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니 호박이니 하면서 한창 자연 얘기 시리즈를 진행하다가 프로그래밍 얘기가 중간에 부득이하게 끼어들었는데.. 마지막 아이템을 소개하면서 기존 시리즈를 완결하도록 하겠다.

올해 추석이 정말 좋았던 건.. 연휴의 시작 직전, 그리고 추석 당일에 비가 콸콸 내렸다는 것이다. 전자는 무슨 태풍이고 후자는 그냥 가을비인 듯.. 그래서 서울부터 경주까지 어딜 가든 계곡에 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서 물놀이를 원없이 할 수 있었다. 이게 정말 대박이었다.

(1) 먼저, 고향 경주에서는 무장산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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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갈밭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걸 보니 나까지 마음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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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는 별로 티가 안 나지만 물에 온몸을 담궜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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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물가 모습을 좀 더 카메라에 담았다.

(2) 다음으로, 귀경 중에는 의성 빙계 계곡을 들렀다.
이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고 여기서도 물놀이를 하면서 땀을 깨끗이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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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 계곡은 계곡 내지 개천을 따라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는 형태로 조성된 유원지이다. 주변의 자연 경치가 정말 아름다우며, 그에 걸맞게 국립이나 도립까지는 아니어도 보기 드물게 ‘군립 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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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놀아도 되고 풀밭과 정자, 언덕 산책로도 듬뿍 있다. 그리고 계곡의 내부에는 ‘빙계 서원’이라는 옛날 건물도 있다.

이런 멋진 곳이 입장료나 주차료 따위 없고 전면 무료 개방이라니.. 역시 시골 오지의 인심은 후한 것 같다. 하지만 여기도 소문을 타서 유명해져서 피서객이 몰리면 그런 인심이 언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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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 계곡이 특별히 유명한 이유는 신비로운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자연 동굴(빙혈, 풍혈)이 있기 때문이다. 계곡의 중간에 빙혈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다.
본인이 방문했던 당시에는 빙혈 내부의 온도계가 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음이 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신기한 현상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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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로 가는 길목에는 역시 넓은 풀밭과 함께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마침 비도 오는데 여기서 더 오래 머물면서 정자 안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싶은 생각이 몹시 들었다. 하지만 다음 스케줄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3) 끝으로, 서울에 돌아와서는 아차산 기슭의 긴고랑 계곡을 오랜만에 들러 봤다. 이때도 멀리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부터가 심상찮더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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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보기만 해도 속이 다 후련해질 지경이었다. 물이 끊겼던 시절의 모습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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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소에는 움푹 패인 일부 경로로만 물이 흐르지, 이렇게 넓은 면적이 몽땅 침수되고 물이 흐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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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셀프 물침례와 목욕재계를 실시했다. 웃통 벗고 코와 귀를 막은 뒤, 머리까지 싹 물에 쳐박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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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는 이런 신선놀음까지 했다.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이렇게 5분 정도 있으니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계곡물을 볼 때도 푸른 초장을 볼 때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 맑은 물을 하수 처리장으로 헛되이 흘러가 버리게 방치하는 건 자연에 대한 죄악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물을 뒤집어쓰러 들어갔다.

이상이다.
이번 시리즈는 시간 순이 아니라 호박, 풀밭 텐트, 멧돼지, 계곡 이렇게 4개의 키워드/테마 순.. 즉, 누가복음이나 마가복음이 아니라 마태복음, 요한계시록 같은 구성이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여가와 취미 생활은 딱 저렇게 정리되는 것 같다.

난 나중에 은퇴하면 산 좋고 물 맑고 밤하늘에 별이 보이는 곳에서 취미로 코딩 열심히 하고, 멧돼지 한 마리 키우면서 타고 다니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래머로 살고 싶다. ^__^

Posted by 사무엘

2021/10/09 08:34 2021/10/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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