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력이라는 출력의 의미

1마력이라는 건 75킬로그램짜리--정확히는 질량 75kg에 지구 중력가속도가 적용된 75kgf-- 물체를 초속 1m, 즉 사람이 천천히 걷는 정도인 시속 3.6km의 속도로 들어서 위로 끌어올리는 '일률'을 말한다.
마력에 대해서 문화권별로 HP냐 PS냐 하면서 자잘한 차이가 있긴 하다. 허나, 이 글에서는 그건 논외로 하고, 미터법을 기반으로 하는 프랑스/독일 스타일 마력(PS)을 다루기로 한다.

사실, 힘이라는 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운동 속도를 변화시키는 변화량을 나타낸다. 그 힘이 축적되어서 물체가 이동하면서 일을 하며, 일률은 그 일을 단위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나타낸다.
가벼운 물체가 신속하게 움직이거나, 무거운 물체를 그에 상응하게 천천히 움직이면 일률이 서로 비슷하게 산출될 수 있다. 그러니 힘과 일률은 비슷한 것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서로 관점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그럼 1마력은 어느 정도 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일률일까?
비만이 아닌 성인 남자 하나, 혹은 지게 하나를 꽉 차지하는 쌀 한 가마 무게가 75kg 부근이다.
이건 리어카에 실어서 사람 보행 속도로 밀거나 끄는 것도 사람 혼자서는 쉽지 않은 무게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붙들고 위로 끌어올리는 거라면..???? 사람의 근육으로 범접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위력임을 알 수 있다.

올림픽 역도 선수는 75kg의 2~3배에 달하는 무게의 역기를 들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바닥에서 머리 위로 2m 남짓 번쩍 들어올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람이 아니라 동물 말은 이 정도 일률이 평범하게 나오는가 보다.

건강한 성인 남자가 자전거로 페달을 최대한 죽어라고 밟을 때 발이 산출하는 일률이 대체로 0.1~0.2마력 주변이라고 한다.
사람은 체중이 있으니 쎄게 밟으면 페달질 중의 토크(돌림힘)는 그냥 휘발유 승용차 엔진의 최대 토크에 근접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잠깐만 말이다.
중형차의 최대 토크가 반지름 1m짜리 회전축 기준으로 거의 20kgf가량이다. 자전거 페달 크랭크암은 20cm가 채 될까말까이니 저 기준에 맞추려면 힘을 5배 가까이 곱해 줘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 엔진은 그 힘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회전수는 사람의 자전거 페달링 회전수의 수십 배를 상회한다. 제원에 명시된 150~200마력이야 풀악셀을 밟을 때에나 나오는 최대 한계이지만, 악셀 안 밟고 공회전 아이들링 크리핑만 해도 기본이 10마력대이다.
그러니 자동차는 D 해 놓고 슬금슬금 기어가는 상태라도 힘을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저 상태로도 사람 태우고 과속방지턱쯤은 우습게 넘으며, 아주 약간의 오르막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말고 다른 예로는..
(1) 15층 이하 건물에서 통상적인 속도로 주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보통 분속 60m라고 한다. 즉, 초속 1m, 시속 3.6km인 마력의 레퍼런스 속도와 동일하다.
어떤 엘리베이터 모터의 최대출력 마력은 승차정원의 수와 얼추 비슷하며, 최소한 그와 선형적으로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는 카 자체의 무게라든가 다른 여유분도 추가되겠지만 말이다. 15인승 엘리베이터에는 20~30마력짜리 모터가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 통상적인 자동차 에어컨이 한여름 최대 출력(최저온?)으로 돌아갈 때 끌어다 쓰는 엔진 동력도 내가 알기로 얼추~~ 1인당 1마력꼴이다.
통계에 따르면 5인승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어컨이 깎아먹는 출력 오버헤드가 3~5 마력.
그리고 40인승 이상의 대형 버스에 장착되는 에어컨이 최대 출력이 40~42마력 남짓이라니 꽤 정확하게 대응한다.

디젤 엔진에 지금처럼 커먼레일에 터보차저 같은 기술이 도입되기 전.. 옛날에는 6000~7000cc 배기량의 버스 엔진도 최대 출력이 고작 150~160마력 안팎이어서 요즘 중형 승용차보다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긴, 그때는 버스에 에어컨이 없고 천장 선풍기밖에 없었겠다만..;; 에어컨이 갓 장착됐던 시절에는 이게 차량의 성능에 주는 부담이 꽤 컸다. 에어컨을 쌩쌩 틀면 차가 오르막을 잘 못 오르고 가속이 잘 안 될 정도였다.

그런 배고픈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고속버스의 법적 정의에 "엔진 출력이 차량 총 중량 1톤 당 20마력 이상일 것"이라는 조건이 들어가 있다. 고속버스라면 그에 걸맞은 고성능 차량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생산되는 버스들은 저 조건을 당연히 아득히 충족한다. '현대 유니버스'가 차량 총중량 15톤에 엔진 최대 출력이 400마력에 달한다.

이상이다.
둘을 종합하면 엘리베이터 모터도 1인당 얼추 1마력, 에어컨의 압축기도 1인당 얼추 1마력..
여름에 에어컨을 돌려서 기온을 낮추기 위해, 머릿수 하나당 엘리베이터 타고 위로 올라가는 정도의 동력이 필요하다는 게 흥미롭다.
그리고 이건 성인 남자가 혼자 자전거 페달을 죽어라고(고속 때문이건 오르막 때문이건) 밟는 일률의 최소 10배 이상.. 보통 수십 배에 달하는 위력이라는 것 말이다.

초· 중등 학교에서 가르치는 고전역학 교육은 복잡한 식 계산도 좋지만 이 숫자들이 일상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게 사람의 힘보다 얼마나 더 엄청난 힘인지, 우리 주위의 각종 기계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애들한테 일깨우는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대전액션 게임을 만들려면 개발자들부터가 먼저 때리고 맞는 경험을 해 보고, 철도인이라면 철-철과 아스팔트-고무의 정지 마찰력 차이와 표준궤 궤간의 길이를 몸과 느낌으로 알아야 하듯이 말이다.
열역학은 하다못해 비빔면 끓였다가 물에 담가서 식히는 것과 접목하고 말이다. (물의 엄청난 비열!!)
비행기가 이륙하는 가속을 자동차 급가속으로 경험하려면 악셀을 얼마나 밟아야 할까~~? 이런 것도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아.. 자동차 운전은 애들이 경험하는 건 아니지만..;;

Posted by 사무엘

2025/06/13 08:35 2025/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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