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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답사기: 백운산

본인은 지난 2010년대 중후반에 등산을 여기저기 집중적으로 한 적이 있었다. 뭐, 설악산· 지리산 급이 아니라 그냥 인서울 뒷산 산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 블로그의 여행 카테고리도 등산 사진들로 가득 찼었다.
그러다가 2020년대부터는.. 딱히 코로나19와 관계는 없지만 등산 유행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내 관심사는 산 같은 자연 오지에서 아예 밤을 보내거나=_=;; 농작물을 키우는 것으로 확장됐는지 바뀌었는지.. 어쨌든 그렇게 됐다.

그 와중에 이번 어린이날 연휴 때는 뜻하지 않은 생소한 지역에서 오랜만에 등산을 하게 됐다. 바로 인천 영종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백운산.
높이가 256m라니 그냥 아차산이나 서울 남산 같은 아담한 산이다. 날씨도 아주 맑고 화창할 때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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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은 공항철도 운서 역의 남동쪽에 있다. 하늘 고등학교, 인천 과학 고등학교 등 뭔가 교육과 관련된 시설들이 왠지 백운산의 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이 산의 등산로는 저렇게 얼추 T자 모양이며, 본인은 저 '현위치'라고 적힌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산인데, 생각 같아서는 동쪽 끝의 용궁사라든가 남쪽 끝의 백운사 방면으로 하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가용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해서 그럴 수 없었다. 그냥 저 전망조망대와 백운정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는 걸로 경로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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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위치'의 주변은 이렇게 생겼다. 저 오른쪽의 계단을 오르면 된다.
이 당시 백운산에는 산책· 등산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으며, 옆의 차도는 차들이 잔뜩 세워져 있었다. 산행하는 사람들의 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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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길은 특별한 게 없고 온통 빽빽한 숲이었다. 나무들 덕분에 그늘이 많아서 좋았다.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던 옛날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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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2km 남짓한 거리 중에서 40% 정도를 간 지점인데.. 정자와 벤치와 테이블, 그리고 심지어 운동과 산림욕 시설까지 갖춰진 휴게소 같은 공터가 나왔다.
이런 곳에서 캠핑까지는 못 해도 2~3시간은 죽치고 앉아 있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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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또 산길이 쭉 이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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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상이 임박했는지 뻥 뚫린 천장, 아니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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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상이 등장했다. 웅장하기 그지없다~!
산 기슭의 각종 교육 시설들, 그리고 빽빽한 아파트들, 그리고 저 멀리 인천 공항 터미널까지.
이 맑고 더운 날씨에 안개가 있을 리는 없고..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안 좋은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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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끝의 저 다리는 인천대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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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퀘스트에는 이런 경치 보상이 있는가 보다.
아까 그 입산 지점에서 여기까지는 1시간까지는 절대 아니고 50분이면 충분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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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의 근처에는 저렇게 커다란 정자가 있고, 옛날 봉화대를 재현해 놓은 기념물이 있었다.
정자는 드러누워서 쉬기 딱 좋은 모양이었으며.. 옆에는 이렇게 정상 표지석도 놓여 있었다.
작지만 산으로서 정상에 있을 건 다 갖춰져 있으니 개인적으로도 인상이 참 좋게 느껴졌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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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를 지나서 동쪽으로 더 가면.. 요런 벤치와 평상이 나왔다. 여기나 저기나 나의 캠핑 본능을 자극하는 것 같다만.. ^^
내 취향을 저격했는지 "캠핑, 텐트, 취사 금지" 현수막이 주변에 걸려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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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패드가 요렇게 다른 공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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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건 헬리패드에서 저쪽을 내려다본 풍경..
원래 영종도에는 농촌· 어촌 마을 내지 자그마한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온통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올라가는 중이다.
나중엔 영종도가 중구에서 분리돼서 영종구 정도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이상이다. 본인은 이 이상은 더 진행하지 않고 돌아왔다. 하산은 왔던 길 재탕이기 때문에 사진을 생략하겠다.
백운산에서 약 2시간 반 동안 좋은 시간을 보냈다.
더위에 대비해서 물이나 수건이나 자외선 크림을 더 챙기고, 돗자리 같은 거라도 챙겼으면 산에서 더 오래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자연과 벗하는 일상이 틈틈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12 08:35 2024/05/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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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원 낭비

나는 어떤 리소스가 아무 하는 일 없이 쓸데없이 새어 나가고 낭비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
수도꼭지를 꽉 잠갔는데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거, 씻거나 설거지 하는 중에 틀어 놓은 수돗물이 잠시라도 그냥 무의미하게 하수구로 흘러가는 거,
냉장고 문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열린 거, 자동차 엔진의 장시간 공회전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쪽으로 좀 구두쇠 기질이 있다.

냉장고는 비어 있는 걸 추구한다. 특히 음식을 냉장고에 놔 두고는 잊어버리는 바람에 상해서 버리는 것은 극혐이다.
회사에서 퇴근하기 전에 내 컴터는 당연히 절전이나 최대 절전으로 해 놓는다. 주말· 공휴일 전날에 퇴근할 때는 완전히 끈다.

가게가 영업 중이라는 건 내부 조명과 간판 불빛으로 표시하면 되지, 감히 문을 열어 놓은 채로 에어컨을 튼다니.. 그건 열역학적으로 정말 개뻘짓이다.
운전하다가 횡단보도 신호 대기 정도 걸리면(30~40초) 기어를 N으로 바꾼다. 교차로 파란불 신호가 이제 막 끝나 버려서 2~3분쯤 기다려야 될 것 같으면 시동을 꺼 버린다. 그러니 나는 ISG 같은 장치도 엔진에 크게 무리 주는 게 아니면 선호한다.

이건 마치 엔진 실린더나 총기의 총열에 구멍이 뚫려서 연료나 화약의 폭발력이 밖으로 줄줄 새는 것과 같다. 아니면 농사를 짓는데 잡초들이 잔뜩 자라서 물과 비료를 잔뜩 줘도 그게 농작물이 아니라 잡초 쪽으로 줄줄 새는 것과 같다. 이런 건 난 눈 뜨고 못 봐 준다.

이런 기질이 있으니 자원이 아니라 세금이 줄줄 새는 것도 눈 뜨고 못 봐 준다.
살 뒤룩뒤룩 찐 거대한 정부나 보편적 복지 같은 것도 경계하게 된다. 내돈내산이 아니라 눈먼 남의 돈을 또 어중이떠중이 남에게 분배하는 일에 공무원들이 영혼을 담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산주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 성깔은 개인적인 코딩 스타일에도 반영돼 들어간다.
쓸데없이 동적 메모리 할당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조금이라도 CPU 사이클 줄이거나 지역변수 하나라도 없앨 수 없나..??
좋게 말하면 최적화 덕후이지만, 삐딱하게 보면 별 도움도 안 되는 어설픈 최적화나 잔뜩 하느라 작업 시간 더 잡아먹고, 코드를 더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솔직히 개인이나 한두 프로그램만의 문제를 떠나서 요즘 개인용 범용 컴터들은.. 운영체제의 덩치가 너무 비대해지고 쓸데없이 깔리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고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다. 아무리 메모리가 많아지고 싸졌더라도 말이다. 똑같은 일을 하는 데 낭비되는 컴퓨팅 파워가 이루 말도 못 할 지경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듦.. ㅡ,.ㅡ;;

다만, 세상 기계들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효율이 좋아진다. 그래서 인간이 저런 쪼잔한 강박관념을 조금은 덜 가져도 되는 쪽으로 바뀌어 가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가령, 요즘 보일러라든가 인버터 방식 에어컨은 어설프게 껐다 켜기를 반복할 바에야, 작은 출력으로 계속 켜 놓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건 마치..

  • 빨래나 설거지, 청소를 그때 그때 소량을 수시로 하는 게 낫냐.. 아니면 날 잡아서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게 더 낫냐..?
  • 자전거로 평지를 계속 달릴 때 작은 힘으로 페달을 계속 돌려 주는 거랑, 아예 페달에서 발을 떼고 쉬다가 일정 간격으로 힘 줘서 재가속을 하는 것 중 어느 게 덜 힘드냐?

와 비슷한 문제인데.. 기계들은 전자에 더 최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자동차들은 심한 기복 없이 D에서 악셀을 같은 강도로 '살포시' 꾸준히 누르고 있을 때 정말 최적의 성능과 연비가 나오도록 연료와 공기 분배 알고리즘이 맞춰져 있다. D+브레이크 정지쯤은 당연히 N과 동급으로 알아서 접수하고..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운전할 필요가 있다.

기계 장치라기보다 화학 장치에 가까운 배터리조차도 완충 완방 패러다임은 끝난 지 오래다. 찔끔찔끔 바로 충전하는 게 더 낫다.
정렬 알고리즘도 현실에서는 거의 정렬된 데이터를 다시 정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데이터의 상태에 민감한 알고리즘이 실용성이 더 높다. 그래서 퀵 정렬이 병합이나 힙 정렬보다 더 우위이며, 삽입 정렬도 O(n^2) 복잡도인 것치고는 실용성이 더 높다고 취급된다.;; 아이고 별 얘기가 다 나오네.

2. 인종 차별..??

아직 엄마하고 같이 여탕까지 들어갈 수 있는 영유아 꼬맹이라 해도 남자애는 머리 긴 예쁜 여자 알아볼 줄은 안다. 그건 본능이다.
그리고 어디 영어유치원에서는 시커먼 흑형이 싼타 분장 하고 들어오니까 무섭다고 겁내고 울더라. 이것도 본능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아들이 어디서 그런 외모지상주의(?)를 배웠겠는가 말이다.
인간의 본능을 차별이라고 프레임 씌우고 억지로 강제로 개조해 봐라, 그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ㄲㄲㄲㄲ

19세기 말엔 흑인은 진화가 덜 돼서 짐승과 인간의 중간쯤인 생물이라고 취급하더니만,
21세기 초엔 인어공주를 흑인 버전으로 만들겠다고 난리이고.. -_-;;;
인간들이 왜 이렇게 한쪽 극단으로만 치우치는 걸 좋아하나 모르겠다.
정치범들까지 누명 씌워서 사형 때리거나, 아니면 아예 피해자가 용서 안 하는 범죄자를 솜방망이 처벌해서 인권 유린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과 비슷하다.

3. 바보짓

  • 페북 등 SNS에서 활동 내역 없는 예쁜 여자 사칭 사진 유령 계정의 낚시질에 홀딱 넘어가서 보이스피싱인지 몸캠인지 당하고 코가 꿰인 사람
  • 대형 버스나 트럭을 몰고 신월 지하차도에 들어갔다가 천장에 차가 끼이는 대형 사고 친 사람

정상적인 분별력과 사고방식으로는 저런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존재 가능한지 모르는데, 저런 사례가 잊을 법하면 생기는 것 같다. =_=;;;;

고속도로에서 낮에 앞이 훤히 보이는데도 졸다가 공사· 사고 현장을 들이받는 거는.. 어처구니없지만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신월 지하차도에서 차가 끼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고문 표지판들을 무시해야 할까? -_-;;;;
이건 뭐 음주· 졸음운전도 아니고, 초행길에 "내비가 저리로 안내해서"라는 가능성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 내비는 안내 대상인 차량의 차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는 모르고 동작하는 건가 싶다.

그리고 광우뻥으로도 모자라서 싸드 괴담, 또 뭐지? 끊임없이 선동에 낚여 주는 사람도. 한 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은 바보, 세 번은 공범이지 싶다.

4. 그 밖에

몇몇은 내 블로그 대문에 걸려 있기도 했었다.

  • 난방이란 씻을 물을 데우라고 있는 시설이다. 공기나 방바닥을 데우는 용도가 절대 아니다.
  • 그런즉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을진대,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다.
  • 철도를 명절에만 생각나는 여러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역사· 종교 분야의 내 개똥철학은 이미 여러 번 글을 통해 밝힌 바 있었을 것이다.

  • 우리나라가 깨끗한 독립운동가 기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 부역자 군경 간부를 재활용했던 것은 옛날에 Windows 95가 분명 32비트 운영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16비트 코드를 재활용했던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 예수 믿어서 한번 받은 구원, 한번 바뀐 신분이 영원한 것은 한번 남한 들어온 탈북자가 이제 어떤 짓을 해도 북으로 재북송은 절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죄 지어도 남한 교도소에 갇히고 남한 사형장에 갈 뿐이다. 그게 정상이다.

관심분야 별로 내가 꽂힌 이유

  • 한글: 그 모양. 창제 동기와 시기. 한글도 알파벳과 같은 수준의 기계화 가능하고 빠르게 잘 칠 수 있다. 오덕질 가능하다. 한글 입력 오토마타를 단순히 오버헤드 부담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컴퓨터: 디지털이다. 입출력되는 모든 정보를 최소한의 0 1  단위로 기계가 다 파악하고 있다. 이걸로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고 나만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
  • 철도: Looking for you 음악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 지리
  • 호박: 잎과 덩굴과 열매가 너무 예쁘고 경이로워서. 청각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 멧돼지: 역시 크고 시커먼 게 귀여워서

Posted by 사무엘

2024/05/09 08:35 2024/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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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덕질 근황

2024년이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
본인은 늘 해 오던 것처럼 직장을 잘 다니고 있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을 틈틈이 개발하고 있다.
교회 생활이랑 멧돼지 호박 덕질도 변함없고... 그러던 와중에 올해 초에는 예쁘고 착한 여친을 사귀기 시작했다.
나이 40을 넘겨서도 20대 같은 연애가 가능하다는 게 참 신기하다.;; 한편으로 결혼을 위해서 앞으로 집은 어찌 하고 살림을 어떻게 합칠지~~ 이것저것 고민도 많다.

오늘은 오랜만에 호박 덕질 근황을 좀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다.

1. 먹은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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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초에 옥상에서 땄던 그 500그램짜리 꼬마 호박. (직접 씨 뿌리고 키우고, 내 손으로 직접 암꽃에다 꽃가루 묻혀 줘서 만든 열매 ^^)
그리고 작년 11월 초에 길거리에서 샀던 큼직한 풋호박. (설익은 놈이어서 저 크기가 만 원도 안 했었음)
둘 다 처음엔 짙은 초록색이었는데.. 3개월이 넘는 숙성 기간 동안 다들 정말 많이 누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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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같아서는 이 아이들을 천 년 만 년 놔두고 싶다. 하지만 이젠 보내 줄 때가 됐다고 여겨진바, 지난 2월 중순쯤에 드디어 같이 도축해서 죽을 쑤어 먹었다.
죽의 색깔이 주황보다는 노랑에 더 가깝다. 뭐, 상태 좋고 달콤하고 맛있더라. 여친과 데이트 때도 가져가서 같이 나눠 먹었다.

2. 시장에서 본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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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사이에 가락시장에서 본 귀여운 아이들이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큰 호박은 거의 처음 본 거 같은데..
아~ 크기 비교를 쉽게 할 수 있게 내 호박 쿠션을 위에다 올려 놓고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그리하지 못한 건 실수다.;;;
한 덩이 사고 싶었지만 정작 이 호박을 쌓아 놓은 상점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늙은호박은 주로 어디서 재배돼서 어떻게 유통되고 주로 어디로 팔려 나가서 소비되는지 개인적으로 참 궁금하다.
늙은호박은 애호박이나 단호박 정도로 end-user 지향적인 제품은 아니니 말이다.
상표가 부착되는 것도 없고, 가격도 그냥 상인이 부르는 게 값인 거 같고.. 농민들이 이익을 제대로 남기기는 하는지.. 궁금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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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요건 본인이 2024년 2월 현재 집에서 보유하고 있는 관상용· 식용 겸용 호박이다. 다들 가락시장에서 샀다. 올해 3~4월 사이에 죽을 쒀서 먹을 것이다.

3. 키우는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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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동안 집에서는 이런 걸 키워 놓고 구경했다.
호박은 싹이 나고 어느 순간까지는 길쭉하게 자라고 미친 듯이 꽃도 피우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갑자기 탈진한 듯 기력이 다하고 잎이 폭삭 시들고 죽곤 했다.

에구, 추위를 피하게 해 준답시고 무작정 실내에서만 키우는 것만이 답이 아닌 듯.. 그래도 몇 년 전에는 실내에서도 암꽃이 피고 나름 큼직한 열매까지도 구경했는데 말이다.
이제 한두 달 뒤면 호박을 밖에서 키울 수 있게 될 테니, 이걸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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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자에다가는 올해 초 1월쯤부터 호박씨를 10여 개 파묻어 봤다. 그런데 1주, 2주를 넘어서 1달 가까이 지나도록 싹이 안 나서 본인은 씨를 곳곳에다 더 심었는데..
이게 웬걸, 2월 중순쯤부터 하나 둘 싹이 나더니 3월 초에는 대부분의 씨앗에서 싹이 몽땅  돋아서 화분이 저렇게 콩나물시루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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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를 앞으로 어찌 다뤄야 할지 난감하다.. ^^
참고로 별도의 종자를 구매하는 건 아니다. 모든 호박씨는 그냥 죽 쒀 먹고 남은 늙은호박 안에 있던 씨들이다.

4. 호박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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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짜잔~~
생일 선물로 여친에게서 호박 쿠션을 받았다. ^^
원래 내 꺼보다 더 크고 더 포동포동 토실토실 푹신한 아이.
이런 착한 여친을 둔 나라는 사람, 억만장자가 안 부럽다!!

늙은호박은 둥글고 납작하고 쭈글쭈글하고 귀엽다!! 호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열매'를 맺는 식물이다. 가장 큰 잎이나 가장 큰 덩굴이 아니라 가장 큰 열매.
우리 모두 귀여운 호박 많이 가꾸고 맛있는 호박 많이 먹도록 하자~~ ^^

Posted by 사무엘

2024/03/07 19:35 2024/03/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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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1. 볼링 기계

이 사진은 1910년 4월경에 뉴욕 모처의 한 볼링장의 내부 모습이다. 제법 유명한 장면이기 때문에 조금만 검색하면 금세 잔뜩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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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울나라가 일제 식민지가 되던 타이밍 때 볼링장이란 게 있었던 나라도 흔치 않기는 하다. 그런데 그땐 볼링장에서 핀을 다시 세워 놓는 걸.. 알바생들이 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와 진짜 쌈박하다 ㄷㄷㄷㄷㄷ 시내버스 안내양은 저리 가라이군..
이 알바생들은 볼보이도, 비보이도 아니고 핀 보이라고 불렸다. 딱 봐도 얼굴이 앳돼 보이네 ㅠㅠㅠㅠㅠ

공 회수와 핀 세팅을 다 자동으로 해 주는 첨단 기계는 1950년대가 돼서야 발명됐다고 한다.
요즘 기계처럼 넘어진 핀 개수를 세고 점수 계산까지 다 해 주는 장치는 아마 더 나중에 발명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음악계에서 넘순이 넘돌이(page turner)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악보 넘겨 주는 사람.
그런데 이건 아무나 할 수 있지 않고.. 악보를 어느 정도 읽으면서 언제쯤 페이지를 넘겨야 할지 알아야 할 수 있다. 그러니 넘돌(순)이들도 음악 전공자에 심지어 연주자의 후배, 부사수, 심지어 제자인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전자 악보의 등장 덕분에 넘돌(순)이의 필요가 많이 없어졌다.

2. 2020년대에도 현역인 현대 올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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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2021년 설 때 고향에서, 그리고 2022년 10월경에 서울 시내에서 목격한 포니 2 픽업트럭이다.
포니는 후륜구동에, 카뷰레터 밥통에다 초크 밸브까지 달려 있는 완전 옛날 석기 시대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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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에 서울 시내에서 목격한 엑셀 1세대 GLSi (뉴 엑셀이 아니라~!! ㄷㄷㄷ)
그런데 이런 올드카에 어떻게 초보운전 딱지가 붙어 있을 수 있는지 더욱 의문이다. 자녀가 부모 차량을 물려받는 상황 정도는 돼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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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22년 10월 초에 강변북로에서 목격한 각그랜저 V6 3000cc.. 차주가 나름 애착을 갖고 차를 잘 관리했는가 보다.
5~6년쯤 전이었나?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었는지.. 각그랜저가 교차로에서 다른 차와 충돌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각그랜저는 잘못 없고 피해자로 말이다.

이제는 수리 받기도 극도로 힘든 희귀한 올드카가 됐을 텐데 각그랜저 차주가 당시에 굉장히 억울했을 것 같다.
그라나다를 아직 끌고 다니는 차주도 있다고 TV에 나왔었는데.. 그 사람은 각그랜저보다도 더한 고인물이다.

지금이야 평범한 공돌이 직장인인 내가 끌고 다니는 국산 양산차가..
1990년대 금수저의 상징이었을 각그랜저 V6 순정보다 엔진 출력 더 강하고, 더 효율 좋고, 더 친환경적이고, 편의 시설이 더 많다.

그 시절에야 그랜저에다 창작하던 모토롤라 카폰이 완전 부자용 돈지랄 사치품 그 자체였겠지만.. 그래 봤자 한낱 카폰이 갤럭시 S2x니 아이폰 1x보다 더 뛰어난 물건이겠는가?
어찌 보면 지금 서민들이 옛날에 문자적으로 금수저를 갖고 놀았던 솔로몬 왕도 못 가졌던 것들을 당연하게 갖고 누리는 셈이다.

3. 페르시아, 이집트

1990년대 초(1990~92)엔 매체에서 ‘고대 페르시아’가 떴었다. (혹은 그에 준하는 아랍/이슬람 문화권)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그리고 월트 디즈니 알라딘.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 게임과 만화영화 말고 술탄이나 쟈파 같은 이름을 접한 곳이 없었다. 전자에서는 쟈파를 Jaffar이라고 표기했는데, 후자에서는 F가 하나 생략돼서 Jafar가 됐을 뿐.

알라딘은 아라비안 나이트에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원래 의외로 중국이 배경이다!! 그렇게도 국뽕에 쩔어서 뭐든지 중국산으로 둔갑시키질 좋아하는 그 나라에서 알라딘에 대해서는 뭐라 할 생각을 안 했나 모르겠다.
디즈니의 제작자들은 알라딘을 만들면서 세계관을 쿨하게 통째로 아랍권으로 바꿨다.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영향을 받아서 그랬던 건지 궁금해진다.

그 다음으로 1990년대 말(98~2000), 세기말엔 매체에서 ‘고대 이집트’ 코드가 이례적으로 떴었다.
툼 레이더 4 게임, 영화 미이라 시리즈, 만화영화 이집트의 왕자, 심지어 국내 가수 중에서도 이 정현 2집 ‘너’
내가 그 당시 학창 시절에 이런 트렌드를 느꼈을 정도였다.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이건 이슬람이라는 게 없던 시절, 한참 옛날 이집트이다. 바빌론에다가 비유하자면 이집트는 고대 바빌론이고, 페르시아는 후기 바빌론 정도에 대응할 것이다.
성경에서 페르시아는 유대인들의 바빌론 포로기 때 에스라, 에스더, 느헤미야, 다니엘.. 이런 책에서나 언급된다.
그러나 이집트는 그야말로 창세기부터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두루 언급된다. 출애굽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예수님의 아기 시절 피신 장소도 이집트이다.

아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저것들보다 훨씬 전.. 무려 1953~54년경에 ‘페르샤 왕자’라는 트로트 노래가 있었다~!!! ㄷㄷㄷㄷㄷ “별을 보고 점을 치는 페르샤 왕자 ... 아라비아 공주는 꿈속의 공주” =_=;;; 시대를 얼마를 앞선 거냐..
저 동네를 배경으로 저런 로맨스가 완전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던 것 같다.

4. 마이클 잭슨 음반

나 중딩 시절.. Windows 3.1에서 95로 넘어가고 컴퓨터에 씨디롬이라는 게 장착되어서 2배속 4배속 이러던 시절 말이다.
그때 컴퓨터의 씨디롬 드라이브라는 건 컴퓨터와 완전 별개로 돌아가는 CD player의 상위 호환이었다.

드라이브에는 eject뿐만 아니라 play 버튼도 있었다. 오디오 씨디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지금 컴퓨터의 CPU나 I/O와는 완전히 별개로 오디오 씨디가 재생되어 흘러나왔다.
그 시절엔 CD 한 장에다가 프로그램은 거의 70~100MB 용량만 넣고, 나머지 40분 남짓한 공간에다가는 오디오 CD 트랙을 넣은 하이브리드 매체도 있었다. 게임이라면 자기네 게임 BGM을 그렇게 넣곤 했다.

참 재미있던 나날이었는데..
그때 내가 선물을 받았는지 누가 언제 어디서 득템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만.. 집에 웬 마이클 잭슨 best of best 컬렉션 음반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거기 있던 노래들이 1980년대에 세계를 뒤흔들었던 그렇게도 명곡들이었구만. 그때 들었던 곡을 거의 25년 만에 다시 들어 봤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 thriller는 마이클 잭슨 판 "오페라의 유령"인 거 같고.. ㅋㅋㅋㅋㅋ
  • the girl is mine은.. 맨날 '똥꼬 똥꼬' 하던 게 doggone이었구나. 우리말 '씨X'에 가까운 어감으로 그닥 품위 있는 어휘는 아니다. -_-;; bullshit이나 goddamn은 영화에서 많이 봤지만 doggone은 저 노래 이외에서는 한 번도 접한 적 없다.
  • beat it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얼추 let it go에 필적하는 어감의 떠나라, 때려쳐라, 잊어버려라 이런 뜻인 거 같다.
  • 중간에 "if they say why? why?"가 반복되던 이상한 노래는 제목이 human nature이었다.

내가 we are the world라고 생각하고 있던 노래는 heal the world이었구나.
여러 가수들이 한꺼번에 출현해서 인류화합 건전가요 풍의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는 게 we are the world가 원조였다고 한다. 부라보콘 쌍팔년도 CF 중에도 딱 저 컨셉인 게 있었다~!!

그런 리즈 시절이 지나고.. 마이클 잭슨은 무리해서 얼굴 피부색을 허옇게 바꾸느라 후유증을 겪은 거 같기도 하고, 막 좋은 소식이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09년 6월경,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용인 고속도로와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뚫리던 시절에 그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내가 대중음악 쪽은 거의 알못인 관계로 저 사람이 록커였는지.. 문워크는 무슨 퍼포먼스인지, 저 사람이 개척한 장르가 정확하게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2020년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도 저 사람은 말년에 자기 관리 못 해서 몰락한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고 평가되는 것 같다.

딱 1980년대에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이 저 아저씨를 모티브로 딴 캐릭터였을 테고, 둘리한테 호이 호이 초능력 설정이 들어간 건 딱 그 시절 유행하던 '유리 겔라' 아저씨 영향을 받은 걸 테고.. 1980년대 감성 돋는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2/01 08:35 2024/0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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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연초 근황

2024년 새해가 그새 1주일이 넘게 지났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어째 새해 첫날부터 큰 지진이 나서 국가 재난 수준의 피해를 입었고, 다음날엔 비행기끼리 충돌 사고가 났다. 거 참 잔혹한 2024년 스타트인 듯...

본인은 공교롭게도 작년 11월 8일, 12월 9일에 이어 1월 10일.. 아주 비슷한 간격으로 호박 얘기 근황 얘기를 늘어놓게 됐다. 일부러 날짜를 맞춘 건 아닌데 말이다.
사실, 요 며칠 전엔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오랜만에 새 버전(10.65)이 완성돼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거 소개하는 글은 미리 써 놓은 딴 글과 순서가 좀 꼬이는 바람에 블로그에 곧바로 등록되지 못했다. 프로그램 얘기는 지금 이 근황글의 바로 다음에 올라올 예정이다.  ㄲㄲㄲㄲ

1. 캠핑

뭐니뭐니해도 겨울은 캠핑의 계절이다. 그리고 지난 2023년은 모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이뤄져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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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아무 징조가 없었고 새벽 2~3시까지도 눈· 비가 내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함박눈이 펑펑 내려 있었다. 쌓인 눈 때문에 텐트 천장이 아래로 짓눌렸을 정도였다. 세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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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는 특별히 동네 뒷산 언덕 위에서 맞이했다.
캠핑을 하다 보면 난 텐트 안에서 멀쩡히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맞이했는데
노트북은 똑같이 침낭과 담요로 감쌌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가 기절해서 새벽에 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5도를 못 버티는구나. ㅠㅠ 실내로 이송해서 콘센트 꽂아서 CPR 하면 살아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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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일 최근엔 날개셋 새 버전 완성과 밤 최저 기온 -10도를 기념해서 또 캠핑을 했다.
충분히 무장을 하니 발가락조차 시리지 않고 정말 따뜻하고 좋았다. 아 좋다좋다좋다좋다!!!
대자연이 밤에 내 입을 돌아가게 만들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본인은 텐트 안에서 왜 불을 피우고 자다가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성경 왕상 1:1이 떠오른다. 다윗 왕이 많이 늙고 나니 이불 덮어도 온기가 생기지 않더라..
난 정반대인데. 담요 침낭 패딩 뒤집어쓰고 나면 -15도에서도 1분 안에 열기가 가득 차서 그 상태로 잠도 자는데.
물론 나도 평생 영원히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나이가 6 70 넘어서 열기가 예전 같지 않게 되고 심지어 없어지는 때가 온다면.. 본인 역시 저 말씀을 생각하면서 현타를 느낄 것 같다. ^^

2. 실내에서 키우는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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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는 호박을 밖에서 키우기가 곤란해진 관계로, 아직 상태가 좋은 덩굴 두세 포기를 공간이 허용하는 한계까지 집 창가로 옮겨서 계속 키워 봤다.
따뜻한 곳에서 며칠 놔둬 보니 얘들도 고마운지 한동안은 무럭무럭 잘 자라면서 줄기를 더 길게 뻗고, 꽃도 몇 송이 피웠다. 그걸 보는 나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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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슬로건이 있었고,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속담이 있었다.
이걸 내 식대로 재해석하면 "겨울에 호박은 실내로, 사람은 산으로"가 될 것 같다. (산 또는 강, 텐트, 야외 등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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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압권은 지난 12월 20일쯤이었다. 한 줄기에서 꽃이 2송이나 나란히 폈다. ^^
이렇게 아침에 핀 호박꽃은 그대로 두면 보통은 당일 오후에 지고 시들어 버린다. 하지만 꺾어서 따로 밀봉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꽃 형체가 2~3일 정도는 더 유지된다. 내 경험상, 주변 기온이 낮으면 꽃이 시드는 속도도 느려지더라.

이렇게 11~12월에 집에서 호박을 구경하니 좋긴 했지만.. 실내는 물과 기온을 제외한 다른 환경 여건들이 야외보다 열악했던 것 같다. 특히 빛과 통풍 말이다.
애들이 한동안 꽃을 여럿 피우고 새순도 뻗어나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몸집이 커지지 않고 꽃도 피지 않고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

어떤 애는 잎에 흰가루병이 온통 도지고, 어떤 아이는 시꺼먼 진딧물이 퍼지면서 죽었다. 약을 치고 시꺼먼 점을 보이는 족족 제거해도 잎이 다 시들고 빠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ㅠㅠㅠ 잎이 다 시들어 빠져 버린 덩굴은 사망 판정을 받고 아쉽지만 제거됐다.

씨방 달린 암꽃도 11월과 12월 중순까지 덩굴 3개로부터 총 10개 가까이는 봤지만.. 단 하나도 암꽃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대로 시들어 떨어졌다.
에휴~ 겨울에 호박의 생존을 넘어 열매까지 구경하는 건 무리이군. 뭐가 부족했던 건지..

11월에 바로 얼어죽었을 아이들 수명을 40~50일 정도 늘려 준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현재는 덩굴 딱 한 곳에서 새순이 하나 돋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다. 얘라도 부디 잘 자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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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호박이 있던 빈 자리에다가는 다른 호박씨를 심었다. 씨야 늙은 호박을 하나 도축할 때마다 수백 개씩 얻으니 넘쳐난다.
내 경험상, 씨를 흙에다 파묻고 나서 1주일로는 부족하고 거의 10일에서 2주는 지나야 싹이 올라오는 것 같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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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지 않은가? ^^ 호박 싹에 붙어 있는 씨앗 껍데기는 마치 탯줄 같다. 싹이 돋고 나서 1단계에서 4단계까지 되는 데 10일 정도 걸렸다.
2m가 넘게 길게 뻗은 호박 덩굴도 처음에는 다 저런 상태에서 시작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3. 호박 열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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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근황에서 누렇게 변해 간다고 자랑했던 그 500g짜리 미니 호박 말이다. 9월에 수분시켜서 10월 초에 딴 것을 방치하자 11월 하순쯤부터 색깔이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2월 중순쯤엔 완전히 주황 내지 황토색으로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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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지난 11월에 밖에서 사 왔던 시퍼런 호박도 두 달을 넘게 놔두자 꼭지 주변이 이렇게 변했다. 더 오래 놔두면 이 아이 역시 누렇게 늙은 호박으로 바뀔 것 같다.
얘들은 조만간 쪼개서 먹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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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본인이 지난 12월 사이에 사 먹은 호박들이다. 도축돼서 죽으로 바뀌었고 본인의 배 속에 들어갔다.
내 경험상 늙은 호박은 품질이 생각보다 복불복이다. 겉은 지저분해 보여도 내부는 아주 선명한 주황색이고, 축축하지만 싹이 터 버린 씨가 거의 없고 과육이 유난히 달고 맛있는 아이가 있다.
그 반대인 아이도 있고.. 그걸 구매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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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년 12월 초쯤이었나, 길 가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풍경이다.
채소 트럭을 세워 놓고 장사하던 어떤 아저씨가 주변에다가 늙은 호박들을 쌓아서 저렇게 탑을 만들어 놓으셨다. 우와~~~ +_+ 아름답지 않은가?
호박 한 덩이 사고 싶었는데.. 그 당시 본인이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저기가 집 근처도 아니고, 볼일 보러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던..)

늙은 호박은 도시의 엔드 유저가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동네 채소 가게/소매점 수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딱 10~12월 사이뿐인 것 같다. 애호박이나 단호박은 1년 내내 구경 가능한 반면, 늙은 호박은 그렇지 않다.

이상이다.
본인은 컴퓨터도 좋고 철도도 좋고 한글 연구도 좋지만.. 2020년대부터는 특별히 자연의 정취에 푹 빠졌다. 특히 멧돼지와 호박에 제대로 꽂혔다. 현실에서 멧돼지는 라이브로 보는 게 곤란하니 호박이라도 대신..;;

호박은 크고 납작하고 쭈글쭈글하면서 누렇게 늙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다른 채소· 과일과는 차원이 다른 매력이 있다. 세상의 어느 채소가 호박과 같겠나? 그것도 몰래 숨어서 스텔스 모드로 자라다가 뒤늦게 보물 캐듯이 열매가 발견되는 도박 같은 면모도 있다.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ㅠㅠㅠㅠ

어디 열매뿐이겠는가? 털 돋은 꼬불꼬불 덩굴, 허연 힘줄이 난 잎, 노랗게 핀 꽃까지.. 생긴 게 그냥 다 예뻐 죽겠다.
시골에서 땅 사고 밭 일궈서 호박을 원없이 키워 보고 싶다~~ ^^ 호박은 한해살이이긴 한데, 24시간 365일 내내 빛과 물과 온도와 공기와 비료를 최적으로 공급해 주면 한없이 살까, 아니면 그래도 꽃 한번 잔뜩 폈다가 스스로 시들어 죽을까? 그것도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

뭐 그렇다고 내가 본업을 다 내팽개친 건 아니고.. 2024년엔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11.0까지 갔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타자연습도 업데이트 계획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10 19:35 2024/01/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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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 시절 회상

1. 노래

옛날에 들었던 노래 중에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듀엣을 하면서 "뚜비뚜바~~ 쑥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죠" 이런 가사가 있는 게 있었다. (보통은 저 상황에서 쑥떡이 아니라 개떡이라고 말하지..?? ㅋㅋㅋㅋㅋㅋ)

아하.. 이 정도면 가사 검색만 해도 무슨 노래인지 당연히 바로 알 수 있다.
이걸 불렀던 가수(김 국환)가 더 옛날에 뭔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지나"...;; 도 불렀었구나..
같은 가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아울러, "자 남편들도 빨래를 하자"는 저 노래의 2절 가사가 아니라..
유 인촌 나오는 옛날 대우 전자 세탁기 광고에 등장하는 패러디 가사였다. 저 노래를 개사해서.. 아놔 ㅍㅎㅎㅎㅎㅎㅎㅎ

이거 다음으로,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는 타타타(1991)라는 노래의 가사인데, 이것도 저 가수가 불렀다.;;

왕년에 "이것이 미국 영어다" 책을 썼던 재미 교포 작가 조 화유 씨가 이 가사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자기 책에서도 언급했고, 나중에는 Life is worth living. Isn't that a good deal? Naked you come, clothed you go. 라고 영작 관용구를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다.

타타타도 있고 차차차도 있구나.. 그것도 공교롭게도 1990~91인가 비슷한 시기에. ㄲㄲㄲㄲ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는 설운도의 노래이다.
그리고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_=라는 팩트폭격성 노래도 있었는데.. 이건 다른 가수의 작품이다.

"아빠와 뚜비뚜바"뿐만 아니라 피노키오, 아빠의 크레파스, 파란 나라, 아에이오우, 담다디, 어른들은 몰라요..;;
특이한 의성· 의태어라든가, 어른과 애가 같이 부르는 노래, 성인용 동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요즘은 찾기 힘든 쌍팔년도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절이야.. 신토불이니, 민족주의, 순우리말 살려 쓰기 이런 성향도 더 강했다.
농산물이고 영화고 시장 개방했다가는 다 망할 것 같던 시절이었고 한국어는 수십 년 이내의 소멸 위기 언어이고,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었으니까. -_-;;

대학교에 아직 한총련이란 게 있고 반외세 NL 데모 운동권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_-;;
오죽했으면 그때 아래아한글 1.5x에는 백 기완 지은 장산곶 매 이야기.. 이런 게 예제 문서로 실려 있었다~!
개발자들이 그런 거 영향을 많이 받고 감명깊었으니까 예제로도 실은 게 아니겠나..? 공 병우 박사한테서 세벌식 영향만 받은 게 아니었다.

그거 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백 기완이라는 사람이 1992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니.. 개인적으로, 초딩 꼬마 시절에도 굉장히 충격적으로 느껴졌었다.

2. 과학 낭설들

(1) 바이오 리듬
신체 감성 지성이던가..?? 아날로그 시계 그리기와 더불어 삼각함수를 사용하는 굉장히 괜찮은 프로그래밍 주제였다. 지금이 태어난 지 총 며칠이 경과한지를 계산해야 하니 달력 같은 날짜 계산도 필요하고.. 한때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심심풀이 땅콩 액세서리 차원에서 제공해 주곤 했다. 계산기, 달력이나 테트리스/지뢰찾기 게임처럼 말이다.
지금이야 유행 지나고 약발이 다했으니 잊혀지고 사라졌을 뿐.. 이게 진짜 유의미하고 유용한 정보라면 스마트폰 앱으로도 당연히 인기폭발로 현역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2) MBTI
매사 즉흥적으로 사는가, 계획적으로 사는가.. 이런 거 답한 대로 당신은 문과 성향이다 이과 성향이다, 감성파다 이성파다, 권장되는 직업 업종은 무엇이라고 알려주는 건데.. 뭐가 그리도 대단하고 절대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전 인구의 1%, 2~3%만이 이 성향이라는 말도 액면만치 대단한 얘기는 아닌 게.. 100%라는 비율을 전체 판정 개수인 16으로 균등하게 나누기만 해도 이미 6%대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난 30년쯤 전에.. 완성형도 아닌 조합형 한글 코드 기반으로 텍스트 모드에서 동작하는 도스용 MBTI 판정 프로그램을 써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얘는 어째 2020년대 오늘날까지도 현역이네??? 구직 이력서에다가 자기 MBTI 판정을 쓰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고.. 그동안 이쪽 알고리즘이 더 개선된 게 있는지 모르겠다. =_=;;

(3) 혀의 부위별 미각 영역 구분
수많은 아동용 과학 서적에서 다뤄졌던 내용이지만 이제는 폐기됐다. 이 학설을 최초로 발견하고 퍼뜨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힘을 오래 썼을 때 발생하는 근육통의 원인도 굉장히 오랫동안 젖산이라고 알려졌다가 21세기가 돼서야 폐기..

(4) 혈액형별 성격 구분
뜨앗..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ㄲㄲㄲㄲㄲㄲㄲ

3. 화장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에는 각종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고 공중 도덕이나 국민 의식 수준도 정말 미개했다.
그 당시 TV 뉴스를 보면 '카메라 출동' 같은 시사 고발 코너가 있었는데, 이런 것만 쭉 보면 우리나라는 이거 뭐 꿈도 희망도 답도 없고 그냥 망할 것만 같았다.

사회 어디를 들춰도 법과 원칙이 안 통하고 편법과 부정부패가 넘쳐나고, '안 되는 건' 인맥과 연줄을 이용하거나 뇌물을 찔러 넣으면 얼마든지 되게 만들 수 있고.. 지방 양아치 조폭과 인신매매단이 횡행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갖고 장난하는 색기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학교에는 촌지 안 바치면 애들한테 비열하게 해코지 하는 쓰레기 선생들이 우글거리고.. 시화호나 태화강은 다 오염돼서 시커멓게 썩어 가고..

참고로 이건 정치적으로 민주화됐는지, 일제 식민지 군사 문화를 청산했는지의 여부하고는 거의 무관한 관행이었다.
그러던 게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정말 많이 시정되고 개선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때에 비해서는 아주 살기 좋아졌다.

사회 인프라도 좋아지고, 전반적인 국민성과 준법의식, 국제 매너도 개선되었다. 중국을 보고는 쌍팔년도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자격 정도는 갖춰졌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 글에서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는 공중 화장실 하나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2000년대쯤부터는 우리나라도 전국 어디의 터미널, 철도역 등을 가도 화장실이 무료인 주제에 워낙 깨끗해서 외국인들이 감탄하고 칭찬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절대 아니었다.
쌍팔년도 시절엔 공중 화장실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악취 진동 쓰레기 천지에 엉망진창이고 화장지도 없고.. 정말 개판오분전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적이 있었던 거 기억나시는가?

이런 시국에 칼을 빼든 사람은.. 바로 1995년부터 2002년 거의 월드컵 직전까지 수원 시장을 역임했던(22~23대) '심 재덕'이라는 분이었다.
이 사람은 아예 외국에서도 Mr. Toilet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그야말로 화장실 덕후였다. 자기 관할인 수원시는 말할 것도 없고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 등 전국의 공중 변소들을 자기가 총대 메고 깨끗한 곳으로 환골탈태시켰다. 아예 한국/세계 화장실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긴, 구한말 때는 개화파 등 일부 선각자들이 한양 시내를 굴러다니는 똥들을 어서 치우고 상하수도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야 된다고 한탄했는데.. 거의 100년 뒤에는 저렇게 공중 위생 분야의 선각자가 나타난 셈이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는 자기 땅의 자기 집을 허물고 거기에다가 변기 모양의 건물을 대신 올려서 '화장실 박물관..', 아니, 수원 화장실 문화 전시관을 만들었다.

이분은 화장실 말고도 재임 기간 동안에 수원 화성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적극적으로 등재시켰고, 삼성 후원빨을 얹어서 수원 월드컵 경기장도 건설했다.
서울 근처 광명에서는 '양 기대'라는 시장이 한때 광명 동굴을 개척하고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광명에다 유치하는 큰일을 해냈는데.. 만만찮게 훌륭한 시장이 수원에도 있었던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2 08:35 2023/12/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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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호박 근황

11월부터 올해 말까지 본인의 호박 덕질 근황은 이러하다.

1. 키우는 호박

날씨가 추워지자 호박들은 생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기세가 약해졌다. 당장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한때 정말 긴 덩굴에 커다란 잎들을 자랑하던 아이들도 잎들이 갈수록 생기를 잃고 시들었으며, 줄기 하나가 통째로 힘 빠지고 시들어 죽기도 했다.
가끔 새순이 돋고 꽃이 피기도 하지만 정말 자그마한 모습에 애처로운 상태인 게 느껴졌다. 여름· 가을에는 좀체 볼 일이 없던 흰가루 누런가루 병충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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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호박이 멀쩡히 잘 지내고 있다가 기온이 갑자기 0도 부근까지 뚝 떨어지는 기습 추위를 당해서 급사하는 걸 보곤 했다. 시기는 10월 말~11월 초 쯤..
생생하던 잎들이 자고 일어나니 시커멓게 멍들고 물러지고 싹 죽어 버리니 본인으로서는 참 가슴 아팠다. =_=;;
하지만 이번엔 그런 치명타 추위가 찾아오기 전부터 호박이 알아서 쪼그라들고 잎이 시들고 숭숭 빠졌다. 그러니 호박이 병사나 자연사를 하지, 돌연사 급사한다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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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상자에서 키우던 호박은 밤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갈 때쯤부터 실내로 옮겼다.
그렇게 놔 두고 시간이 흐르니 이 아이는 다행히 잘 회생해서 새순이 길게 돋고 있다. 꽃도 종종 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암꽃은 씨방을 만들려다가 만 것만 몇 차례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핀 적이 없다.

2. 밖에서의 마지막 꽃, 마지막 열매

화분 상자 호박은 일부를 대피시키기라도 했지만 강변에서 무단 경작 중이던 아이들은 11월 중순 주말의 초겨울 한파와 함께 종말을 맞이했다. 향년 100일 정도 됐을까?
얘들은 잎이 다 시들어 떨어지고 앙상해진 와중에도 번식이라도 하려고 필사적으로 꽃을 피웠다. 아지트에 갈 때마다 어디에든 꽃이 안 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종말 이후에 다시 찾아가 보니 호박의 흔적은 깔끔하게 삭제되고 없었다.;; 꽃이 하나도 없는 풍경을 보니 현타가 왔다.

호박은 물론이고, 끈질긴 앙숙 겐세이 라이벌(?)이던 환삼덩굴까지 모조리 시들고 죽어 없어졌다. 잡초 특유의 미친 번식력과 성장 속도도 강추위 앞에서는 장사 없구나.
하긴, 얘들도 이미 1~2주 전부터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앙상해지고.. 예전처럼 힘들게 뽑고 자를 필요가 없어지는 징후 변화가 있긴 했다.

물론 잡초들은 자기는 죽어도 이미 씨를 주변에 수없이 많이 퍼뜨린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듬해에 날씨가 따뜻해지기만 하면 후세가 어김없이 또 돋아날 것이다.
지난 여름에 여기가 물에 잠겨서 온통 진흙탕이 되고 내 호박은 거의 다 익사해 버렸을 때 말이다. 환삼덩굴은 그래도 뭐 2~3일이 채 지나기 전에 곧바로 시퍼렇게 파릇파릇 싹이 저절로 났다. 그걸 보고 개인적으로 경악했었다.

호박은 매번 새로 씨 뿌리고 가꿔야 하는데.. 그나마 농작물 중에서 손 덜 가고 알아서 잘 자라는 축에 드는 호박조차 그러한데.. 잡초는 씨가 무슨 쌀알 모래알 깨알이냐..?? =_=;;
잡초와 해충을 생각하면 생명 자연발생설이 진지하게 믿어질 지경이다.

근데, 호박 몸체가 사라지자.. 뜻밖의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웬 귤 정도 크기의 열매가 저렇게..;; 정말 상상도 못 했다.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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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이 늦었는지, 줄기고 열매고 다 누렇게 죽어가고 있었고, 열매는 만져보니 물렁물렁했다. 날씨가 따뜻했으면 얼마나 더 크게 잘 자랐을까??
그래도 썰어 보니 막 상하고 썩었거나 못 먹을 상태는 아니었다. 썰어서 라면에다 넣어서 냉큼 먹어치웠다.

그로부터 엿새 뒤엔 진짜 아무 기대도 안 하고 현장을 다시 찾아갔는데.. 그야말로 돌아온 탕자요, 삼풍 백화점 마지막 생존자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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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대체 어디서 언제 그렇게 늠름하게 자랐냐.. 어째 지금까지 눈에 안 띄고 잘 짱박혀 있었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줄기에 멀쩡히 붙어 있었다. 외부에서 굴러온 게 아님)
엿새 전에 먼저 발견됐던 놈보다 더 크고 상태도 더 좋다~!!

애호박이 아니라 폭삭 늙어버린 호박을 이렇게 우연히 발견했으면 가히 "심봤다" 급의 횡재였겠다만.. 저것만으로도 어디냐.
호박은 암꽃이 보이는 족족 꽃가루를 묻혀 주면 이렇게 나중에 보답을 한다!! 2~3주 가까이 전에 수분해 주고는 나도 잊어버린 아이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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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공기와 노출된 윗부분은 얼어서 좀 물렁해졌지만, 그래도 땅 쪽은 그런 기미 없이 단단하고 상태가 아주 좋았다. 이런 것도 온도 차이를 만드는구나.
썰어서 볶음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호박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에게 이렇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구나.
지난 11월 초에 그래도 낮 기온이 잠시 15도까지 올라가면서 역대 최고 따뜻한 11월이 기록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잠깐이나마 호박이 자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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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잘 가라~ 그 동안 고마웠다." 한 해 동안 호박이 자랐던 아지트에서 잠시 감사의 묵념을 하고 거수경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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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호박밭이 오늘의 캠핑장이 됐다. 잡초까지 다 죽고 없어지자 여기는 평평한 잔디밭처럼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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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얘가 본인이 강변 아지트에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제대로 된 암꽃이었고, 마지막 인공수분 대상이었다. 날짜는 11월 4일이었다. 얘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으니 제대로 못 자라고 졌을 것이다.

3. 늙어 가는 호박

올해는 옥상과 강변을 통틀어서, 여름과 가을을 통틀어서 수분 성공해서 아주 작게라도 호박 열매를 본 건 30여 개쯤 된다. 그러나 테러· 도난· 자연재해, 자연낙과로 인해 그 중 1/3 가까이를 날렸고, 나머지가 수확의 기쁨으로 돌아왔다. 아, 여름 폭우 이전엔 잎도 150장? 200장? 가까이 땄었는데 말이다.. ^^

열매 중에서 뭔가 사과· 배보다 커진 건 10여 개, 그리고 늙은 호박으로 변하려는 티라도 난 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듯하다. 그래도 2년 전처럼 3kg이라도 넘는 큼직한 아이를 얻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딱 한 번 폭우로 인한 단절만 없었어도.. ㅠㅠㅠ

시퍼런 애호박은 그대로 방치하면 물러지고 상하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지 못한다. 그러나 적당히 껍질이 성숙한 애호박은 놔두면 누렇게 익으면서 늙은호박으로 바뀐다.
내 경험상 물러지는 건 겉부터이고(특히 꼭지 주변부터), 누렇게 익는 건 정반대로 중심부 속부터다.
나중에는 중심부는 텅 비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호박이 다른 과채류에 비해 엄청 커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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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에 땄던 이 아이는 강변이 아니라 옥상 출신이다. 따던 당시에는 그야말로 시커멀 정도로 짙은 초록이었는데.. 바닥부터 색깔이 누래지더니 한 달 정도 뒤엔 이 정도로 변색됐다. (10월 중순 ~ 11월 중순)
반들반들하고 단단하고 적당히 무게도 있어서 만지면 무슨 도자기 같은 느낌이다.
호박이 익는 건 굳이 줄기 본체로부터의 공급이 없이도 내부 자체적으로 진행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4. 사 온 호박

지난 10월부터 호박죽을 꾸준히 쑤어서 잘 먹고 있다. 내 방엔 이런 아이들이 잔뜩 있기 때문에 난 외롭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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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직접 껍질 벗기고 썰면서 호박과 온몸으로 교감하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얘들도 그냥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키우고 수확한 것이었으면 더욱 애착에 갔을 텐데 말이다.
어떤 아이는 주름이 적당히 생겨 있지만, 어떤 아이는 유난히 쭈글쭈글 깊게 패여 있다. 이런 것도 품종 차이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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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덩치는 어지간한 늙은 호박 크기인데, 겉표면까지 익지는 않았는지 겉은 초록색인 아이가 있다. 완전히 늙은 호박보다는 보관성이나 상품성이 떨어지는지, 값이 좀 더 싸다.
얘는 가만히 놔 두면 늙은 호박으로 바뀌지 않는가 보다.. 호박의 세계란 참..;;

호박 열매의 상태를 나타낼 때, 호박의 크기와 무게는 X축, 누렇게 익은 정도는 Y축으로 나타낼 수 있을 듯.. 둘이 골고루 올라간 게 아니라 한 축만 치우쳐서 올라간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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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은 왼쪽처럼 되고, 늙은호박은 오른쪽처럼 되어서 식탁에 오른다는 게 참 흥미롭다. 묽은 황산과 진한 황산이 특성이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09 08:35 2023/1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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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호박 농사 결산

10월을 넘어 바야흐로 11월이다. 이제 올해의 호박 농사는 적어도 실외에서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이 글에서는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지난 한 달 동안 호박과 함께하며 남긴 예쁜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단, 키우는 호박에 앞서 구입한 호박 얘기부터 먼저 한 뒤에 농사 얘기를 하도록 하겠다.

1. 늙은 호박

지난 8월에 가락시장에서 장만했던 늙은 호박 둘 중에서 하나를 도축했다. 내부는 싱싱했으며, 죽을 쒀 보니 맛도 적당히 달콤하고 좋았다. 호박 도축을 거의 5개월 만에 해 보니 참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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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10월 중· 하순경에 우리집 주변의 동네 채소 가게에서도 10kg가 넘는 큼직한 늙은 호박들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비슷한 시기에 그렇게 듬직한 늙은 호박을 작년만치 많이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다.

2. 최고참 열매 #1: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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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근황 때 옥상에서 유일하게 장기 복무에 합격했다고 소개했던 이 호박 말이다.
얘는 그 상태로 더 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표면 색깔이 살짝 누렇게 변하려는 것 같았다. 얘가 본인이 올해 농사 전체를 통틀어서 얻은 호박 중에 외형이 가장 늙은(?) 아이였다.
얘는 더 오래 놔 뒀으면 푹 삭아서 늙은 호박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이 상태로 따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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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배를 갈라 보니 내부도 애호박과는 달랐다. 속이 노랑을 넘어 주황으로 바뀌고 있었고, 중심부에 펄프가 생기고 씨가 형성되던 중이었다.
그리고 살점의 맛도 애호박과는 살짝 달라지고 있었다. 껍질째로 먹을지, 껍질을 깎아낼지도 애매해서 참 고민됐다.

얘는 여러 모로 애호박과 늙은 호박의 중간 상태쯤 됐던 것 같다. 애호박도 늙은 호박도 아닌 중간(?) 호박은 상품성이 애매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볼 수는 없다.;;;

3. 9월 말 암꽃 르네상스

8월 말에 갑자기 옥상 호박에서 암꽃이 여러 송이 펴서 '제1기' 열매가 맺혔던 건 지난번 근황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 뒤 호박들은 큰 소식 없이 잠잠한 편이었다.
그랬는데 9월 하순부터는 10월 사이엔 옥상에서 암꽃이 또 한 차례 펴서 '제2기' 열매가 맺혔다.

그때쯤부터 옥상뿐만 아니라 강변 무단경작 호박들에서도 이변이 벌어졌다. 거기서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암꽃이 갑자기 미친 듯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이 올해의 호박 농사 기간을 통틀어서 그 희귀하다던 암꽃을 제일 흔하게 자주 많이 봤던 시기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호박이 암꽃을 막 만들어 낸다는 건 지난 몇 년 동안 경험적으로 터득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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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연히 보는 족족 인공수분을 해 줬다. 그래서 몇몇 아이들은 수분이 성공해서 10월 늦둥이 열매가 맺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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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록색이 짙어짐

9월 27일, 추석 연휴 직전에 이렇게 대롱대롱 달려 있던 호박은 닷새 만에 이렇게 삭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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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한때는 긴 덩굴이 치렁치렁 달리기도 했는데, 결국은 뿌리에 더 가까운 부위에서 더 크게 자라고 있던 열매 쪽으로 영양분이 쏠린 것 같다.
이 호박은 나중에는 저 줄기가 통째로 시들어서 죽었으며, 맺히던 저 열매도 당연히 더 자라지 못했다. 그래서 저 열매는 저 상태 그대로 따게 됐다. 열매가 스스로 낙과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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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도자기가 청자도 있고 백자도 있다. ^^
참 신기한 게.. 누렇게 늙지는 않은 애호박인데 표면 색깔이 어째 이렇게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옥상 호박은 겉의 색이 더 진해진 반면, 강변 호박은 색이 더 옅어지는 편이었다.
(단호박이 일반호박보다 색이 짙고 어두운 편이지만 저 호박들은 꼭지의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듯 단호박이 아니라 그냥 일반호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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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탐스럽기 그지없다.
왼쪽의 더 작고 옅은 동생도 저 굵고 파릇파릇한 꼭지를 보면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어 보이는데..
야생이 아닌 화분인 데다 날씨도 많이 추워지니 이제 더 많이 자라지를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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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아주 짙어진 호박과 중간인 호박이 다른 곳에 한 쌍 더 있기도 하다. 이 2기 열매가 올해 옥상에서의 마지막 수확이 됐다.

5. 최고참 열매 #2: 강변

옥상에서 저렇게 청자를 얻었다면, 강변에서는 백자를 얻었다. 이 애호박이 올가을에 강변에서 얻은 가장 큰 아이들이다. 그나마 사과나 배보다 더 커졌고, 옥상 청자보다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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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 보니 저 공간이 모두 살점이고 씨는 거의 형성돼 있지 않았다. 맛과 상태는 완벽한 애호박 상태였다. 앞서 등장했던 '약간 늙은 중간 상태' 호박과의 차이를 비교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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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일 큰 늙은 호박은 예전에 옥상에서 달성했고, 제일 큰 애호박은 강변에서 달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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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아이는 강변에서 얻은 사실상 마지막 열매이다. 미래가 창창한 놈이긴 하지만 날씨 관계상 더 자라지 못하고 있고, 강변은 무단경작만큼이나 도난에도 취약해서 어쩔 수 없이 따게 됐다.
오른쪽 아이들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꼭지(=줄기)가 굵직하고 푸르스름 싱싱한 게 정작 열매는 제일 작다. 그 반면, 꼭지가 다 말라 비틀어지고 가는 게 열매가 제일 크고 색깔도 짙고 탄탄한 걸 알 수 있다.

6. 결말: 마지막으로 필사적으로 피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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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7월 폭우 때문에 큰 시련을 겪긴 했지만 호박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자라서 본인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하지만 역시 추위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암꽃이 피길래 나도 매일 찾아가서 미친 듯이 인공수분을 해 줬는데, 이제 10월 중순쯤부터는 그게 별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암꽃이 많이 피긴 하지만 수분해 줘도 별로 자라지 않는다. 암술도 예전 같은 선명한 주황색이 아니라 탁한 노란색에 더 가까워졌다.
수꽃은.. 겉모습은 큼직하고 멀쩡하지만, 수술을 보면 꽃가루가 별로 묻어 있지 않은 '고자'-_-가 돼 간다. 사실, 강변 말고 옥상 호박은 꽃 자체가 모양이 더 작고 생명력이 없어지는 것 같다.

따뜻하던 시절을 기준으로 쭉쭉 뻗었던 덩굴 줄기를 더 유지할 수 없어졌는지, 줄기 하나가 통째로 갑자기 시들고 말라 죽기도 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추위와 동상이 극심해지면 심장에서 멀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손발가락 말단부터 포기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식물, 특히 한해살이식물은 자기 죽을 때를 알고 뒤늦게 꽃과 열매에 목숨을 거는가 보다. 추위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마치 감기 걸리듯이 흰가루병도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분이 성공해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해도 마냥 안심할 수 없더라.
열매가 유지가 안 되면 더 커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표면이 물렁물렁해지고 곧 쭈글쭈글해진다.
물론 겉이 조금 그렇게 됐더라도 내부는 아직 정상이니, 그런 열매는 그냥 따 먹으면 된다.

열매가 통상적인 방법으로 상하고 썩는다면 보통 꼭지 쪽부터 물렁해지는데, 저렇게 호박이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자체적으로 자기 열매를 포기한다면 그냥 전반적으로 열매의 재질이 변하는가 보다.
이건 강변이 아닌 옥상 호박 열매의 중도 탈락자가 저렇게 되는 편이었다. 오히려 강변은 아무 관리를 안 해 줘도 확실히 더 크게 잘 자랐다.

이렇게 올해 호박 농사는 추억으로 가는가 보다.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호박을 이따만 하게 크게 키워서 판매용 늙은 호박까지 만든 농부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도 나중에 이걸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 침수 걱정 도난 걱정 없는 넓은 내 땅을 시골에서 확보해서 말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1/08 08:35 2023/11/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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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음악 관련 생각과 일화들

1. 음높이

차들마다 빵빵 경적 소리가 도~시 중 정확하게 어떤 음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산업 표준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니 제조사 마음대로이긴 하지만.. 내 경험상 대체로 A 내지 Ab인 것 같다.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유명한 음이다. 퀴즈 프로에서 "땡~~! 틀렸습니다", 전국 노래자랑 프로에서 "땡~ 탈락입니다"

그리고 옛날에 컴퓨터에서 에러를 나타내던 비프음들도 이 음이었다. 특히 옛날 BIOS 시절에 컴터가 부팅조차 하기 전에 하드웨어 차원의 이상이 있었을 때 말이다.
도미솔 딩동댕이 긍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이라면, '라'음으로 띵~ 이거는 부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으로 알게 모르게 정착해 있다. 그게 자동차 크락숀에도 반영된 셈이다.

옛날엔 시내버스의 하차벨 소리도 낮은 옥타브의 A인 편이었다. 근데 이건 딱히 부정적인 느낌이어야 할 필요가 없고, 요즘 버스들 하차벨은 '딩동~' 등 다른 소리로 바뀌는 추세이다.

2. 리듬

"교회 클래식 찬송가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군대 군가 같은 곡"들하고.. 1990년대 이후 CCM들이나 유행가의 큰 차이는.. 박자이지 싶다.
전자는 그냥 "강 약 중강 약"에 충실한 반면, 후자는 음의 강약과 장단이 정말 제멋대로이다. 그런데 그게 듣는 사람을 더 긴장· 흥분시키고 짜릿하게 한다.

처음 보는 생소한 곡의 악보가 점8과 16분 음표 사이에 온통 '타이'가 붙은 당김음투성이이면.. 읽기가 정말 정말 어렵고 힘들다. =_=;; 어떤 곡인지 악보만 보고 파악할 수가 없더라.;;

이는 컴퓨터에다 비유하면.. word 단위 align되어 있지 않은 메모리를 읽고 쓰는 게 몇 배로 더 힘든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필요하지 않은 주변 메모리를 다 읽어야 되고, 클럭 사이클도 몇 배로 더 필요)
이마저도 메모리 절약 정신이 몸에 밴 x86 동네에서나 관대하게 처리해 주지, 다른 가볍고 간결한 형태의 CPU였으면 아예 접근을 포기하고 에러를 날려 버리기도 한다.

이런 멜로디는 악보를 읽기도 힘들고, 채보도 지독하게 힘들다.
내 개인적으로 채보하기가 제일 어려웠고 제일 애먹었던 리듬은.. 주토피아 OST Try everything에 나오는 "오 오 오 오오~"였다.

3. B장조의 유명한 곡

하루는 서로 다른 버스에서 실내 BGM으로 뭔가 익숙한 음악/노래를 들었다.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시(빰빰빰빰)~
미(빰빰빰빰)~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주선율은 바이올린으로 나오고 뒷배경 빰빰빰은 피아노로 나오는 요거..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얘는 ‘마지막 황제’ OST인 Rain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거 작곡자가 아마 일본인이지 싶다.
Summer도 일본 사람 곡이고 Rain도 일본인 곡이고..

1987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5년 전의 옛날이다만, 로보캅, 풀 메탈 자켓, 히든, 그리고 마지막 황제까지.. 나름 명작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나온 것 같다.
피아노 레슨을 하는 본인의 지인에게 물어 보니 Rain 참 멋진 곡이고 자기도 좋아한댄다. 그리고 저걸 피아노로 치려고 배우러 오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거 말고 또..
“따따따따 따다 딴딴” 이러면서 여자 가수 솔로가 나오는 경쾌한 외국 노래를 듣게 됐는데.. 이건 내가 지금까지 정체를 정확히 몰랐었다.

가사가 있는 곡은 가사를 알면 거의 곧바로 곡을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영어 리스닝은 젬병이고, 특히 노래 가사는 알아듣기가 더욱 어렵지만.. 이 곡은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필살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가사를 들어 봤다.
아아.. If you wanna be my lover였구나. 스파이스 걸스의 노래라는 걸 알게 됐다.
Rain과 If you wanna be my lover는 주선율이 둘 다 B장조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한 C장조보다 약~간 낮다는 뜻이다.

4. 악어~~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악어'가 나오는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둘 있었다.
하나는 이 요섭 작사· 작곡인 동요 "정글숲"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정 광태의 개인 앨범에 수록됐던 "악어 사냥"이다.
“악어야 나와라~ 우리는 악어 사냥꾼~~ (..) 악어야 울지마” 이러는 노래였다. ㄲㄲㄲㄲ 이거 무려 1980년대 초중반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처음으로 소개된 그 앨범에 있던 곡이다.

두 곡 다 단조이고 박자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까놓고 말해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다음에 곧바로 "악어야 나와라~!"를 이어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딱히 정서적으로 악어가 친근한 동네는 아닌데, 공룡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 악어를 소재로 한 익살스러운 노래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곡이 만들어진 시기는 아마 정글숲 동요가 더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이 곡을 만든 이 요섭 선생은 2019년에 국내에 생존해 있다는 블로그는 하나 나오지만, 이것 말고 생년이나 학력, 프로필 등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몹시 드물다.

이분은 "산중 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 이거도 작사· 작곡했으니 동물을 참 좋아하신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독실한 신자로서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금과 은 나 없으나"와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 성" 같은 복음성가까지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굴러다니는 거의 모든 악보들에서는 그냥 작사· 작곡자 미상이라고만 기재돼 있다!! 그 정도로 자기 정체를 일부러 감추시는 것 같다.

5. 그린그린~~

휴먼버그 대학교 만화 세계관에는 야쿠자 조직이 있는데, 거기 건달 중에는 '코바야시 유키사다'라고, 머리를 연보라색으로 물들인 미치광이 살인귀 파이터가 있다. 단검으로 상대방을 사정없이 찌르고 쑤시고 돌리는 게 주특기이기 때문에 별명이 '나이프의 코바야시'라고 한다.
이 아저씨가 전투 전에 말하는 스타일은~~ "그린그린~~ 푸른 하늘에는.." 이러면서 해맑게 웃으면서

"오늘은 당신의 제삿날입니다~! 해피 데쓰 데이!!"
"당신 내장을 스무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양자택일 퀴즈!! 당신들이 전부 인생 하직하기까지 1분이 걸릴까요, 2분이 걸릴까요? 그린그린~~ 정답은 1분입니DIE!!"
뭐 이런다...;;


도대체 말 끝마다 그린그린 그러길래.. 그린이 뭔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일본에서 유명한 무슨 포크쏭 풍의 동요인가 보다. グリ―ングリ―ン (☞ 듣기)

진짜 원전은 미국의 1960년대 노래인데,
일본에서는 그걸 들여와서 같은 멜로디에다, 가사는 'green green' 추임새 부분만 남기고 다른 아기자기한 말로 바꿨다. 뭔 말인지는 나도 모름..
'그린 그린' 이러는 후렴 부분 말고, 도입부라고 해야 하나 그쪽 멜로디는 코드 진행이 복음성가 "노래할 이유 있네"(하늘문이 열리면 노래할 이유 있네 ... 월요일~매일 노래할 이유 있네)의 앞부분과 굉장히 비슷하다~!!

저렇게 피아노 연주에 맞춰서 애들 동요 부르는 게 옛날 한전 CF "빛이 있어 세상은 밝고 따뜻해" 같은 정겹게 느껴져서 좋은데..
야쿠자 건달이 나이프 들고 저런 발랄한 노래에 맞춰서 "그린그린~~ 오늘이 당신 제삿날입니다" 이랬던 거였냐? 개 싸이코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브레넬리"도 같은 멜로디에다가 원전과 완전히 다른 일본어 가사가 붙은 노래가 있었지 싶은데.. 일본이 그런 식으로 서양 노래 개조도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 브레넬리" 같은 멜로디도 아주 좋아한다. 화사하고 예뻐서~~

6. 또 다른 비슷한 곡

(1) 오징어 게임 OST의 맨 첫 곡 “way back then” (전철역 승강장에서 딱지치기 게임이 시작되고 성기훈이 계속 따귀 쳐맞을 때 같이 나오는 그 병맛스러운 피리.. 아니 리코더 연주. 시시시~ 시시시~ 시라솔라 솔미미)
킬 빌의 “twisted nerve” (엘 드라이버가 간호사로 변장해서 병원에 잠입할 때 나오는 그 휘파람 연주. 이건 새로 창작된 곡이 아니라 그냥 기존 명곡이기 때문에 OST는 아님. 시~라~ 시시라~ 라~솔 라라솔~)

둘이 뭔가 심상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서로 간섭을 일으킨다.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하나를 같이 떠올리기가 어렵더라;;
영화 초반에 뭔가 특이한 음색으로 주선율이 연주되고, 뜬금없고 병맛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2)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 내 입술의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시편 19)
이 둘도 느낌이 꽤 비슷한 것 같다.
‘도레 미…’로 시작하는 첫 시작 부분뿐만 아니라 중간에 “뜻하신 그곳에 나 있기 원합니다” / “내 반석 나의 구원자” 이 부분도 말이다.
물론 멜로디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지, 가사 내용은 서로 크게 관련이 없는… 게 아니군. “주의 종 되기 원해” /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며 살리니”는 좀 비슷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2 08:35 2023/10/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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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이 무르익어 간다. 날씨가 워낙 좋으니 밖에서 독서를 하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캠핑이건 비바크건 노숙이건.. 어쨌든 밖에서 자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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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잠이란 건 이렇게 자야 인간답게 아늑하고 포근하게 푹 잘 수 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
어디든지 으슥한 곳에서 돗자리 깔고 텐트 치고.. 아니면 텐트 없이 바로 침낭을 뒤집어쓰기만 하면 그곳이 곧 나의 숙소이다.

건물은 그냥 전기와 상하수도, 와이파이를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밤에도 섭씨 두 자리수 기온은 추운 게 아니다. 침낭에 담요만 두르면 바로 따뜻해진다.
텐트 없이 잘 때도 긴팔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모기 때문에 필요했다.

그래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올해의 호박 농사도 끝나 간다.ㅠㅠ 호박 얘기는 나중에 추가로 할 것이고, 이 글에서는 본인이 지난 한글날 연휴 때 온라인 지인분과 가평에 다녀온 얘기를 좀 하고자 한다.

나 혼자 밖에서 잘 때야 저렇게 적당히 으슥한 곳 아무 데나 가서 노숙 수준으로 대충 자고 온다. 첨언하자면, 이렇게 텐트 치고 들어가서 혼자서 무슨 강력 범죄, 미제 살인/실종 사건, 대형 교통사고, 자연재해 같은 기사들을 읽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짜릿하고 제일 재미있다. ㅋㅋㅋㅋ

하지만 여러 사람이서 고기도 구워 먹고 놀려면 장소를 대충 잡아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된 캠핑장이나 숙박업소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여름이 휴가 시즌이라면 가을은 캠핑 시즌인 듯? 서울 근교나 교외의 적당히 가까운 캠핑장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난리였다.

주말은 그야말로 1~2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쓰며, 그것도 날짜가 뜨자마자 바로 예약이 마감되는가 보다. 서울 사람들은 캠핑 못 가서 안달 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ㅠㅠㅠ
서울 하늘공원 근처의 노을 캠핑장이라든가 강동 그린웨이 캠핑장 같은 곳은 어림도 없다.

그래서 캠핑장 대신 평범한 민박, 펜션으로 타겟을 바꿔서 서울 북쪽 교외선 쪽의 장흥· 일영 유원지 일대도 알아봤다. 하지만 여기도 어지간한 곳은 주말에 찜하려면 2~3주 전 예약이 필수였다.
마치 평일에 에버랜드에 가는 것처럼 평일에 한적한 모텔이나 펜션, 캠핑장 잡고 놀아 보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_-;;

그러니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오지까지 찾아보게 됐다.
낙찰된 곳은 남양주를 넘어서 가평.. 남이섬과 자라섬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펜션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숙소를 잡는 것에만 급급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었다. 바로 앞에 맑은 시냇물(승안천)이 있네? 정도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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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놀고 나서 이분들은 방에서 자고, 본인은 혼자 밖에서 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는 용추 계곡이라는 긴 시냇물과 함께 ‘연인산 도립공원’ 산책로가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엔 용추 계곡을 왕복 9km에 가깝게 걸었다.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고 대박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평까지 가게 됐는데 근처에 이런 보물이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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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길게 뻗어나가는 시냇물이 가히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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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넓은 풀밭 공터도 눈에 띄었다. 이건 정황상 이건 옛날에 난립하던 불법 평상 같은 게 있던 공간이지 싶다.
이런 데서 돗자리 깔고 눕고 싶었다. 여기는 텐트는 당연히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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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렇게 물이 깊고 많아지는 곳도 종종 나왔다.
날씨가 맑을 때였으면 경치가 더 아름다웠을 것이고, 이때보다 두세 주만 늦게 여길 찾아갔으면 나뭇잎들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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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길이 이런 좁은 흙길로 바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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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치에 감동하여 본인은 10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물에 첨벙 뛰어들기도 했다. 운동화 대신 크록스 쓰레빠 신고 산책한 덕분에 입수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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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흔들바위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저쪽으로 쭉 더 가면 연인산 정상까지도 도달하지만, 여전히 7~8km는 더 가야 하며 그건 지금 우리 여건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뭔가 의성 빙계 계곡 같은 분위기인데,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니 너무 좋았다. 이거 나름 가평군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굴하고 관광지로 개발한 거라고 한다. 빙계 계곡은 군립공원인 반면, 여기는 도립공원이라는 차이도 있다.

다 좋은데 여전히 아쉬운 건 돌아올 때의 교통이었다.
60번 서울-양양 고속도로.. 상행 방면에서 설악-서종-화도 사이의 미친 교통체증은 어찌할 길이 도저히 없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도 제대로 고생했었는데..
화도 IC 내지 졸음 쉼터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정체가 풀리는 걸 보니, 이건 사고 때문도 아니고 단순 교통량 증가 때문도 아니다. 유령 정체를 포함해 도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

이래저래 서울은 동쪽이 양평이나 남양주 방면으로 놀러 나가는 방향이다. 주말에 동쪽으로 빠져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참 고생길인 것 같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7 19:35 2023/1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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