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엡 6:14-17을 펼쳐 보면 그 유명한 전신갑주 장구류가 나온다. 진리의 허리띠, 구원의 투구, 의의 흉배 어쩌구~ 이런 비유들은 사 59:17 같은 성경적인 근거가 있는 한편으로, 그 당시의 로마 군인의 무장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많이 세속화되고 타락해서 그런지, 요 근래엔 저 말씀을 보니... 바이크 라이더가 딱 떠오른다. ㄲㄲㄲ
흉갑, 신발, 투구 등등은 오토바이 탑승용 부츠, 장갑, 재킷, 수트, 상체 보호대, 헬멧 등등에 얼추 대응한다.
리터급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를 떡~ 타고 검 대신에 샷건 하나 들면 터미네이터 되는 건가..??
현대의 전쟁에서는 무기의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갑옷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어져서 퇴출됐다. 그 대신 방어구를 주렁주렁 장착하는 분야가 육군 보병 대신 오토바이 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말이나 이륜차 같은 부류는 탈것에서 빨리 떨어져나가야 안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것에다가 탑승자를 고정하는 벨트 같은 안전장치가 없다. 그 대신 안전장치를 탑승자가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성경을 보면 공격 무기는 말씀의 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방어구이다.
특히 "구원의 투구"... 구원 교리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에다 매핑이 돼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오토바이도 다른 모든 방어구는 선택사항 옵션이지만, 헬멧만은 모든 탑승자에게 무조건 법적 의무이다. 안 쓰고 주행하다가 걸리면 과태료이다.
물론 이건 보행자로 치면 무단횡단(횡단보도이기는 하지만 빨간불), 자동차로 치면 깜빡이 미점등과 비슷한 급으로 경미한 법규 위반이기 때문에 액수 자체는 저렴하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지.. 솔직히 최소한의 물리 법칙 감각과 겁대가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헬멧 안 쓰고 이륜차 타고 쌩쌩 달릴 때 본능적으로 겁을 먹고 거부반응이 느껴져야 할 것이다.
낚시를 즐긴다거나, 갑자기 애완동물을 키운다거나, 오덕질에 심취한다거나...
이런 건 아무래도 부모나 배우자 같은 가족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활동이다.
그런데 "나 오토바이 탄다~"는 그 이상으로 평이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너무 위험하다고 말이다.
허나.. 비행기만 해도 일단 추락 사고가 나면 매우 끔찍하지만, 사고 자체는 좀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자동차 이상으로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이지 않던가?
그것처럼 오토바이도 일단 사고가 나면 자동차보다 매우 끔찍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사고율이나 위험성은 지나치게 과장된 구석이 있어 보인다. 오토바이를 지나치게 기피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토바이 자체가 기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멀쩡히 잘 달리다가 저절로 폭발하거나 주저앉는 물건이기라도 한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이륜차든 일반 사륜 자동차든, 철딱서니 없는 얼라들이 사고를 왕창 많이 낸다. 이런 편견은 안타깝지만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자동차 보험의 액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면허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딸 수 있지만, 실질적인 자가용 운전은 대학 졸업하고 남자는 군대도 갖다 온 20대 중후반부터나 가능하다.
그 전 연령은 사실상 "넌 아직 운전하지 마" 수준으로 보험료가 정말 살인적으로 비싸다는 걸 자가용 굴리는 분이라면 다들 아실 것이다.
자동차는 이런 경제적인 진입장벽이 철딱서니 없는 사고를 상당 부분 차단해 주고, 극소수 예외적인 카셰어링 오남용이나 부모 차 몰래 가져 나온 무면허 사고나 나는 반면.. 오토바이는 그런 장벽이 없기 때문에 사고율이 높고 위험해 보일 뿐이다. ㄲㄲㄲㄲㄲ
처자식 없이 혼자 살면서 자동차까지 굴리기에는 주차 공간 없고 유지비 없는 사람..
그렇다고 전동 스쿠터 같은 간단한 퍼스널 모빌리티가 감당하기에는 장거리를 빠르게 뛰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틈새시장인 오토바이가 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더 타거나 짐을 많이 실어야 하고 악천후에서도 안정되게 주행하고 싶다면 경차라도 자동차를 골라야 할 것이고,
동승자 없이 스피드를 즐기고 산간오지 좁은 골목까지 깊숙히 들어가려면 오토바이가 더 유리할 것이다.
"무조건 이것만 해"가 아니라, 자기 여건과 처지와 목적에 맞는 도구를 공평하게 취사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토바이가 유용성에 비해서 법의 보호도 제대로 못 받고 너무 괄대받고 있기는 한 것 같다.
세상에는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20대 여성도 있고,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여성, 지게차나 굴삭기를 조종하는 여성도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바이크 운전을 취미로 즐기는 아가씨 누님들도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아로그'와 '이래도 될래나' 채널을 종종 보고 있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가 바이크를 타고 그걸 당당히 홍보까지 할 정도이면 생활력이 보통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엔진 출력 대비 워낙 가볍기 때문에 출발 가속은 뭐.. 자동차 따위가 절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한다.
하지만 시속 100이 넘어가는 고속에서는.. 정말 의외이지만 공기 저항 때문에 자동차에게 크게 밀린다. 쟤들은 자동차처럼 매끄럽고 날렵한 유체역학적인 차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시속 100 이상 달린 물건들은 다 특수 제작된 차체를 씌웠다거나, 앞에 바람막이를 해 주는 차량을 뒤따라가는 식으로 공기 저항을 어찌어찌 한 덕분에 그런 기록을 낸 것이다.
다만, 바이크로 시속 200씩 밟을 때는 밟더라도, 자기 안전은 절대적으로 확보해 놓고 달려야 한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에서 어떤 바이커가 헬멧 의무 착용 강제는 개인의 자유 침해라고 맞서면서 일부러 헬멧 없이 바이크 타고 질주했다.
그랬는데 차체가 삐끗 해서 사고가 나 버렸고.. 그 사람은 머리를 크게 다쳐서 즉사했다.
그는 2011년도 다윈 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ㄲㄲㄲㄲㄲㄲ
angry wheelchair man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2010년도 우리나라 수상자에 필적하는 엽기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