄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려하고 웅장하고 감동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사가 정말 고퀄 일품이다. 너무 '찐하다'. 직접 보시라.

1.
And can it be that I should gain
An int’rest in the Savior’s blood?
Died He for me, who caused His pain?
For me, who Him to death pursued?
Amazing love! how can it be
That Thou, my God, shouldst die for me?

2.
’Tis mystery all! The Immortal dies!
Who can explore His strange design?
In vain the firstborn seraph tries
To sound the depths of love Divine!
’Tis mercy all! let earth adore,
Let angel minds inquire no more.

3.
He left His Father’s throne above,
So free, so infinite His grace;
Emptied Himself of all but love,
And bled for Adam’s helpless race:
’Tis mercy all, immense and free;
For, O my God, it found out me.

4.
Long my imprisoned spirit lay
Fast bound in sin and nature’s night;
Thine eye diffused a quickening ray,
I woke, the dungeon flamed with light;
My chains fell off, my heart was free,
I rose, went forth, and followed Thee.

5.
No condemnation now I dread;
Jesus, and all in Him, is mine!
Alive in Him, my living Head,
And clothed in righteousness Divine,
Bold I approach the eternal throne,
And claim the crown, through Christ my own.

후렴
Amazing love! how can it be
That Thou, my God, shouldst die for me?

어찌하여 나 같은 자가 감히 내 구주의 보혈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있었는가!
나는 민폐만 끼쳤는데 그분은 나를 위해 죽어 주셨다.
죽으실 수 없는 분이 죽다니, 세상에 이런 신비· 미스터리가 따로 없다.
그 신묘막측한 하나님의 섭리를 누가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천사들도 하나님의 지혜의 깊이를 측량하려 했지만 다 실패로 끝났다.
후렴: 놀랍기 그지없는 사랑이로다! 어떻게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죽으실 수 있는가?

대충 이런 내용.
영어에서 it is는 흔히 it's로 줄여 쓰는데, 시나 만화 대사 같은 데서는 이따금씩 2음절이 아닌 1음절의 모음을 생략하여 'tis라고 줄이기도 한다. 우리말로 비유하자면 '오타쿠'를 오덕이라고 줄이느냐 덕후라고 줄이느냐의 차이와 같다.

감상평을 잠시 얘기하자면, 1절 처음에는 I should gain이라고 했다가 후렴에서는 thou, my God, shouldst라고 should가 굴절되는 차이가 발생한다. 가사가 맨 처음부터 And로 시작하는 것도 특이점.

4절은 죄에서의 자유를 묘사하면서 My chains fell off가 나오는데, 이것은 감옥에 갇혔던 베드로의 사슬이 풀리는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행 12:7). 그리고 2절의 sound는 '소리'나 '건전한'이라는 뜻이 아니라 '깊이를 측량하다'라는 뜻으로, 성경에서 사도행전에서만 쓰인 용법이다(행 27:28). 따라서 이 찬양의 가사는 전반적으로 사도행전스러운 느낌을 준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가사가 무려 5절까지 있는 관계로 긴 편이다. 악보에 따라서는 천사가 어떻고 스랍이 어떻고 하는 너무 형이상학적인 2절을 주로 생략하고, 때로는 5절까지 생략하기도 한다. ㅎㅎ

우리 교회에서 지난 8월에 청년부 찬양으로 이 곡을 선정해서 불렀다. 가사는 물론 원판보다 깊이가 훨~씬 덜한 한국어 번역으로..
심지어는 나조차도 한 주간은 Looking for You마저도 제치고 이것만 들을 정도였다.
이런 찬양을 놔 두고 철도 음악을 들을 수는 없어서였다.

작사자와 작곡자는 이걸 한번 부르면서 테스트하고 나서는 “오~ 주여, 우리가 정녕 이런 찬양을 만들었단 말입니까? ㅠㅠㅠㅠ” 하면서 얼싸안고 꺼이꺼이 했을 법도 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11 08:26 2013/10/1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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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노선도!

지금 각종 SNS와 구글, 네이버 등 검색엔진에서 '성경 노선도'라는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아래 그림은 원저자가 본인이다. 김 용묵, 내가 고안한 것임을 이 자리를 통해 밝힌다.

너무 남사스러운 거 같아서 그림에다 딱히 저작권 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자기가 만들지 않은 작품을 자기 것이라고 사칭하는 일은 막기 위해서 최소한의 출처는 알리도록 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철도와 성경이라는 두 분야를 서로 융합해서 표현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을 최초로 만든 건 2006년경이다. 다음은 2006년임을 인증하는 최초의 그림 링크이다.

그러다가 본인은 내 혼자서 발로 그린 노선도를 디자인 일을 하시는 교회의 모 자매님에게 부탁하여 깔끔한 그림으로 만든 뒤, 청지기 카페와 킵바이블에다가 공개했다.
그랬는데 역시 킵바이블의 인지도 덕분인지 이 노선도는 인터넷에서 크리스천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누가 만든 건지도 모르는 채로.. ㅎㅎㅎ

주황과 분홍 같은 붉은 계열은 신구약 성경의 배경 지식이 되는 기초에 속한다. 구약에서는 모세오경, 신약에서는 복음서이다.

파란색은 역사서이다. 구약에서는 역사서가 모세오경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에스더기 구간이 저런 선형을 하고 있는 이유는 시간적으로 느헤미야보다 이전이기 때문이다.
신약에서는 역사서가 사도행전이 전부이며, 사복음서 중 당연히 누가복음에서 파생되어 나온다.

자주색은 소위 대언서로, 신약에서는 계시록이 유일하다.
구약에서 위쪽은 major prophets이고 아래쪽 호세아부터는 minor prophets이다.

사무엘하~열왕기하, 그리고 역대기상~역대기하는 병렬로 배열되어 있고, 이를 대언서가 수직으로 관통한다. 왼쪽은 다윗 이전이고, 오른쪽은 다윗 이후이다.
그리고 에스라와 그 오른쪽의 책들은 바빌론 포로 귀환 이후의 시간대이다.

다음, 연두색은 문학서이다. 욥기는 창세기 시대에서 파생되어 나온다. 룻기는 역사적으로는 사사기 중간에 속하지만 결말이 다윗의 계보로 끝나는 점을 감안하여 그림과 같이 분류했다.
문학서는 위쪽을 차지하면서 예레미야서와 교차하여 예레미야애가로 끝나게 배치한 것이 특징.

신약을 보면, 사도행전 중간부터 바울이 활동하기 시작하므로 바울 서신서의 노선은 그림과 같이 분기되어 나온다.
시기적으로 사도행전 28장까지 다 끝난 뒤에(로마 감금 내지 그 이후 4차 전도 여행) 기록된 것은 사도행전보다 오른쪽에 놓인다.
데살로니가 서신은 바울 서신들 중 상당히 초기에 기록된 서신임을 알 수 있다.

히브리서는 바울 서신과 일반 서신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책이므로 응당 저렇게 배치된다.

즉, 이 노선도는
성경 각 책의 성격, 책이 다루는 연대나 기록된 연대, 그 책이 성경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적당히 시각적으로 나타내면서 책의 66권 배열 순서도 크게 안 흐뜨리려 했다.

사소한 고증 오류가 있을 수는 있으나, 취지는 충분히 설명되었으므로 그런 부분만 약간 고치면 성경에 대한 시청각 교육에 꽤 유용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쪼록 우리 인류에게 성경을 남겨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한국 철도에게 영광 돌리는 바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08 08:31 2013/10/0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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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문득 든 아주 기초 수학 생각이다.
아래 그림은 포물선 2개 x^2+2*x (x=-2..0), -x^2+2*x (x=0..2)와, sin(x*PI/2) (x=-2..2)를 한데 포개 놓은 것이다.
원래 sin, cos 부류의 삼각함수는 주기가 2*PI인데, 이를 4로 좁혀 놓았다.
이렇게 보니까 포물선도 싸인파 곡선과 형태가 생각보다 꽤 비슷해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0부터 2까지 구간의 넓이를 정적분으로 구해 보면 이차함수인 포물선의 면적은 4/3인 반면, 진짜 싸인파의 면적은 4/PI이다. 즉, 포물선에 속하는 면적이 약간 더 크다.

그러나 이 두 곡선은 비슷하게 생겨도 그 본질은 굉장히 다르다. 미분을 해 보면 안다. 이들의 도함수를 그래프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싸인파는 도함수도 기준 위치와 진폭만 다를 뿐, 여전히 전구간이 미분 가능한 매끄러운 싸인파이다.
그러나 두 포물선을 인위적으로 연결한 함수는 도함수가 직선으로 바뀌었고, x=0 지점은 연속이긴 하지만 기울기의 좌극한과 우극한의 값이 서로 달라서 미분이 불가능한 점이 되었다. 마치 절대값이 들어있는 일차함수처럼 된 셈이다.

이걸 또 미분하면 어떻게 될까?
싸인파는 역시 또 싸인파이지만 저 직선은 아예 양수 아니면 음수의 상수함수로 바뀌고, x=0 지점은 이제 연속이지도 않게 된다. 마치 인간이 만든 아무리 매끄럽고 뾰족한 바늘도 확대하고 또 확대해서 보면 울퉁불퉁한 표면이 드러나듯이 말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의 운동 양상은 관성에 의한 등속 직선, 아니면 힘을 한 쪽으로 균일하게 받는 포물선 형태가 있다. 하지만 출렁이는 물결이나 음파 같은 진동은 삼각함수에 속하는 싸인파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오히려, 포물선 두 개를 갖다붙인 것에 불과해서 미분하면 딱딱한 절대값 직선으로 바뀌어 버리는 곡선이야말로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형태인 것이다.

왜 싸인파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일까?
삼각함수는 무한소나 무한대로 발산하지 않고 주기를 갖고 -1에서 1 사이를 한없이 진동만 한다.
그러면서도 전구간이 단절 없이 연속이고 미분 가능하다. 미분을 해도 심지어 도함수조차 형태를 바꾸면서 주기적으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내가 수학적인 통찰력이 부족해서 그 원리를 다 '이해'와 '실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함수는 돼야 정말 매끄러움의 본질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까지는 한다.

해석학적으로 볼 때 x^n의 x에 관한 미분은 n*x^(n-1)로 떨어진다. 지수함수 exp는 알다시피 (1/ n!)*x^n의 무한합으로 정의되어, x에 대해 미분하더라도 예전항이 바로 다음항의 미분 결과와 같은 꼴이 되는 형태이다.

그런데, 삼각함수인 sin과 cos는 exp를 홀수승 항과 짝수승 항으로 분할함과 동시에 각 항의 부호를 또 +, -로 교대로 오고 가게 바꾼 형태이다. 그래서 함수가 무한대나 무한소로 발산하지 않고 진동하게 된다. 신기하기 그지없다.

미적분학을 공부하면 삼각함수와 더불어 쌍곡선함수라는 물건도 배우게 된다.
얘는 sin과 cos에다가 h를 붙여서 sinh, cosh처럼 쓰는데, 지수함수를 이루는 무한급수에서 각각 홀수승항과 짝수승항만 쪼개서 취한 함수이다. 삼각함수와의 차이는 부호 스위칭이 없다는 점이 전부다.

그래서 쌍곡선함수는 비록 그래프의 모양은 삼각함수와 완전히 다르지만 삼각함수와 굉장히 비슷한 특성을 갖게 된다. sinh와 cosh는 미분하면 부호 스위칭이 없이 서로 상대편으로만 탈바꿈하며, 삼각함수의 덧셈정리와 비슷한 특성도 가진다. 삼각함수가 cos(x)^2 + sin(x)^2 = 1이듯이 cosh(x)^2 - sinh(x)^2 = 1이다. 전자가 원스럽다면 후자는 정말 쌍곡선스러운 형태이지 않은가?

쌍곡선함수는 사실상 수학 해석학적인 의미 때문에나 배우지, 삼각함수에 비해 실생활에서 유용한 구석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얘도 자연에서 의외로 중요한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 cosh가 바로 현수선의 방정식을 나타내는 함수이기 때문이다.

현수선이란 밀도가 균일한 줄이 자기 길이보다 짧은 간격으로 양 끝이 어떤 중력장 안에 매달렸을 때, 자신의 무게로 인해 중력의 방향(아래)으로 축 늘어짐으로써 형성되는 선을 말한다.
이것도 포물선과 비슷해 보여서 혼동되기 쉽지만, 포물선하고는 수학적인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현수선은 증가의 폭이 이차함수가 아니라 지수함수와 같은 스케일이다.

알고 보면 아치도 포물선이 아니라 현수선을 뒤집은 모양이다. 현수선 모양으로 구조물을 건설하는 게 모양이 역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형성된다고 한다.
왜 현수선이 cosh 함수의 형태로 형성되는지 수학적으로 증명하려면 물리학, 미적분학 등 여러 방면의 이론이 동원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현수선은 일부만 잘라 내도 그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다. 다시 말해 U자 모양으로 된 현수선의 양 끝의 일부를 잘라내서 u부분만 잡고 있더라도 기존 부위가 받는 힘은 변함없으며, 그 구간의 선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각함수와 쌍곡선함수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포물선과는 다른 매끄러움, 출렁거림 등을 표현하고 있다는 게 경이롭다.
자연 현상으로부터 얻은 물리량이라는 게 태생적으로 연속적인 데이터의 형태이다 보니, 물리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학, 특히 미적분학의 발전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했다는 게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05 08:27 2013/10/0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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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일 리플링거(Gail Riplinger). 1947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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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 글자판 운동에다 비유하자면, 거의 킹 제임스계의 송 현 선생님 같은 분.
여성이지만 변개된 역본들을 까는 전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렙이다. 변개된 성경 옹호자 내지 원어· 원문를 빠는 사람들의 천적, 나이트메어이며, 킬러요 저격수이다. 나 같은 사람은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다만, 그 덕분에 주변에 적도 엄청 많다.

구글에서 사진을 검색해 보면 일반 사진보다는, TV에 노출된 장면이 캡처된 게 더 많이 걸려 나온다. 예쁘장한 전형적인 미국 아줌마 인상이라나? 단, 그런 것들은 대개 최소한 20세기 시절의 굉장한 옛날 사진이다.

이분은 New Age Bible Version(국내엔 <뉴에이지 성경 역본>이라고 소개됨), In Awe of Thy Word, Hazardous Materials 같은 전설적인 책들을 썼는데, 다들 수백~천몇백 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거작이다.
그냥 성경간의 차이를 대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KJV를 공격하는 데 쓰이는 알량한 히브리/그리스어 원어 사전이나 원문부터가 완전히 헛점투성이이고 싸그리 잘못된 이유를 다 밝혀 낸다. 그리고 그 바닥 학계가 얼마나 허접하고 더러운지를 까발린다. 종교적이 아니라 학술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적을 상대로는 디버프를 시켜 놓고, KJV에 대해서는 버프 그 자체다. 언어 차원에서 성경의 영어 번역은 KJV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음을 논증하고, KJV의 영어는 매 단어 하나 하나가 거의 뜻글자나 마찬가지라는 수준으로 의미 부여를 시켜 준다. 가령, do의 3인칭 단수가 왜 굳이 doth(더쓰)와 doeth(두이쓰)로 달리 존재하는지 같은 것까지 다 아무렇게나 번역된 게 아니라는 거다.

과장 좀 보태면, 400여 년 전의 KJV 번역자들보다 KJV를 더 잘 알 것 같기도 한 사람이다.

본인은 이분의 저서 Hazardous Materials의 일부를 번역하는 일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chapter 1만 봐도 이건 뭐..
다음과 같은 기상천외한 비유가 들어간 문장들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이분밖에 없다. ㅋㅋㅋㅋㅋㅋ 번역하면서 내가 다 놀랐다.
나부터가 글을 좀 호전· 도발· 공격적으로 쓰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스타일의 글을 번역할 때도 동질감이 느껴진다.

1. 신학교 교수가 강의실에서 포르노를 보여주고는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브의 ‘원판’(original)은 원래 이렇게 생겼지요. 그러니 여러분의 와이프라는 ‘판본’(version)은 원본보다 열등합니다.” 원어 어휘집은 우리의 신앙에 이와 동일한 맥락의 악영향을 끼치니, 정말 기독교계의 포르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이런 체계 하에서 성경학도들은 끝없이 배우지만 진리의 지식에 결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해서 소프트웨어와 서적들을 모으면서 “지혜로워지고” 하나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신들처럼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이미 뱀의 편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더냐?” (Yea, hath God said?)

3. 에이즈(AIDS)라는 질병은 원래는 GRID(게이와 관련된 면역 체계 이상증세)라고 불렸다. 그런데 오늘날은 또 다른 GRID(그리스어와 관련된 면역 체계 이상증세)가 학생들을 물들이고 있다. 영적 면역력을 파괴하여 이단으로 빠지게 하는 것이다.

4. 하다못해 주변에 마약이나 포르노에 대한 유혹이 있다면, 성령의 검인 성경이 신자를 지켜서 그런 것들이 얼씬도 못 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마귀가 그 검을 빼앗아 버리면, 검을 빼앗긴 사람은 앞으로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5. 필자는 자라나는 대학생들로 인한 마음의 부담 때문에 매일 이렇게 기도한다. 그들에게 거짓을 가르치는 자들은 어서 회개하고, 만약 회개를 거부한다면 그들의 거짓말이 강제로라도 잠잠해지기를 말이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합법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되고 거짓말이 최소한 ‘영적인’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 직업을 선택하면 얼마나 좋을까? 중고차 판매 영업사원이 적절할 것 같다. 주님은 여러 위험한 교수들과 성경 의심쟁이들을 본업에서 끌어내셨으며, 일부를 진짜로 중고차 판매업계로 보내 버리신 적이 있다.


사실, 영어로 the original이라고 하면 원어도 되고 원문도 된다. 성경 번역의 품질은 얼마나 정확한 원문을 바탕으로 얼마나 정확한 언어 지식을 동원하여 번역하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킹 제임스 진영에서 기존 성경들이 다 변개되었다고 주장하는 건 대부분이 '원문' 문제이고 <뉴에이지 성경 역본> 같은 책도 다루는 분야가 이쪽이다. 오리겐 같은 사람이 변개한 부패한 원문을 웨스트코트와 호르트 같은 학자가 본문 비평이라는 정신승리 궤변을 들고서 다시 끄집어내어, 성경의 주류로 끌어올려 놓은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거대하고 치밀한 음모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리플링거 박사의 관심사는 원문을 넘어서서 이제 '원어'로 넘어갔다.
변개된 성경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생긴 사람들의 마음을 도저히 고칠 수가 없으니, 악의 무리들은 이제는 본문은 KJV 그대로 놔 두더라도 단어의 뜻이 이게 아니고 원어로는 이렇다는 식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로는 아가페 사랑과 에로스 사랑을 구분해서 표현할 수 없다거나, 하나님의 이름은 히브리어 사자음어 때문에 음가를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식의 괴담 말이다.

그래서 새로 나온 책은 변개된 역본이나 본문에 이어 원어 어휘집, 사전을 신랄하게 까고 있다.
요즘은 사전을 만들 때 편찬자의 주관이 아니라 다량의 말뭉치 분석을 통해서, 거기에 드러난 어휘의 용례를 바탕으로 뜻풀이를 추출하는 게 대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원어 어휘집들의 밑천은 이집트나 그리스 이교도들이 남긴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은 문헌이라는 점이다.

그런 엉뚱한 걸 갖다대고는 단어의 의미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KJV의 오역이라고 트집 잡고 넘기고, 심하면 KJV의 단어의 의미를 세속· 인본주의적인 뜻으로 완전히 왜곡해 버린다. 특히 지옥, 대속, 기도, 은혜 같은 단어가 그런 식으로 왜곡되면 이건 뭐 기독교의 근간이 다 무너지지 않겠는가?

단적인 예로 virgin이 사실 원어에 따르면 굳이 처녀가 아니라 '젊은 여성'도 된다. 이런 식으로 원어드립을 치면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도 얼마든지 공격하고 부정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 주제로는 할 말이 무척 많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글을 맺겠다. 요컨대 킹 제임스 성경에 대해서는

1. 변개되지 않은 바른 본문에서 번역되었으며,
2. 모든 바른 필사본들을 온전히 집대성했다.
3. 원문을 그 누구보다도 탁월한 실력으로 번역했고,
4. 원문을 교리적으로 바른 사상으로 번역했다.


이렇게 알면 정확할 것이다.
1은 무슨 뜻인지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겠지만, 2는 세상의 그 어떤 성경 필사본도 단일 필사본에 성경 66권 전서가 다 담겨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2가 불안하면 마가복음 16장의 마지막 열두 구절이라든가 요한일서 5:7 삼위일체 문제에서 걸려 넘어지게 된다.
1과 2는 원문 계층이고 3과 4는 원어 계층이다. 3은 KJV의 이스터(행 12:4) 같은 우수한 번역을 뒷받침하며,
4는 KJV가 동성애· 여자 목사 옹호, 지옥 부정 같은 불온사상에 물들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성경 역본 논쟁은 확실히 창조-진화 논쟁 바닥과 비슷한 양상이다. 원숭이와 사람 사이의 중간 화석이 없는 것만큼이나 원어· 원문의 막연한 환상도 허상일 뿐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창조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 그 뒤의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이나 부활, 재림 같은 것도 결코 믿을 수 없게 되듯, 성경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 성경에 기록된 그 어떤 말씀도 믿을 수 없게 된다.

KJV 신자의 믿음은 이런 성경 구절 패러디로도 요약될 것 같다. 매우 적절한 비유이다.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 네가 말하기를, 우리에게 아버지를 보여 주소서, 하느냐?” (요 14:9)
킹 제임스 성경을 본 자는 이미 original(원어+원문)을 보았거늘, 어찌 네가 말하기를 우리에게 original을 보여 주소서, 하느냐?


한글-한자 논쟁으로 비유하자면, 리플링거 박사는 수천 년 전의 한중일 한문 고전을 죄다 술술 읽고 해석해 내는 한문 전문가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계몽을 위한 한글 전용을 적극 지지하고 한자 기득권 속에 숨은 위선자 헛똑똑이들의 정체를 폭로하는 의로운 일을 하는 셈이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언어 가지고 말장난을 하시지 않는다. 언어 장벽은 인간의 동반 타락을 막기 위해 허락하신 것일 뿐, 이것이 성경 말씀에 대한 접근성 제약을 의도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아무쪼록 리플링거의 책의 번역문이 어서 출판되어 나와서 국내의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성경에 대한 바른 믿음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02 08:37 2013/10/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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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 국회 기도문

대한민국이 기도로 시작한 나라라는 걸 정치적으로 좀 우파 성향인 크리스천이라면 어렴풋이 들어서 알 것이다.
본인은 수 년 전, 우리나라 초대 겸 건국 대통령인 이 승만 박사의 옛 저서 Japan Inside Out의 번역판인 <일본 그 가면의 실체>가 국내에 출간됐을 때, 그 책을 통해서 저 기도문을 처음으로 접했다.

잠시 역사 배경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대한민국의 제1대 국회인 대한민국 제헌국회는 대한민국 헌법을 첫 제정한 국회이며 1948년 5월 31일 구성되고 1950년 5월 30일까지 활동하였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을 구성원으로 한 최초의 국회이다. (한국어 위키백과 설명)

그 당시는 우리나라에 국회 의사당 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 광화문 근처의 옛 중앙청 홀--김 영삼 정권 때 헐린 그 튼튼한 건물--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였다.
국회의원들은 정확히 세 주 전에 열린 5· 10 총선거 때 선출된 사람들이다. 남한만 단독으로 총선거를 해 버려서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었다는 우려도 받았으나, 북한은 어차피 그 전에 이미 조선로동당 대회를 자체적으로 치렀으니 통일은 애초에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자, 그래서 1948년 5월 31일 아침 10시경이 되었다.

* 임시 의장 이 승만

대한민국 독립 민주국 제 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을 당해 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 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 이 윤영 의원 기도 (일동 기립)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 오랜 시일 동안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사 정의의 칼을 빼서 일제의 폭력을 굽히시사 하나님은 이제 세계만방의 양심을 움직이시고 또한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으심으로 이 기쁜 역사적 환희의 날을 이 시간에 우리에게 오게 하심은 하나님의 섭리가 세계만방에 성시하신 것으로 저희들은 믿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이로부터 남북이 둘로 갈리어진 이 민족의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풀어 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기도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은 길면 길수록 이 땅에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원컨대 우리 조선 독립과 함께 남북통일을 주시옵고 또한 우리 민생의 복락과 아울러 세계평화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뜻에 의지하여 저희들은 성스럽게 택함을 입어가지고 글자 그대로 민족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러하오나 우리들의 책임이 중차대한 것을 저희들은 느끼고 우리 자신이 진실로 무력한 것을 생각할 때 지와 인과 용과 모든 덕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 앞에 이러한 요소를 저희들이 간구하나이다.

이제 이로부터 국회가 성립이 되어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되는, 모든 세계만방이 주시하고 기다리는 우리의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며 또한 이로부터 우리의 완전 자주독립이 이 땅에 오며 자손만대에 빛나고 푸르른 역사를, 저희들이 정하는 이 사업을 완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 이 회의를 사회하시는 의장으로부터 모든 우리 의원 일동에게 건강을 주시옵고 또한 이겨서 양심의 정의와 위신을 가지고 이 업무를 완수하게 도와 주시옵기를 기도하나이다.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의 환희와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다 하나님에게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

이 기도문은 이 윤영 목사가 원고를 미리 써 와서 읽은 게 아니라는 걸 유의하자.
이 승만 의장이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즉흥으로 요청을 해서 기도가 시작된 것이다. 즉, 이건 애드립이다. 텍스트는 속기사가 받아 적어서 만들어졌다.
이런 건 좀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 문헌으로 좀 기재되어 있어야 할 텐데 국회 홈페이지나 위키문헌엔 없나?
<날개셋> 타자연습에는 저 글이 연습글로 수록되어 있다.

뭔가, 아폴로 8호 승무원의 창세기 낭독 사건 같은 걸 보는 느낌이지 않은가.
이런 거 읽을 때만큼은 제발 후천년주의니 정교일치니 그딴 삐딱한 시선은 잠시 집어치우고, 일단 감격하고 감사할 줄 좀 알자.
누군 뭐 국가나 정치와 관련된 성경적 입장을 모르는 줄 아나..?

한쪽에서는 “정의의 칼을 빼서 일제의 폭력을 굽히시사 ... 오늘 같은 날을 있게 하신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속히 오기를 축원하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이러면서 나라를 세웠다.

이 국회를 통해 1948년 7월 17일에 대한민국의 첫 헌법이 공표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공휴일에서 빠진 국경일 제헌절이 이 날로 제정된 것이다.

그 반면, 반대편에서 비슷한 시기에 벌인 북조선 로동당 2차 대회(1948년 3월 27일~30일)는 분위기가 아마 어땠을까? -_-;;
그때는 워낙 초창기이기 때문에 북한도 내부에 여러 파당이 있었으며 노골적인 김씨 우상화는 지금보다 덜했었다.
하지만 이미 인간성 말살이 시작되고 반대파 '반동'들을 비판하고 숙청하고, “동무들, 인민 해방을 위한 과업을 어서 완수하시오” “소련으로부터 지원 받아서 미 제국주의 남조선 원쑤들 다 쓸어버립시다” 이런 권모술수와 추악한 음모가 진행 중이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북한이 태극기 대신 자체적인 인공기를 제정해서 쓴 게 1948년 초쯤부터이고, 애국가도 자기네 애국가를 1947년 하반기부터 채택했으니, 이미 남북 영구 분단 고착은 그 무렵부터 예고된 귀결이었다. 쟤들은 소련의 군사· 경제력을 등에 업고 시민들은 공산주의 지상락원으로 선동하고, 서로 비판하고 감시하고 못 믿게 만들고 팀웍을 해체시키는 방법으로 권력을 꽉 장악해 갔을 것이다.

난 이걸 생각하면 소름이 확 돋는다.
어디 누가 누굴 보고 대한민국이 처음부터 더럽게 시작되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정체성을 부정하고 앉았는가? 괘씸한 놈들!

난 우리나라가 건국 이래로 예수 믿고 교회 댕기고 예배드리고 심지어 거리설교까지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던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자유는 정말 넘치도록 잘 보장되어 있었고, 극소수 있었던 부조리와 제약은 종북 불순분자 빨갱이들 빼고는 하나도 걸릴 게 없었다는 생각이 변함없다.

이 승만 전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건국 대통령으로 충분히 예우받고 존경받아야 한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잘못한 것들은 잘한 것에 비하면 정말 사소하고 불가피하고 최소한 악의는 없었던 것들이다. 특히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친일파 드립은 내 눈에 띄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다 조직적으로 반박해 줄 것이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이 주제만으로 또 블로그에다 글을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무에게나 정말 양심에,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물어 보고 싶다. 종북 빨갱이들조차 적으로 안 보이고 혁명가 투사로 보일 정도로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그렇게도 엿같고 개판이고 다 갈아엎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해 준 게 없는 나라인가?

Posted by 사무엘

2013/09/29 08:36 2013/09/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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