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8 : ... 10 : Next »

분당선 1차 개통 구간 탐방기

성남에 있는 분당은 고양시 일산과 더불어 1기 신도시의 양 축을 구상하고 있는 신도시이며, 수도권 전철 분당선은 분당과 서울 사이의 연계를 위해 만들어진 광역전철이다.

분당선은 여타 광역전철들과는 달리 연계하는 서울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선명과 노선색을 쓰고 있으며, 교류 전기를 씀에도 불구하고 전구간이 지하이기 때문에 마치 코레일만의 지하철 같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주변이 굳이 지하화를 해야 할 정도로 크게 개발되어 있던 것도 아닌데 지하로 건설된 이유는 인근의 서울 공항으로 인한 보안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이 분당선은 1994년 9월 1일에 수서-오리 구간이 최초로 개통했다. 그 당시엔 훗날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을 능가하는 시끄러운 전동차 주행 소음 때문에 악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왕십리에서 수원까지 연결되는 방대한 광역전철으로 확장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보다시피 공사의 진척은 한없이 늦다. 지난 10월에 드디어 북쪽 끝인 왕십리 구간이 완공되었으나 수원과의 연결은 언제쯤?
한편,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직 전동차는 6량으로만 다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궁극적으로는 8량까지밖에 증결하지 않을 계획이라 한다.

이렇듯, 철덕의 입장에서 분당선은 할 말이 참 많은 노선임이 틀림없다.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분당선이 상당히 많이 길어져 온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개통한 1차 구간이 역사적으로 가장 분당선스러운 옛날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분당선에서 가장 먼저 개통한 수서-오리 구간에 대한 종합 명세이다.

수서
서울 지하철 3호선이 서울 2기 지하철 사업의 일환으로 남쪽으로 연장되던 1993년 말에, 3호선의 종점으로 먼저 개통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분당선이 개통하면서 여기와의 환승역이 되었다. 환승은 개념환승 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한 막장환승도 아닌 정도. 마치 1호선 청량리 역처럼 3호선 승강장은 환승 통로에서 계단을 도로 올라가야 나온다.
한때는 이 역이 3호선과 분당선 모두의 종점이었지만, 지금은 둘 다 노선이 연장되어 모두 단순 통과역으로 바뀌었다.

복정
서울 지하철 8호선 1차 구간이 개통한 1996년 11월에 8호선과 분당선 역이 동시에 개통한 환승역이다. 두 노선의 승강장은 상하로 정확하게 포개지는 일체형으로 건설된 덕분에, 계단 하나만 오르면 간편하게 환승이 된다. 게다가 이 역은 8호선과 분당선 모두 유일한 섬식 승강장이라는 특징까지 갖추고 있다. 교외 지대이기 때문에 역 주변은 한산한 편이며 버스 환승 센터와 거대한 유료 주차장이 있다.

그렇잖아도 분당선 수서-복정과 다음 역인 복정-가천대는 역간 거리가 꽤 길다. 전자는 직선 거리만 무려 3km에 달하고 후자도 2km가 넘는다. 서울에서 성남으로 넘어가는 교외 지대는 딱히 역세권이 없는 그린벨트이며, 특히 수서-복정 사이는 탄천과 수서 차량 기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지상화를 할 수도, 중간에 역을 만들 수도 전혀 없다. 그러니 복정 역이 아직 개통하기 전이던 1994~1996년 사이의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분당선 전동차는 수서에서 경원대(현 가천대) 역까지 5km가 넘는 거리를 무정차 쾌속 질주를 했었다. 3호선 일산선의 원당-삼송보다도 더 긴 간격임!

수서가 서울 메트로 냄새가 난다면, 복정은 8호선답게 철저하게 도철 냄새가 난다. 분당선 승강장으로 가려면 8호선 승강장을 반드시 거쳐서 내려가야 하며, 그 승강장 외의 다른 시설(출입구 안내판 같은)에서는 코레일체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대합실에는 8호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만 나와 있고, 분당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는 없다.

가천대
드디어 서울을 벗어나 성남 대로에 자리잡은 첫 역이다. 원래는 경원대 역이었지만 최근에 학교명이 바뀌면서 역명도 바뀌었다.
역의 한쪽에는 가천 대학교가 있지만 반대편에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성남 대로와 한데 바싹 붙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엔 숲과 고가 도로밖에 안 보이며 딱히 역세권이 없다. 지하철 통로와 가천대 입구는 마치 한양 대학교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인근의 동서울 대학은 딱 복정과 가천대 역의 중간에 있으며, 지역도 서울을 딱 벗어난 직후이다.

태평
온통 붉은 벽돌 인테리어로 도배되어 있는 게 인상적인 역이다. 그리고 모란 고개 때문에 주변의 역들보다 지대가 높은 편.
가천대와 태평 역엔 2012년 9월 현재까지 스크린도어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선로 중앙의 기둥엔, 1994년 분당선 첫 개통 당시의 역 번호와 로마자 표기법의 흔적이 담긴 옛날 역명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러 남겨 두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란

복정에 이어 또 다른 지하철 8호선과의 환승역이며, 8호선의 종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은 분당선의 개통과 함께 분당선 역이 먼저 영업을 시작하다가 8호선 역이 추후에 개통했다. 도철의 역무 시설만 존재하는 복정과는 달리, 모란은 두 역 사이의 환승 거리도 긴 편이며 도철과 코레일의 역무 시설이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한다. 또한 복정은 분당선이 8호선의 아래로 지나는 반면, 이 역은 8호선이 분당선의 아래로 지난다는 차이도 있다.
그리고 요금 정책의 차이 때문에 분당선 모란 역에서는 서울 전용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모란 역에서는 그걸 쓸 수 있다.

태평-모란은 간격이 900m가 채 되지 않으며, 분당선 1차 구간으로 계획되었던 역들 중에는 역간 거리가 가장 짧다. 8호선과의 환승과, 모란 시장 같은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부득이 이동성을 희생하고 역을 또 만든 티가 난다. 과거에(2004년 이전) 성남 시외버스 터미널이 이곳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 지점에 시외버스 정류소가 있다.

야탑
다른 역들과는 달리, 지상 출입구로 나가면 시원스러운 광장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모란과 야탑 정도 오면 분당선이 좀 얕아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어디서 듣기로, 분당은 실제로 살짝 저지대라고도 함.
현재 성남의 종합 버스 터미널은 이 역 근처에 자리잡은 복합 상업 건물의 지하에 들어서 있다.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터미널로 바로 연결되어 들어가는 통로가 한동안 만들기만 해 놓고 개방은 안 되어 있었으나, 2011년 무렵에 드디어 개방되었다.

태평과 야탑 역은 대합실 층에 열차 위치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불편하다. 사실, 복정도 8호선 말고 분당선 노선은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모란-야탑은 역시 2.3km에 달하는 장거리이다. 중간에 외곽 순환 고속도로 진출입로와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진출입로가 있으며, 성남 시청 신청사 및 아직 개발되지 않은 벌판도 지난다. 만약 여기까지 개발되어 복잡한 시가지가 조성된다면 모란-야탑 사이에도 미래에 역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매
2004년에 개통한 역으로, 지하철에서 초기 계획에 없었다가 두 역 사이에 역이 새로 삽입된 사례로는 국내 최초이다(복정은 늦게 개통했지만 그래도 계획이라도 돼 있었음). 마치 KTX 울산 역처럼 말이다. 이 역에 이어 2005년엔 1호선 동묘앞과 2호선 용두 역이 동일한 사례로 곧장 뒤를 이었다.
물론 야탑과 서현 사이는 3km가 넘는 장거리이긴 하지만, 이매 역은 개통 후에도 양 옆의 역보다 이용객 수가 여전히 매우 적다. 그래서 그런지 스크린도어도 역시 없다.
21세기에 개통한 역이지만 이 역도 승강장 크기는 8량이 아닌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주민들의 요구로 인해 공사는 1990년대 중후반에 꽤 일찍 시작했고 단지 개통이 늦어진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역은 출입구가 역의 양 끝으로 무척 치우쳐서 존재하여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번호의 출입구 사이의 거리가 300미터에 달한다. 왜냐하면 중앙엔 역 주변으로 공원이나 아파트 담장만 있기 때문에 전철에서 내린 후에 갈 곳이 없어서이다. 그래서 최대한 아파트 입구나 마을 어귀 쪽으로 출입구를 내려다 보니 앞뒤로 멀어진 것이다. 분당선의 개통 초기에 이 자리에 역이 괜히 없었던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인해 이매 역은 분당선에서 유일하게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되었다.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가능하려면 게이트를 열차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만들어서 앞뒤를 막아야 하는데, 이매 역은 출입구가 앞뒤 극단에 있다 보니 앞뒤로 게이트를 둘 수 없고 부득이 평행하게 게이트를 만들게 되어, 승강장 횡단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이매 역은 부역명이 성남 아트 센터이지만, 거기와 전혀 가깝지 않다. 오히려 야탑에서 가나 이매에서 가나 거리가 별 차이가 없다. ㄲㄲ

서현, 수내
이 두 역은 성남 대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것, 그리고 민자역사로 조성되어서 역 출입구 전체가 백화점 건물 내부로 쏙 들어가 버린 매우 특이한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지하철역의 출구 번호와, 각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백화점의 출입구 번호가 달라서 초행자가 혼동하기 딱 좋다.
광역전철이든 일반열차든 선로가 어차피 지상에 있는 철도역이 민자역사가 된 경우야 적지 않지만, 이미 지하철의 형태로 고유한 출입구 체계를 갖춘 역이 민자역사로 덮인 경우는 희귀하다.

정자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 신분당선과의 환승역이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역이다. 예전에는 이 지역을 궁내동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행정 구역이 바뀐 것 같다.
이 역과 다음 역인 미금 사이는 1.8km 정도로 긴 편이다. 그리고 이 두 역 사이에 신분당선 연결선도 있으며, 두 역 사이 지점에 그 이름도 유명한 NHN 본사가 있다.

미금, 오
내려 본 적이 없어서 이 두 역에 대해서는 내가 정보가 제일 부족하다.
다만, 오리의 경우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이어서 유명하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그 후 지하에 쌍섬식 승강장은 완급 결합 운행을 본격화한 서울 지하철 9호선 때 여럿 더 생기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13 08:27 2012/11/13 08:27
, ,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55

2012년 10월은 수도권 전철계의 오랜 숙원이 둘이나 이루어진 달이다.
일단 월초엔 남쪽으로만 길어지던 분당선이 드디어 서울 강북까지 올라와서 왕십리-선릉 구간이 개통했다. 수서-선릉 구간이 2003년 가을에 개통했으니 거의 9년 만의 추가 연장이다. 이로써 한강에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사용하는 것에 이어 철도용 하저 터널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며, 여타 코레일 관할 노선과의 연결이 없이 수도권 동남부에서 혼자 고립되어 있다시피하던 분당선은 드디어 연결점이 생기게 되었다.

그 뒤 지난 10월 27일엔,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서쪽으로 더 길어졌다. 온수-부평구청 연장 구간이 개통함으로써 서울 지하철 7호선은 의정부와 광명뿐만 아니라 부천과 인천 외곽까지 가는 긴 노선이 되었다. 그 결과 7호선은 1996년의 장암-건대입구(1차), 2000년의 건대입구-온수(2차)에 이어, 2012년의 온수-부평구청이라는 세 단계 개통 내력을 갖게 되었으며, 차량 계보도 1차와 2차, 3차가 모두 외형과 구동음이 제각각인 독특한 체계를 구성하게 되었다.

2009년에 9호선이 개통하고, 2010년 말에 3호선 수서-오금 연장 구간이 개통하고, 이제 7호선 연장 구간까지 개통했으니, 1990년대 초반에 수립되었던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은 IMF 때문에 폐기된 것을 제외하면 다들 완결되었다.

이번 7호선의 연장 구간 개통은, 약 4개월 전의 수인선 개통과는 다음과 같은 여러 비슷한 점들이 있다. (1) 토요일 개통, (2) 개통 당일 비, (3) 10km 남짓한 개통 구간의 길이와 9~10개 정도의 역 수도 비슷함,
(4) 온수든 오이도든 시승 지점 주변은 별다른 상업 시설 없는 외곽 지대, 그리고 (5) 새 노선으로 인해 인천 지하철에 환승역이 추가됨(7호선과는 부평구청, 수인선과는 원인재).

이에 본인은 이것도 새벽 5시 반 첫 차를 시승하러 금요일 밤부터 준비하고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날 밤에 전철 막차를 타고 미리 가서 노숙이나 외박을 한 게 아니라, 철도 답사 목적으로는 난생 처음으로 차를 가져갔다. 외박까지 하기에는 기력이 부족했고, 이왕 멀리까지 나간 김에 차로 다목적 테마 여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더구나 추위와 비 같은 날씨 사정을 감안했을 때, 차를 가져간 건 결과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선택이었다.

새벽 2시. 강변북로와 경인대로를 달려 온수 역에 도착했다. 이런 늦은 밤인데도 도로에는 차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도상으로 온수 역 남단에 공영 주차장을 확인하긴 했으나, 그쪽으로는 안 가고 북단의 어느 공사장 옆 골목길에다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 뒷좌석에 누워서 두어 시간가량 잤다. 새벽부터 기온이 더 내려가고 비가 오기 시작했으나 차 안은 아늑하기 그지없었다. 차를 가져가는 대신 밖에서 군것질은 안 하려고 물과 각종 간식에 심지어 도시락까지 챙긴 상태였다.

5시 20분. 차에서 내려서 드디어 7호선 온수 역 승강장으로 갔다. 그리고 30분 정시에 부평구청으로 떠나는 첫 차에 성공적으로 탑승했다. 다음은 연장 구간과 관련된 몇 가지 관련 정보들이다.

  • 운영: 7호선의 모든 열차가 부평구청까지 가는 건 아니다. 마치 분당선에 죽전 행과 기흥 행이 반반씩 있듯, 7호선에도 온수 행과 부평구청 행이 반반씩 다닌다. 따라서 온수-부평구청 사이의 실질적인 열차 배차 간격은 마치 5호선 상일동-마천 지선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예상 수요, 차량 기지의 위치, 보유 중인 전동차 수 등 여러 정황상, 모든 열차를 연장하는 건 현재로서는 힘들다고 그런다.
  • 차량: 음 성직 사장 시절에 개발된 자체 전동차 SR001이 신규 투입되었다고는 하지만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 나도 1시간 반 남짓한 시승 시간 동안, 상· 하행을 통틀어서 신형 전동차는 한 번도 못 봤다. 전체 전동차 수에 비해 3차 도입분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은 미미하다. SR001을 못 타 본 건 좀 아쉬운 점.
  • 인터페이스: 7호선 연장 구간은 역명판이나 각종 안내 표지판에 서울 남산체나 전통적인 초롱테크 지하철체가 아닌 일반적인 고딕체를 사용하였다. 9호선처럼 지하철의 지상 출입구에서부터 열차 위치를 표시해 놓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번 연장 개통 구간은 크게 두 개의 phase로 나뉜다. (온수)-까치울-부천시청, 그리고 다음 상동-부평구청으로 말이다. 앞의 서울-부천 구간은 모두 터널식으로 건설되었다. 그래서 열차가 달리는 터널을 보면 단선 쌍굴이며 역들이 죄다 섬식 승강장이다(왼쪽 문 열림). 7호선은 특히 강남 구간은 섬식 승강장을 거의 찾을 수 없는 노선(보라매 역이 유일)으로 유명한데 그 관행을 부천 연장 구간이 깨뜨렸다.

서울에서 연장 구간이 첫 시작되는 온수-까치울 사이는 도로를 따라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야산 아래로 “길이 없는 곳을 억지로 파고들면서” 만들어졌다. 덕분에 주행 중에 커브 소음이 느껴지며, 중간에 역을 만들 곳도 없어서 역간거리가 거의 2km에 달한다.
7호선은 어차피 강남 구간에 이런 구간이 좀 있다. 내방-고속터미널도 중간에 공원 아래를 지나며, 남성-숭실대입구도 언덕과 아파트 단지 아래를 지나서 역간거리가 아예 2km를 넘는다.

똑같이 섬식 승강장이어도 신중동-부천시청 역은 여타 역들보다 플랫폼이 대단히 넓다. 이는 지상에 고가도로가 있어서 이를 건드리지 않고 공사를 한 귀결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인해 독특한 모양의 승강장이 생긴 역이 있다(아현 고가 차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대합실이 아니라 심식 승강장이 이렇게 거대하다.

부천시청 역의 인근에는 안 중근 기념 공원이 있다. 실제로 부천시는 중국 하얼빈 시와 자매 결연을 맺기도 했다고 한다. 지하철이 개통했으니 이 공원의 접근성과 인지도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안 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 10월 26일인데, 7호선 연장 개통이 그 이튿날인 것은 그냥 우연이려나?

그리고 독립 운동가를 기리는 비슷한 심상의 다른 전철역으로 신분당선 '양재 시민의 숲' 역이 있다. 거기는 인근에 윤 봉길 기념관이 있으며, 역의 부역명이 아예 '매헌'(윤 봉길의 호)이다. 조국을 사랑하는 철도 덕후라면 잊지 말고 찾아가 보시기 바란다.

자, 상동부터는 섬식 대신 상대식 승강장이 시작된다(오른쪽 문 열림). 여기는 터널식이 아니라 도로를 파헤쳐서 박스를 집어넣는 개착식으로 건설되었으며, 한 터널에 복선 철길이 깔려 있다.

종착역인 부평구청 역의 인천 지하철 환승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보통 수준인 것 같다.
다만, 밀폐형 스크린도어에다 고해상도 올컬러 액정 모니터까지 갖춰진 최고급 서울 지하철에 비해, 아직 스크린도어도 없고 청색이 없는 저해상도 LED(발광 다이오드) 전광판을 쓰는 인천 지하철 승강장을 보니, 지하철 시설조차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시작된 건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가지 옥의 티: 부평구청과 부천시청.. 전자에서는 '청'의 한자를 중국 간체자로 썼는데 후자에서는 그냥 한국 번체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일찍 7호선 연장 구간을 쭉 왕복하고, 환승역에서 환승 통로를 둘러 보고, 중간의 역에서 한번 내려서 나가 보기도 했다. 수많은 정보들을 수집한 뒤 내 승용차가 있는 온수 역 인근의 기지로 복귀(?)하니, 아침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7호선에 대해서 두 가지만 더 얘기한 뒤 지하철 얘기는 마치도록 하겠다.

* 7호선의 상대적 심도

수도권 전철 노선들 중에 환승역 사이의 상대적인 심도가 가장 높은 것은 단연 서울 지하철 7호선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온수부터 시작해 이수, 건대입구, 태릉입구, 도봉산 등 모든 환승역에서 7호선은 다른 노선보다 언제나 더 아래로 지나거나 최소한 심도-고도가 뒤떨어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깊기로 악명 높은 5호선조차도 다른 모든 환승역에서는 아래로 지나지만 7호선과 만나는 군자에서만은 7호선이 아래이고 5호선이 위였다.

그랬으나 이 7호선에도 예외가 생겼다. 2009년에 개통한 9호선 고속터미널 역은 7호선보다도 더 아래로 지난다. 그리고 분당선 강남구청 역도 7호선 강남구청 역보다 더 아래로 지난다. 분당선 역시 서울 강남 구간에서는 거의 공항철도 서울 시내 구간에 필적하는 엄청난 깊이를 자랑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 서울 정기권 통용 여부

서울 1기 지하철들은, 서울 시내 순환인 2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1, 3, 4호선들이 다들 코레일 광역전철과 직통 운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2기 지하철들은 그런 관행이 없이 오로지 인서울을 표방하고 있다. 5, 6호선이야 정말로 인서울이지만, 8호선은 성남 구시가지를 경유하며 7호선은 의정부와 광명을 잠깐 경유하고 이제는 부천과 인천까지 가는 방대한 노선이 되었다. 서울만의 지하철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8호선은 여전히 전구간이 서울 도시철도 공사(도철) 관할이다. 그리고 도철 관할 노선은 행정구역상으로 인서울이 아니어도 서울 전용 지하철 정기권이 통용된다는 이례적인 관행이 있었다. 8/분당선 환승역인 모란 역이 이것 때문에 '아리까리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코레일 분당선 게이트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게이트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행에도 예외가 생겨, 7호선의 부천-인천 연장 구간에는 서울 정기권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었다. 이제 도철도 모든 구간이 서울 구간은 아니게 된 셈.

Posted by 사무엘

2012/10/31 19:20 2012/10/31 19:20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50

평양 지하철 소개

예전에 올린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본인은 반공-_- 성향이 강하며 정치적으로 북한 정권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공산주의고 나발이고 간에 우리나라를 삥뜯고 시종일관 민폐만 끼쳐 왔으며, 눈엣가시 같은 짓만 골라서 해 온 놈들이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서 사과를 한 적이 없는 것만큼이나 쟤들도 사과를 하고 개과천선한 적이라고는 없다. 대남 적화 야욕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게 없다.

그들은 국제 사회로부터 주어진 개방과 회생의 기회는 죄다 제 발로 거절하고 세계 최악의 생지옥 국가를 만들었다. 지도자라는 작자는 국민들을 먹여 살릴 돈과 물자로 핵 무기나 만들고 개인적인 향락만 즐겼다.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는 기근이 미국의 경제 봉쇄 때문이라고 남 탓만 한다. 그러니 아량과 자비를 베풀고 예쁘게 봐 줄 구석이 어찌 눈꼽만큼이라도 있으리요?

사실, 극소수의 정신줄 놓은 좌빨 종북주의자를 제외하고는 북한 정권을 좋아하는 사람 자체가 있을 리 없겠지만(스톡홀름 증후군?), 그 극소수의 인간들이 국가에 끼치는 손해가 워낙 막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법은 그런 부류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부득이 다소 원시적이고 자유를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약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본인은 그런 정치관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과 호기심도 많은 편이다. 같은 한국어와 한글을 쓰는 동족이 지도자 잘못 만난 죄로 어떻게 저 정도로 맛이 가고 흑화해 갔는지... 이 21세기에 서울에서 100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한반도 북부에 어떻게 절대로 가 볼 수 없는 위험한 지역이 존재할 수 있는지가 솔직히 신기하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ㄱㄱㅇㅅ라는 충격과 공포의 물건이 있어서 전에는 일반인이 보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던 장소들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특히 지리덕에게!) DMZ와 판문점도 보이고 예전에 국기 높게 달기 경쟁을 하던 대성동· 기정동 마을까지 항공 사진으로 다 볼 수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도 볼 수 있고 평양 시내도 들여다볼 수 있다.

자, 북한에도 관심이 많고 한국 철도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북한의 철도 체계, 그리고 더 세부적으로는 평양의 지하철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게 된다.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겠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북한은 지하철이 다니는 나라치고는 상당히 가난한 나라이다.
그래도 북한이 최초의 지하철을 만들기는 남한보다 1년 더 먼저 만들었다.

평양 지하철은 노선이 딱 두 개이다. 1973년에 첫 개통한 천리마선과, 1975년에 개통한 혁신선. 노선별로 역이 10여 개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주 소규모이다.
다음은 평양 지하철의 역명과 주변의 역세권을 나열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천리마선 (종축)

붉은별: 장경동, 2인민병원
전우: 혁신선 전승 역과의 환승. (역명이 서로 다름)
개선문: 말 그대로 개선문이 인근에 있음
통일: 칠성문, 모란봉 야외극장
승리: 김일성 광장
봉화: 해방산 려관
(영광): 평양 역, 김책 공업 전문 대학, 고려 호텔
(부흥): 화력 발전소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평양에는 대동강이 있다. 봉화 역 이남으로는 하저 터널을 뚫고 평양의 강남과 강북을 지하철로 연결하겠다는 게 북한의 당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71년, 하저 터널 건설 중에 터널이 붕괴되어 10여 명의 인부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난 뒤 그 계획은 철회되었다. 사실, 한강 하저 터널은 남한도 삼부 토건이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건설하면서 1990년대에 와서야 NATM 공법으로 해낸 어려운 과업이다.

북한은 하저 터널 대신 강을 따라 서쪽으로 평양 역과 화력 발전소, 그리고 김 일성의 생가 쪽으로 노선을 연장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것이 1987년에 개통한 만경대선인데, 사실상 천리마선의 연장이나 다름없다. 마치 서울 지하철 3호선과 일산선의 관계와 비슷한 셈. 영광과 부흥 역은 만경대선 구간이다.

* 혁신선 (횡축)

광복: 광복 다리
건국: 평남선 보통강 역
황금벌: 경흥관
건설: 류경 호텔
혁신: 서평양 려관
전승: 천리마선 전우 역과의 환승. 전우동. 지하철도 건설 박물관, 2· 8 문화회관
삼흥: 김일성 종합 대학
광명: 금수산 기념 궁전. 김 일성이 죽은 후 이 역은 열차가 무정차 통과.
락원: 대성산 유원지

북한의 어지간한 유명 시설들이 망라되어 있다.
류경 호텔이 '건설' 역의 역세권에 있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_-;;;

자, 북한은 지하철 노선이나 역에다 이름을 붙일 때도 지명 같은 건 갖다 버리고, 이념적인 보통명사를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역명으로 주변에 있는 기관이나 시설명을 병기해 주기는 하지만, 인근에 철도역이 있는데도 이를 싹 무시하고 전혀 다른 이름을 부여하는 건 뜻밖이다.

환승역이 어차피 하나밖에 없긴 하지만, 환승 통로라는 자비 같은 건 없다. 완전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며, 노원 역을 능가하는 막장환승을 자랑한다. 북한 지하철은 무진장 깊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하'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고 간주하여, 공식적으로는 지하철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도시철도' 내지 '광역전철' 같은 포괄적인 용어를 선호한다. 그에 반해 북한은 철저하게 지하를 강조하여 로고타입에도 선명하게 '(지)'자가 적혀 있다.
평양 시내에는 노면 전차가 따로 있지, 지하철이 지상 구간을 달린다거나 하는 건 없다.

그럼 얘들은 차량 기지는 어디 있는지 궁금해진다. 다 지하에 있어서 안 보이나? 하긴, 북한은 워낙 비밀이 많은 스텔스 국가인지라 저 지하철 노선 이상으로 지하 철도가 많이 있을 거라 추정되기도 한다. 심지어 평양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평양 순안 국제 공항까지도 사실 철도가 존재할지 누가 알겠는가?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대동강은 중간에 섬이 여럿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능라도이다. 평양의 여의도 같은 섬인데, 여기에는 10만 명이 넘는 관중들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스타디움인 5· 1 경기장이 있다. (북한에는 삼일절만큼이나 기념일 날짜를 그대로 이름으로 붙인 시설명이 종종 있다) 북한 특유의 매스게임, 카드 섹션 같은 게 공연되는 장소가 바로 여기이다. 하지만 평양의 지하철은 강을 건너는 노선이 없는 관계로 이 경기장은 지하철 역세권이 아니다.

평양 지하철은 표준궤에 3량 내지 4량 1편성이고, 제3궤조(우리나라처럼 공중에 팬터그래프가 달린 형태가 아님) 직류 750V 전기를 쓰니 남한의 직류 1500V와는 전압이 절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측통행인지 우측통행인지는 딱히 동영상을 못 봐서 잘 모르겠다. 역의 인테리어가 러시아 식의 유리궁전이라는 것, 그리고 요즘은 전력난이 심해서 전동차 운행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 정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으로 평양 지하철에 대해서 본인이 아는 내용을 최대한 나열해 보았다.
무려 9호선까지 있고 세계 5위권의 방대한 전철망을 구축한 우리 서울과는 달리 평양의 지하철은 인프라의 성장이 20세기 이후로 사실상 완전히 멈췄고,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솔직히 지금 경제력으로는 있는 지하철을 굴릴 여력도 없으니 말이다.

모 우익 논객의 말마따나 평양 주석궁에 탱크가 진격하기에 앞서-_-, 남과 북의 철도가 평화적으로 연결되면 좋겠다. 먼저 북녘 동포들에게 변개되지 않은 하나님 말씀인 흠정역 성경이 들어가고, 덤으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이념을 초월하여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9/24 19:28 2012/09/24 19:28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36

수인선 복선 전철 1차 개통!

‘수인선’이라 하면 대한민국 최후의 협궤 철도라고 굳이 철덕이 아니어도 우리나라 역사· 지리· 문화에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개통된 수인선은 원래 더 먼저 만들어진 수려선(1930년)과 직결하여 경기도 여주까지 이어졌다. 여주에서 나는 쌀을 인천항으로 수송하여 일본으로 반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엔 쌀을 인천항으로 나를 일이 없어졌고, 도로 교통도 발달하면서 이 장난감 같은 철도는 잉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수려선은 이미 1972년에 진작에 폐선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참고로 현재의 국도 42호선이 수려선과 많이 겹쳤었다. 수원 시내 동쪽에서 수원 역 정문으로 닿는 그 도로가 바로 국도 42호선임.

그리고 수인선도 적자를 감당치 못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운행 구간은 축소되었고, 결국 1995년 12월 31일에 치른 종운식을 끝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운행 중단이라 쓰고 폐선이라 읽는다 ㄲㄲ)

물론, 운행 중단과 폐선은 엄밀히 보자면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가령, 서울 교외선은 여객 열차가 다니지 않는 운행 중단 상태이지만 폐선은 아니다. 그에 반해 수인선은 그 뒤로 선로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었으며, 협궤 열차 자체가 한국 철도에서 완전히 맥이 끊김으로써 폐선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그 수인선이 폐선된 지 딱 16년 반 만에 1차 구간이 부분적으로나마 표준궤 복선 전철로 부활하여 우리 곁에 돌아왔다. 만세! 개통 날짜도 2012년 6월 30일 토요일인 덕분에 본인은 전날인 29일 금요일에 회사 근무를 마친 후, 미리 시흥으로 답사를 갔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있는 곳은 판교이다. 자동차라면 성남에서 안산 내지 시흥으로 가는 경로로 우리의 친구인 외곽 순환 고속도로(고속국도 100호선)가 있지만,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서울과 위성도시를 잇는 방사형 노선만 발달해 있을 뿐 위성도시 사이를 잇는 순환형 노선은 인프라가 무척 열악하다. 철도는 그게 더욱 심하다.

그래서 성남 버스 103번을 타고 서쪽으로 간 뒤, 4호선 인덕원 역에서 전철을 쭉 타는 경로를 택했다. 사실 버스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이건 시간적인 메리트는 별로 없다. 인터넷 지도는 아예 서울 강남(분당선 - 2호선 선릉-사당 - 4호선)까지 매우 심하게 우회하는 지하철 경로를 제시할 정도였는데 차라리 그게 가장 빨리 가는 경로가 맞는 듯했다.

단지 나는 시간적으로 급한 상태가 아니고, 한국학 중앙 연구원 같은 생소한 지대를 구경하고 싶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아닌 다른 길(안양판교로. 지방도 57호선)로 성남-의왕-과천을 횡단해 보고 싶어서 버스를 선택한 것이었다.

새로 개통하는 철도역이나 노선을 개통 당일 첫 차로 답사하러 내가 직접 그 전날에 미리 근처에서 외박까지 하는 건 4년 전(2008년 6월)의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 역 개통 방문 이래로 이게 두 번째였다.
전국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이상 고온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찜통 같은 6월을 보냈는데 이 날 저녁부터 때마침 단비가 땅을 촉촉히 적시고 여행을 한결 더 운치 있게 만들어 줬다.

수인선을 타려면 출발역인 오이도 역 주변에서 대기하는 게 좋다. 하지만 거기 주변은 그냥 닥치고 아파트뿐이고 식당, PC방, 찜질방 같은 상업 시설이 눈에 띄질 않았다. 특히 오이도 역의 동쪽 방면인 3번 출구는 그야말로 잉여 황무지인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오죽했으면 출구 역세권에 대해서 쓸 게 없어서 그냥 ‘동광장’이 끝이다!

그래서 본인은 부득이 그 앞의 정왕 역에서 내려서 거기 근처에서 외박을 했다. 이는 이튿날 실제로 오이도 역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오이도 역에서 첫 차는 타야 하니 새벽 4시 무렵에 본인은 우산을 쓰고 어두컴컴한 빗길을 걸으면서 정왕에서 오이도 역으로 도보로 이동했다. 이것도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본인은 5시 30분에 오이도에서 송도로 출발하는 수인선 전동차에 성공적으로 탑승했다.

수인선은 세 단계에 걸쳐 개통될 예정인데, 이번에는 그 중 1단계가 개통한 것이다(오이도-송도). 아직 13km 남짓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시흥시와 인천 광역시가 어떤 형태로든 철도로 이어지고, 인천 지하철 1호선 원인재 역과 환승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그 유명한 수인선 소래 철교도 이 구간에 포함되어 있다.

2단계 때는 인천 시내를 좀 더 깊숙이 관통하여 수인선이 드디어 경인선 인천 역과 연결된다. 1단계 구간은 모든 역들이 지상이거나 지상 고가이지만(연수-송도 사이에 잠깐 지하 터널은 지남), 2단계 때는 지하역도 생길 것이고 특히 수인선 인천 역 승강장은 지하에 만들어질 거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동인천 역에서 회차하는 경인선 급행 전동차는 나중엔 이 지하 인천 역까지 들어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단계 구간에 포함돼 있는 용현 역이 개통되면 인하 대학교도 드디어 전철 역세권에 들게 될 것이다. 사실, 이 2단계 구간인 송도-인천은 수인선에서 가장 먼저 폐선된 구간이기도 하다. 무려 1973년이니, 수려선의 폐선과 시기적으로 별 차이도 안 난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한대앞 역에서 수원 역까지 나머지 잔여 구간이다. 즉, 인천 다음으로 수원과의 연결이다. 여기는 수원 시내만 지하이고 나머지 교외 구간은 응당 지상이나 고가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말 당시에 최후까지 영업을 하던 수인선 구간은 바로 여기였다.

한대앞-오이도는 복복선이 아니라 기존 안산선과 수인선 열차가 선로를 “공유”하게 된다. 이 구간은 안산선이 의도적으로 수인선과 동일한 선형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4호선 열차의 절반은 어차피 사당까지밖에 안 가기 때문에 안산선은 선로 용량이 남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천-오이도-한대앞-수원이 연결됨으로써 수인선이 완공되고, 지금 기흥까지 가는 분당선도 수원까지 연장되어 내려오면, 수인선과 분당선은 수도권 남부를 도는 거대한 노란색 광역전철로 변모하게 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수인선의 노선색은 분당선의 그것과 동일한 노랑으로 설정되어 있다. 마치 광역전철 중앙선과 경의선이 미래의 직결 운행을 염두에 두고 둘 다 옥색을 쓰고 있듯이 말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전철 노선도의 토폴로지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분당선은 동쪽으로 끝나고 안산선은 서쪽으로 끝나는 형태였는데 이젠 이들을 한데 이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1단계 개통을 한 수인선은 다른 노선과 직결 운행을 하는 게 없이 오이도-송도만 짤막하게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6량 1편성이고 전철 중앙선과 비슷한 배차 간격인 15분당 1대 운행이다. 민자 사철이 아니라 전형적인 코레일 광역전철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운임을 받는다거나 한 건 없다. 따라서 기존 기본 운임 체계에 따라 마음 놓고 타면 된다.

원래 오이도 역은 쌍섬식 승강장으로 한 섬은 상행, 다른 섬은 하행이 전담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수인선이 개통하면서 승강장의 용도가 반씩 분담되어. 한 섬은 안산선, 다른 섬은 수인선 승강장으로 바뀌었다. 시종착역은 플랫폼이 좀 많아야 할 텐데 저런 식으로만 운영해서는 회차 용량의 감소가 우려되긴 하지만, 안산선과 수인선 모두 배차가 최하 10분이 넘는 한적한 노선이고 둘 다 인상선도 있는 형태이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 싶다.

수인선 1차 개통 구간의 주변 경치는 공장 아니면 고층 아파트들이다. 남동 인더스 파크는 남동 산업 단지를 쓸데없이 외래어 버프를 씌워서 표기한 것. 우리집에 있는 본드의 제조사인 ‘오공 본드’의 공장이 이 역 근처의 차창 밖에서 보였다.
인천논현 역은 서울 지하철의 논현 역과 헷갈리지 말라고 ‘인천’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사랑 침례 교회는 이 역에서 400m 남짓 떨어져 있다.

마치 지금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 전철, 그리고 공항 철도가 공덕-DMC 사이에서 상당 부분 중복 구간이 존재하듯, 수인선과 안산선은 일부 구간을 중복 수준을 넘어서 아예 동일 선로를 공유한다. 하지만 대피선이 설치된 역이 많은 만큼, 수인선이나 오리지널 안산선(4호선) 중 어느 노선의 열차는 안산선 구간에서 표정 속도에 차이를 두어, 급행 형태로 좀 다니면 좋겠다.

본인은 수인선의 복선 전철 부활을 경축하는 바이다. 나머지 구간도 어서 개통하고 분당선-수인선이 경의-중앙선과 짝을 이루는 거대한 광역전철이 되는 날을 꿈꿔 본다. 그리고 안산선 구간과 만날 예정인 소사-원시선과 신안산선도 어서 개통하고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과 인천 지하철 2호선까지 개통한다면 철도 덕후로서 무진장 행복해질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2/07/18 08:17 2012/07/18 08:17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08

좌석형 전동 열차

우리나라의 여객용 철도 차량은 시설과 운임 체계가 기관차+객차(일반열차) 아니면 통근형 전동차(전철)로 비교적 경직되게 양분된 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 되어 간다. 일반열차처럼 앞을 보는 좌석을 갖추고 있으면서 전동기가 바닥에 달린 동력 분산식 좌석형 고상홈용 전동 열차가 속속 도입되면서 기존의 여객 열차 운행 패러다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철덕후라면 이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옛 EEC(우등형 전기 동차)의 뒤를 잇는 후손으로 현재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1. 공항 철도 직통열차 (20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울 역-인천 공항을 무정차로 운행하는 열차로, EEC의 멸종 이후로 국내에 10여 년 만에 최초로 도입된 동력 분산식 좌석형 전동 열차이다. 좌석은 KTX와 동일한 고정식 좌석이며 따라서 역방향 좌석이 있다. 6량 1편성.
다만, KTX가 순방향과 역방향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이고 중앙에 동반석이 있는 반면, 공항 철도 직통열차는 순방향과 역방향이 서로 등지고 반대쪽을 보는 형태이다. 항공 여행객이 이용하는 열차라는 특성상 짐칸도 따로 있다.

공항 철도 직통열차는 거리 당 임률이 KTX보다도 더 높아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열차이다. 지금은 사실상 서울 역의 도심 공항 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받은 뒤 곧장 비행기 타러 공항으로 갈 사람들이나 이용하는 열차가 되었다. 좌석수에 비해서 잉여력이 너무 강해서 텅 빈 채로 운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운임이 워낙 독자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수지가 아주 안 맞는 건 아니라고 한다.

2. 누리로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재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동 열차로, 무궁화호와 완전히 동일한 등급으로 기존 일반열차의 운임 체계를 따르며 운행되고 있다. 4량 1편성.
다만, 이 열차는 대놓고 서울-부산 무궁화호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현재로서는 오히려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를 대체하는 컨셉에 더 가깝다. 그래서 지금도 서울 역에서 누리로를 타는 곳은 서울-천안 급행열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제일 동쪽 끝 플랫폼이다. 운행 구간도 서울-부산이 아니라 수도권 전철 1호선을 따라 장항선으로 빠져서 신창까지 간다.

급행 전동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차하지만, 가감속 성능이 좋아서 표정 속도가 높다.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중련 편성하여 8량으로 달리기도 한다. 또한 명절에는 대전이나 익산 같은 더 장거리 구간을 운행하기도 하며, 서울-조치원-제천으로 충북선 구간을 달릴 때도 있다.
(참고로 누리로의 도입 이후에도 평일에 하루 3회 다니는 기존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는 여전히 건재하다)

3. ITX 청춘 (20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마을호보다 명목상 ‘더 고급’ 등급인 준고속 2층 전동 열차이다.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쓰며 임률이 새마을호보다 약간 더 높다. 현재는 아직 경춘선에만 운행 중이다. (정확히는 용산-청량리-춘천 직결) 8량 1편성으로 의외로 길다.

공항 철도는 그 성격상 일반 통근형과 직통의 구분이 필수이고, 경춘선은 통근형만 굴리기에는 좀 긴 노선이며 통근 외에도 관광 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 노선이다. 그러니 이런 곳에 좌석형 전동 열차를 투입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구닥다리 통일호가 다니고 디젤 기관차 무궁화호가 뒤를 잇던 철도 노선에 이런 최신형 전동차가 등장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단, 이 열차 때문에 기존의 저렴한 경춘선 급행 전동차가 명맥이 끊어진 건 아쉬운 점이다.

누리로가 서울 역의 지상 전동차 승강장에서 출발하듯, ITX 청춘도 명목상 일반열차이지만 중앙선 전동차가 출발하는 그 승강장에서 1시간에 1대꼴로 출발한다. 여기는 천안 이남의 장항선 수도권 전철들만큼이나 일반열차 승객과 전동차 승객이 섞이기 쉬우며, 마음만 먹으면 부정 승차가 쉽게 가능하다. 승객 분리와 검표를 잘 해야 할 텐데 말이다.

.
.

위에서 소개된 세 열차들은 정체성이 광역전철과 일반열차 사이를 좀 오락가락하는 위치에 있다. 덕분에 20년이 넘게 한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왔던 (KTX)-새마을-무궁화 열차 등급 구도가 문란해지고 있다.

이들 이후로는 중앙선 같은 험준한 간선 철도를 달리는 새마을호급 TTX 틸팅 준고속 전동차가 등장하여, 퇴역하는 기존 새마을호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대세는 역시 전동차이다.
KTX 산천 이후에는 사실 고속철조차도 동력 분산식으로 개발 중이다. 승강장만 고상홈으로 바뀌면 일본의 신칸센하고 형태가 완전히 같아진다.

한 우진 님께서 이 글과 거의 같은 주제로 글을 쓰신 적도 있으므로 참고하시라. (☞ 클릭)

Posted by 사무엘

2012/07/02 19:36 2012/07/02 19:36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02

1. 중앙선 6· 8량 혼합 편성

요 근래엔 수도권 전철 중앙선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말부터 수도권 전철에서 보기 드물게 전동차의 6· 8량 편성 혼합 운행이 시작된 것이다. 전광판에는 다음에 오는 열차의 행선지와 더불어 편성 규모까지 같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옛날엔 부산 지하철 1호선이 혼합 운행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모든 전동차가 8량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이지만 말이다.

원래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국철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대등한 위상으로 간주되어, 이와 동일한 10량 편성이었다. 비록 일반열차 트래픽 + 건널목 + 합류 지점에서의 선로 용량 같은 여러 제약 때문에 배차는 뜸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것이 중앙선으로 독립하고 얼마 안 되어 8량 1편성으로 규모가 줄었다. 그러면서 보상 조치라고 코레일에서는 열차의 배차 간격을 눈꼽만치 약간 줄여 줬다.

8량까지는 그나마 봐 줄 만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중앙선이 잉여력이 너무 충만하다고 생각되는 구간이나 시간대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 이젠 8량으로도 모자라 아예 6량으로 줄어 버렸다. 이것은 누가 봐도 명확한 병크였다. 차가 그렇게 자주 다니지도 않는 노선이 예전보다 반토막에 가깝게 수송력이 줄어든 건 우리나라의 전철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인선 전철 개통을 앞두고 전동차가 부족해서라고 한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1974년에 6량으로 개통했다가 8량을 거쳐 이미 1980년대부터 10량으로 증결되었는데, 중앙선은 시계가 거꾸로 갔다.
이 전철 중앙선은 앞으로 경의선과도 직결될 예정인데, 경의선도 8량이다. 중앙선에서 추가로 뻗어 나가는 형태인 경춘선도 8량이다. 그런데 이들을 이으면서 비록 번화가만 아닐 뿐 한강을 따라 서울 시내를 깊숙히 지나는 중앙선이 겨우 6량이라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중앙선은 경춘선과도 연계되면서 특히 주말 오후엔 극심한 혼잡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직접 타 보면 알 수 있다. 전철은 사람들로 콩나물 시루처럼 터져 나가는데, 아래의 동부 간선 도로는 별로 안 막히고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걸 보노라면 전철을 탄 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결국 코레일은 6· 8량 혼합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은 중앙선은 헷갈릴 것 없이 다시 전량 8편성으로 어서 되돌아와야 한다. 중앙선과 직결· 접속하는 광역전철들이 전부 8량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분당선까지 왕십리 역까지 올라와서 왕십리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앙선은 앞으로 더욱 터져나가게 된다. 분당선도 지금은 전량 6편성이지만 조만간 중앙선과 만날 예정이고 또 수원까지 내려가서 수인선과도 만나게 되면, 8량 증결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면 중앙선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참고로 분당선 초기 구간은 아예 10량 길이를 염두에 두고 역이 만들어졌었다!)

올여름에 개통하는 수인선은 당장은 6량으로 운행을 시작한다. 수인선은 일부 구간을 4호선 안산선과 공유하나, 들리는 말에 따르면, 안산선 전동차가 수인선 구간까지 연장되거나 수인선 전동차가 안산선 구간을 운행할 계획은 없는 듯하다. 전철 운행이라는 건 가능한 한 직결 운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해야 할 텐데 이건 그리 좋은 생각이라 보기 어렵다. 수인선의 개통 구간이 길어지면 운행 거리도 길어지고 전동차도 더욱 증결될 것이다.

2. 여타 서울 지하철

하긴, 옛날에 1호선 신도림 역은 승강장이 승객들로 터져 나갈 때 승강장을 열차 길이보다 훨씬 더 길쭉하게 만들어서 열차를 번갈아가며 하나는 앞쪽 끝에, 다른 하나는 뒤쪽 끝에 세워서 승객을 분산시키려 시도한 적이 있었다. 신도림 역이 유난히도 긴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가야 하는 곳이 정해져 있는데 이는 조삼모사 미봉책에 불과했었다. 1호선이 결국 건너편에 상행 승강장을 하나 더 만들었듯이 2호선 신도림 역도 평소에는 잘 쓰이지 않는 입· 출고 열차용 승강장을 활용하여 승강장의 혼잡을 낮추려 노력 중이다.

지하철 9호선은 내가 탈 일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걸로 안다. 특히 급행은 완전 대박이어서 차량을 추가 도입하고 배차를 더 줄인 적도 있다. 얘도 슬슬 6량 증결을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은 잘 알다시피 서울 2기 지하철인 도철 5~8호선 중에서 서울 바깥으로 꽤 이례적인 장거리 연장을 하게 되는 노선이다. 코레일 광역전철과의 직결도 아니면서 말이다.
물론 8호선은 성남 시가지 쪽으로 가지만 노선 자체가 단거리이고 선형이 구부정하기 때문에 7호선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코레일이나 서울 메트로의 관할 노선은 서울 지하철 정기권이 칼같이 서울 내부까지만 적용된다.
그러나 도철의 관할 노선은 지역에 관계없이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다. 지금 7호선은 광명 시내를 살짝 경유하며 8호선은 성남 시내를 지나지만, 거기서도 서울 정기권이 통용된다. 그래서 같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분당선 모란 역에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모란 역에서는 쓸 수 있는 미묘한 차이까지 있다.

그렇다면 7호선의 부천-인천 연장 구간에서까지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게 될까? 이것은 도철의 관할 구간이 길어지고 광역화하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현 시설에서 열차 편성을 증결하거나 급행을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게 노선이 길어지고 차내 혼잡도가 늘면 배차간격이라도 더 줄여야 할 것이고 말이다.

도철 지하철은 코레일 광역전철과의 환승에 인색한 편이었다. 그런데 7호선 상봉(경춘/중앙)이 환승역이 되고 7호선 강남구청(분당선)과 6호선도 경춘선과의 환승역이 생길 예정이니 이것도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30 08:28 2012/06/30 08:28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01

국내 철도 회사들이 있는 곳

예전 글에서는 지하철 회사별로 전동차 차량 기지가 있는 곳을 열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회사들의 본부가 있는 곳을 나열해 보겠다. 차량 기지와 회사 본사는 일반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요즘은 민자 철도가 많아져서 회사 나열하기도 좀 복잡해져 있다.

1. 코레일 (국철들..)

코레일은 잘 알다시피 전국의 거의 모든 철도를 관할하는 거대한 기업이며, 광역전철은 내부의 일개 사업 파트일 뿐이다. 그래서 코레일의 본부는 국토의 중앙으로서 상징성이 높은 대전에 있다.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은 원래 정부 대전 청사의 내부에 있었지만, 공사로 바뀐 뒤에는 이제 정부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나왔다. 대전 역 근처에 철도 시설 공단과 나란히 쌍둥이 사옥을 완공하여 거기에 입주했다.

코레일은 여기 말고도 지역별 관할 기관이 있다. 서울 본부는 서울 역 북부에 있으며, 사실 광역전철 사업 본부도 이곳에 자리잡아 있다. 이 외에도 수도권 동부 본부는 잘 알다시피 신이문 역 근처에 이문 차량 기지와 같이 입주해 있으며, 수도권 서부 본부는 영등포 역 근처에 있다. 끝으로, 철도 교통 관제 센터는 구로 차량 기지 내부에 있다.

2. 서울 메트로 (서울 지하철 1~4호선)

최초의 서울 지하철이 강북 종로선이고 2호선도 강북의 신설동-종합운동장 구간이 가장 먼저 개통한 만큼, 관할 회사의 본부가 강북 사대문 안의 어딘가에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현재 서울 메트로 본사는 사당 역 근처에 있다. 강북은 아니어도 나름 중요한 환승역이 있는 지점이고, 한때 지하철 4호선의 남쪽 종점이기도 한 곳이다.

서울 메트로는 원래 이름이 서울 지하철 공사였고, 그 전신은 지하철 건설 본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는 본부가 서울 시청 내부에 있었지만, 지금처럼 건설과 운영을 분리한 별도의 운영 회사는 1981년에야 생겼다. 지금의 사당동 사옥은 지하철 2호선이 건설되고 있던 1983년에 완공되었다.

3. 서울 도시철도 공사 (서울 지하철 5~8호선)

서울 2기 지하철 중 5호선은 1996년에 가장 먼저 전구간이 개통했다. 1994년에 먼저 설립된 도철은 본부가 천호대로 근처에 있으며, 그 5호선 답십리와 장한평 역의 중간에 있다. 거기는 5호선 중에서도 가장 먼저 개통한(1995년 가을) 구간인 왕십리-상일동의 구간에 속하기도 한다.

이곳 인근에는 차량 기지처럼 생긴 시설이 있는데 이건 재미있게도 도철이 아닌 서울 메트로 관할의 군자 차량 기지이다. 2호선 지선의 용답 역의 이름이 처음에는 ‘기지’ 역이었다.
2007~08년 사이에는 5호선 전동차가 답십리나 장한평 역에 도착할 때 “5 6 7 8 서울 도시철도는 답십리/장한평 역 n번 출구 근처에 있습니다” 비슷한 멘트를 잠시 들려 주기도 했다.

4. 서울9호선운영 주식회사 /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 (서울 지하철 9호선)

여타 철도/지하철 회사와는 달리,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민간 기업이다. 게다가 회사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먼저, '메트로'라는 단어가 없는 서울9호선운영 주식회사는 프랑스의 다국적 대기업인 베올리아의 자회사가 상당수의 지분을(80%) 출자하여 설립한 일종의 외국 자본 회사이며, 이 회사가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라는 국내 중소기업에다 또 위탁을 줘서 9호선 전동차를 굴리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뭔가 복잡하다.
9호선 운영사의 본사는 서쪽 종점인 개화 역, 아니 개화 차량 기지와 일체로 존재한다. 차량 기지와 운영 본부를 일체로 만든 첫 사례이다.

5. 코레일 공항 철도

건설 당시에는 공항 철도의 명칭이 '인천'의 이니셜을 딴 IREX이다가 나중에 AREX로 바뀌고, 다시 정식 명칭이 '코레일 공항 철도'로 바뀌었다(코레일의 자회사). 공항 철도의 운영사는 영종도로 가기 직전에 본토의 마지막 역인 검암 역 근처에 본사가 있다. 2차 개통 후에는 열차가 검암 행과 인천 공항 행이 번갈아가며 운행되고 있으니 여기가 일종의 중간 회차 지점이기도 하다.

6. 신분당선 주식회사

신분당선은 서울 디자인 정책의 영향도 없고, 요금까지 독자적으로 걷고 있어서 민간 사철의 성격이 가장 강한 노선이다. 이곳 역시 사업 운영자는 외국계 네오트랜스라는 회사이고 사업 시행자는 신분당선 주식회사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비슷한 이중 형태로 운영되는 중이다.
신분당선은 신규 개통 구간으로서 상징성이 높은 판교 역 근처에 본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신분당선을 한창 DX Line이라고 홍보하는 중이다.

그나저나 얘들은 아직 독립적인 차량 기지도 없어서 전동차가 코레일의 분당 차량 기지에 아직 세들어 사는 중임.

7. 인천 교통 공사 (인천 지하철)
지하철 회사에 메트로나 도시철도 공사가 아니라 교통 공사라는 명칭을 쓰는 도시는 현재 부산과 더불어 인천 이렇게 둘이 있다.
인천 지하철을 관할하는 이 회사는 간석오거리 역 근처에 있으며, 따라서 동암 역하고도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8. 대전 도시철도 공사
갑천 역 근처에 본사가 있다. 의외로 대전 지하철 1차 개통 구간에서는 좀 떨어진 곳이다. 그냥 정부 대전 청사 일대에 있을 법도 한데 말이다.

9. 대구 도시철도 공사 (대구 지하철 1~2호선)
1호선 서쪽 외곽의 상인 역 근처에 본사가 있다. 앞으로 모노레일 형태로 도시철도(지하철은 이제 아니니;;) 3호선이 건설될 예정인데, 이 노선 또한 이 회사가 운영하게 된다.

10. 광주 도시철도 공사
상무 역 근처에 있다. 이 역은 지하철의 1차 개통 당시에 서쪽 종점이기도 했다.

11. 부산 교통 공사 (부산 지하철 1~4호선)
이름은 뭔가 범용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교통 공사'이지만, 이 회사는 여전히 지하철들만 관할하고 있다. 뭐, 이는 경전철인 4호선까지 포함한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영역이 충분히 크긴 하지만 말이다. 1호선 범내골 역 근처에 본사가 있다.

12. 부산-김해 경전철 주식회사

부산-김해 경전철은 부산 지하철과는 격이 다르다. 신분당선이나 9호선과 같은 수준의 민영이다. 그래서 노인에 대해서 경로 승차권은 발급하지만 완전 무료는 아닌 독자적인 운임 체계도 쓰고 있다.
부산-김해경전철운영 주식회사와 부산-김해경전철 주식회사 이렇게 둘로 나뉘어 있는데, 운영 주식회사는 외국 자본 기반이 아니다. 70%의 지분을 다름아닌 '서울 메트로'가 가지고 있다.

본사는 서쪽 끝의 가야대 역에서도 더욱 외곽인 차량 기지 안에 같이 있다. 이 역시 9호선과 유사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07 08:28 2012/04/07 08:28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65

경복호를 아십니까?

국가 원수가 사용하는 관용(官用) 교통수단 중 일부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서 친숙하다.

천조국인 미국은 Air Force One이라는 보잉 747 개조 비행기가 있는 걸로 유명하며 이걸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진 적도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5년에 미국 부시 대통령 가족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전투기까지 보내 에어 포스 원을 엄호하면서 서울 공항으로 안내를 해 줬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전용기가 없는 건 아니나, 덩치가 작고 한 번에 끽해야 동남아 정도까지밖에 못 간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어디 멀리 나갈 일이 있을 때는 결국 대한 항공 여객기를 그때 그때 전세 내서 쓰고 있다고 본인은 들었다.

비행기 말고 자동차도 있다. 최고급 최고 성능 승용차인 건 말할 것도 없으며, 지뢰를 밟아서 터져도 내부 승객이 다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장갑이 바닥에 장착되어 있다. 유리는 당연히 몇 겹으로 방탄 처리가 돼 있고, 차 내부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게 특수한 도장 처리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그런 거 필요 없다며 서민적인 이미지 어필을 위해, 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신체를 노출한 채 차량 퍼레이드를 하다가, 어느 저격수의 총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세상을 떠났다.)

국가 원수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이런 하드웨어적인 보안 시설뿐만이 아니라 보안을 유지한 운영도 매우 중요하다.
동일한 차체를 둘 이상 보유하고 있는 건 필수. 둘의 스케줄을 서로 다르게 유지한다. 차량의 경우, 아예 동일한 차를 다섯 대씩 연달아 지나가게 하고 그 중 대통령은 완전 random한 차에 무작위로 탑승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모 독립 운동가 중에서도 이 테크닉 때문에 일제 요인의 암살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사이토 총독을 폭탄으로 암살하려다 실패한 강 우규 의사로 알고 있었는데, 자료를 다시 검색해 보니 내가 원하는 사건이 안 나온다. 정확히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높으신 분이 탄 차는 세워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안전하기 때문. 그래서 이런 관용차가 한번 납시면 당연한 말이지만 주변 도로를 다 틀어막고 관용차를 최우선순위로 통과시킨다.

비행기와 자동차까지 얘기가 나왔고 이제야 철도 차량 차례이다. 열차는 어떨까?
일단, 북한 뽀글이 아저씨가 중국 갈 때 맨날 열차를 애용했다는 게 잘 알려져 있는데, 그건 그냥 고소공포증이 있고 겁이 많아서일 뿐 그가 딱히 철덕이어서 그런 건 아니라는 것도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걔네들은 먼저 경호원의 열차가 지나간 후 2~30분쯤 뒤에야 김 정일이 탄 열차가 지나가고, 또 나중에 경호원의 열차가 또 지나가는 형태라고 한다. 열차 안은 미국의 에어 포스 원과 마찬가지로 어지간한 집무 환경이 다 갖춰져 있고, 요양/의료 시설도 있다.

철도는 역까지 가야 이용할 수 있고,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승이 불가피하다. 국가 원수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어지간하면 그냥 자동차나 비행기를 이용하는 게 훨씬 더 낫지 굳이 열차를 타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청와대 밑으로 비밀 선로와 철도역이 놓여 있지 않은 한 말이다.

다만, 비행기를 띄울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너무 안 좋고 도로까지 마비된 상황이라면 열차도 좋은 고려 대상이 되겠다.
옛날에 6· 25가 터졌을 때 이 승만 대통령과 참모진은 열차를 타고 피난을 갔다. 그때는 고속도로도 없었고 포장 도로 자체가 거의 없던 시절이어서, 자동차로는 서울-대전만 해도 4시간~8시간씩 걸렸다. 그러니 그때는 철도가 가장 빠르고 편한 육상 교통수단이었다. 경부 고속도로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박 정희 대통령도 관용 열차를 애용했었다.

이제야 이 글의 결론이 나온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대통령을 위한 관용 열차라는 게 있다. 그 열차의 이름은 ‘경복호’이다. 김 대중 정권 시절에 2001년에 한진 중공업(로템 통합 직전이었던 듯.)에 의뢰하여 만들어진 4량짜리 열차 2편성이 있다. 그때 막 남북한 철도 연결 떡밥이 나돌기도 했으니 말이다. 경의선 도라산 역이 개통했을 때 경복호가 김 대통령을 태우고 실제로 운행된 바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출처는 기억 안 남. 내가 찍은 건 당연히 아니고, 지금 인터넷에 나도는 저 포즈의 경복호 사진은 모두 동일 인물이 찍은 것임.)

경복호는 언뜻 보기에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열차처럼 생겼다. 하지만 객차의 창문 모양을 보면 국내에 여객 열차로 존재한 적이 없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스펙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국가 기밀로 여겨지고는 있지만, 객차수가 적고 관용차 특유의 성능 튜닝을 한 덕분에, 기존 새마을호의 최고 속력이 140km/h인 반면 경복호는 선로가 좋은 곳에서 160km/h까지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철도 덕후라면 잘 알듯이 한국 철도 ‘로지스’ 사이트에서는 여객과 화물 공히 전국 모든 열차 운행 스케줄을 조회할 수 있다. 그래서 심지어 신규 개통 전철 노선으로 반입되고 있는 전동차까지 수송 경로를 추적해서 사진을 미리 찍는 철덕들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복호의 운행은 로지스에 당연히 뜨지 않는다. 이 열차의 스케줄은 코레일의 진짜 극소수 고위 간부만 알고 있다.

경복호는 통행 우선순위가 최상이며, 한번 떴다 하면 동일 운행 경로에 있는 열차들은 다들 깨갱+대피이다. 노 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 귀환을 KTX로 한 걸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재임 중에 경남 지방으로 휴가도 경복호를 타고 몇 차례 떠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비슷한 구간을 달리던 여객 열차는 영문도 모른 채 괴열차를 먼저 기다렸다 보내 주느라 10~20분가량 지연을 먹어야 했다고 전해짐. 이때도 경복호 하나만 달랑 달린 게 아니라 선두와 후미에는 호송인 열차가 있었으며, 호송 열차 역시 겉모양은 PP형 새마을호이다.

어째, 경복호와 관련된 이야기는 보수 진영에서 좀 싫어하는 대통령들하고만 얽혀 있구나.
KTX만 해도, 대통령까지는 아니어도 1급 요원들이 몰래 타는 공간이 있는 KTX 모 편성 얘기가 철덕들 사이에서 나돌았는데, 아예 관용차가 있다는 얘기는 다소 생소할 것이다. 경복호는 코레일 직원들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05 08:39 2012/04/05 08:39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64

철도 폐터널 이야기

철도 덕후에게는 상식이겠지만, 서울 역을 출발한 KTX는 금천구청 역까지는 기존 경부선으로 달리다가 거기서 별도의 선로로 분기하여 한참을 달린 뒤에(거의 5km) 반지하역인 광명 역에 진입하고, 거기서 또 대략 11km에 달하는 거리를 지하 터널로 달린 뒤에 반월 호수 근처에서 다시 지상으로 나온다.

광명 역은 원래 남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때쯤 선로는 방향을 바꿔서 동쪽을 향하게 된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 분기점을 지나는 자동차 운전자라면, 바로 밑으로 KTX도 달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그 뒤 KTX는 화성 시내 대부분의 구간을 지상 고가로 달린다. 그런데 화성시 봉담읍 상리 일대를 보면, 왼쪽에 삼봉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고 고속선은 산을 완전히 비껴서 완만하게 커브라면 커브를 틀면서 달리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경부 고속선이 처음 건설되던 당시에는 이런 계획이 아니었다. 산기슭을 다 터널로 뚫어서 완전히 직선으로 길을 낼 생각이었다. 즉, 고속철은 수원여대 혜란 캠퍼스 쪽으로 더 가깝게 건설될 수 있었다.

이런 계획이 빗나가게 된 것은, 산 속 고속철 예정 노선의 바로 밑으로 폐광산의 갱도가 뒤늦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화성시 봉담읍 상리 산 104번지에 소재한 삼보 광산. 원래 아연과 납 따위를 캐던 광산이었는데 채산성이 없어지면서 1991년에 사업을 접은 곳이었다. 완전히 폐광된 때는 1999년이라고 함.

폐광산의 갱도 때문에 지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그 위로 복선 전철 선로가 깔리고 수백 톤짜리 고속철이 시속 300km로 달린다면 노반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결국, 1990년대 중반에 총길이 약 2.2km를 목표로 이미 300m 정도 뚫었던 터널은 공사가 “취소”되었고, 그보다 동쪽으로 500m 정도 비껴 간 완전 지상 우회 구간이 대안으로 선택되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고속선 선로이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도 길어지고 그 터널 뚫느라 든 110억 원가량의 국비는 허공으로 갔다..;; 그리고 경부 고속철 '상리 터널'은 영원한 흑역사로 전락했다.

(참고로 옛날에 국립 국어원에서 표준 국어 대사전을 처음 만들 때 든 예산이 112억 원 남짓이었다. 만들어진 시기가 비슷하니 물가 차이도 별로 안 난다. 세상에 철도글 쓰면서도 사무엘님의 직업병이 아니랄까봐, 어문 관련 사건이 관련 검색 결과로 떠오르는구나. ㅋㅋ)

철도의 폐터널은 기존 철도가 복선· 전철화나 선형 개량으로 인해 이설되면서 잉여로 전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상리 터널의 경우는 아예 짓다가 만 경우이기 때문에 드문 사례이다. 공사 전에 좀 더 지반 조사를 똑똑하게 했다면 건설비를 좀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당 지역에서는 폐광산 근처를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거나 청소년 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공사가 중단된 터널은 그 당시엔 입구가 봉인된 채 폐쇄되었지만, 지금은 이미 사유지가 되어서 내부가 유용히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폐터널은 각종 곡물의 저장 창고 등의 용도로 굉장히 좋다. (☞ 관련 링크)

경부선만 해도 복선화 과정에서 왜관-구미 구간이 대대적으로 이설된 적이 있기 때문에, 옛 단선 구간에 존재하던 터널이 진작부터 비슷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포항 이북으로 일제가 건설하다가 공사가 중단되어 버린, 동해 중부선의 폐터널도 포항에 남아 있다.
철도 폐터널의 낭만을 잘 묘사한 아래의 글도 참고하라. 철덕이라면 하악하악 하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 관련 링크)

지하철은 태생적으로 망할 일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대도시에 건설되다 보니, 전쟁이라도 나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지 않는 이상, 지하철 터널이 잉여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서울 지하철 6호선이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때문에, 건설 중에 허겁지겁 노선을 변경하긴 했었지만 딱히 짓다 만 터널이 생겼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그런 게 있더라도 일반인은 가 볼 수 없을 것이고) 다만, 신설동 역의 잉여 지하 승강장 같은 아이템이 있긴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2/03/23 08:30 2012/03/23 08:30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58

요즘 KTX 근황

말도 많고 탈도 많던 KTX 산천 차량이 어느 샌가 경부선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보기 힘들어져 있다.
심지어 하루 단 한 번 있는 서울-부산 무정차 KTX도 처음에는 산천이 다니던 게 다시 떼제베 차량으로 복귀했다. 타는 승객이 많을 리가 없고, 또 과거의 구특전 새마을호 #1~#4 컨셉인 특급 열차엔 최신형 내장재로 무장한 산천만치 적합한 편성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의외의 결과이다.

이렇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코레일이 이놈의 산천 차량이 하도 고장이 잦아서 차량 품질을 믿을 수 없다고 차량 제조사를 디스했기 때문이다. 안습한 현실이다.
그럼 이 산천 차량이 다 어디 갔느냐 하면, 호남· 전라· 경전선 같은 마이너 노선으로 갔다. 일종의 좌천 발령인가. ㄲㄲㄲㄲ

사실, 2010년 초에 KTX 산천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새 차량은 호남선에서 집중적으로 베타테스트를 거치곤 했다. 경부선보다 수요가 적고 차량 운행도 뜸하니 위험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서울 도시철도 공사가 옛날에 국산 인버터 전동차(일명 609 편성)를 왜 5~8호선 중 6호선에다가 시범 투입했었겠는지를 생각해 보라.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호남선은 열차의 운행 횟수는 변함없는데 차량이 다 산천으로 바뀜으로써 좌석수가 크게 감소했다. 그래서 승객들이 평일 낮에도 자리를 못 구해 아우성인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18량 고정 편성인 떼제베는 한 편성에 무려 900명이 넘는 승객을 실어 나르지만, 산천은 8량 1편성이 기본이고 좌석도 더 커서, 수송량이 떼제베의 절반이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중련을 해도 700명 남짓.

경부선은 2010년에 2단계 공사까지 끝남으로써 광명 이남의 전구간에 전용 고속신선이 부설되었고, 이제 대전과 대구의 시내 구간에만 전용선이 깔리면 된다. 승객 수요도, 선로의 품질도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그 반면 호남선은 아직 대전 이남은 느린 기존선이다. 거기에다 광주-서울, 전주-서울 고속버스가 가히 시내버스를 능가하는 배차간격으로 다니고, 천안-논산 고속도로라는 지름길까지 있어서 철도의 강력한 경쟁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선 KTX도 장사가 그렇게까지 아주 안 되는 건 아닌 게 현실이다.

2010년 말에 경전선 KTX가 개통한데 이어, 이제 전라선도 복선 전철화와 선형 개량이 끝난 관계로 드디어 KTX가 2011년에 소리 소문 없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비록 하루 편도 5회이지만 전주· 남원· 순천도 서울에서 KTX 타고 환승 없이 한번에 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수 엑스포를 염두에 둔 개통이다. 투입된 건 모두 산천 차량이다.

전라선은 한때는 동일 구간을 경유하는 고속도로가 없어서 전통적으로 철도 수요가 많기도 했다. 광주 쪽으로 확 꺾는 호남 고속도로(25)와, 아예 진주· 통영 쪽으로 가는 통영-대전 고속도로(35)의 넓은 공간 사이에 고속도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게 지금은 전주-광양 고속도로(27)가 전라선과 거의 같은 선형으로 생겨서 사정이 나아졌다.

그러나 이런 호남 지방의 수요를 월등히 압도하는 건 역시 영남 지방의 수요임이 드러났다.
말이 경전선이지 사실 '경남선'이라 해야 맞겠다.
경전선 KTX가 개통한 후, 창원· 마산의 여객 수요는 코레일의 예상을 넘어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역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은 가히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야말로 자리가 없어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부랴부랴 열차를 증편해 주고, 산천이던 차량을 떼제베로 바꾸고, 산천 중련의 경우 동대구에서 한 편성 떼어내던 걸 안 떼고 끝까지 가게 했다.

경전선은 어차피 고속신선은 1차 개통 당시의 구간과 동일한 서울-대구까지밖에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1차 개통 시절에 진작에 개통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아직 산천도 없던 시절에 거기까지 투입하기엔 차량이 부족하고, 호남과의 공급 균형(?)과 수요 예측 문제로 인해 아직 개통을 안 했던 것 같다.

2차 개통 후에 영등포와 수원 정차 KTX는 승객이 어떻게 됐나 모르겠다. 듣기로는 영등포보다 수원에서 이용객이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울산은 신경주에서 그리 멀지 않고 당초 계획에도 없었고, 게다가 울산 시내에서 굉장히 멀다는 여러 악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예상 이상의 이용객 대박을 내 주고 있다. “교통 불편하고, 비행기를 타느니 KTX 타지” 라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리라 예상한다. 이는 앞으로 포항으로 가는 KTX에 대한 수요도 희망적일 것임을 시사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경우, 신경주 역은 손님 많이 뺏길 듯.

요컨대 KTX의 흥행 성적은 접근성이 너무 불편한 구미김천(아무리 구미에 공업 단지가 있다 해도 너무 불편..)이나, 병크에 가까운 ㅇㅅ 역을 빼면 전반적으로 최소 중박 이상인 것 같다. 요즘 KTX는 코레일에게 돈 잘 벌어다 주고 있는 cash cow임이 분명하며,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본인보다 더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가 있는 철덕이라면 의견 남겨 주기 바란다.

TRIVIA:

1. KTX 고속신선이나 요즘 복선 전철로 개량되는 철도야 고가와 터널이 정말 밥먹듯이 나오지만, 그야말로 20세기 초에 개통하고 복선화까지 되었으며 지형적으로 원래 평지이기까지 한 경부선 대전 이북 구간은 정말 터널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서울울 출발한 경부선 열차가 처음으로 터널을 만나는 곳은 대전까지 거의 다 와서 내판-부강 역 사이 지점이며, 나중에 부강-매포 사이에도 터널이 나온다. 겨우 몇 초 만에 다 통과해 버리지만, 그래도 열차 내부가 다 깜깜해지고 귀에 이명 현상까지 느껴질 정도이니 엄연한 터널이다.

2. 경부선 기존선에서 KTX 고속신선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대전 이북에서 고속신선은 기존 경부선과 딱 두 번 마주치고 그나마 대전 북부에서 기존선과 고속신선이 좀 나란히 달린다. 김천 근처에서는 두 선이 자주 마주치는 편.

그런데 양 열차가 비슷한 시간대에 나란히 달려서 서로 상대방 열차를 볼 수 있게 되는 일은 얼마나 발생할까? 이를 예측하고 관측하는 건 마치 특별한 천체 현상의 관측하는 것 같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가끔 본 적이 있다.
혜성의 출현이나 일식· 월식 같은 건 시뮬레이션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까지 다 예측하는데, 이것도 열차 시각표와 지리 데이터를 주면 계산에 의한 예측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2/03 08:19 2012/02/03 08:19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36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8 : ... 10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74287
Today:
979
Yesterday: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