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디지털, FM-AM

전파에다가 정보· 신호를 담아서 주고 받는 기술은 그 형태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했다. 그리고 아날로그 안에서는 AM(진폭 변조) 방식이던 게 FM(주파수 변조)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원 대상 매체를 살펴보면, 음성을 담는 기술부터 발명된 뒤에 영상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영상은 처음엔 흑백만 지원하다가 나중에 컬러로 확장됐다.

AM 라디오는 초보적인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20세기 초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FM 라디오는 제트기, 레이더, 형광등, 초창기 컴퓨터처럼 2차 세계대전 이후에나 대중화되고 보급됐다. FM은 잡음에 강하고 음질이 매우 좋지만(스테레오까지!) 디코딩을 위해 AM보다 더 훨씬 복잡한 회로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덕분에 FM 수신까지 가능한 휴대용 건전지 라디오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건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폰 같은 혁신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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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의 국민라디오 VE301. 280 x 385 x 177 밀리미터.. 전축 스피커 하나 정도 크기였다. ㄲㄲㄲㄲ)

그 전.. 나치 독일이 프로파간다 선전용으로 보급했던 국민라디오는 당연히 진공관 기반에 AM 전용, 답정너 특정 주파수 전용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 기술로 진공관 라디오를 그 정도로 소형화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전자공학 기술의 산물이었다.

FM 라디오뿐만 아니라 텔레비전도 방송 자체는 193~40년대부터 조금씩 등장했지만 대중화된 건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다. 하물며 1960년대까지만 해도 TV는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집집마다 보급되는 게 도저히 무리인 비싼 사치품이었으니 말이다. 그 전에 일반 서민들이 뭔가 영상을 접한 건 TV가 아니라 뉴스 영화 같은 것들이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영상은 AM 방식, 음성은 FM 방식을 썼다. 그래서 옛날에 일부 고급 라디오는 FM에서 주파수를 더 올려서 텔레비전의 일부 낮은 번호 채널의 음성을 수신 재생하는 기능도 있었다.

영상은 음성보다 정보량이 근본적으로 훨씬 더 많고 취급하기 영 빡세다. 그러니 노이즈 때문에 좀 망가지더라도 처리 난이도가 더 낮고 차지하는 대역폭도 더 적은 AM 방식을 사용했다. 단, 지상파 텔레비전이 그렇다는 거고, CCTV나 현관 인터폰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는 영상도 더 깔끔한 FM 방식이 쓰였다.

그 시절에 전파 상태가 안 좋으면 TV의 영상은 금방 노이즈 끼고 엉망이 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소리는 어지간해서는 깨지거나 잡음 끼지 않고 양호한 편이었던 걸 요즘 3~40대 이상 연령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그게 바로 이런 차이점 때문이다. 시스템이 일부러, 화질보다 음질을 더 신경 쓰는 쪽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영상을 통째로 디지털로 구현하는 건 1980년대 후반까지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1978년에 등장한 레이저디스크는 오늘날의 CD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광학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은 화질만 더 좋아진(TV나 VHS 비디오 테이프 대비) 아날로그 FM 신호로 기록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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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와 레이저디스크. 지름 12센티미터와 12인치의 차이가 저랬다.)

1982년에 등장한 CD는 소리를 디지털로 기록한 매체이긴 하지만 잘 알다시피 쌩 무압축이다. 영상은 그런 식으로 디지털화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니 엄청난 컴퓨팅 능력을 가진 코덱이 필수였다.

1987년에는 IBM PC 차원에서의 마지막 그래픽 카드 규격인 VGA가 등장했는데, 그 당시의 단자 기술로는 고해상도 컬러 그래픽 영상을 화면에다 쏴 주는 대역폭이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VGA D-SUB 단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졌었다!
비디오 메모리가 겨우 256KB네 512KB네 하면서 640*480 해상도를 논하던 시절,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DVI나 HDMI 같은 디지털 단자로 세대 교체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1990년대가 돼서야 디지털 동영상을 표방하는 MPEG1 기반의 Video CD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건 매체의 용량으로나, 가정용 컴터들의 성능으로나.. 기존 아날로그 텔레비전이나 비디오(VHS)에 비해 그닥 뛰어나지 못해서 묻혔다.
1990년대 말, MPEG2 기반에다 DVD 정도가 등장한 뒤에야 서서히 판도가 바뀌었다. 영화도 컴퓨터로 보는 시대가 됐으며, 그리고 기존 텔레비전도 디지털로 바뀌고 화질이 바뀌고 무엇보다도.. 화면 종횡비도 더 납작하게 바뀌었다.

여기에 덧붙여 컴퓨터의 성능이 더욱 향상되고 무선 인터넷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졌다. 그 덕분에 2010년대부터는 영화를 디스크 집어넣어서 보는 게 아니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게 됐다. 이 때문에 DVD 다음의 광학 매체인 블루레이는 오히려 인기가 영 시들해졌다.
MPEG 1과 2+의 존재감의 차이는 조금 분야가 다르지만 유니코드 1과 2+의 존재감의 차이와도 비슷한 넘사벽이 된 듯하다.

오늘날 디지털 TV가 전파를 주고 받는 방식은 둘 중 하나만 따지자면 FM보다는 AM의 변형 확장에 가깝다. 잡음 오류 검출은 디지털 신호에 담긴 정보의 체크썸으로 알아서 하니, FM의 고유한 장점이 별 의미 없기 때문인 듯하다.
깜빡거리는 형광등이 없어지고 PC에서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가 없어지고(SSD..), TV에서 백색잡음이라는 게 없어지다니.. 아니 백색잡음 영상을 인코딩한 디지털 동영상을 유튜브로 일부러 찾아 재생하다니 참 기가 찰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이라는 건 그 음성이나 영상 신호의 원자적인 기본 단위까지 기계가 다~ 0 아니면 1로 100% 정확하게 파악하고 변별한다는 걸 의미한다. 아날로그는 그런 보장이 없다.
아날로그 기기는 이 신호가 진짜 신호인지 노이즈인지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영상이나 음성으로 변환해 내보내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디지털이 아날로그 FM보다도 훨씬 더 고급 기술인 것이다.

※ 여담: 레이저디스크

레이저디스크는 비록 영상을 아날로그 뭉텅이로 다뤘지만 그래도 VHS보다야 월등히 더 뛰어난 매체였다. 단순히 화질만 더 좋은 차원이 아니었다.
오디오 CD와 마찬가지로 테이프를 번거롭게 감을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디지털 영상과 마찬가지로 화질 저하 없이 고속 재생이나 일시정지가 가능했다고 한다. 오~ 이걸 생각하니 현타가 온다.

VHS는 잘 알다시피 그 작은 테이프에다가 영상 정보를 최대한 많이 집어넣기 위해 영상 정보를 기울인 사선 모양으로 기록한 걸로 유명한데..
그 대신 조금이라도 일반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테이프를 다루면 재생하면 헤드-트랙 사이의 동기화가 깨져서 화면 유지가 안 됐다. 일시정지를 시키는 것조차도 뭔가 건물 엘리베이터를 닫힘 버튼 누르면서 존버하는 것 같은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프레임 단위 이동이나 고속 재생 같은 것에도 매우 취약했다.

하지만 레이저디스크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니.. 그 시절엔 정말 꿈만 같았겠다. 그리고 얘는 후기형 한정이지만 음성은 오디오 CD처럼 디지털화도 됐다고 한다.
하지만 얘는 그 시절에 비싸도 너무 비쌌기 때문에 VHS처럼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니 그냥 소수의 영화광들 전유물로 머물렀다. 너무 크고 무겁고 보관하기 어려웠다는 단점은 덤이고..

Posted by 사무엘

2026/01/02 08:35 2026/01/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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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질

  • 영화 필름은 기본적인 화질은 좋지만.. 상태가 안 좋아지면 색이 바래지고 화면 곳곳에 검은 점들이 반짝반짝 거렸던 편이다.
  • 아날로그 TV는 근본적인 화질이 별로 안 좋고, 그놈의 노이즈가 문제였다. VHS 비디오 테이프는 TV보다도 화질이 더 안 좋았다.
  • 컴퓨터로 재생하는 디지털 동영상은?? 빡센 압축 때문에 JPG 깍두기 화질 열화라는 게 있었다.

그랬는데..
오늘날 영상 재생 기술은 정말 정말 경이롭기 그지없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이 아주 정교한 정지 영상처럼 화질이 좋다. 그것도 다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옛날 같은 잡음 노이즈 깍두기 등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텔레비전이고 영화고 화질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걸 뭘로 느끼는가 하면.. 영상 속 각종 자막이나 글자가 2, 30년 전보다 엄청나게 작아진 걸 보고 느낀다.
저화질에서는 저런 작은 글자를 넣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일반인이 유튜브로 이미 1K, 2K니 4K니 하는 초고화질 영상을 보는 세상이니, 영화관의 그 커다란 벽면에다 쏠 정도인 영상은.. 7K급이라고 카더라처럼 듣긴 했다.
물론 전자기파의 속도나 대역폭 자체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닐 테니.. 전자 신호를 갈아넣는 기술이 더 발전하고 그거 중계하고 쏘는 인프라들이 곳곳에 엄청 많이 깔린 것이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도 더 발달했고 말이다.

아날로그 TV로 아무 채널이나 틀면 나오는 치지지직 백색잡음을 일부러 들으려 해도 듣기 어렵고, 아예 그걸 따로 인코딩을 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하는 지경이다.
(디지털 방식에서는 그런 아무말 전파는 디코딩 실패 오류로 처리되니 애당초 화면에 뿌려지질 않음)

이건 뭐 아날로그 시계 바늘을 작대기 실물 현물을 기울여서 구현하는 게 아니라, 작대기 모양 직사각형을 삼각함수 회전변환으로 좌표 계산해서 구현한 것과 같다. 백색잡음조차 그런 방식으로 졸라 어렵게 현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제는 텔레비전도 반쯤 컴퓨터가 됐다. KBS MBC 같은 제1군 지상파, 그 뒤 셋톱박스 얹어서 시청하는 제2군 케이블 방송, 그 다음으로 넷플릭스 같은 영화 스트리밍 제3군을 골고루 나눠서 시청하는 영상 단말기가 됐다.
DVD나 블루레이 같은 물리적인 영상 저장 매체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존재감이 아주 작아지고 주류에서 밀려났다.

2. 사진

요즘 사진과 영화는 처음에 발명됐던 것처럼 필름에다가 아날로그 기술로 빛을 화학적으로 담고 현상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영화는 저렇게 극초고화질로 압축된 디지털 동영상이고, 사진은 고화질 고해상도로 정교하게 컬러 인쇄물일 뿐이다.
이를 제조하는 기계가 그 이미지의 모든 정보를 픽셀 단위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고 있다. 이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이다.

쌍팔년도 시절엔 사진관에 가서 필름을 맡기고 나면 최소한 다음날이나 며칠 뒤에 사진을 찾아 왔었다!
그게 조금 발전하면 “23분 완성, 5분 초고속 완성”..;;
사진 인화, 현상을 겁나게 신속하게 해 준다는 뜻이었는데 지금 관점으로는 정말 바보 같다. “고성능 특급 증기 기관차로 경성-부산을 무려 6시간 반 만에 주파”처럼 들리니까 말이다. (저건 1930년대 아카츠키 호 소개 문구. -_-)

3.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

1990년대 말까지는 음성은 카세트 테이프, 영상은 VHS 테이프(매체)라는 아날로그 매체가 수십 년 동안 쓰였다.
영상은 아무래도 음성보다 정보량이 월등히 더 많이 들다 보니, VHS는 길쭉한 테이프(매체 속에 돌돌 감겨 있는 실제 띠)를 딱 최단거리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삐딱하게 기울여서. 즉 |를 /로 바꾸는 꼼수까지 썼다. 그래서 헤드와 테이프가 접촉하는 구간을 늘리고 정보를 더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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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VHS 비디오 재생기는 헤드도 테이프(띠)를 비스듬하게 감쌌으며, 테이프(매체)를 넣거나 뺄 때, 그리고 재생하거나 정지할 때 각종 고정/해제 전처리 후처리 준비가 꽤 오래 걸렸다. 카세트 테이프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카세트 테이프는 일부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투박한 물건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즉시 재생도 됐던 반면, 그건 비디오 테이프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정말 의외의 사실인데,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는 영상을 띄워 놓은 채로 일시정지 기능을 구현하는 게 몹시 무리였다. 엥??? 컴퓨터가 쏴 주는 디지털 영상에서는 정말 식은 죽 먹기도 아닌 일이 도대체 왜 저런 거지..???
일시정지도 무슨 미분을 하듯이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그 구간을 헤드에서 계속 읽어서 신호로 보내야 했다. 오랫동안 일시정지를 시키면 테이프나 헤드에 무리가 갔으며, 그 동안에 화면 화질이 떨어지고 노이즈도 잔뜩 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비디오 재생기에는 요즘 컴퓨터처럼 비디오 메모리나 그래픽 카드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자신이 만들어 낸 영상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0과 1 차원에서 다 기억해서 화면으로 지속적으로 쏴 주는 형태가 아니다.
그러니 일시정지조차도 테이프를 같은 지점만 계속 읽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차가 멈춰 있는 상태로 핸들을 너무 많이 돌리면 타이어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가는데, 이와 비슷하게 장시간 일시정지는 테이프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유튜브 시대에 옛날 비디오 테이프를 생각하니.. 쌍팔년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열악했다 싶다. 인간이 달이나 화성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딴 분야는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다.

뭔가 비스듬하게 기울이는 거는 문자 타이포그래피에서 이탤릭체에서도 볼 수 있고, 또 대파를 비스듬하게 써는 것(실제 부피 대비 더 커 보기에),
로켓이 발사될 때 살짝 비스듬하게 기울어져서 상승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배기가스 분출 구간을 좀 더 늘리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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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보잉 747의 아버지라 불리는 항공 엔지니어 조셉 서터는 생몰년이 1921-2016이다.
그런데 카세트 테이프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 오텐스는 생몰년이 1926~2021...;; 뭐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VHS의 아버지 내지 주 개발자라고 불리는 엔지니어는 전해지는 게 없는지 궁금하다.

4. 에디슨 과학 박물관

본인은 지난 6월에 여친과 함께 강릉에 갔을 때 말이다.
경포호 부근에서 어디 놀러 갈 데 없나 검색을 하다가 '에디슨 과학 박물관'이란 걸 우연히 발견했었다. 막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고 찾아가 봤는데.. 알고 보니 이거 엄청난 대박이었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참 위대한 오덕 수집가가 계셨구나. '에디슨 과학'은 대표 명칭이고, 사실은 전구, 축음기, 영사기별로 박물관이 따로 있어서 건물 세 채가 한 세트이다. 과학기술과 예술 분야가 잘 만나고 박물관 만들기에 좋은 주제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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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었을 때는 황금귀 진공관 스피커 덕후가 떠올랐는데, 소재가 거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더라.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영상과 음성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니.. 그 당시엔 이게 가히 요술 마법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기· 전자 공학이 그야말로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 있었고, 그게 나중에 궁극적으로는 반도체와 컴퓨터의 발명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전화기, 무선 통신, 교류 전기..

에디슨이 카메라 자체를 처음 발명한 건 아닌 것 같다만.. 그래도 그 뒤에 축음기와 영사기를 만들어서 사진의 영역을 크게 확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긴, 영화도 처음에는 무성 영화부터 시작했다가 나중에 유성으로 바뀌고 컬러도 도입됐다.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엔 오르골이라는 게 있었다. 축음기와 음반이 임의의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mp3 같은 물건이라면, 오르골은 악보를 기록하고 저장해서 음악 연주를 자동화하는 midi 같은 물건이다. 이거.. 나름 구멍 뚫어서 0과 1 정보를 표현하는 천공 카드의 먼 전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종의 디지털 정보 저장 매체인 셈이다.

오르골은 자그마한 크기에 딸랑딸랑 예쁜 소리가 나오는 실로폰형 액세서리만 있는 게 아니더라. 야외에서 멀리까지 소리가 크게 나가는 '리코더형' 오르골도 있는데,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야외 서커스장이나 회전목마 유원지 따위에서 흘러나오던 무슨 피리 소리 같은 BGM들이 바로 이 오르골로 연주되던 결과물이었다. 오오 그랬던 것이군!!

소장품이 저 건물 안에 일일이 제대로 전시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거의 창고 수준이라고 하며.. 작동 가능한 현물이 전 세계에 거의 없다시피한 진귀한 축음기나 오르골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얼추 1시간 간격으로 가이드가 전시품들에 대해 설명도 해 준다.

우리나라에 올드카 수집 덕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분야의 수집 덕후도 계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뭐, 일본의 어느 대기업 회장이 이 소장품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내가 이거 박물관을 도쿄 한복판에 건립할 수 있게 지원해 주겠다. 박물관을 일본에다 짓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는데 설립자분께서 거절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20 08:35 2024/08/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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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비디오 테입 얘기.
옛날에 VHS 방식 VTR은 어린 본인이 보기에 정말 신기한 물건이었다.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TV 채널을 꼭 4번으로 바꿔야 한다. VTR은 또 자신만의 채널 선택 기능이 있으며, TV 채널이 4번인 상태에서 VTR 전원을 켜면 VTR이 설정해 놓은 채널의 TV 방송이 채널 4번으로 포워딩되어 흘러나왔다. 이것이 VTR이 인식하여 녹화 가능한 TV 채널이다. (그렇다면 VTR은 자체적으로 TV 신호 수신 기능이 있다는 얘기인지?)

좀 고급 VTR은 심지어 예약 녹화 기능까지 있어서,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가 녹화 버튼을 안 누르더라도 지정된 시각에 특정 프로가 시작될 때 자동으로 녹화가 되게 할 수 있었다. 카메라에 간단한 예약 타이머 기능이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런 VTR은 시계 기능도 필수였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VTR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보니 화질은 그리 좋지 못하다. 수평 해상도가 240이면 도스 시절 게임 화면인 320*200보다 약~간 나은 수준밖에 안 된다는 소리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TV 신호이든 비디오 카메라 영상이든 녹화가 간편하게 잘 되는 게 좋아서 꽤 오랫동안 시대를 풍미했다.
그랬는데, 비디오와 카세트 테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방송에 대한 녹음· 녹화 풍토도 확 바뀐 것 같다.

지나간 방송 정도야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고, 드라마 같은 건 고화질 동영상 파일을 유료나 무료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실시간 방송은 전문적인 비디오 스트림 캡처 내지 인코딩 프로그램으로 저장하면 된다. 어쨌든 영상 처리를 별도의 가전 기기가 아니라 컴퓨터로 하게 됐다.
방송이 아닌 일반적인 동영상 녹화는 이제 어지간한 디카나 캠코더로 곧바로 가능해졌으니 더 논의할 필요도 없음.

다음은 VHS 비디오 테입 내지 오디오 카세트 테입 관련 추가 잡설들이다.

1. 이 분야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VHS가 한때 소니 사의 베타맥스 규격과 표준안 채택을 두고 티격태격 싸웠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베타맥스가 더 우수했으나 결국 VHS가 살아남았다.

2. 비디오든 오디오든 카세트 테입 재생기에는 위치 탐색용으로 간단한 카운터가 있었다. 오디오 테입은 보통 세 자리(0~999), 그보다 러닝타임이 긴 비디오는 네 자리까지 있었다. 자동차로 치면 구간 거리계 정도 된다.
카운터에는 reset 버튼이 있고, 카운터를 activate시키는 버튼이 있었는데, activate되어 있는 경우, 테입을 재생하거나 감던 중에 카운터가 0에 도달하면 테입의 주행이 자동으로 멈추었다.

오디오 CD는 모든 트랙이 분초 단위로 정확하게 카운트다운이 되다 보니 저런 아날로그 식 카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테입과는 달리 현 재생 위치가 매체의 외관상으로 전혀 드러나지도 않는다. ^^;;
그래서 되감거나 앞으로 빨리 감는 중에는, 감고 있는 해당 위치의 음향을 작게 잠깐잠깐 들려주는 방식으로 동작하곤 했다.

3. 카세트 테입 플레이어는 버튼이 동작하는 방식이 기계식과 전자식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건 본인이 편의상 붙인 용어이다. 재생되는 동안 '재생' 버튼이 쑥 눌러져 들어가 있는 놈은 기계식이고, 그렇지 않은 건 전자식이다. 좀 덩치 있는 라디오는 기계식이지만 워크맨이나 카오디오는 다 전자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기계식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한 치의 딜레이도 없이 곧바로 테입 주행과 재생이 시작된다. 재생 버튼을 누르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테입과 재생 헤드가 고정되며, 버튼이 완전히 눌러져서 고정이 끝나자마자 모터가 돌아가서 테입 주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식은 그렇지 않고 딜레이가 존재하여 불편하다.
비디오 테입은 전자식 카세트 테입보다도 딜레이가 훨씬 더 길며, 재생을 누르고 나서 거의 3초 가까이 뒤에야 재생이 시작됐다. 뭔가 초기화 작업이 많은 듯. 그 딜레이가 개선된 VTR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4. 플로피 디스크, 카세트 테입, 비디오 테입 등은 모두 쓰기 방지 딱지를 물리적인 형태로 내장하고 있다. 추억의 딱지이다. 다만, 3.5인치 디스켓은 별도의 딱지를 붙이는 게 아니라 스위치 비슷한 조작으로 쓰기 방지 설정을 바꿀 수 있었다.
USB 메모리에도 쓰기 방지 딱지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 (뭐, USB에다 꽂는다는 특성상,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꽂는 것만으로도 루트 디렉터리에 악성 코드가 주입되는 것 정도는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ㅠ.ㅠ 애초에 저런 일 자체가 어떻게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일어날 수 있는지부터가 본인은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02 09:04 2010/08/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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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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