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25년이라니, 21세기가 벌써 1/4, 4반세기가 지났다. 그리고 올해는 반대로 1/4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
2000년대, 2010년대의 다음으로 2020년대는 웬 괴질 하나 때문에 사람들의 모임이나 여행이 강제로 셧다운 당한 채 암울하게 흘러갔다.
그러다가 2023년쯤부터는 각종 방역 조치가 풀리면서 저것들은 다 지나간 일이 됐다.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창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

2024~2025년 사이에는 뭔가 어처구니없는 항공 사고가 예전에 비해 자주 발생했던 것 같다.
지난 2024년의 경우 딱 연초에 일본항공 여객기가 하네다 공항에서 착륙 사고를 당했다. 이건 일본항공 측 과실이 전무한 데다, 승객 전원이 FM대로 침착하게 탈출 성공 생존이라는 미담까지 남겼으니 여느 어처구니없거나 불운한 사고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행이긴 하지만 이건 여객기가 몽땅 깡그리 불타 버렸을 정도이니 결과적으로는 매우 충격적인 사고였다.

24년 말과 25년 초 사이에는 우리나라 '에어부산'이 뜬금없이 배터리 화재 사고에 많이 휘말렸다. 이 역시 공항이나 항공사 측 잘못은 없긴 하다만.. 이놈의 배터리라는 건 여전히 인간의 기술로 위험성을 100% 정확하게 예측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아슬아슬한 물건인가 보다. 뭔가 자동차 급발진하고도 비슷한 영역인 듯?

미국에서는 착륙을 준비하던 국내선 여객기가 웬 군용 헬기와 공중 충돌해서 둘 다 전원 사망이라는 참극이 벌어졌으며,
지난 여름엔 인도에서 에어인디아 171편이 착륙하던 자세 그대로 땅에 내려앉고 아래의 건물을 짓뭉개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래도 작년 말에 발생했던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a.k.a. 무안공항 참사)가 정말 충격적이고 끔찍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국적기에서 승객이 100명 이상 한꺼번에, 특히 전멸에 가깝게 몰살당한 대형 사고가 난 건 정말 1990년대 이래로 거의 30여 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도 아닌 자국 땅에서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구나 이 사고는 과거의 여느 사고들과 달리, 발생 과정 내지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고 복잡다난했던 것 같다.

(1) 맨 처음에 새떼 충돌 때문에 비행기가 엔진 하나가 나갔다. 이건 그냥 운이 나쁜 천재지변이었고, 어차피 이것만으로는 떼죽음 참사까지 가지도 않는다. 더 비행만 못 할 뿐, 활강하면서 사뿐히 내려앉는 건 아직 얼마든지 가능하다.
(애초에 무안 공항 자체가 새들이 우글거리는 부적격 위치에 있었다는 태클은 너무 원론적이고 막연한 얘기이니 논외로..)

(2) 근데 조사를 해 보니 일단 정황상..! 조종사가 승무원들이 실수를 했는지 뭘 착각했는지.. 새를 꿀꺽한 엔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반대편 엔진을 셧다운 시키고 연료 공급을 끊었는 것 같다. 그러니 비실비실하던 기체가 완전히 넉다운 돼 버렸다.
이렇게 한번 멈춘 엔진은 무슨 자동차 시동 걸듯이 금방 다시 복구할 수 없다.

(3) 그래도 사고기의 조종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체를 활주로에다가 똑바로 갖다대고 동체착륙을 '성공적으로' 했다. 전세계의 전· 현직 파일럿들이 영상을 보고는 요 대처 하나만큼은 매우 훌륭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소한 뱅기가 땅에 닿자마자 쾅 부서지거나 폭발을 하지는 않았다.

(4)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 애초에 착륙을 활주로의 끝부분이 아니라 중간 부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활주공간이 너무 부족했다. 기체는 결국 오버런 하면서 앞을 가로막고 있던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과 정면 충돌하고 폭발.. 전원 사망에 준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내가 아는 바를 정리해서 요약하면 저렇다.
옛날에 공항 시설을 만들거나 관리하던 사람들은 강풍, 폭우, 태풍 따위에 로컬라이저가 자꾸 자빠지거나 위치가 바뀌지 말라고, 관리 비용을 아끼려고 둔덕을 저렇게 튼튼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설마 뱅기가 여기까지 몰려와서 둔덕과 충돌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_=;;

자, 보다시피 이 사고는 여러 불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새 때문, 오로지 몽땅 다 둔덕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 사고 조사 위원회에서 뭔가를 발표할려고 했는데 아마 (2)번이 언급된 것 때문에 조종사 유족들이 극렬 반대 반발하고 발표회가 통째로 무산됐던 것 같다.

1번은 관제탑 교신이 공개돼 있고, 4번은 시민이 녹화한 영상이 있으니 100% 절대확실한 팩트다.
그에 비해 2번은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건 1번과 4번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2번으로 인해서 뱅기가 더욱 빠르게 하강하게 됐고, 상황이 너무 급박한 관계로 활주 공간이 넉넉한 곳에 내려앉지 못했다. 이 때문에 3번에서 최선을 다한 조치가 의미가 없어졌고 4번 둔덕 충돌로 이어진 게 아닌지??
뭐, 여기에 대해서도 공항 관제탑 측에서 어영부영 하느라 활주로 안내를 신속하게 안/못 해 줘서 사고기가 저렇게 촉박하게 착륙하게 됐다는 얘기가 있으니 이 또한 생각할 점이다.

사고 조사 위원회가 진실을 명확하게 규명해 줬으면 좋겠다.
조종사들이 동체 착륙을 성공적으로 잘 한 것과는 별개로.. 그 전에 뭔가 실수한 게 없으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왜, 저 하네다 공항 충돌 사고도 원인은 결국 해상보안청 소속 수송기가 뭔가를 착각하고 활주로에 오진입했기 때문이었다. 가해자는 지진이 난 지역에 구호 물자를 보내는 훌륭한 국가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더구나 이 사고로 그쪽 승무원들이야말로 거의 다 사망했으니(6명 중 5명) 그쪽을 마냥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허나, 그들이 하는 임무는 임무이고, 그쪽 조종사가 실수를 했다는 건 팩트이다.

2014년에 발생했던 광주 소방헬기 추락도 말이다. 무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으며, 기체의 노후화 문제도 있고 소방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 문제도 있다.
그러나 이 사고도 제일 주된 근본 원인은 조종사 과실이었다. 윗단에서 무책임하게 시전하는 '말단 실무자 탓, 개인 일탈'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는 것이다.

희생자를 존중하고 예우는 하되, 사고 원인 규명은 명확하게 하고 인간은 누구에게나 실수, 휴먼 에러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인지해야만 앞으로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관련 여담

(1) 에어인디아 171편 사고는 아직 100% 확실한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이건 조종사의 과실 정도가 아니라 조종사에 의한 고의 추락이 의심되는 지경이다. =_=;; 제주항공 사고와 달리, 뱅기가 뜨자마자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엔진에 연료 공급이 몽땅 차단된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고에서는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제주항공 사고에서는 2명.. =_=;;;

옛날에는 조종실이 외부인에게 점령당하는 테러가 종종 벌어졌다.
그런데 그걸 막으려고 조종실 문을 밖에서 절대로 못 열게 해 놨더니.. 이제는 반대로 조종사의 일탈로 인한 추락 사고가 세계적으로 잊을 법하면 발생하고 있다.

(2) 사고가 났던 무안 공항은 아직까지도 무기한 폐쇄 상태이다.
뭐, 매우 마이너한 지방 공항이긴 하지만 저 사고 하나 때문에 뭘 하느라 저렇게 공항 전체를 오랫동안 폐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항 전체를 리모델링이라도 하려는지 원..

하긴 저때 사고기보다 딱 10분 먼저 동일 공항에 착륙했던 진에어 여객기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거의 50일 동안이나 공항에 억류시켰던 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막장 조치였었다.
저때 회사로부터 명령을 받아서 저 여객기를 무안에서 김포로 공차회송(!!!)했던 파일럿은 오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다.

(3) 제주항공 2216편 사고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로컬라이저 둔덕이 그야말로 만악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지탄받게 됐다.
그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하는 데 관여했던 당시 공항공사 사장은 딱히 수사나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아무 말도 없이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긴, 요 얼마 전에는 7월에 발생했던 오산 옹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 청문회에 불려다니던 어느 LH(한국 토지 주택 공사)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23년에 14명이나 목숨을 잃었던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관련해서도 관련 감리단장이 교도소에서 ㅈㅅ을 시도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도 ㅈㅅ을 금기시하고 방지하려고 발악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죽을 사람은 저렇게 다 죽는가 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5/10/01 08:35 2025/10/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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