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근황

올해 1사분기 동안 본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는 얘기 기록을 좀 남기도록 하겠다.

0. 미세먼지

4월이 되니 날씨가 그럭저럭 좋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초에는.. 어휴, 정말 역대급 최악의 독스모그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던 게 본인의 기억에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최장 기간, 최대 면적, 최고 농도... 이런 날이 잠깐 하루 이틀이면 집에 틀어박혀서 버티겠지만, 저게 1주일 가까이 계속되니 본인도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층간· 벽간 소음이라든가 주차 문제 때문에 미치겠다면서 이웃 간에 싸움 나고 최악의 경우 살인까지 벌어지는데, 미세먼지는 그런 부류의 갈등이 개인이 아닌 국가 단위로 벌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스케일에서는 이론적으로, 정말 최악의 경우 전쟁까지 날 수도 있다.

미세먼지 자체가 정치인 탓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정말로 국력이나 기술이 부족해서 옆의 나라에다 항의나 응징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찌그러져 있는 거라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같은 강도의 미세먼지여도 그게 어디에서 오는지에 따라서, 그리고 지금 누가 여당이고 집권했느냐에 따라서 조건부로 정반대로 완전히 다르게 반응하는 더러운 종자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이 치솟으며 욕을 한 바가지 퍼붓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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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무슨 환경 단체냐? 정치 운동 선동꾼일 뿐이지! 비싼 밥 쳐먹으면서 도대체 왜 인생을 저 따위로 사는 걸까? 2MB 시절의 747 공약보다 더 허무맹랑하고 황당하고 전혀 안 지켜진 공약이 뭐가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있으려나 모르겠다.
하긴, 쟤들은 광우뻥 vs 멜라민, 그리고 산에서 케이블카 만드는 것조차 반대하더니 되도 않은 태양광 한답시고 산 깎고 산림 몽땅 파괴하는 것에는 절대침묵 등.. 일관성과 정당성과 명분은 진작부터 상실했다.

평생을 일제 식민지 일본 탓, 분단의 원흉 미국 탓 지랄하면서 살던 놈들이..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아이고, 어지간한 종교인들 뺨치는 "내 탓이오" 모드가 돼서 고등어 탓, 포항제철 탓(!!), 디젤 차량 탓 내부 요인 운운하는 거다. 왜? 일본이나 미국에서 온 미세먼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 방향이 반대였으면 이거 정말 큰일 났겠다. 어휴~

그나저나 병X은 국내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지, 옛날에 일본에서는 "먹어서 응원하자"(후쿠시마 지역 방사능 유출 의심 농산물...ㅜㅜ) 구호가 나오더니만 중국에서는 "다같이 구보하면서 공기를 마셔서 정화하자"(우웩..ㅠㅠ) 캠페인이 나왔던가 보다.

1. 찬양 인도 경력 10년

2019년을 기해 본인은 개인적으로 다니는 교회에서 예배/집회 전의 준비 찬송(회중 찬양) 인도를 맡은 지 딱 10년이 됐다. 주일 예배를 새마을호 열차 운행에다 비유한다면, 시발역 출발 전에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 10분 남짓한 예비 시간을 책임지게 됐다.
우리 교회에서는 유튜브 방송으로 예배를 실황 중계를 하는데, 이 때문에 내 얼굴도 지금까지 인터넷으로 많이 팔린 모양이다.

준비 찬송이라는 말을 안 좋아하는 분도 있다. "이거 찬송 부르는 시간도 엄연히 예배의 일부이다. 예배 중에 주보에 기재된 찬송가는 부르면서, 준비 찬송(?)은 불러도 되고 안 불러도 되는 식으로 격을 낮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나야 고마운 일이긴 하다만, 그런 격식을 따지기에 각 성도들이 정말로 찬송을 진심으로 부르고 싶어서 불렀으면 좋겠다.
너무 짠한 얘기를 자주 남발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 이북에서는 굶주림 때문도, 정치적 자유 때문도 아니고 "찬송 좀 마음 놓고 불러 보고 싶어서" 탈북을 한 사람도 있었다.

난 어디처럼 감미로운 BGM과 함께 "할렐루야~ 우리 다함께 찬양하며 주님 앞에 나아가길 원합니다~ / 성령이여 불같이 임하소서~~!! / 우리 다같이 주여삼창 통성으로 기도하시겠~슙니다~ !@#@!#@!#@!" 같은 건 오글거려서 못 하고...;;; 그냥 "찬송가 xx장입니다"와 함께 진~짜 행진곡 풍으로 크고 정확하게만 부른다.

그리고 잘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내 찬송가 책은 비슷한 시기에 구매한 다른 사람의 책에 비해 종이가 굉장히 낡았고 너덜너덜하다. 매주 곡을 고르기 위해서 책 전체를 뒤적이고 연구하기 때문이다. (신자라면 사실은 찬송가보다도 성경책이 더 그래야 되는데..)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재래식 칠판과 분필을 따라갈 물건이 없듯, 선곡을 위해 책을 뒤적이는 도구로는 답답한 컴퓨터 화면 스크롤이 종이책을 결코 대체할 수 없더라.

그 결과, 회중 찬송용으로 적합한 수십여 곡의 신곡들이 내가 직접 들은 적 없이 악보를 읽어서 분위기를 추측한 것만으로 많이 개척됐다.
형제님 덕분에 새로운 좋은 찬송가를 많이 배워서 좋고, 준비 찬송 장면을 녹음해서 집에 가서 다시 들으면서 익힌다는 어느 어르신의 말씀이 굉장한 격려가 됐다.

하루는 주보의 '읽어 보세요' 코너에 영적 성장과 관련된 시가 한 편 실렸는데..
동일한 시가 그대로 가사로 쓰인 곡을 내가 언젠가 찬송가 책을 뒤적이고 악보를 읽어다가 본 적이 있었다. 그 곡을 찾아내어 신곡이 하나 발굴됐다.

또한, 우리 교회는 오전 예배 때 다같이 성경 구절 암송을 하는 게 있는데.. 그 구절을 가사로 쓴 찬양이 있으면 오전 준비 찬송곡에 넣기도 했다. 이거야말로 찬송가를 최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매 사분기마다 주일학교 애들이 발표를 하는 날이면 오후 예배 준비 찬송 때도 걔들에 대한 courtesy 차원에서 어린이 찬송가를 한두 곡 준비 찬송에 넣는다.

그런 특별한 변수가 없을 때 다음 주에 부를 찬송가를 컴퓨터 추첨 뺑뺑이로 자동화를 좀 했으면 좋겠지만..
곡을 고를 때는 각 곡별 개인적인 선호도와 가중치, 친숙한 정도 등등 딱 수치화할 수 없는 변수들이 굉장히 많이 동원된다. 그래서 자동화가 안 되고 있다.
요런 게 찬양 인도의 묘미이다.

2. 먹빵과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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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정도로 먹는 날은 1년에 두 번 남짓이다. 생일, 그리고 3년쯤 전부터 관행이 되어 온 하계 휴가를 갔을 때 말이다. 본인은 공교롭게도 생일이 겨울이어서 두 날이 반 년에 가까운 간격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시기적으로 균형도 잘 맞다.

덧붙이자면 본인은 종교관과 취향의 이유로 인해 술· 담배를 안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안 그래도 건강에 안 좋은 저런 기호품을 사람들이 굳이 왜 즐길까, 저게 무슨 일말의 순기능이 있을까 하는 생각 자체는 해 봤다.

담배의 경우, 다같이 일하다가 휴식할 만한 적절한 명분과 휴식 시간, 휴식 방식을 제공해 준다.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만큼이나, "잠시 담배나 좀 한 대 피웁시다"가 휴식 선언이다.
그리고 상급자와 하급자가 같이 담배 쪽쪽 빨면서 대화 나누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기는 하겠더라. 둘 중 한 명이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면 민망하고 뻘쭘하니까 말이다. 그에 반해 화장실은 대화와 친교가 오갈 만한 공간은 아니다.

담배 다음으로 술은 사람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어서 본성을 드러나게 하고, 맨정신으로 하기 힘든 얘기가 선뜻 나옴으로써 사람끼리 가까워지게(?) 하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인체에 탈을 일으키는 물질을 흡입하고도 자기는 멀쩡하다고 남자들 세계에서 부심을 조장하는 추가적인 효과도 있다.

그리고 술은 음식을 안주감으로 소비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음식의 소모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술 없이 회만 먹으니 내 경험상 음식이 없어지는 속도가 감당이 안 되더라..;; 뭐, 저 때는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같이 먹은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중독시키고 건강 망치는 물건을 도대체 누가 자기 돈 주면서 마시고 피울까?? 저게 도대체 어떻게 장사가 될까? 세상에는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원리가 종교 영역 말고 다른 곳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나마 이것들이 건강에 워낙 나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고(특히 담배), 예전에 비해 집단 전체주의 똥군기 관행이 사그라든 덕분에 간접 흡연이니 술 강요니 하는 것도 많이 없어졌다.

3. 일요일 결혼식

난 개인적으로는 일요일 정오 결혼식은 예수 믿는 사람은 오지 말라고 or 안 와도 된다고 대놓고 선언하는 거라고 간주한다. 오전 예배를 완전히 대놓고 생까라는 걸 어쩌라고..??
"왜 하필 저 때로 잡았어? 날 엿 먹이려고?" 같은 다른 아쉬움이나 감정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 그래? 난 시간· 장소가 안 맞아서 가지는 못하겠네. 어쨌든 결혼 축하해." 그냥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 출장 가 있어서 못 가는 것과 동급으로.

그리고 그것처럼 남 결혼식 정도는 주일 예배를 빠질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걸 일일이 다 챙겨서 가고 예외를 전부/일부 인정해 버리면 예배 제대로 못 드린다.

마치 자동차 교통사고로 치면.. (1) 까방권이 성립할 정도로 불가피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2) 형사처벌 될 정도로 고의· 악의적인 것도 아닌, 그냥 (3) 정당하지 않은 급차로 변경이나 급정거 정도에 대응한다.
길을 잘못 들었거나, 실었던 짐이 떨어졌다거나 해서 고속도로에서 멍청하게 어영부영 하다가 뒷차로부터 추돌 사고가 나는 거 말이다. 그건 앞차의 과실이 더 크게 잡힌다.

난 무슨 에릭 리들 같은 위인이 아니며, 율법적인 주일성수 덕후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친구 결혼식 때문에 주일 오전 예배를 수시로 빠지는 걸 정죄할 생각도 없다. 그것과 별개로 나 본인은 남의 결혼식 정도로 예배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무슨 길거리에서 복음 전해라, 거리설교 해라, 술자리 거부해라, 신앙을 지키기 위해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해라 정도의 큰 risk가 필요한 일도 아니고, 원래 개인 사생활 시간대에 예배 드리는 시간 정도는 대외적으로 사수할 배짱이 어느 신자에게든 있어야 하리라고 여겨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9/04/15 08:33 2019/04/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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