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이자 대종교의 핵심 인물이던 나 철과 서 일은 나중에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

먼저 나 철. 그는 대종교의 창시자이다. 대종교는 단군을 숭배하는 종교로, 천도교· 원불교와 더불어 근현대에 한반도에 등장한 3대 신흥 종교라고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배운다. 그런데 대종교가 창시된 지 얼마 못 가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었고, 일제는 총칼을 동원하여 단군의 후손들로부터 단군물을 쫙 빼려는 시도를 했다. 이유야 자명한 노릇이고. 이에, 대종교를 금지하고 박해하기 시작했다. 훗날의 신사 참배 강요+기독교 박해보다도 시기적으로 일렀던 셈이다.

나 철은 이에 반발하여 조선의 독립을 요구하는 서한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내고, 그 뒤 항의의 뜻으로 자결했다.
이 승만보다 전에 나름 서면으로 외교적인 방법으로 일본을 상대로 독립을 요구/청원한 사람이 더 있긴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그런 것들은 다 씨알도 안 먹히고 묵살당했다. 성경에서도 모세의 나약한 해방 청원이 파라오에게 완전히 씹혔듯이(출 5:2-4).

다음, 서 일은 경술국치 직후에 일찌감치 만주로 망명하여 무장 투쟁 노선의 독립 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나 철을 만나서 그의 인품에 감화되어 대종교에 입교하고, 3·1 운동 뒤엔 독립군의 간부로 활동했다. 굉장히 대단한 애국자였다.

우리는 책이나 학교 수업을 통해 김 좌진· 홍 범도 같은 군인과 봉오동 전투· 청산리 대첩 같은 1920년대 초의 승전 소식을 배웠다. 그러나 그 승리의 주역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으며 독립군과 훗날 광복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못 들은 것 같다. 일제가 보복을 명분으로 훈춘 학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 정도가 고작이다.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딱히 아름답지 못했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연이 복잡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학교에서 잘 안 다루는 것이다.
한반도 인근의 러시아가 공산화가 되었으며, 한반도에는 1920년대부터 사회· 공산주의 사상이 들어왔다.
그 사상이 일면 달콤해 보이기도 하고, 또 1차 세계 대전의 결과를 보니 서구 열강의 민족 자결주의는 그냥 페이크일 뿐 대한 독립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이런 정서로 인해, 적의 적은 친구라는 차원에서 소련을 두고 독립군 진영은 분열하게 되었다.

허나, 소련을 믿었던 진영은 훗날 소련에게 완전히 낚이고 이용만 당한 채 일망타진 당했다. '자유시 참변'이라는 비극을 계기로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죽고 독립군 진영은 회생 불가의 치명타를 입었으며, 이 일을 계기로 김 좌진 같은 사람은 "이놈의 빨갱이들은 절대 믿을 게 못 된다"라는 반공에 아나키즘 성향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그는 얼마 못 가 용공주의자에게 암살당했다.)

그리고 바로 이 자유시 참변의 직후에, 독립군 핵심 간부이던 서 일은 동지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책임을 통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그런데 나 철과 서 일이 자결한 방법은 똑같이...
스스로 숨을 참아서 죽는 것이었다. 이런..;;; '폐기법'이라는 무슨 기수련을 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구한말에 거의 같은 명분으로 자결했지만 칼로 자기 목을 찔러서 죽은 민 영환과는 급이 다르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처럼 인권과 자유가 없는 곳에서 혀 깨물고 못 삼키고 머리를 벽에다 찧는 등 온갖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람 생명은 생각보다 질기다. 정말 죽지 못해서 산다.
물에 빠지면 물이 폐로 고스란히 들어가서 더욱 끔찍한 상황이 연출될 걸 뻔히 알지만 결국은 숨을 들이쉬게 된다. 이건 내 이성으로 제어가 가능하지 않다.

또한, 자기 손으로 목을 조르려고 해도 결국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힘이 빠지기 때문에 다시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도구를 통해 중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음. 그러니 도대체 어떻게 숨을 참아서 죽을 수가 있단 말인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중세 서양

과학에서는 케플러라는 천문학자가 유명하게 다뤄지지만, 그를 있게 한 사람은 16세기의 티코 브라헤라는 선배 천문학자이다. 근성의 관찰 정신으로 천문 관측 자료를 워낙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시력도 아주 좋았다고 한다. 기계가 발달한 오늘날도 저격수나 전투기 조종사 같은 직업을 가지려면 좋은 시력이 필수이고 아주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하물며 아직 천동설이냐 지동설이냐를 따지던 그 옛날에 천문학자로 먹고 살려면 시력은 더 말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시절을 감안했을 때 터무니없이 요절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후가 굉장히 허무했다.
1601년, 잔치에 초대받아 가서 와인을 많이 마셨다. 그런데 곁에 누가 같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는 걸 결례라고 생각해서 수 시간을 안 가고 오줌을 꾹 참았다.

문제는, 정신착란이 일어날 정도로 너무 참았다는 것. 끝내 방광이 터졌고, 그게 요독증 + 신부전으로 도지면서 사고 발생 11일 뒤에 그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인류 역사상 오줌을 너무 참다가 죽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좀 심하게 말하면 다윈 상 감이다.
본인도 옛날에 인천 공항에서 미국 서부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10몇 시간) 화장실을 딱 한 번만 간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건 섭취하는 음식과 음료수 조절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계속 음료수를 퍼 마시는 상황이었다면 그건 절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반세기쯤 전에 프랑스에서는 스포츠와 무도를 즐기던 국왕 앙리 2세가 사고로 죽었다. 말 타고 기사 시합을 하다가 창날의 파편이 투구 틈새로 들어가 눈에 박히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왕이니 당대 최고의 명의로부터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10일 만에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자료에 따라서는 창이 두개골을 뚫고 뇌를 관통하기까지 했다는 ㅎㄷㄷ한 진술도 있다. 허나 본인이 보기에는 창날이 무슨 총알도 아닌데, 그 사람은 물리적인 외상이라기보다는 아마 칼날 상처로부터 파상풍 감염과 이로 인한 패혈증 쇼크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세균 감염이 다른 부위도 아니고 눈과 뇌 근처에서 발생했으니 더욱 치명적이었을 수밖에.

그는 치료받는 동안 의식이 살아 있었으며, 이건 고의가 아닌 사고이기 때문에 상대편인 스코틀랜드 귀족에게 처벌을 내리지 말라고 정식으로 사면령을 내리기도 했다. 머리에 당장 물리적인 치명상을 입은 거라면 곧장 의식을 잃고 현장에서 즉사하지 않았을까?

티코 브라헤 얘기를 하다가 앙리 2세 얘기를 또 꺼낸 이유는,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비슷하고 사고로부터 사망에 이른 유예 기간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둘 다 요즘 의술로 즉시 소독과 응급처치를 했으면 외눈이나 고자-_- 같은 장애는 얻을지언정 죽지 않고 목숨은 얼마든지 부지할 수 있었겠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병원에서 지금처럼 세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위생 따지게 된 건 생각보다 상당히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3. 추가 Trivia

(1) "숨 참아서 자살"이라 하니까 생각이 난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자살이 가능한 유닛은 하이템플러 정도밖에 없다. (자기에게 사이오닉 스톰) 고스트는 핵을 쏘면 자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논외로 하자.;;

(2) 꽤 옛날 일이 됐지만, 1990년대 말에 전국 학교에 단군상을 건립한 배후는 대종교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도 병맛이고, 또 대응한답시고 단군상의 목을 잘라서 어그로를 끌었던 일부 기독교 단체도 좀 병맛스럽다.

(3) 국내 군소종교들 중에 그나마 잘나가고 있는 곳은 역시 원불교일 것이다. 육군 훈련소에는 정식 종교로 등재도 돼 있고, 또 의외로 삼성 회장 가문이 여기 신자여서 후원 많이 잘 해주고 있다. 그리고 어디 그 뿐인가? 원광 대학교도 있으니.. (의치한약에 로스쿨까지 갖췄다! 이 정도면 앞으로 절대 망할 수가..)

(4) 연세 대학교의 문과 대학 건물 중 하나인 '위당관'의 모델 인물인 정 인보도 대종교 신자였다고 그런다.
그런데 대종교와 원불교 말고, 천도교는 '철도교'와 형태가 비슷하다는 것밖에 의미를 모르겠다. 동학 이념과 3·1 운동 민족 대표 이후로는 딱히 핫이슈가 안 보여서..

(5) 앙리 2세의 경우, 그 이름도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가 사고 발생 4년 전에 국왕의 사고사를 예언한 게 적중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탔다. 허나 운문 형식의 실제 예언문을 보면 정확도와 정밀도는 내가 보기엔 그냥 타이타닉 호 침몰(1912)하고, Futility라는 소설(타이탄이라는 대형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스토리가 나오는 1898년작 소설) 사이의 관계와 비슷한 정도로 보인다. 의미를 얼마나 부여할지는 그냥 각자 자유다.

Posted by 사무엘

2015/05/31 08:39 2015/05/3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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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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