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스코(포항 제철) 1고로: 1973 ~ 2021 (48년)

1960년대 말, 울나라에서 그 깜냥에 제철소를 만들겠다니 말도 안 된다면서 선진국 금융기관들에서는 울나라에 돈을 빌려 주지 않았다. (보나마나 실패할 것이고, 빌려준 돈은 떼일 것이다) 그래서 울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갓 수교를 맺은 일본으로부터 일제 시대 착취 피해자 배상 명분으로 받았던 보상금과 차관을 슬쩍 전용해서 제철소의 건설에다 투입했다.

그러니 포항 제철 박 태준 초대 회장은 기공식 때 "우린 조상님들 피값으로 제철소를 만든다. 감히 실패한다면 다같이 우향우 해서 쪼기 영일만 바닷물에 뛰어내려서 죽어서 속죄하자" 이렇게 결의했었다.
1973년 6월 9일, 이렇게 만들어진 고로에서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나오자 박 회장과 측근들은 만세 부르고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한국 철강 협회에서는 6월 9일을 '철의 날'이라고 자체적으로 기리는 기념일로 정했다. 고속도로를 만든 다음에 제철소, 제철소도 만든 그 다음에야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엄청난 고온에서 불순물 없이 품질 좋고 단단한 철을 저렴하게 많이 뽑아내는 건 첨단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바로 그 제1고로가 수명이 한참 다해서 지난 2021년 12월 29일에 종풍식을 하고 폐쇄됐다.
참고로 용광로는 마치 냉동실이나 원자로처럼 일부러 끄고 대대적인 정비를 할 때를 제외하면 중간에 가동이 절대로 중단돼서는 안 되는 크리티컬한 물건이다. 뜨거운 쇳물이 24시간 내내 흐르고 있어야지, 그게 아무 준비 없이 식어서 굳어 버리면.. 고로에 엉겨붙어서 장비가 다 망가지기 때문이다.

포스코 측에서는 이 1고로를 보존하고 활용해서 철강 박물관 같은 걸 만들려는가 보다. 마땅히 그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 제1정수장이 지금 수도 박물관으로 바뀐 것과 비슷한 활용이다.

2. 고리 원자력 발전소 원자로 1호기: 1978 ~ 2017 (39년)

포항제철은 만드는 데 3년이 걸렸지만, 울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는 더 어려워서 그런지 6년이나 걸렸다. 1972년부터 박통의 8대 유신 시절 내내 만들어서 1978년 4월 말에야 상업 운전이 시작됐다.

원자력 같은 어려운 전문 분야는 박통의 공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원자력이라든가 항공· 우주 쪽은 일찍이 1950년대 후반, 할배 때부터 외국 유학파 공돌이들을 국비장학생 명목으로 육성했기 때문이다. 그 가난하던 시절에 나랏돈을 근근이 쪼개서 말이다.

그랬기 때문에 나중에 박통 시절에 "부디 귀국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일해 주시오~" 이렇게 읍소할 한국인 엘리트 공돌이들이 있을 수 있었다.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 고리 원전의 건설에도 경부 고속도로나 포항제철, 현대차, 삼양 라면 같은 일화가 전해지는 게 더 있는지 궁금하다.

원자로는 가동을 중단한다고 다가 아니다. 완전히 폐쇄하고 해체하는 데만 10수 년씩 걸린다. 더구나 잔여 시설을 박물관으로 개조하는 것도 좀.. 곤란할 것이다. =_=;;
고리 다음으로 월성 원자력 발전소 1호기의 생애는 1983 ~ 2018이었다. 그 시절 뭉 머시기 정권의 탈원전 기조에 희생되어 실제 성능과 안정성 대비 무리해서 일찍 퇴역하게 됐다고 난 알고 있다.

3. 고가도로들

다음으로 교통 인프라 차례다.
대도시는 길거리에 차가 너무 많이 다니다 보니 차선과 중앙선을 긋고, 폭을 넓혀서 차로를 늘리고, 교차로에는 신호등을 설치하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신호 대기가 없는 입체 교차 고가도로를 만드는 게 상징처럼 됐다.
옛날엔 그랬다. 우리나라는 박통 시절에 이걸 집중적으로 많이 만들었다.

시내 도로뿐만 아니라 고속도로도 옛날에 산을 꼬불꼬불 타넘던 걸 터널과 고가를 남발하면서 곧게 뻗은 길로 다시 만들곤 했다. 그러면 예전의 길은 국도나 지방도로 격하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노후하고 붕괴 위험이 커지고, 굳이 유지 보수할 명분이 사라진 고가 도로는 나중에 도로 철거되기도 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열거해도 이 정도이다.

  • 아현(1968-2014)
  • 청계(1976-2003)
  • 서울 역(1969-2015)
  • 서대문(1971-2015)

요즘은 옛날보다는 친환경, 보행자 위주 교통 인프라를 추구하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예전엔 저런 것들이 조국 근대화 흔적이고 상징이었다.

그나저나.. 이웃 일본에서는 1950~60년대에 수도 고속도로라는 걸 온통 고가도로로 도배하면서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설이 온통 낡고 노후화해서 대대적으로 보수를 해야 하는데 그게 돈이 한두 푼 드는 일이 아니어서 그럴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재정이 부족하니 장기적으로 고속도로 톨비 징수를 폐지하려는 계획도 완전히 물 건너갔다. 이런 것도 참 문제이다.;;

4. 서울 지하철 일명 초저항: 1974 ~ 2004 (30년)

끝으로, 이건 건물이나 시설이 아니라 차량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역사상 최초로 운행되었던 지하철 전동차는 아주 의미심장한 역사 유물이다.

전방에 출입문이 있고 단면이 식빵처럼 생긴 바로 그 차량. 운영 회사에 따라 파랑(철도청) 또는 빨강(지하철 공사)으로 나뉘었던 차량이다. 동호인 용어로는 '초저항'(초기 저항)이라고 한다.
얘는 1986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도입되었다. 초기 도입분은 일본 히타치 사에서 생산했지만, 그 뒤로 한국과 일본의 여러 기업이 이 차량의 생산에 개입했다.

얘는 1호선뿐만 아니라 2호선(지하철 공사)과 안산선(철도청)에서도 활약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개조 저항'이라고 정말 극소수 낡은 차량의 일부 객차 짬뽕 편성에서나 이 차량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거 말고 오리지날 식빵 모양을 유지하던 그 차량은 2004년경에 다 퇴역해서 지금은 없다.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 모두 이 차량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자기 방식대로 한 량씩 보존해 놓고는 있다. (철도박물관 vs 신정 차량기지)

Posted by 사무엘

2024/06/09 08:35 2024/06/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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