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와 더불어 본인에게 21세기 이전에 기차 타고 방문한 추억이 있는 곳은 바로 수원이다. 고등학교 시절, 인텔 ISEF 참가 준비와 교육 때문에 한동안(1999년 3월~4월).. 무려 주말마다 성균관 대학교 수원 캠퍼스를 찾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거사를 치르느라 그 옛날에 휴대전화까지 잠깐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구미와 삼성 하니까 둘 다 경부선 철도가 지나고 삼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산업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네? 뭐 그건 그냥 우연의 일치인 것 같고.
저것도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나고 값진 경험인데, 내가 그때는 지리와 교통 쪽 감각이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여서 당시에 대한 기록과 기억이 전혀에 가깝게 없다. ㅠ.ㅠ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같은 관념도 없어서 어떤 열차는 좀 으리으리하고 고급스러운데, 어떤 열차는 좌석도 작고 입석 승객까지 있어서 혼잡하다는 식의 인식만 있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집에 돌아갈 때 기차를 잘못 타서 삽질한 적도 있었다.
수원 역에서 성균관대 역까지는 전철로 금방이다. 출구로 나가면 곧바로 야구 연습장이 보였고, 언덕을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성균관 대학교 이공계 대학 캠퍼스가 나왔다. 당시 지도 교수는 워낙 유명한 분이니 실명을 거론하겠다. 황 대준 교수님의 멀티미디어 연구실에 있었다. 그러면서 거기 랩에 있던 대학원생 형들과도 부대꼈고, 아마 이분들이 지내는 기숙사 내지 대학원생 아파트 구경도 했던 것 같다. 난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나서 이제야 대학원으로 고고씽이구나. ㅠ.ㅠ
그때가 본인 역시 이제 막 도스+C에서 벗어나 윈도우 API+MFC를 같이 공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때의 대회 준비 경험은 본인의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 단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뿐만이 아니라 영어 프레젠테이션, 대인 관계, 대학과 대학원의 분위기 같은 것들도.
내가 조금만 더 세상 보는 식견이 넓었으면 그때 마주쳤던 분들에게 훨씬 더 예쁘게-_- 보이고, 그분들에게서 더 많은 걸 배워 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학 시절 한때는, 밤에 자다가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 ISEF에 다시 나가는 괴상한 꿈을 꾸기도 했다. 그건 아주 한국적인 소재인 데다, 고3 때 입상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본인이 ISEF 첫 출전 티켓을 딴 것도, 전적으로 당시 본인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든 학생은 이듬해에 대학에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는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관계로 ISEF 참가 경험은 IOI(국제 정보 올림피아드) 참가와는 달리 입시에서 뭔가 가산점으로 인정이 안 되었다. 그런데 그게 본인에게는 역설적으로 기회로 작용했다. ISEF에 갔다 온 후에도 아예 고3 때 과거 ISEF 작품과는 관계가 없는 작품을 하나 또 만들어서 그건 아예 대상을 받아 버렸기 때문이다. 정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지? (경시부였다면 불가능한 일. IOI 참가자는 이제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KOI에 또 응시할 수 없다.)
첫 참가자인 본인 이후로 ISEF 참가자 교육은 카이스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그리고 혼자만 가는 게 아니라 최하 두 팀이 가는데, 동 대회에 출전하는 ISEF 참가자들끼리는 서로 그렇게 자주 교류한다거나 친한 사이가 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후배에게서 들은 증언) 차라리 서로 다른 기수의 대회에 참가한 선후배끼리가 친해진다나?
정보 올림피아드와 관련하여 본인이 방문한 적이 있는 대학으로는 성균관대 말고도 KOI 경시부가 당시 치러졌던 서울대, 그리고 공모부 2차 심사가 열렸던 중앙대(1997)와 숭실대(1998)가 있다. 경시부의 경우, 지방에서 온 애들은 대회 전날의 예비 소집에 참석한 후 무려 학교 근처의 여관에서 자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행사들이 대학에서 개최되지 않고 백범 기념관이라든가 정보화 진흥원 본관에서 개최되는 걸로 안다. 기관 이름도 처음엔 정보 문화 센터(ICC)이다가 정보 문화 진흥원(KADO)을 거쳐 지금은 정보화 진흥원(NIA)으로 참 자주 바뀌었다.
옛날에는 역대 수상자를 조회하면서 공모부의 경우 작품명까지 볼 수 있었는데 그건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삭제한 모양이다.
어쨌든 결론은!
본인의 인생에서 정올과 관련된 옛 추억에도 철도가 조금이나마 끼여 있다. 그걸 이제 와서 추적하려고 하니까 쉽지 않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