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여러 물질 중에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같은 유기화합물이 아니라 금속류는.. 생명체의 구성 성분과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뭐, 생명체는 기계가 아니며 뼈가 쇳덩어리로 돼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마그네슘, 아연, 망간 같은 일부 금속만이 극미량이나마 인체에서 생체 화학 반응의 촉매 명목으로 쓰인다. 아, 철은 화합물 형태로(헤모글로빈) 아예 혈액에 들어있는 성분이다. 그래서 이런 금속 성분은 너무 없으면 비타민이 부족한 것과 비슷한 결핍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허나, 저런 금속들과 반대로 인체에 매우 해로운 금속도 있다. 납, 수은, 카드뮴은 그야말로 위험한 중금속 3관왕으로 여겨진다.
영양분 합성이나 흡수, 항상성 유지에 기여하는 건 없으면서 괜히 유익한 금속이 들어가야 할 자리만 차지하고, 신경계를 교란하고, 그러면서 몸에 배출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이런 해로운 금속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전기의 저장과 관계가 있다.
황산-납은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 배터리의 절대지존이고, 수은은 한때 동전 모양의 수은 건전지가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니켈-카드뮴은 중· 소형 전자기기의 배터리로 많이 쓰였다.
수은과 카드뮴은 대체제 덕분에 이 바닥에서 퇴출되긴 했다. 그래도 건전지나 배터리는 무엇으로 만들건 몸에 좋지 않고 화재· 폭발 위험까지 있는 화학 물질이 쓰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 카드뮴

사람이 이런 중금속을 대놓고 우적우적 씹어 삼켜서 섭취하지는 않는다;;
산업 현장에서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포함된 쇠붙이를 용접할 때나 녹일 때.. (1) 그것들의 증기 내지 미세입자를 호흡기를 통해 체내 흡입하는 편이다. 전문용어로는 fume이라고 한다.

아니면 수질 오염이나 토양 오염으로 인해 그런 중금속 성분이 인체에 들어올 수 있다.
(2)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물에서 성장한 수산물을 먹을 때.. 혹은 (3)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농산물을 먹을 때 말이다.

그리고 중금속 성분은 해당 금속 순물질일 수도 있고, 다른 화합물 형태일 수도 있다.
화합물의 특성은 그 화합물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 순물질의 특성과 같지 않다. 하지만 순물질부터가 인체에 해로우면.. 화합물도 다른 성질은 바뀔지언정 인체에 해롭다는 특성은 대체로 변하지 않는 편이다.

20세기 중반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공해병 중 하나인 '이타이이타이 병'은 수질 오염으로 인한 카드뮴 중독이 원인이었다. 카드뮴은 체내에서 정상적인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서 뼈를 극도로 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몸에 오만 가지 탈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까지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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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초딩 꼬마 시절에 이 병 이름을 들었다. 그 뒤 '토스트 소녀' 게임에서 여캐 주인공이 장애물과 부딪히는 미스가 났을 때 "이타이~이타이 ㅠㅠㅠ" 이러는 걸 들으니 느낌이 참 묘했다. ㄲㄲㄲㄲㄲ)

심지어 담배 연기에도 카드뮴이 극미량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건 무슨 니코틴처럼 담배라는 작물 자체에 카드뮴이 들어있다거나, 담배의 제조 과정에서 일부러 그게 첨가된다는 뜻은 아니다.
농사 지을 때 투입되는 인산염 계열 비료에 카드뮴이 화합물 형태로 포함돼 있고, 그게 담배 식물 몸체에도 농축되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이건 근본적으로는 토양 오염의 후유증이지, 담배만의 문제가 아니겠지만..
담배나 인삼은 지력 소모가 유난히 심한 빡센 식물이니 비료가 특별히 많이 쓰여서 문제의 여파가 더 큰 듯하다.
담배 연기에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의 동위원소까지 들어있는 것도 카드뮴과 같은 원리 때문이라고 한다.

2. 납

납은 적당히 물렁물렁하고 녹는점이 낮고, 가공하기 쉽고.. 그러면서 꽤 무겁다는 특성으로 인해 유용한 구석이 매우 많은 금속이다. 그래서 자동차 배터리의 전극뿐만 아니라 퓨즈에도 쓰이고 총알 탄두에도 쓰이고.. 방사선 차폐 용도로도 쓰인다.

하지만 납이라는 물질의 '대외 이미지'는 철이나 구리에 비해 썩 좋지 않다. 인체 안에 들어가면 뇌세포 죽이고 뼈와 신경을 망가뜨리고 인체에 온갖 해악을 끼치는 독극물이어서 그렇지 싶다.
납 역시 굳이 납땜할 때 증기 흡입 형태로만 들어오는 게 아니다. 토양 오염이나 물 오염으로 인해 생물 농축 형태로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납은 에틸기가 여럿 결합한 유기금속 화합물 에디션이 있다. 이름하여 테트라(4)에틸납.. 화학식은 (CH3CH2)4Pb이다.
이건 상온에서 무색 액체로, 오리지널 납과는 형태가 완전히 다른 물질이다. 납이 다른 유기물과 뒤죽박죽 섞인 혼합물인 정도가 아니고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얘는 잘 알다시피 자동차용 휘발유 엔진에서 연료의 옥탄가를 올리고 노킹 현상을 없애 주는 아주 유용한 첨가제였다. '유연 휘발유'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발명됐다.
이 물질의 제조사는 '테트라에틸납'에서 부정적인 어감을 주는 납이라는 단어를 뗐다. 뭔가 알코올스러운 느낌이 드는 '에틸'만 선택했다. 그리고는 '에틸 휘발유, 에틸 가솔린'이라는 상표명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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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 킬로그램/킬로미터에서 뒤의 단위를 떼고 '키로'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작명 같은데..
하지만 이름에서 납을 뗀다고 해서 이 물질에 납 성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첨가제가 들어간 휘발유가 엔진에서 연소되자.. 배기가스에도 납이 환원된 형태로 씀풍씀풍 섞이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 전에 테트라에틸납을 제조하던 근로자들부터가 공장에서 납을 마시면서 시름시름 앓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제조사에서는 그건 일부 근로자들이 과로로 골병 든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납과의 인과관계를 필사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방사성 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해서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데.. 대기 중에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납 성분 때문에 실험이 안 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일본처럼 카드뮴(이타이..)이나 수은(미나마타)이 아니라 납으로 인한 공해병을 그것도 1920년대에 자동차 굴리면서 경험할 수 있었던 나라는 전세계를 통틀어 미국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백금 촉매 기반의 삼원 촉매 정화 장치라는 게 발명됐는데, 이 납 성분은 자기도 해로운 데다 삼원 촉매 정화 장치를 망가뜨려서 다른 배기가스들까지도 제대로 정화를 못 하게 만든다.

이 정도면 유연 휘발유는 노킹 방지 성능이 제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환경 문제 때문에 절대로 쓰일 수 없는 물질로 확인사살 당하게 됐다.
대체제인 무연 휘발유는 일단 원유를 과거보다 더 빡세게 정제해서 옥탄가를 올리고, 거기에 납이 아닌 다른 유기물을 첨가해서 제조된다고 한다.

납 이야기가 꽤 길어졌네..
하긴, 무겁다는 점 때문에 납뿐만 아니라 열화우라늄도 총탄이나 포탄의 탄두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설정이 스타크래프트 마린의 사정거리 업그레이드에도 들어가 있다.
그래도 자연 원소 중에서 상온에서 밀도가 가장 높은, 가장 무거운 금속은 오스뮴(Os)이라고 한다. 원자 번호가 가장 큰 자연 원소는 우라늄이고 말이다.
텅스텐은 무게도 무게지만 녹는점· 끓는점이 매우 높은 걸로 유명하다. 금이나 납은 매우 무겁긴 하지만 녹는점은 낮다.

3. 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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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이지만 납보다도 밀도가 더 높은(무거운!!) 매우 특이한 물질이다.
반짝반짝 은색 광택이 나는 금속 같은데 물처럼 주르륵 흐르고, 무겁고, 동글동글 알아서 잘 뭉치고..
수백 년 전 옛날 사람들은 이런 신비로운 수은을 화장품처럼 써서 피부에 쳐발쳐발도 했었다. 수은을 그런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는 걸 인간이 깨우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수은은 앞서 얘기했던 건전지뿐만 아니라 형광등과 온도계에도 쓰였다. 이 때문에 '수은주'가 온도계를 의미하는 관용어로 아직까지도 쓰인다.
하지만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이며, 증기가 몸에 들어가기 쉽다. 우리나라에서는 먼 옛날, 1988년에 온도계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문 송면'이라는 이름의 겨우 15살짜리 소년이 급성 수은 중독에 걸려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다. 온도계에다 수은을 주입하는 일을 밀폐된 공간에서 안전 장비도 없이 하면서 치사량의 수은 증기를 흡입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수은은 생물 농축을 통해서도 들어올 수 있다. 자연 오만 데서 조금씩 쌓인 수은이 바다로 들어가고, 그게 그 일대에 사는 어패류의 내부에 쌓이고, 그 어패류를 사람이 먹으면서 말이다. 수은뿐만 아니라 살충제 DDT, 미세 플라스틱 같은 다른 해로운 성분들도 이런 식으로 농축된다.

인간 사회에서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하청 단계가 늘어나면 작업자가 받는 비용이 전 단계의 절반 이하로 팍팍 깎이곤 한다. 생물 농축은 이와 정반대다. 먹이 사슬 단계가 늘수록 그 농도가 몇 배로,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생선 중에서도 참치, 상어처럼 덩치 크고 딴 어류들을 많이 잡아먹는 아이일수록 수은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생선에 기생충이야 가열만 하면 없어지겠지만 중금속은 그렇지 않다.

수은은 이런 생물 농축 과정에서 메틸기가 붙어서 유기금속으로 바뀐다. 메틸기가 하나만 붙은 CH3Hg 메틸수은은 가장 단순한 형태이다.
아까 유연 휘발유는 '에틸기'가 4개 붙은 납 화합물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이번엔 에틸이 아니라 메틸이다.;;

같은 독극물이어도 암모니아나 테트라에틸납 같은 건 산업적으로 다른 유용한 구석이라도 있다. 그러나 메틸수은은? 잠시 농약이나 방부제 같은 데에 쓰이기는 했지만, 인체에 너무 위험하고 다른 대체제도 많기 때문에 퇴출됐다.
산업적인 쓸모가 있는 게 아니어서 인간이 일부러 제조하지는 않는다. 즉, 이건 그냥 해양 미생물이 수은을 가공한 결과물일 뿐이다.

오염된 물 속의 메틸수은이 쌓이고 쌓여서 발생했던 대표적인 공해병이 바로 미나마타 병이었다.
이타이이타이는 카드뮴이고 물 또는 토양과 식물이 출처였던 반면, 미나마타는 수은이고 출처가 물과 동물 계열인가 보다.

그런데 수은에 메틸기가 하나가 아니라 2개 붙으면 '디메틸수은' (CH3)2Hg이 된다. 이건 수은이나 메틸수은을 아득히 능가하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맹독 극독으로 위력이 업그레이드;;;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전설을 넘어 레전드 급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고 사례가 있다. 1996년 8월,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화학과의 대학원생도 아니고 엄연히 교수이던 캐런 웨터한(Karen Wetterhahn)이라는 과학자가 맨손도 아니고 라텍스 장갑까지 낀 채로 실험을 하다가 디메틸수은 몇 방울을 손에 잠시 흘렸다. 곧바로 닦아냈다.

그랬는데, 겨우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디메틸수은은 장갑을 통과하고 사람의 피부로 흡수돼 들어갔다.
그로부터 무려 5개월쯤 뒤인 1997년 초부터 그녀는 뇌가 상하고 신경이 파괴되고 시청각 장애가 생기면서 폐인이 돼 갔고.. 10개월 뒤인 1997년 6월에 사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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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정도면 거의 청산가리나 방사능 피폭이나 독사 맹독에 맞먹는 독이 아닌지..???
수은이 아무리 유독하기로서니, 증기가 아니라 액체 수은을 손으로 좀 만졌다고 해서 바로 체내로 흡수되고 몸에서 탈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디메틸수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먹은 것도 아니고, 증기를 흡입한 것도 아니고, 피부에 그렇게 아주 소량이 잠깐 접촉한 것만으로! (이 정도면 뭐 사람 암살이나 ㅈㅅ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겠다;;)

일반인이 이런 미친 물질을 접할 일은 사실상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자연에서 합성되는 건 그냥 '메틸수은'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디메틸수은은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으며, 인간에게 딱히 다른 쓸모도 없다. (일부러 제조할 일 없음)

이상이다. 글을 이렇게까지 길게 쓸 작정은 아니었는데 엄청 길어져 버렸네;;
오늘은 해로운 중금속 3관왕 위주로만 썰을 풀었지만, 나중에 언젠가 금속이나 합금, 원소 쪽으로도 더 범용적인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6/08/13 08:35 2026/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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