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교량(다리)이라는 건축물들을 보면 (1) 교각이라고 불리는 기둥들이 물 위에 일정 간격으로 박혀 있고, 그 교각들을 한데 잇는 길이 위에 놓여 있다. 그 이상 딱히 다른 특이사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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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 평범한 다리의 예: 한남대교 ㄲㄲㄲ)

하지만 어떤 교량은 추락· 투신을 방지하기 위한 난간의 규모 이상으로 (2) 거대한 철골 구조물(트러스? 아치?)이 놓여 있다. 자동차보다 훨씬 더 무거운 열차가 다녀서 그런지 한강철교가 이런 형태이다. 그 밖에 서울 지하철이 다니는 동호대교(3호선)과 동작대교(4호선)도 이런 범주에 들며, 특히 후자는 동그란 아치 모양의 철골 구조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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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든 철교가 이런 형태인 건 아니다. 그리고 철골 구조물이 그냥 다리 하부에 상판과 기둥 사이에 설치된 것도 있다. 성수대교 내지 구 당산철교(부실 시공 붕괴 위험으로 인해 1997년에 철거됨)가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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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트러스 공법이 사용된 성수대교. 유난히 야경이 많이 검색돼 나온다.)

경부 고속도로의 초기 개통 구간 중에는 비록 강을 건너는 건 아니지만 아래의 지형을 훌쩍 타넘는 고가 교량이 몇 군데 있었다. 대전 육교와 당재 육교가 대표적인데, 미관을 살리고 아래에 차지하는 공간도 최소화하기 위해 교각이 아치 형태로 만들어졌다. 1960년대 말에는 이 정도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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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대형 교량 중에는 (3) 다리의 기둥을 아득히 초월하는 높은 주탑이 세워져 있고, 다리 상판이 케이블에 매달린 형태인 게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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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의 어마어마한 위용..)

사장교는 상판의 각 지점이 주탑과 직통으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주탑으로부터 덕지덕지 뻗은 케이블은 직선 모양이다. 서울에서는 올림픽대교가 사장교의 유명한 예이며, 서울과 인천 공항을 연결하는 인천대교, 그리고 당진과 평택을 잇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서해대교도 사장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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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교는 이런 게 사장교라고 작은(?) 주탑 하나로 데모를 보인 수준이다.)

그 반면 현수교는 양 주탑이 주케이블로 연결돼 있고, 주케이블에 일정 간격으로 매달린 보조 케이블들이 상판들을 지탱하는 형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케이블의 선형은 곡선이다.
영종대교, 부산의 광안대교, 울산의 울산대교가 현수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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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색깔이 빨간 게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는 현수교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이다. 1940년에 바람에 흔들려 요동치다가 붕괴된 걸로 유명한 미국의 타코마 다리 역시 현수교였다.
현수교는 현존하는 다리들 중 기둥 사이 간격을 압도적으로 제일 멀리 벌릴 수 있는 형태이다(거의 2km 이상도).

울산대교는 인도가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 전용 도로 교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주행 중에 차에서 갑자기 내려서 뛰어내리는 자살 시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에다 무슨 마포대교 같은 급의 거대한 난간과 자살 방지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케이블이 상판을 지탱하는 현수교의 특성상, 다리가 버틸 수 있는 하중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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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교~!!)

사장교와 현수교는 경제성 및 안정성 면에서 제각기 장단점이 있다. 사장교는 주탑이 하나만 있어도 되지만 현수교는 그 특성상 적어도 둘 이상 필요하다.
한강의 하류 서울 시내 구간은 폭이 1km 남짓이니 강치고는 굉장히 큰 편이지만, 그래도 사장교라면 모를까 현수교가 필요할 정도의 길이는 아니라고 여겨진다.
사장교와 현수교의 차이를 한눈에 쏙 들어오게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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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1)뿐만 아니라 (2)나 (3) 유형의 다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바다를 건너는 길이 수 km짜리 거대한 교량은 굳이 엄청나게 높은 주탑까지 세우면서 (3)과 같은 형태로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저 미관과 폼 때문에? 그렇지 않다. (2), 특히 (3)은 같은 무게를 지탱하는 다리라도 “기둥 수를 최소화해서” 만들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자잘한 기둥 여러 개를 그냥 커다란 주탑 하나와 케이블로 퉁치는 게 더 저렴하다는 것,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냥 물도 아닌 바닷물 소금물에 쩔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 적을수록 좋다는 것 따위는 부수적인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다리 아래로 일정 규모 이상의 큰 선박이 지나갈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강이 아닌 바다 위의 교량이라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된다.

과거에는 이럴 때 자동차와 선박의 건널목 평면교차나 마찬가지인 도개교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리 자체를 엄청 크고 높게 만들고 말지, 교통수단 간의 평면교차는 만들지 않는 추세이다.
이렇게 다리의 유형 종류를 알고 나면 다음에 자동차나 열차로 다리를 건널 일이 있을 때 이 다리는 어떤 방식인지를 더 주의 깊게 보게 될 것이다.

현수교와 관련해서는 꽤 의외의 사실이 있다. 현수교의 주케이블이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선은 현수선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매달려 있기만 할 때는 현수선이지만, 일정 간격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보조 케이블로부터 힘을 받으면서 유사품(?)인 포물선에 가깝게 변형된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현수선은 걸리는 무게가 선 자체의 길이에 비례해서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살펴본 바와 같이 미분 방정식에 거리 적분이 들어갔으며, 이게 cosh라는 함수의 근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수선 아래에 하중이 걸리는 것은 선 자체의 길이나 기울기와 전혀 무관하게 그냥 x축의 일정 간격으로 균일하게 힘이 가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미분 방정식이 f(x) = x 급으로 아주 간단해지며, 문제의 함수는 포물선을 그리는 이차함수로 귀착된다.

다만, 선형이 완벽하게 포물선이 되기 위해서는 걸리는 하중이 띄엄띄엄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일정하게 걸려야 하며, 줄 자체의 무게는 걸리는 하중과 비교했을 때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없다시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는 선형이 현수선과 포물선 사이의 어중간한(?) 모양이 되겠지만.. 포물선과 현수선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한도 내에서는 어차피 서로 매우 비슷한 모양이라고 여겨진다.

1600~1700년대에 고전 역학과 미적분학이란 게 처음 생겨나던 시절에는 뉴턴, 호이겐스, 베르누이, 라이프니츠 같은 당대의 날고 기는 수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궤적이 포물선일까 현수선일까 긴가민가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시절엔 충분히 헷갈릴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16 19:35 2020/11/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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