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변 자전거 라이딩

본인은 레저· 여행과 운동을 겸하는 활동 차원에서 등산을 작년 초쯤부터 적극 시행하고 있다. 단, 너무 더워서 등산을 원없이 하기 어려운 한여름에는 산이라기보다 공원에 가까운 낮은 산만 쉬엄쉬엄 오른다.
그리고 지금까지 언급을 별로 안 한 것 같은데, 본인은 사실 기름 안 먹는 자가용인 자전거를 타는 것 역시 굉장히 좋아한다. 수직 이동 대신 수평 이동이라는 대체제도 나쁘지 않다. 그러니 오늘은 오랜만에 날 잡아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닌 얘기를 좀 꺼내 보겠다.

아마 서울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4대강 사업..!!) 여기는 주변 하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으니 좋다. 산에 등산로뿐만 아니라 둘레길이 있는 것처럼 강가에는 자동차 전용 도로나 산책로뿐만 아니라 자전거계의 고속도로가 닦여 있다. 신호, 장애물 따위 신경 안 쓰고 오로지 내가 지쳐서 못 달릴 때까지 원없이 속력을 낼 수 있다. 특히 한강, 중랑천, 청계천이 한데 만나는 용답-군자 일대는 최고의 교통 요지인 것 같다.

1. 청계천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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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청계천의 최말단 구간이다. 내부순환로 고가 아래의 그늘을 따라 길이 나 있어서 다니기가 수월하다. 오른쪽에 길이 끊어진 흔적은 아마 청계 고가 + 청계 IC의 철거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쪽으로 계속 가면 청계9~1가의 순으로 서울 도심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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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왕십리-청량리 사이의 경의중앙선 철교가 나오는 지점에서부터는 청계천을 따라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 여기서부터는 도보만 가능하며, 자전거는 위의 차도를 따라 달려야 한다.
본인은 옛날에 청계천의 시점인 종각 일대와 심지어 세종 문화 회관 근처의 한글 회관까지도 자전거로 다녀온 적이 있다.

2. 중랑천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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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간선 도로는 중랑천의 좌우로 상하행이 지나는 독특한 구조인데, 자동차 도로보다 더 안쪽에 이렇게 자전거 도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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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도로 같은 게 없기 때문에 위로 하늘은 뻥 뚫려 있으며 그늘이 없다. 가끔 등장하는 다리 아래에서나 햇볕을 피해 쉴 수 있다.
여기는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도로 사이의 높이 차이가 제일 작은 구간인 것 같다. 사진에는 잘 안 나와 있지만, 저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용마산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여기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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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개인적으로 군자교를 넘어 장안교 정도까지 가 봤다.

3. 한강 북단, 서쪽 방면

한강은 '-천'으로 끝나는 일개 하천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훨씬 더 큰 강이다. 그래서 그런지 바람도 더 세게 불고 일부 구간에서는 바다 냄새조차 느껴진다.
경의중앙선 응봉· 옥수 역은 한강 공원에서 바로 탈 수 있을 정도로 한강에 가까이 있다. 그러니 강변북로는 철길을 피해서 더 외곽에 교량 형태로 건설되었으며, 그 교량 아래로 자전거 도로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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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자전거 도로가 자동차 도로와 만날 일이 전혀 없지만, 한강에는 반포대교라는 예외가 한 군데 있다. 아랫층은 두 도로가 교차하기 때문에 횡단보도와 신호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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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덕분에 반포대교에서는 굳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교각 위까지 오르는 번거로움이 없이도 자전거나 도보로 한강을 건널 수가 있다. 그래도 배가 지나갈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니, 아랫층도 중간에는 좀 가파른 오르막이 있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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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동작대교 아래를 지나면서 찍은 사진이다. 옥수-반포-한남 이쯤 구간부터는 철길이 좀 더 내륙쪽으로 들어가고, 강변북로도 교량 구간이 끝난다. 자전거 라이더의 입장에서는 위의 그늘도 없어진다.

그리고 동작-한강 사이에는 둔치? 고수부지?의 공간이 넉넉한 덕분인지 이촌 한강 공원이 나온다. 많이 더우면 풀밭에 돗자리를 깔거나 심지어 텐트 치고 여기서 피서 외박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내가 찾아갔던 한낮에도 이미 텐트 치고 쉬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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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쪽 구간에서는 한강대교를 넘어 한강 철교까지 다녀왔다.

4. 한강 북단, 동쪽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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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중랑천이 한강과 합류하는 구간이다. 저 멀리 앞으로 동호대교가 보이고, 길이 나와 있는 대로 왼쪽으로 뺑 돌면 동쪽의 한강 상류 방면으로 향하게 된다. 경치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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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타워를 향해 동쪽으로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는 강변북로가 자전거 도로 바로 옆으로 나란히 지난다. 고가 같은 건 없다.
성수대교를 지나서 한참 달리면 영동대교가 나온다. 청담대교는 영동대교와 꽤 가까이 있다.
동쪽으로 끝없이 가면 서울을 벗어나 구리· 남양주까지도 직통으로 갈 수 있는 모양이던데.. 본인은 그러지는 못하고 청담대교까지만 다녀왔다.

이상이다.
기회가 되면 이런 식으로 한강 남단과 탄천 방면도 달려 보고 싶다.
더 욕심이 생기면 등산과 자전거 모두 차 끌고 서울 바깥까지 원정 가서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몰다 보면 확 밟아 주고 나서 주기적으로 또 힘들여서 재가속을 할지, 아니면 평소에 페달을 덜 힘든 상태로 지속적으로 밟으면서 속도를 유지할지..
자동차 운전할 때 하던 고민을 자전거 몰 때도 동일하게 하게 된다.
요즘은 엔진 성능이 좋아서 초소형 경차급이 아니면 어지간한 승용차들은 경제 속도가 6, 70이 아니라 8, 90은 된다고 그러는데..
자전거는 사람이 덜 힘들고 가성비 높은 경제 속도는 한 2, 30은 될까?

등산을 가면, 나는 조금만 오른 뒤엔 힘들어서 쉬어야 되는데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지치지도 않고 날 추월해서 성큼성큼 오르는 걸 보면 자괴감을 느끼곤 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어째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나 싶은 라이더가 적지 않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자전거 자체도 나보다 더 가볍고 잘 나가는 고급품을 쓰지 싶다.

강가에는 바람이 부는데 한강 구간에서 역풍이 세게 불 때면 참 죽을 맛이었다. 이거 무슨 비행기의 제트 기류도 아니고.. 정말 오르막과 대등한 급의 장애물이더라. 쒜빠지게 밟아도 자전거가 나아가질 않고, 밟아도 금세 속도가 떨어지니 말이다. 바람은 하필, 언제나 내가 진행하는 방향의 역방향으로만 분다는 징크스라도 있는 것 같았다.

끝으로, 강을 보니 마치 철길을 보는 것처럼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이 강을 따라 좌우 어디로든 얼마나 더 갈 수 있고 끝에는 뭐가 나올까? 버스나 철도 노선에도 시점과 종점이 있는데 강의 시점과 종점은 어떻게 될까?

산에는 물이 졸졸 흐르는 시내· 계곡이 있다. 거기는 물의 폭이 좁은 편이지만 지형의 고저 상하가 분명하며 물의 유속도 빠르다. 그러나 상류가 아닌 하류로 가면 바닥의 모든 지형이 바다를 향해 내리막이라는 보장이 없을 텐데 어떻게 물이 꾸준히 바다로 흐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다시 말해 그 긴 물줄기의 방향성이 어떻게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자연에서 강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갈 때까지 여러 물줄기가 합류하곤 한다.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고, 탄천과 중랑천이 합류하며, 하류 막바지에서는 임진강도 한강으로 합류한다. 즉, 강물은 바다로 들어가는 지점을 root로 하는 tree 형태의 그래프와 얼추 비슷하다. 이런 양상은 졸업식 노래에서도 3절 가사에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그럼 문득 드는 의문은, 그 반대의 경우는 자연적으로 결코 존재하지 않느냐이다. 상류에서 하류로 가는 과정에서 물줄기가 새로 갈라지고 분기하는 건 없나? 하중도가 생기는 원리를 보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지만 내가 당장 떠오르는 예는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성경의 창 2:10에서 강물이 무려 네 갈래로 분기되어 나갔다는 묘사가 굉장히 특이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에덴 동산과 이 강은 과연 지구상의 어디에 있었을지 말이다. 성경의 진술이 과학· 역사적으로 레알이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강의 경우, 지리적으로 쭈욱 추적해 보니 강원도 태백에 소재한 '검룡소'라는 어느 고지대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남한강이 그렇고, 북한강은 북한 강원도 통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건 무슨 까마득히 먼 조상 계보를 추적하는 듯한 느낌이다. 서울에서 폭이 무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상회하는 그 큰 강도 시작은 저렇게 심히 멀고 미약했던 셈이다.

한강의 하류 종점은 6· 25 전쟁의 여파로 인해 사실상 군사분계선 역할을 하면서 민간인에게는 접근이 완전히 봉인되고 막혀 버렸다. 이 부근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져 버리니 이건 뭐 도저히 어쩔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쪽 상류 방면과는 달리, 서쪽 하류 방면으로 서울 시내 구간을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한가로운 풀밭과 자전거 도로가 펼쳐진 한강 공원 같은 거 없다. 북단과 남단을 막론하고 곧장 살벌한 철조망이 등장한다. 사실, 한강 공원 개발 전에 강 주변의 모습이 원래 저런 모래밭 황무지였다.

그리고 북한 같은 변수가 없다 해도, 배 타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서울 시내로 들어가는 건 꼬불꼬불 우회가 심하기도 하다. 그러니 조선 말기 때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때에도 인천항 + 육로가 여전히 쓰였으며(가령, 민비 살해 자객 일행이 한양에 올 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수로 운송을 위해 공항 고속도로와 비슷한 선형으로 한강에서 바다로 더 가깝게 가는 경인운하, 일명 아라뱃길을 팠다. 아라뱃길의 좌우로도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 갈 일이 있으면 한번 구경하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09 19:32 2017/09/0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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