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강선(성남여주선)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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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식은 마음까지 적셔 준다.
몸 속으로 보내는 은빛 메시지
내 혼과 함께 달리는 철도. 성남여주선.

성남여주선(경강선)이 드디어 개통했다.
얘의 성격을 살펴보자면, 여느 지역의 지하철 내지 도시철도가 아니다. 다른 지하철 노선과 연장 직통 운행하지도 않는다. 신분당선이나 서울 지하철 9호선, 공항 철도나 수도권 고속철처럼 코레일의 자회사라든가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회사가 운영하는 게 아니며, 순수하게 코레일 본가의 관할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미 있는 철도를 복선전철화하거나 리모델링· 고속화한 것도 아니고 없는 길을 완전히 새로 낸 것이다. 이건 1970년대의 태백선 이후로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뭐, 경강선의 부분집합 전신에 근접하는 놈이 수려선이라고 먼 옛날에 있긴 했다. 협궤인 데다, 폐선되고 없어진 것도 1970년대라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수려선은 수원-용인-이천-여주 순으로 길이 나 있었다. 용인 경전철은 얘의 선형을 아주 약간만 계승했지만, 근본적으로 경전철이라는 한계가 있으니 장거리 교통수단 역할은 못 한다.
그러나 이번에 개통한 경강선의 성남-여주 구간은 중전철에다 일반열차가 다니는 것까지 염두에 둔 full scale 철도이다. 그리고 수원· 용인까지는 가지 않고 광주-이천-여주의 순으로 길을 쫙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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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과 신분당선은 다 빨강· 노랑 계열의 노선색인데.. 완전 딴판인 보색인 파란색으로 '이매'라는 역명판이 당당히 등장한 걸 보니 처음엔 적응이 안 됐다. 내가 갑자기 색맹이 되기라도 한 건지, 일종의 문화 충격마저 느껴졌다. 경강선의 이매 역엔 '성남 아트 센터'라는 부역명이 병기돼 있지 않다.

판교야 처음부터 건물 부지의 정중앙에(교차로 중앙이 아님), 마치 여의도 역(5호선+9호선)처럼 신분당선+경강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지만.. 이매는 분당선 것조차도 처음엔 존재하지 않다가 지하를 뒤늦게 파내서 꽤 힘들게 중간 추가한 역이다. 위치의 특성상 인근의 야탑과 서현에 비해 한적하고 2006년 10월 현재 아직까지 스크린도어조차 없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고 투자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렸던 역이었는데, 이젠 졸지에 환승역으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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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을 찾기가 더 어려운 지경이구만 저기는 아직..;;
열차가 가까이 진입하는 걸 직접 보니 스크린도어 없던 시절엔 겁 나서 지하철을 어떻게 이용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가까운 미래에 이제 이 역에도 스크린도어가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칭찬할 만한 점이 하나 더 있으니, 판교와 이매 모두 경강선과의 환승이 괜찮은 편이다. 고저 차가 크지 않았으며, 계단만 오르내리니 곧장 타 노선 승강장이 나왔다. 막장환승이 아니어서 첫인상이 좋았다.
판교뿐만 아니라 이매에서도 환승을 위해서는 비록 운임이 추가로 붙지는 않지만 게이트에 카드를 일단 찍긴 해야 하더라. 완전히 동일한 회사(코레일) 구간끼리인데도 환승 게이트가 존재하는 게 이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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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안내 전광판의 타이포그래피에 심하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굴림체를..;;
또한 열차 위치를 안내하는 꼬마열차 그림도 표시가 그리 정확하지가 않았다. 굼벵이처럼 찔끔찔끔 움직이다가 갑자기 확.. 이건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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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와 이매를 제외하고 경강선의 나머지 역들은 기본적으로 지상 고가이다. 하지만 중간에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을 엄청나게 많이 지나며, 초월 역은 역사 건물은 지상이고 선로는 반지하였던 걸로 기억한다.
광주까지 벗어나서 이천· 여주 정도 가면 대부분의 구간이 지상으로 바뀌고 논밭까지 슬슬 나오기 시작하더라.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야 터널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긴 경부선 철도도 천안 이남 대전 근처는 가야 처음으로 터널이 등장한다. 그에 비해 21세기에 만들어진 경강선은 대놓고 얼마나 험준하게 건설됐는지를 알 수 있다. 경부선이 지금 같은 근성으로 건설됐으면 서울-부산을 그냥 최단거리로 잇기 위해 대전 따위는 안중에 없이 충주 상주를 곧장 경유해서 만들어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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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렸지만 초록색이 알록달록하게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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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역은 쌍섬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이름을 자동차 고속도로 IC 이름뿐만 아니라 철도역 이름으로도 접하게 되니 기쁘다. 얘가 경춘선으로 치면 평내호평처럼.. 광역철도와 일반 장거리 간선철도의 경계를 이루는 구간이 아닌가 싶다.
현재 경강선 전철은 4량 1편성으로 개통했으며, 일반 시간대에 1시간에 3대꼴로 운행되고 있다. 위상이나 배차간격은 여러 모로 경춘선과 아주 비슷하다.

경춘선 일대는 북한강이 지나가며, 한강 상수원 보호를 위한 개발 제한이 걸려 있다. 거기는 천상 레저· 관광 철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광주시 일대는 그냥 산 같은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 서울이나 성남으로 가는 교통이 불편했을 뿐이다. 그 걸림돌이 해소되고 교통만 편리해지면 거기도 아파트가 잔뜩 지어지고 앞으로 인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니 이천· 여주까지는 몰라도 광주 곤지암 정도까지만 가는 열차는 앞으로 더 자주 운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편성당 차량도 적어도 6량급으로는 증결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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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강선을 달리는 전동차는 좌석에 난생 처음 보는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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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벼가 익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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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을이 하루아침에 광역전철 역세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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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강선은 영릉이라고 불리는 '세종대왕릉'을 철도로 접근 가능하게 해서 소위 한글 운동 진영으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게 됐다. 본인도 유일하게 이 역에서는 내려서 주변 지역을 살펴봤다.
역의 내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내용이 벽에 걸려 있고, 역의 일부 외벽에도 한글 자모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다만, 역에서 영릉까지 걸어서 가는 것 역시 여전히 무리다. 서울대입구 역에서 서울대를 가는 것보다도 더 멀고, 오이도 역에서 실제 오이도까지 가는 것과 비슷하다. 3~4km 정도 떨어져 있으니 버스 같은 추가 교통수단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9월 말 현재, 역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이제 막 인근 도로의 확장 공사가 한창이더라.

원래 역명도 간단하게 '영릉'이라고 붙이려 했으나, 한글 단체에서 정말 끈질기게 태클을 걸어서 끝내 '세종대왕릉'이라고 이름을 바꾼 거라고 한다.
내가 알기로 역대 조선 왕들의 무덤은 그냥 인서울 내지, 좀 멀리 있으면 남양주쯤에 있는 게 전부인데.. 세종대왕은 워낙 넘사벽급의 성군이었던지라 멀찍이 떨어진 명당에 엄청 크고 화려하게 무덤을 꾸민 듯하다.

사실, 영릉을 찾아가는 데는 이 세종대왕릉 역보다도 다음 종점인 '여주' 역이 차라리 더 나을 정도라고 한다. 거기가 더 번화가이고 버스도 더 많이 다니기 때문.
여주 역은 장암이나 소요산 역처럼 그냥 단선 승강장 형태였다. 열차는 특별히 인상선을 타지 않고 들어온 형태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갔다(오리카에시). 과거의 수려선 여주 역과는 당연히 동일 위치가 아니며, 더 남쪽 외곽에 있다.

세종대왕릉과 부발 역 사이에는 철길이 또 하나 가로질러 갔는데, 이건 차량기지 겸 중부내륙선으로 가는 선로라고 한다(양 진로로 추가 분기함). 경강선 전동차는 이 기지에서는 경정비를 받고, 중정비는 여전히 죽전 인근의 분당 차량기지에서 같이 받는다.

이렇게 답사를 마친 뒤, 본인은 여기까지 온 김에 지금까지 가 보지 못한 신분당선 정자 이남 연장 구간도 시승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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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당선도 종점인 광교(경기대) 역 근처에서는 유일하게 지상으로 나온다.
얘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방이 보이기 때문에 어린애들도 몹시 신기해하는 게 보였다. 신분당선이 미래의 철덕 꿈나무를 양성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으면 좋겠다.

또한, 경강선은 이렇게 공사가 착착 진행되어 영동 고속도로와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대체하는 철도가 어서 생겼으면 좋겠다.
비단 경기도만이 아니다. 부산-울산 광역전철도 개통이 임박했다. 11월 중순쯤 개통해서 올해 하반기에 드디어 수도권이 아닌 지방 광역시 권역에 중전철 형태의 통근형 궤도 교통수단이 등장할 예정이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6/10/11 08:30 2016/10/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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