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dilascia.com/ruint.htm

본인이 이 사람 이름을 본 것은 비주얼 C++ 6.0을 쓰던 시절부터이다.
MSDN을 보면 각종 함수 레퍼런스, 툴 설명서뿐만이 아니라 고맙게도 일부 책이나 간행물 내용까지 수록돼 있었는데, 어느 프로그래밍 잡지의 C++ Q&A란을 애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코너를 집필하는 사람이 바로 저 전설의 프로그래머 Paul DiLascia였다.

특히 비주얼 C++ 6.0 MSDN에는 bmp 파일 뷰어를 밑바닥부터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놓은 게 있었는데
친절한 설명도 설명이거니와 이 아저씨는 글빨 입담이 정말 구수하다는 것을, 생소한 영어를 읽으면서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윈도우+MFC 프로그래밍의 달인인 건 의심의 여지가 없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원래 수학 전공에다 컴퓨터 예술 쪽에도 심취해 있는 다재다능 엄친아였다. 이름이 좀 유럽풍인 것 같아 보이나, 실제로는 뉴욕에서 태어나서 자란 골수 미국인이라고 한다. 조상이 이민자?

링크를 건 곳은 저 사람의 2003년 시절 인터뷰이다.
고수 프로그래머로서의 조언도 여럿 담겨 있는데, 그 내용이 무척 공감이 간다.

- 최신 기술 동향은 놓치지 않되, 남들이 좋다고 하는 데에 소신 없이 절대 우루루 휩쓸려 따라가지 말라. 가령 클라이언트처럼 C/C++가 독보적인 분야가 있고, .NET 같은 곳이 더 유리한 분야가 따로 있을 뿐이다. 자신의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툴이나 기술을 잘 고르는 요령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것들은 도구일 뿐이며 절대적인 우열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 Win32 API가 존재하는 한.. 윈도우즈 운영체제가 밑바닥부터 새로 뒤바뀌지 않는 한, 너무나 클래식(?)한 C/C++이나 MFC 같은 것은.. 결코 그렇게 호락호락 없어지지 않는다. 더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다는 말은 그만큼 API가 성숙하고 안정화됐다는 뜻으로 오히려 다행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 늘 목표를 명확히 하고 내가 무슨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무슨 도구를 쓰는 게 가장 최적일까를 고민하라. 디자인 과정을 소홀히 하지 말라.

민장(minjang.egloos.com) 님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요지의 말을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워드, 엑셀 같은 유명 소프트웨어에 들어있는 GUI 베껴서 따라 만드느라 시간 낭비 절대 하지 말라!" (그 시간에 실제 기능 구현에 필요한 자료구조/알고리즘 연구나 더 해라)

란 주문도 들어있다. ^^;;
아마 C++ Q&A 운영하면서 "나도 저기에 들어있는 그 기능, 그 UI 만들고 싶다. 어떡하면 좋은가?" 류의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는 급의 문의를 엄청 많이 받았지 싶다.

* * * * *
  Too many programmers spend all their energy implementing some cutesy UI feature like docking windows or pink scrollbars because they saw it somewhere else. Microsoft has 5000 programmers to create animated paper-clips. You don't. Don't fall into the code envy trap!

  Don't get side-tracked implementing the latest GUI feature you saw in Word or Excel.
(그런 공룡 대기업들이나 부리는 '가진 자의 여유'를 당신이 따라할 여건은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 * * * *

저건 우리나라의 유명한 비주얼 C++ 서적의 저자인 이 상엽 씨도 똑같은 말을 했다.

* * * * *
  그래도 예술적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 제작에 열을 올린다면 좋은 이야기다. 그것도 아닌 것을 예술인냥 착각하고 움직이지는 절대 말라는 것이다. 예술적 가치가 없는 부분이 어떤것인가를 물어 볼것이다. 거 있지 않은가? MS 사에서 도움말 강아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강아지 만들어 넣는거...Visual C++의 워크 스페이스 창이 도킹 되었다가 떨어졌다 하는데 나두 이거 만들구 싶다 라는거...
예를 간단하게 들어서 MP3 에 있는 압축기술이나 음성인식 또는 지문인식 등의 기능이 예술이라고 볼수 있고 그냥 강아지 이리저리뛰어 다니는 것은 처음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것은 잡다구리 테크닉이다.
* * * * *

그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편집기 프로그램은... 9년이 넘게 개발되고 버전이 5.5가 넘어선 지금까지도 완전 윈도우 95의 기본 컨트롤과 UI 요소만 사용하여 만들어져 있다. ^^;;; 편집기의 경우 과거 3.41 버전에서 MFC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이제 도구모음줄이 도킹을 할 수 없게 바뀌었다. 그게 원래 MFC가 구현해 주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편집기를 실행해 보면 도구모음줄 아이콘들이 좀 중앙에 안 있고 메뉴, 즉 위쪽에 너무 바싹 붙었다는 인상을 받는데 이것도 딱히 바꿀 방법이 없다.
아이콘 사이에 임의의 크기로 여백을 내는 것도 MFC가 윈도우 프로시저를 다 서브클래싱해서 굉장히 지저분한 작업을 한 끝에 구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MFC는 단순히 윈도우 API wrapper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거 따라하는 일에 너무 심취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아쉽게도 이 사람은 작년(2008) 9월, 40대 후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비주얼 C++ 2008의 내장 MSDN에는 2006년자로 작성된 그의 글을 볼 수 있는데, 이제 더는 그런 글을 접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40 2010/01/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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