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부터 하고... ㅋ
본인 블로그의 정기 구독자-_-라면 이미 귀가 따갑게 들으셨겠지만, 본인은 10년 전, 제 17회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KOI) 공모 부문의 고등부 대상 수상자이다. 그리고 얼마 전엔 모듈 음악에 대해 글을 쓰면서, 바로 전 해인 16회 대회의 고등부 금상 수상자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그때는 대상 수상자가 없었다.
이제 이 글에서는 전 회에 이어, 본인이 참가한 해의 바로 이듬해인 18회 대회의 고등부 대상 수상자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 성진 씨.
학창 시절부터 일찌감치 경시가 아닌 공모 테크를 타고 뭔가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했다는 점에서는 본인의 진로와 비슷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우물만 죽어라고 파고 있다는 점에서도 본인과 공통점이 있다. (무슨 분야인지는 곧 소개하겠다.) 그런 외골수는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여기 또 있다. ^^

이 친구는 KOI뿐만이 아니라 창의성 대회나 다른 소프트웨어 공모전 등에서 자기의 동일 아이템으로 상을 휩쓸었고, 본인보다 매스컴도 훨씬 더 많이 탔으며 IT 분야 사회 활동을 더 활발히 해 왔다. 사교/사회성, 정치성 자체가 본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 뛰어난 사람이다.

이 친구의 보유 기술 및 아이템이 뭐냐 하면,
인터넷 보안, 음란 사이트 차단, 자녀 컴퓨터 사용 제어(parental control),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 쪽이다. 관심 분야부터가 지극히 사회적인 쪽이지 않은가?
그걸 수 년째 연구한 솔루션을 만들어서 그는 18회 KOI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고, 일반고 출신으로서 지정 대회 우수 입상자로 카이스트에 진학했다. 본인은 그와 2001년에 처음으로 메신저에서 만났고, 이내 학교에서 볼 수 있었다. 굉장히 예의바르고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기억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 후 2004년 가을에는 전산학과에서 제 1회 KAIST Computing Festival이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그때 대회 참가자로서 또 서로 만날 일이 있었다.
그는 확실히 이론보다는 실무형 인재였고, 내 예상과는 달리 전산학과가 아닌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해 있었다. 전산/산디 복수 내지 부전공인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저런 친구야말로 카이스트 전산과의 학부 과목인 ‘컴윤리’는 꼭 들어야 했을 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김 진형 교수님도 불과 몇 년 뒤면 정년이다. 세월 한번 무섭다.)

그는 산디과 소속답게 자기 작품을 소개하는 발표용 프레젠테이션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던 걸로 본인의 기억에 남아 있다. HCI(사람-기계 커뮤니케이션) 쪽에도 관심이 많은 듯. 스티브 잡스 근성이라도 있는 걸까? ㄲㄲㄲ

뭐,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 교내 공모전에서도 본인이 출품한 <날개셋> 한글 입력기 3.02가 1등을 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는 가히 전국에서 날고 기는 수학 덕후· 컴퓨터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이고, 난 그 집단 안에서는 별 보잘것없는 중하위권 학부생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까지 내 작품이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1, 2년 연구한 작품이 아니니 짬과 연륜면에서 타 작품들과 비교가 안 되고, 또 한글을 이런 식으로 입력할 수 있다는 게 세벌식 사고방식으로는 당연한 것이지만 두벌식밖에 안 써 본 사람이라면 카이스트 교수에게라도 충분히 창의적이고 참신하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본인이 국어학하고 양다리를 걸쳤다면, 김 성진 씨는 디자인과 양다리를 걸쳤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산디과 석사까지 마친 후, 아예 (주)휴모션이라고 벤처기업 창업을 했다. 그게 2008년의 일이고, 현재까지 어엿한 사장님이 돼 있다. ^^;; 창업 과정에서 카이스트로부터 지원을 당연히 아주 많이 받았다. 보아하니 회사는 대전의 유성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꽤 가까운 곳에 있는 듯.
사장이 디자인 전공이다 보니, 핵심 기술인 ‘컴퓨팅 안전’ 분야 솔루션뿐만이 아니라 웹사이트 내지 심지어 회사 CI의 디자인 용역까지 담당하는 모양이다. 대단한 후배이다. 본인과 나이 차차도 별로 안 난다.

정올 공모 출품작 아이템을 이렇게 사업 아이템으로까지 스스로 발전시켜 잘 나가고 있는 입상자가 주변에 있으니 부럽기도 하고 훈훈하다. 정올 공모에서 이렇게 입상하고 덤으로 카이스트 같은 좋은 면학 환경까지 거쳐 간 인재들이 특별히 전산학하고 다른 분야와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뭔가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본인 역시 그 꿈을 이루려는 의욕이 있어서 뒤늦게나마 협동과정 대학원에 갔다. 나는 그렇게 학구파는 아니지만 저 친구 같은 사교력이나 사업 수완은 더 없기 때문에-_-;; 일단 공부부터 좀 하려고..;;
성진 후배가 이 글을 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성공과 사업의 번창을 기원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4 18:27 2010/12/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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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0/12/25 11:55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사무엘 2010/12/25 22:49 # M/D Permalink

      저도 우연히 그 소식을 들었어요. 참 어이없는 일입니다.
      프로그래밍은 근본적으로 과제물의 복제가 무척 용이한 형태이다 보니 특히 비전공자가 그런 유혹에 더욱 쉽게 빠지는가 봅니다. 부정행위는 어디에나 있는 법!

      그나저나 카이스트 CS101도 드디어 C, 자바에 이어 파이썬을 가르치고 있네요. 저는 대학원 와서야 파이썬을 처음으로 접했는데. ^^;;
      주변의 다른 블로그를 읽어봐도,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C/C++이 꽤 빠른 속도로 메이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 근래에 들어 정올은 경시, 공모 할것 없이 ㅈ망이고, 입상자의 특혜도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들었는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공모는 창의적인 학생 스마트폰 앱 개발자라도 발굴하는 자리인가 생각했습니다만, 안 그런가 봐요. 심지어 게임 저작 툴로 만든 프로그램이 입상했다는 소리도 들리고.. 그쪽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려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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