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위기: 판별법

성경의 레위기에는 구약 제물들의 종류, 신체의 부정(불결) 판정 기준, 나병(문둥병) 판정 기준 등 율법의 여러 규례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다리의 굽이 갈라졌지만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동물은 부정하다", "비늘 지느러미가 달린 통상적인 물고기가 아닌 수중 동물은 부정하다~~" 펠리컨은 어떻고 대머리독수리가 어떻고 등등등... 얘는 먹을 수 있고 저런 건 먹어서는 안 된다는 판정도 많다.

이 부분을 읽으니 개인적으로는 쓰레기 배출 기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귤 껍질은 음쓰이고 바나나 껍질도 음쓰인데, 파뿌리는 뭐 어찌어찌 하지 않으므로 일쓰이다.
플라스틱은 딱딱하고 형태가 있지만 뭐가 묻은 건 재활용 불가능한 일쓰이다. 그렇지 않은 건 재활용 쓰레기..ㄲㄲㄲㄲㄲㄲㄲ

이렇듯, 옛날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갈랐지만, 현대인들은 버릴 때.. 재활용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걸 가른다고나 할까..?? 양상이 비슷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쓰레기 분리 배출을 세계적으로 정말 엄격하고 빡세게 하는 나라이다. 페트병을 내용물을 싹 씻고 라벨까지 일일이 떼서 배출하는 나라가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쓰레기 봉투를 일일이 검사해서는 귤껍질을 일쓰에다 버렸다고 과태료를 때리는 나라가 또 있을까?

물론 이건 우리나라가 땅이 매우 좁고 쓰레기를 무작정 매립 소각만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음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런 절박함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쓰레기의 재활용 효율이 높으며, 관련 기술이 굉장히 발달했고 인프라도 잘 갖춰졌음이 사실이다. 얼마 전에 의성에 쌓여 있던 쓰레기산이 순식간에 싹 없어진 것도 생각해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음쓰와 일쓰의 경계에 있는 애매한 쓰레기에 대해서는 좀 유도리가 있었으면 좋겠고, 좀 더 명확하고 일관된 구분 기준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의 경우도.. 힘들게 분리배출 해 봤자 재활용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며? 업체들이 수거해 가서는 도로 뒤섞는다는데.. 그래 놓고는 쓰레기 뒤처리를 소비자한테 전가하는 짓거리는 좀 멈췄으면 좋겠다.

2. 민수기: 밥 투정

민수기 11:5를 보면 말이다. 이집트를 떠나서 광야 생활 중이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집단으로 크게 불평과 투정을 늘어놓는다.
맨날 천날 보급 전투식량인 M-레이숀(manna)만 먹으니 맛없어 죽겠다고 징징대고, 반대로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시절에 뭘 얼마나 잘 얻어먹었었는지 추억 보정을 막 해댔다.

(1) 먼저 생선: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얘가 아무래도 소· 돼지· 양 같은 육상 동물 고기보다는 더 저렴했을 것이다.
(2) 오이와 참외(멜론): '박'과 식물이다.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이 아니라 열매 맺히는 덩굴채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막 비싸고 희귀하고 맛있는 식재료라기보다는 가성비 좋은 서민형 과채류가 아니었을지? 저 시절 저 때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쭈글쭈글 큼직한 호박 같은 것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3) 부추와 (양)파와 마늘: 요게 핵심인 것 같다. 이것들은 자극적인 맛이 나는 향신료 조미료 용도이다. 얘들은 심지어 불교에서 말하는 오신채에도 모두 포함돼 있다!

종합하자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그렇게 아주 거창하고 대단하게 잘 먹은 것도 아니었던 주제에 괜히 식재료 타령을 늘어놓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쟤들이 이집트에서 무슨 초호화 열대과일을 먹었겠는가? 생선이라고 하니 무슨 감성돔이나 가을 방어, 혼마구로라도 뜯었겠는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도 절대 무시 못 할 경험이니 M-레이숀이 너무 질린다는 생각 자체는 누구든지 들 수 있다.
허나, 그렇다면 그들은 하나님 앞에 간구를 정당한 절차대로 했어야 했다. 성경에는 슬로브핫의 딸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모세에게 이것저것 건의나 이의 제기를 하는 게 나오며, 이에 대한 주 하나님의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성경의 하나님은 '무조건 닥치고 까라면 까'가 아니었다.

단지, "에구에구 나 죽네~~ 난 그냥 이집트로 돌아갈래~~ 이 빌어먹을 광야 생활 때려칠 거야!" 식으로 반역에 가까운 불평을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이건 애가 부모한테 "왜 이런 망할 집구석에서 날 태어나게 만들었어?" 이렇게 대드는 급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민수기 11장을 읽어보면 이건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호소한 게 아니었다. 일부 불순분자들이 꼬드기고 선동하고 물 흐리면서 불평 불만이 터진 거라고 나온다.
그러니, 쟤들은 밥을 돼지갈비 소갈비로 먹었다 하더라도 그러면 또 다른 걸 갖고 얼마든지 불평 불만 X랄을 떨었을 가능성이 99.9%라는 것이다. M-레이숀 일괄 급식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다.

3. 신명기: 특별 담화

신명기 내용은 가나안 땅 입성을 앞두고 모세 령도자가 퇴임 회고 연설을 하는 것 같다!! 맥아더 장군이 퇴역 연설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여정을 거쳐서 가나안 땅 입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이런이런 성읍들을 정복했고 바산 왕 옥도 처치했었습니다. 놈은 침대의 길이만 소형 승용차 길이와 맞먹는 4.5미터에 달했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에서 이런이런 비극도 겪었고 이런 부끄러운 흑역사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주 여러분의 하나님을 여러분의 온 역량을 다해 사랑하십시오. 그분의 말씀을 순종하고 따르십시오. 그 길만이 살 길입니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단지 사라질 뿐이지요." 대신에
"사람은 빵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꼭 명심하십시오." (신 8:3)가 있는 셈이다.

신명기 원고가 라이브로 낭독 중계됐던 날은 "최고 령도자님의 특별 담화 방송" 명목으로 모든 사람들이 자기 텐트에서 텔레비전 켜 놓고 채널 고정했을 것이다.

아니면 무슨 대한뉴스 같은 프로파간다 뉴스 영화가 단체 상영됐을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 캠페인을 다 마치면 나오던 뉴스 영화 동영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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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는 이런 식으로 뽀대나게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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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힛 족속 여부스 족속, 누구누구들 다 쳐부쉈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그래픽까지 동원해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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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불평하다가 벌받아 죽었을 대, 금송아지 만들어서 누구 몰살 당한 장면은 이런 식으로 녹화 영상 보여주고..

뭐 그렇다.
모세오경에서 마르고 닳도록 반복되어 나오는 말이 바로 "하나님이 강한 손과 펼치신 팔로 니들을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나왔다(해방시켰다)"이다.

우리 민족의 경우 일제가 무려 원자폭탄을 두 방이나 쳐맞은 덕분에 패망하고 그래서 해방됐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어지간한 태풍이나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만 돼도 그 위력은 TNT 몇만~수십만 톤급인 인간의 핵무기 몇 방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하물며 육중한 홍해 바닷물을 그 엄청난 시간 동안 양쪽으로 붙들기 위해 필요한 힘.. 내지 댐의 건설 비용은 얼마나 될까? 이게 바로 '강한 손과 펼치신 팔'의 의미이다.

그리고 성경은 이집트로부터 해방됐다고, 한 작은 악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혹은 구원받았다고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책이다.
세상의 게임이나 영화, 문학에서는 주인공이 빌런을 해치우고 공주님을 구출하는 걸로 끝이다. 결혼하는 걸로 끝이고,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이나 북괴 김 돼지를 없애는 걸로 끝이다.
그러나 그 뒤 주인공이 공주님과 평생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가? 탈북자는 대한민국 땅에 와서 잘 정착하고 살고 있는가? 구원받은 영적 아기는 장성한 그리스도인으로 잘 자라고 있는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끄집어낸 이유 역시 그 뒤의 big picture가 있기 때문이다. 성막을 만들고, 매주 꼬박꼬박 안식일 지키라고, 수많은 가축을 잡으면서 저 다양한 희생제물들을 바치면서 하나님께 경배 드리라고, 주변의 이방 민족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특이한 민족 행세를 하며 살라고 끄집어낸 것이다.

성경은 그런 책이다. 인생이라는 장기전 마라톤을 다루는 책이다.
구원받고 나서 그 뒤의 삶이 중요하고, 이집트에서 나온 뒤의 삶이 중요하고, 여자와 결혼에 성공하고 그 뒤의 삶이 중요한 그런 책이다. 이것이 바로 출애굽기 12~14장 유월절과 홍해 사건 이후의 모세오경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닌가 싶다.

※ 보너스

뭐, 모세오경보다는 한참 뒤의 일이지만,
사무엘상 5장 당시에.. 블레셋(필리스티아)의 다곤 신전 안에 CCTV가 있었다면 밤새 뭐가 녹화돼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이건 아마 심야괴담회의 소재도 될 수 있지 않겠냐?
블레셋의 신전 관리인이 얼굴 흐리게 처리하고 출연해서는..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CCTV 녹화 영상에는 제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주변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다곤 신이 저절로 자빠지고 엎어지고 팔다리가 끊어졌던 것입니다." 이럴 텐데 말이다.

그리고 다음 6장의 '블레셋 식 언약궤 귀환 차량'은 비록 내연기관이 아니라 소이긴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새끼를 갓 출산해서 젖이 나오는 암소가 지 새끼들을 버려두고 뭐에 홀린 듯이 똑바로 방향을 잡고 어디론가 유도를 받아서 간다니 이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 성경 읽는데 자동차, 드론, 용형, 심야괴담회 같은 마구니들이 마구마구 떠오르니 매우 재미있다~~ ㅋ

Posted by 사무엘

2026/02/25 08:35 2026/02/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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