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규 노선 버스가 드나드는 대학교

국내의 대학교들은 캠퍼스가 왕창 넓다거나, 기숙사가 없는데 교통이 좀 불편한 곳에 있다거나 하면 통학 버스, 셔틀버스, 내부 순환 버스 같은 것을 자체적으로 굴리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학교에서 굴리는 버스 말고 해당 지역의 정규 노선 버스가 마을버스건 지선버스건 캠퍼스 내부까지 들쑤시고 다니는 학교로는 어떤 예가 있을까?

정규 노선 버스가 상시 다니려면 학교 안팎으로 골고루 거리가 일정 규모 이상이고 여객 수요도 받춰 줘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대도시에 소재한 종합대학 급의 매우 큰 학교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서울대가 독보적이고 '거의' 유일하다. 55xx 지선과 관악02 마을버스가 다닌다. 얘는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도 꽤 멀고, 캠퍼스 자체도 워낙 크기 때문에 셔틀버스와 내부순환의 역할을 겸하는 정규 노선 버스가 당당히 존재한다. 게다가 여기는 학생뿐만 아니라 주말에 관악산 등산객의 수요도 있기 때문에 명분이 더욱 크다.

서울대 말고는 서울 과학기술대가 있다. 얘도 인서울 대학치고는 캠퍼스가 꽤 크며, 노원13 마을버스가 학교 안과 석계 역 사이를 오간다. 원래 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하다가 접고 마을버스를 교내로 유치한 거라고 한다.

연세대는 캠퍼스 심시티를 어찌 하느냐에 따라 이런 버스를 유치하지 못할 법은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백양로 차도를 주차장과 같이 지하로 집어넣어 버렸다. 사실, 지상을 정원과 인도 위주로 단장하는 건 요즘 대학교들의 디자인 추세이기도 하다.

서울 밖에서 노선 버스가 존재하는 대학으로 내가 아는 건 역시 지거국인 충남대(대전)와 부산대(부산), 거기 말고는 조선대(광주) 정도이다. 대구의 지거국인 경북대는 안 그런 듯하다.
충남대 옆의 카이스트는 캠퍼스는 꽤 크지만 종합대는 아니고 기숙사가 발달해 있으니 내부 관통 노선 버스 같은 건 없다. 그 대신 학부 기숙사와 기계공학동 사이에 택시들이 잔뜩 들어와서 대기해 있긴 했다. 비싼 택시를 안 탈 거면 그냥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야 했다.

뭔가 마을버스 하나라도 캠퍼스 안까지 들어가는 대학을 다니면.. 사람들로 바글바글 북적거리고 내가 뭔가 고등학교가 아닌 대학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2. 성남시 수정구

서울의 수서 이남으로 지방도 23호선을 따라 남쪽으로 쭉 가면, 동쪽으로(진행 방향 기준 왼쪽) 서울 공항과 15비행단 공군 부대 부지를 길게 지난다(심곡동, 고등동). 거기서 더 남쪽으로 시흥동 구간에 진입하면.. 금토동과 판교동으로 진입하기 직전에 이번엔 서쪽으로(진행 방향 기준 오른쪽) 뭔가 범상찮은 기관들 근처를 지나게 된다.

  • 세종 연구소: 연구 분야가 외교 쪽인지 대북 안보 쪽인지, 주체 기관이 무엇이며 국영인지 민영인지, 어떤 사람이 취업해서 들어가는지 정체를 영 모를 연구소이다. KDI(한국 개발 연구원) 같은 느낌도 들지만 거기보다는 공신력이나 인지도가 훨씬 낮아 보인다. 설립 배후에 5공 전땅크의 입김이 많이 개입해 있는 듯하며, 아웅산 폭탄 테러 피해자 유족을 지원하는 일도 해 왔댄다.
  • 국가 기록원 나라 기록관 서울 분원: 기록원의 본부는 정부 대전 청사에 있지만 서울· 수도권에도 이렇게 적절하게 으슥한 곳에 보관소가 있다. 프로토스 템플러 아카이브 생각이 나네..
  • 한국 국제 협력단(KOICA): 한때는 여기에 파견 나가는 것으로 병역 특례까지 있었지만, 그 제도는 이미 10여 년 가까이 전에 폐지됐다. 이거 활동이 요즘 취준생들의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종 연구소와 이웃집처럼 바로 붙어 있는데, 둘이 어째 교류· 협력 관계이기도 하댄다.

인상적이지 않은가?
과거엔 여기 부근에 원래 한국 도로 공사의 본사가 있기도 했다. 마침 경부 고속도로와도 아주 가까워서 '대왕판교'라고 서울 방면으로만 통하는 도로 공사 전용 나들목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랬는데 걔는 수 년 전에 김천으로 이사를 갔고, 옛 부지는 업무 지구로 전면 재개발되는 중이다.

서울 공항을 포함해 지방도 23호선 주변, 그리고 탄천의 건너편 동쪽으로 서울 지하철 8호선이 지나는 구 시가지가 모두 성남시 '수정구'에 속한다. 하지만 양쪽은 생활권과 분위기가 서로 매우 다르다. 마치 성남시 분당구가 경부 고속도로 동쪽과 서쪽별로 분위기가 매우 다르듯이 말이다.

3. 서울의 중앙 버스 전용 차로

서울에서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큰 길을 꼽자면 아예 자동차 전용 도로인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내부순환로 등이 있다.
그런 길은 대중교통과 보행자의 접근성은 떨어지며, 시내 도로로서 큰 길과는 영역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서울에 현재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개설되어 있는 대로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건 자동차 전용 도로 말고 당연히 시내 도로에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검색을 해 봐도 의외로 최신 자료가 나오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대체로 도심을 향해 방사형으로 길이 생겨 있는 게 보인다.
경인국도(국도 46), 지하철 3호선과 비슷한 선형의 통일로, 종로와 천호대로, 구리 방면 망우로(국도 6), 강남의 횡축 강남대로 쪽은 본인이 직접 본 적도 있다.

종로는 동쪽 방면에 버스 전용 차로가 끊기는 구간이 좀 있었는데 그게 아마 1~2년 전인가 공사를 해서 연결을 시켰다.
천호대교는 한강 교량들 중에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있는 유일한 물건이지 싶은데.. 개인적으로 이건 좀 삽질인 것 같다. 안 그래도 6차로밖에 안 되던 교량이 너무 좁아졌기 때문이다.

강남은 횡축으로도 차로가 굉장히 많은 대로가 여럿 있어서 중앙 버스 전용 차로를 만들 법도 하지만 아직 딱히 없는 것 같다. 만들게 된다면 지금 같은 화단· 가로수 중앙분리대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종축 중에 동쪽 끝에 있는 영동대로는 중앙이 아니라 구석에 버스 전용 차로가 있다.

4. 서울에서 놀고 있는 땅

서울에 딱히 외곽 그린벨트 지역이 아니면서 출입금지 장벽이나 가림막만 쳐진 채 아직까지 놀고 있는 공터라고 본인이 들은 건 다음과 같다.

  • 동대문구 배봉산 기슭의 전동 초등학교와 래미안 아파트 사이에 자그마한 공터가 있다. 국유지인지 사유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히 업무용 건물이 들어설 만한 곳은 아니니 개발된다면 그냥 공원이 들어설 것 같다.
  • 금천구청 역 바로 옆에 있던 군부대 부지는 앞으로 어찌 활용되려나 모르겠다. 인천 공항의 개항으로 인해 김포 공항의 청사 하나가 리모델링되던 무렵에 거기서 영화 <튜브>의 공항 총격전이 촬영됐는데.. 저기 군부대 시설의 해체에 맞춰서 역시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미운 오리 새끼>가 촬영되기도 했다.
  • 과거에 거대한 철도차량 공작창이 있던 용산 역 인근의 넓은 부지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인가 보다. 거기에다 용산 미군 기지가 대거 평택으로 이전하고 나면 용산구는 완전히 환골탈태할 것 같다.
  • 정동에 덕수 초등학교와 구세군 역사 박물관이 있는 곳 일대에도 문화재 보존과 복원을 위해서인지 딱히 개발하지 않고 오랫동안 묶어 놓은 넓은 공터가 있다.
  • 이 분야의 끝판왕은 송현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복궁 동쪽 덕성여중 근처의 넓은 공터이지 싶다. 오랫동안 국유지였다가 1990년대가 돼서야 민간으로 넘어갔으며, 삼성을 거쳐서 현재는 한진 그룹 소유이다. 위치는 엄청 좋지만 고도와 용도 등 규제가 붙은 게 한둘이 아니어서 뭔가 진지하게 크고 아름다운 업무용 건물을 올리는 건 불가능한 계륵 같은 땅이라고 한다.

5. 지리 관련 노래

(1) 우리나라 유행가 중에 뭔가 지리(+역사)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의 독보적인 원탑은 "독도는 우리땅"이지 싶다. 그 다음은 개인적으로 "화개장터"를 꼽는다. 저게 아니었으면 영남과 호남 사이에 무슨 강이 있고 뭐가 달려 있는지 일반인들이 알 일이 없었을 테니까..
어째 철도 경전선과 88올림픽 고속도로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된 게 모두 2015~16년 비슷한 시기인 것이 의미심장하다.

(2) 그 밖에 "서울 대전 대구 부산"과 "남행열차"는 주제가 지리 쪽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목만 봐도 철덕의 감성을 마구 자극해서 좋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만 정차하던 옛 4시간 10분짜리 경부선 새마을호 #1~#4 열차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요즘 자동차들은 지름길 고속도로가 많이 뚫린 덕분에 굳이 대전을 경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객기야.. 원래부터 지름길 경로도 아닐 뿐더러 각종 보안 연구 시설들이 있는 곳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대전 쪽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
이제 열차만이 서울-부산을 오가면서 대전을 꼬박꼬박 찍어 주고 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그리고 공식 용어는 '남행'이라기보다는 '하행'이지..
"남행열차"를 듣거나 부르면 내 머릿속에는 예전에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열차는 목포 행 무궁화호 열차입니다 ..." 이러던 200x년 철도청 시절의 안내방송이 자동 재생된다.
호남고속철까지 개통된 지금의 시점에서는 참 격세지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21 08:35 2021/01/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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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읽었습니다 2021/01/25 19:33 # M/D Reply Permalink

    수원(용인?) 경희대 국제캠퍼스에는 일반시내·광역 버스 노선이 들어갈 뿐 아니라 아예 학교 부지 안에 해당 노선버스들의 차고지까지 있다지요.

    1. 사무엘 2021/01/25 22:54 # M/D Permalink

      오 진짜 그렇군요~! 좋은 정보를 알려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내친 김에 더 찾아보니 단국대 죽전 캠퍼스 안에도 버스가 다니네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그렇지 않고..
      이런 예가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흔해 보입니다.

  2. ㅇㅇ 2021/09/18 15:16 # M/D Reply Permalink

    서울-부산 열차중에 대전 안거치는게 있긴 하죠 바로 중앙선ㅎㅎ 이제 23년인가에는 ktx 이음도 다녀서 무궁화로 8시간 걸리던게 경부선처럼 3시간대로 주파한다고 하죠 참 격세지감입니다

    1. 사무엘 2021/09/18 21:40 # M/D Permalink

      경부선은 ‘기존선 + 고속선’이라는 이원화된 구도인 반면, 중앙선은 그 자체가 복선 전철 준고속선으로 바뀐다는 차이가 있네요. ^^
      중앙선은 태생부터가 경부선 다음의 콩라인 성격이 강했죠. 이제 경부선의 경쟁력 있는 우회 노선으로 경쟁력을 제대로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장거리 간선이 언제까지나 낙후한 시골 완행, 적자 노선 신세일 수는 없으니까요.

    2. ㅇㅇ 2021/09/19 02:33 # M/D Permalink

      확실히 최근들어서 철도도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고 있는거 같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교통이 아무리 도로가 많이 뚫리고 고속철 시대가 열리고 인천공항이 개항했다고 해도 교통의 암흑기였다는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죠 이젠 앞으로 전국 주요간선에 ktx가 들어간다니 좋긴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마을, 무궁화의 위상이 죽는거같아 좀 그러네요ㅠㅠ

    3. 사무엘 2021/09/19 08:26 # M/D Permalink

      이제 여객용 철도 차량은 다 전동차 형태로 바뀌는 거겠죠~ 그리고 약 30년 동안 지속됐던 새마을-무궁화-통일-비둘기 차급 체계도 무의미해져서 사라지고요.
      무궁화호는 KTX, ITX 등등이 아닌 기존 잔여 기관차-객차형 열차의 총칭처럼 돼 있으니까요.
      장항선은 단선 비전철이다 보니 기관차-객차형 열차에다 억지로 ITX-새마을 간판을 붙였던데.. RDC의 새마을호 버전이라 해야 할지..? 좀 무리수 같습니다. ^^

    4. ㅇㅇ 2021/09/19 14:30 # M/D Permalink

      글쎄요 무궁화도 아마 새마을처럼 itx 이름이 붙어서 살아남지 않을까싶어요 새마을에만 몰빵하는것도 부담이 많이 갈테고 국민들한테 이미 정감있는 이름을 쉽게 없앨리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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