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이너 철도 탐방

우리나라 철도에는 경부선, 호남선처럼 하루에도 수십 회 이상의 전철이나 고속철이나 무궁화호급 이상의 일반열차가 다니는 메이저 간선 노선이 있는가 하면, 여객 열차가 정기적으로 다니지 않고 아예 화물 전용인 마이너 지선 철도도 있다. 그리고 철덕이라면 이런 마이너한 철도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이 글은 본인이 근래에 철도 영업거리표를 펴서 공부한 마이너 철도 중, 인상적이라고 느낀 노선들을 열거한 것이다. 다들 사철은 아니고 엄연히 코레일 소속이다.

1. 우암선

경부선이 남쪽 종점인 부산을 앞두고 바로 앞의 부산진 역에 진입하기 직전에, 경부선으로부터 분기하여 뻗어 나가는 형태이다. 여객 열차가 다니지 않는 화물 전용 지선임에도 불구하고 선로가 무려 복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닷가를 따라 감만동의 항구를 지나면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컨테이너들을 실어 나르는 화물 수송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다만, 복선이기만 하고 전철화가 돼 있지는 않다.

중간엔 우암 역과 신선대 역이 있는데, 둘 다 중요한 '보통역' 등급이다.
그리고 그 두 역 사이 구간을 인터넷 지도로 보면 모자이크 내지 풀숲으로 가려진 듯한 구역이 있는데, 거기는 국군 수송 사령부 항만 운영단이다. 그래서 보안상 가려져 있는 것이다.
이 컨셉의 철도가 생긴 건 무려 1950년대이지만, 그때보다 더 외곽으로 이설되어 지금과 동일한 선형의 우암선이 생긴 건 1984년이다.

2. 부산신항선

이런 철도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어 난 굉장히 놀랐다. 경남 김해에 있는 경전선상의 진례 역에서 시작하여 부산 강서구의 부산신항 역을 잇는 화물 전용 철도이다. 즉, 정체성에 관한 한 앞서 소개한 우암선과 비슷하다. 사실은 진례 역 자체도 원래는 없었는데 부산신항선과의 연계를 위해 신설된 역이다. 길이는 21.3km로, 지선치고는 그렇게 짧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철도는 무려 2010년 말, KTX 2차 구간과 비슷한 시기에 개통한 따끈한 21세기 최신 철도이다. 21세기에 화물 취급용 철도가 새로 생긴 게 있다니! 그리고 현대 철도답게, 여객 취급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복선에다 전철화까지 돼 있다. 지상으로 길을 내기 어려운 곳은 과감하게 지하로 터널도 팍팍 뚫었다.

3. 강경선

호남선의 강경 역에서 분기하여 그 이름도 유명한 논산 육군 훈련소 방면으로 가는 짤막한 철도이다. 단, 분기가 호남선의 상행에만 맞춰져 있고 삼각선이 없기 때문에, 서울에서 논산으로 내려온 열차는 강경선에 진입하려면 기관차의 방향(= 열차의 진행 방향)을 바꿔서 분기해야 한다. 불편한 점이다.

강경선의 종점은 연무대 역인데 이것도 사실은 두 버전이 있다. 종점에 덜 가서 먼저 나오는 '구 연무대' 역은 그나마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하고 근처에 시멘트 공장이 있어서 거기서도 역을 이용하는 반면, 진짜 선로의 끝에는 '신 연무대' 역은 군용 승강장이어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다. 선로는 연무 초등학교 근처에 국도 1호선의 코앞에서 딱 끝난다.

참고로 육군 훈련소 입소 대대는 신 연무대 역으로부터 남쪽으로 거의 1km 가까이 떨어져 있다. 입소 대대도 국도 1호선상에 있다.
강경선은 '단선 전철'이다. 복선을 굴릴 만한 수요가 있는 철도일 리는 없지만 어쨌든 2004년에 전철화는 되었다.

4. 삼척선

동해 역에서 분기하여 남쪽의 삼척 쪽으로 가는 지선이다. 강릉에서 삼척으로 내려오는 방향만 있지, 청량리에서 삼척으로 바로 가는 선로는 없다(삼각선 없음).
비록 삼척선은 무궁화호, 새마을호 같은 정기 여객 열차는 없지만, 강릉-삼척 간 전용 관광 열차인 CDC 개조형 '바다 열차'가 다니고는 있다. 또한 삼척선은 바다 경치를 보여주는 관광 이상으로 시멘트를 수송하는 산업선으로서도 묘하게 존재감이 있다.

앞으로 포항 이북으로 영덕과 울진에 동해선이라는 철도가 들어온다면, 그 철도는 응당 삼척선과 연결될 것이고, 그러면 삼척선은 지선이 아니라 엄연히 간선의 일부 구간으로 편입될 것이다. 지금은 단선 비전철이지만 그때쯤이면 삼척선도 복선 전철화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선형이 개량되고 외곽으로 선로가 이설될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5. 부산뿐만 아니라 동해남부선의 태화강(구 울산) 역에서도 항구 방면으로 몇 개의 지선 철도가 분기해 나간다. 그런 지선에 있는 대표적인 역은 장생포 역(장생포선)과 울산항 역(울산항선)이 있는데, 주변에는 온통 석유/화학 공장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인터넷 지도를 보면 지역의 위성 사진은 다 모자이크나 흐리게 처리가 되어 있다. 이 역에는 일반인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

태화강보다 몇 역 더 아래로 가면 남창이라는 역이 있고, 거기서 온산선이 분기해 나간다. 온산선은 온산 산업 단지 내부에 있으며, 역 주변에는 역시나 무시무시한 화학 공장들이 즐비하다. 역시 고해상도 위성 사진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용도는 역시 화물 수요 위주이다. 근로자를 위한 통근 열차를 굴리려는 계획이 없지는 않았지만 수지가 안 맞아서 성사되지 않았다고. 차라리 통근 버스나 자가용을 몰고 말지, 철도만으로는 교통이 불편한 건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2/08 08:33 2013/02/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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