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의 크리스천 지인 중에는 크리스천의 ‘인격, 행실’에 대해서 정말 많은 관심을 갖고 거기에 심각하게 고민하는 분이 있다. 왜 있잖은가, “크리스천이 되기에 앞서 인간부터 돼야지!” 같은 식의 주장 말이다.

크리스천으로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얼마나 투철했으면, 세상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세상이 악하고 마음이 강퍅해져서가 아니라, 기존 교회들이 병신같이 선교 행위를 하고 예수 간증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아주 강조한다. 성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후 4:4보다 롬 2:23-24를 선호한다는 뜻.

이런 성향이 종교적으로 극단으로 치달으면, 결국 선행이 드러나 있지 않은 사람은 구원받은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예정론을 잘못 적용한 주권 구원 내지 행위 구원 쪽으로 빠진다.

그리고 이런 성향이 정치적으로 극단으로 치달으면, 오로지 대형 교회들을 흠집 내고 잡아먹기 위해서 불신자들하고까지 손잡을 지경인 진보 성향으로 바뀐다.

뭐, 저 정도의 잘못된 극단으로 빠진 게 아니라면, 그런 성향에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 분명 있다. 예전에 같은 교인들로부터 몰상식적이고 무례하고 육신적인 언행 때문에 상처를 많이 입었거나, 아니면 기성 교회의 비성경적인 관행에 트라우마가 생긴 경험 때문에 그런 성향이 깊어진 게 아닐까 싶다. 이해는 한다.

그런데 이 이슈에 대한 나의 내면의 생각을 좀 말해 볼까?

첫째, 기독교의 교리가 “크리스천이 되기에 앞서 인간부터 돼야지!”였다면, 나는 크리스천이 절대로 못 됐으며 인간은 더욱 못 됐을 것 같다. 나 자신부터 옛날에는 인간성· 사회성, 인격 따위가 지금보다 훨씬 더 거칠고 더러웠다. 그나마 예수 믿고 나서 같은 성도들끼리 부대끼면서 아주 차츰차츰 개선된 것이다.

둘째, 난 기독교의 탈을 쓴 종북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교인’들의 행실에 대한 기대 따위는 진작에 안드로메다에다 보내고 왔다. 이건 무슨 대형 교회의 부정부패나 몰상식한 선교 행위 같은 것하고는 아예 레벨이 다르고 차원이 다른 악행이지 않은가! (걔네들은 애초에 예수님을 내 구주로 제대로 영접도 안 한 사람일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은 한다)

종북이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 그 구원에 감격하고 지금 처한 여건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국가와 민족에 자부심과 애착이 생기고, 우리에게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와 지금 진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다 자동으로 깨달을 줄 알았는데, 종북이 예수 믿으면 그냥 구원받은 종북이더라!

이게 겨우 일개 인격이나 성품 따위하고 비교가 가능한 문제일까? 성경 말씀이 그런 사람들의 사상 하나조차 제대로 바로 이끌어 주지 못한 걸까?

그러니 난 애초에 혼의 구원과 영원이 걸린 종교 문제는 전적으로 핵심 사상인 교리의 우월성을 보고 선택했지, 주변 사람들의 말단 행실이나 평판 같은 건 “개별적인 case by case”일 뿐, 진지한 고려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정말로 비성경적인 수위가 도를 넘어서는 잘못된 목사나 잘못된 교회가 있으면, 당신 혼자 그 교회를 조용히 탈퇴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자유가 있는 좋은 나라이다. 당신이 그런다고 해서 당신을 고문하거나 수용소로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도저히 구원받았을 것 같지 않은 막장 성도라면.. 성경에 규정된 대로 징계하고 쫓아내든가, 아니면 그냥 교제 끊고 이교도나 세리 대하듯이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만 차려서 대하면 된다. 그 사람이 만에 하나 진짜 구원받은 게 맞다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나 오해가 풀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영적 전쟁터는 원래 그 어떤 희한한 짓 험한 꼴이 벌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바닥 아닌가?
크리스천이 행동이 병신이었던 게 어디 한두 번이었으며, 그게 그렇게까지 납득이 안 되는 일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현실을 지나치게 탓하고 비관하는 건, 예수님이고 성경이고 복음이고, 게다가 그냥 성경도 아니고 신줏단지 같이 떠받드는 KJV 성경조차도 현실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크리스천이라는 사람이 자기 입으로 영적 전투의 패배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그냥 구원받는 것하고 예수님의 제자의 삶을 사는 건 별개의 문제이다. 예수 믿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자기와 같은 사상을 지니고 자기처럼 성장하고 자기처럼 행동할 거라고는 절대로 기대하지 말지어다.

교회는 영적 전투 수행을 위한 무슨 소수정예 특수부대가 아니다. 이 세상에 아무 결점이 없는 완벽한 성도들로만 이뤄진 교회가 존재한다면, 당신이 그 교회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무결성이 깨진다는 심정으로 교회 생활을 하면 된다.

구원과 행실 사이의 관계 문제는 하나도 어려울 것 없다.
보이지 않는 믿음을 보이는 행위로 나타내야 한다는 내 안의 성령님의 압박이 느껴진다면, 남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이나 잘하면서 남에게 좋은 본을 보이면 된다.

잘못하고 있는 교회 지체를 성경으로 일깨우면서 권면하는 것 이상으로,
누구 다른 사람 때문에 복음이 실추되고 있다는 식으로 피해의식은 어떤 경우에도 가질 필요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11/08 08:17 2013/11/0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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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세카이 2013/11/10 19:25 # M/D Reply Permalink

    전 구원받는것과 예수님의 제자의 삶을 사는게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자신을 바치신 주님을 믿는 사람이 일반인과 삶이 똑같을 수가 있을까요?



    마 5.
    44. 나는 너희에게 말하노니, 너희 원수들을 사랑하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천대하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
    45.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께서 그 분의 태양을 악인과 선인 위에 떠오르게 하시며,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 위에 비를 내리심이라.
    46. 만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으리요? 세리들도 그같이 아니하느냐?
    47. 또 만일 너희가 너희의 형제들에게만 문안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이냐? 세리들도 그같이 아니하느냐?
    48.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온전하심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마7
    16. 너희는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게 되리니, 사람이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
    17.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느니라.
    18.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으며,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19.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마다 찍혀서 불에 던져지리라.
    20. 그러므로 너희는 그 열매들을 보고 나무들을 알게 되리라.
    21. 나에게 '주여, 주여' 하고 부르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자라야 되느니라.
    22. 그 날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예언하지 아니하였으며, 주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지 아니하였으며, 또 주의 이름으로 많은 경이로운 일들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라고 말하리니
    23. 그때 내가 그들에게 분명히 말하되 '나는 너희를 전혀 알지 못하니, 너희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고 하리라.
    24.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사람은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현명한 사람과 같아서
    25.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나며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쳐도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 집이 반석 위에 세워졌음이요
    26.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않는 자는 누구나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으리니
    27.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나며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치면 무너지되 그 무너짐이 극심하리라." 하시더라.

    마11
    25. 그 때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오 하늘과 땅의 주이신 아버지여, 이런 일들을 지혜롭고 슬기로운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
    26. 그러하옵니다. 아버지여,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버지 보시기에 선함이니이다.

    약 3
    17. 그러나 위로부터 오는 지혜는 첫째, 순수하고 그 다음은 화평하며, 친절하고, 양순하며, 자비와 선한 열매들로 가득하고, 편견이 없고, 위선이 없나니
    18. 의의 열매는 화평케 하는 자들의 화평 안에 뿌려진 것이니라.




    하나님은 성경말씀을 어린 아이와 같은 자들만이 깨달을 수 있게 하시죠

    1. 사무엘 2013/11/10 21:45 # M/D Permalink

      넵, 하지만 원론적인 말과 생각이야 누가 그런 식으로 못 하겠어요?
      구원받은 모든 사람들이 신세카이 님처럼 생각하고 행하기만 하면 참 세상이 아름다울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걸로 남을 판단하고 게다가 구원 여부까지 단정짓는 건 대부분의 경우 잘못된 결말, 위험한 결말로 빠진답니다.
      구원과 행위 사이의 관계가 그렇게 언제나 깔끔한 함수 관계로 드러난다면 교회의 이단 문제 같은 것도 하나도 골치아파 할 필요가 없겠지요.

  2. 신세카이 2013/11/10 22:36 # M/D Reply Permalink

    모든 인간이 악의 본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정말로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라면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뱀처럼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 싸우는 자겠죠
    정의와 진리, 사랑을 추구하고 악을 미워하며
    지극히 낮은자에게 하는게 곧 주님께 하는거란 성경말씀을 그대로 믿고 행하는 자들이겠죠

    구원받은 자들이 제대로 믿고 행하는것과 세상이 아름다운것이 전혀 별개에요
    언제나 진리의 길을 가는 자들은 소수였고 항상 핍박을 받아왔고 피를 흘려왔죠
    성경은 깔끔하게 말합니다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마다 찍혀서 불에 던져지리라.마7:19"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너희의 의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의보다 뛰어나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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