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력: 공기보다 가벼운 가스를 잔뜩 실어서 뜬다. 배가 물에 뜨는 것과 개념적으로 동일한 원리임. 비행선이나 기구는 둥실둥실 우아하게 뜨고 내릴 수 있으며 공중 정지가 가능하고 연료도 적게 들어서 좋다. 그러나 얘는 중량 대비 동체의 부피가 너무 커지며 비행 속도도 대단히 느려서 실용성이 떨어진다. 엔진이 꺼졌다고 바로 추락하지는 않지만, 피탄 면적이 너무 크기 때문에(가스가 새면?) 그게 안전 관점에서 안 좋다.

(2) 양력(고정익. 동체가 움직여서 생성): 고성능 엔진으로 공기+배기가스 혼합 가스를 내뿜어서 추력을 만들긴 하지만, 추력으로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그 뒤 날개로 양력을 발생시켜서 뜬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빠르게 움직여야만 양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조종이 까다로우며, 이착륙 시엔 매우 길고(가속) 넓은(날개 폭..) 활주로가 필요하다. 그래도 장거리 비행에 충분한 비행 속도와 경제성(항속거리)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 바로 이 방식이다.

(3) 양력(회전익. 날개 자체가 공기를 휘저어서 생성): 엔진으로 로터를 회전시키고 그걸로 직통으로 양력을 발생시켜서 뜬다. 고정익기보다 더 불안정하고 조종과 자세 제어가 까다로운 데다, 느리고 연비도 안 좋다. 하지만 활주로 없이 달랑 뜰 수 있고 공중 정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고정익기와는 별개의 활용 영역이 존재한다.

(4) 추력: 날개 없이 연료를 태운 배기가스를 내뿜는 반작용 추력만으로 뜬다. 날개도 없이 초기에 굉장한 고도와 속도를 얻을 수 있으나, 연료 소모가 너무 극심하여 연료와 중량 대비 항속 거리가 매우 짧다. 이건 비행기보다는 로켓이나 미사일,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더 적합하다. 지구 중력을 탈출하려면 닥치고 위로 솟구쳐 올라가야 하며, 달이나 우주 같은 곳은 애초에 대기가 없어서 부력이고 양력이고가 전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가 없다는 말은 연료를 태울 산소도 없음을 의미하므로, 연료 자체를 산화제와 함께 섞어서 만들어야 한다.

(2)의 원리로 날도록 만들어진 비행기/비행체라도 중량 대비 엔진 출력이 캐사기급으로 좋다면 제한적으로 (3)이나 (4) 같은 기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F-22 같은 최신 전투기는 무슨 로켓처럼 수직 상승이 가능하다. 그리고 사람이 안 타서 가벼운 무선조종 항공기 같은 것도 실속에 빠졌을 때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차라리 프로펠러가 있는 쪽이 위로 향하도록 하면.. 프로펠러가 마치 헬리콥터 로터처럼 돼서 비행기를 호버링 상태로 최소한 추락 사고는 안 내고 보전이 가능하다. 반쯤은 틸트로터 비행기처럼 운항 가능한가 보다.

물론 덩치 큰 여객기에게는 저런 건 어림도 없는 소리다. 동체를 수직으로 세웠다가는 곧바로 추락한다..;;

이런 기계들 말고 새와 곤충 같은 생명체가 공중에 뜨는 건 일단 (1)과 (4) 부력과 추력은 제끼고 시작한다. (1)은 크기 압박, (4)는 분출과 힘 압박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구현 가능하지 않다. 결국 남는 건 양력인데, 생물의 비행은 고정익과 항공익 어느 하나로 딱 떨어지지는 않아 보인다.

날개를 직접 퍼덕여서 상하 압력차와 양력을 만드니, 대놓고 고정익은 아니다. 게다가 어디서든 간편하게 떴다가 내릴 수 있으니 고정익의 한계를 갖고 있지 않다. 새가 무슨 활주로가 필요하다거나, 주변 공기를 다 빨아들여서 온갖 요동을 치고 후폭풍을 일으키며 날지는 않는다!
하지만 긴 날개를 쫙 펴서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는 새도 있기 때문에 고정익 비행 원리도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고정익 항공기를 발명한 선구자들이 새들의 날갯짓을 눈에 불을 켜고 관찰한 건 다 이유가 있다.

새들은 하늘을 날기 편하라고 여느 육상 동물들보다 시력이 아주 좋으며, 덩치 대비 폐활량도 훨씬 더 우수하다고 한다. 뼈도 가볍고 공기구멍이 많다던데, 그럼 골다공증이 인간에게는 병이지만 새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보다.

지상에서 무려 9~10km 위인 어지간한 여객기 순항 고도에서 나는 철새들도 있다. 이들은 그 먼 길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정말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매 같은 새가 공중을 날다가 거의 8~90도로 급강하해서 지표면의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를 채어 가는 건 어지간한 전투기의 기동 뺨치는 스킬이다. 이런 기술은 절대로 그냥 저절로 생길 수가 없으니 '지적 설계'의 근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큰 새가 아니라 벌새나 참새 같은 극단적으로 작은 새들은 활강 따위 없이 닥치고 죽어라고 날갯짓을 해야만 공중에 뜰 수 있다. 이는 헬리콥터의 특성에 더욱 가깝다. 날개를 퍼덕이는 횟수가 초당 수십 회에 달하기 때문에(분당 2~3천 회) 소리가 '퍼덕퍼덕'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엔진 소리처럼 '부웅', 영어로는 droning이 된다.

이 때문에 요런 동물들은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며, 덩치 대비 식사량도 엄청나게 많다. 내연기관으로 치면 회전수가 왕창 높은 오토바이용 2행정 숏 스트로크 엔진 같다. 디젤 엔진과는 스타일이 완전 반대다.
새들은 그렇게 힘들게 공중에 떠 있다 보면 곧 지치기 때문에 착륙해서 쉬어야 한다. 옛날에 중국에서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운동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무슨 무기를 쓴 게 아니라, 모조리 쭈욱 도열해서 참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쉬질 못하게 해서 비행 중에 지쳐 떨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참새를 잡았다.

새 다음으로 곤충으로 가면.. 전세계에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고 있는 동물은 같은 사람이 아니며,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도 아니고 뱀도 아니고.. 모기라고 한다. 곱게 피만 빨아먹고 꺼지는 게 아니라 나쁜 병원균을 같이 옮겨서... (그래도 모기 다음의 굳건한 2위는 사람이 맞댄다. ㄲㄲ)
모기는 비행체로서는 힘이 아주 부족하며 항속거리도 짧다. 지상에서 스스로 1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을 오르지는 못하며, 엘리베이터나 계단 복도 등을 타고 올라온다고 한다.

하지만 모기는 기동성은 최고이다. 공중정지부터 시작해 그야말로 상하좌우전후 6방향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그나마 민첩하지 않아서 파리보다야 훨씬 쉽게 잡을 수 있는 게 다행이다. 게다가 피를 빨아먹은 뒤엔 무거워서 민첩성· 반응성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인간에게 잡힐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원하는 시뻘건 액체를 얻었으면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고 사라지는 게 사람과 모기에게 모두 좋을 텐데, 그런 것까지 생각할 정도로 모기가 똑똑하지는 못하다. 게다가 모기의 '웨엥' 날갯짓 소리는 흡혈 이상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극도의 불쾌감과 모기에 대한 살생 충동을 부추기는 요소이다.

* 여담: 복엽기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발명한 비행기를 포함해 1910~1920년대까지의 비행기의 형태는 복엽기가 대세였다. 복엽기란, 날개가 위아래로 두 겹이 달린 비행기를 말한다. 그게 옛날 비행기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건 한눈에 봐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에어로다이나미컬'한 디자인은 아니어 보이는데.. 초창기에 비행기의 모양이 저랬던 이유가 무엇일까?
날개를 두 겹으로 배열하면 같은 속도에서 공기를 더 많이 부딪치고 양력도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2배까지는 아니어도 1.x배 정도는 말이다. 또한 이렇게 하면 한 날개에 걸리는 공기의 압력 오버헤드를 분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옛날의 비행기는 100여 년 전의 열악한 엔진+날개 기술로 일단 어떻게든 공중에 뜨는 걸 목표로 했다. 속도는 일단 안정적으로 뜬 뒤에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였던 것이다. 애초에 고정익기는 이륙할 때(양력)와 착륙할 때(제동) 모두 뒷바람이 아닌 맞바람이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금속으로 더 튼튼한 비행기 날개를 넣는 기술이 개발되고 엔진의 성능도 향상되면서 비행기의 트렌드는 단엽기로 바뀌었다.
헬리콥터로 치면 상하로 로터가 둘 달린 동축 반전 로터가 만들어졌다가, 나중에는 지금 같은 테일로터 방식이 주류가 된 것과 비슷한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 여담: 라이트 형제에 대해서

세상을 바꿔 놓은 발명들이 일단 개발된 뒤에도 아무 탈 없이 곱게 정착하고 실용화된 건 아니었다.
자동차의 경우 영국에서는 잘 알다시피 멀쩡하게 잘 만들어 놓고도 적기 조례라는 규제 병크(기존 마차 운수업자들 보호..) 때문에 자동차 기술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뒤쳐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는 이제 유명인사가 되고 돈방석에 앉은 게 아니라... 자국 정부 기관으로부터는 외면받고, 비행 기술을 시샘하는 동종업계 종사자들로부터는 웬 표절 도용 소송을 당해서 굉장히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됐다. 그 동안 정작 프랑스와 영국, 심지어 일본 같은 경쟁국에서는 라이트 형제를 VIP로 대접했으며, 한편으로는 비행기 제조 기술을 빼내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한국도 아니고 선진국에 엔지니어· 덕후의 천국인 미국이 그것도 자국 국민으로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발명을 한 라이트 형제를 당대에 그렇게 홀대했다는 건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형인 윌버 라이트는 여기 저기 쓸데없는 소송에 말리면서 몸과 마음이 쇠약해졌으며, 1912년에 40대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동생인 오빌 라이트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비행기 기술이 지금의 컴퓨터 기술만큼이나 가히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본 뒤, 1948년에 죽었다. 1903년에 플라이어 1호를 띄우고도 40년이 넘게 더 살아 있었던 것이다.

오빌과 윌버가 한 비행기를 같이 타고 조종한 건 1910년 5월 25일의 가족 비행이 마지막이었다. 지금까지는 여든이 넘은 친부가 "둘이서 한 비행기를 타다가 추락 사고라도 나서 다 죽어 버리면 비행기 연구의 맥이 끊어지지 않느냐? 그러니 연구 중에 비행기엔 반드시 한 명씩만 타고 다른 한 명은 땅에 있어라"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라고 함..;;

그리고 끝으로, 라이트 형제는 목사의 아들인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런데 평생을 비행기에 미쳐 사느라 두 사람 모두 독신으로 살다가 갔다..;; 후세는 못 남겼지만 전세계인들이 영원히 기억하는 이름을 남겼다.
비행기를 발명해서 유명해지고 신문 기자로부터 혹시 결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들은 이렇게 대답한 것이 잘 알려져 있다.

  • 오빌: 형부터 결혼하면 그 다음에 나도 할 거예요.
  • 윌버: 비행기와 부인에게 둘 다 쓸 시간은 없습니다. (!!)

그래서 둘 다 독신이 됐대나 어쨌대나..;;

Posted by 사무엘

2016/08/04 08:38 2016/08/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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