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 33 : Next »

세계적으로 우한 폐렴 방역이 풀리고 일상이 사실상 다 회복된 것 같다. 버스· 지하철을 탈 때 귀찮은 마스크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지..? 요즘은 외국 여행 떠나는 비행기 표도 없어서 못 구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내년의 프랑스 파리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 것 같다. 하필 도쿄 하계와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만 타이밍이 더러워서 관중을 못 받아들이고 제대로 쪽박을 찼다. =_=;;

본인은 근로자의 날을 낀 지난번 연휴 때 서울 근교의 성남-광주-양평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자연을 즐겼다. 완전히 새로운 곳을 찾아간 건 아니고 수 년 전(거의 4~5년쯤??)에 등산이나 다른 여행을 통해 찔끔찔끔 개척했던 곳들을 한데 몰아서 답사했다. 이때 마침 봄비가 내리고 있어서 옛날과는 사뭇 다른 경치가 펼쳐졌으며,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다.

처음에는 분당이나 경부 고속도로 서쪽의 오지를 생각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거기보다 더 동쪽으로 가게 됐다.
남한산성은 여행 경로에서 아주 가까이 있는 장소이긴 하지만, 이번 여행 때 들르지 않았다. 거기 근처와 주변만 돌아다녔다.

1. 성남 사기막골 공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 목적지는 여기였다. 직장에서 퇴근한 뒤에 곧장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엔 깜깜한 밤에 도착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기막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독대가 많이 전시돼 있고, 사기그릇 굽는 가마를 재현해 놓은 모형도 있었다. 자그마한 민속촌 한옥 마을 같은 느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는 기대 이상으로 아주 대박이었다.
비 내리는 밤이다 보니 이 넓고 황량한 공원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고, 주차 걱정 없이 차를 공원 안까지 몰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정자가 있어서 이렇게 혼자 비를 피하며 유흥을 즐길 수 있었다. 무료 와이파이도 아주 빵빵하게 잘 터졌다.
주변에 다른 풀밭과 공터도 많았지만 이때는 정자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3시간 정도 머물고 잠깐 눈도 붙였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2. 이배재 고개 정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쪽의 의왕-성남 사이에 하오 고개가 있다면, 동쪽의 성남-광주 사이에는 이 고갯길이 있다.
한때는 이배재 고개의 정상에 시내버스 정류장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요 몇 년 전에 근처에 산을 곧게 관통하는 터널이 뚫렸기 때문에 현재는 대중교통이 사라졌으며, 여기를 이런 험한 산길로 일부러 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그러니 여기도 혼자 캠핑을 하기에 환상적인 곳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당시에 비는 그치는 듯하면서도 그치지 않고 꾸준히 많이 내렸다. 특히 여기 있는 동안에 비의 출력이 가장 강했다.
벤치와 평상이 있긴 했지만 천장이 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평상 위에다 텐트를 쳐 봤는데 바닥이 아니라 텐트의 입구에서 빗물이 많이 새어 들어와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차 안에서 한숨 자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간밤에는 자연을 즐기면서 밤을 다 새우다시피했다.

3. 팔당 물안개 공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뒤 진짜 관광은 광주시에 시작됐다. 경안천을 건너서 퇴촌면· 남종면의 '광주섬'에 오랜만에 들어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 내리는 아침에 팔당 물안개 공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화선지에 그려진 수묵화처럼 운치 있고 아름다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원은 정말 넓고 조용하고 적막했다. 천장과 탁자가 있는 벤치가 있어서 거기서 비를 피하면서 컴퓨터 작업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4km가 넘게 걸으면서 공원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시간이 흐르자 나 말고도 이 날씨에도 여길 찾아와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광주 남종면은 서울에서 가기가 몹시 힘들지만.. 간 만큼의 경치 풍경 보상이 있었다.
물안개 공원을 나와서는 강 따라 광주섬을 쭉 돌았다. 여기도 몇 년 만에 오지만 지리가 별로 낯설지 않았다. 좁고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길 운전이 나름 재미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팔당호 주변은 그 이름도 유명한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언어유희를 하자면 수도권의 수돗물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래서 여기는 하천법이 아니라 수도법이 적용되는 극악의 개발 제한 구역이다.
글쎄, 군사 시설 보호 구역이라는 것도 있고 대도시 외곽의 단순 그린벨트도 있고, 경주 시내엔 문화재 보호 때문에 개발 제한이 걸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상수원 보호에는 이들과 급을 달리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규제가 걸린댄다.

그러니 상업 시설이 전혀 없고 주택이나 농산물 직판장밖에 없었다. 그나마 딱 하나 '갤러리 추광'이라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서 잠시 쉬면서 폰과 노트북을 잔뜩 충전했다. 사막을 횡단하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다.

카페 주인과 잠시 말을 섞었는데.. 여기에 카페를 정말 힘들게 어렵게 간신히 허가 받아서 만들었다고 하더라. 수질오염과 아무 관계도 없는 별 희한한 규제 때문에 여기 주민들은 세차도 마음대로 못 하고 집 앞 문짝도 마음대로 못 단다고..
이제 여기도 엄연히 하수도 인프라가 깔려서 분뇨나 생활 하수가 팔당호로 흘러들지도 않는데 법이 도대체 언제적 기준으로 만들어진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광주 이 동네는 한강뿐만 아니라 경안천도 팔당호와 합류하는 하류 구간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그래서 광주섬이 만년 미개발 오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쪼기 남양주 조안면과 양평 양수리는 똑같이 팔당호 주변이고 거리도 가까운데.. 남양주는 완전 시골 자연 오지인 반면, 양평 쪼기는 카페가 넘쳐나는 관광지인 것 같다.
그리고 남양주는 한강이나 팔당호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첩첩산중까지 상수원 보호가 너무 넓게 묶여 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부동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비는 오전 내내 내리다가 오후 2시쯤부터 완전히 그치고 하늘이 맑아졌다. 지금까지 봄 가뭄이 심했는데 이거 나름 고마운 단비인 것 같았다.

4. 엄미리 계곡 마을

여기도 지금까지 두어 번 정도 들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캠핑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 여기서 오후 시간을 보내면서 쉬었으며, 저녁을 먹고 찻집에 들러서 폰과 노트북도 충전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비가 내리고 나니 엄미천엔 물이 콸콸 잘 흐르고 있었다. 여기는 경치가 특별한 건 없으니 사진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
밤에는 얇은 점퍼와 침낭만으로 버티기에는 좀 추워서 역시 텐트 대신 차에 들어가서 잤다.

5. 양평 양수리 - 서종면

지금까지 한강 이남을 돌아다녔으니 이튿날 아침에는 당일치기로 한강 이북을 탐방했다.
하남 IC - 팔당대교 이후 국도 6의 구도로(다산로)를 타고 남양주 조안면과 양평 양수리를 찍었다.
그 뒤 북한강의 동쪽 북한강로(지방도 352)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서종 IC에서 고속도로 60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구리 시내를 찍고 강변북로를 이용했다.

이때는 날씨가 아주 맑아서 며칠 전과 아주 대조적이었다. 사진은 생략한다.
이렇게 좀 달리고 나니까 좀 살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팔당 물안개 공원 말고는 사진이 많지 않으니 글도 둘로 나누지 않고 그냥 하나에다 몰아서 작성했다.

오는 현충일과 7~8월 여름에는 더 멀리 강원도 전방이나 동해안 바닷가에 또 갈 계획이다. 지난 우한 폐렴 시국 동안에는 이런 장거리 여행을 못 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06 08:35 2023/05/06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57

2023년 봄 근황 -- 호박

2023년 올해도 벌써 1/4이 지났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긴 했지만 지난 3월 하순부터는 갑자기 5~6월 수준으로 너무 더워졌다. 이건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전례가 없던 이상 고온이었고, 덕분이 벚꽃도 예년보다 훨씬 일찍 폈다.

그리고 비가 너무 오랫동안 안 와서 난리였다. 뭐, 건조하니 빨래가 아주 잘 마르고, 바람 불 때나 그늘 안이나 밤이 됐을 때 금세 시원해지는 건 좋았다. 하지만 갑자기 산불이 너무 많이 나고 물 부족 때문에 농사에도 애로사항이 꽃폈다. 인왕산과 예봉산이면 본인이 수 년 전에 오르기도 했던 산인데.. 거기까지 산불이 덮쳤었다.

그러다가 요 며칠 전, 식목일을 전후해서 정말 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비의 양 자체는 여느 평범한 봄비를 웃돌았고 적은 게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뭄이 워낙 너무 심했기 때문에 완전한 해갈까지 바라기에는 이마저도 부족했다고 여겨진다.
이러다가 여름에는 또 반대로 미친 듯한 폭우 물폭탄 때문에 난리 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요즘은 지구에 물의 분배에 양극화가 너무 심한 것 같다. 아무튼;;

본인은 지난 2월말 이후로 개인적인 근황엔 별 변화가 없다. 그래도 호박 관련 얘깃거리들이 여럿 수집됐으니 이것들을 엮어서 늘어놓도록 하겠다.

1. 포천에서 구한 최우수 호박

지난 2월엔 SNS 지인과 함께 포천의 어느 식당에서 늙은 호박을 2덩이 사 왔었는데, 그걸 이 달 초에야 모두 죽 쒀서 먹어치웠다.

이 두 아이는 크기와 외형과 무게는 비슷했지만 내부 상태는 서로 꽤 달랐다.
먼저 먹은 녀석은 2월 말에 벌써 꼭지 부분이 물렁해지기 시작해서 황급히 어서 처분해서 죽 쒀 먹었다. 물렁해진 부분을 여럿 도려내야 했다.
쪼개 보니 내부는 지저분한 편이었고, 씨가 저절로 싹이 터서 콩나물처럼 된 것도 여럿 있었다.
그리고 과육이 별로 맛이 없어서 설탕과 꿀을 많이 보충해 넣어야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주나 뒤에 먹은 나중 녀석은 정반대.. 가히 최상의 상태에 최우수 품질을 자랑했다.
처음 호박을 두 동강 내서 개방할 때의 포스부터가 달랐다.
마치 성경 복음서에서 어느 여인이 향유 옥합을 깨뜨리듯이, 향긋한 호박 내부 냄새가 온 방에 진동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육은 선명한 주황색이요, 일체의 병충해나 변질의 조짐이 없었다. 그리고 죽의 맛은 아주 달콤했다.
내부는 너무 마르지도 젖지도, 휑하지도 않고 적당히 촉촉했다.
씨는 내부에서 오발아한 것 없이 깔끔하게 가지런히 박혀 있었다.

지금까지 쪼개 본 늙은 호박들 중에서 정말 역대급으로 훌륭했다...!!! ^^ 그래서 여기서 좀 자랑하고자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호박은 좋은 호박이었습니다~~~^^)

바로 이 아이. 지난 5주 동안은 내 방에 얌전히 앉아 있으면서 비주얼만으로 나에게 정신적인 만족과 평안과 힐링을 선사했다.
동글동글 납작 쭈글쭈글한 자태를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평안해지고 좋아진다.
죽으로 바뀐 뒤엔 이 아이는 거의 2주 동안 내게 달콤한 맛과 영양을 선사하게 주었다.

  • 두 동강 내서 씨 제거하는 데 10분
  • 옴푹 들어간 주름을 따라 칼로 써는 데 30분
  • 껍질 까는 데 40분
  • 더 잘게 깍두기 모양으로 써는 데 30분

혼자서 다 분해하는 데 2시간이 덜 걸렸다. 세상에 어느 채소가 처리하는 데 이 정도로 손이 들까?
먹을 갈듯이 꾸준히 인격 수련하는 마음으로 호박을 썰고 껍질을 벗겼다. ^^
호박을 많이 다뤄 보면 이것들이 다 같은 호박이 아니며 상태의 좋고 나쁨에 대한 감이 생기긴 하더라.
호박을 도축하는 데도 요령과 매뉴얼이 생기고 속도도 더 빨라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호박의 내부 상태를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다는 게 참 묘하다.

2. 키운 호박

호박을 사 먹기만 하면 심심하니 2~3월에는 계속해서 실내에서 호박을 키웠다.
지난번 근황글에서는 1월 말에 수분된 단호박을 하나 소개했었는데, 그 뒤로도 2월 중순, 그리고 3월 중순에 수분 성공한 열매(2개)가 더 생겨서 단호박을 총 3개 얻었다. 일단은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올겨울 동안 실내 호박 농사는 작년에 비해 결과가 별로 좋지 못했다.
겨울에 춥고 바깥 바람을 제대로 못 쐬어 주긴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시꺼먼 진딧물과 흰가루병이 유난히 너무 심했다. ㅠㅠㅠ 재사용하고 있는 흙이 문제인가?

이 때문에 잎들이 제대로 마음껏 자라지 못하고 다들 병들어 죽었다. 기껏 생겨난 잎들을 몽땅 뜯어내야 했는데, 새로 생긴 잎에도 병이 자꾸 도지는 편이었다.

그리고 한 달에 1개꼴로 수분을 성공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기껏 맺힌 열매가 더 커지지 못했다. 더 커지지 않는 정도를 넘어, 이미 있던 열매도 쭈글쭈글 오그라드는 기미가 보였다~!!
그러니 열매가 겨우 귤이나 주먹만 한 크기밖에 안 되지만 바로 따서 먹어야 했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낙과’이다. 낙태의 식물 버전..
호박이 애써 키우고 있던 자기 열매를 포기하고 떨굴 정도이면 이건 영양이 엄청나게 부족하거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뜻이 아닌지..?? 안타까웠다.

그래도 날씨가 따뜻해지니 지금은 흰가루병이 예전에 비해서는 퍼지지 않는 것 같고, 호박이 그때보다는 더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하룻밤 사이에 새싹이 고개를 빼꼼 든 모습이다. (같은 놈임)
호박 덩굴이 뻗어 나가는 모습은 뭔가 국수 면발 같기도 하고 뱀 똬리 같기도 하고.. 사랑스럽게 그지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박 덩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시라~~
이제 집에서 화분 상자에 담아 키우던 호박들을 밖에 갖다 놓고, 야외 아지트에다가도 호박을 더 심었다. 식목일은 이제 나무를 심는 날이 아니라 호박을 심는 날인 듯..??
아무쪼록 올해는 재작년 같은 호박 대박이 다시 재현되었으면 좋겠다. 겨우내 황량해져 있던 땅을 호박 덩굴로 잔뜩 replenish시키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탐스러운 호박들.. 인터넷 아무 데서나 퍼 온 사진임. 내 밭 아님)

3. 호박 품종

내가 생각하는 호박의 매력 포인트는 이런 것들이다.

  • 정말 크고 무거움
  • 수박 등 다른 박과와 달리, 납작하고 쭈글쭈글함. 평범한 공 모양이 아님
  • 색깔도 누렇게 변하고 흰 가루가 앉음.
  • 그래서 단순히 익었다, 삭았다고 하지 않으며, 늙었다고 표현함

호박은 품종이 워낙 다양한지라,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늙은 호박은 영어권에서는 long island cheese pumpkin 내지 Chinese tropical pumpkin이라는 품종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에 비해, 단호박은 kabocha squash 또는 Japanese pumpkin이라고 불리며..
길쭉한 애호박은 zucchini라고 불린다. 그런데 주키니도 다 같은 주키니가 아니다.

서양 주키니는 거의 가지나 심지어 오이처럼 극단적으로 길쭉한 애호박이다. 우리말로는 그냥 ‘돼지호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애호박은 그것보다는 통통하고 약간 타원처럼 생기기도 했다. 이건 Korean zucchini, 또는 그냥 aehobak이라고 통용되어서 나름 한국 브랜드가 돼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호박은 더 통통하고 색도 더 옅은 반면, 주키니-돼지호박은 거의 오이 급으로 더 홀쭉하고 색깔도 더 짙은 듯..??)

애호박, 늙은호박, 단호박에 각각 한중일 국가 정체성이 각인돼 있다는 게 무척 흥미롭다. 하긴, 중국식 늙은호박 중에 쭈글쭈글한 걸 '맷돌호박'이라고 하고, 더 통통하고 표면이 매끈한 건 아예 '조선호박'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
그리고 서양 주키니에는 웬 뜬금없이 '돼지호박'이라는 별칭이 있다. 얼마 전엔 이 호박의 일부 품종이 미승인 유전자 조작 논란 때문에 뒤늦게 잔뜩 반품되고 폐기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복덕방은 외형부터 첫인상이 아주 좋고 마음에 든다. ^^
들르는 모든 고객들에게 딱 맞는 부동산 매물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듯이" 딱딱 굴러 들어오기를 축원한다.
호박은 둥글둥글 큼직하고 복과 덕이 담겨 있는 채소이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3/04/18 08:35 2023/04/18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50

1. 에디션

세상에는 개인용-기업용, 내수용-수출용, 소매점용-업소용 이렇게 판매 대상에 따라서 살짝 다른 방식으로 팔리는 물건이 있다.

  • 소프트웨어의 개인용-기업용 에디션: 기본적인 기능은 같지만, 후자에는 다수 공동 작업과 관련된 기능이 더 들어간다거나 지원하는 작업 규모가 더 크다거나 하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후자가 차이점 대비 훨씬 더 비싸다.
  • 자동차: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부실하게 만들어진다며 의혹이 많은데.. 제조사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로 일부러 다르게 만드는 게 더 번거롭고 어렵다면서 말이다. (생산 라인을 하나 더 추가~)
  • 석유: 농기계나 어선을 가동하는 용도로는 세금이 덜 들어간 매우 싼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이런 기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당연히 탈세이고 심각한 범죄이다.
  • 식품: 콜라나 술에 소매점용/업소용 구분이 있긴 하지만 맛과 성분에는 당연히 아무 차이가 없다. 단지, 업소에서는 이런 것들을 워낙 대규모로 구매하기 때문에 제조사에서도 약간 싸게 판매를 할 뿐이다. 소매점에서 업소용 식품을 사서 되파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이를 일일이 단속할 방법이나 이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다고 한다.

2. 원가

식당에서 밥 한 그릇을 먹으면 밥값에서 재료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나 1/3 정도로 여겨진다. 아무리 인심 후한 식당이라도 재료값만 절반이나 과반을 차지한다면 그건 수지 맞는 장사가 못 된다. 서비스 인건비, 임대료, 이윤 등을 생각했을 때 말이다.

그런데 식당이야 애초부터 이윤을 따지는 장사니까 그렇다 치는데..
굿네이버스인지 뭔지.. 국내외의 각종 불우이웃, 아프리카 난민을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곳들 말이다. 거기에다가 돈을 내면 그 중 얼마가 실제로 그 사람들에게 전해질까?

그 비율은 아주 처참하다고 들었다.
글쎄, 평소에 후원이 아주 많이 들어와서 돈이 남아돌 지경이라면 모를까, 고정 지출인 자기네 직원 월급, 홍보비 마케팅비, 유명 모델을 광고에 출연시켰으면 그거 개런티..ㅜㅜ
식당 밥 한 그릇 원가의 재료비 내지, 그 안습하다는 열기관의 열효율만치도 실제 환자나 실제 어려운 난민, 불우이웃에게 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_<

뭐, 그렇다고 저런 자선 단체들이 고의로 성금을 떼먹는 악덕 집단은 아닐 것이다.
악의적이지 않은 곳만 해도 저러한테 하물며 북괴 도와준다고 퍼준 돈 중에서 북한 주민 복지를 위해 실제로 쓰인 액수는..?? 이거 생각하면 뭐.. 지금까지 북괴랑 대화 이러던 정치인놈들은 전부 다 쳐죽이고 무덤을 부숴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건 뭐 법적 의무는 아니겠지만, 유명 배우가 진짜로 그런 광고의 취지에 동의한다면.. 자기부터 자기 몸값 대비 아주 저렴한 개런티 내지 심지어 무료로 출연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이런 멘트 날리기 위해 뭐 어려운 연기가 필요한 것도 아닌걸..??

아 그래도 옛날에 아이유가 애들과 함께 ‘뭉게구름’ 노래 하나 불렀더니 후원액수가 갑자기 100배로 불어난 기적..!! 본인도 기억하고 있다. 이럴 때는 유명인사를 그 돈 주고라도 초청할 가치가 있긴 하다. ㄲㄲㄲㄲㄲ

3. 대도시 도심 한복판에서 저렴하게 주차하기

  • 영화관에 영혼만 보내기: 예전엔 <자전차왕 엄복동> 영화의 티켓을 하나 구매해서 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차를 3시간 세워 놓을 수 있다면.. 영화를 보지 않고 주차비만 생각해도 이익이라고 분석을 한 사람이 있었다.

  • 은행에다 차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 이를 소재로 한 외국 유머가 있기도 했다. ㄲㄲㄲㄲ 이러면 2~3시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외국 출장 같은 장기 주차가 가능하다.

이거 무슨 동전을 액면가 그대로 쓰지 않고 녹여서 금속 성분을 팔면 더 이익이라는 얘기와 비슷하게 들린다. 물론 녹이는 데 드는 비용도 추가로 생각해야겠지만..

4. 집, 채무

세상 나라들 중에 막대한 빚이 없는 나라가 없고,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도 무리해서 돈을 뽑아 쓰느라 빚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개인도 어지간한 흙수저 평민들은 평민 빚 없이는 집 장만하고 결혼하는 게 불가능하다.

인터넷 돌아댕기다가 "부모새가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어서 어디서든 알을 못 깐다" 이런 말을 봤는데.. 비유가 대박인 것 같다. >_<
아 글쎄, 난 무작정 사회 탓 세상 탓만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요즘 젊은것들이 근성이 없어 갖고.. 지방 내려가면 일자리 없는 중소기업들이 썩어나는데~"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식새끼한테는 절대 권하지 않을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의지드립을 남에게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일단 사람들이 인지하는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도대체 전부 다 빚이 있으면 세계 최상위 궁극의 채권자는 누굴까..?? 하긴, 채권-채무 유향 그래프는 깔끔한 트리 구조가 아니라 사이클이 존재하고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걸지도 모르겠다. 이건 마치 꽉꽉 막히고 있는 도로의 맨 앞의 차는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5. 익명 처리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는.. 실존하는 것을 사칭할 위험이 없으면서 충분히 현실감도 내는 대체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간단하게는 촬영 소품용 위조지폐(돈다발 씬..)부터 시작해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스튜어디스 유니폼, 현재 쓰이지 않는 군복과 부대 마크, 현존하지 않는 가상의 전화번호, 차량번호 같은 것 말이다.

하긴, 요즘은 기업명 제품명 같은 건 아예 간접 광고 명목으로 익명 처리조차 없이 노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영상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광고비 받으면서 익명 처리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겠다.;;.

6. 보험계리사

보험업계에서 보험설계사야 그냥 차팔이 대신 발품팔이 보험팔이인 영업사원일 것이다. 그 반면, 보험계리사는 실제 보험 상품을 만들고 수익률을 계산하는 사람이니 그야말로 경제학? 금융수학? 확률 통계의 달인이다. 과학· 공학이 아니라 순수하게 수학 전공자가 유리한 얼마 안 되는 분야이지 싶다.

금리나 화폐 유통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브레인과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철도에서 열차 시각표를 짜거나 수정하는 소수의 부서, 게임에서 각종 아이템들의 가격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과 비슷한지도??
이래서 수학이 모든 학문의 꽃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숫자로 표현되는 모든 시스템들의 질서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위력이 있으니까,

과학이나 공학과의 접목 없이 수학 하나만으로 먹고 살려면..? 제일 흔하고 무난한 방법은 애들 교육-_-일 것이다.
무슨 필즈 상· 아벨 상을 받을 정도의 괴수 천재이거나, 그 정도는 아니어도 이 바닥에 완전 뼈를 묻어서 대학 교수까지 할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게 아니면서 수학 혼자서 실용적인 가치가 높고 업계와의 접목이 용이한 건 아무래도 (1) 암호학· 보안 쪽의 응용수학, 아니면 (2) 확률· 통계를 접목한 경제· 금융 이렇게 둘임이 틀림없다.

7. 나머지

  • 같은 집의 매매와 전세 가격을 보면.. 숫자의 차이 비율이 뭔가 휘발유 값과 경유 값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 우리나라 최고령 아파트이던 충정 아파트가 철거가 결정됐고,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철거와 재건축이 결정됐다니 참 감개무량하다. 붕괴 위험이 높던 낡은 시범 아파트 정도가 철거된 것보다 임팩트가 더 큰 사건이다.

  • 딸기와 초밥은 식품 중에서 헐값 떨이 판매를 하는 경향이 유난히 큰 부류인 것 같다. 딸기는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을 때 그러지만 초밥은 아예 판매 당일에 영업 마감이 임박하면 떨이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22 08:35 2023/03/22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39

돼지 다음으로는 오랜만에 호박 차례이다. 호박 호박, 호박~~~ 호~~~~~박..!!
사 먹은 거, 직접 키운 거, 그리고 호박에 대한 보편적인 얘기들을 차례로 늘어놓도록 하겠다.

1. 먹은 호박

늙은 호박이 제철이던 작년 가을엔 그냥 집 근처 채소 가게에서도 지름이 35cm를 넘는 거대한 호박.. 무게가 거의 10kg, 개당 2~3만 원에 달하던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이것들은 집에 두 달 정도 놔 두다가 잘 쪼개서 먹어 치웠다. 과육과 씨 모두 상태가 양호하고 맛도 달콤하고 좋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요건 지난달 말과 이 달 초에 먹은 호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겉이 초록색, 속이 주황색인 호박은 품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호박도 아니고..;;
초록색 호박은 일반적인 누런 늙은 호박보다는 내구성이 부족한 것 같았다. 보관한 지 3개월쯤 되니 꼭지 부위부터 물러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즉시 도축을 해서 먹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박의 품종에 따라서 과육과 죽의 색깔도 살짝 차이가 나더라. 무슨 물감 같다^^
맛은.. 초록색 말고 누런 늙은 호박의 노란 죽이 더 달콤하고 좋았다.

뭔가 유월절 어린양을 잡는 심정으로 호박을 쪼개고,
서예에서 먹 갈듯이 인격 수양하는 마음으로 호박 껍질을 깠다.
호박죽이 완성되는 건.. 뭔가 끓는 물에 돌아가셨다가 3분 만에 부활한 라면교 교주를 영접하는 순간 같다~~ ㅋㅋㅋㅋㅋ

2. 키운 호박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작년 10월 말.. 날씨가 추워져서 야외에서 개인적으로 키우던 호박들이 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수분돼서 맺히던 열매를 따서 먹은 것이다. 아주 파릇파릇한 애호박이니 열매 내부에 씨는 거의 생겨 있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은 지난 1월 말에 수분이 성공해서 실내에서 맺히기 시작한 단호박이다. 수분된 지 1주일 정도 지난 모습인데, 지금은 이때보다 색깔은 더 짙어졌지만 크기는 별 차이가 없다. 귤 내지 양파 정도 크기가 됐다.
그 반면, 오른쪽은.. 암꽃이 피긴 했지만 하필 주변에 수꽃이 없어서 수분되지 못하고 그냥 떨어진 호박 씨방이다. 아까비~~~

암꽃이 꽃가루를 받지 못하면 꽃이 시든 뒤에 씨방도 쭈글쭈글 말라 비틀어지고 떨어진다.
그렇게 되기 전에 얘를 미리 잘라서 씨방 위에 붙어 있던 꽃잎을 떼어내니, 암술은 여전히 붙어 있다. 이거 무슨 기계 부품을 분리한 것 같다.. ^^

호박 씨방이 요렇게 된 모습도 볼 일이 매우 드물 것이다.
아아~ 저 노란 암술 소켓에다가 수꽃 수술의 꽃가루를 묻혀 주면.. 꽃가루에 담겼던 유전자 정보가 저 씨방 안으로 전달된다..!!
수많은 정자 중에 단 하나만 난자와 합체를 하는 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중에 암술과 꽃잎 같은 부속품은 몽땅 떨어지고 없어지지만, 저 씨방은 그대로 부풀고 자라서 먹음직스러운 호박이 된다. ^^ 호박에서 북극의 꼭지 말고, 아래 남극의 배꼽 같은 부위는 과거에 꽃과 암술이 붙어 있던 자리라는 뜻이다~!!

호박은 충매화에 속씨+쌍떡잎식물이고 씨방이 꽃잎의 안이 아닌 밖에 있고,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덩굴식물이다.
살다 살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검색해 보게 됐다.
20여 년 전, 철도가 내게 학창 시절에 정말 싫어했던 역사· 지리 과목에 통찰을 주었다면..
호박은 학창 시절에 과학 과목 중에 제일 싫어했던 생물-_-에 통찰을 주고 있다. ^^

오른쪽의 저 씨방이 암술이 수분됐으면 왼쪽처럼 됐을 것이다.
피지 못한 왼쪽 씨방도 썩혀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엔 아까우니 내가 생걸로 그냥 꿀꺽 먹어 버렸다.
쟤도 콩알 같은 애호박이나 마찬가지이니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회사 이름을 애플이라고 안 짓고 펌킨이라고 지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_=;;;; ^^

3. 벌레

애호박 말고 누렇게 잘 익은 '늙은 호박'은 내부 중심부가 막 깔끔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축축하고 걸쭉한 주황색 펄프들이 가득하고, 거기에 씨들이 매달려 있는 게 무슨 저그 건물 내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_=;;

그런데 호박이 그 상태로 오래 방치되면 씨들이 그 내부에서 스스로 싹이 나 버리기도 한다.
적당히 따뜻하고 축축하고 주변에 양분이 많다는 조건이 맞아서 발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은 온통 깜깜한 암흑천지일 것이고 뿌리 내리고 잎을 낼 만한 곳은 없다.
그러니 그 싹튼 줄기는 허연 콩나물 신세를 면치 못하며, 얼마 못 가 죽어 버린다. 흠..

어째서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걸쭉한 주황색 펄프로도 모자라서 씨가 콩나물처럼 돼 있는 모습도 약간은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내부 발아한 호박씨보다 더 징그러운 건.. 호박 내부에 구더기들이 들끓는 것이다. ㅠㅠㅠㅠ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아이는 표면에 아직 초록색이 남아 있고 표면이 유난히 오돌토돌한 게 좀 독특했는데.. 썰어 보니 ‘호박과실파리’ 구더기들 수십 마리가 중심부를 점령해 있었다.
이놈은 박과의 식물의 암꽃 안에다가 알을 까는가 보다. 그러면 열매가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중심부는 애벌레들이 파먹으면서 차차 변질되고 썩는다. 그래도 얘의 경우, 겉의 과육에는 그닥 피해가 없어서 대부분의 부위는 여전히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구더기에게 점령당한 호박 파편은 곱게 땅에 파묻기만 하는 식으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걔네들이 정상적으로 번데기를 거쳐서 성충으로 자라 버릴 테니, 번거롭더라도 불이나 펄펄 끓는 물로 파편을 처리해서 유충을 박멸해야 한다.

4. 보석 호박과의 오해

흔히 늙은 호박은 출산 후 붓기의 해소에 좋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산후부종의 호박과 남과의 오용에 대한 문헌고찰" (안 상영 외, 한국 한의학 연구원) -- 대한한의학 방제학회지 제17권2호, 2009
요 논문에 따르면, 출산 후 붓기를 해소하는 데 효능이 있는 약재로 전통적으로 알려진 것은 늙은 호박이 아니라...;; 동음이의어인 보석 호박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훗날 채소 호박으로 와전된 거라고.. 엥...????
이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현직 한의사가 건강 칼럼을 언론에다가 기고한 것도 몇 건 검색되어 나온다.

일단 동의보감에는 채소 호박이 절대 등장할 수 없는 게.. 그때는 조선에 호박이라는 채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최소한 널리 보급되고 효능이 검증되기 전이다.
그런데 송진을 굳힌 보석 호박은 먹기는 어떻게 먹는 거냐..?? 달여서 먹나..?? 헐?? 좀 의외다.

5. '후박'과의 오해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와 호박엿이 유명하다.
근데 이것도 호박엿이 아니라 원래는 후박엿이다. =_=;;
울릉도에 후박나무라는 게 많이 났다. 이 나무의 진액과 열매가 무슨무슨 효능이 있는 한약재이고, 이걸 넣어서 엿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박씨 성을 나타내는 친숙한 한자 朴도 저 '후박나무 박'이다~!! 큼직한 과채류 박꽈 할 때의 박이 아니다. 그 박은 한자가 없는 순우리말이다.
근데 이게 소리가 와전돼서 호박엿이 돼 버렸고.. 이제는 울릉도에서도 원래 만들던 후박엿 대신, 진짜 호박을 집어넣은 호박엿을 팔게 됐다고 한다. 마라도에서 웬 뜬금없는 계기로 짜장면 장사를 하게 된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_=;;

뭐든지 호박으로 와전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호박이 들어간 엿 말고 떡이야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까..
우리 모두 호박 많이 사서 관상용으로 놔두고, 먹기도 많이 먹자~!! ^^
꼭 저런 게 아니어도 호박은 그냥 보기에 좋고 몸에도 좋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끝으로 보너스.
이건 요 최근에 포천에 있는 '왕뎅이선생'이라는 한정식 식당에서 너무 반가운 아이들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음식과 별개로 식당 주인이 호박 농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인맥이 있는가 보다. 난 지름신이 당연히 강림하여 두 덩이를 사 왔다. ^^

호박이 폭삭 늙어서 색이 누래진 걸로도 모자라서 표면에 흰 가루 같은 것까지 앉는 건 아주 좋은 징조이다. 이래서 호박한테만 '늙은'이라는 수식어를 쓰는가 보다. 이건 사람의 흰머리만큼이나 영예로운(?) 변화이다.
그 반면, 파릇파릇 초록색이어야 할 호박 잎에 흰 가루가 끼는 건 병이며,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런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5 08:34 2023/02/25 08:34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30

정치 쪽 얘기 참 오랜만에 다시 꺼내 보네..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 며칠 동안 버퍼에 차곡차곡 쌓여서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올라와서 말이다.. 뭐, 옛날 레퍼토리들도 많이 재탕했다. =_=;;

1. 표현의 자유와 형평성

  •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 일성 만세 외칠 '자유?권리?'랑, 금남로 한복판에서 전 대갈 만세 외칠 '자유?권리?'는 똑같이 보장하거나 똑같이 금지했으면 좋겠다. 회고록의 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편파적 적용은 결사반대.
  • 6· 25는 북괴의 일방과실이고, 5· 18은 상대방을 오인한 민-군-관 쌍방과실에 가까운 비극이다. 그러니 5 18을 기념하려면 시민과 군경 희생자를 같이 기리고 서로 화해하게 해야 한다.
  • 5· 18 모독죄를 만들고 싶거들랑 천안함 모독죄와 리 승만 할배 허위비방 모독죄까지 같이 넣었으면 좋겠다.

6· 25에 대해서 쌍방과실, 남침 유도, 심지어 북침설까지 주장하며 국가유공자들을 모독하는 건 괜찮은데.. 5· 18은 어떤 이견도 용납 못한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다.

최근에 지 만원 박사가 징역 2년형이 확정된 것도.. 그 사람 말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정말 천부당만부당하고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다. 광주에 북괴군이 아니라 외계인이 침투했다고 개소리를 퍼부었어도 실형을 때렸을 건가? 저게 감방 갈 죄이면 광우뻥, 세월호, 천안함 패잔병, 이 승복 "공산당이 싫어요" 주작설 등등도 전부 처벌했어야 한다.

2. 병적인 집착

  • 별 희한한 거, 아무 상관도 없는 걸 갖고 편집증적이고 변태적인 욱일기 논란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페미년들이 별걸 갖고 성차별이니 여혐이니 시비 거는 것과 비슷하다.
  • 소녀상에다가 옷 입히는 짓도 제발 좀..
  • 멀쩡한 6 25 노래, 멸공의 횃불 노래를 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악한 반일 장사꾼들은 하루속히 정체가 탄로나고 X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국군의 날 포스터나 행사에 웬 중공군 무기가 등장하고, 국내 철도 개통 포스터나 현수막에 웬 신칸센 그림이 등장하는 꼴도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강경하게 주장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괜히 멀쩡한 일제 시대 대신에 ‘일제 강점기’, 을사조약 대신에 ‘을사늑약’, 한일합방 대신 ‘한일병탄’처럼 피해의식을 더 부추기는 말을 일부러 쓸데없이 만들고 바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괜히 조약 대신에 늑약이라고 바꿔서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게 있나? 민족 정신이 고취되고 구한말 선조들의 행적에 실드가 쳐지고 자부심이 생기고 하다못해 국뽕이 생기는 거라도 있나? 일본이 더 나쁜놈이 되고  속이 더 후련해지나?

6 25 사변은 자꾸 전쟁이나 한국 전쟁이라고 바꾸려 하고, 북괴라는 칭호를 안 쓰고.. 그쪽으로는 감정이나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한없이 ‘중립적인’ 용어를 쓰면서 일본 쪽은 왜 저러는데? 그 삐딱한 잣대가 몹시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든다.

3. 자유는 좋지만 자유주의는 좀..

나는 닥치고 시장 만능 방임주의는 경계하며, 지나친 자유뽕 성향도 극혐까지는 아니지만 싫어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 / 싫으면 그냥 니가 때려치우고 나가던가"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상황 봐 가면서 적용해야 된다고 본다.

가령, 자기가 제발로 종교 계열 고등학교-대학교에 지원하고 거기 방침에 동의를 하고 입학해 놓고는 거기서 채플 반대, 종교 강요 반대 짓거리 하는 건 미친 짓이다. 자기가 나가든지 해야지?
그러나 기업들이 다같이 비열한 담합을 하고 있는 와중에 마냥 파업만 욕하면서 귀족 노조 프레임을 씌운다거나.. 진짜 조직이 미쳐 돌아가는 중인데 소수의 양심적인 내부고발자한테 저딴 논리를 들이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바른 분별이 필요하다.

4. 윤석 열차

그림 한번 잘 그렸네. 고등학생이 벌써 머리에 뭐가 들어가서 저렇게 정치에 세뇌됐는지는 모르겠다만, 뭐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다고 치자.
저 열차는 물 먹고 석탄 먹고 칙칙폭폭 더 폭주해서 이전 정권의 탈원전과 탈북자 북송 죄악을 다 까발리고 나쁜놈들 죄를 묻고 잡아 쳐넣었으면 좋겠다. 놈들이 예전에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줬으면 좋겠다.

이 사람 다음으로 지금 법무부 장관이 바톤 터치를 해서 정권을 물려받으면 우리나라는 21세기 최고의 황금기 중흥기가 찾아올 것 같은데.. 과연 국운이 거기까지 따라 줄지 잘 모르겠다.

5. 북한을 제대로 도우려면

구제불능 알코올 중독자나 도박 중독자를 돕고 싶으면 당장 굶지는 않게 밥을 주거나, 중독 치료를 받게 병원에 보내 주든가.. 어쨌든 당장 필요한 현물 서비스를 줘야 한다. 정상적인 경제 관념이나 분별력이 없는 사람에게 생돈을 덥석 쥐어 줘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개인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민족이나 국가 차원의 원조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니 돕고 싶다면.. 그 도움이 주민들에게 직접 가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핵이니 미사일 같은 쓸데없는 도발 따위는 꿈에서라도 엄두를 못 내게 해 놓고 도와줘야 된다.
쌀이나 의약품을 줄 건 주더라도 핵 시설 같은 거 짓는 기미가 보이면 드론 날려서라도 폭격으로 조져 버리면서 도와야지..

저 동네는 원조 물자를 빼돌려서 수괴들 자기만 배를 불릴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교통· 통신 인프라조차 없어서 주민들을 돕고 싶어도 물자가 그리로 가지를 못하는 지경이다.

북한에 백신 지원 사업을 벌였던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얼마 전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줬다.
“백신을 주겠다니 북한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백신을 실어 나를 트럭이 없다고 했다. 트럭을 사주니까 이번엔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다며 사달라고 했다. 트럭에 냉장고를 싣고 북한의 백신 접종 현장에 갔더니 이번엔 냉장고를 돌릴 전기가 없었다. 어쩔 도리가 없어 포기하고 돌아왔다.” (☞ 원문)


그러니 옛날에 원조가카가 괜히 고속도로부터 먼저 닦은 게 아니었다. 그 다음에야 제철소를 만들고, 그 다음에 그거 바탕으로 자동차나 조선소 만들고.. 할배 때 준비해 놓은 원자력 전문가를 이용해서 한참 뒤에야 원전까지 만들고..
다 순서가 있는 법이다. 이런 인프라가 없으면 만년 농업이나 경공업밖에 못 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새마을 운동도 1960년대가 아니라 생각보다 늦은 70년대 이후에 시작된 걸 알고서 좀 놀랐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았으니.. 유신 독재 하던 심정이 이해가 된다.

6. 상호주의에 입각한 개방

내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북한 컨텐츠도 그냥 있는 그대로 노출해도 되지 않나 싶다. 울나라가 물리적인 경제력 군사력이 북괴한테 딸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 거리낄 게 없지 않은가?
로동신문이나 고려항공 웹사이트를 warning.or.kr로 틀어막지 말고 개방하라는 거다. 뭐,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어른들의 사정이 있어서 여전히 틀어막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까 김 일성 회고록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거 자체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언젠가는 다 개방되고 풀려나올 필요가 있다.
세월이 흐르니 하다못해 독일에서도 히틀러 "나의 투쟁"이 해금돼서 서서히 풀려나오니 말이다. 물론 책 내용을 오해하지 말라는 단서를 많이 달고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김 일성 회고록을 출간하는 대신, 북한에다가는 성경이나 전 두환 회고록, 리 승만 Japan inside out 같은 책을 보급하는 거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개방이라면 나쁠 게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남한에다가만 북한 방송? 그것도 북한에다가 중계료 왕창 주고 사 와서? 그런 짓거리라면 이건 완전 종북 이적행위이니 나로서는 목숨 걸고 결사반대다.

신앙에서도 주변으로 복음 전파, 전도를 못 하게 하고 너 혼자만 조용히 믿으라는 건 신앙의 자유가 아니다. (출애굽기, 다니엘서)
이와 비슷하게.. 남북이 서로 똑같이 선전방송을 안 하는 건 공평한 게 아니라 남한(+북한 주민)에게 손해인 거래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내가 소위 햇볕정책이니 뭐니 하던 것에 분노하고 그게 정치쑈 사기극이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퍼주기만 하고서 정말 기본적인 것 하나 실제로 개방된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을 진짜로 제대로 도와주고 북한 체제를 개방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조차 한 게 없다.

그냥 정치쑈만 벌이다가 연평해전이나 박 왕자 피살 사건으로 뒤통수만 맞았으며, 그 뒤에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사건이 줄줄이 이어졌다. 2010년대 이후로는 계속 핵과 미사일 도발만 하는 중..

제발 저것들이랑 통일 수작 벌이지 말고, 그냥 지원 끊고 고립시키고 굶겨 죽이는 거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전쟁 따위 안 해도 된다.
이 와중에 "우리 북한은 안 물어요" / "남측이 북한을 먼저 자극했기 때문에..." / "이건 좀 더 도와 달라는 신호" 이러는 정신병자 미친 새끼들은 정말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으로 송환하든가, 추방 아니면 공개 처형에 삼족을 멸해도 시원찮을 것이다.

더 나아가, 북괴뿐만 아니라 이슬람 애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 쟤들은 "나는 너희 나라에서 포교 가능하지만 너희는 우리나라에서 포교 금지"를 고수하면서 세계 어디를 가나 상호주의를 제일 안 지키는 집단이다. 그러니 우리도 국내의 무슬림들에 대해 철저히 경계하고 필요 이상의 편의는 절대 봐 주지 말고, 세력이 절대로 커지지 못하게 감시해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25 08:35 2023/01/25 08:35
,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17

청와대 관광 -- 下 (2022/11/1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어디든 단풍의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대통령 관저는.. 이렇게 담장이 둘러진 으리으리한 한옥 기와집 형태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와대 뒤로 이런 언덕 산책로가 있다.
사진으로 소개하지는 않지만, 청와대 내부엔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라고 원래 경주에 있던 불상이 떡 옮겨져 있었다. 100여 년 전, 일제가 뜬금없이 무거운 불상을 열차에다 실어서 서울 여기까지 옮겨 온 거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와대 본관의 뒤통수를 언덕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 웬 농구 골대까지..?? 청와대 직원이나 대통령 자녀가 농구를 하고 놀라고 있는 시설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와대에는 넓은 풀밭도 있고, 연못과 개울도 있고 오솔길도 있어서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나저나 유독 문 재인 대통령 부부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식수가 두 곳이나 있었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춘추관. 건물 내부는 개방되지 않았다.

3. 촬영용 세트, 그리고 미래 전망

(1) 이제 국내의 민간 지도에 청와대는 당연히 노출되고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더 서쪽에 청와대 직원(?? 특히 경호실)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인 일명 '대경빌라'를 비롯해, 청와대를 두르는 각종 군사 시설들은 여전히 비공개 상태이다.

(2) 경남 합천에는 '합천 영상 테마파크'라는 촬영소가 있는데, 거기에는 청와대 본관을 2/3 크기로 재현한 세트가 있다. 과거에 '태양의 후예'처럼 청와대 씬에서 가상의 대통령이 나오는 영상물은 이런 세트에서 촬영되었지 싶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청와대가 이렇게 떡 개방되었으니, 가짜 청와대 세트는 앞으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2020년대 이전의 '제6공화국'을 배경으로 하는 정치 드라마나 영화는 진짜 청와대를 며칠 틀어막고 그 안에서 찍으면 될 테니 말이다.

(3) 참고로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는 '판문점 세트'가 있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판문점은 평범한 민통선 이북 마을도 아니고, 겨우 영화 촬영 '따위'의 목적으로는 절대 드나들 수 없는 극도로 민감한 곳이다. 그러니 무슨 남북 통일이라도 되지 않는 한, 가짜 세트가 반영구적으로 현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 판문점 세트가 필요한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JSA 말고 또 있기는 했나?)
미래에 레알 판문점도 지금 청와대처럼 전면 개방되고 역사의 유물로 보존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4) 그나저나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남양주 촬영소는 부산에 만들어지는 더 큰 촬영소로 대체되어서 2017~18년 사이에 문을 닫고 없어지려는 듯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대체 촬영소가 만들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2020년대에 와서는 남양주 촬영소를 다시 존치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고 한다.
특정 소재의 영화·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는 옛날 자동차뿐만 아니라 이렇게 유명 장소의 세트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5) 청와대와 판문점뿐만 아니라 국정원도 만약 가까운 미래에 더 외곽의 지방 모처로 이전한다면?? 그럼 지금 내곡동에 있는 시설 일부가 있는 그대로 개방되거나 심지어 박물관· 기념관 정도로 남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대공분실 일부가 역사 유물로 보존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아파트가 국정원의 너무 근처까지 마구 지어지고 있고, 내가 보기엔 쟤들이 보안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정원이 이전할 때쯤이면 대모산의 남쪽 반틈도 시민에게 돌아온다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을까? 국정원을 이전할 때쯤 가락시장 부근에 소재한 전파 관리소도 같이 이전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6) 청와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본 건데.. 오랫동안 봉인됐던 걸로 유명한 '송현동 공터'도 요 얼마 전에 결국 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개방됐다(열린 송현 녹지 광장). 거기는 땅값은 드럽게 비싼데 규제가 너무 심하게 걸려서 업무 건물을 제대로 올릴 수 없고, 뭔가 수익을 낼 껀덕지가 없었다. 그냥 국가가 접수해서 공공장소를 만드는 게 차라리 더 나았지 싶다.
덕수초-구세군 쪽의 공터는 아직도 문화재 발굴 측량을 하는 건지, 뭐 어찌할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

Posted by 사무엘

2022/12/21 08:35 2022/12/21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4

청와대 관광 -- 上 (2022/11/13)

본인은 지난 11월, 산들이 온통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있을 때,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청와대 관광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예전에 청와대는 정문 입구 정도가 아니라 근처 도로의 양 끝에 검문소가 있고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다. 길거리 블록 전체가 봉쇄돼 있었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나 보행자는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할 수 없었다.
기자들이나 프레스센터 격인 저 남동쪽 외곽의 춘추관에 접근 가능했고, 아주 특별한 일로 청와대에 초청받은 민간인이라면 남서쪽 외곽의 영빈관이 마지노 선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근무하는 본관에 출입..??? 어림도 없는 일이고 더구나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과 관련이 있는 관저는 더욱 접근할 길이 없었다.
민간인이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민간 지도에 표시될 일이 영원히 없을 것 같던 이 시설이 하루아침에 무슨 조선 시대 고궁 같은 관광지로 바뀌다니.. 참으로 경이롭기 그지없다.

1. 개방 내력

청와대는 초창기에는 경무대라고 불렸다가 1960년, 윤 보선 때 지금과 같은 청와대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는 건물들은 상당수가 1990년대에 지어진 거라고 한다.

청와대는 국가 원수가 상주하는 곳이니 그렇잖아도 철통같은 보안과 경비가 상시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1968년, 1· 21 사태 때 북괴의 무장공비가 청와대 바로 앞까지 침투해 들어왔고, 생포되었던 김 신조가 "내레 박 정희 목 따러 왔수다"라고 읊기까지 하자 온 나라가 준 전시 상태로 발칵 뒤집혀 버렸다.

이땐 전군 장병들의 전역이 경계 모드가 풀릴 때까지 무기한 연기됐었고.. 좀 단축되려던 군복무 기간은 6· 25가 휴전으로 끝난 직후와 동일한 3년으로 도로 환원돼 버리고, 전국민 주민등록번호에 예비군, 5분 대기조.. 별별 불편한 조치들이 이때 생기게 됐다. (심지어 북파공작원까지 몰래 양성을 시작한 건.. 얼마 못 가 흑역사가 됐지만 말이다..;; )

이렇듯, 1· 21은 20여 년 전의 6· 25와 동급으로 우리나라의 안보에 굉장한 충격과 트라우마를 안긴 셈이다.
그런데, 그땐 이런 조치들이 마냥 엄살이 아니었다. 같은 해 말에는 또 울진· 삼척에 100수십 명에 달하는 북괴 무장공비가 여러 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침투했었기 때문이다.

북괴는 무장공비를 보내서 뭔가 당근을 제시하면서 주변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화시킬 생각을 안 하고, 무식한 폭력을 동원해서 협박하고 죽이고 부술 생각만 했다. 쟤들은 자꾸 무장공비를 보내서 남한을 흔들어 주면 체제가 혼란스러워지고 대남적화가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남한도 투철한 반공 멸공 정신으로 무장해서 힘에는 힘으로, 악과 깡과 근성으로 대응했다.
그러니 북괴의 전략은 전혀 통하지 않고 역효과만 났다. 놈들이 저러면 저럴수록 남한 사람들도 민· 관· 군이 더욱 손잡고 힘을 합쳐서 "때려잡자 공산당"이 되고 북괴에 대한 적개심만 극심해질 뿐이었다.

이 1· 21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를 둘러싸는 모든 산들은 군사시설 보호 구역이 되고 거의 DMZ 급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고 꽁꽁 묶였다.
다만, 한 치의 예외 없이 몽땅 출입금지는 아니고, 북악스카이웨이 도로가 닦이고, 평창동 마을이 조성되기도 했다. 청와대 이북으로도 최소한의 주민이 좀 있어야 간첩이 침투한 걸 발견하고 신고를 할 테니 말이다.

북악스카이웨이는 개통 당시에는 톨게이트가 있는 유료 도로였다. 1970년대에 자가용을 굴리면서 이 길을 다니는 게 가능한 사람은 극소수였으며, 일반 서민들은 여기를 택시 타고 관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럭셔리한 신혼여행 코스였다. ㄲㄲㄲㄲ
그렇게 청와대 주변은 오랫동안 꽁꽁 묶여 있었는데..

1993년, 김 영삼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청와대의 남서쪽 외곽.. 궁정동 안가가 철거되고 무궁화 동산이라는 공원이 조성되어서 대중에게 개방됐다.
그리고 청와대가 내려다보인다는 이유로 접근 금지이던 인왕산이 1주일 중 하루만 제외하고 개방됐다. 단,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포토존에는 감시 요원이 상주했다.

그러다 2007년, 북악산에서 청와대 쪽으로 더 가까이 한양도성을 따라가는 성곽 탐방로가, 신분증 까고 목걸이를 받는 형태로 개방됐다. 이때는 전국의 국립공원들이 입장료 징수가 폐지되고 전면 무료화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2009년엔 북악산의 김 신조 루트가 개방되었고, 저 멀리 우이령길이 국립공원 탐방 예약 형태로 개방됐다.

201x년대, 문 재인 대통령 시절엔 어느 샌가 인왕산에 감시 요원이 없어졌다. 그리고 북악산 남쪽의 한양도성 탐방로도 목걸이를 받지 않고 출입 가능해졌다.
나중에는 그 남쪽 탐방로 구간과 북쪽의 북악스카이웨이 사이 탐방로가 추가로 개방됐다.

그 뒤 2022년, 윤 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청와대가 통째로 개방돼 버렸다. 30여 년 전, 무궁화 동산 정도나 찔끔 개방됐던 김 영삼 시절에 비하면 얼마나 큰 변화인가?
아 참고로 2003년, 노 무현 대통령 때는 대통령 전용 '별장'이던 청남대가 민간 관광지로 완전히 개방되긴 했었다. 청와대 말고 청남대 말이다. ㅋㅋㅋ

이제는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으로, 사저는 한남 쪽으로 이전했다. 그에 걸맞게 이제는 촬영 감시 요원이 인왕산이 아니라 남산 정상에 상주하게 됐다.
남쪽의 용산 둔지산 언덕에서는 미군 부대가 완전히 철수하고 나가듯(모두 평택으로..), 북악산은 수방사 군대를 동원해서 지킬 필요가 없는 평범한 야산으로 차차 바뀔 것이다.

2. 내부 구조

저기는 청와대 공식 웹사이트에서 간단히 예약만 하면 방문 가능하다. 방문 예정 날짜와 시간대, 일행 연락처와 인원수를 입력하면 되는데, 보아하니 방문 날짜 이상으로 시간대는 막 꼼꼼하게 체크하지는 않는다.

권장되는 청와대 내부 체류 시간은 1시간 반이며, 본인의 경험상으로도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을 초과해서 청와대 내부에 짱박혀 있는다고 해서, 많은 관광객들 중에 당신을 골라내서 내쫓거나 페널티를 줄 시스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더라.
예약 시스템은 특정 시간대와 날짜에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정말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그리고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자가용을 끌고 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청와대 정문까지 가장 가까이 가는 대중교통은 2022년 현재 서울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순환 버스인 01로, 남산 정상과 광화문, 청와대를 쭉 잇는다. 그거 말고는 효자동까지 가는 7212 같은 다른 버스를 타도 된다.

01은 이제는 색깔조차 2004년 버스 개편 당시에 제정됐던 노랑을 포기하고 초록이 된 듯하다. 사실, 노란 버스는 학교나 유치원 버스 같은 인상이 강하긴 하지.. =_=;; 지금은 서울 버스들 중에 노랑과 빨강은 사실상 망한 것 같다. ㄲㄲㄲㄲ 아무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파악한 게 맞다면, 청와대는 서쪽의 영빈문, 중앙의 정문, 그리고 동쪽의 춘추문 셋 중 한 곳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 특별히 01을 타고 정문 근처에서 내린 게 아니라면, 보통은 버스 정류장에서 가장 가까운 서쪽부터 들어가게 된다. 얘는 영빈문을 지나면 보이는 영빈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와대 안은 무슨 역시 무슨 대학교 캠퍼스나 산기슭 근린공원 같은 느낌이다.
건물 내부가 개방된 건 (1) 영빈관과 본관 둘뿐이다. 거기에다 관저는 건물 안까지 들어갈 수는 없지만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는 있는 정도이다.
나머지는 (2) 그냥 청와대 내부의 각종 건물들과 풀밭, 정원을 구경하고, (3) 청와대를 두르고 있는 언덕을 산책하면서 일부 옛날 문화재 유적을 구경하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빈관 내부. 뭔가 뉴스에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것이 가장 좁은 의미에서 청와대라고 부를 수 있는 본관 되시겠다.
본관만이 나름 가장 많이 개방되어 있고, 내부에서 2층까지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말로만 듣던 역대 대통령들 사진과 영부인 사진도 이렇게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옛날 서울 역 건물이 지금은 '문화역 서울 284'로 바뀐 것처럼 청와대 건물도 그런 식으로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옛날 서울 역은 대한민국 시기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졌으니 위상이 청와대와는 좀 다르다고 하겠다.
아까도 얘기했듯, 청와대 안에서 실내 구경은 여기까지가 끝이다. 다음부터는 실외 구경만이 이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18 19:35 2022/12/18 19: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3

안산 관광과 캠핑 (2022/11/12)

지금으로부터 한 달쯤 전 토요일엔 본인은 친한 사이였던 옛 교회 동생의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안산에 다녀왔다.

예식장이 안산선의 모 전철역에서 가까이 있었으니, 거기만 다녀오는 게 목적이면 4호선 전철만 쭉 타고 가볍게 갔다 오면 됐다.
그러나 모처럼 장거리 여행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본인은 차를 동원했다. 그리고 결혼식의 앞뒤로 스케줄을 더 추가해서 2박 1일짜리 주말 여행 미션을 만들었다.

텐트를 가져가서 전날과 당일 밤에는 캠핑을 했다. 그리고 결혼식이 오후 늦은 시간에 있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안산에 사시는 다른 교회 지인을 뵈었다. 장소와 시간 동선이 딱 잘 맞았다.
안산은 재작년 가을에 수인선 전철의 전구간 개통을 기념해서 본인이 개인 여행을 다녀 온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느낌이 더욱 낯익었다.

내비가 안내한 경로는 양재 IC까지 경부 고속도로 서울 시내 구간, 그 다음엔 대부분 과천-봉담 도시 고속화도로였다. 그러다가 39번인지 42번인지 국도를 넘나들면서 수인로(구 수인 산업 도로)를 통해 안산으로 진입했다. 평소에 달릴 일이 없던 길을 마음껏 달리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았다.

가는 도중에 혼자 한두 차로만 쏙 빠져나가는 진출로가 아니라, 전체 차로가 절반으로 싹 나뉘는 갈림길이 두세 번 나왔던 것 같다. 고속도로로 치면 기존 중부와 제2중부가 갈리는 것처럼 말이다. 평소에 주행할 일이 없는 생소한 도로를 야간에 달리느라 주변 지형을 제대로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나름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혼식 전날 밤엔 반월천 근처.. 경부고속선과 안산선 전철 고가, 서해안 고속도로를 모두 볼 수 있는 천혜의 요지에서 캠핑을 했다. 재작년의 여행 때 주목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장소로, 농사가 다 끝나고 지푸라기들만 가득한 허허벌판이다. 차는 아무데나 세우고 차 바로 옆에다 텐트를 쳤다.

KTX가 지나가는 소리를 수시로 들으면서 캠핑이라니,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상· 하행을 불문하고 막차는 아마 0시 20분 무렵에 지나간 것 같다.
주변은 지나가는 사람이고 차고 하나도 없으면서 와이파이 하나 잡히는 게 없을 정도로 적막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형형색색의 호박들은 내가 직접 키워서 수확한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고 산 거다. 의외로 좀 덜 익은 호박도 동네 채소 가게에서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아 참, 여기까지 온 김에 맑고 시원한 반월천 강물을 말통에다 가득 채워 넣기도 했다. 이건 올겨울 실내 농업용수로 보태 쓸 예정이다. ㄲ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밤을 보낸 뒤, 당일 아침을 맞이했다. 안산 지인과 함께 돌아다닌 곳은.. 바로 성포동의 '노적봉'이라고 불리는 야산 언덕의 주변이었다.

안산에는 본인이 알기로 정육각형 모양의 공원 로터리가 두 군데 있다. 그 중 서쪽의 것은 선부동에 있어서 중앙에 서해선 '선부 역'이 만들어져 있다.
그 다음 동쪽의 것은 성포동에 있는데, 여기에는 신안산선 '성포 역'이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안산선과는 중앙 역에서 만나는 종축 간선이 될 것이다.

이 성포 광장 내지 성포 역 예정지에서 남동쪽으로 슬금슬금 내려가니 산기슭에 자리잡은 성포 도서관이 나왔다. 여기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노적봉의 능선을 돌기 시작했다.

노적봉은 높이나 면적이 서울로 치면 봉화산과 비슷한 규모인 언덕이다. 그런데 둘레길이 온갖 공터와 운동 시설, 놀이터로 굉장히 잘 꾸며져 있었다. 지도만으로는 여기가 이런 곳이라는 걸 전혀 알 수 없었다.;;

1시간 정도면 능선 산책로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으며,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에도 금방 도달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의 남동쪽에는 장미 공원과 폭포 공원도 있고, 차 댈 곳과 돗자리 깔고 누울 곳이 넘쳐났다. 국도 39호선과 42호선이 여기 부근에서 만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육교를 통해 국도를 횡단해서 동쪽 건너편으로 가면.. 무슨 조각상 공원과 '성호이 익' 기념관, 그리고 안산 식물원이 있었다. 여기가 나름 관광 휴양 명소인 것 같았다. 안산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양주에서는 다산 정 약용이 자기 지역 출신이라고 대대적으로 띄우는데(목민심서), 이 동네는 성호 이 익을 배출한 곳이더라(성호사설).
공교롭게도 이 익은 1763년에 죽었고, 정 약용은 1762년에 태어났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물원은 아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구역이 넷으로 나뉘어서 열대 식물과 꽃과 각종 나무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료에 이 정도 서비스이면 나쁘지 않지~~

이렇게 구경을 잘 하고 지인과 헤어졌다.
지방은 주차가 관대해서 참 좋았다.;; 길가 아무데나 차 세워도 되고, 골치 아프게 주차 확인 받고 1~2시간 따지느라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내가 원래 가려던 예식장은 진작부터 주차장에 몽땅 만석이 돼서 빈 자리가 없었다. 어이쿠~ 나름 예식 30분 전에 간 거였는데..
그래서 부득이하게 건물 주변의 도로에다가 대충 차를 세우게 됐다. 그래도 다행히 불법주차 딱지 같은 건 부과되지 않았다.

결혼식장에서 저녁도 잔뜩 먹고.. 사람 만나는 모든 일정이 모두 끝난 건 저녁 6시경이었다. 이제 근처의 카페에 들러서 폰과 노트북을 충전하면서 오늘 캠핑을 할 준비를 했다.

낮에 산책했던 공원에도 텐트를 칠 만한 곳은 아주 많이 있었지만, 그리로 가려면 집 쪽이 아니라 더 서쪽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캠핑 지점까지의 거리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안산을 떠나서 3년 전쯤에 갔던 의왕-성남 사이의 꼬불꼬불 산길을 다시 찾아갔다. 하오개로.

지금이야 100번 고속도로와 57번 지방도 같은 좋은 대체제 때문에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레거시가 됐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여기가 밤에 한적한 캠핑 장소로는 최적이었다.

길가 공터에다 차를 세우고 바로 옆에다가 텐트를 쳤다. 차나 사람은 전혀에 가깝게 다니지 않고 와이파이 신호도 잡히는 게 없고.. 서울을 벗어난 덕분에 환상적인 캠핑을 두 번이나 한 뒤 집에 돌아왔다. 그래서 이렇게 기록도 남긴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내가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2/12/16 08:35 2022/12/16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2

겨울 캠핑

2022년 올해가 저물어 간다.
2022년은 21세기 이래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새 버전 소식이 한 번도 없었던 최초의 시기이다.
일종의 휴양· 요양을 한 셈인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개발 중단은 절대 아니고 개발할 것 리스트가 한가득 쌓여 있다.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다시 일을 할 예정이다.

전쟁 때문에 에너지와 식자재 물가가 많이 올라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세계적으로 적지 않을 것이다. 내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모든 방문자께서 편안한 잠자리에서 따뜻한 밤을 보내시기를 개인적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만약 아직 그리하고 계시지 못한다면 나처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

유난히 따뜻했던 11월이 지나고, 지난 11월 30일부터는 밤 기온이 서울 기준 -5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습 한파가 찾아왔다.
그 날 밤에 본인의 무장은 텐트, 두꺼운 담요, 패딩 잠바, 침낭 두 겹이었다.
밖엔 강풍이 휘몰아치고 물병에 담긴 물이 꽁꽁 얼었지만, 이불 속 침낭 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따뜻했다.
"추위가 뭐야? 먹는 거야?" 생각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너무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늑하게 잘 자고 아침을 맞이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나 잘 잤냐 하면.. 밤 11시쯤 눈 감았다가 뜨니 새벽 5시 반이었다. 피로가 싹 가시고 정신이 맑아져 있었다.
내 경험상, 무장이 부족하면 새벽 2~3시쯤 깨거나, 하체 쪽이 추위에 떨게 된다. 특히 발가락 말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 절대적인 무장 자체가 부족: 날씨 예측 실수, 또는 자전거 타고 멀리 나간 상태여서 무장을 충분히 많이 실을 수 없었음
  • 처음 잠들던 때는 별로 안 추워서 무장을 안 하다가 나중에 추워져서 무장이 뚫림

그러나 저 때는 작정하고 처음에 잠들 때부터 중무장을 했기 때문에 밤중에 무장이 뚫리는 일도 없었다.
따뜻한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이불 속에다 노트북과 호박 한 덩이까지 같이 보온을 시켜 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고로, 기습 한파의 바로 전날 밤은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10도를 훌쩍 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고가도로 아래의 공원 벤치에서 이렇게 잤었다. 보온은 별로 필요 없고 비만 피하면 되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랬는데 같은 시간대의 기온이 전날 대비 15도가 넘게 곤두박질쳤으니.. 날씨도 고삐 풀린 듯 급발진과 급제동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입을 돌아가게 만들려면 동장군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고로 이건.. 날씨도 따뜻하고 비도 안 와서.. 그냥 공원 풀밭에서 텐트도 안 치고 자연을 즐기며 잤을 때의 모습이다. ^^
나는 1년 중 과반.. 6~70%는 늘 밖에서 자고 이걸 지난 수 년 동안 반복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매뉴얼이 있다.

1. 대원칙
일단 밖에서 자기로 했으면 친환경 최소주의 이념에 입각해서 텐트와 침낭과 담요로 간단하게.. 100% 내 체온과 근성만으로 자연을 즐기고 쉬었다가 돌아오는 게 좋다.
온갖 장비빨에 살림살이를 통째로 옮기는 듯한 캠핑은.. 내가 보기엔 그닥 바람직한 캠핑이 아니다.

  • 자고로 보일러라는 건 몸을 씻을 물을 데울 용도로만 사용하는 거다. 실내에서 단순히 공기나 바닥을 데우는 건 낭비다.
  • 자동차의 기름은 무조건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차 시동을 걸어서 엔진을 공회전시키면서 히터를 튼다니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캠핑을 못 하는 조건은

  • 열대야: 그냥 집에서 선풍기· 에어컨 틀고 자는 게 나음
  • 나쁨 이상 수준의 미세먼지: 야외 공기가 너무 안 좋음

그 반면, 무조건 반드시 밖에 나가는 조건은 기록적인 강추위 또는 폭우이다.

3. 밖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자고 나서는 텐트를 싹 걷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야 된다. 누가 여기에 텐트를 치고 갔다는 티를 안 내는 게 정상이다.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는 안 치우는 놈, 텐트를 안 걷고 알박기 하는 놈들은 캠핑계의 상도덕을 모르는 몰지각 몰상식한 또라이들이다. 정말 공개적으로 거듭 거듭 씹고 욕과 비방을 퍼부어 줘야 된다.
이런 애들 때문에 훌륭한 캠핑 장소들이 다 출입금지 주차금지 걸리고 유료화되고 인심이 야박해지는 거다.

4. 개인적으로 제일 김빠지고 힘빠지는 소식은..
텐트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누가 죽었다는 소식이다. 도대체 난방을 왜 하냐..??
그냥 자기 체온만으로 버티면 절대로 저렇게 될 일 없다.

5. 과거 기억에 남는 캠핑은..

  • 호우경보가 내려졌는데 출입 통제를 무시하고 안에 들어가서 강가에서 텐트. 수위가 내가 있는 곳에 근접할 정도로 굉장히 올라가서 흥미진진했음. 당연히 아무 탈 없이 무사 귀환.
  • 한겨울 -15도. 꽁꽁 얼어붙은 강물과 눈 위에다 텐트 치고 캠핑. 폰과 노트북은 다 퍼지고 차 시동도 제대로 안 걸렸음. 딴 덴 다 괜찮은데 발가락이 정말 시렵고 따가웠음.
  • 산속 군용 벙커에서 캠핑.
  • 600m 남짓한 높이의 산 정상에서 캠핑. 야간 산행을 하는 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상에 올라왔다가 텐트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내려간 듯했음.
  • 어느 무덤 옆에서 캠핑. 평평한 풀밭이 있어서 텐트 치기 좋았음.

세상에 신학, 목회 권유도 받고 기인 엽기 유튜브 권유도 동시에 받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_-;;
글쎄.. 이 나이에 결혼이나 해서 곱게 가정을 꾸려도 시원찮을 판에 혼자 튀는 짓을 비디오로 찍어서 유포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난 아무도 유튜브 안 하던 시절, 무려 2008년에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영상을 독보적으로 올리긴 했었다.
마치 컴퓨터과학자 도널드 커누쓰 할배가.. 무려 1970년대에 이메일이라는 걸 썼고 정작 1990년대 이후부터는 안 쓰는 것처럼... 나도 유튜브 동영상을 비슷한 시기와 방식으로 활용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7 08:35 2022/12/07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98

이태원 압사 사고

1. 사고 개요

지난 10월 30일 아침엔 우리나라 전국민이 정말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소식을 접하며 일요일을 맞이했다.
할로윈, 그것도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자유로운 할로윈을 기념해서 이태원 클럽 일대에 10만 명에 가까운 젊은 청년들이 몰려와서 파티를 벌이며 놀았다. 그런데 발 디딜 틈도 없이 혼잡하고 비좁은 경사 골목길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대규모 압사 사고가 났다.

앞쪽 사람이 밀려 넘어지면서 뒤쪽 사람들에게 몇 겹으로 깔렸다. 이 때문에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밟혀 죽고 부상자도 이와 비슷하게 발생했다. 무려 1960년의 서울 역 압사 사고가 어설픈 풋 사과로 밀려났을 정도로..
사상자는 대부분 20대였으며, 여자가 남자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았다.

총기 난사나 폭탄 테러가 아니고 건축물 붕괴나 추락, 화재 따위도 아니고 미치광이 차량 돌진도 아니고..
주변 시설이나 지형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인간이 자기들끼리 깔고 깔려서 이렇게 많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니..
나라에서는 소방 대응 단계를 최고로 올리고 이태원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난리가 났다. TV에서도 뉴스 속보와 특보를 내보내며 하루 종일 이 사고만 보도했다. 이 소식은 외신까지 타면서 세계로 전파됐다.

이때 현장이 얼마나 혼잡한 생지옥이었냐 하면.. 발이 둥둥 뜬 채 주변 군중에게 떠밀려서 이동하는 지경이었고, 사람이 숨을 들이쉴 수 없어서 말을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거 무슨 물에 빠진 것도 아니고.. 그리고 발이 둥둥 뜬다는 곳의 원조는 평일 출근 시간대에 신도림 역 환승 통로가 아니었던가? =_=;;

소지품이 땅에 떨어지면 그건 그냥 포기해야 했다. 주우려고 고개를 숙였다가는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꼴랑 1제곱미터 면적 안에 사람이 15명? 엥...??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극단적인 상황임이 틀림없다.

근데 이 할로윈 파티는 주최 측이라는 게 존재하는 정식 행사나 집회가 아니어서 책임소재를 따지기도 더 난감했다. 교황 방한 행사라든가 여의도 불꽃 축제, 태극기 집회 같은 부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2. 할로윈

할로윈인지 핼러윈인지는 수십 년 전 라떼만 해도 영어 회화 학원에서나 배우는 마이너한 이벤트였다. 재꼴랜턴이라는 건 파닉스 영어 교재의 밖에서는 볼 일이 없던 단어였고.. 그랬는데 그게 갑자기 우리나라에까지 퍼져서 무슨 발렌타인 데이, 빼빼로 데이 같은 문화가 됐다. 이런 건 꼭꼭 챙겨서 놀아야 애들 집단에서 인싸가 될 수 있다.

원래 할로윈의 본고장인 천조국에서도 이 날은 그냥 초딩 얼라들이 귀여운 귀신 분장을 해서 이웃집을 돌면서 trick or treat! 이러면서 재롱 부리고 사탕이나 얻어먹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게 울나라에서는 얼라가 아니라 20대 청년들이 코스프레 해서 클럽에서 술 마시고 춤추며 노는 날이 됐다. ㄲㄲㄲㄲ

일본도 서양 문화 동경하고 귀신 좋아하는 코드가 맞아떨어져서 할로윈 같은 거 아주 좋아할 것 같은데..? 거기는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다. 할로윈의 본동네 애들이 보고도 경악하지 않을지??

물론 예수 믿는 사람이야 할로윈의 반기독교적인 기원과 유래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에 의도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며, 본인 역시 그 입장에 동의한다.
10월 말쯤이면 늙은 호박 하나 장만해서 호박죽이나 맛있게 쑤어 먹을 시기이지 않겠는가? 이 사랑스러운 호박한테 그저 못생겼다는 프레임도 모자라서 흉측한 귀신 얼굴이나 새긴다니.. 나로서는 분통 터질 노릇이다.;; (글쎄, 이 따위 용도로라도 호박을 잔뜩 많이 구매하느라 호박 농가의 매출이 늘었다면 다행이지만, 아예 식용이 아닌 할로윈 전용 호박 품종을 따로 만들어서 재배하는 건 반대 소신)

깐깐한 신자는 할로윈이 아니라 성탄절조차도 실제 예수 탄신일이 아니고 기원이 태양신 숭배라면서 세상 분위기에 놀아나지 않는다. 그러니 하물며 할로윈이야 뭐.. 날짜가 루터의 종교개혁일과도 겹치니 더욱 배척할 수밖에 없다.

아 그러고 보니.. 굳이 기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랑 아무 상관 없는 저딴 얄팍한 서양 귀신놀이 상술에 놀아나고 있냐? 전통 명절 하나 제대로 안 지키면서..?" 이런 보수적이고 좀 꼰대적인(?) 생각으로 인해 할로윈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뭐 그건 그렇다만..

한 가지 생각할 점은.. 할로윈 때 흥청망청 노는 애들이 다~~ 그 할로윈/반기독교 정신에 진지하게 동조해서 노는 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성탄절 이브 때 흥청망청 노는 애들이 예수 탄생을 동조하고 기뻐해서 노는 게 전혀 아니며, 광복절 폭주족들이 조국의 광복을 축하해서 날뛰는 게 전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아해들한테는 성탄절이건 할로윈이건 유래나 의미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냥 노는 날 명분이 필요했던 것일 뿐이다. ㅡ,.ㅡ;;
도대체 할로윈이 울나라 울문화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 저렇게까지 몰려가서 미친 듯이 노는 건지.. 스트레스가 그리도 많이 쌓였는지는 솔직히 본인도 이해가 잘 안 가지만 말이다.
과연 내년엔 이태원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흥청망청 할로윈 파티가 또 열리고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들지 궁금하다.

3. 불순불온 정치 선동이 제발 근절되기를

꽃다운 나이의 수많은 청년들이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고로 저렇게 많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건 국가적인 비극인 건 맞다. 허나.. 이와 관련해서 본인이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있다.

(1) 그노무 대통령 때문, 서울시장 때문이다 부류의 미친 정치병.
안전 통제를 강화했으면 안 그래도 검찰총장 출신 대령통의 공안시국이라고 욕했을 거면서.

(2) 이게 다~~ 악하고 음란 퇴폐적인 할로윈 문화에 대한 ㅎㄴㄴ 심판이다.. 지긋지긋한 종교병.
할로윈을 종교적으로 반대하는 건 반대하는 거지만, 재난 사건 사고를 자꾸 그렇게 갖다붙이지 말라고.
지금까지 이런 식의 경솔한 발언들이 야기했던 부작용과 어그로에 대해서 아직도 깨달은 게 없냐..?
이럴 때 보통은 눅 13:4-5를 생각하면서 자중하는 게 더 건전한 대응이다.

내가 보아하니 종교병 병크가 터진 건 별로 없었다. 그 대신 벌써부터 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 못된 악귀들이 내 예상보다 더 일찍 더 대규모로 날뛰기 시작한 것 같다.
한 건 거하게 터졌으니 이 개새X들은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든 정부와 여당과 경찰을 욕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지들이 지지하는 정치인 시절에 온갖 대형 화재와 사건 사고들이 터졌을 때는 입 한번 뻥긋하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 민망하지 않냐?

벌써부터 촛불시위 하겠다는 놈들.. 이것들은 진짜 인간도 아니다. 내전 벌여서라도 이런 놈들을 다 청소해야 이 나라가 살 수 있지 싶다. 광우뻥과 세월호 때 한번 데였으면 됐지 사람들이 설마 두 번 속을까보냐?
왜,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면서 시위하던 모 장애인 정치 단체가.. 자기랑 아무 상관도 없던 어느 장애인 가족이 반지하방에서 폭우 때 죽으니까 그걸 추모한다고 난리였었다. 그거랑 딱 같은 유형의 시체 장사이다.

저것들이 또 뭐라고 지껄였더라? "경찰이 마약 단속이나 대통령 경호 따위에만 너무 치우쳐서 진짜 필요한 군중 통제에 인력이 투입되지 못했다"....;;;
대통령이야 지들이 원래부터 싫어하니까 그렇다 치지만.. 마약.. 저 많은 인파가 밀집해서 노는 이태원 클럽이야말로 마약 단속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신, 마약이 나라 근간을 무너뜨리는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모르냐? 사람 혈압 올리고 암 유발시키려고 정말 아무 개소리나 의식의 흐름대로 쳐 씨부리는 것 같다.

4. 과다한 미화를 하지 말고 감성팔이와 남 탓 좀 하지 말길

사고로 죽은 청년들에 대해서 "쳐 놀다가 잘 죽었다"처럼 비난· 비하를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건 개념 밥 말아먹은 인간말종 짓거리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을 무슨 나라를 구하다가 순국 순직한 사람만치 떠받들고 애도할 필요도 없다. 인간들이 왜 이렇게 균형을 안 맞추는지 모르겠다.

어떤 사망자의 모친이 "아니 애들을 무슨 그런 좁은 곳에 몰아넣어서..."라고 통곡했다. 자녀를 잃은 것은 슬프고 애석한 일이지만, 그 자녀는 무슨 군대에 강제로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게 아니다! 그 좁은 곳에 가라고 정말 아무도 전혀 강요하지 않았다. 제 발로 간 거지.. =_=;;;

사상자· 피해자가 아니라 희생자라고 불러야 된대.. 이건 뭔 유체이탈 화법이야..??
영어로는 victim 한 단어이지만 우리말로는 뉘앙스와 어감에 따라서 뜻이 더 세분화돼 있다.
정말 악의적인 범죄를 당해서.. 아웅산 폭탄 테러로 순직한 관료라든가, 007편 격추, 858편 테러에 당한 정도는 돼야 희생자이지.. 이태원 압사 사고는..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어감으로는 희생자는 아니다. -_-;;
옛날에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나 삼풍 백화점 victim한테 희생자라는 워딩이 선뜻 통용됐던가..? 그렇지 않다.

"예고된 참사" 이딴 소리도 쌍팔년도와 90년대까지 진짜로 나라 시스템이 미개하고 후진적이고 비리와 부실공사가 넘치던 시절에 통용되던 클리셰이지.. 이젠 지겹지도 않냐? 그리고.. 이미 다 예고되고 예견 가능했으면, 할로윈 분위기를 즐겁게 잘만 보도하던 이전 보도 자료는 또 뭐가 되는 건데?
지금은 저건 정치병이랑 결합해서 남에게 떼쓰고 징징대는 수단으로(나이 20~30씩이나 쳐먹고도!), 그리고 누구 하나 마녀로 몰아서 조지는 광기로 굉장히 이상하게 변질된 비중이 더 크다.

군대에서 누가 고참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했으면.. 그 유가족에게 보상을 하고 가해자를 잡아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게 죽은 병사를 굳이 계급 특진을 시키고 육군장을 치러서 예우하고 현충원에다가 안장할 필요까지는 없다. 내 말 틀렸는가?

지금 벌어지는 일도 저런 부류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안전 통제 규제를 하겠다고 하면 공안시국이라고 난리 쳤다가, 사고가 나면 국가 탓 남 탓 떼쓰는 이 고약한 관행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이런 사고가 퍼졌을 때 나도 화내지 않고 순수하게 피해자만 생각하면서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7 08:35 2022/11/07 08:35
,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87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 33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78717
Today:
801
Yesterday:
2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