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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교회 지인과 헤어진 뒤에는 서울로 돌아가면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경기화학선 내지 항동 철길이라 불리는 그 선로를 거의 전구간 농로를 따라 차와 도보로 답사했다. 마음 속 오랜 숙원을 이뤘다.

그 철길은 오류동에서 시작해서 서울 항동과 부천 옥길동을 경유한 뒤 선로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부근의 '경기화학(현재 KG케미칼.. 울산 온산 공단 소재)'이라는 공장으로 가는 걸로 끝나고, 다른 하나는 시흥의 경기 자동차 과학 고등학교 부근까지 더 내려가서 7578부대(육군 3군수지원 사령부)의 뒷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부천 옥길동 일대가 아파트 건설 부지로 개발되면서 경기화학 공장과 해당 선로는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공장 부지는 대략 2017~18년부터 '부광로'라는 넓은 도로로 바뀌었다. 본인은 도로 공사가 시작되고 있을 때 현장 근처를 간신히 방문했던 적이 있다. (☞ 3년 전 글)

다른 사람들의 과거 답사기들을 검색해서 읽어 보면, 2015~2016년까지만 해도 매주 목요일 아침 또는 심야에 하루 한두 번꼴로 관련 시설(군부대 or 공장??)을 드나드는 열차가 아주 천천히 조심해서 통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거 없고 저 선로는 이미 녹슬고 잡초가 무성하며.. 거의 교외선과 비슷한 준 폐선 상태이다.

그나마 서울 항동 구간은 유명해서 공원 산책로로 바뀌기라도 했지만, 시외 구간은 선로가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 그러니 아직 선로가 남아 있을 때 방문해서 기록을 남겨 두는 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참고로, 여기 말고 인서울에 폐철길이 수백 m 이상의 유의미한 산책로 형태로 꾸며진 곳은 구 경춘선 성북-화랑대 구간밖에 없을 것이다. 용산선 지상 구간도 얼마든지 철길 공원으로 꾸며질 수 있었을 텐데 그리 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그리고 서빙고 역에서도 차도를 가로지르기까지 하면서 인근의 미군부대 내부로 들어가는 지선 철길이 있긴 하지만.. 그건 길이가 너무 짧아 보인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화학선은 생각보다 옛날인 1960년대에 만들어져서 꽤 오랫동안 열차가 다녔다고 한다. 서울 밖에서 얘의 선형은 목감천과 얼추 비슷하며, 시흥(과림동)과 광명(노온사동)의 경계나 마찬가지이다.
본인은 광명 능촌교에서 북쪽 노온사교까지 약 1.5km 구간, 그리고 시점(항동..)과 종점(군부대) 부근은 걸어서 왕복 답사했고, 나머지 구간은 차를 몰고 따라가면서 주요 구간만 촬영하는 식으로 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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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도보 답사를 하며 촬영한 주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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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종점 부근에 와서는 선로가 주변의 도로보다 높이가 약간 더 높아졌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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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커브를 틀고는 군부대의 뒷문 안으로 들어갔다. 보다시피 종점 근처는 선로의 상태가 저 북쪽보다 더 양호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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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북쪽으로 농로를 따라 차를 몰면서 선로의 궤적을 추적했는데.. 어떤 곳은 위의 사진과 같이 풀숲으로 뒤덮혀서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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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선로가 차도보다 고도가 낮아졌고.. 아예 빗물에 침수되어 있는 안습한 구간도 딱 한 번 등장했다. 여기에 열차가 다시 다니려면 노반 정비를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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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vs 광명이 아니라 부천 구간으로 들어서자 철길의 선형이 차도와는 평행이 아니라 수직으로 따로 놀기 시작했으며, 근처에서 차로 나란히 이동하면서 선로를 추적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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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가 바로 경기화학 공장 방면과 군부대 방면의 선로가 갈라지는 지점이었던 흔적이다. 매우 중요하다. 부천 옥길동 연동로159번길 소재.
이곳은 여행 당시에 미처 들르지 못해서 추후에 재답사하여 풍경 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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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에 도달했으니 이 철길의 항동 구간을 또 답사했다. 5년 전에도 여기를 들른 적이 있었지만(☞ 그 시절 기록), 빌라촌이 끝난 뒤에도 철길이 저렇게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때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오류동 역보다도 7호선 천왕 역에서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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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렇게 항동이라는 가상의 임시 승강장까지 꾸며 놓았다. 그리고 벤치도 열차 궤도를 둥글게 말아 놓은 기발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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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은 이어지고.. 이것으로 본인의 여행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안양, 안산, 시흥, 인천, 화성, 수원, 광명, 부천 등..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서울 동부는 상수원 보호 명목으로 산과 강이 발달해 있고, 서남부는 그런 건 좀 덜하지만 동부보다 철도 관련 볼거리가 확실히 더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곳에는 어디든 공원도 참 기가 막히게 잘 꾸며 놓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수서 역 주변의 율현 공원을 보고도 무척 놀랐던 적이 있다.
이번 여행 중에도 미처 들르지 못한 공원을 도대체 몇 개를 발견했나 모르겠다. 그만치 세상은 넓으며, 인적 드물고 노숙할 만한 곳도 넘쳐난다는 걸 느꼈다.

끝으로 문득 든 생각인데.. 내 것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차량 내비 지도에는 여느 인터넷 지도와 달리, 철길이 표시돼 있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몹시 불편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역만 나와 있지 역과 역을 잇는 선분이 없다.
애마를 철도 답사 용도로 많이 활용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작지 않은 애로사항이라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07 08:37 2020/10/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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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수인분당선은 이제 역이 무려 60개를 넘는다. S자 모양으로 늘어진 노선도가 압박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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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간대이지만 열차 안엔 나처럼 카메라 들고 기웃거리는 아재들이 제법 있었다. 뻔할 뻔 자.. 철덕은 다른 철덕을 알아본다. ㄲㄲㄲ 심지어 뉴시스이던가 기자양반도 한 명 탑승해서 승객을 인터뷰했다.

  • 이번에 새로 개통한 수인선 구간은 사리-야목-어천-오목천-고색 이렇게 5개역이다.
  • 여기는 행정구역이 대부분 화성이며, 수인선 전체를 통틀어 가장 한적한 구간이다. 괜히 제일 늦게 개통한 게 아니다. 경부선 평택 이남, 중앙선 양평, 경강선 광주-이천, 경춘선 구간과 성격이 비슷하다.
  • 한적한 구간에 걸맞게 거리 대비 역수는 적은 편이며, 선로가 정말 반들반들하고 승차감이 좋았다. 전동차가 전속력 최고 출력으로 밟느라 웅~ 소리가 강하게 날 때는 뭔가 터보프롭 비행기 엔진 소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수원 근처의 오목천과 고색만 지하이고, 나머지는 지상이다. 하지만 지상 구간도 중간에 지하 터널을 잠시 통과하기도 한다.
  • 어천-오목천 사이에는 군부대를 지나고 경부고속선 선로와 만난다.
  • 고색은 지하이지만 분당선 오리처럼 승강장이 쌍섬식이다. 수원을 대신하여 중간 회차· 종착역 역할을 담당시키기 위해 여분 선로를 만든 것이다.
  • 남동인더스파크 역은 화물 취급을 염두에 두고 넓은 부지에다 선로도 여러 개 확보해 놨지만.. 현재로서는 화물 취급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 남동인더스-원인재 사이에 승기천을 건너는 구간에도 달월-소래포구와 마찬가지로 옛 수인선 철교가 인도교 형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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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야목 역에서는 잠시 내려 보기도 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오고 있는 열차들의 위치가 각각 무려 상갈, 야탑, 선릉이다. 배차간격이 얼마나 긴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인천 방면이 아니라 수원-왕십리 방면 안내 표지판에도 오이도 행 열차가 표시돼 있는데, 이건 애시당초 이 역까지 오지 않고 그 전에 끊기는 열차이다. 그래도 어찌된 일인지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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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목 역은 안산선 반월 역과 마찬가지로 출구가 하나만 있었다. 논밭뿐인 반대쪽은 출구가 있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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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차를 타고 인천 역까지 갈 수 있었다.
월미 모노레일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더니 그래도 '바다열차'라는 이름으로 재개통을 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거의 4시간 동안 열차와 역 주변을 머물면서 수인선 열차 시승을 마쳤다. 그 뒤 본인은 차를 몰고 여기 근처에 사는 교회 지인을 만나러 시흥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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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간 곳은 시흥에 있는 갯골 생태 공원이었다. 그렇잖아도 인천에 소래 습지 생태 공원이 있는 걸 알기만 하고 가 보지는 못했는데, 근처에 비슷한 유형의 공원이 더 있으니 반가웠다.
날씨가 우중충했지만 오전부터 공원에 온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가 있는 동안은 비가 더 내리지 않고 밖이 아주 시원했다. 그래서 파란 하늘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어서 아쉬운 것만 빼면 날씨 자체는 야외 산책을 하기에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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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숲길과 넓은 풀밭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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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작동하는 염전과 소금 창고도 있었다.
서울 동부에 있는 팔당 일대의 공원들이 상수원 보호로 인해 보존된 자연을 내세우고 있다면, 서울 서남부의 이 동네는 염전과 갯벌을 내세우고 있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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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건물 형태로 22m 높이의 전망대가 우두커니 세워져 있었다. 바람이 불면 조금씩 들썩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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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공원 풍경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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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목안 공원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협궤 화차가 전시돼 있어서 매우 반가웠다! 뜻밖의 소득이었다. 병목안이 돌이라면 여기는 소금 가마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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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혹시 수인선의 지선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수인선과 직통 운행을 했을 법도 해 보이는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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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아주 넓어서 더 돌아다닐 수도 있었지만.. 1시간 남짓 정도만 산책한 뒤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낮이 되니 사람은 더 많아졌고 주차장도 빈 자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시흥에 있는 소래산 내지 군자봉 등산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것 역시 미래의 다음 답사를 기약하기로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04 19:37 2020/10/0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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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인은 서해선 전철을 시승했다. 이 전철은..

  • 경기도 서남부의 종축 광역전철이다. 참고로 경강선은 경기도 동남부의 횡축 전철이다. 종축인 동해선 전철도 있긴 하지만 그건 소재지가 부산이다.;;
  • 노선색이 연두색인 게 우이 경전철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 4량 편성이고 경의선과 비슷하게 평일 낮 기준 1시간에 3대(20분..) 간격이다.
  • 원시-소사까지 편도로 다 완주하는 데 딱 30분 정도 걸렸다.
  • 모든 역이 지하이지만 시흥시청-신현 중간에 딱 한 번 마치 8호선 복정-산성처럼 잠시 밖에 나왔다가 들어간다.
  • 코레일 직영이 아니어서 그런지 시종착 때 여느 코레일 전동차와는 다른 희한한 음악이 흘러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특징이 있었다. 특별히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전철 시승을 마친 뒤엔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경치 구경을 계속했다. 여기는 안산선도 수인선을 따라 만들어진 구간이기 때문에, 답사하는 게 넓은 의미에서의 수인선 일대 답사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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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온천 역의 주변은 듣던 대로 온천 개발을 하려다 만 공터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땅이 다른 용도로 개발되지도 않고 역명이 바뀌지도 않고(공단도 초지라고 바뀌었는데~!)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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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향하던 안산선이 오이도 역 부근에서는 갑자기 동북쪽으로 코너를 트는 게 마치 서울 지하철 5호선의 방화 역 부근의 선형 같다. ㄲㄲㄲㄲ
오이도 역의 동쪽은 바로 앞이 야산 언덕이고, 예나 지금이나 한가한 농촌이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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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산선을 넘어 수인선 구간에 진입했다. 본인이 찾아간 곳은 구 수인선 협궤가 사용하다가 지금은 인도교로 바뀐 소래 철교였다. (건너편의 교량은 당연히 현재의 수인선 복선전철 교량)
여기 근처를 찾아갈 일 자체는 두어 번 있었지만(부모님 볼일, 사랑 침례교회 방문 등), 다리를 직접 건너 본 적은 없었다. 기왕 수인선 답사를 왔는데 여기는 내 발로 디뎌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칠곡에서 호국의 다리(낙동강)를 건너 봤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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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호국의 다리와 소래 철교 모두 비 내릴 때 우산 쓰면서 다녀 보게 됐다.
다리 아래는 온통 갯벌 뻘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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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쪽에는 '장도포대지'라고 조선 시대에 쓰였던 해안 방어용 대포 터렛도 전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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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각이 오후 4시 무렵이 됐다. 본인은 지하철 4호선의 종점명으로는 맨날 귀가 따갑게 들었던 오이도를 찾아갔다. 총신대입구? 서울대입구? 한대앞? 그 어떤 전철역들도 역명과 실물이 오이도만치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오이도는 야산 언덕이 있는 부분만이 실제 섬이었고 나머지 식당과 공장들이 있는 평지는 모두 바다를 메운 간척지이다.;;;
직접 가서 보니 뭔가 포항 죽도시장 어시장 같은 분위기였다. 본인은 밥을 여기서 먹고 갯벌 구경을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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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 전망대'라고.. 해군이 아니라 해양 경찰이 사용하던 퇴역 경비함을 리모델링한 전시관과 전망대가 있었다. 1980년부터 2009년까지 거의 30년을 굴렸던 배이다. 물론 여기도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슬슬 날이 저물어 갔다. 이제 잘 곳을 찾아야 했는데.. 캠핑을 하더라도 최소한 천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비가 의외로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기 때문이다. 공원은 많지만 비를 피할 정자가 있는 곳은 찾기 쉽지 않았다.
근처에 오이도 선사 유적 공원이 있었는데 왜 거기를 떠올리지 못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 없고 한산 썰렁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달월 역 주변도 노숙하기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공장 단지 주변을 배회하다가 옥구 공원 주차장 근처의 어느 풀밭 언덕에 텐트를 치고 잠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엔 오이도 역에다가 차를 세우고 이번 여행의 메인 테마인 수인선 전철을 수원에서 인천까지 드디어 시승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02 08:35 2020/10/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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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가는 길.. 요게 무슨 시설인지 사진만 보고 아시는 분은 굉장한 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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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노골적인 힌트를 드리자면, 수 년 전에 저기서 벌어진(벌어졌다는) 일보다 이번 뭉괴뢰 정부에서 저지른 탈북자 북송이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더 큰 죄악이다. 이건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항이며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은 대통령이 대놓고 종북 발언을 하기가 좀 뭣하니, 통일부 장관을 희대의 빨갱이로 임명해 놓고 그놈을 통해서 자기 심정을 대리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산을 전철이 아닌 차로, 그리고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지방도만 이용해서 가니 무척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이 지역에서 본인이 가장 먼저 답사한 것은 반월-상록수 역 사이에서 KTX가 달리는 경부고속선 선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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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천 다음으로 반월천에도 맑은 물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낮이 되어 살짝 덥기까지 한데.. 옷 벗고 들어가서 물놀이를 하고 싶어졌다.
반월천의 물은 수리산에서 발원해서 저 멀리 시화호 쪽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지금 이 시야에서 바로 옆이 경부고속선이며, 뒤에는 안산선 전철이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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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부고속선 선로와 함께 나란히 반월 호수 부근까지 갔다.
여기까지 간 김에 일직 터널 위의 유명한 열차 촬영 명당도 다시 들러 보고 싶었다.
본인은 무려 7년 전에 가 본 적이 있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삽질만 하다가 재답사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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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터널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남쪽의 다른 산길을 잘못 올랐다. 거기도 어귀는 터널 근처의 산길과 비슷하게 생겼고, 옆으로 철조망이 처진 것까지 동일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맞는 길로 가긴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름길 진입로는 검찰일보인가 어디의 사유지로 바뀌고, 주변이 철망이 쳐지고 CCTV까지 생겨 있었다. 이 때문에 더 들어가 보지 못했다.

나중에 여기 일대의 인터넷 지도를 보니, 터널 주변을 더 크게 우회해서 터널의 위쪽으로 접근하는 다른 길이 있긴 한 듯하다. 하지만 그 길은 7년 전에 갔던 길은 아니며, 그렇게 갔을 때 그 촬영 명당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지도 직접 답사를 하지 않는 한 모르겠다. 7년 전에는 갈 수 있었던 길이 지금은 막혔다는 것 하나는 사실인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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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인해 KTX 명당에는 못 들렀고, 그 대신 바로 옆의 경치 좋은 반월 호수 주변을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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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름 없는 야산의 꼭대기에는 군사 시설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있다. 산의 이름이라든가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궁금해지는데 인터넷 지도에는 딱히 안 나오는 것 같다. 그저 덕고개 당숲 같은 주변 산책 코스만 나올 뿐..
이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닌 뒤, 한적한 반월 역에 들러서 각종 재충전과 보급을 했다. 안산 시내의 공영 주차장들은 3시간까지는 무료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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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최 용신 기념관 및 묘지를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다시 찾아갔다.
그 긴 세월 동안 샘골 공원은 싹 리모델링 되었고 최 용신 기념관이 정식으로 지어졌으며 주차장도 생겼다. 주차장엔 샘골 교회에서 굴리는 승합차도 두어 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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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렇게 바뀌었을 줄이야.. 길도 다 포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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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에는 약혼남이던 김 학준의 약력도 소개돼 있었다. 이분도 조선어 학회 사건 때 투옥된 적이 있었나...? 저건 김 학준의 약력인지 정 태진의 약력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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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첫 답사했던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싹 바뀌었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기념관 안에는 못 들어갔다.
기념관이 여기 언덕 위에서는 단층 건물인 것 같지만, 언덕 아래쪽으로 층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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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이다.

이제 본인은 수인선의 개통에 앞서 서해선 전철부터 타 보기 위해 남쪽 종점인 원시 역 부근으로 갔다. 본인은 아직 서해선도 전혀 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지 역 이남은 크고 한적한 도로의 양 옆에 역시 듣던 대로 공장들이 가득했다. 근처의 야산에 웬 전망대 공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 시간 관계상 가 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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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시 역 이남으로 도로의 끝은.. 이렇게 시화호로 흘러드는 반월천의 하류가 가로막고 있었다. 강 건너편은 화성시이다.
여기도 나름 공원이 잘 꾸며져 있었으며 강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도 좀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맑고 푸르고 화창하던 하늘이 흐려지고 어두워졌다.

Posted by 사무엘

2020/09/29 19:35 2020/09/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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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을 낀 주말에 본인은 수인선의 전구간 복선전철 부활을 기념하고 경축하기 위해 답사 여행을 떠났다. 기왕 수원· 화성· 안산까지 가는 김에, 딱 수인선 열차만 타는 게 아니라 주변의 지역들까지 포함해서 아예 2박 2일짜리 경기도 서남부 종합 여행을 다녀왔다.
한 달 전에 다녀온 3박 4일짜리 여행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이번에도 짧은 시간 동안 철도와 관련된 많은 장소들을 답사하면서 좋은 경험과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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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퇴근한 당일 밤에 곧장 여행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안양의 수리산 기슭에 있는 병목안 산림욕장이었다. 여기 한구석에 짱박혀서 텐트 치고 잠들었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시원하고, 계곡에 물도 졸졸 흐르고.. 여기는 정말 최고의 숙소였다. 나 말고도 큼직한 차 끌고 와서는 뒷문 열어 놓고 자는 아재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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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잘 자고 새벽에 눈을 떴다. 다음으로는 산림욕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병목안 시민 공원'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경치가 워낙 좋으니 이른 아침부터 산책과 운동을 하는 인근 주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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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과거에 채석장이었다고 한다. 서울로 치면 용마산 채석장을 리모델링한 용마 폭포 공원 같은 곳이다.
여기서 채집한 돌이 경부선 복선화 및 수인선의 건설 공사에서 쓰였으며, 옛날에는 돌을 수월하게 나르라고 경부선 안양 역에서 여기까지 아예 철길도 깔려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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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채석장이었던 곳답게 넓은 풀밭과 거대한 바위 언덕이 일품이었다. 그러고 보니 인공 폭포도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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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내부에는 채석장 시절에 쓰였던 쬐끄만 선로와 협궤 화차 레플리카가 한구석에 전시돼 있었다. 오오~~ 표준궤와 협궤가 모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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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흔적이 있는 공원이라니 대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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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병목안'은 여기 지형의 특성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병목 현상' 할 때의 병목과 동일한 의미의 단어이다.
여기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광명에는 폐광산을 공원화한 광명 동굴이 있는데.. 채석장도 뭔가 심상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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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아래에도 경치 좋은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었다. 집 근처에 이런 공원이 있으면 무척 좋겠다.
여기서 특별히 소개하지는 않지만 공원과 산림욕장 사이에는 캠핑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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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목안 공원 다음으로는 안양에 있는 다른 공원인 '삼덕 공원'을 찾아갔다. 얘는 도심에 가까이 있는 자그마한 근린공원이다. (공원도 많이 돌아다녀 보니 급의 차이가 있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기도 해서 자가용 접근성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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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 공원은 삼덕 제지라는 기업을 운영하던 업주가 지난 2003년에 은퇴하면서 공장 부지를 안양시에다 통째로 기부한 덕분에 조성되었다. 대외적으로는 이런 훈훈한 미담만 전해지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한 사연이 전해진다.
업주는 말도 안 되는 요구와 음해· 파업을 남발하는 악성 노조의 갑질 횡포에 이골이 난 나머지, 거의 40년을 경영했던 공장을 에라이 싹 처분해 버리고 이민 간 거라고 한다..;; 덕분에 배은망덕한 종업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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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한쪽 구석에는 창업주의 흉상,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공장 굴뚝의 축소 레플리카가 남아 있다. 이 사람도 당연히 흙수저 개룡남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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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원의 옆으로는 수암천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올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가뭄 걱정 없고 개천마다 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 건 참 보기 좋았다.
얘는 먼저 봤던 수리산 병목안 계곡에서 발원해서 안양 역 건너편까지 흐른 뒤, 안양천으로 합류한다. 원래 시내에서는 대부분의 구간이 복개되었는데, 요 근래에 다시 뚜껑을 걷어내고 복원을 많이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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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남산의 남쪽으로 용산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지막한 언덕이 하나 있다. '둔지산'이라고 이름도 당당히 붙어 있지만, 그다지 높지 않고 전지역이 미군 기지로 점령되어 있기 때문에 이 이름은 인지도가 대단히 낮다.

그런데 안양에도 존재감이 서울의 둔지산 같은 산이 있다. 바로 수리산의 북쪽, 서독산의 남쪽에 있는 일명 박달산이다. 얘는 언덕 전체가 예비군 훈련장을 포함한 군부대들로 꽉 차 있다. 그러니 여기 주변엔 산책로나 등산로 따위는 일체 존재하지 않고 그냥 차량 진입로 한 곳만 있다.
서울 근교에서 예비군 훈련장이 있는 산을 따져 보자면 서북부에는 노고산, 동남부에는 인능산이 있는데.. 서남부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산이 바로 이 산인 셈이다.

뭐, 얘도 그냥 수리산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수리산의 유명 봉우리는 저기서 멀리 떨어져 있다. 북악산과 북한산이 다른 산인 것처럼, 그리고 관악산과 삼성산이 다른 산인 것처럼 여기도 뭔가 다른 산으로 취급하는 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본인은 수리산은 오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

여기까지 온 김에 본인은 인터넷 지도 로드뷰로 볼 수 없는 풍경도 좀 염탐을 했다.
안양 구경은 오전에 이 정도로 한 뒤, 본인은 시흥을 거쳐서 더 남쪽 안산으로 내려갔다.

Posted by 사무엘

2020/09/27 08:36 2020/09/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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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전 개발 근황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10.0 이후로 10.2 버전 정도가 올해 연말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1. 자잘한 UI 개선

(1) 날개셋 에디트 컨트롤의 내부 가장자리에 좌우상하로 1픽셀씩 여백을 추가했다. 그래서 텍스트가 좌측 상단에 너무 답답하게 딱 붙은 게 아니라 약간이나마 더 여유로워 보이게 했다. (왼쪽: before, 오른쪽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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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에디트 컨트롤은 진작부터 여백이 적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컨트롤에다가도 여백을 넣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 전부터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여백이 있으면 좌표 계산과 스크롤/클리핑 등 내부 처리가 꽤 복잡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를 반영하지 못했었다.

(2) 지금까지는 운영체제의 화면 확대 배율이 정확하게 150% (144 dpi) 이상일 때만 24픽셀 글꼴이 쓰였는데, 그보다 낮은 125% (120 dpi)일 때도 시스템 글꼴이 '맑은 고딕'처럼 자체 높이가 충분히 있을 때는 24픽셀 글꼴이 쓰이도록 로직을 수정했다.
이미 경험적으로 보셨겠지만 125%이더라도 대화상자는 에디트 컨트롤이 24픽셀 글꼴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커져 있으며, 16픽셀 글꼴은 보기에 너무 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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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날개셋 1.0 이래로 20년째 좀 엉성한 모양이던 상하 스핀 컨트롤의 모양을 이제야 왼쪽의 에디트 컨트롤과 제대로 융합된 형태로 바로잡았다..;; 이걸 내가 왜 지금까지 그냥 놔 두고 있었나 모르겠다.
편집기의 화면 설정과 쪽 설정 대화상자, 줄 번호 찾아가기, 날개셋 제어판의 입력 항목 순서 같은 UI에서 스핀 컨트롤을 확인할 수 있다. (위: before, 아래: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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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편집 화면 설정 대화상자에서 사용자 정의 색상 4가지를 지정한 것과는 별개로, 색깔 선택 대화상자에다가 사용자 색상(최대 16개)을 지정한 것이 다음에 색깔 대화상자를 열 때에도 계속 보관되고 유지되게 했다. 다만, 이 색상은 이 프로그램 인스턴스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보관된다. (레지스트리에는 콤보 목록에 나타나는 배경-글자색 pair 4쌍의 값만 저장)

지금까지 별로 티가 나지는 않았겠지만 custom 색상이 제대로 저장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세한 메모리 범위 초과 오류까지 굉장히 오랫동안 존재했는데.. 그걸 이제야 발견해서 고쳤다.

2. 수식 관련

(1) 상수의 범위 초과 감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수식 처리기는 부호 있는 64비트 정수를 기반으로 동작한다. 그러니 2^63 - 1에 해당하는 9223372036854775807까지만이 인식되고, 1 더 큰 …5808은 부호 여부와 관계없이 음수로만 인식된다. 마치 0은 부호와 관계없이 동일한 0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5809 이상부터는 수식 파싱 차원에서 constant too big 에러로 처리되고 접수가 거부되게 했다. 16진수 상수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11111111111111111111 같은 수를 입력하면 숫자가 제멋대로 짤리고 엉뚱하게 접수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접수가 거부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거의 완결 단계에 들어서니 이런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신경 쓸 여력이 생긴 듯하다.
물론, 이런 상수 자체 말고 계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overflow나 underflow는(예: 곱셈 내지 bit shift) 여전히 프로그램이 감지해 주지 않는다.

(2) 계산기 필터 숫자 음수 부호 인식
수식은 글쇠나 오토마타처럼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엔진 내부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 기능으로도 쓰인다. 특히 입력된 텍스트의 내부에 있는 숫자나 수식을 일괄 계산해 주는 “계산기”라는 텍스트 필터가 오래 전부터 추가돼 있었다.

얘는 계산 대상을 인식할 단위로 텍스트 전체, 각각의 줄 전체, 중괄호나 따옴표로 둘러싸인 부분 등을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냥 단독으로 등장한 숫자들을 모두 개별적인 계산 단위로 인식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2 3 5 7” 이런 숫자 리스트에 대해 일괄적으로 5를 더한다거나 2을 곱한다거나 하는 변형을 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개별 숫자 인식” 옵션이 지금까지 숫자 앞의 부호를 같이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하여 개선했다.

3. 문자 표현 방식 단일화 필터

지난 1~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보조 입력 도구에만 기능이 잔뜩 추가되었고 텍스트 필터 쪽은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에 또 자그마한 변화가 생겼다.

“한자 표현 방식 단일화”라고 텍스트 중의 호환용 한자를 표준 영역 한자로 변환해 주는 필터가 있는데.. 이건 무려 2011년, 6.3 버전부터 존재했던 기능이다.
이게 “문자 표현 방식 단일화”라고 더 범용적인 명칭으로 바뀌고, 변환 기능이 3종류가 더 추가됐다.

컴퓨터에는 기술적· 역사적인 우여곡절로 인해 동일한 문자를 표현하는 방식이 둘 이상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문자가 여러 부분문자들이 합쳐져서 구성되는 합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특이한 액센트 부호가 붙은 알파벳 변형 문자가 대표적인 예이고, 한글도 낱자라는 부분문자들이 합쳐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런 범주에 든다.

합쳐진 전체 문자를 단독으로 취급하여 코드값을 부여하느냐, 아니면 부분문자들만 등록하고 이것들을 한데 묶어서 표현하느냐의 문제인데.. 이게 서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정해진 답이 없다. 과거에 컴퓨터가 성능이 부족하고 소프트웨어의 국제화와 글꼴 출력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문자를 최대한 전자처럼 취급해야 했지만 오늘날은 후자 지향적인 처리도 얼마든지 가능해져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보 교환을 위해서는 동일한 문자는 합자 지향이든 부분문자 지향이든 한 방식으로만 표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문자가 일관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이 같다고 인식하는 문자가 컴퓨터에서는 같다고 인식되지 않고 검색이나 비교, 심지어 보안 같은 데서 큰 혼란이 생긴다.

한자는 글자의 생성 원리와 조합 가능성이 너무 판타스틱(..)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분해를 포기하고 몽땅 무식하게 완성형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러니 합자냐 부분글자냐 하는 원론적인 문제를 겪지는 않고 있지만.. 한중일 국가별로 여러 지저분하고 구린 사정으로 인해 동일한 글자가 둘 이상의 코드값에 중복 배당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독음 바리에이션 때문에 그렇다. (부/불, 악/낙/락 따위)

호환용 한자를 표준 영역의 대표 한자로 모두 바꾸는 것은 동일 문자를 동일한 코드값으로만 표현되게 하는 단일화, 정규화 작업 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합자 지향 또는 부분문자 지향으로 변환하는 기능(각각 NFC 정규화, NFD 정규화)을 자체 구현이 아니라 운영체제 API 호출을 통해 수행하는 옵션을 여기에다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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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기능은 기존의 “한글 형태 정규화” 필터가 하는 일도 같이 하는 셈이다. 한글뿐만 아니라 유럽의 액센트 문자들도 같이 다루니 기능이 더 많다.
하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한글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프로그램이므로 한글의 형태만 바꿔 주는 전용 필터는 여전히 별도로 남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얘는 자체 구현이다.

(1) 호환용 한자 제거, (2) NFC, (3) NFD 이렇게 세 가지는 설명이 됐고, 마지막 남은 변환은 (4) ‘리가처’ 문자를 부분문자로 분해해 주는 기능이다. æ를 실제 알파벳 ae로 바꾸는 식이다.
유니코드에는 도대체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 Nj, Lj 같은 글자가 한데 뭉친 리가처가 있으며, U+FB0?대에도 fi, ffl 같은 글자가 합쳐진 리가처가 있다. 리가처는 분해하는 기능만 있고, 일반 알파벳으로부터 다시 합성해 주는 기능은 없다.

4. 편집기: 파일 열기 관련

(1) 날개셋 편집기는 파일을 원형 그대로 제대로 열지 못해서 이대로 다시 저장하면 파일의 원형이 손실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에러 메시지로 표시해 준다. 원형 그대로 열지 못하는 조건으로 현재 문자 인코딩이 잘못 지정된 것, 줄 바꿈 문자가 일관성 없게 지정된 것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이 뿐만 아니라 null 문자가 존재하는 것도 추가되었다. null 문자 이후 부분은 인코딩과 무관하게 아예 잘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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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null 문자는 텍스트 파일에는 존재할 이유가 전혀 없는 문자이며, 이게 존재한다는 것은 날개셋 편집기에다가 실행 파일처럼 편집 대상이 아닌 파일을 잘못 지정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2) 파일 메뉴 끄트머리에 있는 최근 사용 파일 목록에서 현재 접근 가능하지 않은 파일은 뒤에 (?)가 붙어 표시되게 했다. 단, 경로가 하드디스크에 있어서 존재 여부를 빠르게 확인 가능한 파일만으로 한정이다. 네트워크/USB 메모리/광학 디스크 따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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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근 사용 파일을 열었는데 그 파일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경우, 그냥 파일이 없다는 에러만 표시하는 게 아니라 이 경로가 지정된 빈 문서를 새로 생성할 것인지를 묻게 했다. 일부 텍스트 에디터들이 행하는 관행을 날개셋 편집기도 따르기 시작했다.
다만, 파일 이름만 없을 때로 한정이다. 드라이브나 디렉터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에러 메시지가 표시된다.

5. 편집기: 인쇄

날개셋 편집기에 인쇄 기능은 잉여에 가깝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작업이 행해졌다. 용지의 가로/세로 배치와 텍스트의 가로쓰기/세로쓰기 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했다.

  • 텍스트를 다단(!!) 형태로 배치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너무 많이는 아니고 최대 4단까지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용지 크기와 글자 크기, 단 간격을 감안해서 한 단의 폭이 전각 12자보다 작아지지는 않는 한도 내에서만 단을 나눌 수 있다.
  • 용지의 인쇄 방향(세로 portrait, 가로 landscape) 같은 설정이 인쇄 대화상자를 닫은 뒤에도 저장되고 미리보기 같은 것에 반영되게 했다.
  • 세로쓰기일 때는 화면 인쇄의 양쪽 보기 기능도 좌-우가 아니라 우-좌로 페이지를 표시하며, 다음 페이지로 스크롤도 오른쪽이 아닌 왼쪽 화살표로 되게 했다! 이렇게 고칠 생각을 지금까지 왜 못 했나 모르겠다.
  • 페이지의 마지막 줄은 굳이 줄 간격까지 고려할 필요 없이 글자가 들어갈 공간만 있으면 인쇄되어 표시되게 했다.
  • 머리글과 바닥글은 굴림 대신 맑은 고딕으로 출력되게 했다. (정확히는 현재 대화상자 GUI용 글꼴)

그 밖에,

  • 확대 배율을 급격히 축소하고 나서(500%에서 150% 같은) 마우스 드래그로 스크롤을 할 때 화면 잔상이 남음
  • 미리보기 때는 이상이 없는데 실제로 인쇄를 하면 머리글과 바닥글이 가끔 엉뚱한 각도로 기울어져 출력됨 (always는 아니고 컴퓨터에 따라 케바케로 발생하는 듯..;; )
  • 약간의 resource leak

요런 버그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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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인쇄 미리보기 스크린샷은 이번 버전에서 바뀐 사항들을 모두 보여준다. (다단, 세로쓰기에서 2페이지 우-좌 배치)

*. 희망 사항: ARM64 지원

마소에서는 잘 아시다시피 Windows Phone/Mobile 같은 모바일 제품군은 안드로이드와 iOS 대비 승산이 전혀 없다고 판단되어 그냥 접고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요 몇 년 전에는 데스크톱용 Windows 10을 그대로 모바일 CPU인 ARM64용으로 포팅하는 굉장히 참신한 시도를 했다. Visual C++ 2017/2019를 통해 ARM64용 컴파일러와 라이브러리도 무료로 제공하면서 이 플랫폼을 적극 지원하는 중이다.

그래서 Windows 10 on ARM의 사용자로부터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ARM64 에디션이 좀 나왔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 반디집은 진작에 ARM64용이 나왔으며, 본인은 저런 플랫폼이 있다는 것 자체를 반디집을 통해서 들었다.

얘는 x64 이후로 거의 15년 만에 접하는 새로운 아키텍처이다. 과연 ARM64가 x86 계열로 천하통일이 돼 있는 데스크톱 시장에도 잘 안착할 수 있을까? 만약 그게 성공한다면 데스크톱과 모바일의 경계가 한층 모호해지는 계기가 되겠지만.. 성공 여부는 성능과 가격 같은 기술적인 요인보다는 그냥 마케팅과 호환성, 사용자들의 경로의존성 관성 같은 social한 요인에 더 크게 좌우될 것 같다.

쟤도 ARM64뿐만 아니라 32비트 기반의 레거시 ARM이 있긴 하다. 하지만 Windows 10 운영체제 자체는 처음부터 64비트로 개발됐으니, x86 환경에서처럼 프로그램을 번거롭게 32비트와 64비트를 지저분하게 다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보아하니 ARM64는 x86 코드를 에뮬레이션으로 실행하는 기능이 있지만 물론 속도가 느린 건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x64는 지원하지 않는다.

ARM64라는 새로운 환경이 어떨지 기대되긴 하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여기에 맞게 빌드해서 테스트 해 보려면 나도 기기가 필요하다.;; -_-
직장을 포함해 주변에서 Windows 10 on ARM 기기를 한 번도 구경을 못 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9/24 08:36 2020/09/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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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 포도주 또는 포도즙

웰치스 포도주스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료수이다. 진짜 과즙 에디션과 환타 비슷한 청량음료 에디션(스파클링)이 모두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를 더 자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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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표는 '토머스 브램웰 웰치'라는 감리교 목사 겸 치과의사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서 주의 만찬 때 사용할 '알코올이 안 들어간 포도즙'을 어떻게 잘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포도즙에 대한 고유한 저온살균법(pasteurization)을 개발했다.

어 그런데 영어 단어가..? 세균학의 아버지인 그 루이 파스퇴르에서 유래되었다. 웰치는 파스퇴르와 거의 동시대인 19세기 사람이었다.
우유나 주스에 대한 저온 살균법은 굉장히 획기적인 기술이었기 때문에 아예 "포도주스를 파스퇴르화한다"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이다. 과즙을 살균한답시고 무슨 고기 국물마냥 펄펄 끓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다간 맛 변하고, 비타민 다 파괴되고..

성경에서 wine은 포도주와 포도즙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포도즙을 짜 놓으면 얼마 못 가 발효되어 포도주가 되곤 했기 때문에 언어 차원에서 둘의 구분이 불분명했을 정도였다. 확 깨는 방식으로 비유하자면 지옥과 불못의 관계만큼이나 그게 그 말 같다는 것이다.

더구나 성경에서 wine이 최초로 등장하는 곳은 9장, 노아가 술 취해서 벌거벗고 드러눕는 장면이다. 킹 제임스 진영에서 주장하는 "최초 언급의 법칙"을 감안한다면, 성경의 wine은 문맥상 분명한 근거가 있지 않은 한 '포도주'를 먼저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령, 욥 1:18의 경우 욥의 자녀들이 포도'주'를 마시고 놀던 중에 재앙을 당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 11:19 같은 내로남불 음해 문맥에서까지 '포도주'를 기피하고 '포도즙'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식탐에 술주정뱅이..)

옛날에는 냉장이고 살균이고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깨끗한 물은 세균에 오염되기 쉽고 오래 보존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맥주나 포도주를 음료수처럼 일상적으로 마시게 됐던 곳도 있었다. 물을 김치나 된장처럼 처리한 셈이다.
물을 끓여서 마시면 된다고... 그것도 오늘날이니까 쉽게 가능하지 주전자고 가스레인지고 커피포트고 정수기고 아무것도 없고, 나무를 베어 와서 땔감으로 쓰던 시절엔 어땠을까?

그러니 아무리 술이 나쁜 물질이라고 해도, 그 시절을 몽땅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면모가 있다.
오죽했으면 교회에서 알코올 안 들어간 포도즙 잔을 마시려고 저렇게 웰치라는 사람이 안전한 주스 제조법을 개발한 게 무려 180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요즘 시대에 그 시절 핑계를 대면서 술을 합리화하는 것도 궤변이고 잘못됐다.
비타민 결핍증이라는 것도 몰라서 선원들이 픽픽 죽어가던 시절,
"수인성 전염병(장티푸스, 콜레라 등..)이랑 알코올 중독 둘 중에 뭐 고를래?" 하던 암울한 시절하고 지금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 글에서 굳이 "예수님도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거하게 술로 제조해 주셨잖아! / 성경에도 위장병을 위해 와인 처방을 좀 하라는 말 있잖아?" 이런 말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는 않겠다.
솔직히 혼인 잔치는 세상적으로 즐거운 자리이니 알코올을 떠올릴 여지가 0.1이나 1만치라도 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으심을 기리는 잔을 나누면서 포도주..? 성경이 썩음, 누룩 같은 개념에 대해서 어떤 심상을 갖고 무어라고 일관되게 말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저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발상이다.

크리스천으로서 희생과 헌신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어야 합니다 / 우리 다같이 누룩이 됩시다"..;;; 는 내가 전에도 비유를 든 적이 있지만 "버그 소프트웨어", "BSOD 시스템즈"라는 IT 기업과 비슷한 발상이다. 예수님이 죽음이야 경험하셨지만 설마 시체가 썩었을까..?? (시 16:10, 행 13:34-37 등)

한국 교회는 율법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주일성수 금주 금연 같은 외형적인 경건을 강조하는 편인데 왜 포도주 포도즙 문제에서는 대체로 헛점을 보이는 걸까?
술판을 즐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아까 저 누룩이나 썩음처럼 성경 교리에 대한 기본 개념이 덜 정립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이건 세례· 침례 문제, 성탄절· 부활절 문제하고도 일면 비슷한 구석이 있다.

킹제임스 흠정역이라는 성경은 지금까지 출간된 한국어 성경 중에서 wine을 '주'가 아닌 '즙' 쪽으로 가장 편향되게 번역한 역본이다(나쁘다는 뜻은 아님). 심지어 말보회의 한킹도 그렇지는 않다.
아무튼, 성경의 wine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웰치 아재의 행적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창조 진화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종간 합성이란 걸 해낸 위대한 한국인 과학자인 우장춘 박사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듯이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9/22 08:35 2020/09/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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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철거

건물은 잘 짓는 것뿐만 아니라 잘 부숴서 없애는 것도(철거~!) 고도의 기술과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지하철 건설에서 제일 저렴하고 무난한 방법이 땅 파헤치고 위에다 철판으로 덮어서 공사하는 개착식이듯, 철거 방식 중에 제일 저렴하고 무난한 방법은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을 직접 들쑤시거나 때려 부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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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일이 때려부수기에는 너무 큰 건물이라면 발파 해체를 생각하게 된다. 화약/폭약은 강력한 대신 매우 위험하므로 잘 통제된 환경에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터널 건설 내지 건물 철거 현장에서 폭약을 터뜨리는 걸 들어 보면.. 영화에서 수류탄 터뜨리거나 게임에서 로켓 런처 쏘는 것 같은 경쾌한(?) 쾅~ 쿵~ 소리가 나는 게 아니다. 그냥 총 쏘는 것 같은 따다닥~ 빡~ 소리만 연달아 들린다. 사실은 총도 화약을 터뜨리는 것이긴 마찬가지이지만..

이들 폭약은 전쟁에서 쓰이는 폭탄· 포탄 같은 물건이 아니다. 파편을 날려서 건물을 송두리째 산산조각 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 몇 곳만 뎅겅 날려서, 건물이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폭삭 주저앉게 하는 것이 발파 해체의 핵심이다.
건물의 급소를 찾아서 최소한의 폭약만 설치하고 터뜨림으로써 건물 전체를 무너뜨리는 건 뭔가 예술의 경지에 가까운 작업이다. 이를 위해 폭약 기술자들이 적지 않은 고민을 한다.

건물뿐만 아니라 배도 마찬가지다. 하부에 어뢰를 제대로 맞으면 거대한 선박도 피격 부위에 구멍이 뚫리고 용골이 휘어지는데, 대미지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폭압 때문에 위로 붕~ 떴다가 다시 수면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선체가 더욱 찌그러지고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이는 건물이 철거되는 원리와 같다. 어뢰의 위력은 수백~수만 톤에 달하는 배를 수면에서 잠시 뜨게 만들 정도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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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1994년 김 영삼 시절에 남산 외인 아파트의 발파 해체가 유명한 철거 사례로 사람들 기억에 남아 있다.
다만, 조선총독부 청사는 근처 경복궁이 받을 여파를 우려해서 폭파 대신 그냥 전통적인 방법으로 부수고 철거했다.
그리고 삼풍 백화점은 발파 해체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건물이 워낙 상상을 초월하게 부실하게 지어진 바람에 꼭대기 층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주저앉아서 마치 발파 해체처럼 붕괴됐다. -_-;;;

9 11 테러 때 여객기가 날아와서 충돌했던 세계 무역 센터(WTC) 건물 두 채는 각각 한두 시간 남짓 버티다가 그대로 폭삭 주저앉고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스타에서 테란 건물은 2/3 이상 파괴된 빨피 상태가 되면 스스로 체력이 떨어지다가 펑~ 부서지는데, 쟤도 그런 상태였다고 보면 된다. 단지, 현실에서는 그런 높은 건물의 대미지를 수리할 만능 SCV가 없었던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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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 여러 음모론이 나돈다. 하지만 항공유가 잔뜩 들어있는 중형 여객기가 불타면서 장시간의 엄청난 고열 때문에 건물을 지탱하던 철근이 물러지고 약해졌다는 것으로 일단 공학적인 설명이 된다. 저게 폭약 발파 해체와 동급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리고 어느 건물이든 한번 무게 균형이 깨져서 주저앉기 시작하면.. 그 뒤부터는 차곡차곡 도미노이며, 다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이다.
세계 무역 센터 건물의 붕괴는 최소한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범에 맞먹을 정도로 괴이하고 설명이 안 되는 미스터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건물이 붕괴되면 먼지가 어쩜 저렇게 많이 나는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심에서는 그런 부작용 없이 아주 조용하고 가늘고 길게 티 안 나게 건물을 철거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Tecorep이라고 불리는 공법이 있다.

대표적인 예는 일본의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이다.
우리나라 영친왕(일제 시대의 구 조선 황실 사람..)과 관련된 역사적 사연이 많은 곳이었는데, 신관 건물은 노후화로 인해 2011년에 영업을 중단하고 2012년 가을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무려 7개월에 걸쳐 천천히 건물 높이가 조금씩 낮아지는 식으로 해체되고 철거되었다. 이건 당시에 언론으로부터 주목도 많이 받았는데, 발파 해체와는 반대편 극단에 선 공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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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0/09/20 08:35 2020/09/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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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철도의 변화 추이

1. 수인분당선

지난 9월 12일에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 길이 기록될 이벤트가 하나 발생했다. 바로 수인선이 전구간 복선 전철(시설)로 완공되었으며, 곧장 분당선과 연결되어 수인분당선이라는 이름의 수도권 광역전철(운행 계통) 형태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의중앙선의 사례와 비슷하다.
원래 용산-성북 국철이라고 불리던 1호선 짜끄레기 지선(?)이 중앙선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색깔이 옥색으로 바뀌고 덕소, 팔당, 국수.. 지금은 양평을 넘어 용문까지 정말 엄청나게 길어졌는데.. 그게 2009년부터 DMC/서울 역까지만 개통해 있던 경의선과도 연결됐기 때문이다. 2014년에 용산선 구간이 모두 지하로 재개통한 덕분이다.
그래서 경의중앙선은 문산(임진강)-용문(지평)이라는 어마어마한 길이를 자랑하는 옥색 광역전철이 되었다.

그러면 수인분당선은 어땠는가?
1994년 9월, 철도 불모지이던 서울 동남부에 수서-오리 분당선이 개통했다. 얘는 색깔도 확 튀는 노란색인 데다, 철도청이 건설하는 철도 중에는 그 당시에 기존 철도와 만나는 게 전혀 없이 단절돼 있던 유일한 철도였다. 2009년 용인-서울 고속도로(171)가 건설 당시에 기존 고속도로와 만나는 분기점이 전혀 없이 단절된 고속도로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랬는데 분당선은 남북으로 쭉쭉 길어져서 왕십리와 수원을 잇는 거대한 전철 노선이 됐고.. 급기야는 이제 수인선과 연결돼 버렸다. 그래서 역 수가 60개가 넘는 왕십리-(수원 경유)-인천이라는 초월적인 노선으로 거듭났다. (참고로 1호선의 무려 소요산-천안이 역 수가 얼추 60개;; )

다만, 수인-분당선은 구간별로 성격과 수요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상당수의 열차는 여전히 과거의 분당선 아니면 오이도 이북의(시흥-인천) 수인선 구간만 다닐 예정이다. 여느 방사형 노선들은 서울로부터 멀어지는 말단 외곽이 수요가 적지만.. 수인선은 반대로 양 말단인 인천과 분당· 서울 쪽이 수요가 많고 중간의 화성· 안산 쪽은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기존 안산선 구간인 오이도-한대앞을 포함해서 이번에 새로 개통한 사리-야목-고색 등의 구간을 다니는 열차는 왕십리부터 인천까지 전구간 풀코스를 다니는 열차만으로 국한된다. 이런 열차는 1시간에 2~3대꼴로만 운행된다.

그러므로 오이도 역은 동쪽에서는 4호선의 종착역이기도 하면서, 서쪽에서는 수인선의 중간 종착역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하게 된다.
사실은 한대앞-오이도는 애초에 안산선이 기존 수인선의 선형을 따라 건설된 것이었다. 그걸 수인선 복선전철이 나중에 되찾았을 뿐.. 여기는 2복선 같은 것 없이 한 선로에서 안산선과 수인선 열차가 모두 오가게 된다. 같은 선형이지만 선로는 복층으로 다른 경의선 & 공항 철도의 서울 시내 용산선 구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 수인선이 개통하면서, 과거에 분당선 수원 행에 대응하던 운행 계통은 종점이 수원이 아니라 서쪽으로 한 정거장 더 진행한 고색으로 바뀌었다.
과거에 1호선 수원 행 계통이 2003년부터 병점으로 바뀐 것과 비슷한 현상 같다. 어쩐지 그래서 고색 역은 시종착역 역할을 하기 위해 지하에서 이례적으로 쌍섬식으로 건설돼 있었다.

그래서 수원 역은 1호선도, 수인분당선도 모두 중간 종착역 역할을 하지 않게 됐는데, 이것은 두 노선의 중간 종착역 역할을 꾸역꾸역 수행하고 있는 오이도 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본인은 9월 12일이 낀 주말에 답사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기는 글과 사진을 정리하는 대로 이 블로그에다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렇게 철도에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추가된 2020년 9월부터.. 고속도로에서는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100)의 명칭이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라고 개명되었다. 뭔가 의미심장한 변화인 것 같다.
저 동네가 서울 외곽 변두리 짜끄레기라는 부정적인 어감을 걷어내고, 또 더 큰 제2순환선(400)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을 반영한 개명이다.

2. 급행 전동차의 변화

지난 2019년 말~2020년 초 사이에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급행열차 체계가 꽤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용산-구로 사이의 급행 선로는 동인천 급행만이 사용하는 경인선 전용 선로로 바뀌었고, 천안 급행은 내선(급행 및 일반열차 선로)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군포와 의왕 같은 몇몇 역에다가 대피선 추가)

이 때문에 경부선 급행은 안양-수원 구간에서 내선을 주행하던 과거에 비해 속도빨이 조금 감소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경부선 급행을 더 많이 투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용산에서 끊어지는 게 아니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까지 더 길게 운행 가능해졌다. 환승역인 금정 역에 정차할 수 있게 된 건 덤이다.

어째 운영 시스템을 이렇게 개편할 생각을 했는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나 모르겠다.
이런 조치 덕분에 이제는 서울 지하철 9호선뿐만 아니라 1호선의 지하철 구간에서도 이따금씩 ‘천안 급행’이라는 어색한 열차 행선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코레일에서는 요런 완행 기반의 경부선 급행을 늘린 대신에, 하루 세 번 있는 기존의 서울-천안 급행을 슬쩍 폐지했는데.. 그건 승객들의 반발에 부딪혀 곧 무산됐다.
이제 하루 세 번 있는 이 열차만이 안양-수원에서 일반열차 선로를 주행하는 유일한 전동차이다. 누리로도, 급행 체계 대개편도 1981년 경부선 서울-수원 복복선 개통과 함께 등장한 이 40년 짬밥의 전동차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3. 고속버스(고속도로) 대비 철도의 변화

우리나라에 좌석에 종아리 받침대가 있는 고급 육상 교통수단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이다.
1991년인가 92년 사이에 등장한 우등 고속버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한 새마을호 장대형 객차.
열차와 버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영향을 받은 건 분명한데.. 어느 게 어느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는 본인도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다.

좌석 자체가 더 두툼 큼직하고 푹신한 것은 우등 고속버스이다. 특히 팔걸이의 폭 말이다. 하지만 앞뒤 간격이 훨씬 더 넉넉하고 전반적인 승차감이 더 좋은 것은 열차이다.

그리고 저 때 이후 2010년대부터 고속버스와 열차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고속버스는 기존 우등보다도 더 비싸고 좌석이 더 안락한 프리미엄 우등이란 게 나와서 일부 노선에서 운행 중이다.
그러나 열차의 경우, 저 새마을호가 한국 철도 12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가장 크고 안락한 좌석을 보유한 차량이었고 그것으로 끝났다. 지금은 KTX 특실 좌석에도 종아리 받침대 따윈 없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열차는 인테리어만 한없이 더 고급화하는 게 아니라, 속도가 더 빨라지는 쪽으로 일면 바람직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요즘 제트 여객기가 과거의 비행선이나 대륙 횡단 여객선처럼 내장재를 신경쓰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나라도 KTX가 없고 열차의 증속에 한계가 있던 시절엔, 내장재와 정차역만으로 상위 등급 열차를 운용해야 했다. 새마을호의 크고 안락한 좌석은 그 시절이 만들어 냈던 유물인 것이다.

물론 기존 인프라만 갖고 노오력을 쥐어 짜내서 서울-부산을 4시간 10분까지 단축시켰으며(1985년), 더 장기적으로 3시간 반 정도까지 단축시키려는 계획은 있었다. 하지만 그거 갖고 철도가 갈수록 늘어나는 고속도로와 자가용, 고속버스의 경쟁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고속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 훨씬 더 절실히 필요했던 사업이었다. 김포 공항을 대체하는 인천 공항만큼이나 말이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보면 고속버스가.. 우등이라고 해서 카레이서 출신의 엘리트 기사가 대형 버스로 고속도로를 시속 150~200으로 밟으면서 '초고속버스' 같은 운전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내장재만 고급화한 버스를 운용하는 것이다.

서울-부산을 1시간 만에 가는 여객기, 2시간 반 만에 가는 열차가 있는 와중에.. 도로 교통수단이 시간 메리트가 없다면, 고속 와이파이는 물론, 최소한 좌석마다 개별 영상 서비스와 콘센트가 달린 버스 정도는 요즘 세상에 정말로 나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4. 서빙 카트

오늘날 승무원이 먹을것을 실은 카트를 끌고 복도를 왕래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열차와 여객기 정도인 듯하다.

참고로 고속버스에도 안내양이 있던 1960~80년대 먼 옛날에는 안내양이 버스 안에서 스튜어디스와 비슷한 일을 했다. 탑승 전 검표, 안전벨트 착용 안내뿐만 아니라 무슨 관광버스처럼 지금 차량이 지나고 있는 지역의 특산물 소개 같은 방송도 하고 주기적으로 음료 서빙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이런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시대의 변화 때문이겠지만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도 안내양이 없어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여객기나 과거의 고속버스 같은 건 승차권 가격에 포함된 정식 서비스를 모든 승객에게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승무원이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열차는 별도로 판매되는 간식류들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카트의 성격이 좀 다르다. 다른 교통수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오~

철도청 시절에는 이런 일을 홍익회라는 유착(?) 법인에서 전담했지만 공사화 이후에는 이런 풍경을 거의 볼 수 없어졌다. 그나마 KTX 같은 고급 고속열차에서는 코레일네트웍스 같은 자회사 소속 직원이 카트를 끌고 다닐 뿐.. 수익이 적은 새마을/무궁화호 열차를 시발역에서 타면 "우리 열차는 차내 영업사원이 탑승하지 않습니다. 식사는 탑승 전에 해결하시거나 차내 카페객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가 자주 나왔었다.

5. 토목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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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장소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일명 고텀) 역의 환승 통로이며, 9호선 승강장의 위층에 있는 거대한 공터이다. 직접 본 적이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높은 천장을 뚫고 딱 15cm만 위로 올라가면 지하철 3호선 선로가 나온다.
9호선 고텀 역은 그 무거운 전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3호선과 7호선의 바로 위와 옆으로 아슬아슬 아찔하게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만들어졌다. 이들 역이 동시에 건설된 것도 아님을 주목하라. 신기하지 않은가?

불과 30년 남짓 전에 2호선이 처음 건설됐던 시절엔.. 복잡한 영등포 역 아래를 그렇게 뚫고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선로 밑으로 땅 잘못 파면 선로가 내려앉아서 1993년의 구포 무궁화호 열차 전복 사고 같은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때는 한적한 곳까지 비껴 가서 신도림역을 환승용으로 따로 만들어야 했다.

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고텀 역의 경우, 옛날 3호선은 그냥 개착식, 7호선은 NATM(발파..), 9호선은 CAM(cellular arch) 공법으로.. 적용 알고리즘이 모두 다르다.

우리나라의 '삼부토건'이라는 건설사는 자기 회사를 소개할 때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여의나루 한강 하저 터널을 건설했던 이력을 반드시 자랑으로 내세운다. 그건 1990년대 초에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했던 장거리 하저 터널이기 때문이다.
광나루-천호도 하저 터널이지만, 그건 댐을 쌓아서 강물을 다 걷어내고 개착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크게 새롭지는 않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남성-숭실대입구역 구간의 경우, 시공사는 기억이 안 난다만 아무튼 중간에 길을 벗어나서 관악 현대 아파트의 아래를 대놓고 관통한다.
물론 공사는 20여 년 전에 그 위에서 살았던 아파트 입주민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스텔스로 잘 끝났다.

이런 게 21세기 토목 기술의 힘이다. 이미 부산 시내를 몽땅 지하로 관통하는 경부고속선이 완공됐고, 이제는 서울에서 평택까지 전부 지하로 가는 SRT, 그리고 고심도 광역 급행 전철까지 만들어지는 중이다.

참고로 지하 시설이라는 건 공간만 냈다고 장땡이 아니다. 내부에 계속해서 환기를 해 줘야 하며, 지형에 따라서는 지하수를 빼내는 펌프를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한다. 안 그러면 햇볕도 안 들어오는 탁한 지하 공간에서 사람이 지낼 수가 없어진다.
이런 최소한의 토목 디테일을 알면 북괴의 초장거리(?) 남침 땅굴 굴착설 같은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괴담임을 간파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9/17 08:34 2020/09/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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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수님 역

1959년작 명작 영화 '벤허'에서 벤허 역을 맡은 주연 배우는 찰턴 헤스턴(2008년 작고)이라고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이 '십계'에서 모세 역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벤허에서 뒷모습만 나오는 예수님 모습은 누가 연기했을까..??

벤허에서 특히 압권인 건 죄수 노예들을 호송하던 로마 군인이 "어이, 거기 민간인! 누가 저 죄수(벤허)에게 물 주랬어?" 호통과 함께 예수님을 째려봤는데.. 거의 20초 가까이 벙찌고 있다가 예수님과의 기싸움에 압도 당하고, 급 시무룩해져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 휴식 끝. 출발한다. 가자!" 이러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정말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요한복음 8장의 "죄 없는 자부터 먼저 돌을 던져라 → 급 시무룩"에서 모티브를 따기라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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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나 어느 날 꿈속을 헤매며>의 "그 동정의 눈빛과 음성을 나는 잊을 수 없겠네.. 내가 영원히 사모할 주님 부드러운 그 모습을" 가사가 자동 재생되는 것 같다.
예수쟁이라면 성경 구절뿐만 아니라 찬송가도 많이 알아 두면 살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도움이 된다.

예수님을 연기한 배우는 당시 영화의 credit에는 등재되지 않고 비밀로 부쳐졌다.
하지만 나중에 어떤 계기를 통해 클로드 히터(1927~)라는 배우라는 것이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을 안 해 봤는데 신기한 노릇이고.. 또 에어컨과 히터 할 때 그 히터 Heater가 사람의 성씨인 게 특이하다.
하긴, 에어컨의 발명자는 성씨가 캐리어였지.. 프로토스 캐리어와 같은 단어다..;;

2. 하나님의 음성

한편, 1998년에 개봉했던 '이집트의 왕자'는 애니메이션인 관계로 출연진이 배우가 아니라 성우인데.. 이때도 하나님 목소리 역은 credit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은.. 모세 역 성우가 음성변조로 하나님까지 1인 2역을 했었다.

"너는 이제 파라오에게 돌아가서 도탄에 빠진 네 동족을 구해낼지어다." / "헉, 저는 말이 둔해서 그럴 수 없사옵니다" 대사를 동일 성우가 다 말했다는 뜻이다.

이런 예가 그 업계에서는 드물지 않다.
월트 디즈니 포카혼타스에서도 랫클리프 총독과 위긴스 비서는 서로 음색이 완전히 다르며, 상대방 말을 끊으면서 대화하는 장면까지 있는데도 성우가 동일 인물이다.
스타크에서도 마린, 고스트, 배틀크루저 등 상상하기 어려운 유닛들 목소리가 다 동일 인물(크리스 멧젠..)이다.

3. All Dogs Go To Heaven

본인은 수십 년 전 먼 옛날에 영어 회화 학원에서 All Dogs Go To Heaven (1989)이라는 만화영화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다.
너무 어린 시절의 너무 오래된 경험인 관계로, 지금은 거의 모든 장면과 스토리를 까먹어 버렸고 "oh Charlie, you can never come back~" (찰리 씨, 그랬다간 여기에 다시는 못 돌아와요~~ ㅠㅠㅠ)라고 천사 암캐(?)가 경고하는 말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얘는 사후 세계를 다뤘다는 점에서 "신과함께"와 살짝 비슷한 장르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제목부터가 심상이 전 3:21이나 계 22:15와는 완전 상극이다. 반성경 반기독교(anti-)까지는 아니어도 "비"(non-)성경적인 설정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뭐, 계 22:15의 경우, 진짜 동물 개를 가리키는 건 아니지만...)

왜냐하면 성경에 따르면 오직 인간만이 하늘(천당) 아니면 지옥이라는 사후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 안 믿고도 특례로 구원받고 천당 갈 수 있는 존재는.. 스스로 선과 악을 분별할 능력이 없고 예수 믿거나 거부할 능력 자체가 없는 영· 유아, 정신지체 장애아뿐이다. all dogs go to heaven이 아니라 all babies go to heaven인 것이다.

동물은? 평생 우리에 갇혀 살다가 도축되어 멍멍탕으로 잡아먹힌 개든, 인간을 대신해서 지뢰를 밟고 산화한 군견이든.. 죽으면 그대로 완전히 소멸되고 사라진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다거나 하는 건 없다.
사후 세계에도 다른 동식물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동물은 현 세상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갖고 인간과 교감했던 그 동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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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름 성경으로 치면 개에 대한 "book of life"(계 20:12)를 묘사해 놓은 모습이다. 물론 저 장면은 성경의 실제 백보좌 심판하고는 백만 광년 억만 광년 떨어진 묘사이다.;;;

허나, 게임을 현실 고증에만 너무 충실하게 만들면 재미가 나질 않고 이말년 씨리즈의 두덕리 온라인 꼴 나며.. 성경 고증에만 너무 충실하면 우주 SF물은 전혀 만들어질 수 없고 동물의 의인화도 전혀 할 수 없으니.. 영화는 그런 사항을 배제하고 만들어진다.
(사실 성경까지 갈 것도 없이 항공 우주역학과 기초 기계공학 고증에만 충실해도 이족보행 합체 로보트라든가 우주 SF물은 성립이 전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작품 얘기로 돌아오면.. 주인공 찰리는 멀쩡히 천당· 낙원에 들어가서 편히 쉴 수 있는데도 자기는 억울하게 살해당했기 때문에 이대로 죽을 수 없댄다. 복수를 해야 된다며 자기 수명 시계의 태엽을 무단으로 거꾸로 돌려 놓고는 다시 현 세상으로 도망친다. 헐~~ ㅠㅠ 쿵 퓨리에서는 해킹으로 시간을 워프 시키고 죽은 사람도 살려 내고 총상을 치료하더라만...

저기서도 온도 단위 드립이 나오는 게 흥미롭다. "이곳 천당은 온도가 73도로 유지되는 아주 안락 쾌적한 곳이랍니다. 화씨로요."
하긴, 섭씨로 73도인 곳이 천당일 수는 없을 거다. 다만, 그 정도 온도만으로 아예 반대편 지옥이라고 불리기는 좀 부족하고, 거긴 그냥 사우나 정도일 것이다.

결말부에서는 찰리의 수명 시계가 완전히 멈춰 버리고.. 찰리 역시 "난 깽판을 너무 많이 쳤으니 이제 지옥으로 가는 거죠?"라고 자포자기 하지만.. 저 천사 암캐가 "아니요, 당신은 목숨을 바쳐 의로운 선행을 했기 때문에 여전히 돌아올 수 있어요" 그러면서 해피엔딩이 나오긴 한다.

신과함께도 그렇고, 성경 교리 없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매체들은 그냥 평범한 권선징악 코드로 귀착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 매체에서 십자가에서 구원받은 강도(눅 23:42-43) 얘기 같은 게 등장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9/15 08:34 2020/09/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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