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에 석가탄신일, 근로자의 날, 주말, 어린이날이 거의 일렬로 쭉 이어지는 황금 연휴가 있는 편이다. 일본은 4월 29일이 쇼와의 날이라고 해서 자기네 리즈 시절이었던 히로히토 일왕을 기리는 공휴일인데.. 한국은 석가탄신일이 얼추 비슷한 시기에 공휴일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성탄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1970년대에야 추가된 종교 공휴일이 나름 봄철의 연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이 기간 동안 너도 나도 외국으로 나가느라 인천 공항은 터져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더러 외국으로만 나가지 말고 내수 경제도 좀 살려 달라고 나라에서 고속도로 톨비도 면제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것 없다. 천재지변 급의 재앙 때문에 하늘길이 꽁꽁 묶여 버렸다. 인천 공항은 재작년에 평창 올림픽에 맞춰서 제2 여객터미널까지 당당히 개장했는데 지금 이게 무슨 꼴이냐..;; 안습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국내는 다행히 전염병이 기세가 많이 꺾였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도 완화되었다. 그러니 본인은 이 연휴 기간 동안 하계 휴가에 준하는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컨셉은 "2020년 춘계 황금연휴를 이용한 자연인 체험 -- 북한강변을 중심으로"가 됐다.

생각했던 것만치 멀리 나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답사했던 적이 없는 장소를 다니면서 자연을 즐기고 왔다. 특히 "하루는 산에서 자고 하루는 강가에서 자기"를 목표로 설정하여 잘 달성했다.
딱 하나 미스는 처음에 떠나는 길에 시간대를 잘못 선택해서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린 것이었다. 역시 이 시국에 나만 여행을 가는 게 아니었다..;; 평범한 아침 시간대가 아니라 새벽 같은 다른 시간대를 선택했어야 했다.

사고 하나 없이 오로지 차량과 분기점 병목만으로 길이 이 정도로 막히는 건 굉장히 오랜만에 봤다.;; 팔당대교 진입로에는 2~3km에 달하는 차들이 길게 늘어섰다.
명절 귀향· 귀경길이 아닌 상황에서 차 내비 화면에 "2시간 연속 주행하셨습니다. 좀 쉬었다 가세요"가 뜨는 걸 보니 자괴감이 들었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건 마치 우주 로켓이 1단 엔진을 가동해서 지구 대기권을 빠져나가는 것과 같았으며,
서울 교외에서 남양주든 양평이든 가평이든 어디든 가는 건 지구 저궤도에서 3단 엔진을 가속해서 달이든 화성이든 가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서울-남양주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일단 서울을 벗어난 뒤부터는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1. 중앙선 구 능내 역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바로 남양주 조안면에 소재한 중앙선 능내 역이었다. 이 역은 중앙선 복선 전철화와 선형 개량(=대대적인 선로 이설)으로 인해 2008년 말에 폐역했지만, 역 주변이 통째로 공원 내지 관광지로 보존 처리되었다.
본인은 다산 유원지는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저기는 지금까지 가 본 적이 없었다. 다산 유원지와 이 정도로 가까이 있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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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내부와 승강장은 지난 2월에 답사했던 화랑대 철도 공원과 여러 모로 비슷한 분위기였다.
단, 여기는 "자덕들의 성지"라는 점에서 화랑대 철도 공원과는 차이가 있었다. 반포 한강 공원이 자덕의 성지인 것처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앙선과 경춘선은 모두 복선 전철로 개량되면서 많은 구간이 이설됐는데, 기존 구선로 구간, 특히 강을 따라 달리는 구간은 상당수 자전거길로 리모델링 됐기 때문이다. 능내 역은 이 과정에서 특혜를 입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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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철도 공원이 그렇듯이, 저기 보이는 객차 안에도 카페가 있다. 하지만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는 역시 코로나 크리 때문에 영업이 중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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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에서 역 건물을 바라본 모습이다. 이 시선의 후방으로는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놓여서 자전거들이 씽씽 지나갔으며, 근처에는 자전거 대여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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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근처에는 선로와 자전거 도로, 주차장이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2. 물의 정원

능내 역을 답사한 뒤, 다음으로 본인은 북한강을 따라 가평 방면으로 올라가다가 '물의 정원'이라는 강변 공원을 발견하여 거기를 들렀다.
팔당 물안개 공원 같은 곳이 남양주의 북한강 구간에도 있었구나. 다만, 규모는 이게 훨씬 더 작다. 그리고 여기가 팔당 물안개보다는 먼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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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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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좋고.. 아무 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근사한 풍경화가 나오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넓은 풀밭을 자유롭게 거닐다가 벤치에 앉아 쉬거나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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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내부에는 이렇게 섬 같은 곳을 드나드는 다리가 있었다. 섬 안이나 밖이나 면적은 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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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장면 남긴다. 본인은 여기서 2시간 남짓 머물면서 신선놀음을 하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해서 등산을 시작했다.

3. 운길산

등산 대상은 큰 고민 없이 의외로 금방 정해졌다.
운길산은 본인의 여행 경로와 가까이 있고 산 중턱의 수종사 부근까지 차를 몰고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상 근처에 평상까지 준비돼 있으니 가히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본인은 첫째 날은 여기서 텐트 치고 잤다.

마침 이 날이 석가탄신일이기도 해서 수종사 주변의 주차장 공터엔 불자들이 등산객 이상으로 아주 많았다. 절과 운길산 역을 오가는 셔틀버스(소형 승합차..)도 다닐 정도였다.
산을 올라간 다음에는 다음날 아침에 내려올 예정이니 본인은 여기서 오늘의 마지막 보급을 받았다. 음료수를 보충하고 전자기기들을 충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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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를 지나고 나니 주변에는 절 방문객이 아닌 등산객만 남고 주변이 썰렁해졌다.
거기서 정상까지 명목상 이동 거리는 800m 남짓에 불과했지만, 고도는 거의 300m 가까이 상승해야 했다. 즉, 등산로가 꽤 가파르고 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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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물의 정원' 쪽을 내려다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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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과 저 멀리 남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모습이다. 산에서는 이런 넓은 전망을 볼 수 있으니 좋다.

Posted by 사무엘

2020/05/08 08:33 2020/05/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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