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어가 한편으로는 끔찍하고 한편으로는 구수한(?) 욕설이 유난히 발달해 있다고 하는데.. 사람 사는 곳은 동서고금 어디나 마찬가지이고 다른 문화권에서 폭언과 욕설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한국어는 다양한 욕설 표현에 비해 '똥'이 단순 비하(똥컴, 똥차, 똥폰..) 이상으로 저주나 다른 욕설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게 이례적이다. (shit, 쿠소 등)

미국은 마초이즘에 입각한 군사물에서 욕설이 많다.
듀크 뉴켐 3D/포에버에서는 게임 중에 개마초 주인공의 궁시렁궁시렁 성인 욕설을 들을 수 있으며,
둠도 게임 자체는 스토리가 부실하지만 이를 배경으로 한 둠 코믹스는 매 장면들에 강렬한 욕설을 동반한 명대사들이 즐비하다.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훈련소 교관이 그냥 말 끝마다 '갓댐'인 거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이거 끝판왕은 역시 월남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자켓>에 나오는 하트만 상사. 후대의 전쟁 영화에 등장하는 악질 교관의 표준 컨셉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나가는 날 네놈들은 일당백 인간 흉기 전사로 개조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네놈들은 그냥 인간 이하의 구더기, 토사물만도 못한 개 쓰레기들이다! 알겠나~~!"

제3자가 들으면 그야말로 웃음이 나오기까지 할 정도의 찰진 욕설, 특히 부모 패륜 드립과 음담패설이 넘쳐난다. 흔히 군대에서 총(개인 화기)은 니 애인, 니 불알보다도 더 소중하게 간수하라고 그러는데, 실제로 그걸 빗댄 섹드립 군가를 부르는 것도 있다. 똑같이 내 총인데, 이건 전투용, 저건 유흥용이라고.. -_-;

듣기로는 시나리오 작가가 써 준 정식 대사 외에 배우의 즉흥 애드립으로 들어간 것도 많다고. 이런 욕도 어지간히 창의력이 뛰어난 언어의 마술사가 돼야 만들어 낼 수 있지 아무나는 못 한다. 근데.. 현장에서 그 욕설을 듣고 진짜로 웃어 버린 고문관은 저 교관한테 완전 찍혀서 군생활이 꼬인다.

스타 1에서 시즈 탱크를 지겹도록 클릭했을 때 나오는 대사 중 하나가 What is your major malfunction?인데.. 이것도 출처가 이 영화에서 하트만 상사의 대사이다. 사실은 "너 미쳤냐 쳐돌았냐? 도대체 어디 장애가 있냐? 대가리에 총 맞았냐?" 급의 꽤 강한 비하· 모욕 뉘앙스가 들어간 갈굼이다.

이건 반전 컨셉으로 군대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비판하고 깔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런 묘사가 마초스럽고 멋있다며 미군 관계자들이 좋아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왜,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에 MBC 제5공화국 드라마가 방영되니까 이 덕화 씨의 연기 덕분에 멋있다고 도리어 전 두환 팬클럽까지 생겼다지 않는가? 정치 견해 때문이 아니라 그냥 멋있다고. -_- "좋아, 아주 좋아"처럼 말이다..;; 원래는 그 드라마가 군사 정권을 얼마나 비판하고 까는 컨셉인데도 역효과가 난 것이다.

21세기 이후에 오늘날까지 전대갈, 전땅크 하면서 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멋있어하는 이미지는 거기서 유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또한 이건 옛날에 얼짱 강도 현상수배 포스터가 나돌자 그 사람 팬카페가 생겼던 것과도 비슷한 이치이다. -_-;;
(얼짱 강도도 참 오랜만에 다시 회상하네. 그 예쁘장한 아가씨는 남자 친구 잘못 사귄 죄로 강도 공범 혐의로 어린 나이에 전과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알려져 버리기까지 해서 인생이 한동안 굉장히 꼬였지 싶다. 안됐다. 그 뒤로 개명에 성형이라도 하고서 새 삶을 잘 살고 있길..;;)

창작물이 아니라 실존 인물 중에서는 성깔 하나는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조지 패튼 장군이 있었다. "제군들은 이제 제대 후 고향에 가서 손주들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후방에서 꿀이나 빨고 있지 않았다. 조지 패튼이라는 빌어먹을 개XX와(a son-of-a-goddamned-bitch named George Patton) 함께 최전방에서 용감하게 진군했다'라고 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예 연설을 저렇게 했다.

정치· 군사· 안보 같은 심각한 주제 말고 다른 분야에서는 '욕쟁이 할머니'라는 컨셉· 기믹이 있다.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인지는 모르겠다.
10여 년 전에 웹툰 츄리닝에서는 미국인 손님이 들어오자, 주인공인 욕쟁이 할머니 역시 영어를 직접 구사하진 못해도 비장한 표정과 함께 꼴뚜기질로 기선 제압을 했다는 병맛 만화가 올라오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60년대 말이던가 박 정희 대통령이 전주에 시찰을 와서는 삼백집이라는 실존 콩나물국밥 식당을 이용했는데, 그 당시 거기도 주인장이 내공 백 단의 욕쟁이 할머니였댄다.
처음엔 수행원들이 미리 방문해서 배달 주문을 하려 했으나, 당연히 "이 썩을놈들이 얻다대고 배달 같은 소리나 씨부리고 쳐자빠졌네(혹은, X랄이야).. 직접 와서 쳐먹어!"라는 불호령과 함께 단칼에 문전박대를 당했다.

주인장은 직접 찾아온 박 대통령에게도 인정사정 없이 욕으로 상대했고.. 식사 중인 박통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더니 반숙 계란 요리를 서비스로 가져와서는 "어라, 이눔 봐라? 네놈은 신문에서 보던 박 정희랑 어찌 그리 얼굴이 묘하게 닮았더냐? 그런 의미에서 옜다, 이거나 더 쳐먹어라." 그랬댄다.. =_=
박통은 껄껄 웃으면서 "내가 박 정희를 닮은 게 아니고 박 정희가 날 닮은 거요"라고 넘겼댄다. 주인장은 그건 "에라이 니미럴 염병하네"라고 응수했을 테고.

박통은 훈훈하게 밥을 잘 먹고 서울로 돌아갔다. 그 식당 주인장은 몇 년 후 노환으로 타계했지만, 전해지는 야사에 따르면 그때 그 놈팽이는 대통령을 아주 닮은 사람이었을 뿐이라며, 설마 진짜 박통이었을 거라고는 죽는 순간까지도 절대로 믿지 않았다고 한다.

군사 쪽이든 민간 쪽이든.. 욕도 아무 컨트롤 없이 무개념으로 싸지르면 정말로 교양 없고 무례한 양아치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욕을 해도 때와 장소와 대상을 가려 가면서 센스 있게, 창의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듣는이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자기 본업의 장인 정신까지 포함해서 "츤데레"스럽게 구사해야 할 거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자신과 멘탈이 없다면, 차라리 언제나 정중하게 바른말 고운말 컨셉만 유지하는 게 자신의 대외 평판에 나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2/21 08:29 2016/02/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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