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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 생태 공원

지난 6월은 지방 선거(1일, 수요일)와 현충일(6일, 월요일) 덕분에 공휴일이 많아서 좋았다.
그때 본인은 서울 시민의 영원한 휴양지 안식처인 남양주-양평 일대로 바람이나 좀 쐬고 오려 생각했었다. 그래서 적당히 아점 시간대에 차를 몰고 동쪽으로 출발했는데..

문제는 나만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아닌 듯하다.
올림픽대로의 동쪽은 말할 것도 없고 팔당 방면으로 가는 국도 45호선은 그냥 차들이 멈춰서서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특히 하남 스타필드 이후로 동쪽으로는 더 진행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했다. 날은 더운데 차들이 수 km째 멈춰 있으니 답이 없었다. 도대체 병목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결국 본인은 위화도 회군...이 아니고 스타필드 회군을 결정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근처의 서울 동부 외곽에 있는 '길동 생태 공원'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지도를 공부하면서 지금까지 머리로만 알고 있던 곳을 드디어 들렀다.
그랬는데.. 여기는 제법 만족스러웠다.

인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주차 무료이고.. 한적하고 선선한 분위기에서 "텃밭과 숲과 늪과 초원"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큰 강이나 바다만 없을 뿐.
서울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쉬운 대로 남양주-양평의 공원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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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은 생긴 형태가 좀 특이하다. 주차는 일자산 기슭의 '길동 생태 문화 센터'라는 건물이 있는 곳의 마당에다가 한다. 그 뒤, 공원은 천호대로 건너편에 있으니 길을 횡단해서 들어가야 한다.
공원 안에는 텐트는 물론이고 돗자리도 들고 입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직원 눈에 안 띄게 알음알음 몰래 반입하는 걸 다 막지는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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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나오는 저수지 지구인데.. 물이 많이 마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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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이런 오두막도 있어서 중간에 쉬어 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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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농촌 지구. 공원 안에 이런 텃밭이 있어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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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렇게 논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공원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일일이 농사를 짓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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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호박을 보게 되어 몹시 반가웠다. 하지만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는 꽃이나 열매는 전혀 볼 수 없어서 이건 한편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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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지구는 딱 뒷산 언덕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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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컴터 배경 그림으로 넣어서 써도 되겠다.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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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렇게 늪지대도 나온다.

이 공원에 있는 건 이 정도이다. 설렁설렁 걷다 보면 적당한 거리에 어지간한 자연의 정취를 다 경험할 수 있다. 한강 공원과 달리 사람이 적고 한적하며, 텃밭도 있는 것이 더욱 좋은 점이다. 독자 여러분도 힐링이 필요할 때 한번 가 보시길 바란다.

알고 보니 여의도 샛강 생태 공원이라는 게 먼저 생겼고, 여기는 샛강 이후로 제2의 서울 생태 공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는 원래 단위 시간당 입장 인원에 제한이 걸려 있고,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더라. 하지만 그 날은 직원이 그냥 들여보내 줬다. 평일도 아니고 토요일 주말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공원 상태가 널널한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0 19:35 2022/07/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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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호박 근황

1. 실내에서 얻은 마지막 1세대 호박

지난 2월 중순쯤에 인공수분 시켜서 착과됐던 호박 열매 중, 제일 크고 2개월 가까이 제일 오래 남겨 놨던 호박을 드디어 땄다. 언제부턴가 줄기가 부러진 게 보여서 그대로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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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딴 다른 호박들은 애호박 상태로 따서 껍질째로 국수 고명을 만들어 먹은 반면, 얘는 최대한 오래 남겨서 누렇게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실내는 일조량이 부족하니 야외에 비해서는 익는 속도가 훨씬 더 느리긴 했다. 봄이 되어서 실내가 더워지고 햇볕이 강해진 뒤에야 호박이 뭔가 익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꼭지가 초록색 기운이 싹 없어지고 말라 비틀어졌으며, 호박 껍질도 노랑을 넘어 꼭지 주변 한정으로 붉은색까지 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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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도 놔둔 뒤에도 호박을 따 보니 껍질은 말랑말랑하고, 과육은 늙은 호박보다는 여전히 애호박에 더 가까운 상태였다.
과육 부위는 국? 조림?을 만들어서 먹었다. 과육이 그래도 초록색보다 노란색에 더 가까워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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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지막 호박은 최대 길이 17cm, 무게 1.5kg 남짓이었다. 줄기의 굵기에 비해서 호박이 막 크고 무겁게 맺히지는 못했다. 야외에서 잘 키워서 호박의 컨디션이 더 좋았으면 열매도 저것보다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써 작년 11월 중순쯤에 심어서 올해 2월경에 착과한 1세대 호박들의 열매를 모두 자가소비 처분했다.

2. 최후의 새순

전에도 한번 얘기했지만.. 저렇게 올해 2월경에 착과해서 열매를 하나씩 배출했던 호박 덩굴들은 그 뒤에는 착과 이전 시절만치 왕성하게 자라지 못했다.
무성하던 큼직한 잎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슨 곰보처럼 누런 반점으로 뒤덮이면서 시들었다. 이건 평범하게 수명이 다해서 시드는 게 아니라 병에 걸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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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물 주고 거름 주고 돌보고 있으니 얘들은 완전히 죽지는 않고 여기저기 새순이 돋으면서 살려고 몸부림 발버둥은 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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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걸로도 모자라서 번식까지 또 하려고 잎뿐만 아니라 꽃대도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심지어 암꽃 씨방까지 생겼다.
그러나 이것들은 콩알 크기보다 더 커지지는 못하고 시들고 떨어져 버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물과 영양이 분산돼서 그런가? 순을 더 쳐 줘야 되는지? 좀 궁금하다.

3. 2세대 호박

한쪽에서 저렇게 1세대 호박을 놔두고 있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지난 3월쯤에 실내에 심은 2세대 호박도 재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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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호박을 보소~ 상태가 제일 좋은 이 녀석은 열매가 아닌 잎의 최대 길이가 거의 30cm까지 치솟았다. 표면이 동물로 치면 무슨 근육 핏줄이 울끈불끈 하는 것 같다.
하긴, 열매는 세제곱으로 커지지만 잎은 그냥 제곱으로 커지니 길이가 늘어나는 게 더 부담없을 것 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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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충분히 따뜻해지니 노외 재배도 시작했다. 실내에서 먼저 모종을 키워 놓은 것을 옮겨 심기도 했다. 하지만 4월 중순까지도 밤에는 10도 아래로 기온이 내려가서 호박이 견디기에는 추운 것 같았다. 호박이 밖에서 자연적으로 자랄 수 있는 기간은 거의 4~10월 사이의 반 년 남짓이라고 봐야 할 듯?

예전에는 호박이 냉해를 입어서 잎이 시커멓게 변하고 죽더니만.. 어린 잎은 허옇게 변하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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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식물을 잘 키우려면

(1) 지난 반 년 동안의 개인적인 호박 재배 경험에 따르면,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은 흙이나 물, 영양, 일조량뿐만 아니라 통풍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저렇게 잎이 큼직하고 상태가 아주 좋은 2세대 호박은 열린 창문에 제일 가까이 있는 녀석이었다.
바람 하나 안 부는 실내에서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는 식물은 광합성이 잘 안 되고 에너지 축적이 안 되어 약해지고 병충해에도 더 취약해진다고 한다. 영양이 부족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건 동물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굳이 물 반 고기 반의 양식이 아니라 어항에 금붕어 두세 마리를 달랑 키우더라도 수조 안에 펌프를 가동해서 공기를 퐁퐁퐁 계속 쏴 줘야 한다. 동물만 그런 게 필요한 게 아닌 듯하다.
비닐하우스 농사라면 대형 환풍기를 돌려서 공기를 강제 순환시키며, 심지어 이산화탄소를 일부러 쏴 주기도 한댄다.

이러니 기후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공장형 농업은 구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물과 비료와 광원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공기도 순환시켜 주고, 꽃가루받이도 곤충 없이 사람이나 기계가 해 줘야 하고, 실내 화분이라면 수조 물갈이를 하듯이 분갈이도 해 줘야 하고..
공짜로 공급되고 있는 자연 환경을 인공적으로 저렴하게 재현하고 대체하는 길은 멀고도 힘들다.

(2) 아마 호박에만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어 보인다만..
식물에게 주는 거름(퇴비? 두엄?)은 처음 심을 때 미리 넣어 주는 밑거름이 있고, 나중에 식물이 성장할 때 지면에서 또 보충해 주는 윗거름이 따로 있는가 보다.
전자는 식물 자신이 자라기 위한 영양성장에 필요한 질소 위주이고, 후자는 꽃과 열매를 맺는 생식성장을 위한 칼륨과 인 위주로 주면 좋다고 한다.

영양성장에 특화된 비료만 너무 많이 주면 호박이 좋은 물과 온도 여건을 이용해서 옳다구나 자기 덩굴과 잎만 잔뜩 무성하게 자랄 뿐.. 열매를 별로 맺지 않게 된댄다.
그런데, 이런 호박이라 해도 가을이 되고 밤 공기가 차가워지면.. 자기 명이 얼마 안 남은 걸 인지하고 성장 알고리즘을 바꾼댄다. 뒤늦게 번식하려고 무리해서라도 씨방을 만들고 암꽃을 피운다.

난 그래서 10월쯤에 호박들이.. 동그란 씨방 달린 암꽃을 뜬금없이 잔뜩 피운 것을 작년에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고, 인제 수분이 된다고 해도 어느 세월에 씨가 제대로 달린 열매를 맺으려고..?? 그 전에 서리가 내리고 다 얼어 죽을 텐데?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상태로도 작게나마 과육이 있고 통째로 먹을 수는 있기 때문에 방울토마토 먹는 기분으로 방울애호박을 요리해 먹긴 했었다.

하긴, 호박은 주변 성장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더위, 물 부족, 순이 자꾸 잘려 나감)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기 몸통을 키우는 건 포기하고, 무리해서 꽃을 더 피운다고 한다. 다만, 이러면 잎도 작고 꽃도 작고 꽃가루도 빈약하고.. 수분해 봤자 열매가 못 맺히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다들 어떻게든 생존하고 번식하려고 눈물겹게 투쟁한다..

말 못 하는 짐승을 넘어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이라 해도 생명체는 기계류와는 성질이 완전히 다르고 이런 섬세하고 이타적인 면모가 있다. 동식물을 하나 직접 키워 보는 건 게임에서 이상한 몬스터를 죽이고 부수기만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영향을 사람 정서에 끼치는 것 같다. ㅠㅠㅠ

5.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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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본인은 지난 3월 말에 봤던 길거리 호박을 다시 찾아가 봤다.
이제야 비닐은 벗겨졌으며, 호박이 담벼락에 많이 자라서 잎이 무성해져 있었다.
호박은 굳이 밭 만들 필요 없이 아무 시골 자투리 땅에서나 덩굴을 늘어뜨리는 식으로 재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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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을 찾아가서 지난 2월에 들렀던 같은 가게에서 늙은 호박 두 덩이를 또 장만했다. ^^ 두 주 남짓 동안 갖고 놀다가 죽을 쑤어 먹었다.
역시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그때보다는 늙은 호박 재고가 훨씬 더 줄어들었고 찾기 힘들어져 있었다.
작년 여름~가을에 딴 늙은 호박은 이론적으로 얼마나 오래, 언제까지 보관 가능할까? 정말 궁금하다.
이제 올여름만 지나고 8~9월쯤이면 새로 수확한 늙은 호박이 나오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2/05/12 08:35 2022/05/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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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근황

1. 애완용 늙은 호박

오랜만에 또 호박 얘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먼저, 애완용 및 식용으로 도입한 늙은 호박 완제품 자랑부터 짤막하게 한 뒤, 그 다음에 키우는 호박 얘기를 늘어놓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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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애호박, 심지어 수박은 1년 내내 아무 동네 마트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늙은 호박은 그렇지 않다.
그런 다른 '박'들보다 더 크고 무겁고 비싼 데다, 취급하기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호박의 상징은 커다랗고 누런 늙은 호박이 아니겠는가? =_=;;
본인은 작년 겨울에는 대체로 인터넷 주문으로 늙은 호박을 조달하며 지냈다. 그러다 제일 최근엔..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가락시장에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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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지하의 채소 가게를 뒤져 보니, 역시 늙은 호박을 오프라인 대면으로 금방 구매할 수 있었다.
평범하게 동글동글한 놈도 있고, 아예 약과처럼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놈도 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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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난 3~4월 동안은 얘를 잘 갖고 놀았다. 겨우내 보관을 잘 했는지 동글동글한 게 아주 단단하고 야물고, 표면이 매끈하고 상태가 좋았다.
밖에 캠핑 갈 때도 늘 데리고 다니다가 때가 되면 쪼개서 죽을 쑤어 먹었다.

2. 실내 재배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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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얘는 지난 2월 중순쯤에 수정이 성공해서 맺히기 시작한 열매를 얼추 1주 간격으로 관찰한 모습이다. 세상에 이런 시퍼런 동글이가 삭아서 저런 누렇고 단단한 늙은 호박이 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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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2주 정도 뒤, 이 아이는 이 정도로 살이 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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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꽃, 심지어 중도 낙과한 열매 등.. 식물의 원줄기에서 떨어져 나간 부산물들은 그대로 놔 두면 놀라운 속도로 시들고 물러지고 말라 비틀어지고 분해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특히 꽃의 경우, 폈다가 져서 하루~이틀만 지나면 이미 생명을 잃었는지, 툭 건드리기만 해도 저절로 떨어진다.

그런데 완성품인 늙은 호박만은 어째 상온에서 몇 달을 멀쩡히 버티는 걸까? 오히려 냉장고의 저온에 놔두면 더 빨리 상한다니..?? 참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분이 성공해서 호박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 동그란 씨방이 갈수록 더 커지고 무거워진다. 암꽃이 피던 시절에는 씨방이 위로 빳빳하게 들려 있다가 얼마 못 가 무거워서 아래로 쳐진다. 사실, 암꽃은 열매의 무게를 견디라고 줄기부터가 수꽃 줄기보다 훨씬 더 굵직한 상태이다.

열매가 언제까지나 동그란 전구 모양이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공 모양이 아니라 표면이 각지고 쭈글쭈글해진다. 수박은 그렇게 되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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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덩굴에서 맺힌 이 아이도 수분 성공 직후에는 동글동글 전구 모양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납작한 모양이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암꽃은 달린 케이블(줄기..)부터가 수꽃보다 훨씬 더 굵다. 열매에다 꾸준히 영양분을 공급해 줘야 하고, 열매의 무게도 견뎌야 하니 말이다.

3. 실내 재배의 한계

이렇게 실내에서 호박 암꽃과 수꽃을 직접 수분시키고 호박 열매를 구경하니 본인은 지난 겨울이 더욱 훈훈하고 기뻤다.수술을 암술에다 부비는 그 느낌이란.. ㅎㅎ
하지만 호박을 더 오래 놔둬 보니 실내 재배의 한계랄까, 그런 것도 좀 느껴졌다. 1덩굴당 1열매 이상은 무리인 듯.. 열매가 하나 생긴 뒤부터 호박들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자라지 않기' 시작했다.

  • 단순히 수명이 다해서 그런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큼직한 잎들은 대놓고 시들지는 않는데 온통 노란 반점으로 뒤덮혀서 곰보가 됐다.
  • 또한, 새순이 나려다가도 다 시들고, 꽃도 잘 안 핀다. 특히 암꽃은 씨방이 맺히려는 것도 생기다 말고 다 누렇게 시들어 떨어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작년에 제철에 야외에서 심었던 호박은 관리를 더 안 해 줘도 큼직한 열매가 잘도 맺혔던데..;;

실내에서는 온도, 물, 비료는 가까이에서 훨씬 더 자주 잘 챙겨 줄 수 있지만, 햇볕과 통풍(자연풍)은 아무래도 야외를 따라가기 곤란할 것이다.
야외는 그런 메리트 대신에 일교차가 더 크고 가혹한 기상 조건과 병충해에 더 크게 노출되며.. 뭐 흙도 갑갑한 화분보다는 더 많이 있겠지만 흙의 품질이 딱히 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야외가 실내보다 더 나은 여건이어서 큼직한 열매가 잘도 열렸던 것 같다. 심지어 인공수분조차 해 주지 않았는데도 꿀벌까지 날아와 주고 말이다..!!
지인 말씀에 따르면.. 이렇게 실내 재배로 제조한 호박은 맛도 더 없을 가능성이 높댄다. ㅎㅎ

작년에 야외에서 키우던 호박들은 가을(10월쯤)에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자..
자기 최후가 임박했음을 알았는지, 곳곳에서 미친 듯이 그 귀한 암꽃 씨방을 만들어 냈다.
뭐,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걔들은 여름이 돼서야 너무 늦게 심은 놈들이기도 했었다. 3~4월에 일찌감치 심었던 호박이 그때까지 살아서 활동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때 본인은 호박이 추위에 얼어죽지 않고 물과 영양을 끝없이 공급해 주면 언제까지 사는지 궁금했다. 실내에서 실제로 그렇게 해 보니 호박이 내 기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작년 11월 이후로 심은 지 3~4개월쯤 됐는데 쟤들이 벌써 자연 수명이 다한 건지?
아니면 이번엔 온도나 물, 영양 문제 대신, 진짜로 햇볕, 통풍, 뿌리 내릴 공간 부족이 문제인 건지?
이 문제만 해결되면 호박 잎이 노란 반점 없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꽃과 열매를 더 많이 맺을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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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진 꽃, 앞으로 필 꽃이 동시에.. 그나마 수꽃이 가까운 데서 많이 폈던 시절의 모습)

특히 물은 도대체 어느 정도 얼마나 어떻게 줘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실내에서 한여름 같은 땡볕도 절대 없는데 낮에는 호박 덩굴들 잎이 힘없이 축 쳐져 있었다. (색깔은 누래진 것 없이 여전히 정상적인 초록색)
이건 수분 증발을 막으려고 잎들 기공을 닫고 양분 생산도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생각 같아서는 팍팍 많이 주고 싶은데 인터넷을 뒤져 보니 실내 식물은 물을 안 줘서 죽는 경우보다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숨을 못 쉬고 썩어서 죽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네..;; 그래서 물 주는 걸 주저했다.
그래도 호박이 잎과 덩굴이 저렇게 거대한데, 평범한 꽃이나 고무나무보다는 물을 더 많이 줘야 할 것 같아서 매일 덩굴당 한 컵 이상은 준 게 지나친 것 같지는 않다.

그 정도로 물을 주고 나면 시들었던 잎이 30분쯤 뒤에 기립했기 때문이다. 겨울에 실내가 굉장히 건조한 것도 감안했다.
또한, 식물에 물을 줄 때는 무슨 자동차 워셔액 보충하듯이 바가지로 끼얹지 말고, 물뿌리개로 살살 주는 게 흡수 관점에서 좋다. 빗물만 해도 얼마나 살살 가늘고 길게 내리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게 식물에게 좋은 급수 형태이다.

"알았어! 이것 때문에 호박이 안 맺히는 거야!" / "이렇게 해 주면 괜찮을 거야!" 이러는 게 마치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안 오잖아 가정교사!"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쪼록.. 호박은 재배가 까다롭지 않으면서 수박보다 좋은 영양 더 많은 열매를 남겨 주고, 열매가 동글동글 큼직하고 꿀단지처럼 생겼고, 뭔가 시골 인간미가 느껴지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채소이다.
그래서 본인은 지금은 컴퓨터의 배경 그림도 작년에 찍었던 호박밭 내지 호박 열매 사진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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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정도가 아니었으면 평생을 자동차나 컴퓨터, 심지어 열차 같은 기계류를 좋아했던 본인이 이 나이가 돼서야 자연과 농사에도 재미를 붙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보물찾기 하듯이 밭을 뒤지니 큼직한 호박이 눈에 띄는 게.. 정말 엄청난 희열을 안겨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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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호박은 언제쯤 따게 될지 모르겠다. 생각 같아서는 박제하고 영구보존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깔끔하게 꿀꺽 할 예정이다.
초록색 열매도 꼭지에 가까운 쪽, 햇볕을 받은 쪽이 색깔이 먼저 짙어지더라. 반대편은 그냥 옅은 연두색일 뿐..

4. 나머지 소감

(1) 옛날에는 호박은 음식물 쓰레기나 심지어 인분을 파묻은 구덩이에다가 대충 심어서 키웠다고 한다.;;
식물이야 원래 태생적으로 동물이 더 처리하지 못하는 유기물 폐기물을 밑천으로 자란다고 하지만.. 거기서 같이 죽어서 썩어 버리는 것과, 그리하지 않고 그걸 영양분 삼아서 싹을 내고 크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라 하겠다.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온갖 부패균이 식물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도 신기한 점이다. 반대로 호박잎의 반점 병은 동물에게 영향이 없으니까.. 종간 장벽이라는 게 있다.

(2) 호박은 기온이 5도쯤 밑으로 내려간 추위에 밤새도록 노출되니, 더는 못 견디고 화상을 입은 듯이 잎이 시커매지고 쭈글쭈글해지면서 죽더라.

그런데 호박 말고 다른 화초 중에는 겨울에 잎이 일부가 빨개지는 건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상추나 시금치 말이다.
검색해 보니 마그네슘 부족 아니면 역시 온도나 수분과 관련된 에러(...)라고 한다.

식물에도 겨울잠 비스무리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겨울에 시들었다고 해서 다 죽은 건 아니고, 봄 되면 살아나는 게 있다고 한다. 하긴, '한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이라고 단수-복수의 개념도 있다.
단지, 호박은 한해살이풀이다. 그리고 굳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도, 심은 지 충분히 오래되고 열매 몇 개 맺고 나면.. 더 안 자라고 잎이 숭숭 빠지고, 꽃과 열매를 한없이 맺지는 못하고 기력이 다해 죽긴 하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1 08:35 2022/04/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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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심사, 어록

※ 내 관심사의 변화

1. 자동차(1990~)

그냥 별 이유나 생각 없이.. 꼬마들이 공룡이나 로봇 좋아하는 것처럼 자동차가 너무 신기해서 심취했다. 친구 집에서 이 시기의 월간 자동차생활 잡지를 독파하고 현대 자동차의 주요 연표를 암기했다. 자동차생활이 아니었으면 ‘쌍용 칼리스타’ 같은 차가 있었다는 걸 알 길이 없었겠지..
뉴 그랜저, 스쿠프 터보, 엘란트라 등등.. 이때는 수동 변속기 차량이 아직 많았으며, 변속기는 수동 5단 또는 자동 4단이 일반적이었다.

2. 컴퓨터(1992~)

‘디지털’이라는 것에 확 꽂혔다. 그냥 물리적으로 바늘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0과 1을 기계가 정확하게 분간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를 본능적으로 간파했다. 컴퓨터는 다른 기계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계이고, 오히려 다른 기계들을 제어하는 용도로 쓰이겠다는 걸 알게 됐다.

컴퓨터 모니터에다 형형색색으로 나만의 개성과 철학을 표현하는 게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에 C/C++과 Windows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긴 했는데.. 문제는 이때부터 평범하고 정상적인 학창 생활도 내 인생에서 끝났다는 거..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만으로 들어갔다.

3. 한국어, 한글(1990년대 중반)

아무리 요즘 조선이라는 나라가 이미지가 너무 안 좋다지만, 그래도 초기에 왕이 백성을 위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문자를 창제했다는 건 너무 위대하고 거룩하고 혁명적이고 칭송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한국어는.. 참 괴상망측하면서도 독특한 면모가 많은 언어이다. 하필 국제 공용어인 영어하고는 극과 극으로 너무 다른점이 많고 구조가 더 복잡하다.
x86이 ARM보다 전기 더 많이 잡아먹는 아키텍처이듯, 같은 의미를 전하더라도 한국어는 영어보다 두뇌 처리 요구량이 더 많은 언어라고 난 생각한다.

언어는 인간이 짐승이 아니라 신을 닮은 면모 중 하나이다! 사후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다른 모든 물질 문명은 없어질지 몰라도, 언어라는 시스템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 이에 대한 공부는 미리 많이 해 놔서 아까울 게 없을 것이다.

4. 세벌식 자판(1998~)

세상에 라틴 알파벳이나 그 아류작 말고 기계식 타자기를 만들 수 있는 문자가 또 있긴 하겠나?
글쇠 수가 너무 적고 빠르게 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모를까, 도깨비불 현상 없고 타자기와 컴퓨터에서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타자가 가능하고 고속 타자에도 적합한 입력 방식이 있는데 왜 이걸 안 쓰는 걸까?
기왕 한글 같은 문자가 있고 타자기나 컴퓨터 같은 기계가 있다면 이를 연결하는 글쇠배열은 세벌식이 되는 게 타당하다. 이 바닥이 괜히 내 평생의 연구 주제가 된 게 아니다.

5. 킹 제임스 성경(2002~)

인간이 저술한 세상의 다른 모든 고전들은 원래 의미가 소실돼서 학자들이 복원한다거나 귀걸이 코걸이식 해석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좀 예외적인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살아 있고 보존을 약속하셨다. 바벨 탑 사건으로 인해 언어가 혼잡해진 한편으로, 그래도 적절한 때에 접근성 좋은 한 언어로 성경 말씀의 절대 기준도 마련해 주셨다.

다양한 번역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영어 KJV의 번역 자체가 이미 중의적인 표현이 여럿 있다. God will provide himself a lamb 이런 게 풍성한 표현이지, ‘사탄의 왕좌’냐 ‘사탄의 자리’냐.. 루시퍼냐 계명성이냐 이런 것은 맞고 틀림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6. 철도(2004~)

새마을호 열차를 타면서 시종착역에서 운명적으로 들었던 BGM Looking for you!!!!
철도청 공무원 철밥통들이 어떻게 이런 미친 음악을 열차에다 집어넣은 걸까?
이걸 들으면서 난 최면에 걸린 듯이.. 철도를 내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영접했다. 이게 다 Looking for you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철덕으로서 서울 지하철 노선도 국내 철도 연표, 차량 계보, 철도 노선을 암기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주요 지리까지 다 눈에 번쩍 뜨였다.

철도뿐만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 로켓의 동력원에도 관심이 생겼다. Looking for you는 3천 번 이상 들으면서 진작에 악보로 박제됐다. 철도님은 지금도 내 안에서 살아 역사하고 계신다.

7. 호박(2021~)

2010년대 중반부터 내 생활 패턴이 등산, 캠핑 등 자연인 스타일로 많이 바뀌었는데 그러다가 부모님 따라 농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텃밭에서 자그마한 단호박이 아니라 시골에서나 보던 커다란 맷돌호박이 열리는 걸 보고부터 눈이 뒤집힌 것 같다.

여느 나무나 풀하고는 달리 길쭉한 덩굴이 생기고 노란 꽃이 피고.. 명색이 채소인 게 무슨 과일처럼 동글동글 굉장히 큼직하고 묵직한 열매가 맺히고..
다른 식물이라면 내가 이 정도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다 시들어서 죽은 덩굴 내지 낙과한 열매는 무덤을 만들어서 묻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8. 멧돼지(2021~)

난 애완동물 같은 것에 별 관심이 없으며, 개고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 길고양이한테도 전혀 눈길을 안 줬었다.
그랬는데.. 요즘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보이는 족족 못 잡아서 안달인 웬 멧돼지한테 귀여움과 연민을 느끼고 있다.

시골에서 호박 가꾸고 멧돼지 키우면서, 짬짬이 강가에서 텐트 치고 컴터 두들기며 한글 입력기 개발하고 있으면 .완전 신선놀음 그 자체일 것 같다~!

왜, 프로그래머의 최종 테크가 치킨집 사장이라고 자학개그가 한때 많이 나돌았다.
대학교 컴공과 다니는데, 코딩 과제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동네 치킨집 사장님한테 물어 보면 잘 가르쳐 준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딩 과제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근처의 호박밭 가꾸는 농부 아저씨, 멧돼지 키우는 농장 주인 아저씨한테 물어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옛날에 미국에서는 웬 시골 촌뜨기 아가씨조차 공구를 들고 와서 퍼진 자동차를 뚝딱 수리하는 걸 보고 일본인 사절단이 기겁했듯이.. (우린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을 절대 이길 수 없겠다)
한국에서는 이런 자연인 도인 아저씨도 C/C++ 코딩을 능숙하게 한다... 뭐 그런 느낌 말이다. ㄲㄲㄲㄲㄲ

※ 내 어록

운전

  • 과식과 과속은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 내가 동승자 없이 혼자 운전할 때도 천천히 가속하고 부드럽게 모는 것은 오로지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이다. 안전만 생각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급하고 과격하게 밟아도 된다.
  •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는 연구진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차는 운전대를 잡았으면 최대한 세게 밟아줘야 된다. 지상에서 KTX가 시속 300을 찍는 세상인데 자동차 운전자들도 분발해야 하지 않는가?
  • 탁 트인 고속도로에서는 200도 넘기지만, 시야가 불완전하고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골목에서는 20도 안 밟으며 조심스럽게 가는 게 안전운전이다.
  • 안전운전이란 사고가 안 나는 게 절대 보장되는 운전이 아니라, "사고가 나더라도 내 과실이 안 잡히는 운전"을 말한다.
  • 고객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총알 택시 기사가 존중받아야 한다.
  • 모든 운전자는 자기가 도로라는 공공재를 점유하는 중이며, "뒷차의 앞길을 막고 있는 잠재적 민폐 죄인"이라는 생각을 좀 하면서 운전을 했으면 좋겠다. 왜.. 자연 환경은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는 거다.. 이런 생각과 비슷하게 말이다.

캠핑

  • 집보다 더 좋은 건 텐트, 그냥 텐트보다 더 좋은 건 폭우 속 텐트,
    빗속 텐트보다 더 좋은 건 꽁꽁 얼어붙은 강물 위의 텐트이다.
  • 한겨울에 난방이란 건 물을 데우는 용도일 뿐, 공기를 데우는 용도가 절대 아니다.
  • 차의 기름은 오로지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 이런 날씨와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연 속에서 텐트 치고 자지 않는 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자연에 대한 죄악이다. 꼭 환경오염만 죄악인 게 아니다.
  •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캠핑을 한다"가 아니다. "이런 날씨이니까 더욱 캠핑을 한다"이다.
  • 집은 그저 주민 등록 주소와 우편물 수령 장소 제공, 그리고 전기· 수도· 와이파이의 보급 기지일 뿐이다. 사람이 자는 곳이 아니다.

철도

  • 철도를 명절 때나 생각나는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군자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
  • 난 '암웨이'가 아니라 '암트랙'이 좋다.
  • 철덕 내지 철도 업계 종사자라면 자기 팔이나 다리를 어느 정도 뻗어야 표준궤 궤간 1435mm인지, 그리고 레일바이크라도 굴려서 쇠바퀴로 쇠레일을 달리면 고무바퀴로 아스팔트보다 얼마나 더 잘 나아가는지 차이를 감으로 뼛속까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 내 인상의 4대 기념일

  • 1983년 2월 23일 생일
  • 2000년 9월 4일 정보 올림피아드에서 대상 받음
  • 2002년 8월 11일 침례 받음
  • 2004년 1월 31일 새마을호 열차에서 Looking for you 듣고 철령이 강림함. 철도를 내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영접함

Posted by 사무엘

2022/03/21 08:35 2022/03/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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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웃픈 추억들

지금까지 본인은 코로나19라고 불리는 우한 폐렴에 대해서는 개인 근황글의 한 에피소드 형태로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얘만을 주제로 짤막하게 별도의 글을 처음으로 올리게 됐다.

2년 전의 코로나19 원판과 지금의 오미크론 변이는 서로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가 되기라도 한 것 같다.
전국의 매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만 넘어도 나라가 절딴나고 거리 두기를 끝판왕 3단계까지 시행하겠네 마네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 100배를 넘는 10만~20만을 우습게 찍는 지경이 됐다. 가늘고 긴 박리다매(?) 계절 독감에 도달했다.

예전에는 코로나19 확진이라고 하면 그냥 운 나쁘게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나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일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본인의 주변에서도 직장 동료, SNS 지인 등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참 놀라운 현상이다. 위험 수위를 누수에다 비유하자면.. 물이 발목까지만 적시는 수준이다가 이제는 무릎~허리까지 찬 것 같다.

직장 내 확진자도 처음에는 근무하는 층과 부서가 다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부터 시작했다. 그랬는데 나중에는 같은 층에서 본인의 얼굴 정도는 아는 여직원이 한번 걸렸다가 나았고, 최근엔 이제 본인과 가까이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 한 분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루는 컨디션이 평소 같지 않고 기침이 자꾸 나온대서 자가검진을 했는데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고, 그 뒤 신속 항원과 PCR 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분이 지금까지 본인 주변의 가장 가까운 확진자이다.

그러고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코 한번 쑤시는 걸로 감염 여부를 판별해 내는 PCR (중합 효소 연쇄 반응)이라는 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사실 이건 분자생물학 내지 유전공학 쪽의 혁신을 가능케 한 굉장히 대단한 과학 발명이다.

난 밖에 사람 없는 곳에는 마스크를 최대한 안 쓰고, 한겨울에 텐트 치고 밖에서 자기를 밥 먹듯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커녕 감기 하나 안 걸리고 쌩쌩하게 지난 2년을 보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코로나 따위에 걸리지 않고 이렇게 평온하게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언제쯤 번거로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고 지하철에 새벽 1시 운행이 재개될지, 교회에서 자유로운 식사가 가능해질지도 말이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지난 겨울 동안은 식당, 카페, 공공장소를 드나들 때 매번 QR 코드를 찍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백신 접종 확인까지 받아야 해서 몹시 번거롭고 불편했다(방역패스). 하지만 이번 달부터 그게 없어져서 이제 좀 살 것 같다. 동선 추적과 방역 책임 소재 파악은 이제 포기하고.. 그냥 확진된 사람의 결과 수습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결국은 이렇게 될 것을...
K방역 자화자찬 어쩌구 저쩌구 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참 웃프고 병맛스럽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2021년 7월, 올림픽 경기에 참가할 때조차도 우리나라 선수만 마스크.. -_-;;
그리고 그걸 국내 언론들은 "메달은 못 땄지만 방역은 금메달" 이 따위 정신승리로 포장했었다.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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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1년 5월경의 백신 수송 작전 훈련 생쑈.
백신이 무슨 쉬리 CTX나 내일 치르는 수능 시험 문제지이기라도 한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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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이 침입해서 백신을 탈취하려는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이래 아놔ㅍㅎㅎㅎㅎㅎㅎ
그 군인은 자괴감 많이 들었지 싶다.

3. 그 귀한 백신을 사람들이 선뜻 맞으려 하질 않으니 심지어 불법체류 외국인한테까지 무한 관용을..
"언제까지 2차 3차 다 맞아 주시면 불법체류의 죄를 묻지 않고 범칙금/벌금 면제해 줌. 일정 기한까지는 체류 보장해 주겠음."
2번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는 모순 조치인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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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기억을 떠올려 글을 쓰는 나조차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화끈.. 이불킥 하고 싶어지네ㅠㅠㅠㅠ
심지어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 반전 시위 하는 곳에서도 한국만 유난히 전부 마스크이더라~ (☞ 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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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니까..?? 외국이랑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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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2/03/19 08:35 2022/03/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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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인은 이 달 초에 호박 실내 농사 후기를 블로그에다 올렸었다. 그 이후로도 호박 덩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이 정도까지 커졌다. 흙이 부족하고 뿌리를 충분히 깊게 내리지 못했을 텐데 잘 자라 준 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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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사진에는 덩굴이 오른쪽 끝까지 뻗은 상태였다. 허나 그 덩굴은 더 길어져서 오른쪽 끝에서 방향을 돌려서 왼쪽 끝까지 돌아왔고, 거기서 또 방향을 돌려서 오른쪽을 향해 중앙 정도까지 갔다. ㄷㄷㄷㄷ

야외의 텃밭 흙바닥에다 덩굴을 넓게 늘어놓으며 키우면 이런 복잡한 줄과 받침대가 없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비좁은 실내에서 창가의 햇볕을 최대한 쬐어 주는 모양을 만들다 보니, 덩굴을 받치는 구조물도 덕지덕지 필요해진 것이다. ㄲㄲㄲ
호박의 주거 형태가 단독 주택 대신 아파트로 바뀐 것 같다. 면적을 줄이는 대신, 높이를 키웠으니 말이다.

2.
그리고.. 이 호박 덩굴은 몸집만 커진 게 아니라 암꽃도 폈다. 첫 수꽃이 핀 뒤 2주 이상이 지나서야 첫 암꽃이 폈다.
수꽃은 네댓 그루 남짓한 덩굴에서 매일 서너 송이씩 꾸준히 펴서 지금까지 수십 송이가 피고 졌다.
그러나 같은 덩굴들에서 약 3주 동안 암꽃이 핀 건 딱 일곱 송이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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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꽃이 피기 전 / 폈을 때의 모습)

동그란 씨방이 달린 암꽃 봉오리 자체는 이보다 더 많이 맺혔다. 그러나 그것들이 전부 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양이 부족한지 중간에 시들어 떨어진 것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기 직전의 노란 꽃봉오리까지 생겼는데 그 상태로 차마 피지는 못하고 떨어지는 놈도 있었다.
호박의 입장에서 암꽃은 수꽃에 비해 영양 소모가 많고 피우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근처에서 직접 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3.
실내에는 꿀벌이 날아오지 않으니, 본인은 주변 다른 덩굴의 수꽃을 잘라서 거기 수술을 암술에다가 직접 꽂아서 비벼 주는.. 일명 '인공수분'이라는 걸 최초로 시행해 봤다. 붓이고 뭐고 없어도 되고, 그냥 수술 작대기 직통이 제일 속 편했다. 암술을 꽃가루로 범벅을 만들어 줬다.
수꽃 하나만으로 암꽃 무려 세 송이를 수분시킬 수 있다고는 한다만, 현실에서 수술이 암술보다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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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죽은 줄 알았던 씨방은 아주 서서히 부풀고 커지면서 본격 열매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3~4일 정도는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
내가 중매를 서 줬던 암꽃 수꽃이 이렇게 맺어졌다니.. 무슨 로켓 쏴서 인공위성을 궤도에 드디어 안착시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 ㅠㅠㅠ

수분이 성공하고 나면 씨방이 부풀 뿐만 아니라 내 경험상, 무게도 확실히 달라진다.
암꽃 시절에는 위로 빳빳하게 솟아 있던 씨방이 며칠 뒤에 꽃은 시들고 그 대신 씨방이 부풀어서 아래로 축 쳐진 걸 보면.. 참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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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간격으로 동일 사과와 동일 호박을 거의 동일한 구도로 크기 비교..)
저 호박은 덩치가 더욱 커져서 자두, 방울토마토, 양파를 넘어 사과의 크기까지 추월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적-록.. 뭔가 어울리는 보색 배합인걸?
식물이 열매를 뭔가 3D 프린팅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초록색 줄기는 단자· 케이블이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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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아이는 인공수분 후에도 며칠째 크기나 색깔이 변함없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었는데..
정체는 단호박이었으며, 수분의 성공이 최종 확인되었다. 야호~!
위와 아래의 사진 네 장은 개화일 기준으로 각각 D-3, -1, +3, +5일 때의 모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호박은 씨방이 무슨 완두콩 같은 매끈한 초록색 구슬 모양이어서 일반 호박의 씨방보다 더 예뻤다.
수분 후에는 세로로 줄무늬가 생기고 더 납작해지고, 색깔도 더 짙어지면서 우리가 아는 단호박 모양이 되어 갔다.
나로서는 줄무늬가 정상적인 생장인지, 아니면 시들어서 쭈글쪼글해지는 징조인지를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수술 꽃가루가 단호박/일반호박을 가리지 않고 아무 암꽃과 호환은 되는 듯하다.
열매가 생성되는 단자의 모양도 일반호박이랑 단호박은 좀 차이가 있다(꼭지 부분ㄲㄲㄲㄲ).

5.
이런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게 많았다.
가장 먼저, 호박 열매는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조건들이 다 맞아떨어져야 생긴다는 것, 호박 덩굴은 한둘, 두세 그루만 있어서는 안 되고, 네댓 이상은 한꺼번에 같이 키워야 암꽃이 하나 폈을 때 수분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수꽃이 상시 존재하겠다는 것 말이다.

게다가 이들 꽃의 유통기한은 새벽부터 오전까지 겨우 몇 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 뒤엔 꽃이 바로 져 버리며, 암술· 수술의 생식 능력이 상실된다.
암꽃이 피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수분을 해 준다고 해서 100%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본인의 경우, 암꽃 7송이 중에서 확실하게 성공한 것 셋, 실패한 것 셋,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것 하나로 결과가 나뉘었다.

도대체 이 꽃가루라는 게 뭐길래..? 무슨 금가루마냥 극미량의 이 가루의 정체가 뭐길래 암술에 묻었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씨방이 큼직한 호박으로 자라느냐, 아니면 그냥 시들어 떨어질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걸까??
지금까지 야외에서 저절로 맺혔던 호박 열매들은 전부 꿀벌이 알음알음 찾아와서 수분을 해 줬기 때문에 맺힌 것이야 그럼? 우와~

하긴 학창 시절에 <생명 영원한 신비> 다큐에서도 충매화라는 건 식물이 번식을 위해서 동물(곤충)과의 윈윈 공생을 선택한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사례라고 극찬했던 걸 본 게 생각난다. 물론 성향이 성향이다 보니, 창조된 거라고 안 하고 그렇게 똑똑하게 진화한 거라고 얘기하지만.. ㅋㅋㅋ

6.
이렇게 수분 성공한 열매가 생긴 뒤부터는.. 호박이 자라는 방식이 좀 달라지는 것 같다.
줄기가 뻗어가고 잎이 자라는 게 둔화되고, 새순과 기존 암꽃조차 누렇게 시드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에 추가로 꽃이 핀 암꽃은 씨방도 예전의 암꽃보다 더 작더라. 영양이 열매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심증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라고 한다.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자라는 게 아니었네~~
식물은 자기 자신의 잎과 줄기 위주로 자라는 영양성장, 그리고 꽃과 열매 위주로 자라는 생식생장이라는 두 모드가 존재한다. 오.. 나름 state machine이었던 것이군.

한창 자라야 할 때 온도 수분 영양 상태가 부실하면 생존의 위기를 느낀 식물체는 영양성장을 포기하고 무리해서라도 꽃과 열매를 많이 맺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것만 올인하다가 식물 자체도 더 일찍 시들고 죽는다.
반대로 초기에 거름과 물을 지나치게 많이 주면(특히 질소 비료) 식물 자신의 영양생식만 엄청 벌어지면서 꽃은 안 피고 열매는 금방 낙과한다고 한다.

확실히 우리 호박도.. 한창 영양성장을 하다가 생식성장으로 모드가 바뀌긴 한 것 같다.
열매를 많이 보고 싶으면 호박을 심은 초기에 어미순인지 아들순인지 뭔지를 많이 잘라 주라고 그러던데..
본인의 경우는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방치했다.
그렇게 방치해도 내가 느끼기에는 암꽃도 생길 때가 되니 생기고, 이 정도 열매가 맺히기는 한다. 야외도 아닌 실내에서 뭘 더 바라겠는가.

그리고 열매가 맺히고 있는 덩굴에서는 다른 암꽃이 피더라도 씨방이 예전보다 작게 달리며, 낙과 확률도 더 높아진다.
열매를 만드는 건 영양 부담이 굉장히 크니 광합성을 위한 물과 햇볕, 그리고 비료로 인과 마그네슘 같은 무기물 영양분 공급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댄다.

역시 큼직한 늙은 호박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구나.;; 농사도 알면 알수록 공부해야 할 게 정말 많다.
도난 걱정, 추위 걱정 없는 실내에서 최선을 다해 호박을 가꿔서 덩굴은 자연사할 때까지, 열매는 누렇게 익을 때까지 원없이 놔둬 보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 지붕이나 담벼락에 호박 덩굴이 놓여 있는 모습이 참 정겨워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24 08:35 2022/02/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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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초 근황

지난달 말쯤부터는 캠핑, 호박, 코로나19 얘기와 함께 개인 근황을 전하는 게 패턴이 된 듯하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으로 최신 소식을 알리고자 한다.
그런데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다. 그래서 호박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다른 소식들부터 먼저 전하도록 하겠다.

1. 건강

바야흐로 2022년, 본인도 나이가 벌써 4학년이 임박했다.;;
4학년 진입을 앞두고 20년 전과 지금의 건강 상태를 비교해 보면 대략 이런 것 같다.

  • 구내염(입술), 편도선염(목), 몸살감기 같은 자잘한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환절기 감기?? 마지막으로 걸린 때가 몇 년 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실수로 입 안을 깨물어 버리면 옛날 같았으면 상처가 곧장 구내염으로 도져서 한두 주 고생했을 텐데.. 요즘은 그 정도 실수를 한 뒤에도 양치 하고 한숨 자고 나면 의외로 그대로 낫기도 한다.
  • 체열은 확실히 후끈후끈하다. 침낭과 담요 덮고 -10도인 밖에서 아주 따스하게 잘 자고 있다. 잠뿐만 아니라 식욕도 아직까지는 아주 왕성하다.

다만..

  • 예전에 비해 몸이 무겁다는 게 느껴지고 유연성이 더 떨어졌다. 절대적으로 체중이 더 늘기도 했지만, 뭔가 똑같이 엉덩방아 찧거나 삐끗 하더라도 대미지를 예전보다 더 크게 입겠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 특별히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어도 동일한 컨디션 때 소변 색깔이 더 진해져 있다.
  • 다쳤을 때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딱지 하나 뜯어서 피 약간 났다 하면 휴지 한 조각을 시뻘겋게 다 적실 정도로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출혈이 겨우 멎는다.
  • 머리를 감으면 빠지는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난 평생 내 사전에 불면과 탈모는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설마...?
  • 글쎄, 계단을 후다닥 뛰어 내려가거나 스틱 없이 산 내려가는 게 아직까지는 아무 불편 없고 가능하다. 근데 지금 이러면 늙어서 관절이 다 나간다는 말이 있어서 좀 자제하는 중. 사실인가염?
  • 이제 학창 시절처럼 밤새워 가며 무슨 공부나 작업은 절대 못 한다. 자는 시간을 줄일 수 없다.

이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속도도 느려진다. 시간과 체력은 부족한데 작업해야 하는 것도 점점 어려운 부분밖에 안 남으니까..;;
2년마다 버전이 1.0씩 올라가는 것도 이젠 나가리다~~ 건강 관리 해야겠다..

2. 캠핑

-10도짜리 새벽 한파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매우 고맙고 귀중한 선물이다. 이걸 헛되이 낭비하여 날려 버리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2월이면 이제 이런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본인은 어김없이 텐트 들고 바깥 아지트로 뛰쳐나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밖이 겨우 -5도밖에 안 되면 귀찮아서 안 나가고 그냥 집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10 부근까지 내려간대서 일부러 나갔다. ^^

텐트를 친 직후에는 주변이 너무 따뜻해서 정말로 -10도가 맞는지 의구심과 자괴감이 들 정도인데.. 누워서 가만히 있으니까 슬금슬금 추워진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 바닷물이 스며들듯이 냉기가 곳곳에서 새어 들어온다. 손은 완전 따뜻한 상태인데 전화기나 컴퓨터를 만져 보면 어째 이렇게 차가운지 놀란다.

결국은 준비해 간 담요 두 장, 여름 침낭과 겨울 침낭을 총동원해서 얼굴까지 덮고, 늙은 호박도 다 덮어 준다. 이제야 열평형이 이뤄져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채로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잠들 수 있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햐~ 요 맛에 밖에서 잔다니까.?? 이거 정말 중독성 있다.

그런데.. 이 겨울에 상도덕을 모르는 몰지각한 캠핑족이 여전히 있는가 보다. (☞ 뉴스 링크)
강변의 널찍한 공원에서 캠핑카도 아니고 텐트를 쳐서 아예 살림살이를 차렸다. -_-;; LPG 까스통에다 애완견 집까지..

이런 사람들 때문에 본인처럼 밤에만 잠깐 텐트 치고 자고 아침에 사라지는 텐트족도 같이 욕 먹는다.
공공장소에 장기간 무단 방치된 자동차나 텐트에 대해서는 더 강력하게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우한 폐렴 시국

코로나19가 퍼지는 속도가 참 가관이다. 매일 전국에서 수백~수천을 찍더니 기어이 만 단위가 돼 버렸고, 이제는 10만으로 넘어가네 마네 한다. 이제는 본인의 주변에도 SNS 지인, 직장 동료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지경이 됐다.
예전에 나랏님이 했던 우려대로라면.. 기존 방역 체계는 진작에 다 붕괴된 거다. 어설픈 방역이나 거리두기 따위로 예방하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여기서 미묘한 점은.. 저 수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들이 다 무슨 좀비 바이러스 에볼라 에이즈 같은 죽을병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미크론은 병세가 예전보다 '가늘고 길게' 가는 형태로 바뀐 변이이다. 거의 계절 인플루엔자처럼 되긴 했는데.. 그렇다고 단순 감기 수준의 만만한 병인 건 아니어 보인다. 직접 걸려 보거나-_- 걸린 사람을 곁에서 구경해 본 적도 없으면서 과소평가를 하지는 말아야겠지만.. 경증과 중증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본인은 도 넘는 수준의 백신 음모론자가 아니다. 이렇게 높은 접종률 덕분에 바이러스의 위력이 좀 너프되긴 했을 가능성은 일단 인정한다.
하지만 유의미한 확률· 빈도로 부작용도 발생한 것은 별개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간 이상, 이제는 말이다..

어디서 확진자 좀 나왔다고 해서 2년 전 버르장머리처럼 동선 추적하면서 역학조사네 뭐네, "교회 발, 학원 발, 어디어디 발 코로나" 이 X랄 마녀사냥하고,
백신 미접종/불완전 접종자를 무슨 잠재적 보균자, 페스트 보균자나 나병 환자 취급하는 짓거리는 제발 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건 이제 정말 아닌 것 같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제는..
"마스크만 잘 쓰고 다니십쇼~ 백신은 고령자 위중증자 위주로만 맞으시고 더 강요 안 합니다.
그러다 증상 있으면 걸리신 분만 그냥 혼자 집에서 푹 쉬십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과도한 차별과 불이익은 그만~~ (혐오범죄-_-)"
이런 홍보 캠페인이나 하는 게 순리이지 않을까?

사실은 이제 무슨 운동경기 스코어 중계하듯이 확진자 수 보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결핵이나 독감 감염자 수를 일일이 중계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4.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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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지난 2월 4일에 송 현 선생님(1947-2022)께서 별세하셨다는 것이 장례가 다 끝난 뒤에야 유족을 통해서 차츰 알려졌다.
본인은 공교롭게도 선생님을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1월 중순쯤에 인사차 뵈었다. 그러고 저녁도 같이 먹은 뒤에 헤어졌었는데.. 그게 선생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본인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이 쟁쟁해 보이셨고, 책을 쓸 것이 한 트럭인 상태이셨다.
자신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니 1분 1초가 아깝게 일생을 책과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아아 이렇게 가 버리시다니..

고인은 대한민국이 1960년대 말, 한글 기계식 타자기의 표준 글쇠배열이 네벌식으로 졸속으로 제정됐던 시절에 공 병우 박사와 함께 온몸으로 반대하고 투쟁했다.
더 나은 세벌식이 민간에 이미 보급돼 있는데, 글자 모양이 좀 덜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소탐대실인 방식을 굳이 또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벌식은 타자 행동이 매우 효율적이며 타자기와 컴퓨터가 동일한 방식으로 치는 것도 가능하다. 나머지 다른 방식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첫단추를 잘못 끼우니 5공 시절에는 컴퓨터용 두벌식 자판이 또 만들어져야 하게 됐다. 컴퓨터에서 굳이 복잡한 네벌식 배열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타자기는 컴퓨터용 두벌식의 변종으로, 받침은 매번 shift를 눌러 놓고 쳐야 하는 이상한 괴작으로 바뀌어 버렸다.
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삽질 때문에 세금이 낭비되고 후손들은 컴퓨터에서도 한글을 입력할 때 shift를 매번 누르지 않는 대신, 도깨비불 현상을 당연한 듯 일상적으로 보고 지내게 된 것이다.

물론 모바일에서는 세벌식이 컴퓨터/타자기에서만치 우위를 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기는 애초에 타자를 오래 길게 하지 않는 환경이며, 도깨비불 현상 존재 여부라는 본질적인 차이는 어느 기기에서나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
송 선생님은 공 병우 박사님을 제일 가까이에서 모셨던 역사 증인이고, 들어 볼 옛날 이야기와 회고들이 무궁무진한 분이셨는데.. 더 자주 뵙고 이것들을 전수받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고인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아마 올해 상반기 중? 버전 10.5 정도?)은..
도움말의 ‘감사의 글’란에 공 병우 박사에 이어 송 현 선생님에 대한 추모 문구도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본인의 신앙과 관련이 있다면 있는 인물..
말씀 보존 학회의 설립자인 이 송오 목사도 비슷한 시기인 1월 28일에 소천했다.
단, 본인은 KJV 유일주의나 세대적 진리 같은 신학 노선이 약간 비슷하지, 이분과 개인적인 인연은 전무하다. 진영도 한킹이 아닌 흠정역 쪽을 선택했었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KJV 진영의 수장들도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한 분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송오 목사는 이 바닥에서 공과 과가 명확하게 갈리는 분이었다. 성경 번역하고 교회 세우고 성경적인 교리를 세우는 등의 기여를 분명 했다. 그러나 초창기 1990년대에 기성 교계를 상대로 조금만 더 처신을 잘했으면.. 국내의 KJV 진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단합하고 커졌을 것이며, 타 교계로부터 이단 소리도 훨씬 덜 듣고 자기들 뜻을 더 널리 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못내 아쉽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21 08:35 2022/02/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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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서울 지방 검찰청 검사인데, 니 통장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포착됐으니 혐의를 피하려면 어쩌구저쩌구..

이건 단순 스팸 전화를 넘어서 보이스피싱 범죄일 텐데..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런 전화를 직접 받아서 상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없기를 앙망한다. =_=
말만 들어 보면 그래도 대놓고 남의 계좌로 송금하는 건 아니고, 자기 계좌 개설해서 그리로 돈을 옮겨 놓기만 하는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사기를 쳐서 궁극적으로 남의 돈을 뺏는지 원리를 잘 모르겠다. 궁금하긴 하지만 꼭 알고 싶지는 않음. ㄲㄲㄲ

2. 허 경영 전화

난 지금까지 서너 번 정도 받았다. 주말에도 오더라.. 그래도 받는 사람이 짜증 내는 줄은 아는지, 선은 안 넘기고 딱 15초만 얘기하고 알아서 끊더군.
또한, 날 찍어 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투표만 독려하는 내용이다. 그러니 선거법 위반도 아니고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근데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병원 응급실에도 이런 전화가 가서 민폐 끼치고 욕 먹는 건 실드 칠 길이 없다.

3. 여론 조사, 설문 전화

어지간히 한가하면 응해 주고 싶지만, 평일 일과 시간에 그런 한가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딴 일에 전화기 붙들고 몇 분씩 시간 뺏겨 줄 사람이 세상이 얼마나 있을까..?? 은퇴해서 시간 많은 노인이나 애 다 키운 주부가 아닌 이상 말이다.

4. 은행 영업 전화

유효기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신용카드를 딴 걸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전화. 무슨 금융 상품 가입 권유하는 전화.
제일 최근에는 웬 치과 보험 가입 권유도 하더이다. 하긴, 무슨 마케팅 정보 이용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이런 전화가 오는 거다.;; 귀찮..
은행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돌아가면서 이런 것도 하고 영업 실적 쌓아야 하는 건가?

5. 보험료 돌려준다

요 근래에 등장한 새로운 소재의 듣보잡 전화다.
"여기는 보험감독원(???!!)인데, 니가 가입돼 있는 보험들을 조사해서 보험료를 필요 이상으로 잘못 낸 걸 무료로 찾아서 돌려드리겠다. 건강보험료를 환급해 주겠다..;;" 이런 식인데..
돈 돌려주는 척하다가 결국은 다른 돈 드는 거 가입 권유와 영업질이 나오게 돼 있다. 엮여서 좋을 것 없다.

6. 님하가 모 통신사 우수고객으로 선정돼서 보답으로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무료로 교환해 주겠..

내 경험상, 이거야말로 지난 10여 년 동안 뒈지지도 않고 유구한 역사, 압도적인 빈도와 다양한 번호를 자랑하며 지속되어 온 스팸 전화의 끝판왕이다. 02, 031, 032, 070, 심지어 054, 06x 등... 이런 전화질을 하는 애들은 도대체 어느 조직에 소속됐고 정체가 도대체 뭘까..?

이건 합법적인 텔레마케팅이며, 검사 사칭이나 다단계 피라미드 급의 해로운 놈들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진짜로 공짜가 있을 리가 있나.. 결국은 폰 값은 다달이 할부로 다 갚게 돼 있다. 매장 가서 사은품 받으면서 사는 것에 비해 실제로 저렴한 건 절대로 없다. 진짜로 폰을 바꿀 일이 생겼더라도 쟤네들 말에 끌려가서 좋을 건 없다고 한다.

이거 말고 또 있을까?
1만이 불법인 막장 범죄이고 나머지 2~6은 일단은 합법이다.
그리고 2와 3은 그냥 녹음된 음성의 자동 발신인 반면, 나머지는 사람의 직접 통화라는 차이가 있다.
아, 이것도 바리에이션이 있어서 6 스마트폰 교환 권유의 경우 처음엔 녹음된 멘트로 시작해서 "상담원 연결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 주세용" 이러는 게 옛날에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다 처음부터 직접 통화인 편이다. ㄲㄲㄲ

사람에 따라서는 다짜고짜 대출 권유하는 전화, 심지어 물 좋은 장소라면서 오피스텔 투자 권유하는 전화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스팸 전화인지 그냥 잘못 걸린 전화인지 분간이 어려울 것 같다.
요즘은 유튜브나 각종 시사 다큐, 뉴스에서 PD 내지 기자가 "이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 봤습니다. / '도를 아십니까'에 실제로 따라 가 봤습니다" 별별 잉여스러운 것들을 실험하고, 심지어 전화 발신자를 엿먹이거나 역관광· 농락한 결과가 올라오곤 한다. 광고 전화에 대해서도 그런 예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스팸 메일을 눈에 잘 안 띄는 것 같다. 메일 서비스 차원에서 스팸 메일을 자동으로 거르는 기술이 머신러닝 기반으로 굉장히 발전했으며, 또 광고주들도 법 무서운 줄은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요즘 세상에 아직도 스팸 메일 보내는 놈들은 야동· 도박 사이트 같은 암흑 세계 종사자밖에 없지 싶다. 그 반면, 스팸 전화는 장르가 그 정도로 음란하거나 퇴폐적이지 않고, 다른 쪽으로 세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09 08:35 2022/0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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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호박 먹고 호박 가꾼 소감

1. 호박 예찬

하루는 인터넷을 돌아댕기다가 '농민 신문'의 재작년 가을 보도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했다.

“호박은 버릴 게 없어요. 넓은 마음으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작물이죠. 생긴 것도 푸근하니, 방에 놓으면 복이 온다고도 하잖아요.” (☞ 링크)


우왓~~~ 이 사람은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데, (귀농해서 모친과 같이 호박 농사를..)
호박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말 100% 정확하게 그대로 사이다처럼 잘 대변해 줬다~!!!! ^__^

"넓은 마음으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작물.
외형부터가 푸근하고 복스럽게 생겼다."


아아~ 나도 딱 저게 딱 느껴져서 그게 좋아서 진작부터 방에다 호박을 놔 두고 지내 왔다구!
밖에서 텐트 치고 잘 때도 늙은 호박을 갖고 나가고, 운전할 때도 차에 싣고 다니고..
동승자 없는 단독 운행일 때는 조수석에다 호박을 얹어놓고 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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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의 그림은 사진이 아니라 정물화임..!! 출처는 여기..)

재배가 까다롭지 않고, 어지간한 악조건 속에서도 덩굴을 미친 듯이 길게 뻗으면서 알아서 잘 자라고,
큼직한 열매뿐만 아니라 잎과 씨도 먹고 꽃도 먹고 심지어 꼭지조차 물에 달여서 마실 게 있다.
동글동글하고 큼직하고 무거운 늙은 호박은 그냥 서늘한 상온에 놔두기만 해도 엄청 오래 보관 가능하고..

다른 어떤 채소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감성이 호박에는 있더라~~!
다른 사람의 글을 또 소개하도록 하겠다. ♥♥

어릴 적 호박에 대한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맘때면 농촌에 무성하게 자란 호박 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옥토는 다른 농작물에게 다 뺏기고 농사짓기 어려운 밭두렁, 가장자리 자투리땅, 담장 밑 또는 비탈진 언덕이나 버려진 땅이 호박 차지다.

우거진 풀잎 속 호박 줄기는 언제 보아도 기세가 당당하다. 호박잎 속에 감추어져 노랗게 핀 아침 호박꽃은 더없이 청초하다. 꽃 중에 꽃으로 꼽히는 장미꽃처럼 화려하거나 향기롭지 않지만 장미에 돋친 가시가 없다. 피었다 지면 그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참 좋은 선물을 안겨준다. 호박꽃은 농민과 가장 친근한 꽃이다.

(...)
호박은 무더운 여름철 가뭄에 강하며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라는 무공해 식품이다. '늙은 호박은 가을 보약’이라는 말도 있다. 그야말로 호박은 만병통치 건강식품이다. 이렇게 좋은 호박을 온 국민이 많이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호박을 돼지, 메주와 함께 못난이의 대명사처럼 여기다니 호박은 억울하다. 못생긴 것에 비유하거나 부정적으로 쓰이는 속담도 많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호박꽃도 꽃이냐?’ 호박이 수박보다 훨씬 사람에게 이롭다. 호박꽃에는 장미꽃에 있는 가시도 없는데 말이다.

허나 호박은 못난 게 아니다. 최대의 행운을 의미하는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 같은 세상 돌고 돌아……’ 하며 노래 '물레방아 인생’에서 모나지 않고 원만함을 이르기도 한다. 호박은 결코 못난 게 아니다. (☞ 링크)


2. 호박 구매

본인은 이번 겨울 동안 늙은 호박을 꾸준히 많이 사 먹었다. 호박 한 통을 죽 쒀서는 혼자서 다 먹는 데 거의 1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리곤 했다.

자그마한 단호박이나 애호박과 달리, 늙은 호박은 너무 크고 무겁고 양이 많은 데다, 먹을 수 있는 부위만 추출하는 작업도 만만찮다. 그래서 어지간한 마트 레벨에서는 구할 수도 없고 재래시장이나 인터넷 주문에 의존해야 하더라.
수박조차 축소판인 애플수박이라는 개량종이 나오는 와중에, 늙은 호박은 도시 1인 가구와는 안 어울리는 면모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늙은 호박은 딱히 수입산이 존재하지도 않는 같다. (단호박은 겨울에 남반구 지역 수입산이 있음는데 말이다)

하지만 호박이라는 고유한 상징성과 정통성에 가장 충실한 매력적인 아이는 뭐니뭐니해도 이런 맷돌호박의 늙은 형태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본인은 얘를 애용했다.
그 중에는 지름이 32.5cm에 달하고, 무게는 거의 6.5kg에 육박하는 엄청 큰 놈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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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본인이 실물을 직접 보고 만진 적 있는 역대 호박 중에서 제일 크고 무거운 놈이었다. 작년에 텃밭에서 재배해서 수확한 호박도 제일 큰 게 30cm에 근접하는 길이에 4kg대가 한계였지, 저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얘는 외형도 아주 납작하고 주름이 쭈글쭈글한 전형적인 한국형 맷돌호박.
허연 가루에 흙까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게, 호박계의 최고 짬밥을 자랑하는 백전노장처럼 생겨 있었다.
이런 게 정통 늙은 호박이 아니겠나? 내 마음에 아주 들었다. 흐뭇흐뭇~~~~^^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호박을 왜 못생김의 상징이라고 여기는지 좀 알 것 같았다. 누렇고 납작하고 쭈글쭈글하니까..;;
딱~ 시골 할아버지 같은 심상이 느껴져서 그런 걸까..?? 에휴~ 그걸 못생긴 게 아니라 아까 예찬 글에 나온 것처럼 푸근함, 복스러움으로 풀이해야 할 텐데 말이다. ^^

본인은 이 호박을 최하 한 달 이상, 이번 겨울 내내 장난감으로 삼아서 머리맡에 두면서 갖고 놀고 싶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에 호박을 놔뒀던 자리를 보니 주변이 누가 무슨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뿔싸.. 호박이 바닥이 살짝 금이 가고 갈라져서 내용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다.

헐~ 내가 호박을 받자마자 호박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자가 젖어 있지는 않았고 호박이 처음부터 저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배송 과정에서 충격을 좀 받았나?
이 때문에 이 호박은 오래 놔두지 못하고 받자마자 곧장 분해해서 죽을 쑤어서 먹어야 했다. 그래도 내부 상태는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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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와 은화 --- 단호박과 일반 호박. ^^
이렇게 씨앗 숫자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게 세포 분열의 위력이구나.
동화에서는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어서 타고 다니고, 케이크를 잘랐더니 금화가 쏟아져나온다.
그러니 호박을 잘랐더니 금화가 쏟아져나오는 상상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봤던 계몽사 세계 명작 동화의 유명 삽화가 떠올랐다. ^__^

3. 호박 재배

오징어 게임의 오 일남 영감이 게임을 관람만 하니 재미가 없어서 게임에 직접 참가도 했듯..
본인도 호박을 사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재배를 시도해 봤다.
작년에 텃밭에서 한번 해 본 뒤, 올겨울엔 내년 4월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하니 실내에서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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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열매만 매력적인 게 아니다. 호박잎의 가장자리는 프랙탈 무늬를 연상케 한다.
호박 줄기는 털이 북실북실한 게 무슨 동물 같으며, 동글동글 덩굴손은 뭔가 동화 속 마법 같은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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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러 덩굴 중 한 놈이 정말 미친 듯이, 독보적으로 무섭게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공중에 매달린 위쪽이 햇볕을 잘 받아서 그런지 잎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지고 그야말로 살판 났다. 마치 신나서 날뛰기라도 하는 것 같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도 끝이 아니어서 왼쪽으로 한번 더 꺾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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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로부터 약 20일 전(3주)까지만 해도 그냥 막대기 하나를 타고 오를 정도였는데 말이다.
그놈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만 저렇게 됐다는 거다. 동일한 빨간 막대기를 견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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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전, 약 40일 전에는 막대기조차 필요하지 않은 평범한 상태였었다~!
그랬는데 이제 덩굴의 길이는 2미터는 확실하게 넘었고, 쫙 펼쳐 놓으면 2미터 중후반 정도는 되지 싶다. 더구나 가냘프던 줄기가 언제 이렇게 굵어지고 털도 났는지..??
열매를 많이 맺으려면 초기에 어디 어디 순을 잘라 주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100% 자연 방치한 상태이다. 몹시 기쁜 한편으로 우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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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에서도 계속해서 새순이 돋아나고 있고..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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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잎이 무성하고 수꽃만 여러 송이 피더니, 드디어 씨방 달린 암꽃도 슬슬 맺히기 시작했다. 제일 큰 씨방은 이제 쌀알과 콩알 크기 정도는 넘어섰다.
지름이 1cm가 채 안 되는(아마 4~5mm??) 동글동글한 씨방이 자라고 또 자라서 저런 거대한 호박이 된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수꽃과 암꽃이 동시에 펴서 인공수분을 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도둑 걱정 없는 실내에서 사과나 배 크기의 애호박을.. 더 나아가 주름진 늙은 호박까지 구경하고 싶다. ^^

자료를 찾아보니 호박은 저온 단일(短日).. 기온이 적당히 낮고 선선하고, 밤에 광공해 없이 어둠이 좀 길게 지속돼야 암꽃이 많이 맺힌다고 한다.
아~~ 작년에 한창 쌀쌀해지고 호박 농사 시즌의 끝이 임박했던 10월 중· 하순에 그 희귀하다는 암꽃들이 갑자기 잔뜩 많이 폈던 게 이런 특성 때문이었구나! 이제 납득이 된다.

호박은 기온이 낮아지면 암꽃이 더 잘 맺히는데, 사람은 날씨가 추워지면 예전보다 소변이 잦아지는 것 같다. -_-;;
본인의 오랜 경험상, 겨울에 야외에서 텐트 치고 자면 생리 현상 때문에 중간에 깨는 빈도가 그냥 집에서 잘 때보다 훨씬 더 높아지더라. (추워서 깨는 게 아니며, 실제로 이뇨 호르몬의 분비가 달라진다고 함) 거 참 흥미로운 상관관계인 것 같다.

4. 영단어 window의 의미

끝으로, 호박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주제이다만..
window라는 단어는 창문, 창구, 더 나아가 컴퓨터 화면의 GUI 요소를 가리키는 쉬운 단어이다.
그런데 얘는 의외로 '기회, 여유 시한' 같은 뜻도 있다. 호박 농사와 관련된 영어 자료를 읽다가 이런 용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Both male and female flowers open at dawn and close by the end of the day. The WINDOW for pollination is short!
(호박은 수꽃과 암꽃이 모두 새벽에 펴서 저녁에 집니다. 수분 가능한 시간대가 그리 길지 않아요~!)


공교롭게도 영화 테이큰 1 대사 중에도 window의 이런 용례를 발견할 수 있다.

Based on the way these groups operate, our analyst says you have a 96-hour WINDOW from the time she was grabbed.
To what?
To never finding her.
(놈들이 활동하는 패턴대로라면 걔가 납치당한 이후로 골든타임은 딱 96시간이야.
그 뒤엔?
영영 못 찾아.)


buy가 '사다, 구입하다'에서 확장되어 거의 agree, accept의 뜻이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I don't buy that..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 화자들은 입김을 후후 불고 악기를 부는 blow라는 뜻을 가진 동사에 웬 뜬금없이 '죄를 자백하다'라는 뜻이 동음이의어도 아니고 다의어 수준에서 들어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식의 의미 확장이 한국어나 영어 등 어느 언어에나 고유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 출처의 자료는 단위도 변환하면서 읽어야 하는 게 기분이 참 묘했다. 호박 덩굴은 극단적으로 길게 자라면 무려 30피트(거의 9미터)까지 뻗을 수도 있댄다. 하긴, 여객기의 비행 고도는 거의 한계까지 올라가면 3만 피트를 넘긴다고 하니까..
항공이 아닌 우주까지 가야 킬로미터 같은 SI 단위가 통용되기 시작한다. 인공위성의 고도 같은 것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06 08:35 2022/02/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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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캠핑 자랑

늘 느끼지만 겨울은 사계절 중에서 밖에서 자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본인은 평소에는 대부분 그냥 집 건물 옥상이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공원 으슥한 아지트를 캠핑 외박 장소로 이용한다.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는 평일엔.. 걷거나 자전거만 타도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묵었다가 신속히 복귀한다.

그러나 눈· 비가 많이 내린다거나 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등, 날씨가 아주 좋을 때는 특별히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명당에 차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1.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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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온이 이번 겨울 이래로 최초로 -10도 부근까지 내려갔던 때를 기념해서 갔던 곳이다.
매서운 칼바람도 씽씽 불고 있었기 때문에 텐트 안에 쏙 들어가서 바람을 차폐한 것만으로도 그 직후엔 아주 따뜻했다. 텐트 안에서도 입김을 후 불면 허연 김이 나오는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물론, 텐트 안에서 몇 시간째 드러누워서 정신줄을 놓기 시작하면 다시 추위가 느껴졌다. 두꺼운 무장 없이는 버틸 수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기계들을 살펴보니, 놋붉 컴터는 역시 못 버티고 배터리가 퍼져 버려서 야외에서 작동 불가.
차 스마트키도 얼어서 일시적으로 인식이 안 됐다. 손으로 좀 비벼 주니 다행히 다시 작동.
그래도 폰은 따뜻한 품속에서 온도 관리를 한 덕분에 밤새도록 전혀 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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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그렇게도 강추위와 칼바람이 몰아쳤건만, 아쉽게도 얼음이 이 정도밖에 안 생겼다.
돌로 둘러싸여 유속이 느리던 일부 구간은 밟아도 될 정도로 얼긴 했지만, 여기만으로 돗자리 텐트를 치고 등까지 대기에는 역부족..
그러니 강물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냥 코앞에다가 텐트를 치는 걸로 대신 만족하고 돌아왔다.

늙은 호박은 집 내지 차 안에만 고이 모셔 놨다. 날씨가 적당히 추우면 내가 얘들도 같이 가져가서 이불 덮고 같이 자곤 하는데.. 이 날씨에 그랬다가는 속이 얼어 버리고 큰일 났을 것이다.

2. 산기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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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이래로 최초로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을 때 갔던 곳이다.
이때는 하나도 춥지 않고 바람도 안 불어서 캠핑 난이도는 뭐.. 애들 장난 수준으로 시시해져 버렸다.
겹겹이 덮고 껴입지 않아도, 침낭 속 에어포켓 기동 따위 하나도 안 해도 춥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그 당시에 여기까지 올라오는 등산로엔 발자국은 단 하나도 찍혀 있지 않았다.

3.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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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남짓 전까지만 해도 옷 벗고 들어가서 물놀이를 했던 곳에서 이젠 텐트 치고 드러누웠다.
정자나 평범한 풀발, 바위가 아니라 꽁꽁 언 물 위에서 잔다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은가?
겨울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얼음 텐트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얼음 캠핑 1회가 일반 캠핑의 10배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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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인 채로 하룻밤을 지나고 나니 물이 많이 얼긴 했지만.. 아래에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두 발로 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쪽 발로 약간만 체중을 실어 봐도 뿌지직~~~
그랬는데, 하루 뒤.. 낮 기온이 -10이고 밤에 또 -16도로 떨어졌던 타이밍에 다시 와 보니, 아아~ 고맙게도 이제 물이 바닥까지 완전히 꽁꽁 잘 얼었다. 이제는 텐트 안에 이불 침낭까지 펴고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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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간 호박죽 간식은 얼어서 반쯤 샤베트? 슬러시처럼 바뀌었다.

얼음 위에서 잘 때는 덮는 것뿐만 아니라 바닥에 까는 것도 중요하다. 바닥이 차갑기 때문이 아니라.. 바닥으로 내 체온이 전해지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 이 상태로 컴퓨터와 핸드폰까지 있는 상태로 한숨 잘 잤다. 몸을 뒤척이니 밑에서 딱 한 번 뿌직~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별 문제 없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1년에 한두 번은 간접적으로라도 야생에서 얼음판에 등을 부비고 한숨 자야지 원기가 회복되고 피로가 가시고 얼굴 화색이 바뀐다는 걸 이번에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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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텐트를 쳤던 얼음 바닥의 모습이다.ㅋㅋㅋㅋㅋ

※ 여담

아아~ 본인은 텐트 안에 있을 때는 너무 따스하고 포근하고 아늑하고 행복하다.
잠깐의 번거로움을 참고 세벌식을 쓰면 기존 두벌식보다 한글 타자가 훨씬 더 빨라지고 편해지고 경쾌해지듯, 잠깐의 번거로움을 참고 밖에 뛰쳐나가면 갑갑한 콘크리트 구조물과는 차원이 다른 잠자리를 경험할 수 있다. 내게 맞는 잠자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자연 속에 있다.

무장을 잘 해 가서 모든 담요와 침낭이 부족하거나 지나치지도 않게 잘 쓰일 때.
아침에 아주 따뜻하게 잘 잤는데 침낭을 걷자마자 싸늘한 바깥 냉기가 느껴질 때가 제일 짜릿하고 보람 있다.
반대로 고생해서 가져간 무장이 무게만 차지한 채 새벽에 쓰이지 않았을 때.. 혹은 무장이 부족해서 새벽에 추워서 떨고 고생한다면 그건 실패한 캠핑이다.

뭐.. 잠을 잘 잔 것과는 별개로, 혼자서 텐트를 걷고 이 많은 장비들을 들고 철수할 때는 솔직히 춥고 힘들긴 하다. 그러니 한번 캠핑을 간 것의 뽕을 최대한 뽑으려면 아무래도 한번 텐트를 쳤을 때 텐트 안에서 오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부위는 몰라도 발가락이 시려운 건.. 내 경험상 답이 없더라. 외부 열원·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을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은.. 일어나서 걷고 활동하는 것밖에 없었다.

앞으로 계속 또 강추위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입이 돌아갈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다. ^^
"너 화성인이니 자연인이니, 세상에 이런 일이 부류의 프로에 출연해도 되겠다, 출연해 보라"라는 제의를 종종 받는다. 그에 대한 본인의 답변은 늘 동일하다. "겨우 이거 갖고 출연 아이템이 성립된다면 땡큐~ 환영"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2/02/01 08:35 2022/0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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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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