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갖가지 종류의 상(prize)이 있다.
그 중 세계구급인 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입상자를 배출하려고 애써도 결국 못 받고 있는 노벨 상(과학 분야)이 있고, 수학 분야에서 노벨 상보다 더 받기 어렵다는 필즈 상이 있다.
그리고 전산학계에는 튜링 상이 있고, 사회· 정치 분야에는 막사이사이 상도 있으며 교육· 문화 분야에는 세종대왕 상도 있(었)다고 카더라.

이런 상들은 연구 실적을 기관에서 따로 평가하여 입상자가 결정되는 상이지만, 아예 contest, competition을 치러서 입상자를 결정하는 대회 성격이 짙은 상도 있다. 각종 올림픽, 올림피아드가 그 예이며, 이런 곳은 상이 메달의 형태로 등급이 매겨져 있다.

그런데, 이런 세상의 많고 많은 상 중엔 영예(honor, pride)가 아닌 굴욕(humiliation)에 가까운 상도 있으니,
다윈 상이라고 혹시 들어 보셨는가?
이건 개그 내지 풍자 성격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수여되는 상인데...
열성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자신의 씨를 스스로 끊음으로써 인류의 발전/진화-_-에 공헌한 경우 수상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 http://www.darwinawards.com/

그래, 한 마디로 개소리이다. -_-;;;
쉽게 말해서 ㅂㅅ같은 개죽음을 맞이하거나 최소한 생식불능이 된 사람이라면 이 상을 받을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조건이 있다.

1. 수상자는 기막히고 놀라울 정도로 충분히 멍청한 짓을 하거나 어이없는 일을 당해야 한다.
2. 수상자는 그로 인해 죽거나 고자가 돼야 한다. 내가 고자라니
3. 그 행동은 의도했건 안 했건 자신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의지로 인해 야기된 것이어야 한다.
4. 당연한 말이지만, 수상자는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5. 행적에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공신력 있는 매체에 보도되었다거나, 증언이 충분히 믿을 만하다거나.

예를 들자면,
- 공짜로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자판기를 기울이다 자판기에 깔려 죽은 사람. -_-;;; (1994년)
- 독사에게 물렸는데, 병원에 안 가고 술집에서 술이나 퍼 마시면서 깡으로 “난 독사에게 물리고도 끄떡없어”라고 자랑을 하고는 곧 죽어 버린 어느 미국인 남성 (1997년)
- 자기 집에다가 수심이 자기 키보다 얕게 수영장을 설치하고는 다이빙 후 목이 부러져 죽은 사람 (1998년)
- 광산에서 수정을 캐고 있었는데 위에 달려 있던 수정이 떨어지면서 거기에 정통으로 찔려 죽은 멕시코의 광부.. (2001년)
- 벌집을 옮기려고 온몸을 얼굴까지 보호막으로 둘러쌌는데, 작업 중에 그만 밀폐된 비닐봉지 안에서 질식사한 농부.. 숨구멍을 안 뚫었다. -_-;; (2002년)

이런 사람들이 받아 왔다. ㄲㄲㄲㄲㄲㄲㄲㄲ

이런 상이 다루는 사건들이든, 이런 상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이든 모두 단순히 엽기 해외 토픽 정도로 치부될 법도 한데
이 다윈 상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작년(2010) 여름에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첫 다윈 상 수상자가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전 지하철 서대전네거리 역에서 휠체어 탄 채로 추락사한 어느 장애인.. ㅠㅠㅠㅠㅠ

구체적인 스토리를 아는 분도 있겠지만...
고인은 8월 25일, 지하철 타러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아주 간발의 차이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한참 전에 먼저 탄 어느 60대 여인 혼자만을 싣고 매정하게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내가 알기로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는 한번 문이 열리고 나면 닫히지 않고 굉장히 오랫동안 열려 있으며, 주행 속도도 아주 느리다. 비장애인들이 남용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러니, 이 엘리베이터를 놓치면 또 몇 분이 그냥 날아가는지 모른다.

나라도 짜증 났겠다. 그래서 고인은 빡쳤는지,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휠체어로 쾅쾅 들이받았다. 그런데 2타 때는 약한 엘리베이터 문이 벌어졌고, 3타 때는 그가 그대로 밑으로 엘리베이터 문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서대전네거리 역이 얼마나 깊은 역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역이 무슨 여의나루나 만덕 같은 역이 아닌 이상, 설마 사람이 추락사할 높이였겠나 싶다. 허나, 몸이 불편했던 장애인은 충격을 최소화하는 자세를 유지하지 못했는지, 아래의 엘리베이터 상부에 휠체어에 앉은 채로 떨어져서 그대로 사망. 떨어지면서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_-;;;

여인이 탄 엘리베이터가 아래층에 막 도착하려던 찰나, 그 장애인과 휠체어가 엘리베이터 카 위로 쾅 떨어졌으며, 충격을 받은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불이 꺼지고 고장이 났다. 결국 그 여인도 엘리베이터 안에 한동안 갇혔다. -_-;;; 마른 하늘에 날벼락.
이 모든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으며, 외국에까지 소개되면서 네티즌들은 이 사람을 올해의 다윈 상 1등급 수상자로 뽑게 되었다.

듣자하니, 당시 엘리베이터에 구조적인 이상은 없었다고 한다. 무거운 휠체어로 그 속도로 저 정도로 작정하고 쾅쾅 들이받는 건 어차피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충격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관리자의 관점에서는 면책 사유가 성립한다고. 그러니 고인의 죽음은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자업자득인 꼴이 됐다. 완전 캐굴욕. 그저 묵념뿐이다.

다윈 상의 취지 자체가 고인드립인 건 말할 것도 없고, 한국식 정서라면 망자에 대한 명예 훼손감일 텐데. 에휴...;;
사실은 찰스 다윈조차도 그런 상의 이름에 자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인해 통탄할지도 모르겠다. 다윈에 대한 고인드립 ㄲㄲㄲㄲㄲ
하지만 다윈 상의 발상 자체가 진화론적이니 이 역시 자업자득이다.
참고로,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한때(일제 강점기 때) 다윈의 기일을 기려서 과학의 날을 제정하기도 한 적이 있다. 왜 하필 다윈일까.;;

에어장 목사 정도면 다윈 상의 범주에 들지 궁금하다. 그런데 그건 굴욕적이긴 해도, 바보짓이라기보다는 천하의 개쌍놈짓을 하다가 자업자득으로 명을 다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은 성격이 다르다 하겠다.

다윈 상 자체에는 뭔가 노골적인 종교적 이념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창조· 진화 논쟁을 의식해서, 더 나아가 기독교를 좀 조롱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는 뉘앙스가 전혀 없다고 말하면 그 역시 거짓말일 것 같다.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FSM 날스괴;;)처럼 말이다. 유한 상태 기계가 아니다!
FSM 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venganza.org/

FSM 하니까 여러 모로 라면교 교주가 떠오르던데.. 한국 버전은 라면이고 양놈들 버전은 스파게티이다. -_-;;
라면교 교주는 끓는 물에 돌아가셨다가 3분 만에 부활하셨다거나, 극악한 사탄의 무리인 비빔면과 짜파게티 무리를 조심하고 적그리스도인 뿌셔뿌셔에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둥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패러디 수준인 반면..
FSM에는 좀 더 수위가 높은 비수가 꽂혀 있다.

FSM 신도들이 웬만하면 하지 말았으면 하는 짓
1. 웬만하면 나를 믿는다고 남들보다 성스러운 척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남이 나를 믿지 않는다고 마음 상하지 않으며, 어차피 안 믿는 자들에게 하려는 말들이 아니므로 말 돌리지 마라.
2. 웬만하면 내 존재를 남들을 괴롭히는 핑계로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
6. 웬만하면 내 신전을 짓는데 수억금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더 좋은 데 쓸 데가 많다.
7. 웬만하면 내가 임하여 영지를 내린다고 떠들고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웃을 사랑하랬다. 좀 알아 먹어라.
뭐 이런 것들이 있다.

흔히 “종교는 나약한 사람들이나 의지하는 수단이지. 난 차라리 내 주먹을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거보다 조금 온화(?)한 사람이 한다는 말은 뻔하다. “뭐, 심신 수양을 위해서 종교 하나 갖는 거 나쁘지는 않지. 하지만 너무 빠지지는 말고, 특히 네 종교만 옳다는 독단에 빠지지는 마라”

국내외의 유~명한 개독안티 석학들은 종교가 지금까지 저질러 온 온갖 폐해들, 종교 때문에 벌어진 각종 참극은 둘째치고라도 그게 사람의 이성을 얼마나 마비시키고 우민화해 왔는지를 지적한다.
그걸 직설적으로 표현 안 하고 교묘하게 sarcasm을 섞어 풍자하다 보니 FSM 같은 것도 만들어진 것이리라.
애초에, FSM교는 “어이쿠! 창조론과 지적 설계를 가르칠 정도로 학교 교육이 막장으로 치닫는다면, 아예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님을 가르쳐도 되겠네요 ㅋㅋㅋㅋㅋ” 이런 비꼼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난 그런 것에는 별로 대응할 필요를 못 느껴서 대응 안 한다.
걔네들의 말 중에서 한 20~30% 정도는 특정 문맥에서 '몇몇 가정이 성립한다는 전제 하에서' 맞는 말도 물론 있다.
마치 성경에서 “어리석은 자가 '마음 속으로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도다”라는 문장 자체는 참인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신을 찾아 온 것도 인간이고 그 신이 필요없다고 신 없이 살자고 부르짖는 것도 인간이다. 그런데 과연 신 없이 인간이 잘 살면 얼마나 훌륭하게 잘 살 수 있을까?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과연 당신의 혼을 사랑하고 걱정해서 그렇게 말하는 걸까?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에게 진짜 중요하고 필요한 가치는 눈으로, 시스템으로 측정할 수 없으며 돈과 권력과 과학 기술로 얻을 수 없다.
그걸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 제도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고, 아무리 사회 개혁을 외쳐도 사회 구조는 여기서 저기로 쳇바퀴만 돌 뿐 바뀌지 않는 것이다. 잘 생각해 봐라.
아무리 돈을 쳐발라서 스펙 완벽한 배우자와 결혼해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상류층들이 이혼을 엄청 많이 한다. 이래도 아직 이해가 안 되겠는가?

뭐 이런 예가 부지기수이다. 인간이 우주에 갔다 오고 핵무기를 발명하고 지구촌을 인터넷으로 연결했다 한들, 과연 저 구도가 본질적으로 바뀔 수가 있을까?
이건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만, 세상에 사람들의 빈부 격차가 이토록 심하고 환경과 여건 차이가 난다고 해도 하나님이 공평하다고 하는 이유가 이런 곳에 있는 것 같다. 인간에게 진짜로 공평해야 하는 건 여전히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저렇게 영적으로 불만족스럽고 부족한 것이 존재하는 한, 무신론자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절대자를 찾는 사람(굳이 기독교가 아니어도)은 없어질 수 없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무신론자 중에 미신에 빠진 유신론자들이 너무 불쌍한 나머지 그들을 위해 대신 죽을 정도의 사랑을 그들에게 베푸는 사람이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 말이다.
세상에 저런 데에 왜 매달리는지 내 머리로 진짜 이해가 안 되는 시한부 종말론자, 도박 중독자, 이단들도 세상에 절대로 안 없어지고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건전한 게 당신의 논리에 설득되어 없어질 거라고? 꿈 깨라.

끝으로..
나의 종교가 '철도'라고 말한다면 그건 맞을 가능성이 높다. ㅋㅋㅋㅋ
하지만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복음은 나에게 종교가 아니다. 편의상 여타 종교들 중 하나인 것처럼 분류하는 경우는 있지만 본인이 개인적으로 그걸 종교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도대체 기독교는 왜 이리도 교파가 많고 이단들도 많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윈도우즈에만 온통 악성 코드나 보안 이슈가 들끓고 있고 맥OS나 리눅스는 바이러스가 거의 없는 것과 비슷한--같지는 않지만-- 이유 때문입니다. 설마 그게 OS의 기술적 우열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죠?

Posted by 사무엘

2011/07/02 08:15 2011/07/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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