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이야기와 생각들

소사-원시, 서해선이 이미 지난 6월 중순에 개통했구나! 철덕답지 않게 완전 깜빡 잊고 있었다. 광역전철 동해선은 부산권에 있지만 서해선은 수도권에 있다. 노선색은 서울의 우이 경전철과 비슷한 녹색이다.
이것 말고 올여름 휴가 이후 본인의 머릿속을 거쳐 갔던 경험과 아이디어들을 다음과 같이 두서없이 나열해 본다. 어쩌다 보니 경제 쪽 얘기도 나왔다.

1. 경제 양상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셀프 주유소라는 건 극히 드물고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급증해서 대세가 돼 가고 있다.
  • 종로 한복판 건물들에 "임대 문의" 상태인 공실이 이렇게 많은 걸 보고 놀랐다. 나중에는 이 공실들을 국가에서 매입해서 이런 식으로 부동산 국유화라도 실현할 것 같다.
  • 패스트푸드점들은 요 1년쯤 전부터 이제 키오스크 기계로 주문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
  • 편의점 계산대의 직원이 예전엔 전부 나보다 어린 알바생이었는데 지금은 다들 중장년 어르신으로 바뀌었다.

지하철 개찰구와 매표소에 직원이 몇 년 전에 진작에 사라졌던 것처럼.. 이들 변화 중에 일부는 기계화· 무인화 추세로 인해 비정치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도 있다.
그러나 비현실·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인건비 때문에 그런 변화가 더 가속화되고 부추겨진 것도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임대료나 카드 수수료 탓만 할 게 아니다.

2. 무더위

올해의 폭염은 드디어 1994년 폭염까지 압도하면서 관측 사상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수립했다. 낮 최고 기온의 10자리가 3이 위태롭고(40도), 밤 최저 기온의 10자리에 2가 위태로운(30도) 지경이 됐다. 너무 더워서 오히려 해수욕장 인파가 줄어들 정도이고, 심지어 모기조차 자취를 감춘 것 같다. (땀과 이산화탄소가 있는 곳은 언제 어디서든 기가 막히게 달려오니, 이거 뭐 옛날 사람들이 자연 발생설을 괜히 믿었던 게 아닌 듯..)

아침에 일어나서 코와 피부 상태를 살펴보면 습도가 막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건조 고온일 때는 일교차가 커서 밤에라도 시원해지는 편인데 올해는 지구 표면이 태양의 반대편으로 돌아섰을 때에도 어쩜 이렇게 계속해서 더운지 모르겠다.

이 와중에 원전 다 망가뜨리고, 그 대신 북괴 땅을 통과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북괴산 석탄으로 화력 발전을, 산림 마음껏 파괴하는 태양광 발전을 돌려서 어디 한번 에어컨 잘 가동해 봤으면 싶다. 누가 들으면 4대강에만 특혜· 비리가 가득하지, 태양광 발전판 납품은 지저분한 관행이 전혀 없을 줄 알겠다.

3. 냉난방

요즘 자동차들은 똑똑해서 평지에서 "가속 → 타력 주행과 함께 감속 → 재가속"을 반복하는 것보다, 액셀러레이터를 아주 약하게나마 계속 밟으면서 적은 힘으로 등속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연료가 덜 든다고 한다.

그런데 동일한 원리가 냉난방 설비인 보일러와 에어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보일러도 그냥 온수 모드로 켜 놓고 잊어버리는 게 낫고.. 에어컨도 적당히 높은 온도에서 상시 켜 놓는 게 어설프게 껐다 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전기가 덜 든다. 완전히 높아져 버린 온도를 새로 낮추는 게 자동차로 치면 멈춘 상태에서 가속만큼이나 아주 힘든 일이긴 한가 보다.

4. 아는 것이 힘

보이스피싱이야 요즘 수법이 하도 많이 알려졌다 보니, 이제 문명의 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외에는 어지간해서는 속는 사람이 없다. 다짜고짜 돈을 어디로 보내라거나 보안 카드 번호를 다 입력하라는 무식한 주문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근래에까지 사용되어 온 그럴싸한 수법은 법원· 검찰 직원 사칭이다. 당신이 지금 사기 범죄에 연루됐으니 혐의를 벗으려면, 오해를 풀려면, 니 계좌에서 돈이 몽땅 인출돼 털리는 피해를 막으려면.. 돈을 다른 안전한 계좌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여차여차 하면서 결국 대출 얘기가 슬쩍 나오는가 보다.

이런 부류의 낚시에도 절대 속을 필요 없다. 정부 기관이 일반인에게 저런 식으로 접근해서 그 따위 요구를 할 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법과 관련 규정을 조금만 알면 속을 일이 없는데 사람들이 몰라서 당하기 쉬운 것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해 보인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견인차는 법적으로 긴급자동차가 전혀 아니라는 것, (걔들도 교통법규를 다 지켜야 함, 우리가 일부러 비켜 줄 필요 전무함)
택시에 목적지부터 들은 뒤에 구두에 의한 조건부 승차 거부는 불법, 그리고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도(현금이 더 싸고 카드는 더 비싼 것까지 포함) 탈세와 연루된 완전 불법이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피서철에 경치 좋은 계곡의 전망 좋은 곳에 평상이 꼭 설치되어 있고 거기서 놀려면 근처 식당에서 바가지 요금을 주고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하는 것 말이다.
개발 제한 구역 내에서 어느 누구의 땅도 아닌 곳을 사유지화해서 그렇게 영업을 하는 것부터가 불법이다. 고발당해서 과태료인지 벌금인지 그거 뜯기는 것보다, 법을 모르는 행락객들에게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기 때문에 업주들이 그렇게 배째라를 시전하는 거다.

5. 체지방과 뱃살

살 빼려면 적게 먹고, 먹는 양보다 활동·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건 틀림없다. 다만..

인간은 자동차 용어로 치면 연비가 상상 이상으로, 기막히게 좋고 효율적인 피조물이다. =_=;; 차라리 항온동물의 특성상 숨 쉬고 가만히 있으면서 체온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열량 소모가 많을지언정, 운동 때문에 추가로 소모되는 열량은 굉장히 적다. 죽어라고 몇 시간씩 운동해서 소모한 열량 정도는 밥 한 그릇 뭐 하나 먹으면 바로 보충되고 원상복귀될 정도..
하긴 그렇게 효율적이니, 인류가 옛날에 왕창 못살던 시절에 흉년 들고 쫄쫄 굶어도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냥 무식하게 굶기만 하면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체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라 수분과 근육부터 먼저 빠진다고 하니 낭패. 당연히 건강에 안 좋다.

그럼 열량 소모를 늘리겠다고 추위에 오랫동안 벌벌 떨며 살면? 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열량 소모가 크게 증가하긴 한다. 하지만 면역력 저하 등으로 인해 이 역시 건강에는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 부작용이 크다.

심지어 운동조차도 어설프게 해서는 안 되고 땀이 날 정도로 그리고 한 30분 이상 해야 그때부터 체지방이 슬슬 빠진다고 그러던데..
체지방이야말로 신체에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닌 존재인가 보다. 난감하다. =_=;;
건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체지방만 곱게 빼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6. 연구는 엔진 가동, 강의는 히터

요즘 대학교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방학 동안 알바를 죽어라고 뛰어도 학비를 마련할 수 없네, 이래서 헬조선이네 뭐네 그런 불평 불만이 많다.
그에 대한 반박으로는 대학 교수는 학원 강사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 인력이고 대학교 시설도 마찬가지인데, 등록금이란 게 왜 반드시 두 달 알바만으로 충당 가능한 액수여야 하느냐, 가치가 서로 동등하다고 볼 수 있냐 같은 원론적인 말이 있다. 이 블로그에서 양측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지는 않겠다.

사실 대학교는 고등 교육 기관이며, 단순 지식 전달보다는 연구가 더 우선이어야 한다. 학부를 영어로 괜히 under이라는 말을 붙여서 표현하는 게 아니다. 학부는 중등 교육까지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 위한 기본 전공 내지 이론을 익히는 과정이다. 그리고 진짜 연구는 대학원부터가 시작이다.
그게 아니고 그냥 취업을 위한 공부, 고시 합격을 위한 공부가 전부라면 대학은 존재 의미가 없다. 학원과 별 다를 바 없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학 교수에게는 연구가 main이고 강의는 덤인 게 맞다. 그런데 이 개념을 누군가가 SNS에서 정말 기가 막히게 맛깔난 비유를 동원해서 표현했더라.
"(대학교에서) 강의는 엔진에 연결된 압축기를 돌려야 하는 에어컨이 아니라, 엔진의 폐열을 이용하는 히터다."

우와...!! 하트 뿅뿅~~
공돌이 냄새가 풀풀 작렬하는 완전 직관적이고 참신하고 멋진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약 빨아야 이런 예를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나도 내가 쓰는 글에서 이런 유형의 비유를 많이 생각해 내서 써먹고 싶다. 사람의 입을 선박의 조향타에다 비유한 성경 이래로 혼자 읽기 아까운 비유를 발견하여 여기에다가도 공유하게 됐다.

이런 대학은 개나 소나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아니며, 학비 부담 때문에 전국민이 갈 수 없다고 해서 그 자체가 크게 잘못되거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2차 대전 당시에 그 전쟁광 나치 독일과 일제조차도 대학생은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징집을 연기해 주거나, 징집하더라도 병이 아니라 장교로 임관시켰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대학 등록금이 문제인 것보다는 쓸데없는 학력 인플레가 더 문제이다. 공부 적성 아닌 애들은 빨리 다른 적성 찾아서 자기 분야 기막히게 잘하면 돈 벌고 성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공부 좀 하고 싶어진 만학도들이 추가 교육을 받는 평생 교육 인프라가 발달돼야 할 것이다. 뭐 말은 쉽지만 이것도 실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7. 소유, 구매, 임대

끝으로, 경제 쪽 얘기를 어설프게 좀 늘어놓고 하고 글을 맺겠다.
"물고기를 그냥 덥석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줘라"라는 요지의 격언이 있다. 그런데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해서 일을 더 키우면 자기가 아예 물고기 떼를 양식하게 된다.

본인은 완전 경알못이다 보니 정확한 개념이나 용어는 모르겠지만.. 경제가 돌아가는 건 내가 어렸을 때 생각하는 것만치 단순무식 고지식하지 않다. 월급만 모아서는 노후 대비까지 충분히 할 수 없으니, 부자가 되려면 돈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해야 한다. 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투기 같은 합법적인 도박도 하고, 빚까지 동원해서 없는 돈을 있는 것으로 많이 '간주'시켜야 한다.

그리고 재화를 갖는 방법이란 게 소유에서 구매로, 구매에서 임대나 공유로 더 가벼워지고 있다. 부동산이나 자동차 같은 비싼 물건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 자산도 라이센싱 정책이 월 임대 형태로 다 바뀌고 있지 않던가?

기업으로 치면 자체 기술 개발을 하기보다는 그냥 사 오는 것이다. 그게 당장 더 싸게 먹히니까. 상황에 따라서는 어느 선택도 기업에 득이 되거나 해가 될 수 있다. 현대 자동차나 삼성 반도체나 다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그 비용 대비 결과가 시원찮았으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 물론 과거의 대우 자동차는 기술 개발을 너무 소홀히 한 게 자충수가 됐지만..

농산물의 경우 수입 개방을 하면 안 되네, 식량이 무기화되네 이러면서 예로부터 말이 많았다. 물론 식량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고 해서 수출국이 자기 멋대로 식량을 호락호락 무기화하지는 못한다. 걔네들이 몽땅 북괴 같은 미친 나라도 아닌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국의 농업 인프라가 몽땅 망해 버리는 것도 마냥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이 선진국급 국가들 사이에 재래식 무기 전쟁이 거의 없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군대를 필요 없다고 해체하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수틀리면 언제든 자유 무역이 중단되고 보호 무역이 대세가 될 수 있으며, 전쟁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그에 대한 대비는 필요한 것 같다.

모든 걸 경제 논리로만 따지자면 무기를 개발하고 군대를 운영하는 그 천문학적인 비용을 그냥 적장에게 건네 주면서.. "이 돈 줄 테니 우리 침략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 줘. 그럼 너도 편하고 나도 좋지 않냐 ㅠㅠ" 읍소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짓 해 봤자 람로완 앞에서의 오 명규 사장 꼴밖에 나지 않으니 거시적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이지만 각 나라별로 군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북괴를 상대로 "이 돈 줄 테니 우리 침략하지 마" 평화 운운하는 놈들은 정말 쳐죽여도 시원찮을 사악한 빨갱이인 것이다..

8. 직업에서 안정성과 자유도는 사실상 반비례

똑같이 연 소득이 4000이라 해도, 프리랜서의 4000과 사기업 4000, 그리고 공무원 4000은.. 정말 급이 다르긴 하다. 특히 프리랜서는 4대 보험과 노후 대비는 말할 것도 없고, 근무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도 전부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니, 소득에다 최하 1.5~2는 곱해야 동급의 공무원 연봉과 비교되지 않을까 싶다.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경기 영향 안 받는 직업을 가지려고 괜히 아둥바둥 매달리는 게 아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안 망하고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퇴직 연금까지 나오는 조직에 들어가려고 괜히 목숨 거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안정적이거나 소득 높은 직업은 대부분 합당한 이유가 있다. 자기가 창의적으로 뭘 만드는 일이 아니라 휘하의 사람이나 물자를 관리하는 일, 스트레스 받고 책임감 큰 일, 아니면 제복 입고 근무 중 순직이 가능한 일이다. 일례로, 교사가 그렇게도 메리트가 많고 신랑감 신부감으로 적격이라지만.. 난 그런 일은 절대 안 맞으며 못 하겠다.

조직 생활 스트레스 없고 마음대로 일감 찾아서 일하면 되는 프리랜서랑, 반대로 들어가는 것부터 왕창 힘들고 스트레스이지만 일단 들어가면 안에서 최강 철밥통인 조직은.. 서로 일장일단이 있는 듯하다.

세상에 값도 싸고 성능도 왕창 좋은 물건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듯이 직업 세계도 다수가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비합리적이지는 않다. 편하게 앉아서 돈 많이 버는 직업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눈에 보이지 않게 정신 건강이라도 야금야금 등가 교환하는 게 있는 법이다. 그러니 너무 간보려 하지 말고 자기 여건에 맞고 자기가 가장 잘하고 1인자가 될 수 있는 직종을 선택해서 종사하면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8/09 08:34 2018/08/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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