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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호박 먹고 호박 가꾼 소감

1. 호박 예찬

하루는 인터넷을 돌아댕기다가 '농민 신문'의 재작년 가을 보도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했다.

“호박은 버릴 게 없어요. 넓은 마음으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작물이죠. 생긴 것도 푸근하니, 방에 놓으면 복이 온다고도 하잖아요.” (☞ 링크)


우왓~~~ 이 사람은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데, (귀농해서 모친과 같이 호박 농사를..)
호박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말 100% 정확하게 그대로 사이다처럼 잘 대변해 줬다~!!!! ^__^

"넓은 마음으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작물.
외형부터가 푸근하고 복스럽게 생겼다."


아아~ 나도 딱 저게 딱 느껴져서 그게 좋아서 진작부터 방에다 호박을 놔 두고 지내 왔다구!
밖에서 텐트 치고 잘 때도 늙은 호박을 갖고 나가고, 운전할 때도 차에 싣고 다니고..
동승자 없는 단독 운행일 때는 조수석에다 호박을 얹어놓고 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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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의 그림은 사진이 아니라 정물화임..!! 출처는 여기..)

재배가 까다롭지 않고, 어지간한 악조건 속에서도 덩굴을 미친 듯이 길게 뻗으면서 알아서 잘 자라고,
큼직한 열매뿐만 아니라 잎과 씨도 먹고 꽃도 먹고 심지어 꼭지조차 물에 달여서 마실 게 있다.
동글동글하고 큼직하고 무거운 늙은 호박은 그냥 서늘한 상온에 놔두기만 해도 엄청 오래 보관 가능하고..

다른 어떤 채소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감성이 호박에는 있더라~~!
다른 사람의 글을 또 소개하도록 하겠다. ♥♥

어릴 적 호박에 대한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맘때면 농촌에 무성하게 자란 호박 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옥토는 다른 농작물에게 다 뺏기고 농사짓기 어려운 밭두렁, 가장자리 자투리땅, 담장 밑 또는 비탈진 언덕이나 버려진 땅이 호박 차지다.

우거진 풀잎 속 호박 줄기는 언제 보아도 기세가 당당하다. 호박잎 속에 감추어져 노랗게 핀 아침 호박꽃은 더없이 청초하다. 꽃 중에 꽃으로 꼽히는 장미꽃처럼 화려하거나 향기롭지 않지만 장미에 돋친 가시가 없다. 피었다 지면 그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참 좋은 선물을 안겨준다. 호박꽃은 농민과 가장 친근한 꽃이다.

(...)
호박은 무더운 여름철 가뭄에 강하며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라는 무공해 식품이다. '늙은 호박은 가을 보약’이라는 말도 있다. 그야말로 호박은 만병통치 건강식품이다. 이렇게 좋은 호박을 온 국민이 많이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호박을 돼지, 메주와 함께 못난이의 대명사처럼 여기다니 호박은 억울하다. 못생긴 것에 비유하거나 부정적으로 쓰이는 속담도 많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호박꽃도 꽃이냐?’ 호박이 수박보다 훨씬 사람에게 이롭다. 호박꽃에는 장미꽃에 있는 가시도 없는데 말이다.

허나 호박은 못난 게 아니다. 최대의 행운을 의미하는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 같은 세상 돌고 돌아……’ 하며 노래 '물레방아 인생’에서 모나지 않고 원만함을 이르기도 한다. 호박은 결코 못난 게 아니다. (☞ 링크)


2. 호박 구매

본인은 이번 겨울 동안 늙은 호박을 꾸준히 많이 사 먹었다. 호박 한 통을 죽 쒀서는 혼자서 다 먹는 데 거의 1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리곤 했다.

자그마한 단호박이나 애호박과 달리, 늙은 호박은 너무 크고 무겁고 양이 많은 데다, 먹을 수 있는 부위만 추출하는 작업도 만만찮다. 그래서 어지간한 마트 레벨에서는 구할 수도 없고 재래시장이나 인터넷 주문에 의존해야 하더라.
수박조차 축소판인 애플수박이라는 개량종이 나오는 와중에, 늙은 호박은 도시 1인 가구와는 안 어울리는 면모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늙은 호박은 딱히 수입산이 존재하지도 않는 같다. (단호박은 겨울에 남반구 지역 수입산이 있음는데 말이다)

하지만 호박이라는 고유한 상징성과 정통성에 가장 충실한 매력적인 아이는 뭐니뭐니해도 이런 맷돌호박의 늙은 형태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본인은 얘를 애용했다.
그 중에는 지름이 32.5cm에 달하고, 무게는 거의 6.5kg에 육박하는 엄청 큰 놈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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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본인이 실물을 직접 보고 만진 적 있는 역대 호박 중에서 제일 크고 무거운 놈이었다. 작년에 텃밭에서 재배해서 수확한 호박도 제일 큰 게 30cm에 근접하는 길이에 4kg대가 한계였지, 저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얘는 외형도 아주 납작하고 주름이 쭈글쭈글한 전형적인 한국형 맷돌호박.
허연 가루에 흙까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게, 호박계의 최고 짬밥을 자랑하는 백전노장처럼 생겨 있었다.
이런 게 정통 늙은 호박이 아니겠나? 내 마음에 아주 들었다. 흐뭇흐뭇~~~~^^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호박을 왜 못생김의 상징이라고 여기는지 좀 알 것 같았다. 누렇고 납작하고 쭈글쭈글하니까..;;
딱~ 시골 할아버지 같은 심상이 느껴져서 그런 걸까..?? 에휴~ 그걸 못생긴 게 아니라 아까 예찬 글에 나온 것처럼 푸근함, 복스러움으로 풀이해야 할 텐데 말이다. ^^

본인은 이 호박을 최하 한 달 이상, 이번 겨울 내내 장난감으로 삼아서 머리맡에 두면서 갖고 놀고 싶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에 호박을 놔뒀던 자리를 보니 주변이 누가 무슨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뿔싸.. 호박이 바닥이 살짝 금이 가고 갈라져서 내용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다.

헐~ 내가 호박을 받자마자 호박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자가 젖어 있지는 않았고 호박이 처음부터 저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배송 과정에서 충격을 좀 받았나?
이 때문에 이 호박은 오래 놔두지 못하고 받자마자 곧장 분해해서 죽을 쑤어서 먹어야 했다. 그래도 내부 상태는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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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와 은화 --- 단호박과 일반 호박. ^^
이렇게 씨앗 숫자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게 세포 분열의 위력이구나.
동화에서는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어서 타고 다니고, 케이크를 잘랐더니 금화가 쏟아져나온다.
그러니 호박을 잘랐더니 금화가 쏟아져나오는 상상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봤던 계몽사 세계 명작 동화의 유명 삽화가 떠올랐다. ^__^

3. 호박 재배

오징어 게임의 오 일남 영감이 게임을 관람만 하니 재미가 없어서 게임에 직접 참가도 했듯..
본인도 호박을 사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재배를 시도해 봤다.
작년에 텃밭에서 한번 해 본 뒤, 올겨울엔 내년 4월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하니 실내에서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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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열매만 매력적인 게 아니다. 호박잎의 가장자리는 프랙탈 무늬를 연상케 한다.
호박 줄기는 털이 북실북실한 게 무슨 동물 같으며, 동글동글 덩굴손은 뭔가 동화 속 마법 같은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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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러 덩굴 중 한 놈이 정말 미친 듯이, 독보적으로 무섭게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공중에 매달린 위쪽이 햇볕을 잘 받아서 그런지 잎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지고 그야말로 살판 났다. 마치 신나서 날뛰기라도 하는 것 같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도 끝이 아니어서 왼쪽으로 한번 더 꺾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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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로부터 약 20일 전(3주)까지만 해도 그냥 막대기 하나를 타고 오를 정도였는데 말이다.
그놈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만 저렇게 됐다는 거다. 동일한 빨간 막대기를 견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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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전, 약 40일 전에는 막대기조차 필요하지 않은 평범한 상태였었다~!
그랬는데 이제 덩굴의 길이는 2미터는 확실하게 넘었고, 쫙 펼쳐 놓으면 2미터 중후반 정도는 되지 싶다. 더구나 가냘프던 줄기가 언제 이렇게 굵어지고 털도 났는지..??
열매를 많이 맺으려면 초기에 어디 어디 순을 잘라 주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100% 자연 방치한 상태이다. 몹시 기쁜 한편으로 우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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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에서도 계속해서 새순이 돋아나고 있고..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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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잎이 무성하고 수꽃만 여러 송이 피더니, 드디어 씨방 달린 암꽃도 슬슬 맺히기 시작했다. 제일 큰 씨방은 이제 쌀알과 콩알 크기 정도는 넘어섰다.
지름이 1cm가 채 안 되는(아마 4~5mm??) 동글동글한 씨방이 자라고 또 자라서 저런 거대한 호박이 된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수꽃과 암꽃이 동시에 펴서 인공수분을 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도둑 걱정 없는 실내에서 사과나 배 크기의 애호박을.. 더 나아가 주름진 늙은 호박까지 구경하고 싶다. ^^

자료를 찾아보니 호박은 저온 단일(短日).. 기온이 적당히 낮고 선선하고, 밤에 광공해 없이 어둠이 좀 길게 지속돼야 암꽃이 많이 맺힌다고 한다.
아~~ 작년에 한창 쌀쌀해지고 호박 농사 시즌의 끝이 임박했던 10월 중· 하순에 그 희귀하다는 암꽃들이 갑자기 잔뜩 많이 폈던 게 이런 특성 때문이었구나! 이제 납득이 된다.

호박은 기온이 낮아지면 암꽃이 더 잘 맺히는데, 사람은 날씨가 추워지면 예전보다 소변이 잦아지는 것 같다. -_-;;
본인의 오랜 경험상, 겨울에 야외에서 텐트 치고 자면 생리 현상 때문에 중간에 깨는 빈도가 그냥 집에서 잘 때보다 훨씬 더 높아지더라. (추워서 깨는 게 아니며, 실제로 이뇨 호르몬의 분비가 달라진다고 함) 거 참 흥미로운 상관관계인 것 같다.

4. 영단어 window의 의미

끝으로, 호박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주제이다만..
window라는 단어는 창문, 창구, 더 나아가 컴퓨터 화면의 GUI 요소를 가리키는 쉬운 단어이다.
그런데 얘는 의외로 '기회, 여유 시한' 같은 뜻도 있다. 호박 농사와 관련된 영어 자료를 읽다가 이런 용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Both male and female flowers open at dawn and close by the end of the day. The WINDOW for pollination is short!
(호박은 수꽃과 암꽃이 모두 새벽에 펴서 저녁에 집니다. 수분 가능한 시간대가 그리 길지 않아요~!)


공교롭게도 영화 테이큰 1 대사 중에도 window의 이런 용례를 발견할 수 있다.

Based on the way these groups operate, our analyst says you have a 96-hour WINDOW from the time she was grabbed.
To what?
To never finding her.
(놈들이 활동하는 패턴대로라면 걔가 납치당한 이후로 골든타임은 딱 96시간이야.
그 뒤엔?
영영 못 찾아.)


buy가 '사다, 구입하다'에서 확장되어 거의 agree, accept의 뜻이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I don't buy that..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 화자들은 입김을 후후 불고 악기를 부는 blow라는 뜻을 가진 동사에 웬 뜬금없이 '죄를 자백하다'라는 뜻이 동음이의어도 아니고 다의어 수준에서 들어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식의 의미 확장이 한국어나 영어 등 어느 언어에나 고유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 출처의 자료는 단위도 변환하면서 읽어야 하는 게 기분이 참 묘했다. 호박 덩굴은 극단적으로 길게 자라면 무려 30피트(거의 9미터)까지 뻗을 수도 있댄다. 하긴, 여객기의 비행 고도는 거의 한계까지 올라가면 3만 피트를 넘긴다고 하니까..
항공이 아닌 우주까지 가야 킬로미터 같은 SI 단위가 통용되기 시작한다. 인공위성의 고도 같은 것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06 08:35 2022/02/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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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캠핑 자랑

늘 느끼지만 겨울은 사계절 중에서 밖에서 자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본인은 평소에는 대부분 그냥 집 건물 옥상이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공원 으슥한 아지트를 캠핑 외박 장소로 이용한다.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는 평일엔.. 걷거나 자전거만 타도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묵었다가 신속히 복귀한다.

그러나 눈· 비가 많이 내린다거나 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등, 날씨가 아주 좋을 때는 특별히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명당에 차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1.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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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온이 이번 겨울 이래로 최초로 -10도 부근까지 내려갔던 때를 기념해서 갔던 곳이다.
매서운 칼바람도 씽씽 불고 있었기 때문에 텐트 안에 쏙 들어가서 바람을 차폐한 것만으로도 그 직후엔 아주 따뜻했다. 텐트 안에서도 입김을 후 불면 허연 김이 나오는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물론, 텐트 안에서 몇 시간째 드러누워서 정신줄을 놓기 시작하면 다시 추위가 느껴졌다. 두꺼운 무장 없이는 버틸 수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기계들을 살펴보니, 놋붉 컴터는 역시 못 버티고 배터리가 퍼져 버려서 야외에서 작동 불가.
차 스마트키도 얼어서 일시적으로 인식이 안 됐다. 손으로 좀 비벼 주니 다행히 다시 작동.
그래도 폰은 따뜻한 품속에서 온도 관리를 한 덕분에 밤새도록 전혀 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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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그렇게도 강추위와 칼바람이 몰아쳤건만, 아쉽게도 얼음이 이 정도밖에 안 생겼다.
돌로 둘러싸여 유속이 느리던 일부 구간은 밟아도 될 정도로 얼긴 했지만, 여기만으로 돗자리 텐트를 치고 등까지 대기에는 역부족..
그러니 강물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냥 코앞에다가 텐트를 치는 걸로 대신 만족하고 돌아왔다.

늙은 호박은 집 내지 차 안에만 고이 모셔 놨다. 날씨가 적당히 추우면 내가 얘들도 같이 가져가서 이불 덮고 같이 자곤 하는데.. 이 날씨에 그랬다가는 속이 얼어 버리고 큰일 났을 것이다.

2. 산기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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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이래로 최초로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을 때 갔던 곳이다.
이때는 하나도 춥지 않고 바람도 안 불어서 캠핑 난이도는 뭐.. 애들 장난 수준으로 시시해져 버렸다.
겹겹이 덮고 껴입지 않아도, 침낭 속 에어포켓 기동 따위 하나도 안 해도 춥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그 당시에 여기까지 올라오는 등산로엔 발자국은 단 하나도 찍혀 있지 않았다.

3.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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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남짓 전까지만 해도 옷 벗고 들어가서 물놀이를 했던 곳에서 이젠 텐트 치고 드러누웠다.
정자나 평범한 풀발, 바위가 아니라 꽁꽁 언 물 위에서 잔다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은가?
겨울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얼음 텐트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얼음 캠핑 1회가 일반 캠핑의 10배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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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인 채로 하룻밤을 지나고 나니 물이 많이 얼긴 했지만.. 아래에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두 발로 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쪽 발로 약간만 체중을 실어 봐도 뿌지직~~~
그랬는데, 하루 뒤.. 낮 기온이 -10이고 밤에 또 -16도로 떨어졌던 타이밍에 다시 와 보니, 아아~ 고맙게도 이제 물이 바닥까지 완전히 꽁꽁 잘 얼었다. 이제는 텐트 안에 이불 침낭까지 펴고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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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간 호박죽 간식은 얼어서 반쯤 샤베트? 슬러시처럼 바뀌었다.

얼음 위에서 잘 때는 덮는 것뿐만 아니라 바닥에 까는 것도 중요하다. 바닥이 차갑기 때문이 아니라.. 바닥으로 내 체온이 전해지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 이 상태로 컴퓨터와 핸드폰까지 있는 상태로 한숨 잘 잤다. 몸을 뒤척이니 밑에서 딱 한 번 뿌직~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별 문제 없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1년에 한두 번은 간접적으로라도 야생에서 얼음판에 등을 부비고 한숨 자야지 원기가 회복되고 피로가 가시고 얼굴 화색이 바뀐다는 걸 이번에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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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텐트를 쳤던 얼음 바닥의 모습이다.ㅋㅋㅋㅋㅋ

※ 여담

아아~ 본인은 텐트 안에 있을 때는 너무 따스하고 포근하고 아늑하고 행복하다.
잠깐의 번거로움을 참고 세벌식을 쓰면 기존 두벌식보다 한글 타자가 훨씬 더 빨라지고 편해지고 경쾌해지듯, 잠깐의 번거로움을 참고 밖에 뛰쳐나가면 갑갑한 콘크리트 구조물과는 차원이 다른 잠자리를 경험할 수 있다. 내게 맞는 잠자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자연 속에 있다.

무장을 잘 해 가서 모든 담요와 침낭이 부족하거나 지나치지도 않게 잘 쓰일 때.
아침에 아주 따뜻하게 잘 잤는데 침낭을 걷자마자 싸늘한 바깥 냉기가 느껴질 때가 제일 짜릿하고 보람 있다.
반대로 고생해서 가져간 무장이 무게만 차지한 채 새벽에 쓰이지 않았을 때.. 혹은 무장이 부족해서 새벽에 추워서 떨고 고생한다면 그건 실패한 캠핑이다.

뭐.. 잠을 잘 잔 것과는 별개로, 혼자서 텐트를 걷고 이 많은 장비들을 들고 철수할 때는 솔직히 춥고 힘들긴 하다. 그러니 한번 캠핑을 간 것의 뽕을 최대한 뽑으려면 아무래도 한번 텐트를 쳤을 때 텐트 안에서 오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부위는 몰라도 발가락이 시려운 건.. 내 경험상 답이 없더라. 외부 열원·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을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은.. 일어나서 걷고 활동하는 것밖에 없었다.

앞으로 계속 또 강추위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입이 돌아갈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다. ^^
"너 화성인이니 자연인이니, 세상에 이런 일이 부류의 프로에 출연해도 되겠다, 출연해 보라"라는 제의를 종종 받는다. 그에 대한 본인의 답변은 늘 동일하다. "겨우 이거 갖고 출연 아이템이 성립된다면 땡큐~ 환영"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2/02/01 08:35 2022/0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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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근황과 소감 -- 호박과 백신

2021년이 벌써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는 호박에 멧돼지에, 여친 등.. 내 관심사가 여기저기로 너무 분산돼 있었다. 그래서 정작 직장은 그리 심하게 바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속도는 역대 최저를 찍었다.
그러다 뒤늦게 허겁지겁 코딩이 진행 중이고 이 달 말쯤.. 성탄절쯤에 다음 버전 10.4를 공개하려 한다.

오늘은 그 전에 올해의 마지막 근황, 일상, 생각을 한데 모아서 남기도록 하겠다.
글을 정리해 보니 호박 얘기와 우한 괴질 백신 얘기로 주제가 요약됐다. 서로 완전 무관하고 이질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굳이 글을 분리하기는 귀찮기도 하고, 또 2021년 12월경의 내 일상이라는 일말의 공통점이 있으니 한데 남겼다.

1. 일상

겨울이 되니 개인적인 호박 농사는 완전히 끝났다. 직접 키워서 수확한 호박도 이미 다 먹어치운 지 오래다.
하지만 호박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어서 이젠 인터넷으로 늙은 호박을 몇 개 더 구입했다. 그걸 혼자 운전할 때도 갖고 다니고, 캠핑 때도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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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든든하다. 이 호박 한 덩어리가 내 노트북 PC보다 더 무겁다.
이렇게 한두 주 동안 갖고 다니다가 그 뒤엔 월동 몸보신용으로 죽 쑤어 먹곤 했다.

더 오래 신줏단지처럼 내 곁에 놔두고 싶지만.. 그러다 속이 언제 상할지 몰라서 한없이 오래 놔 두지는 않았다.
지금 호박 내부가 아직 멀쩡하고 더 놔둬도 되는지, 아니면 오늘 내일 하는 지경이 됐으니 당장 쪼개서 먹어야 되는지를.. 초음파나 X선 같은 장비로 비파괴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 몸 속도 산 채로 들여다보는데 호박의 내부야 기술적으로는 당연히 가능하지 않겠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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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까지 꽤 춥더니만 정작 12월 초에는 낮 기온이 10도 부근까지 올라가고 밤에도 기온이 꽤 높고 포근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도 예전 같은 시원한 냉기가 느껴지질 않았다.
이런 밤엔 당장 텐트를 들고 바깥 아지트로 가서 심야 연구실을 꾸몄다. 아이들도 같이 데리고서.. 이렇게 세팅하니 확실히 덜 외롭다. ^^;;

2. 호박죽

드디어 멧돼지 잡는 날..;; 아.. 아니, 호박 잡는 날이 찾아왔다.
내 방, 내 텐트, 내 차에서 한동안 본인과 같이 지내던 호박이 드디어 맛있는 호박죽으로 바뀌어서 주인님의 배 속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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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어서 그동안 즐거웠단다. 속에 씨들은 고이 보관했다가 또 밭에다 뿌려 주마~~ ^^;;
새마을호, 지하철 같은 철도 이후로.. 내가 이 나이 돼서 또 이 정도로 꽂히는 게 생길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
여러분도 단호박 애호박 늙은 호박 등등.. 호박을 많이 많이 사랑하고 드셨으면 좋겠다~! ^___^

이제는 성경의 하박국서조차 다시 보게 된다. (호박국... ㅋㅋㅋㅋㅋㅋㅋ)
마침 공교롭게도 이 책은 끝부분에 자기 농사가 싹 다 망하더라도 하나님 생각하며 즐거워할 거라는 찬양도 있다.

호박죽은 불그스레 누런 게 카레처럼 생겼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침 꽃도 노랗네..
온통 초록색이다가 어쩌다가 여러 박들 중 호박만 저렇게 붉거나 누렇게 변하는지 모르겠다. 그 노란 성분이 체내에서는 비타민 A로 바뀌어 흡수된다고 한다.

단, 애호박 말고 늙은 호박은 단단한 껍질 덕분에 상온 보관성이 좋은 대신, 먹기 위한 분해 처리가 좀 손이 많이 간다. 커다란 호박의 표면에서 저렇게 일일이 껍질을 벗기는 게 생각보다 고된 일이다. 내가 앞부분에서 괜히 동물 잡는 것에다가 비유한 게 아니었다.

이 때문에 요즘은 늙은 호박보다 더 작고 부담없이 까서 먹을 수 있는 단호박이 건강 식품으로서 더 인기라고 한다. 죽도 단호박을 쑤어 먹는다. 2000년대 이후로 늙은 호박은 재배와 생산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사실, 호박을 좋아하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늙은 호박은 뭔가 시골, 노인스러운 느낌이 많이 든다. ^^

3. 호박 2세

올해 본인에게 풍성한 수확을 안겨 준 호박을 기억하며.. 실내에서 호박씨를 몇 개 심어 봤다. 이 계절에 호박을 밖에서 키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랬는데 역시 싹이 났다. 몇 주 놔두니 떡잎은 사라지고 본잎이 쭉쭉 돋아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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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녀린 줄기가 자라고 또 자라서 그 호박을 생성하는 덩굴이 된다는 게 참 실감이 안 간다.
실내는 따뜻하고 관리하기 쉬운 건 장점이지만.. 야생만치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없고 뿌리를 한없이 깊고 많이 낼 수 없으니 다른 단점도 많을 것이다. 이 상태로 얼마나 어디까지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꽃이 필 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꽃이라도 피면 꽃가루받이는 수동으로 해 줘야 할 듯하다.

4. 백신 패스

그나저나, 우한 괴질이 전세계에 창궐한 지도 만 2년이 돼 간다. 그런데 이놈은 끊임없이 자가 변이하면서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11월 중순쯤엔가 3천 명 돌파했는데, 11월 2x일쯤엔가 4천 명을 넘어섰다.
11월 말~12월 1일엔 5천 명 돌파. 거의 1주일 간격으로 1000명씩 증가해 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이번 주엔 설마 6천 명을 찍으려나, 설마 더 증가할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이번엔 7천을 넘겨 버린 거다. 경이롭다. >_<

지난 7월에 델타 변이 때문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쏙 들어갔던 것처럼, 11월부터 슬로건으로 내걸던 'with 코로나 - 일상 회복' 이 말도 어느 샌가 쏙 들어가 버렸다.
지하철 새벽 1시 연장운행도 재개하는 거 같더니 또 버로우 탔나 보다.

이 정도면 진짜로 기약 없는 전선 고착 장기전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00여 년 전, 1차 세계 대전 때만 해도 장병들은 "이 해(1914년)가 가기 전에 전쟁이 끝나고 우린 따뜻한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랬으니 말이다. 참호전 같은 걸 상상이나 했겠냐..?

허나, 인제 와서 예전처럼 또 무식하게 다 틀어막고 교회 예배 인원 제한 이 짓을 하기엔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고 가오도 안 설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으니 나라에서는 10대 어린애들한테도 반강제로 백신 접종을 밀어붙이고, 백신 미접종자를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차별하려는 것 같다.

1년 전쯤엔 "어서 백신이 개발되어서 질병이 종식되고 예배가 회복되길" 이게 교회에 따라서는 공동 기도 제목이기도 했었다. 기억하는 분 계신가?

본인은 백신 무용론자 반대론자가 아니다. 무슨 백신 666이니 제약회사의 음모니 따위의 소리에는 지금까지 전혀 동조한 적이 없었다.
허나,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은 사람이 전국민의 80%에 달하고.. 사회활동 하는 사람은 사실상 거의 다 맞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부작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도 돌파감염이니 확진자 수가 저 지경인 것은, 명백히 백신이 위력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까지 백신 안 맞은 사람을 탓하고 족칠 일이 아니어 보인다~!

그래서 백신을 옹호하는 최후의 변명이 "(집단 면역 효과가 미미해서) 괴질에 걸리더라도 위중증으로 안 가게 하고 사망률을 낮춘다"인 걸로 난 알고 있다.
그 말이 맞다고 치자. 그건 결국은 주변 사람을 위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자기한테 좋다는 얘기잖아?
자동차 보험으로 치면 필수인 '대인 대물'이 아니라, 옵션인 '자차'의 영역이라는 거다.

그럼 자기한테 좋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더 무서워서 난 못 맞겠다, 특히 어린 10대 애들한테는 불안해서 접종 못 시키겠다" 이런 선택도 존중해 줘야 된다는 것이다.
이건 의약학 바이오 보건 전공이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논리라고 생각된다.

요컨대 우한 괴질 백신이라는 건 효과가 만능이 아니고 심지어 여느 백신의 개발 프로세스만치 오랫동안 충분한 실험과 검증을 거쳐서 만들어져 나온 건 아니다. 물론 사람 몸 속에 들어가는 약품이니만큼 최소한의 안전도 충족되지 않는 막장 상태도 아니긴 하지만, "100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도로 신중하게, 모든 뒷감당을 국가가 몽땅 책임진다는 퀄리티로 접종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한 괴질이 저렇게 변모하고 있으니, 그에 대응하는 백신도 무슨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계속해서 업데이트 받아야 하는 형태가 돼 간다.;; 백신을 여러 차례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질병이 우한 괴질만 있는 건 아니니 이에 대해서도 필요 이상의 불신이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거기까지도 본인은 수긍을 한다.

하지만 우한 괴질이 이 정도로 치명적이고 위험한 병인지, 이 정도로 완성도가 2% 부족한 백신을 꼭 다 맞게 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병인지는.. 난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실감을 잘 못 하겠다. 백신 맞으라고 다그치는 방역 당국 관계자와 걔네들 가족부터 공개적으로 백신 꾸준히 맞는 걸 인증해 보이기라도 해야 의혹과 불신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12/09 08:35 2021/1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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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재배 후기

올해는 지난 오뉴월쯤부터 11월 초까지 반 년이 좀 안 되는 기간 동안, 텃밭의 호박들이 본인에게 굉장한 기쁨과 행복과 위안과 애틋함을 선사해 주었다. 등산, 캠핑, 그 다음으로는 농사라니.. 원예가 사람의 정서와 심성에 확실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호박 농사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이 블로그에서 개인 근황을 전할 때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 글에서는 마지막 근황글 이후인 10월부터 있었던 일만 추가로 전하도록 하겠다.

10월 초까지 늦더위가 계속되고 비도 종종 내리니 호박은 계속해서 잘 크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10월 중순, 드디어 기온이 뚝 떨어지고 기습 초겨울 한파까지 찾아오자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지금까지 밭에서 영글고 있던 호박들을 몽땅 한꺼번에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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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아이들이 올해의 사실상 마지막 텃밭 소출이다.
다들 길이 20cm 부근, 무게 2~3kg대의 고만고만한 놈들이었다. 4kg이 넘는 우량아 내지 누렇게 변한 놈은 딱히 없었다.
주변 잡초들의 끊임없는 겐세이-_-, 물과 영양, 날씨(계절이 바뀌어서 예전만치 따뜻하지 않음) 등 여러 변수 때문에 열매가 지난 9월 동안만치 쑥쑥 자라지는 못한 것 같다.

호박들을 심은 시기가 균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7월부터 10월까지 거의 30여 개의 호박을 얻었다. 그 중 1/3 정도는 단호박이고, 나머지는 일반 호박이었다.
딸 때 줄기/꼭지 부분을 길게 남겨 두는 게 뭔가 뿔처럼 멋있어 보인다.

제일 먼저 심은 놈은 열매를 좀 맺더니 9월쯤부터 이미 잎이 많이 시들고 빠지고 비실비실해지면서 수명을 다해 죽었다. 최후까지 남은 건 앙상한 덩굴 줄기뿐.. 아 그래서 호박을 '한해살이풀'이라고 부르는구나..;; 얘는 차라리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호상(?)을 맞이한 셈이었다.

하지만 호박 열매는 기대하지 않고 잎만 따 먹을 생각으로 여름에 늦게 추가로 심었던 애들이 문제다. 아직 꽃도 피고 잎도 시퍼런 편인데 계절이 바뀌면서 고생하게 됐다. 기온이 뚝 떨어지니 이젠 벌도 안 날아오고 새로 생기는 잎이나 새로 피는 꽃이 크기가 확 작아졌다. 심지어는 예전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꽃이 신속하게 져서 떨어지지도 않는다. 생장이 전반적으로 느려지고 작아지고 위축됐다.

정말로 아무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한 거면 별 미련이 없는데.. 그래도 일부 암꽃 아래의 동그란 씨방 부위가 좀 부풀어 있는 건 어째 살릴 수 없을지, 잎과 줄기에다가 핫팩(!!) 같은 거라도 얹어서 좀 따뜻하게 할 수 없을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당장 이 바닥에다 비닐하우스 온실 같은 걸 만들 수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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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호박 암꽃은 수꽃보다 훨씬 드물게 등장하는데.. 가을이 되자 호박들이 더욱 종족 보전의 욕구가 생겼는지, 이렇게 씨방과 열매가 5개씩이나 맺히는 경우도 있었다.

10월 기습 한파를 겪은 직후에는 호박들이 말로만 듣던 냉해라는 것을 입었다. 잎이 평범하게 누렇게 혹은 붉게 시들고 말라 죽는 게 아니라, 짙어지고 시커매지는 건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동상의 식물 버전인 듯..;; 그래도 그 전부터 상태가 안 좋고 어차피 수명이 다해 가던 잎이 그렇게 되는 것의 비중이 컸다. 그 뒤에 기습 한파는 11월 중순에 또 찾아와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한여름에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갔을 때는 얘들도 죽은 듯이 축 늘어졌다가 밤이 돼서야 다시 탱탱해지는 것 같더니.. 지금은 상황이 반대로 바뀐 것이다. 더위도 괴롭고 추위도 고생스럽다.;;
물론, 일반적으로 냉해라고 하면 봄에 농사 초기에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추위를 가리킨다. 늦게 심은 한해살이풀이 저온장해를 당하는 이런 상황을 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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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와 관련해서 본인을 추가로 의아하게 한 것은 식물의 생장뿐만 아니라 수확한 열매의 보관이었다. 본인은 완전 식물알못 농사알못이기 때문에 과일· 채소 같은 건 무작정 냉장 보관하는 게 왜 좋지 않은지를 잘 몰랐다.

수확돼서 줄기에서 잘려 나온 열매는 성장하고 번식하는 생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호흡을 하고 반쯤 생체 같은 면모를 여전히 지닌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저온이면 열매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품질이 안 좋아진다고..

이런 이유 때문에 바나나는 냉장고에 놔 두면 껍질이 시꺼멓게 변한다고 한다.
귤은 시퍼럴 때 따 놓으면 유통되는 과정에서 알아서 누렇게 변하게 된다. 호박 역시 조건이 잘 맞으면 수확된 뒤에도 알아서 늙은 호박으로 바뀌어서 장기 보관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럴 기미가 없는 채로 수확된 호박은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1~2주 내로 빨리 먹어야 한다.

어떤 원리로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단풍만큼이나 신기한 면모가 아닐 수 없다.
하긴, 애초에 식물은 종자라는 것부터가 영락없이 무생물처럼 생긴 주제에 땅에 심으면 자동차 시동 걸리듯 싹이 난다. 파의 경우, 시장에서 파는 걸 사 와서 뿌리 부분을 화분의 흙에다 꽂아 놓으면 쭉쭉 자라기도 한다.

물론 그런 씨앗을 굽거나 쪄 버리면 완전히 죽어서 발아 능력을 상실하겠지만.. 식물은 “당장 동물 같은 물질대사를 하지 않지만 살아는 있는 상태”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다. 무슨 바이러스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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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한꺼번에 수확한 뒤, 본인의 집에서는 며칠 동안 호박 파티가 벌어졌다. 찜, 전, 볶음/조림, 국, 죽 등 별별 형태로 요리해서 다 먹었다. 잎도 잔뜩 따서 고기와 함께 쌈 싸 먹었고.. 30여 개의 호박 중에 딱 하나만이 1개월이 넘도록 누렇게 장기 보존 숙성 중이다.

이 시점에서 이런 의문이 문득 들었다.
다른 과일이나 채소에는 내가 이 정도로 끌리지 않았는데 왜 하필 호박에 대해서만 이런 애틋한 감정까지 갖게 된 걸까? 호박이 뭐길래..?? 스스로 생각한 답은 이렇다.

(1) 열매가 큼직하고 묵직한 한편으로, 정감있고 귀여운 모양이어서 동심(?)과 잘 어울린다. 꿀단지처럼 생기기도 했고 다른 박과는 달리 누렇게 익기도 하고.. 왜 애꿎은 호박이 못생긴 얼굴의 대명사가 됐나 모르겠다.
수박은 그냥 단순한 공 모양이고 일반 박은 말 그대로 바가지 같은 모양인데, 호박은 납작하게 옴푹 패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모양이 또 있다.

(2) 호박은 여느 나무나 풀과 달리 덩굴이 길쭉하게 마구 솟아난다. 특유의 노란 꽃도 그렇고, 다른 채소들과 달리 그 커다란 열매가 누렇게 익는 것도 뭔가 시골 같은 느낌이 든다.
자그마한 단호박이 아니라, 시골에서나 보던 저런 커다란 맷돌호박이 텃밭에서 직접 열리는 걸 보고부터 개인적으로 눈이 뒤집힌 것 같다.

(3) 호박 덩굴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나면.. 이놈을 처음에 심어서 뿌리가 있는 지점이 어딘지도 제대로 모르는 지경이 된다. 물을 줘도 뿌리 쪽에 집중적으로 주고 싶은데 이거 참...
그리고 열매가 도대체 어디에 맺힐지 알 수 없다.
덩굴을 뒤지다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구석에서 큼직한 열매를 짠~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집앞 편의점까지 모험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자기 텃밭에서 과장 좀 보태면 "심봤다"가 가능한 작물이 호박 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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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사랑스러운 호박들은 자기가 심긴 곳에서 묵묵히 자라서 신이 내려 주신 본능인 “생육하고 번성하라”를 최선을 다해 이행했다. 그렇게 인간에게 유익한 호박 과육을 남겨 주고, 속에는 또 번식을 위한 씨를 잔뜩 박아 넣었다. 아아~ 잘 익은 늙은 호박 한 덩어리 안엔 씨가 몇십 개 정도가 아니라 최하 100개 이상.. 거의 200개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러니.. 죽은 덩굴이나 낙과한 열매는 무덤 만들어서 묻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박 xx호, 한날 한시에 열매 맺고 주인에게 큰 기쁨을 준 뒤 xx월 xx일 여기 잠들다 / 잠들어 자연으로 돌아가다”

호박뿐만이 아니다. 겨울철에 멧돼지도 얼마나 배가 고프고 힘들었으면 민가까지 내려와서 헤매다가 다치고 죽는 걸까?
사람이 돈 벌기 힘들고 애 낳고 키우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런 동식물들도 성경의 롬 8:22가 말하는 고통과 신음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나도 불평하다가도 일말의 감사와 사랑이란 걸 느끼고, 이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까지 받는다.
올해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토대로 내년에는 기회가 된다면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호박을 키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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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갈 때도 우리 귀여운 아이들을 종종 챙기기 시작했다. ㅎㅎ 작업 도구도 아니고 보온 장비도 아니면서 무게만 7kg 가까이 차지하는 payload이지만.. 그래도 옆에 이렇게 두니까 좋아서 말이다. 저 늙은 호박 한 덩어리가 노트북 컴터보다 더 무겁다.. ㄲㄲㄲ)

올해의 경험을 정리해 보니, 호박 정도면 까다롭지 않고 아무 데서나 금방 잘 자라고 지력 소모도 심하지 않으니 키우기 쉬운 편에 든다. 단지, 큼직한 열매를 많이 수확하려면야 잔가지와 잎을 치고 잡초 없애는 정도의 관리는 해 줘야 한다. 그리고 타 식물에 비해 이상 기온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듯.. 30도 이상의 고온이나 한 자릿수대의 저온에는 노출되지 않게 해 주는 게 좋아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1/11/15 08:36 2021/11/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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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니 호박이니 하면서 한창 자연 얘기 시리즈를 진행하다가 프로그래밍 얘기가 중간에 부득이하게 끼어들었는데.. 마지막 아이템을 소개하면서 기존 시리즈를 완결하도록 하겠다.

올해 추석이 정말 좋았던 건.. 연휴의 시작 직전, 그리고 추석 당일에 비가 콸콸 내렸다는 것이다. 전자는 무슨 태풍이고 후자는 그냥 가을비인 듯.. 그래서 서울부터 경주까지 어딜 가든 계곡에 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서 물놀이를 원없이 할 수 있었다. 이게 정말 대박이었다.

(1) 먼저, 고향 경주에서는 무장산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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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갈밭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걸 보니 나까지 마음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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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는 별로 티가 안 나지만 물에 온몸을 담궜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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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물가 모습을 좀 더 카메라에 담았다.

(2) 다음으로, 귀경 중에는 의성 빙계 계곡을 들렀다.
이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고 여기서도 물놀이를 하면서 땀을 깨끗이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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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 계곡은 계곡 내지 개천을 따라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는 형태로 조성된 유원지이다. 주변의 자연 경치가 정말 아름다우며, 그에 걸맞게 국립이나 도립까지는 아니어도 보기 드물게 ‘군립 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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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놀아도 되고 풀밭과 정자, 언덕 산책로도 듬뿍 있다. 그리고 계곡의 내부에는 ‘빙계 서원’이라는 옛날 건물도 있다.

이런 멋진 곳이 입장료나 주차료 따위 없고 전면 무료 개방이라니.. 역시 시골 오지의 인심은 후한 것 같다. 하지만 여기도 소문을 타서 유명해져서 피서객이 몰리면 그런 인심이 언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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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 계곡이 특별히 유명한 이유는 신비로운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자연 동굴(빙혈, 풍혈)이 있기 때문이다. 계곡의 중간에 빙혈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다.
본인이 방문했던 당시에는 빙혈 내부의 온도계가 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음이 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신기한 현상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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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로 가는 길목에는 역시 넓은 풀밭과 함께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마침 비도 오는데 여기서 더 오래 머물면서 정자 안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싶은 생각이 몹시 들었다. 하지만 다음 스케줄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3) 끝으로, 서울에 돌아와서는 아차산 기슭의 긴고랑 계곡을 오랜만에 들러 봤다. 이때도 멀리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부터가 심상찮더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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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보기만 해도 속이 다 후련해질 지경이었다. 물이 끊겼던 시절의 모습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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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소에는 움푹 패인 일부 경로로만 물이 흐르지, 이렇게 넓은 면적이 몽땅 침수되고 물이 흐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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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셀프 물침례와 목욕재계를 실시했다. 웃통 벗고 코와 귀를 막은 뒤, 머리까지 싹 물에 쳐박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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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는 이런 신선놀음까지 했다.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이렇게 5분 정도 있으니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계곡물을 볼 때도 푸른 초장을 볼 때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 맑은 물을 하수 처리장으로 헛되이 흘러가 버리게 방치하는 건 자연에 대한 죄악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물을 뒤집어쓰러 들어갔다.

이상이다.
이번 시리즈는 시간 순이 아니라 호박, 풀밭 텐트, 멧돼지, 계곡 이렇게 4개의 키워드/테마 순.. 즉, 누가복음이나 마가복음이 아니라 마태복음, 요한계시록 같은 구성이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여가와 취미 생활은 딱 저렇게 정리되는 것 같다.

난 나중에 은퇴하면 산 좋고 물 맑고 밤하늘에 별이 보이는 곳에서 취미로 코딩 열심히 하고, 멧돼지 한 마리 키우면서 타고 다니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래머로 살고 싶다. ^__^

Posted by 사무엘

2021/10/09 08:34 2021/10/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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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체에서의 묘사

유튜브를 뒤지다 보니, 세상에.. 대한뉴스 제1999호(1994년 3월자)에서는 지리산 어디 두메산골에서 멧돼지를 방목하는 농부 얘기가 소개되었다.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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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북실북실한 멧돼지와, 살색 피부의 집돼지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게 귀엽기 그지없다. ^^
게다가 소득 보소.. 지금도 연봉 8천은 절대로 작은 액수가 아니며, 그보다 못 버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30여 년 전에 연 소득 8천만 원이었으면 지금으로 치면 2억에 가까운 고소득일 것이다.

저때는 멧돼지가 지금 같은 유해조수 취급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방목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동영상의 댓글들을 보면 도대체 이런 걸 왜 소개하느냐는둥, 옛날에 저런 짓을 했으니 지금 멧돼지 천지가 된 거라는둥.. 좋은 말이 별로 없다. >_<

그리고 이건 수 년 전의 비교적 최근 영상이다.. (☞ 링크)
역시 지리산 기슭의 어느 절에서 멧돼지들 먹으라고 주기적으로 짬밥을 부어 주고, 멧돼지 가족이 어슬렁어슬렁 찾아와서 그걸 먹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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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범 없는 골에 토끼..가 아니라 멧돼지가 왕이 된 지경이다. 멧돼지가 호랑이만치 힘 세고 포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좁은 땅에서 워낙 번식력이 좋다 보니, 종종 인간과도 부딪히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는 한다.
허나, 멧돼지가 굶주리다가 한두 마리 도심에 좀 나타난 거 갖고.. 매스컴에서 무슨 '제보당의 괴수' 마냥, 당장이라도 사람을 해치지 못해 안달 난 괴물처럼 묘사하고 있는 건 개인적으로 좀 슬프게 생각한다. ㅠㅠㅠㅠㅠ

차라리 멧돼지가 애써 가꿔 놓은 밭을 파헤치고 망가뜨리고 있고 그것 때문에 시골 농촌에서 멧돼지를 엽총 쏴서 잡는다면야.. 그건 나도 차마 실드를 치지 않겠다.
하지만 도시에서야 쟤들도 힘없는 짐승일 뿐이지.. 사람을 해치기 전에 쟤들이 먼저 차에 치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 않겠나.

사람이 먼저 꺅 놀라서 자극하고 도발하지 않으면 멧돼지도 어지간해서는 그냥 가만히 있는다.
내가 무슨 식당이나 가게에 들어가 있는데 멧돼지가 문을 쓰윽 열고 들어오면.. 내가 먹던 음식이라도 좀 쥐어 주고 먹여주고 쓰다듬어 주고 싶다. 불쌍한 것~~ ^^;;;

내가 평생에 온갖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보고도 "어 귀엽네" 그걸로 끝이었고 무덤덤이었는데.. 집채만 한 멧돼지를 보면서 일말의 동물 사랑/보호 정신이 생겼다니..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2. 동화책

그래서 본인은 요 얼마 전에는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에 들러서 지금까지 말로만 들었던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동화책 실물을 입수했다. 오오~
본인이 뭔가 동화책을 열람하러 저기 간 건.. 옛날 반공 동화 “용감한 탈출” 이후로 5년 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두 동화 모두 등급이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용이며, 종이 크기와 분량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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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이야기에서 팥죽을 호박죽으로, 호랑이를 멧돼지로 바꿔서 요즘 감각에 맞게 재각색을 한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멧돼지는 사람을 들이받아서 죽거나 다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이건 좀 비현실적이며 멧돼지를 필요 이상으로 나쁘게 묘사한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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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먹는 멧돼지의 모습이 참 귀엽다~
“지리산 아래에서 호박죽을 제일 잘 끓인다는 호박죽 할멈” 이거 뭐 지리산이 현실과 창작물에서 공통으로 멧돼지 서식지의 거의 클리셰처럼 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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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멧돼지가 묘사되는 건 저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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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부에서는 뭔가 판타지스러운 연출이 나타난다. 밭에 있던 늙은 호박이 엄청나게 커져서 무슨 '날으는 양탄자'처럼 사람을 위에다 태우고 날아간다. 원작 동화의 묘사를 그대로 반영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신데렐라에서는 늙은 호박으로 마차 객차를 만들어 내기도 했군.;;
그리고 돼지(동물)와 호박(식물)은 모두 외모와 관련해서 그다지 긍정적인 심상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도 생각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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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쿵쿵 달려올 때 아이들도 덩달아 쿵쿵 달려가고, 호박이 둥둥 날아갈 때 아이들도 둥둥 날아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가분은 내가 좋아하는 야생 전원적인 소재만으로 재미있는 동화를 (재)창조해낸 것 같다.

3. 돼지 박물관

본인은 이걸로도 모자라서 지난 추석 귀경길엔 이천에 들러 “돼지 보러 오면 돼지 돼지 박물관”을 구경했다.

소재지가 이천 동남부의 외곽 시골이며 본인도 영남 쪽에서 올라온 관계로, 고속도로 출구로는 평택제천 고속도로(40) 서충주 IC를 이용했다. 예전에 동락 초등학교 김 재옥 교사 기념관을 방문할 때 진출했던 나들목과 동일하다.
단, 저 학교는 고속도로 나들목 바로 근처에 있는 반면, 저 박물관은 이천 쪽으로 한참을 더 가야 나온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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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름 돼지의 품종개량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부부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설립한 거라고 한다.
온갖 희한한 테마 박물관들이 즐비한 제주도에 있을 것 같은 시설인데, 그래도 경기도이니 찾아가기가 좀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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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저금통의 모델로 즐겨 쓰이며, 특히 머리는 고사를 지낼 때 즐겨 쓰인다.
  • 강원도 양구 해안면은 바닷가와는 전혀 관계 없고, 돼지를 풀어서 뱀을 퇴치했다는 믿기 힘든 고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 돼지의 장기 구조가 인간의 그것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건 나도 어디선가 주워 들은 바 있다.

실내 전시는 돼지에 대한 설명이랑 각종 돼지 형상의 기념품들 위주이고, 바깥 마당이 무슨 농장 내지 동물원처럼 꾸며져 있다.

아무래도 국공립 박물관 같은 저렴한 입장료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좋은 일 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인 데다, 살아 있는 동물을 구경하는 비용인데 이게 마냥 바가지라고 볼 수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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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생각보다 지능이 좋아서 사람이 들어오면 바싹 울타리 곁으로 뛰쳐나와서 사도행전 3:5 기동을 즉시 취한다. ㅋㅋㅋㅋ 먹이를 줘도 줘도 끝도 없이 먹어댄다.
생각 같아서는 순서대로 줄을 세워서 주고 싶다만, 저렇게 먹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아귀다툼을 벌이게 만들면 쟤들도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을까.;;
난 집안이 개판인 것보다는 돼지우리인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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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야 코로나19 때문에 지금도 난리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여기는 구제역도 아니고 무슨 아프리카돼지 열병 때문에 타격을 좀 입었다고 한다.
원래는 돼지를 더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저것 때문에 살처분을 좀 한 듯.. 그래서 구석 한켠에 돼지 위령비(?)도 세워져 있었고, 지금은 오리, 거위, 토끼, 왜골계 같은 다른 동물들도 많이 갖다 놓은 상태였다.

집돼지 말고 귀여운 멧돼지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가 전혀 없는 것도 좀 아쉬운 점이었다.;; “서로 종간 호환되고 교배 가능하다. 애초에 멧돼지를 품종개량 시킨 게 집돼지일 뿐이다” 설명이 전부였다.
돼지만 해도 외국산 살색 요크셔 계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토종 흑돼지 등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멧돼지도 내가 보기엔 어금니가 튀어나온 놈과 그렇지 않은 놈, 그저 시꺼먼 놈과 잿빛/갈색인 놈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도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다. 멧돼지가 다 같은 멧돼지들이 아닐 텐데..

뭐 그래도 구경을 잘 하고 돌아왔다. 돼지는 좋은 동물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21/10/03 08:36 2021/10/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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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라는 게 없어지고 새벽에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야 하는 요즘 같은 시기는 야영 캠핑을 위한 그야말로 최적의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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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래에 서울에서는 상암동과 청담동의 모처에서 주차와 보안이 완벽에 가까운 아지트를 하나씩 개척했다.
여기는 보안을 위해 구체적인 위치와 방문 소감을 블로그에다 공개하지 못하니, 이 점을 양해 구한다. =_=;;

(2) 그리고 서울보다 한적한 고향 경주야 뭐 텐트 칠 만한 넓은 풀밭이 곳곳에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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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그마한 텐트와 돗자리만 펼치면 숲속이든 물가든 어디서든 나를 무더위와 추위와 비와 벌레로부터 보호해 주는 차단막이 생기고 나만의 개인 공간이 생긴다는 거다. 참 아늑하고 좋다~!

개인적으로는 꼭 쓰레기 버리고 환경 오염시키는 것만 죄가 아니며, 이렇게 좋은 날 정당한 사유 없이 밖에서 캠핑을 하지 않는 것도 자연에 대한 일종의 죄라고 생각한다. 부작위에 의한 죄에 가깝다.
반드시 집에서 가족을 돌봐야 하는 등의 정당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말이다. ㄲㄲ

물론 바깥 텐트는 전기와 상하수도, 와이파이 공급이 실내보다 열악하고 모기 같은 벌레에 더 취약하다는 일부 단점이 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수는 없듯, 한낱 모기 따위 무서워서 이 좋은 텐트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요즘은 9월, 10월에도 모기가 기승이다. 그런데 내가 청각이 둔해진 건지 다른 변화가 생긴 건지 모르겠다만.. 모기에 물리기는 하는데 주변에서 모기가 날아다니는 특유의 불쾌한 웽~ 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을 흔히 디버그/디버깅이라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텐트와 돗자리 주변에 달라붙은 벌레들을 떼어내는 것도 debugging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겨울에 비행기의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는 걸 디아이싱(de-icing)이라고 부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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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연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사람은 자연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사람은 자연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뜨앗~~ㅋㅋㅋㅋㅋㅋㅋ
텐트의 광고 카피로서는 매우 적절하게 잘 뽑은 문구이군..;;;
근데 중국산 아니랄까 봐, '있을떄' 띄어쓰기는 그렇다 쳐도 ㄸ 입력하고 나서 ㅐ 누를 때 Shift를 안 뗐나 보구나.. 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저거 폰트는.. HY필기이다. 아래아한글에 내장돼 있는 그 필기체와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서체.
요즘은 저것보다 훨씬 더 실감나는 손글씨체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런데 딱 합성 조미료 같은 초보적인 스타일.. 응답하라 199x 쌍팔년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필기체를 쓴 것도 참 안습하다.
곁의 '맑은 고딕'과 어우러져.. 이 인쇄물은 맥이 절대 아니고 일반 Windows 컴터에서 디자인알못이 아래아한글이나 MS 오피스 한글판 번들 서체만으로 대충 만든 거라는 티가 난다.

HERC는 지금까지 아무리 찾아봐도 제조사 홈페이지라는 게 안 나오고 도대체 무슨 업체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본인은 지금까지 이 텐트 안에서 수백~수천 회에 달하는 밤을 보냈다.

(3) 끝으로.. 본인은 이번 추석 때는 귀경길에 오랜만에 중앙 고속도로를 타면서 단양팔경 휴게소 상행 방면을 밤이 아닌 낮에 들를 수 있었다.

여기는 중앙 고속도로에서 경부 고속도로의 추풍령/금강 휴게소와 얼추 비슷한 역할을 하는 휴게소이다. 건설 당시 기준으로 고속도로의 시종점에서 얼추 중간 지점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도 영동-옥천 만만찮은 험준한 산지이며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부 고속도로의 거기 부근에 금강이 지난다면, 여기 부근엔 남한강이 지난다~! 정말 비슷한 관계이지 않은가?

단, 단양팔경 휴게소는 언덕 위에 만들어진 관계로 진출입로의 압박이 좀 있으며, 상행과 하행이 서로 7km가 넘게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 그리고 하행이 아니라 상행 휴게소가 원조라 여겨진다.
하행도 휴게소 건물 뒤에 꽤 근사한 정원이 꾸며져 있긴 하지만, 상행이 볼거리가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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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준공탑도 여기에 있고, 남한강이 보이는 전망대도 근처에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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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휴게소 뒷산을 올라서 '단양 신라 적성비'에도 가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년 전에 가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깜깜한 밤이어서 경치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서울 부근 하남시에 있는 이성산성은 아마도 신라 것이 아닌가 추측만 하는 정도이지만, 단양적성은 아예 적성비까지 세워져 있고 확실하게 신라의 리즈 시절 흔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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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오르는 길은 이렇게 생겼다. 적성비는 이 언덕의 꼭대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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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목적지 도달..!! 길게 잡아도 15분 정도만 오르면 도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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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뒷산 등산 산책을 하면서 옛날 문화재 답사까지 할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전국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이 휴게소는 장거리 여행을 갈 일이 있을 때 일부러 들러 볼 가치가 충분하다. 하행 말고 상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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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단양적성 부근의 이 넓은 풀밭에서도 텐트 치고 밤을 보내 보고 싶다~!!! ^^;;

Posted by 사무엘

2021/09/30 19:34 2021/09/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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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초가을 근황 PART 1/4 -- 호박

요즘 날씨가 참 좋다.
일교차가 커서 심야와 아침에는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덥고 반팔 차림이 유효하다. 그래도 9월 말이 아니랄까 봐, 이제 낮기온이 30도를 넘어가지는 않고 밤 기온은 확실하게 20도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해 여름은 심한 기복이 없이 무난히 잘 지난 것 같다.
덥긴 했지만 2018년 폭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초여름 장마가 너무 메롱이었던 게 아쉽지만, 그래도 잊을 법하면 비가 종종 내려 줘서 도저히 못 견딜 가뭄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또한, 장마건 태풍이건 작년 같은 정신나간 물난리도 전무했다. 이 정도면 올해는 날씨 하나는 확실하게 무난한 평타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올해는 신이 인간에게 전염병 재해와 날씨 재해를 동시에 한꺼번에 내리지는 않으신 것 같다.

추석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 가니, 앞으로는 몇 차례에 걸쳐 소소한 근황과 관심사 얘기, 그리고 추석 때 다녀온 곳 얘기를 늘어놓도록 하겠다. 호박이랑 돼지 얘기, 텐트 얘기 등이 나올 것이다. 특히 취미로 알음알음 시작한 호박 농사가 생각보다 재미있고 쏠쏠해서 이 얘기부터 먼저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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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상자에서 외로이 자라던 호박 덩굴을 모처의 텃밭에다 옮겨 심고, 물 주고 거름 주고 친구들도 더 붙여 줬다.
그랬더니 언제부턴가 잎과 줄기만 생기는 게 아니라 꽃이 쓱 피었다. 밤에는 펜촉 같은 꽃대가 삐죽 솟더니만 그게 아침엔 활짝 피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아침마다 꿀벌도 날아와서 꽃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 뒤 암꽃이 진 자리에 호박 열매도 하나 둘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따서 요리를 만들어 먹은 것만 10여 개가 넘으며, 낙과는 그보다 더 많았다.
심지어 좀 서글픈 일이지만 서리· 절도로 잃은 것도 최소 대여섯 개는 된다. 이건 그래도 자연재해 내지 병충해로 식물 자체가 통째로 소실되거나 죽은 것보다는 나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냥 동그란 양파, 사과, 배 크기를 넘어 진짜 둥글동글하고 윗부분이 살짝 패인 호박 특유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다. 저 줄기는 무슨 전자 기기의 케이블도 아닌데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서 열매가 부풀어오르고 커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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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길이가 14cm 남짓하던 놈이 1kg을 좀 넘더니, 18cm 정도인 얘들은 2kg을 훌쩍 넘어서 2400g쯤 한다.
근래에는 최대 길이가 27cm에 달하고 무게가 4.7kg이나 되는 대박 월척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했다.
잘 자라 줘서 고맙다~! ^^ 호박이 채소 호박이 아니라 보석 호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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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본인이 딴 호박들의 길이(cm)-무게(g)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그려 본 것이다.
그러고 보니 호박은 유전자 조작.. 없이도 지구상의 식물들 중 가장 거대한 열매가 맺히는 게 가능한 식물이기도 하다. 수백 kg에 달하는 슈퍼호박도 있으니까..

식물은 그저 물과 비료와 햇볕만 필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꽃가루도 묻혀 줘야 열매가 맺힌다는(충매화) 너무 당연한 원리를 비교적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꽃가루를 묻혀 주는 작업의 효율 면에서 곤충을 능가하는 존재는 이 지구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호박꽃에 암꽃과 수꽃이 차이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가 이제야 알게 됐다. 그리고 그냥 암수가 아니라, 뿌리가 다른 덩굴/그루 출신의 암꽃과 수꽃이 수정돼야 열매가 맺힌다는 것도..

9월이 되니 식물들이 날씨가 추워지고 자기 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끼고 더 열심히 열매를 맺어서 씨를 남기려는 것 같다. 한여름일 때보다 호박이 훨씬 더 많이 맺힌다.
단, 여름엔 좀체 볼 일이 없던 흰가루병 같은 병충해도 더 늘어난 것 같다. 밤에 날씨가 쌀쌀해져서 그런지, 잎들이 수명이 다하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평범한 누런색이 아니라 이상한 색깔과 형태로 말라죽는 잎이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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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수박은 시뻘건 내부 중심 위주로 먹고, 껍질은 전혀 먹을 수 없어서 버리는 물건이다.
그러나 호박은 반대로 씨가 들어있는 중심은 못 먹고, 껍질을 포함한 가장자리 위주로 먹는다는 차이가 있다.

부모님이 요리를 하시는 걸 보니, 호박은 상태에 따라 요리해 먹는 형태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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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단호박은 노란 가장자리를 쪄서 고구마 먹듯이 먹는다.
  • 1kg 후반대 정도의 덩치는 돼야 중심부까지 살이 좀 차고, 썰어서 국이나 전처럼 초록색 과육이 보이는 형태로 요리 가능한가 보다.
  • 그러다가 누런 늙은 호박은 단맛이 나서 그런지, 그 이름도 유명한 호박죽이라는 노랗고 걸쭉한 즙을 만드는 데 즐겨 활용된다.

이런 바리에이션들이 전부 같은 품종인 채소의 상태 차이로부터 유래된다는 게 솔직히 지금까지 별로 실감이 안 갔었다. 그러고 보니 동그란 전통 호박도 있고, 가지처럼 생긴 길쭉한 서양 호박도 있는데 걔들은 식품으로서 어떤 차이가 있는 거지..??
뭐, 늙은 호박은 누런 주황색으로 바뀌니 색깔이 얼추 '호박색'과 비슷해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1/09/28 08:35 2021/09/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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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참교육, 유튜브 등의 생각

1.
요 몇 달 전엔 네이버 웹툰 참교육을 재미있고 봤다.
주인공인 나 화진은 <아저씨>의 차 태식하고 묘하게 비슷한 점이 많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인간흉기 급의 무공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서 조폭 영화 좀 본 듯이 늘 검정색으로 빼입고 다니고.. 머리도 장발.
그리고 아내를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잃은 상태임.

"전당포 털 거면 번지수 잘못 찾았어. / 틀렸어. 넌 지금 그 애들한테 사과를 했어야 해."랑
"이제야 번지수 제대로 찾았군. 사죄란 너를 패는 사람이 아니라 네가 팬 사람에게 하는 거다!"
이 대사도 묘하게 닮은 쌍이다.
오.. 전자의 말 두 마디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인데, 그래도 둘 다 동일 인물에게 한 말임! (종석)

나중에는 주인공의 후임으로 임 한림이라는 여군 후배까지 등장하는데, 얘는 현실의 은하캠핑이나 깡레이더 같은 캐릭터이려나;;;
그래도 교권보호국 정도면.. 일본처럼 아예 배틀로얄-_-을 만든 것보다는 그나마 더 현실적인 설정인 것 같다. (가까운 미래, 공교육이 완전 개판이 되고 학폭 때문에 순직하는 교사가 속출할 지경)

2.
테이큰과 아저씨의 제일 결정적인 차이는?

패트리스: It doesn't matter what we call you... what does matter is what you're doing here.
브라이언: The last girl.. I'm her father.
패트리스 상클레어: Oh my..
브라이언: Give her to me.
패트리스 상클레어: I wish I could, honestly. I'm a father myself... but let me tell you Mr. Whoever-you-are...
(* 친아빠라잖아.. 갑분싸해지고 납득이 됨)

만석: 왔냐...? 너 정체가 뭐냐? 그 꼬마가 뭐라고 여기까지 온 거야?
태식: 옆집 아저씨.
만석: (풉..) 옆집 아저씨..? 너 도라이 정신병자지? .. 종석이 어딨어?
(* 전혀 납득되지 않음.. ㅡ,.ㅡ;; )

트로포야라는 도시는 영화 테이큰이 아니었으면 알바니아에 살지 않는 외국인들이 접할 일이 전혀 없을 듣보잡 지역일 텐데.. 재미있게도 지난 2020년 1월엔 I love Tropoja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나왔는가 보다.
그냥 알바니아 자국 영화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않았고 알려지지도 않았다.

3.
개인적으로 구글로 웹툰 ‘참교육’을 검색해서 보고 나서는 “아 맞다, 편의점 샛별이 드라마에서도 김유정이 일진들 신나게 줘패는 장면이 있었지? 그것도 다시 보고 싶네..” 생각을 했다.
그랬는데 유튜브를 들어갔더니 첫 화면에.. 편의점 샛별이에서 김 유정이 일진들 줘패는 장면 모음이 AI 추천으로 곧바로 나왔다. 내가 검색을 하지도 않았는데.. ㄷㄷㄷㄷ

물론 내가 이전에 편의점 샛별이 주요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본 적은 있었다.
배경에 등장하는 어느 전철역이 경인선 도원 역이라는 것도 알아냈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요즘은 내 계정 기준으로 유튜브 첫 화면 첫 페이지에 편의점 샛별이가 바로 뜨지는 않고 있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결과가 잠깐 바뀌었다.

4.
그리고 올해 초에 본인은 모 SNS에서.. 우파 진영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 좀 반성하고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요지로 댓글을 달았다.
도대체 누가 무슨 근거로 교황이 체포됐네, 트럼프와 펜스가 합작해서 바이든을 몰아내고 부정선거를 폭로할 거라네 하는 소리를 퍼뜨려 왔나 모르겠다. 수 년 전엔 뭉괴뢰의 법적 임기는 레카의 잔여 임기까지가 전부라는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악성 문슬람 대깨문이나 광우뻥 네월호 선동꾼만치 악하고 해로운 사람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희망사항 자기 신념이랑 현실은 좀 구분합시당..)
그래서 나는.. 저런 거 퍼뜨리는 사람은 정체가 무엇이고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저러는지.. 마치 “외국에서 페북으로 군인 사칭하면서 페친 신청하고 메시지 보내는 사기꾼”만큼이나 정체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유튜브에 접속했더니 “sns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외국인들 왜 그러는 걸까?”(진 용진)라는 동영상이 첫 화면에 갑툭튀해 있는 게 아닌가~!

5.
그 뿐만이 아니다.
하루는 특이한 저예산 옛날 영화가 문득 떠올라서 devil 2010이라고만 검색을 한번 했었는데..
그 다음에 유튜브 첫 화면에 "화씨 247"의 평론 동영상이 딱 자동 추천되기까지 했다.

devil은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갇히는 내용이고, 화씨 247은 섭씨 120도짜리 사우나 안에 사람들이 갇히는 내용이다.
자매품으로 관짝 안에 산 채로 갇히는 베리드, 뚜껑 닫힌 수영장 안에 갇히는 12피트.. 이런 영화도 있으며, 수 년 전엔 이 블로그에서도 이런 영화들만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국산 영화 "악마를 보았다"도 2010년작이고 영어 제목이 I saw the devil이다.
그러니 잔머리 좀 굴리는 검색엔진이라면 차라리 저걸 더 관련성 높은 검색결과로 제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는 그걸 제치고, 유사한 감금 장르 영화를 끄집어내는 지능을 발휘하여 내 취향을 더 정확하게 저격한 것이다.

처음이면 그냥 우연인데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정말..
구글이고 유튜브고 페북이고 뭐고 네티즌들이 무료 서비스를 통해 검색으로 입력한 것, 글쓴 것들을 몽~~~땅~~ 수집하고 데이터화하고 수치로 모델링해서 내 마음과 행동 패턴을.. 무슨 마법이 아니라 수식 계산만으로 얼추 읽어내고 있는 게 틀림없다.

자기 검색 서비스를 몽땅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전세계에서 무료로 수집된 천문학적인 양의 검색어들을 갖고 뭔가 수치화할 수 있는 의미, 트렌드 같은 건 뼛속 골수까지 다 끄집어낸 셈이다. 꼭 반도체나 자동차 엔진 만드는 회사만 지하실에서 외계인을 고문하는 게 아니다.;;

1980년대에 컴맹들이 컴퓨터에 대해 가졌던 공포와 우려는..
구글과 유튜브가 무슨 금수저들이 매달 500$씩 내고 이용하는 독점 점유물이 되고 사람들 이마빡에다가 666 반도체 칩을 새겨 넣는 게 아니라, 바로 저렇게 훨씬 더 친근하고 편리하고 상업적인 형태로 더 교묘하게 실현되지 싶다.

종말론자들이 설레발 오지랖 부린 것도 있었지만, 큰 그림은 그렇게 심하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
지구를 지켜라 영화에서 그 사장이 진짜 외계인이 맞긴 했던 것처럼 말이다.. ㄷㄷㄷㄷ 으잉?? (정말 시대를 앞서갔던 창의적인 문제작이었음)

Posted by 사무엘

2021/09/17 19:35 2021/09/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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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개드립 등

1. 4딸라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동무, 지금 인민공화국에서는 이러쿵저러쿵 하고 있는데, 동무는 가기만 하면 인민영웅이 될 거요."
"중립국."


최 인훈의 유명한 소설인 <광장>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4딸라 드립이랑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같은 패턴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네, 세트 하시면 가격은.."
"4딸라."
"이러시면 안 돼요.. 여기 버거킹이에요."
"4딸라."
"더블패티인데..."
"4딸라."
"이거 세트 메뉴인데.."
"4딸라!"
(그럼 4900원으로 하시죠~! / 오케이 땡큐! 는... -_-)


원작 소설은.. 무려 1960년작이라는 게 굉장히 놀라운 점이다.
6· 25 사변이 끝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시절인데.. "난 남한도 북한도 싫고 제3 중립국으로 갈 거야!"는 자칫 잘못하면 코렁탕 먹기 딱 좋은 민감한 소재였다.

이 작품은 할배와 원조가카 사이의 과도기 때 절묘하게 발표됐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
작가는 20대 중반일 때.. 딱 존 카맥이 둠을 만들고 윤 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지고 손 기정이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나이 때 저 소설을 썼다.

2. 텐트와 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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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라고 제안을 했더니 울 어머니와 누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변에 텐트가 아니라 아파트였으면 거절하지 않았겠지 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사진에서 텐트의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쪽에도 작은 도랑이 있어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돗자리와 텐트가 젖을 수도 있었다.

내 경험상, 나의 텐트 운용 엔진은 전진 7단, 후진 3단 정도 된다.

더우면

  • -1 옷 최대한 벗기
  • -2 텐트 창문 덮개 개방
  • -3 물 적시기

0 중간: 텐트 창문 다 닫고 아무 준비물 없이 그대로 잠듦

추우면

  • 1 얇은 여름 이불(모시)
  • 2 여름 침낭
  • 3 담요
  • 4 담요는 밑에다 깔고 겨울 침낭
  • 5 침낭 두 겹 (여름 침낭까지 추가 동원)
  • 6 내복과 패딩 잠바
  • 7 보조 이불까지 추가

2018년의 폭염 속에서 해변에다 텐트 쳤을 때는 -3으로도 부족해서 더위에 허덕였으며..
올해 초, -15도의 혹한 속에서 꽁꽁 언 강물 얼음판 위에다 텐트 쳤을 때는 7까지 다 하고 잤다. (갈 때부터 해외여행 캐리어에다가 담요를 쑤셔 넣었..)

나의 목표는 인위적인 냉· 난방 전혀 없이 체온만으로 자연 속의 한 마리 멧돼지마냥 푹 잘 자고 컴퓨터 작업도 겸사겸사 하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그냥 에어컨이나 난로를 켜 버리는 건 맨손 무술이 아니라 총 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과 같으며, 마라톤 선수가 중간에 그냥 버스· 지하철을 슬쩍 타 버리는 것과 같다. 그냥 반칙 실격이다. ㄲㄲㄲㄲㄲㄲㄲ

요즘 날씨는 처음 텐트를 쳤을 때는 -1.5 정도에서 시작했다가 새벽과 아침엔 0.5에서 1까지 가는 듯.. 쉽게 말해 밖에서 자기에 정말 정말 좋은 날씨이다. 이런 때에 겨우 집에서 선풍기나 틀어 놓고 자는 건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뭐, 울 어머니나 누나 등 가족은 저 등급에다가 +1 ~ +1.5쯤 더해서 인식하는 편이더라만..

독자 여러분도 기회가 되는 대로 밤에 으슥한 산이나 강가에서 자연을 많이 즐겨 보셨으면 좋겠다. ^^ 특히 비 예보가 있는 날 밤에 계곡이나 강물 바로 옆에 텐트 치는 게 내 경험상 제일 좋다.
보안을 위해 구체적인 위치는 공개하지 않지만-_- 내가 텐트 치는 숙소는 한두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 이것들은 다

  • 접근성: 도보/자전거/차로 몇 분
  • 편의시설: 화장실, 식수대, 공공 와이파이
  • 방수 가능 여부: 비가 올 때..
  • 주변 소음: 자동차 도로에서 가까운 곳은 밤에도 시끄러운 편
  • 은폐/보안성: 사람 발길이 잦은 곳이면 해가 뜨자마자 철수해야 함

등으로 자체적으로 점수가 매겨져 있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돌아가며 이용한다. 온도별 대처 요령도 그렇고.. 이게 일상생활이 되니 분야와 상황별 매뉴얼이 다 구축된다. ㅋㅋㅋㅋ
아침엔 입을 옷을 고민하고 점심 때는 밥 먹을 식당을 고민하고, 밤에는 텐트 칠 곳을 고민하니 의식주가 골고루 갖춰진다.

3. 흑돼지

하루는 근처 식당 간판에서 "팔공산에서 방목한 흑돼지"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약간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팔공산이라고 하면 대구에 있는 산이지 않은가. 그 대도시에도 한켠에 돼지 농장이 있나..? 그리고 흑돼지는 제주도가 유명하지 않나..??

알고 보니 전라북도 장수군과 진안군 사이에도 팔공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있고, 거기서도 흑돼지를 키우고 심지어 한우도 키우는가 보더라.
산의 인지도로나 돼지의 인지도로나 다 콩라인...이어 보인다만, 그래도 기회가 되면 여기 돼지를 먹을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다. ^^

4. 성경 이야기 패러디

이런 게 요 근래에 떠올랐다. ㄲㄲㄲㄲㄲㄲ

(1)
이세벨: 어이 아합 (우리 자기~^^)
아합: 이세벨, 어서 오고.
이세벨: 아침부터 왜 이렇게 죽상이야.
아합: 나봇이 꼴받게 하잖아. 씨X 젓X색X가.
이세벨: ㅋㅋ 떨 한 대 할래? (왕상 21:4-6)

(2) 탕자의 비유
작은아들은 타지에서 아버지의 자산을 탕진하여 알거지가 됐다. 그는 돼지가 먹는 사료도 얻어먹지 못하던 와중에 불현듯 현타가 왔다. “우리집은 먹을 게 너무 많아 썩어날 지경인데 난 이렇게 굶어 죽는구나 ㅠㅠㅠ” (눅 15:16-17)

Posted by 사무엘

2021/08/26 19:34 2021/08/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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