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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현장 몰카 사진

카메라라는 물건이 발명된 이래로 세상에 많고 많은 몰카가 촬영됐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진귀하고 중요한 몰카 축에 드는 사진은 바로 1944년 8월,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 근처에서 정말 목숨 걸고 몰래 촬영된 이 사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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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치 독일에 의해 고용되어 학살된 동족들 시체를 치우는 등의 뒷정리를 하던 소극적 부역자.. 일명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에 속하는 유대인들의 협조로 도촬됐다.
존더코만도는 식사와 보급은 일반 수용자보다 약간 더 좋게 받았지만, 동족을 적극적으로 괴롭히거나 밀고· 통제하지 않았으며, 용도가 다하면 역시 가스실로 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카포 같은 급의 악질 끄나풀은 아니었다.

글쎄, 나치 수용소 내부에서 수감자들의 처참한 몰골이라든가 시체더미를 치우는 실제 사진(연출이 아닌)이나 동영상이야 물론 있다. 하지만 그건 연합국이 전쟁에서 이겨서 해당 지역의 수용소가 해방된 뒤에 연합군의 주도로 촬영된 것들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나치 독일에 의해 현업으로 돌아가고 있는 동안에.. 선전용으로 만들어진 관제 어용 기록 말고, 현장 내부의 라이브 사진이 몰래 찍힌 것은 놀랍게도 저게 유일하다고 한다.

삼청교육대에서 웃통 벗고 목봉 체조 열심히 하면서 "저희는 여기서 참교육 받으면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대본만 읊는 입소자 인터뷰 영상이랑, 거기 내부 음지에서 온갖 끔찍한 가혹행위가 저질러지는 게 몰래 카메라에 찍힌 것은.. 퀄리티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서로 다르지 않겠는가?

이 사진들은 주변 배경을 자르고 사람이 나온 부분만 확대하고 보정을 많이 한 것이다. 더구나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촬영자와 카메라의 근처에도 나치 간부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멀리서 줌 당겨서 정말 몰래 급하게 허겁지겁 찍느라 각도와 구도는 엉망이고 초점도 흐리고.. 퀄리티는 열악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사진이 찍히는 곳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현장감과 섬뜩함이 더 느껴진다. 한 트럭 가득한 시체들을 불태우는 장면, 여성 수용자가 야외에서 나체로 가스실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

마지막 장은 도저히 피치 못할 상황에서 각도를 너무 높게 든 걸 확인도 못 하고 셔터를 누른 바람에, 사람과 건물을 찍지 못하고 하늘과 나무만 찍었다.
찍고 나서 필름은 치약 튜브 안에다 넣어진 채로 폴란드의 레지스탕스에게 무사히 전달됐다고 한다.

2. 승리의 날에 기습 키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일본이 원자폭탄을 두 방 맞고 무조건 항복했을 때..
저 괴물 같던 일제가 "드디어, 드디어" 항복했고 지긋지긋하던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미국 시민들은 기뻐서 난리가 났다.

길거리에 뛰쳐나와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얼싸안고 춤추고 날뛰었다.
우리나라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결승 진출..?? 그 분위기쯤은 저리 가라였다.
그 당시 영상 기록을 보면 무슨 미국이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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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J day in Times Square이라는 제목으로 남겨진 이 사진은..
1945년 8월 14일, 길거리에 나와 있던 한 간호사가 근처의 어느 생면부지의 해군 수병에게서 기습 키스(!!)를 당하는 순간이 절묘하게 기자의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누군지는 검색해 보면 다 나옴ㅋㅋ)
저 VJ는 비디오자키 따위의 뜻이 당연히 아니고 victory over Japan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저 두 사람은 커플이 아니다.
그러니 평소 같으면.. 특히 요즘 같으면 저런 짓은 영락없이 성추행 성희롱이고, 여자 쪽으로부터 귀싸대기가 날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저 당사자 아가씨는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인데, 그리고 여느 괴한도 아니고 지금까지 조국을 위해 정말 고생했던 군인 아저씨인데" 하는 생각으로 눈 딱 감고 키스를 받아 줬다고 한다. 눈을 감은 채, 저 남자가 누군지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간호사는 저 사건을 마음속에만 묻어 놓은 채로 훗날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다. 저 간호사가 자신이었다고는 한 1970년대가 돼서야 언론에다 털어놓았다.
하지만 기습 키스를 날린 수병이 누군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 수병은 어차피 저 아가씨에게만 키스를 날린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11/30 19:35 2020/11/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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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나 철도 차량이 밟은 대로 나아가지 않고 핸들을 꺾은 대로 정확하게 방향 전환이 되지 않는 상황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바퀴가 헛돎

전근대 시절에 인간이 만들어 낸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바퀴라고 한다. 육상 교통수단들은 바퀴가 지면을 구를 때 두 물체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력을 이용해서 움직인다. 굴러가는 바퀴에 밟힌 작은 돌멩이 같은 게 확 튀어오르는 걸 생각하면, 평소에 바퀴가 구르면서 지면에다 전하는 힘이 결코 만만찮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면과 바퀴의 마찰이 너무 작으면 바퀴만 혼자 헛돌면서 차체는 가속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제동을 걸어도 바퀴는 멈춰섰지만 차체는 계속 미끄러져 움직일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는 바퀴가 모래나 진창에 파묻혔을 때, 또는 빙판길에서 미끄러질 때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철도는 구름 마찰력이 작아서 동력 효율이 우수한데 그 장점이 이런 데서는 악재가 된다. 기관차가 출력만 높고 충분히 무겁지 않으면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헛돌기 쉽다. 철차륜이 고무 타이어처럼 끼이익~ 거리면서 레일에다 스키드마크를 남기지는 않겠지만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철도 시설에 절대로 좋지 않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라든가 과거의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는 엔진 출력은 좋은데 험준한 지형에서 저런 공전 현상이 발생하는 게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화물용 전기 기관차는 더 무거운 물건으로 따로 만들어졌고, 새마을호 PP는 산악 철도인 중앙· 영동· 태백선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퇴역했다.

바퀴로 움직이는 차량은 비행기나 선박과 달리, 닥치고 가볍고 엔진 출력만 높을수록 장땡이 아닌 셈이다.
공항 계류장에서 대형 여객기를 견인하는 토우카 역시 이런 이유로 인해 자체적으로 왕창 무겁게 만들어진다.

2. 조향 중에 미끄러짐

고속 주행 중에 핸들을 급하게 틀면 차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복되기 쉽다. 그런데 길이 아주 미끄러운 상태이거나 코너를 도는 동안에도 확 밟아서 가속을 한다면... 차는 전복되기보다는 그렇게 곧이곧대로 돌지를 않고 확 미끄러질 수 있다.

  • 차가 의도한 회전 반경보다 더 크게 돌면서 커브의 바깥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언더스티어라고 한다. (= 핸들을 덜 꺾은 것과 같음)
  • 반대로, 차가 앞부분이 홱 과격하게 돌면서 의도한 회전 반경보다 더 작게 급격하게 도는 것을 오버스티어라고 한다. (= 핸들을 더 꺾은 것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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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구동은 언더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며, 후륜구동은 오버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다. 마치 추우면 옷을 더 입으면 되지만 더운 건 답이 없듯이.. 오버스티어는 사람이 테크닉으로 제어가 가능한 반면, 언더스티어는 감속 자체 말고는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자동차 매니아 중에서는 후륜구동을 선호하는 사람이 좀 있다. 물론 일반인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굳이 전륜/후륜구동의 스티어링 성향의 차이를 인지할 정도로 과격하게 운전할 일은 없는 게 정상이겠지만 말이다.

전륜구동(FF)은 무거운 전방 엔진이 실린 바퀴가 구동하기 때문에 초반 가속이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이다. 눈이 쌓인 빙판길에서 전륜이 후륜보다 미끄러짐이 덜하며 훨씬 더 잘 나아간다.
그러나 급가속 때는 관성 때문에 차의 뒷쪽에 무게가 쏠리기 때문에 후륜구동이 더 유리해져서 상황이 좀 바뀐다.

이륜차가 아니라 양쪽 바퀴로 굴러가는 차들은 아무래도 액체(선박)· 기체(비행기) 같은 유체가 아니라 딱딱한 고체 표면 위를 굴러가니 기본적인 안정성은 보장된다. 곧은 길에서 직진 주행만 한다면 딱히 좌우 무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거나 전복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급커브에서 과속을 하면 사고가 나고, 열차의 경우 탈선할 수 있다.

3. 좌우 요동이 갈수록 심해짐

일명 fish tail(피시테일) 내지 sway(스웨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현상을 말한다. 고속 주행 중에 차체의 뒤쪽(= 후륜)이 옆으로 힘이 가해지는 바람에 차가 접지력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그럼 운전자는 당황해서 핸들을 쏠리는 쪽의 반대로 틀고 브레이크도 밟는데, 차는 이번엔 반대쪽으로 더 크게 쏠리기 시작한다. 런닝머신 위에서 장난감 차량을 굴린 예시를 보면 무슨 현상인지 정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다. (☞ 동영상 링크)

요동은 갈수록 커지고 결국 차는 스스로 전복되거나 도로 한쪽(중앙분리대 내지 가드레일)을 들이받게 된다. 주변의 멀쩡히 가던 차와 높은 확률로 충돌도 한다. (☞ 2013년경의 유명한 피시테일 단독 사고 영상) 비행기로 치면 실속에 빠진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건 무슨 급발진도 아니면서 발생 원인이 의외로 딱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한다. 어떤 자료에서는 오버스티어 성향이 있는 FR 차량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반대로 FF 차량에서 더 잘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동륜의 구분 없이 다 나타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급브레이크를 밟지는 말고 핸들을 침착하게 쏠리는 방향의 반대로 틀면서 오히려 가속을 해 줘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속이란 관성 때문에 차체가 뒤로 쏠리는 걸 의미하며, 그렇게 해 줘야 뒤에 무게가 실리고 접지력이 그나마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후륜구동 차에서는 더욱 절실히 저렇게 해 줘야겠다.

차가 혼자가 아니라 뒤에 캠핑카 같은 걸 끌고 있으면 고속 주행 중에 이런 요동 현상에 더욱 취약해진다. 후진만 어려운 게 아니라 전진에도 애로사항이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속 및 급핸들 조작을 더욱 삼가고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일정 무게 이상의 트레일러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특수 면허가 괜히 필요한 게 아니다. (☞ 외국에서 캠핑카를 끌던 차량이 요동치다가 사고 나는 장면)

철도는 조향이란 게 없으니 자동차 같은 수준의 피시테일 현상은 없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 레일과 바퀴가 꽉 조여진 게 아니기 때문에, 고속 주행 중에는 어쩌다 생긴 좌우 진동이 커지면서 차량이 요동칠 수 있다. 이것을 그 업계 용어로는 사행동(snake motion)이라고 한다. 승차감을 저해하고 레일과 바퀴를 손상시키고 최악의 경우 탈선 사고까지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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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동이 발생한 채로 굴러가는 철도 차량 대차을 각각 앞에서 본 모습,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Posted by 사무엘

2020/11/28 08:32 2020/11/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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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로이드 -- 下

이제 우리는 오일러 방정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사이클로이드의 최단 강하 성질을 유도해 보고자 한다.
이것은 뉴턴 말고 동시대의 다른 천재 과학자이던 요한 베르누이가 최초로 발견했다.

물리 과목이 고전역학과 유체역학, 열역학, 전자기학을 넘어 파동과 입자 파트로 넘어갈 즈음에, 우리는 스넬의 법칙이란 걸 접하게 된다.
빛이 한 매질 속에서 v1이라는 속도로 나아가다가 속도가 다른(v2) 매질로 진입했을 때 잘 알다시피 굴절이 발생하는데.. 그 굴절 각도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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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 θ1 : v1 = sin θ2 : v2

비율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법칙이다.
물리학이라는 게 딱딱한 물체의 가시적인 움직임만 기술하는 줄 알았는데.. 물 속에 비치는 물체가 실제보다 얕게 보이는 이유와 정확하게 얼마나 얕게 보이는지까지 수식으로 알려준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건 게임에다 비유하자면 말 그대로 오브젝트들의 운동 역학뿐만 아니라 그래픽 렌더링에까지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뭐, 0도~90도 사이에서 sin x는 x 자체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단조증가만 하니, 위의 법칙이 아주 특이한 결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빛의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각도가 작아지고, 느린 곳에서는 각도가 대체로 커진다. 단지 고각이 될수록 그 정도에는 선형적이지 않은 차이가 발생할 뿐이다.
(낮은 각도에서 x와 sin(x)는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단진자 주기의 근사값을 구할 때도 쓰인다. 이에 대해서는 곧 다시 다루어질 것이므로 참고하시라.)

그런데 빛은 애초에 질량이 없는 물건이고 구슬처럼 데구르르 구르지도 않을 텐데 저 법칙이 사이클로이드 내지 최단 강하 곡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고지대는 매질이 진해서(...;) 빛의 속도가 제일 느리고, 아래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선형적으로 매질의 농도가 옅어져서 빛이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게 빛에게 중력 역할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공기 아니면 물 같은 이산적인 흑백이 아니라, 그러데이션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위에서 아래로 빛을 조금이라도 비스듬하게 쏘면.. 빛 역시 단순무식하게 직선 형태로 나아가지 않게 된다.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쭈루룩 휘어지고, 그 궤적이 놀랍게도 사이클로이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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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궤적의 어느 점에서나, 어느 높이에서나 sinθ / v의 값은 일정해야 한다.
출처에 따라서 sinθ / sqrt(h) = C(상수) 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앞서 값을 구한 바와 같이, 속도 v는 sqrt(2*g*y)로, 높이의 제곱근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y축이나 높이 h나 동일한 개념인 것은 다들 아실 테고..

그리고 여기서 각도 θ라는 건 보다시피 y축(세로선) 기준의 값이다. 이를 x축 기준으로 환산하면 90도-θ나 마찬가지이다. 즉, y축 기준 입사각 90도는 x축 기준 0도와 같다는 뜻.. 그러므로 y축 기준으로 sin θ는 우리 입장에서는 cos θ와 같은데..;;

여기서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
cosθ는 1/sqrt(tan(θ)^2 + 1) 로 형태를 바꿔치기 할 수 있다! (sinθ^2 + cosθ^2 = 1이니까)
여기서 탄젠트라는 건? 고맙게도 x축 대비 y의 변화량.. dy/dx, 다시 말해 y'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sinθ/v에서 분자는 1/sqrt(1+y'^2)로 깔끔하게 나왔고, 분모 v에다가는 sqrt(2gy)를 집어넣으면..
이게 곧 미분 방정식

1/( sqrt(2gy)*sqrt(1+ y'^2)) = C

이 나오는데, 이건 앞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서 d/dy 안에다 대입해서 집어넣었던 ∂F/∂x'와 같은 형태이다. 그때는 x를 먼저 구했지만 지금은 y를 먼저 구할 뿐...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y를 먼저 구하는 식으로 풀 수 있다.

잡다한 상수와 근호를 치우고 식을 정리하면 y(1+y'^2) = C 를 얻는다.
제곱이 좀 압박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얘는 dx = dy sqrt( y/(C-y) ) 로 변형 가능하며 이건.. 역시 이전 방식에서 얻었던 x'의 형태와 같다.
그러니 y를 삼각함수의 제곱으로 치환해서 계속 풀어 나가면 된다. 이상..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다른 참고 사이트에서 열람하시기 바란다. (☞ 참고 1, 참고 2)

사이클로이드는 공대 1학년의 기초 필수 코스인 벡터 미적분학 교육과정에서 정말 최고로 적합한 교보재인 것 같다.
스넬의 법칙 덕분에 풀이의 일부가 좀 간소화된 듯한 느낌인데.. 사실 스넬의 법칙도 직접 유도해 보면 물리에 앞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과 동급의 수학 원리가 이미 깔끔하게 담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빛이 속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사이클로이드 궤적 형태로 굴절된다니, 이건 우주 로켓 발사와도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공기가 가장 짙고 공기 저항도 극심한 지상에서는 이 구간을 빨리 빠져나가는 게 중요하므로 로켓이 닥치고 수직 상승한다. 하지만 공기가 충분히 옅어지면 이제 수평으로도 속도를 내서 지구 궤도에 진입할 채비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각 고도별로 수직과 수평 동력을 잘 배분하여 연료를 가장 적게 쓰고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로를 짜는 건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여기에도 사이클로이드 궤적이 쓰이는지 궁금하다.

2. 등시 곡선

아이고 힘들다.. 최단 강하 곡선 얘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네.. 그런데 이게 사이클로이드의 역학적 특성의 끝이 아니다.
얘는 최단 강하 곡선인 동시에 놀랍게도 ‘등시 곡선’이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공을 곡선의 맨 꼭대기에서 굴리든, 밑바닥 근처에서 살살 굴리든, 목적지인 밑바닥에는 동일한 시간 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공기 저항과 마찰을 무시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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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으면 같이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단진자의 운동.
학창 시절에 배운 기억으로는 단진자도 각도라든가 추의 무게와 무관하게 왕복 주기가 동일하다. 오로지 실의 길이 l과 중력가속도 g의 영향만 받아서 2π*sqrt(l/g)라는 공식이 나왔었다. (줄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

그런데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진자가 그리는 궤적은 사이클로이드가 아니라 그냥 원호이다. 둘이 어떻게 동일할 수가 있지?
관련 자료를 다시 찾아보니, 단진자의 주기는 각도와 완전히 무관한 게 아니었다. 중등 수준에 맞게 난이도 보정을 하느라 θ가 충분히 작아서 sinθ가 θ와 얼추 같다고 “치고” 식을 유도한 것이었다. 원래 미분방정식은 θ'' + sinθ *g/l = 0 이렇게 나오는데, sinθ를 놔두면 미분방정식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물리 시간에 뭔가 “sinθ가 θ와 얼추 같다고 치고” 식을 유도하는 걸 접한 기억은 있지만 그게 단진자 주기 공식이었다는 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sinθ를 살려서 문제를 해석학적으로 정확하게 풀려면 타원 적분이란 걸 동원해야 하며, 최종적인 답이 무한급수의 형태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런 복잡한 항들이 2π*sqrt(l/g)의 뒤에 덕지덕지 추가적으로 곱해진다. 자세한 것은 타 사이트의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단진자가 이 정도로 까다로운 물건이었다니..;;

그럼 60도짜리 진동과 15도짜리 진동이 일치할 정도가 되려면.. 진자도 원호 궤적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사이클로이드는 원 궤적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진자의 궤적이 사이클로이드가 되게 바꾸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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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렇게.. 반지름 a/2짜리 원을 굴려서 얻어지는 사이클로이드 모양의 벽을 반반 쪼개서 양 옆에 배치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 지점에서 진동시켜도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그리면서 완벽한 등시 등주기가 실현된다. 얘는 각도와 무관하게 진동 주기에 π*sqrt(l/g) 다음으로 원운동 진자 같은 복잡한 항이 덕지덕지 붙지 않는다. 이것을 첫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호이겐스 진자라고 부른다.

사이클로이드 궤적은 어째서 등시 강하가 보장되며, 저렇게 진자를 진동을 보정하면 어떤 원리로 사이클로이드가 되는 걸까?

우린 임의의 궤적 함수가 주어졌을 때 구슬이 끝까지 다 굴러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는 함수 T를 이미 구한 바 있다. 분자는 sqrt(1+f'(x)^2) dx이고, 분모는 sqrt(2*g*f(x))이던 그 식 말이다.
그걸 써먹으면 된다. 얘를 임의의 시작점을 집어넣어서 끝까지 적분을 하더라도 항상 동일한 값이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면 등시 강하 특성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런데 사이클로이드는 매개변수 형태로 표현돼 있으므로..
x = r*(θ-sinθ), y = r*(1-cosθ) 로부터
dx/dθ = r*(1-cosθ), dy/dθ = r*sinθ 를 얻는다.
그러므로 dy/dx는 양변을 r로 나눈 sinθ / (1-cosθ)가 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식의 분자 부분을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dx 대신 dθ로 치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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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분모는? f(x), 아니 y에 해당하는 r*(1-cosθ)만 대입해 주면 되는데...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약간의 변화를 줘야 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최고점인 y=0일 때 속도가 0이었지만, 우리는 y>0이고 더 낮은 임의의 지점에서 가속을 시작하여 구슬을 굴리더라도 끝까지 다 구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동일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 임의의 지점을 단순 높이로 나타내건 각도로 나타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원을 0도에서 180도(pi!) 반원 각도만치 굴려서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굴리는 상황을 설정할 것이므로 각도 표기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θ0이라는 각도에서 처음으로 공을 굴렸다면 속도가 어떻게 될까?
v = sqrt(2g*(y-y0)) 로부터 sqrt( 2g*r*( cos(θ0) - cos(θ) )) 이 나온다. 각도를 빼는 게 아니라 y축 관점에서 cos 결과값을 빼 주면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이클로이드의 y축 매개변수 r*(1-cosθ)에서 1이 cos(θ0)로 바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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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냥 제일 높은 곳에서 처음부터 구른 것이면 θ0는 0도이기 때문에 분자와 분모에서 2a*(1-cosθ)가 통째로 약분되어 없어진다. 적분식은 θ와 무관한 상수가 되며(= 극값), 사이클로이드가 고정된 최단 강하 곡선임이 증명된다.
다음으로 분모의 1을 cos(θ0)이라는 상수로 바꾸고, 얘를 θ0부터 pi까지 정적분한 값도 θ0와 무관하게 고정된 값이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면.. 이건 구르는 소요 시간이 θ0의 값과 무관한 등시 곡선임을 추가로 증명할 수 있다.

얘도 다루기가 많이 까다로워 보이지만.. 그래도 끝자락이 삼각함수에서 비교적 취급하기 쉬운 상수인 pi이며, 삼각함수들을 반각/배각 공식을 이용해 제곱으로 치환하면 제곱근 근호를 걷어내고 적분을 그럭저럭 격파할 수 있다.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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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경이롭다. =_=;; 특히 마지막에 arcsin으로 치환되는 적분 부분이 정말 압권이다.
이를 통해 θ0은 싹 사라져 버리고, θ0가 있더라도 그냥 θ0=0일 때와 동일하게 상수 시간이 도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이다. 사이클로이드를 제대로 마스터 하려면 호이겐스 진자의 진동 궤적이 왜 사이클로이드가 되는지도 해석학적으로 유도해야겠지만.. 그건 이 자리에서는 생략하겠다.
아무쪼록 (1) 사이클로이드가 원이나 타원의 호가 아닌 이유, (2) 저게 최단 강하 곡선인 이유, (3) 어느 위치에서건 등시 강하 곡선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당신은 대학 나온 훌륭한 이과생 공돌이라고 불릴 자격이 될 것이다.

1600년대 중후반은 갈릴레오와 케플러에 이어 뉴턴, 라이프니츠, 베르누이 같은 사람이 등장하면서 미적분학이 태동하고 고전역학이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였다. 그 옛날 사람들이 사이클로이드라든가 단진자 운동의 특성을 갖고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저 때는 괘종시계가 현역이던 옛날이었기 때문에 단진자 운동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등주기를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게 시계의 정확도와 직결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1700년대에 가서는 오일러와 라그랑주가 나오면서 이 바닥은 더 세련된 계산법이 개발되고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25 08:35 2020/11/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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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로이드 -- 上

이전 글들에서는 현수선 얘기를 하면서 한창 쌍곡선함수 얘기를 늘어놨는데, 이 글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정통(?) 삼각함수 얘기를 좀 하겠다.
수학에서 다루는 많고 많은 곡선 중에는 “원을 직선 위에서 굴릴 때 그 원에 놓인 정점이 그리는 궤적”이란 게 있다. 이걸 ‘사이클로이드’라고 한다.

반지름 r인 원이 (0, r) 위치에 놓여 있다. 그리고 궤적을 추적하고자 하는 점은 처음에 바닥의 원점 (0, 0)에 있다고 치자.
수학 좌표계는 x의 양의 방향이 오른쪽이고 y의 양의 방향은 위쪽이다. 이 상태로 원이 x의 양의 방향으로 굴러가려면 시계 방향으로 굴러가야 하며, 각도는 처음에 270도에서 시작했다가 줄어들어야 한다. 각도가 늘어나는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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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cos(3π/2 - θ), sin(3π/2 - θ)+1) 정도 될 텐데..
cos(3π/2 - θ)는 sin(-θ) → -sin(θ)로 간소화시킬 수 있다.
sin(3π/2 - θ)도 -cos(θ)로 간소화시킬 수 있다.

이건 원이 제자리에서만 빙글빙글 도는 상황이다.
실제로 굴러간다는 조건을 추가하면 원은 아주 단순하게 x축의 양의 방향으로 r*θ만치만 이동하게 된다. 원의 전체 둘레는 2πr이고 θ는 각도 겸 원호의 둘레와 정확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이클로이드의 궤적은 ( r*(θ-sinθ), r*(1-cosθ))라고 깔끔하게 나온다. 원이 헛돌지 않고 제대로 굴러가는 이상, 점이 아예 뒤로 후퇴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이클로이드는 원이나 타원의 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이와 무관한 별개의 궤적이다. 아래의 그림 비교와 관련 설명을 참고하시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얘는 x와 y의 위치를 매개변수를 통해 제각기 나타낼 때는 식이 저렇게 아주 깔끔하게 구해지는 반면, y=f(x) 꼴의 단순한 양함수로 나타내는 건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x축이 그냥 sin(t)가 아니라 t-sin(t)인데.. 이게 역함수를 구하기가 몹시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x=g(y)라는 일종의 음함수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내는 게 y=f(x)보다는 더 할 만하다. 원이 굴러간 거리에 대한 함수가 아니라 원의 범위 영역에 대한 함수 말이다.
사이클로이드는 이렇게 까다로운 면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이클 궤적의 길이라든가 그 궤적 아래의 면적은 적분을 통해 깔끔하게 떨어지는 형태로 구할 수 있다. 이쪽으로 더 관심 있으신 분은 위키백과 등의 타 사이트를 참고하시라.

이 글에서 현수선 다음으로 사이클로이드를 소개한 이유는 얘도 현수선과 동급으로 역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특성이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1. 최단 강하

먼저, 얘는 일명 ‘최단(최고속) 강하 곡선’이다. 높은 지점에서 낮은 지점으로 공을 굴리는데 무작정 최단 거리인 직선 경사로가 아니라, 사이클로이드를 상하 반전시킨 형태의 경사로를 만드는 게 좋다. 그러면 공이 중력 버프를 받아서 목적지에 더 빨리 도달하게 된다! (지면 마찰과 공기 저항 따위는 모두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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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행기의 비상 탈출용 미끄럼틀도 직선이 아니라 이런 형태로 만드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무리이겠지만, 그래도 어린이용 미끄럼틀 중에는 이런 과학 고증(?)을 반영하여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흉내 낸 모양인 것도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이것도 까놓고 말해 그냥 포물선이라든가, 사분원이나 2차 베지어 곡선, 혹은 아예 역학적인 안정성이 검증돼 있는 현수선이 최단 강하일 수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사이클로이드가 당첨인 걸까? 직선보다 아래로 볼록한 모양이어야 하겠다는 건 수긍이 가지만 왜 하필 저 모양이 최적인지는 직관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된다.

먼저 우리는 구슬이 처음 놓여 있는 좌측 최상단 꼭대기가 원점 (0, 0)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계산의 편의를 위해, y축은 중력이 향하는 방향(=아래)이 +로 증가하는 방향이라고 간주하도록 하겠다. 즉, 통상적인 수학 좌표가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좌표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구슬은 아래로 굴러가면서 x축과 y축 모두 값이 일관되게 증가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저 사이클로이드 공식도 y축의 부호를 뒤집을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푸는데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는 단서는 (1) "역학적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구슬이 직선 경사로를 쫙 구르건 그 어떤 꼬불꼬불한 곡선을 타고 오르내렸건, y축 중력 가속도가 g인 상태에서 y라는 높이만치 내려가 있다면 그 당시에 물체의 속도는 mgy = mv^2 /2를 근거로 v=sqrt(2*g*y)가 된다. 위치 에너지가 그만치 운동 에너지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x축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 속도는 xyz 같은 축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단위 시간당 이동량이다. 그 속도를 얻은 상태에서 수평 이동을 한다면 구슬은 공기 저항과 마찰이 없는 한, 영원히 등속 운동을 할 것이다. 상승하면 속도가 점차 느려질 것이고, 하강하면 속도가 붙어서 빨라질 것이다.

여기까지 준비가 완료됐으면 사이클로이드 문제는 크게 두 방법으로 풀 수 있다.
하나는 뉴턴이 터를 닦으시고 오일러-라그랑주가 끝장을 낸 (2) 변분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하드코어한 고전역학의 범주에서 끝을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파동 분야에서 정립된 (3) 스넬의 법칙을 접목하는 것이다. 겉보기로 수식의 압박이 변분법보다는 '약간' 덜할지 모르지만, 그럼 스넬의 법칙은 왜 어째서 성립하는지를 일일이 따지고 든다면 난이도는 비슷하게 안드로메다로 치솟는다.

그럼 변분법 버전부터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통상적인 미분이 함수의 극점을 구해서(= 도함수가 0) 특정 구간에서 함수의 최소/최대값을 구하는 데 쓰인다면, 변분법이란 범함수의 최소/최대값을 구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그럼 범함수란 무엇이냐? 프로그래밍에는 평범한 숫자나 객체가 아니라 함수 자체나 람다를 다른 함수의 인자로 넘겨주는 게 있다. 그것처럼 수학에도 함수를 받아들여서 스칼라 형태의 값을 되돌리는 함수가 있는데, 그걸 범함수(functional)라고 한다. 특정 함수가 특정 구간에서 미분 불가능한 지점의 개수.. 그런 것도 범함수의 일종이 될 수 있다.

변분법을 이용하면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경로가 직선인 이유처럼 공리 수준의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둘레가 동일한 도형 중에 면적이 최대인 놈이 원의 형태가 되는 이유, 물방울· 비누 방울이나 잠수정이 전부 구형으로 만들어지는 이유(단위 면적당 압력 최소화) 같은 것도 다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유도할 수 있다.

최단 강하 곡선 문제에서 우리가 구해야 하는 것은 길이나 면적 따위가 아니라 "도달 시간"의 최소값이다.
구슬이 위에서 아래로 굴러가는 궤적을 y = f(x)라는 함수로 나타낸다면, a라는 임의의 x축 지점에서 구슬의 진행 속도는 f(a)의 값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속도는 앞서 공식을 구한 바와 같이 전적으로 y축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y축의 값은 x축 대한 함수 f로부터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2-1) 이 함수를 어째 잘 적분해서 f(x)라는 함수에 대해 구슬이 다 내려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속도 함수를 적분해서 구하는 건 보통은 거리이기 때문이다. 시간에 대해 적분하면 끝이다. (예: 시속 100km로 2시간을 달린 거리는 200km)
그런데 반대로 소요 시간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함수 궤적의 거리가 주어져 있어야 한다. (예: 시속 100km로 300km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그래도 이것도 적분이긴 하다.

앞서 sqrt(2*g*y)이라고 값을 구한 속도 v는 거리/시간, 즉 ds/dt라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ds라는 건 역시 x 변화량 대비 y의 변화량을 거리화한 것이며, y 변화량은 곧 f(x)의 변화량과 같다. 그러므로 이것은 sqrt(1 + f'(x)^2 )로 나타낼 수 있다.
v = ds/dt 에서 sqrt(2*g*f(x)) = sqrt(1 + f'(x)^2 ) / dt 가 되고..
이 관계로부터 dt = sqrt(1 + f'(x)^2 ) / sqrt(2*g*f(x))이 된다.

오.. 그러므로 구슬이 구르는 궤적 함수가 f이고 중력 가속도는 g, 구슬이 다 구른 오른쪽 끝의 x축 지점이 a라 할 때, 구슬이 다 구르는 데 걸리는 시간 T는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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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도달했으면 문제가 반 정도는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a와 g가 고정돼 있을 때 T를 최소화하는 f(x)를 구하면 된다.

1/sqrt(2*g)는 그냥 상수이므로 적분 기호 밖으로 옮겨도 아무 상관 없다. 그리고 범함수에서는 그 정의상 x라는 변수뿐만 아니라 그 x에 대한 함수 f(x)까지 범함수의 parameter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f(x) 대신 그냥 y로 표기하며, 도함수도 f'(x) 대신 dy/dx라고 표기하는 걸 더 일상적으로 보게 된다. 애초에 사이클로이드도 f(x) 대신 x, y축 따로 매개변수 형태로 표기하는 게 더 유리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쓰이는 도구는 바로 (2-2)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이다.
x, y라는 변수가 있고 F가 y, y', x에 대한 범함수라고 하자. 우리가 푸는 문제에서는 x, y는 구슬의 궤적을 나타내며, F는 그 궤적으로 끝까지 구르는 데 걸리는 소요 시간을 구하는 구간 적분이 된다.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 대해 제일 간단하고 엉성하게 요점만 말하자면, F가 극값(최소 또는 최대)이 나올 때 이들은 다음 등식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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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궁금하면 이변수함수의 연쇄법칙을 동원해서 저 식을 직접 유도하면 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시간과 지면의 부족으로 증명을 생략하겠다. ㄲㄲ)

저 식에서 F에다가는.. 우리가 구한 처음 식 T에서 상수배 항과 dy 적분을 걷어낸 sqrt((1+x'^2)/y), 즉 순간 변화량을 대입한 뒤, 식을 x'에 대해 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우, ∂F/∂x가 0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물체의 속도는 x축 위치와는 전혀 무관하고 y축 높이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식에서 d/dy (∂F/∂x')도 같이 0이어야만 한다. F를 x'에 대해 편미분한 뒤, 양변에 sqrt(y)를 곱한 결과는 아래와 같이 된다. (x가 어떤 함수인지 정확한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x와 x'는 서로 독립변수로 간주됨) 이 식을 x'에 대해서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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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이제 x'이 구해졌다. 그러면 함수 x는 y에 대해 적분을 해서 구할 수 있긴 하지만.. sqrt(x/(1-x))라는 함수는 부정적분을 호락호락 쉽게 구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쟤를 수월하게 적분하는 방법은 x, y를 다른 변수 형태로 치환하는 것이다. 애초에 사이클로이드는 x, y 궤적을 매개변수 형태로 치환해야 표현하거나 취급하기 용이한 물건이다.

y를 sin(t)^2 / C^2 으로 치환하면 거추장스러운 C가 없어진다. 그리고 근호 안의 식이 sin(t)^2 / cos(t)^2로 바뀌고 근호도 없어져서 식 전체가 tan(t)로 바뀌는 마법이 펼쳐진다.
단, dy도 sin(t)^2의 도함수인 sin(t)*cos(t) dt로 바뀌기 때문에 저 tan(t)에다가 sin(t)와 cos(t)를 곱해 줘야 한다.
tan은 sin/cos이므로 cos는 서로 약분되어 없어지고.. 최종적으로 적분해야 하는 식은 sin(t)^2 dt가 된다.

그리고 sin(x)^2은 삼각함수 덧셈 정리로부터 유도된 반각 공식에 의거하여 (1-cos(2x))/2로 처분 가능하다. 이게 적분하기 훨씬 더 편하다.
사이클로이드를 기술하는데 각도가 t건 2t건 그건 중요하지 않으므로 x축의 궤적은 각도 θ에 대해 C*(θ-sin(θ))가 도출되며, y축은 이미 sin(t)^2의 간소화형인 C*(1-cos(θ))로 답이 나와 있다. 이것으로 유도 끝..

우리는 사이클로이드의 x, y축별 매개변수식에서 아주 중요한 특성을 하나 주목하게 된다. 바로 매개변수 t에 대해서 x축의 궤적 함수는 y축 궤적 함수의 부정적분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y축의 궤적 함수는 x축 궤적 함수의 도함수이다. 애초에 이런 관계였구나..

이것은 사이클로이드를 매개변수가 아닌 양/음함수로만 기술할 때는 간파할 수 없는 특성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이클로이드의 x, y 궤적은 앞서 제시되었던 미분 방정식을 만족하고 해당 범함수에 대해 오일러 방정식을 충족하고, 최단 강하 곡선 역할까지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이다. 현수선하고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수선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어려운 것 같다..;; 현수선이 역학적으로 자연스럽고 안정된 궤적이라면, 사이클로이드는 좀 더 인위적이고 최적화된 듯한 느낌이 드는 궤적이다. 다만, 둘 다 중력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얘는 중력이 작용하는 지표면에서 공을 몇 도로 던졌을 때 제일 멀리 날아가냐 하는 문제와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삼각함수의 반각 공식이 쓰였다는 공통점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이클로이드는 그것보다도 당연히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글이 이것만으로도 너무 길어졌으니, 최단 강하 증명의 다른 풀이법 등 나머지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하도록 하겠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11/22 08:34 2020/11/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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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기둥에다가 케이블을 연결하고, “그 케이블 아래로 뭔가를 또 늘어뜨려서 하부를 지탱”한다는 개념은 현수교뿐만 아니라 전기 철도에서 전차선을 설치할 때도 쓰인다.
현수선을 영어로는 카테너리(catenary)라고 한다. 이것은 철덕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전기 철도에서 가공전차선(= 제3궤조가 아닌 공중 부설) 방식으로 전깃줄을 매다는 방식들에 온통 저 이름이 붙기 때문이다.

전기 철도는 사용하는 전기 종류에 따라 직류와 교류로 나뉘고, 전차선이 부설된 위치에 따라 제3궤조(아래) 또는 가공전차선(공중)으로 나뉜다. 가공전차선의 경우, 차량 쪽의 집전 장치는 트롤리 폴, 뷔겔, 팬터그래프의 순으로 바뀌어 왔다. 옛날 원시적인 노면전차에서는 전자가 쓰여 왔지만 오늘날 전기 철도 차량의 대세는 팬터그래프이다.

그런 것처럼 공중에다가 전차선을 매다는 방식도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어느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건설 비용과 유지 보수 비용, 그리고 심지어 열차의 주행 속도 한계까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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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차선 하나만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 건(직접현가식) 형태가 간편하고 건설 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전선이란 게 아무래도 축 늘어지는 관계로, 전신주 기둥에 가까운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높이와 장력이 동일하게 유지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런 생짜 방식은 고속 주행을 하지 않는 옛날의 소형 노면전차 수준에서나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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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노면 전차. 차량의 집전 장치인 뷔겔이나 트롤리 폴도 원시적이지만, 전깃줄도 현대의 전기 철도에 비하면 꽤 단순하고 허술하게 매달려 있다.)

(2) 현대의 전기 철도에서는 선의 계층을 하나 더 추가했다. 보조 가선을 양 기둥과 연결해서 늘어뜨린 뒤, 보조 가선의 아래에다 전차선을 매달아 놓는 것이다.
교량으로 치면 현수교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봇대는 주탑이요, 보조 가선은 주케이블, 전차선은 보조 케이블과 이어진 다리 상판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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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전기 철도 설비는 이 정도가 보통이다. 과거의 노면 전차 시절에 비해 얼마나 복잡한가~!)

이렇게 하면 전차선의 높이와 장력이 훨씬 더 균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열차가 안정되게 고속 주행을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심플 카테너리, 헤비 카테너리, 트윈-심플 카테너리, 컴파운드 카테너리 등 여러 변종이 존재하는데, 어떤 형태든 핵심은 전차선의 위에 선이 이중으로 깔렸고 이들이 상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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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너리는 전차선 위의 보조선이 축 쳐지는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아래의 진짜 전차선을 평평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카테너리 방식은 여러 장점 덕분에 고속철까지 커버하는 주류 전차선 형태가 됐다. 단점은 아무래도 터널을 더 높게 만들어야 하고 시설이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3) 요즘은 스크린도어 때문에 제대로 보기가 어렵겠지만, 지하철 선로를 눈여겨본 분이라면 지하철의 전차선은 여느 지상 전철만치 선이 치렁치렁 복잡하지 않고 단촐(?)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 지하철은 터널의 단면적을 줄여서 건설비를 절약하기 위해 전차선 한 줄만을 단단 딱딱한 쇠막대기 형태로 만들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는다(강체 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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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전차선은 지상 철도의 전차선보다 왠지 군더더기 없고 더 깔끔 단촐하게 생겼다.)

강체 가선 방식은 복잡한 줄들을 여러 겹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 게 없어서 공간을 덜 차지하고 깔끔하며, 유지보수 비용도 덜 드는 등 장점이 많다. 자갈 노반 대비 콘크리트 노반의 장점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유연성이 없는 강체의 특성상 팬터그래프의 높이와 잘 맞게 처음에 건설을 아주 정확하게 잘 해야 하며, 그러고도 고속 주행과는 어울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얘는 천상 지하철용이다.

일반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겠지만, 강체 전차선을 매다는 방식은 일명 T-bar 아니면 R-bar이라는 두 계열로 나뉘어 있다. T는 1960년대에 일본에서 독자 개발한 방식으로, 구조물이 꼭대기 천장에 달려 있다. 그 반면 R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점진적으로 발전시킨 방식으로, 구조물이 전차선의 옆으로 비스듬하게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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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R-bar, 오른쪽은 T-bar. 복정 역은 코레일 광역전철과 서울 지하철이 지하에서 매우 가깝게 교차하는 환승역이다 보니, 서로 다른 강체 전차선을 쉽게 대조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1974년의 서울 지하철 1호선 때부터 모든 지하철들이 전통적으로 T를 사용해 왔다. R은 1990년대에 최초의 지하철 형태의 광역전철인 과천선과 분당선이 만들어질 때 철도청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때 지하 교류 구간에, VVVF 전동차에, R-bar까지 나름 신기술이 많이 등장한 셈이다.

오늘날 기술적으로는 R이 T보다 더 우수하고 경제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더 높은 솔루션으로 여겨진다. T는 직류 전용인 반면 R은 둘에 모두 대응 가능하다는 차이까지 있다.
하지만 T는 R보다 훨씬 일찍부터 국산화에 성공했고 덕분에 단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지하철에서는 T가 주류 노릇을 해 왔다. 2010년대에 와서는 R도 국산화에 성공했으니, 앞으로 만들어지는 가공전차선 방식의 지하 철도에는 R-bar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19 19:34 2020/11/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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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교량(다리)이라는 건축물들을 보면 (1) 교각이라고 불리는 기둥들이 물 위에 일정 간격으로 박혀 있고, 그 교각들을 한데 잇는 길이 위에 놓여 있다. 그 이상 딱히 다른 특이사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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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 평범한 다리의 예: 한남대교 ㄲㄲㄲ)

하지만 어떤 교량은 추락· 투신을 방지하기 위한 난간의 규모 이상으로 (2) 거대한 철골 구조물(트러스? 아치?)이 놓여 있다. 자동차보다 훨씬 더 무거운 열차가 다녀서 그런지 한강철교가 이런 형태이다. 그 밖에 서울 지하철이 다니는 동호대교(3호선)과 동작대교(4호선)도 이런 범주에 들며, 특히 후자는 동그란 아치 모양의 철골 구조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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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든 철교가 이런 형태인 건 아니다. 그리고 철골 구조물이 그냥 다리 하부에 상판과 기둥 사이에 설치된 것도 있다. 성수대교 내지 구 당산철교(부실 시공 붕괴 위험으로 인해 1997년에 철거됨)가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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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트러스 공법이 사용된 성수대교. 유난히 야경이 많이 검색돼 나온다.)

경부 고속도로의 초기 개통 구간 중에는 비록 강을 건너는 건 아니지만 아래의 지형을 훌쩍 타넘는 고가 교량이 몇 군데 있었다. 대전 육교와 당재 육교가 대표적인데, 미관을 살리고 아래에 차지하는 공간도 최소화하기 위해 교각이 아치 형태로 만들어졌다. 1960년대 말에는 이 정도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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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대형 교량 중에는 (3) 다리의 기둥을 아득히 초월하는 높은 주탑이 세워져 있고, 다리 상판이 케이블에 매달린 형태인 게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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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의 어마어마한 위용..)

사장교는 상판의 각 지점이 주탑과 직통으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주탑으로부터 덕지덕지 뻗은 케이블은 직선 모양이다. 서울에서는 올림픽대교가 사장교의 유명한 예이며, 서울과 인천 공항을 연결하는 인천대교, 그리고 당진과 평택을 잇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서해대교도 사장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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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교는 이런 게 사장교라고 작은(?) 주탑 하나로 데모를 보인 수준이다.)

그 반면 현수교는 양 주탑이 주케이블로 연결돼 있고, 주케이블에 일정 간격으로 매달린 보조 케이블들이 상판들을 지탱하는 형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케이블의 선형은 곡선이다.
영종대교, 부산의 광안대교, 울산의 울산대교가 현수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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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색깔이 빨간 게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는 현수교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이다. 1940년에 바람에 흔들려 요동치다가 붕괴된 걸로 유명한 미국의 타코마 다리 역시 현수교였다.
현수교는 현존하는 다리들 중 기둥 사이 간격을 압도적으로 제일 멀리 벌릴 수 있는 형태이다(거의 2km 이상도).

울산대교는 인도가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 전용 도로 교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주행 중에 차에서 갑자기 내려서 뛰어내리는 자살 시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에다 무슨 마포대교 같은 급의 거대한 난간과 자살 방지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케이블이 상판을 지탱하는 현수교의 특성상, 다리가 버틸 수 있는 하중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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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교~!!)

사장교와 현수교는 경제성 및 안정성 면에서 제각기 장단점이 있다. 사장교는 주탑이 하나만 있어도 되지만 현수교는 그 특성상 적어도 둘 이상 필요하다.
한강의 하류 서울 시내 구간은 폭이 1km 남짓이니 강치고는 굉장히 큰 편이지만, 그래도 사장교라면 모를까 현수교가 필요할 정도의 길이는 아니라고 여겨진다.
사장교와 현수교의 차이를 한눈에 쏙 들어오게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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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1)뿐만 아니라 (2)나 (3) 유형의 다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바다를 건너는 길이 수 km짜리 거대한 교량은 굳이 엄청나게 높은 주탑까지 세우면서 (3)과 같은 형태로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저 미관과 폼 때문에? 그렇지 않다. (2), 특히 (3)은 같은 무게를 지탱하는 다리라도 “기둥 수를 최소화해서” 만들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자잘한 기둥 여러 개를 그냥 커다란 주탑 하나와 케이블로 퉁치는 게 더 저렴하다는 것,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냥 물도 아닌 바닷물 소금물에 쩔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 적을수록 좋다는 것 따위는 부수적인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다리 아래로 일정 규모 이상의 큰 선박이 지나갈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강이 아닌 바다 위의 교량이라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된다.

과거에는 이럴 때 자동차와 선박의 건널목 평면교차나 마찬가지인 도개교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리 자체를 엄청 크고 높게 만들고 말지, 교통수단 간의 평면교차는 만들지 않는 추세이다.
이렇게 다리의 유형 종류를 알고 나면 다음에 자동차나 열차로 다리를 건널 일이 있을 때 이 다리는 어떤 방식인지를 더 주의 깊게 보게 될 것이다.

현수교와 관련해서는 꽤 의외의 사실이 있다. 현수교의 주케이블이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선은 현수선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매달려 있기만 할 때는 현수선이지만, 일정 간격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보조 케이블로부터 힘을 받으면서 유사품(?)인 포물선에 가깝게 변형된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현수선은 걸리는 무게가 선 자체의 길이에 비례해서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살펴본 바와 같이 미분 방정식에 거리 적분이 들어갔으며, 이게 cosh라는 함수의 근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수선 아래에 하중이 걸리는 것은 선 자체의 길이나 기울기와 전혀 무관하게 그냥 x축의 일정 간격으로 균일하게 힘이 가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미분 방정식이 f(x) = x 급으로 아주 간단해지며, 문제의 함수는 포물선을 그리는 이차함수로 귀착된다.

다만, 선형이 완벽하게 포물선이 되기 위해서는 걸리는 하중이 띄엄띄엄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일정하게 걸려야 하며, 줄 자체의 무게는 걸리는 하중과 비교했을 때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없다시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는 선형이 현수선과 포물선 사이의 어중간한(?) 모양이 되겠지만.. 포물선과 현수선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한도 내에서는 어차피 서로 매우 비슷한 모양이라고 여겨진다.

1600~1700년대에 고전 역학과 미적분학이란 게 처음 생겨나던 시절에는 뉴턴, 호이겐스, 베르누이, 라이프니츠 같은 당대의 날고 기는 수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궤적이 포물선일까 현수선일까 긴가민가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시절엔 충분히 헷갈릴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16 19:35 2020/11/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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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선

자연에서 중력이 만들어 내는 물체의 '운동 궤적'은 이차함수 포물선이다. 중력이 물체를 아래로 일정하게 가속시키기 때문이며, 이는 심지어 총알 같은 작고 가볍고 빠른 물건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에서는 그나마 공기의 저항이란 게 있어서 그 포물선의 말단 부분이 더 가팔라지는 것을 막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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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나 공기 저항 같은 게 없다면 이것들이 다 포물선 궤적일 것이다.. ㄲㄲ)

한편으로, 중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물체의 선형'은 현수선이다. 밀도가 동일한 줄, 선, 사슬 따위를 양 끝을 잡아서 매달았을 때 그 줄이 자연스럽게 축 늘어진 모양 말이다. 이건 포물선이나 타원(!!) 따위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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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물선은 공중으로 내던져진 물체가 붕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 궤적 말고 자연에서 포물선이 쫙 그려지는 것은.. 글쎄, 불꽃놀이에서 불꽃이 자기 궤적 잔상을 남기면서 움직이는 모습 같은 게 아니면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에 반해 현수선은 길다란 줄이 늘어져서 정지한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어쩌면 포물선보다도 더 친근한 모습일 수 있다.
포물선은 이차함수이며 원뿔곡선에 속하는 반면, 현수선은 답부터 말하자면 더 생소하고 어려운 쌍곡선함수, cosh이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이며 이 함수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단 쌍곡선함수라는 것 자체가 중등 교육과정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수선의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고전역학 지식이 필요하며, 식을 유도하려면 역시 중등에서는 배우지 않는 미분방정식이라는 걸 풀어야 한다.
하지만 꼭 그 정도로 엄밀하게 따지지 않더라도 cosh가 될 수밖에 없는 대략의 이유 정도는 중등 수준만으로도 납득할 수 있다.

현수선은 외형상 명백하게 중력이 작용하는 아래로(y축 값이 작아지는 쪽) 볼록하면서 좌우가 대칭인 곡선이어야 할 것이다.
현수선 공식을 유도하는 여러 사이트들의 설명은 대체로 비슷하다. 선 내부에 있는 임의의 점에 대해.. x축으로 작용하는 힘은 좌우가 모두 동일한 반면(그래야 합력이 0으로 상쇄되고 안정되므로), y축으로 작용하는 힘은 자연스러운(= 줄이 향하는 방향) 상하뿐만 아니라 양쪽 줄의 무게까지 감안했을 때 합력이 0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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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에서 Fx는 T(x)cosθ = T(x+dx)cosθ일 뿐만 아니라 x, dx, θ에 관계없이 값이 일정하다. 그리고 Fy에서 m은 "줄의 밀도"와 해당 지점까지 "줄의 길이"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림의 출처는 여기..)

그래서 선의 정체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은 형태의 미분방정식으로 귀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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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
이 f(x)는 어떤 점 x에서의 기울기(좌변)가 0부터 x까지 f(x) 함수 곡선의 거리(우변)와 동일 내지 상수배 정비례한다는 뜻이다.
양변을 한번 더 미분하면 아래처럼 되지만, 2차 도함수(도함수의 변화량을 나타내는 도함수..)는 머리로 이해하기가 더 난감하다.

그럼 sqrt(1+f'(x)^2)라는 거리 적분식은 어디서 왜 나오는가..? 줄의 무게가 줄의 길이에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x축 지점에 대한 도함수에다가 그 지점까지 선의 길이에 대한 함수값을 대입하면 식이 그렇게 나오게 된다.

도함수 f'(x)가 x 자체와 같은 함수 f(x)는 x의 부정적분인 x^2 /2 + C ... 즉 포물선이 된다.
f'(x)가 f(x)와 같은 함수는.. e^x, 즉 지수함수이다.
그 반면 f'(x)가 거리 적분과 같은 함수는 중력이 작용하는 임의의 지점에서 역학적 평형을 이루는 현수선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 미분방정식을 풀면 이 f(x)는 cosh가 된다.

cosh는 맞은편 쌍곡선함수인 sinh와 짝이며, 미분· 적분을 하면 상대방으로 곧장 바뀐다. cos/sin처럼 부호가 바뀌면서 4행정(?) 순환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2행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cosh는 2차 도함수도 자기 자신과 같다.
그 말인즉슨... f(x)는 어디에서든 길이의 증가폭과 면적의 증가폭이 동일한 함수라는 뜻도 된다! y=x 같은 직선은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 x가 커지면 길이는 일정하게 증가하더라도 아래의 면적은 제곱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cos^2 + sin^2 = 1이듯이 쌍곡선함수는 cos^2 - sin^2 = 1이다.
sqrt( 1 + f'(x)^2 )에서 f(x)에다가 cosh(x)를 집어넣으면 f'(x)^2는 sinh(x)^2가 되는데, 얘는 저 정의에 따라 cosh(x)^2 - 1로 치환 가능하다. 그러니 -1은 앞의 1과 상쇄되어 없어지며, 제곱은 제곱근과 상쇄되어 없어지니...
찰나의 거리 변화량을 구하는 함수가 자기 자신과 동일해지는 것이다!

예전에 란체스터의 법칙 얘기를 하면서도 쌍곡선함수가 나왔는데, 얘가 비록 삼각함수보다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나름 자기 분야에서 유용한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14 08:35 2020/1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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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에 대한 생각

한국어에는 '단 하나뿐인 / 유일한'이라는 말이 있고, 영어에도 only one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수학이나 논리학 같은 데서는 one과 only를 더 엄밀하게 구분해서 표현해야 할 때도 있다. 둘은 서로 독립된 별개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표현도 only one이 아니라 one and only가 된다. one은 이때 명사/대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임을 주의할 것.

only라는 속성을 지닌 유니크한 개체라고 해서 반드시 단수 형태여야 할 필요가 없다. 복수이고 집단이지만 우주를 통틀어 그 물건이 이것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상황도 생기는 법이다.
이럴 때 영어는 the only 복수형 명사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러나 only의 한국어 번역인 '유일한'에는 일(一)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버려서 그냥 only가 아니라 one and only라는 의미가 추가된다. 그래서 의미의 범위가 더 좁아진다.

이건 마치 "one of the ...-est(최상급) 복수형 명사"가 의미상 잘못됐다는 관점과도 비슷해 보인다. "1등이라면 하나뿐이지 웬 '가장 뛰어난 물건들 중 하나'.. 이딴 식이냐"라는 식으로 트집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좁게는 공동 1위도 있을 수 있고, 그리고 저런 표현은 단순히 가상의 등급 하에서 최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이 아니라 그냥 수능 1등급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하물며 only는 이것 말고 다른 건 없다는 뜻이므로 등수도 아니고.. 얼마든지 복수가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유이한 존재, 유삼한 예외, 이렇게 얼치기로 말을 만들 수는 없으니, '유일'은 글자 단위로 쪼개서 생각하지 말고 one을 배제한 only라는 의미만 생각해서 통용해야 할 것 같다.

'이름'이 full name과 first name이라는 중의성을 지니듯, '유일'은 only와 one and only의 뜻을 모두 지닌다는 것이다. 얼치기 같지만 이런 식의 다의 중의성은 영단어에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man (남자 vs 사람)이나 day (낮 vs 날)처럼 말이다.
한국어에서 one and only를 꼭 강조하려면 앞에 '단일'을 추가해서 '단일 유일'이라고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성경에서 요 3:16 '독생자'가 영어로 어떻게 표현돼 있는지 생각해 보자. 하나이면서 또 다른 아들이 없음을 나타내야 하니 only begotten Son 내지 one and only Son이다.
일반적으로는 only son이라고만 해도 외아들이라는 뜻이 통하지만, one and only는 그걸 더 강조해 준다. begotten은 하나님으로부터 직통으로 났다는 의미를 강조한다는 차이가 있다.
(영어는 씨를 준 아버지의 관점에서 누구를 낳은 건 beget이라고 표현하며, 씨를 받아서 아이를 실제로 출산한 어머니의 관점에서 낳은 것은 bare이라고 표현한다는 점 역시 생각할 사항..)

only와 관련하여 one 다음으로 살펴볼 단어는 if이다.
if A then B는 "A이면 B이다"라고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도 매우 즐겨 등장하는 문장 구조이다. only if는 "A여야만, A일 때만" 정도와 대응한다.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수학의 집합과 명제 시간에 다들 배우게 된다.

  • A^2=1 if A=1 (A=1이라면 A^2의 값이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 1임. 하지만 A^2를 만족시키는 값 자체는 1 말고도 더 있음. 충분조건)
  • A=1 only if A^2=1 (A^2=1이라고 해서 100% 반드시 A=1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A^2의 값이 1이 아니라면 A가 1일 가능성은 전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조건)

그러므로.. 둘은 관점이 서로 다르다.

  • A=1은 A^2=1이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A^2=1에 대한 정밀도가 100%이다.
  • A^2=1은 A=1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A=1에 대한 재현율이 100%이다.

이런 식의 포함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계약서 같은 법적 문서엔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A를 하나 제시하지만 A만 맞다는 건 아니며, 다른 가능성도 있음) 라는 조건 문구가 즐겨 등장하는 것이다.
"A^2=1을 만족시키는 수를 하나 찾아 준다고 했지,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거나 전부 찾아 준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나는 거짓말 안 했어요" 이런 식의 면피를 위해서이다.

if와 only if를 합쳐서 if and only if (iff)가 돼야만 두 명제가 완전히 필요충분 동치가 된다.

  • 정사각행렬 A는 판별식 값이 0이 아니다. if and only if Ax = O을 만족하는 열벡터 x가 trivial solution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iff는 우리말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이고 -이어야만 / -이고야만" 본격적으로 우리말로 학문을 하려면 뭐 이런 식으로 짤막하게 말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상이다.
어떤 사물이나 조건이 있는데 그게 여러 개체들 중의 한 인스턴스(!!)일 뿐인지, 아니면 이것밖에 없는 유일한 개체인지를 따지는 것은 언어의 저변 사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0이냐 1이냐, 아니면 다수이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에는 정관사와 부정관사가 있고 단수와 복수도 깐깐하게 따진다. 한국어는 그런 관념은 딱히 없지만 '-가', '-는', '-만', '-도' 같은 조사들이 세밀하게 발달해 있으며, 생물이냐 무생물이냐 여부를 영어보다 더 따지는 편이다.

한국어는 용언과 부사가 발달해서 no(없음)라든가 more(더 이어지는, 더 있는) 같은 개념이 관형어로 딱히 존재하지 않는 반면, '없다', '모르다' 같은 건 의외로 한 단어로 깔끔하게 존재한다.

only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할 것들이 있다는 게 이 글의 요지이다. '유일' 말고는 의존명사 겸 조사인 '뿐', 부사 '오직', 그리고 관형사 '단' 따위로 나뉘어 번역되는데.. '단'은 사실상 숫자 앞에서만 붙기 때문에 제약이 큰 편이다(단 두 개..). "단, 조건이 있다" 같은 접속사하고 헷갈리지 말 것.

Posted by 사무엘

2020/11/12 08:35 2020/11/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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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컴퓨터의 문자 인코딩이 유니코드로 천하통일이 되기 전엔 국내에서는 2바이트 완성형과 조합형 한글 코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완성형은 94*94 격자 모양의 단순하고 국제 규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인코딩돼 있었지만 한글의 구성 원리를 무시하고 한글을 난도질했다는 비판을 떠안고 있었다.

완성형은 “한글 vs 비한글”을 구분하고 처리하는 데 유리했다.
그에 비해 민간에서는 “한글 글자 vs 낱자”의 처리가 더 용이한 조합형이 훨씬 더 대중적으로 쓰였다. 그도 그럴 것이 640KB 기본 메모리를 1KB라도 더 확보하려고 목숨 걸던 시절, 메모리 모델이 어떻고 far 포인터가 어떻고 이러던 시절에.. 한글 처리를 위해서 2350자 테이블을 내장하고 다닌다는 건 성능과 효율로나 민족 정서(?)로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명목상 국가 표준은 완성형이었기 때문에 마소 역시 도스와 Windows의 한글판을 전적으로 완성형 기반으로 만들었다. 완성형은 두벌식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에 소프트웨의 한글판을 필요 이상으로 더 무겁게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다만, 이건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표준을 이상하게 만든 게 잘못이지 마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Windows 3.1이야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글 IME로 똠, 펲 같은 글자가 입력되지 않았으며, 또ㅁ, 페ㅍ이라고 글자가 풀어졌다. ‘썅’은 2350자에 속해 있는데 중간의 ‘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썅’까지 덩달아 입력할 수 없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쌰’를 입력하면 ‘ㅆㅑ’라고 잘 갈라지는데, 두벌식에서 ‘있’ 다음에 ㅑ를 입력하면 ‘이ㅆㅑ’가  되지 않고 뭔가 올바른 동작이 나오지 않았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이런 것들이 한글 입력기, 특히 특정 문자 입력 제한이 걸린 두벌식 입력 방식을 구현할 때 고려해야 하는 복병이다. 날개셋이야 이 분야 전문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다 정상적으로 처리해 준다.

그럼 차기 버전인 Windows 95는 상황이 어땠을까?
Windows 95는 오늘날 세계 표준 문자 집합 겸 인코딩인 유니코드, 특히 유니코드 중에서도 버전 2.0이 한창 제정되고 있던 와중에 개발되고 먼저 출시되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 년 전 유니코드 1.x 시절에는 완성형 2350자만 그대로 제출하는 삽질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유니코드 2.0에서 문자 체계를 싹 재정비하는 인류 역사상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을 때.. 한글을 11172자 모두 순서대로 등록하려는 과감한, 역사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래야 글자 코드값으로 자모 정보를 쉽게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스타에다 비유하자면 종족 밸런스를 앞으로 다시는 바꾸지 않는 1.08 패치와 비슷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세계를 설득해야 했다.
다른 나라들은(특히 일본과 중국도) BMP 영역의 1/5 가까이를.. 그것도 사용자가 1억도 채 안 되는 언어의 고유 문자로 싹 도배하려는 한국을 고깝게 보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니코드 회의에서 누가 발언권을 얻으려면 한화로 억대에 달하는 회원 등록비도 많이 내야 하는데, 이런 비용을 한컴 같은 기업에서 많이 후원해 줬다. 저 때는 삼성전자도 훈민정음 워드 같은 프로그램이나 간간이 만들었지, 지금 정도로 IT계에 세계구급 영향을 행사하는 기업이 아니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한글 11172자는 1996년 7월, 유니코드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성공적으로 등재되었다. 이거 내막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도 1981년 서울 올림픽 바덴바덴의 기적에 맞먹는 외교 승리라고 여기고 칭송한다. 올림픽은 52:27의 압승이라도 했지만 11172자 등재는 찬성이 반대를 한 표 차이로 정말 간신히 꺾은 거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Windows 95는 유니코드 2.0이 정식으로 발표되기 미묘하게 약간 전에 출시되었다는 것이다. 한글판도 1995년 11월 말에 출시됐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글꼴과 코드 변환 테이블은 이미 유니코드 2.0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유니코드 2.0에다가 한글을 2350자가 아니라 11172자를 몽땅 집어넣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했다. 유니코드가 아닌 기존 2바이트 인코딩 중에도 한글 11172자 표현이 가능한 놈이 있어야 했다.
그럼 Windows가 처음부터 조합형 코드로 개발됐으면 좋았겠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해 그리 되지 못했고.. 결국은 기존 완성형에다가 지저분한 독자적인 편법을 동원해서 비완성형 한글을 끼워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그 이름도 유명한 확장완성형, 일명 CP949 인코딩이다.
KS X 1001은 한글 2350자, 한자 4888자 등을 포함하는 그 2바이트 완성형 문자 집합/코드이고, KS X 1003은 역슬래시를 원화로 대체한 그 한국 특유의 1바이트 영문/숫자 아스키 문자 집합이다. 이 둘을 합쳐서 EUC-KR이라고 부르고, 여기에다가 확장완성형까지 추가하면 CP949가 된다. 집합 관계를 정리하자면 (KS X 1001 ∪ KS X 1003) = EUC-KR ⊂ CP949이다.

(참고: KS X 1002는 완성형 형태로 현대 한글, 옛한글, 한자를 추가로 정의하는 규격이다. 하지만 KS X 1001과 병용하는 인코딩 규칙이 제정되지 않아서 컴퓨터에서 실제로 쓰인 적은 없는 캐잉여이다. 얘는 애초에 유니코드 1.1에다가 글자를 추가로 등록할 근거를 마련하려고 어거지로 만든 문자 집합에 지나지 않는데, 이제는 유니코드 1.1 자체도 오래 전에 흑역사가 됐으니 더욱 의미와 존재감이 없다.)

이렇듯, 확장완성형이라는 건.. 비록 처음에 첫단추를 잘못 끼우긴 했지만 뒤늦게 유니코드 2.0에라도 한글을 11172자를 순서대로 다 집어넣기 위해서 도입한 2바이트용 타협 절충안이었다. 마소에서는 한국 편을 들면서 도와 주면 도와 줬지, 최소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 건 절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당시에는 마소에서 완성형에다가 그보다 더한 확장완성형까지 집어넣어서 한글을 난도질한다고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한컴에서도 아래아한글 도움말 및 제품 광고에서 이 괴담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부추겼다.

왜 한글을 난도질 하느냐 하면, 확장완성형은 이미 2350가 조밀하게 순서대로 배치된 건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머지 틈새에다가 비완성형 8822자를 집어넣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겉보기로는 11172자가 모두 배당되지만 문자의 코드값 순서가 그 문자의 사전상의 배열 순서와 일치하지 않게 된다. 사전 순 정렬을 하려면 코드값을 별도로 보정을 해야 한다.

물론 코드값만으로 문자를 정렬할 수 있는 게 가능하지 않은 것보다는 더 직관적이고 깔끔하고 낫다. 하지만 오늘날 유니코드는 시간 차를 두고 뜬금없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추가된 문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특히 한자~!!), 거시적으로 봤을 때 코드값만으로 문자들을 정렬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고 무의미해져 있다.

뭐, 이것도 논란이 다 끝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니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 2바이트 한글 코드만 단독으로 생각하던 시절에 확장완성형이 답답하고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마소는 훗날 IMF 때 경영난에 빠진 한컴에다가 돈줄을 대 주는 대신 아래아한글의 개발을 중단시키려 했던 바 있다. 그러니 확장완성형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 실드를 감안하더라도 마소에 대한 국민 감정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 시절 Windows 95는 유니코드 2.0의 정식 도입을 선도하면서 온전한 한글 11172자의 입출력이 가능해지려는 과도기에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참고로 95 말고 Windows NT는 도스 짬뽕이던 기존 Windows와 달리, 1993년 첫 버전부터 2바이트 wide char 유니코드 기반이었다. 얘도 유니코드 2.0이 정착할 무렵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정식 한글판이 나올 수 있었다. 3.51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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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NT 3.5 한글판의 ‘베타 버전’ 평가판. 이건 Windows NT의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한글판으로, 정말 엄청난 희귀 레어템이다. 마치 Windows 2.x의 듣보잡 한글판처럼 말이다.

저 화면에서 한글 글꼴은 기존 Windows 3.1의 돋움체(큐닉스 제작) 8포인트이다. 하지만 영문은 정체를 모르겠다. W와 i의 폭이 다른 가변폭인 걸 보니 같은 돋움체의 영문은 아닌데, Arial은 물론이고 심지어 후대에 등장한 Tahoma나 Verdana까지 그 어떤 영문 글꼴도 저 크기에서 9나 5의 획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저 영문 모양이 내가 보기에 전혀 낯설지는 않다.
마소에서 개발한 1990년대 옛날 프로그램의 스플래시 화면 내지 About 대화상자에서 Copyright 문구가 저런 스타일의 글꼴로 표시된 걸 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다.

내 기억이 맞다면 Windows NT 3.51의 정식 한글판은 3.51의 특성상 Windows 3.1과 같은 구형 UI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글꼴은 이미 Windows 95 한글판과 동일한 한양 시스템 글꼴로 갈아탔다.
Windows NT의 역사에서 유니코드 1.1 방식 한글이 존재했던 적은 내가 아는 한 없다. 만에 하나 있다면 그건 조합형 코드를 잠깐 썼었다고 전해지는 MS-DOS의 초창기 한글판만큼이나 완전 전설 속에나 존재하지 싶다.

이렇게 95건 NT건 온전한 11172자짜리 유니코드 2.0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95의 한글 IME를 써 보면.. 구버전인 Windows 3.1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2350자밖에 입력할 수 없었다. 다만, “있+ㅑ”일 때는 ㅆ이 뒷글자로 넘어가지 않도록 로직이 약간 개선돼 있었다.;; ㅎㅎ

사실, Windows 95의 한글 IME는 확장완성형을 기반으로 11172자를 모두 입력하는 기능도 구현은 돼 있었다. 하지만 그걸 기본적으로는 봉인해 놓았으며, 사용 여부를 별도의 유틸리티를 통해 따로 지정할 수 있었다!
바로, C:\Windows 디렉터리에 있는 iso10646.exe라는 30KB짜리 자그마한 프로그램이다. 역시 괜히 과도기였던 게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로그램 UI에는 유니코드니 완성형이니 같은 말은 없고 그냥 "ISO 10646 사용 여부"가 전부였다. 유니코드의 문자 집합을 가리키는 표준 규격 명칭이 ISO 10646이기 때문이다.
전체 사용 아니면 특정 프로그램에서만 사용.. 이런 걸 지정해 주면 타 프로그램에서 똠쌰 등등의 글자를 입력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Windows용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도스용 mshbios의 한글 입력기까지 이 설정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설정값을 레지스트리가 아니라 파일에다 저장했던가 보다. 아니면 도스에서도 레지스트리 파일에 저수준으로 접근을 했던지..

확장 한자의 사용 여부를 옵션으로 지정하는 것처럼 2350/11172자 입력 범위도 그냥 IME의 옵션으로 지정하면 됐을 것 같은데 굳이 별도로.. 제대로 문서화되지도 않은 프로그램에다 저렇게 꽁꽁 숨겨 놨다.
부작용을 어지간히도 의식했는지 각종 프로그램별로 입력 범위를 달리 지정할 수 있게 신경을 썼다. 즉, 여느 평범한 IME 옵션이 아니라.. 날개셋으로 치면 응용 프로그램별 동작 보정 옵션과 비슷한 걸로 취급한 것이다.

훗날 MS Office 97이 나왔고.. 그 중 Word는 단품으로 따로 팔기도 했다.
마소 역시 한컴 진영의 조합형 한글 마케팅을 많이 의식했는지, 신문 광고에서 조그맣게.. "우리 마소 제품에서도 똠방각하 펩시콜라 찦차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문구와 함께, iso10646 프로그램 사용법을 소개해 놓기도 했었다.

본인은 학창 시절에 그 광고를 직접 본 기억이 있다.
지금도 구글에서 iso10646.exe 라고 검색해 보면 옛날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마소의 전략은.. 요런 프로그램을 몰래 집어넣은 뒤, 확장완성형이 계속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Windows 95는 그딴 거 지원한 적 없다고 발뺌 하면서 2350자 기존 완성형에만 머무르면 될 것이고,
한글을 2350자밖에 입력 못 한다고 욕먹는 게 더 크면, 저 비장의 프로그램을 음지에서 양지로 끄집어내려는 속셈이었던 것 같다. 쉽게 말해 간보기 전략이다.

그러다가 Windows 98부터는 이런 간보기가 없어지고 그냥 모든 프로그램에서 확장완성형까지 활용한 11172자 한글 입력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Office 2000과 함께 옛한글 입력기가 도입됐을 때는 이제 마소의 제품이 옛한글의 표현 능력도 아래아한글 97과 한컴 2바이트 코드를 추월하게 됐다.

이상이다. “라떼는 말이야” 같은 얘기가 좀 길어졌다.. ^^
25년 전, Windows 3.1에서 95로 넘어간 것은 정말 엄청난 격변이었다. 하지만 Windows 95와 98 사이에도 컴퓨터 환경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가정용 PC의 평균 램 용량이 4~16MB대이던 것이 그 짧은 기간 동안 32~128MB로 순식간에 뻥튀기 됐다. PC 규격도 이것저것 많이 바뀌고.. 또 무엇보다도 이 사이에 유니코드 2.0이 제정되었다. 운영체제 차원에서 UTF-8 인코딩이 직접 지원되기 시작한 최초의 Windows가 바로 98이다.

Windows에서 완성형 2350자에 구애받지 않고 한글 입력이 가능해지기까지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다.
Windows 98은 현대 한글이 완전히 해금됐고, 지난 Windows 8 (2012)부터는 옛한글까지 해금됐으니 참 격세지감이다. 그 사이의 XP는 입력 프로토콜이 IME에서 TSF로 넘어간 과도기였고 말이다.

그런데 정작 옛한글 말뭉치를 엄청나게 많이 구축한 21세기 세종 계획은 이것보다 미묘하게 일찍 진행된 바람에 비표준 한양PUA 방식으로 결과물을 산출해 버렸으니 타이밍이 안습했던 구석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09 08:35 2020/11/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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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천의 삶

성경 말씀대로 크리스천답게 사는 것, 예수님의 제자의 삶을 사는 것은 내 성깔을 죽이고 희생과 헌신과 손해를 수반하고 일면 바보같이 사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이건 그렇다고 무슨 인생의 대단한 낙을 포기하고, 아무 멋도 재미도 없이 금욕주의 꼰대같이 사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 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

뭐, 옛날 중세에는 도를 넘게 꼰대같은 관행이 있긴 했다.
가령, 성경은 음행만 죄로 규정하고 금지할 뿐, 정상적으로 결혼한 부부의 사생활은 뭘 하든 서로 좋으면 하나님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귀히 여겨 주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옛날엔.. 이거 뭐 섹스 자체를 추잡하고 지저분한 짓으로 규정해서 오로지 불가피한 욕구 해소와 자녀 생산 수단-_-으로만 치부했다. 전날 부부관계를 한 사람은 이튿날 예배 참석도 금지당했다. (무슨 레위기의 부정한 사람 규정처럼) 그러면서 피임까지도 금기시됐다.;.
이 정도면 인간에게 생식기와 성욕 같은 걸 만드신 하나님의 성품이 추잡하고 더러운 거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외적으로만 거룩한 범생이 같은 말을 늘어놓으면서 사석에서는 지위를 이용해서 여성에게 더러운 성추행을 일삼는 놈들도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어 왔다. 그래서 과거에 마 광수 교수조차 저런 부류의 인간들을 극혐하면서 욕을 퍼부었다.
(마 교수야 내세를 부정하는 무신론 불신자였고, 우리 솔직해지자는 명목으로 소설을 꽤 야하게 썼었다.;;; 하지만 그분은 위선을 철저히 배격하는 소신이었으며, 오프라인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절대 안 넘고 학생들을 깍듯이 존중해 주기도 했다.)

과거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체로 이쪽 아니면 저쪽의 잘못된 극단으로 치닫는 편이다.
체벌 자체는 성경적인데 그걸 빌미로 미친 아동학대를 저지른다거나, 아니면 아예 정상적인 체벌까지 싹 금지하고 애새끼들을 전대미문의 싸가지없는 세대로 키운다.

흉악범 살인범만 사형에 처하랬는데 그걸 빌미로 무고한 사람도 누명 씌워 사법살인으로 잡는다거나, 아니면 아예 사형 집행을 안 하면서 직무를 유기하고 가해자를 평생 공짜로 재우고 먹여 준다. 이게 과거와 현재의 차이이며, 피해자의 인권이 억울하게 짓밟히는 건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성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너무 억압적이었다가 지금은 세상 망조 들 정도로 너무 풀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식으로 하나님 말씀에 대한 불신과 오해, 악한 추측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최초의 여성 이브는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명령에 반발하여 원래 말씀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도 않고서 “만지지도 말라”를 덧붙였다. 학교에서의 두발 단속에 반발해서 아예 삭발하는 것과 비슷한 심보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 그녀는 뱀의 유혹에 곧장 넘어가 버렸다.

달란트/므나 비유에서 게으르고 악한 종도 주인에 대해 사람을 억압하고 갑질하고 착취하는 악덕업자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하나님에 대해서 비슷하게 오해하고 악한 편견을 가진 삐뚤어진 심보를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에 대해서 자기에게 해 준 건 없으면서 자기 안 믿으면 몽땅 지옥에나 보내겠다고 협박하는 저열한 신 정도로 생각하지, 죄와 심판에 대한 경고라든가 십자가에서의 은혜와 사랑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런 사고방식의 연장선으로.. 세상에는 예수 믿고 교회 다니기 시작하면 지금 즐기고 있는 것들을 못 하게 된다는 피해의식 비슷한 인식이 좀 있다. 그러니 “좀 있다가, 나중에, 죽기 직전에 예수 믿을게” 이런 반응이 나온다.
아니, 그 정도 반응이면 차라리 감지덕지다. 요즘 매체에서는 천국은 아주 따분하고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곳이고 지옥이 화끈하고 재미있는 곳처럼 묘사된다.

“유능한 변호사들은 몽땅 지옥에 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천국과 지옥의 거주자 간에 소송이 붙으면 지옥이 승소할 것이다”야 피식 웃고 말 개드립이지만.. 심지어 “천국이 저런 꼴도 보기 싫은 꼰대 위선자들이나 우글거리는 곳이라면 난 그냥 지옥 가고 말겠다”처럼 흘러가는 지경이다.

이건 영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 시국에 예수 믿는다는 사람들이 세상에 복음을 어떻게 지혜롭게 전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옛날에는 불신자라도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정도의 관념이라도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좋은 것, 즐거운 것들은 하나님께 속해 있다. 성생활이든 음악 스타일이든, 인간관계든... 이것이 변함없는 사실이다. 성경에서 금지하는 것들은 우리에게 인생의 낙을 뺏어가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라 진짜로 우리를 ‘위해서’ 금지되어 있는 것들이다. (혼전순결, 육신적인 정욕에 대한 각종 절제 등)

better late than never.. 아예 지옥을 가 버리는 것보다는 죽기 직전에라도 간신히 믿고 구원받는 것이 낫다. 하지만 그건 젊고 팔팔하고 능력 좋을 때부터 진작부터 구원받고 주님을 섬기고 그분과 교제하며 산 것에 비해서는 명백하게 “손해”이다.
하나님이 “그럼 나 죽기 직전에만 믿으면 되겠네” 정도의 유치한 잔머리 계산 따위에 농락당할 지능일 리는 만무하다.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신자조차도 자기도 솔로몬 같은 부귀영화도 좀 누리고 수백 명의 미녀들과 원나잇 스탠드(!!)도 왕창 해 보고.. 그러면서 구원도 덤으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꽤 편하게 생각한다. 상금과 훈장 둘 중 하나만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상금에서 훈장의 제조원가만 제외한 나머지 상금과 훈장을 같이 받을 수는 없을까요?” 같은 잔머리를 굴린다. 훈장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를 모르니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신앙 생활이 세상적인 부귀영화와 무조건 정반대 상극인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물질적인 복과 세상적인 성공을 허락해 주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그 사람에게 언제나 마냥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다!

또한 성경은 요한복음에서 “보지 않고 믿은 자들은 더 복되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굳이 전도서의 저자처럼 평생을 온갖 사치 향락과 오덕질과 연구 실험 하면서 진 다 빼고 말년에 가서야 결국 “모든 게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허무하게 고백하지 않아도 된다.
젊은 나이에 미리 그걸 말씀을 통해 간접 경험으로 체득한 뒤, 동일한 시행착오를 또 겪지 않는 것이야말로 더 복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예수 믿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그렇게 진짜 수준 높고 영원한 행복, 평안, 낙, 멋, 재미 등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고 당장 보이는 것을 넘어서 영원을 보는 안목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지금 세상에서 학교나 직장에서의 본분도 아주 고차원적으로 행할 수 있다.

일찍 예수 믿고 성경을 알게 되는 것은 여러분의 인생에 손해가 절대로 아니다. 좋은 것이 모두 거기에 있다. 아니, “좋다, 즐겁다, 선하다” 등의 정의 자체가 바뀔 것이다. 찬송가 가사 “주님께 귀한 것 드려 젊을 때 힘 다하라”는 빈말이 아니다. 그렇게 해 볼 가치가 있으니까 다 생각이 있어서 나온 말이다.

2. 판단 문제

성경에는 다음과 같이 "우리가 남이가" 양비론 퉁치기(?)를 암시하는 듯한 구절이 있다.

  • 판단받지 않으려거든 판단하지 말라 (마 7:1-2)
  • 죄 없는 자부터 먼저 돌로 치라 (요 8:7)
  • 교회 내부 교인간의 분쟁을 세상 법정으로 가져가서 해결하려 들지 마라 (고전 6:6-7)

이건 참 훈훈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로 지 죄를 슬쩍 은폐하고 넘어가려는 의도로 악용에 가깝게 오· 남용되는 빈도도 굉장히 높은 구절들이다.
교리 쪽에서 제일 흔한 오류가 교회와 유대인 혼동, 하늘의 왕국과 하나님의 왕국 혼동, 예정과 자유 의지 혼동 같은 것이라면.. 행실 쪽에서 제일 흔한 오류는 바로 저런 유형이지 싶다.

세상에서는 아무 사람이나 덥석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양심과 자율과 사랑(?) 대신, 시스템과 법과 매뉴얼대로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려 애쓴다.
신약 교회는 그런 세상 조직보다야 더 유도리 있게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니 것 내 것 구분도 없는 무법천지가 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헌신이라는 명분으로, 하늘나라에서 받는 보상을 목표로 신앙 열정페이? 좋다. 그 자체는 종교적으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굉장히 신중하게 조심해서 적용되어야 하는 관행이다.
가까운 가족이라 해도, 교인이라 해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고 공과 사를 구분해서 선을 그어야 하는 영역 구분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인간 관계에서건 남의 시간과 노력을 존중해 주고, 호의를 권리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가족 같은 교회가 '가~~족같은 교회'로 전락하는 건 순식간이 된다. 회사만 가족 같은 회사가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반대편 극단인 목사/전도사 노조..?? 이딴 것도 병신 미친짓이긴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하나님께서 구원받은 성도들의 모임은 교회 하나로 충분하지, 기독교 기업, 기독교 국가 같은 걸 만들지 않으신 이유를 생각해 보자.
종교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한 제일 원초적인 조직인 교회 하나, 신학교 하나조차 오래 유지를 못 하고 교리 때문에 찢어지고 사람 때문에 분리되고 파편화되는 게 이 바닥의 생리이다. 하물며 신앙의 이름으로 돈이나 권력까지 다루는 조직은 만들어 봤자 서로 의만 상한다. 일반 불신자 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만치도 못 돌아가고 폭파될 것이다.

그 반면, 교회는 사람을 스펙이나 능력으로 평가하거나 짜르지 않는다. 그리고 교회만치 작은 죄의 누룩 하나, 연약한 지체가 시험 들고 실족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반응해야 하는) 조직은 없다. 물론 죄를 책망하는 진리 팩트폭격에 지 혼자 자존심 상하고 삐치고 발끈해서 뛰쳐나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두 상황(약함 vs 악함)을 잘 분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성경은 "판단하지 말라" 바로 다음에 거짓 선지자를 조심하라는 경고가 이어진다. 누가 거짓 선지자인지 아닌지 판단을 해야 된다.
"죄 없는 자부터 먼저 돌로 치라" 다음에 예수님은 여인에게 "가서 앞으로 다시는 죄를 짓지 말고 살아라"라고 당부하는 걸 잊지 않으셨다. 누구든지 성경은 끝까지 꼼꼼히 다 읽어봐야 된다.

끝으로 신자간의 법정 분쟁 문제는..?? 이건 마치 교회와 세상 정부의 관계, 교인과 정치의 관계만큼이나 미묘하고 민감한 구석이 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일체 세상 법정에 의지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3. 박해에 대한 대처

예수 믿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교분리를 지지하며, 위의 모든 권위를 인정하고 순종한다. 특히 군대에도 가며, 필요하다면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는 것도 불사한다.
그런데 그 나라가 개인의 신앙을 간섭해서 예수 못 믿게 한다거나 교회를 핍박한다면, 혹은 교묘하게 핍박하는 듯이 보인다면 어떡해야 할까?

기독교 신앙은 "가능하면 이 쓴 잔을 내게서 떠나게 하옵소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이다.
그리고 "죽음을 불사하고, 죽을 각오까지 하고 싸우라. 죽으면 죽으리이다"가 올바른 자세이다. 그러다가 진짜로 순교할 수도 있지만, 섭리가 있어서 살아서 돌아올 수도 있다.

무슨 옛날 일본군 같은 무조건 나가 죽어라 카미카제 특공대가 아니다.
그리고 "주여, 내게 고난의 십자가를 얼마든지 내려 주시옵소서" 이건 교만 만용 객기이며 '지나친 의로움'이다. 저건 예수님보다 더 의로운 짓거리이다. 저렇게 깝치는 애들은 진짜 고난 시험이 실전으로 닥쳤을 때는 베드로보다 더 큰 실수를 하고, 행 19에 나오는 7형제들보다 더 큰 망신을 당할 것이다.

도피, 망명 등 최대한 안 부딪히기 위해 노력하다가 도저히 안 되면 소극적으로 항거하고, 핍박이 가해지면 받고, 그래도 위의 권위자와 통치자를 위해서 기도하고 "주여 저 (새끼)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예수님처럼, 스데반처럼 숭고하게 간구하는 게 FM이고 가장 이상적인 대처이다.

저걸 인간의 육신만으로 위선 가식 연기 없이 실천한다는 건 딱 잘라서 전혀 불가능하다.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게 십자가의 권능이고 기독교의 능력이다.

그런데... 저게 예수쟁이들로 하여금 뻔히 보이는 시국을 분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멀쩡히 챙길 수 있는 정당한 권리까지 바보 병신같이 호구처럼 가만히 있다 뺏기라는 얘기도 아니다. 그건 마치 기도만 죽어라고 하면 공부 안 해도 시험 100점 맞을 수 있다는 소리와 같고, 기도만 죽어라고 하면 병에 걸려도 병원 갈 필요가 없다는 소리와 같다.

그래서 이런 영역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가미되어 신앙생활의 좌파와 우파, 또는 매파와 비둘기파 성향이 나뉜다.
북한에서도, 옛날 로마 제국 초대 교회 시절에도, 정들었던 교인들이 하나 둘 잡혀가고 순교하고, 교회 안에 배신자 밀고자가 튀어나오고, 아무리 기도해도 당장 박해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니..

혈기 넘치는 젊은 청년들 중심으로 “우린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냐? 우리도 힘을 모아서 보복하러 가야 하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로마 정부나 김정은 정권 따위 갈아엎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엄마 감성!!) 신앙의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영화 <바울>, 모 지하 교회 출신 탈북자 증언 등 참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지금 대한민국이야 북한 같은 기독교 박해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민감하게 생각하다 보니 지금 중공 폐렴 대처를 핑계로 이상하게 교회에다가만 감염원 누명을 과장해서 씌우고 모임에 불공평하게 제약을 가하는 것조차 명백히 불순한 수작이자 박해로 간주하고, "이런 정책까지 마냥 고분고분 따를 수만은 없다. 적극적으로 청원을 넣고 항의하고 대항해야 한다, 힘을 모아서 일어나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 내가 조심스럽게 내리는 결론은.. 그런 운동은 아직까지는 그냥 개인별로 자기 신념과 재량에 따라 참여하고 활동할 사항인 것 같다.
옛날 LA 폭동에다 비유하자면, 성경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해서 총 들고 집 지키고 폭도들에게 발포하는 것도 훌륭한 크리스천 시민의 모습이지만, 한편으로 평소에 워낙 선행을 많이 베풀고 평판이 좋아서 폭동 때 오히려 흑인들이 앞장서서 집을 지켜 줬다는 Mama Kim 아줌마 같은 사람도 예수쟁이들 중에서 더 많이 나왔어야 했다. 두 면모가 모두 필요하고 적절히 발휘돼야 한다.

국가 정책과 교회 활동이 서로 충돌하고 이것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저항과 투쟁이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최후의 수단이 동원되기에 앞서, 신자들이 잘 행한다면 그 문제를 원천적으로 예방· 회피하거나, 정말 초월적인 상호 해피엔딩으로 해결될 여지가 없지 않은지를 꼭 살펴봐야 할 것이다.
좌우 성향의 균형이란 건 이런 해법을 찾으라고 있는 개념이다.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빨갱이들은 좌우 균형과 아무 상관없고, 그냥 잡아 죽여야 할 기생충 암세포 버러지일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06 08:35 2020/11/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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